스님의하루

2020.4.11 공동체 법사단 수련 2일째, 국제국 화상 회의
"만물에는 다 제자리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제에 이어 공동체 법사단 수련이 이틀째 계속되었습니다. 새벽 예불과 발우공양을 마친 후 8시부터 수련을 시작했습니다.

오늘 논의 주제는 정토대전 편찬, 백일법문, 불교의식 개편, 불교대학과 경전반 개편, 총 4개입니다.

“경전, 사상서, 의식 등을 모두 정리한 정토대전을 어떻게 만들지 연구한 결과를 발표해 보겠습니다.”

주제가 방대하다 보니 아주 긴 시간 동안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특히 불교의식 개편을 담당한 보수 법사님은 그동안 대중부 법사님들의 여러 의견을 수렴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아주 재미있는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수행문을 바꾸는 것에 대해 의논했는데 논란이 많았습니다. ‘모든 괴로움과 얽매임은 다 내 마음이 일으킨다. 그러나 어리석은 사람들은...’ 이런 구절이 있는데 ‘어리석은 사람들은’이라는 표현이 지적질하는 표현으로 들린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어요. ‘내가 어리석어지면’ 이렇게 표현해야 하는데, 남을 문제 삼는 표현처럼 느껴진다는 겁니다. 그래서 자기에게 돌이키는 표현으로 바꾸자는 제안이 많이 나왔어요. 최종적으로는 ‘그러나 마음이 어리석어지면’ 이렇게 표현하는 걸로 바꾸어 보았습니다.” (모두 웃음)

“관음정근을 할 때 관세음보살 하고 염불을 하면서 절을 하는 것이 너무 기복적인 느낌이 나니까 없앴으면 좋겠다는 제안도 있었습니다. 기도문이나 명심문을 속으로 되뇌면서 절을 하게 하는 쪽으로 바꾸자는 대안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보왕삼매론에 대해서도 이해가 어렵다는 구절이 많았습니다. ‘공덕을 베풀되 과보를 바라지 말라. 과보를 바라면 도모하는 뜻을 가지게 되나니...’ 하는 구절에서 도모한다는 표현이 긍정적인 뜻인데 마치 그러면 안 되는 것처럼 표현된 게 어색하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그래서 ‘대가를 바라지 말라. 대가를 바라면 미움이 생기게 되나니’ 이렇게 바꿔보았습니다.”

미래 세대를 생각하고, 외국인 전법을 고려했을 때 불교 의식을 어떻게 개편하면 좋을지 다양한 의견이 많이 나왔습니다.

수련 중간에 잠시 휴식 시간을 갖는 사이 스님은 9시 30분부터 두북 수련원에 농사 봉사를 하러 온 사람들을 위해 잠깐 인사말을 해주었습니다.

아직 농사 수련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고 실험을 하고 있는 단계이긴 하지만, 스님은 봉사자들을 위해 어떤 것을 중심에 두고 일을 해야 하는지 명심문을 주었습니다.

“수행자가 농사를 짓는 것은 농부가 농사를 짓는 것과 조금 다릅니다. 농부가 농사를 지을 때는 그 목적이 농산물 생산입니다. 그러나 수행자가 농사를 지을 때의 목적은 농산물 생산이 아닙니다. 농산물 생산은 부차적인 것입니다. 마치 우리가 밥을 먹은 결과물은 똥이지만, 똥을 생산하기 위해서 밥을 먹지는 않는 것과 같습니다. 밥을 먹는 이유는 음식을 소화시켜서 에너지를 얻기 위함입니다. 마찬가지로 수행자가 노동을 해서 생기는 농산물은 똥과 같이 농사의 부산물입니다. 수행자가 농사를 지을 때의 목적은 농사를 짓는 과정에서 자기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이치를 터득하는 것입니다.

수행자는 명상을 하면서도 자기 마음을 알아차리고, 절을 하면서도 자기 마음을 알아차리고, 일을 하면서도 자기 마음을 알아차립니다. 이때 일은 목적이 아니라 수행의 한 수단입니다. 우리는 종종 명상하는 것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착각합니다. 명상이 수행이 아니라 명상 역시 수행의 한 수단입니다. 절을 하는 것 역시 수행이 아니라 수행의 한 방법입니다. 그런 것처럼 우리는 절이나 명상을 하는 대신 일을 수행의 수단으로 삼아서, 일을 하는 과정에서 자기 마음을 알아차리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일수행’입니다.

만물에는 다 제자리가 있습니다

여러분 중 어떤 분은 명상을 하라고 하면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은 온 데 간 데 없고, 그저 앉아 있는 것으로 수행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분이 있습니다.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앉아있는 것이 수행은 아닙니다. 절 수행을 할 때도 절을 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마음의 알아차림은 온 데 간 데 없고 죽기 살기로 헐레벌떡 절만 하는 걸 수행으로 착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일을 수행 삼아서 하라고 하면 일에 빠져 일만 죽기 살기로 합니다. 그리고는 ‘힘들었다’, ‘죽겠다’, ‘하기 싫다’ 하며 괴로워합니다. 일을 하면서 깨어있지 못하기 때문에 이렇게 됩니다. 일을 할 때 깨어있는다는 것은 이치에 깨어있는다는 의미예요. 그래서 오늘 명심문을 하나 줄 테니까 그걸 가지고 해 보시기 바랍니다.”

“네.”

“만물에는 다 제자리가 있습니다.”

다 함께 명심문을 따라 했습니다.

“만물에는 다 제자리가 있습니다.”

스님은 명심문의 의미에 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곡식을 심어야 할 곳은 부드러운 흙입니다. 땅이 질퍽한 곳을 우리가 걸어가려고 할 때는 그곳이 평평한 돌의 제자리입니다. 축대를 쌓을 때 돌과 돌 사이에 빈틈이 생겼을 때는 그곳이 뾰족한 돌의 제자리입니다. 어린아이가 음식을 먹고 똥을 쌌을 때, 그것이 방에 있으면 오물이라고 하지만, 밭에 가면 거름이라고 합니다. 방에 있을 때는 버려져야 하는 쓰레기가 되지만, 밭에 가면 구해야 하는 거름이 됩니다. 똥이 방에 있으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위치를 바꿔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 세상 만물 중에 필요 없는 것은 없습니다. 우리는 ‘이 물건은 필요 없다’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 물건이 제 위치에 있지 않는 겁니다.

칼로 무를 썰 때는 칼이 제 위치에 있는 것이지만, 그 칼이 누군가를 찌르거나 손을 다치게 하면 제 위치에 있지 않은 것입니다. 제 위치에 있지 않으면 칼을 흉기라 부르고, 제 위치에 있으면 좋은 도구라고 부르는 겁니다. 물질 자체에는 좋은 도구도 없고, 흉기도 없고, 똥도 없고, 거름도 없습니다. 공(空)입니다. 그것이 제 위치에 있을 때 거름이라 부르고, 도구라 부릅니다.

오늘 여러분들이 할 일은 제 위치에 있지 않은 물건들을 제 위치로 옮기는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물건들의 제 위치를 알아야 합니다. 그것이 이치에 깨어있다는 뜻입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쓰레기들도 제 위치에 두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우리 마음속의 괴로움도 이치를 모르고 제 위치에 두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마음의 쓰레기인 것입니다.

오늘 일을 하면서 ‘만물에는 제 위치가 있다’는 것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밭에서 돌을 발견하면 ‘이 밭에서는 이 돌이 어디에 있는 것이 제 위치일까?’ 하고 살펴보는 거예요. 모든 시간과 공간에서 이 돌의 제 위치를 찾아보라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이 시간과 공간에서 이 돌의 제 위치가 어디인지 생각해보라는 겁니다. 이 돌이 지금 있는 곳이 밭이라면, 이 돌은 밭둑으로 가야 합니다. 밭 한가운데는 돌이 있을 위치가 아니기 때문에 밭둑으로 옮겨줘야 합니다.

밭에서는 돌이 버려야 할 대상이 되지만, 반면 축대를 쌓을 때는 돌은 구해야 하는 대상이 됩니다. 그러니 가장 좋은 것은 밭에서 돌을 주으면 축대를 쌓는 곳으로 옮기는 것입니다. 축대를 쌓을 일이 없으면 돌을 밭둑에 보관해 두었다가 나중에 축대를 쌓을 때 쓸 수 있도록 하면 됩니다. 그러니 버려야 할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일을 통해 수행을 하는 방법

일을 하면서 이런 공부를 하는 것이 곧 일을 통해 수행을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지 않고 일을 하는 데에만 빠지면, 허겁지겁 일만 하거나, 옷을 버리고 연장을 쓰다가 다치고, 힘이 들어 집에 가서는 몸살을 앓게 됩니다. 수행자가 일을 할 때는 게으르지 않게 늘 하는 일에 깨어있고, 설명을 잘 듣고 일을 하면서 어떻게 하는 게 효과적인지 요령을 터득해야 합니다. 시행착오는 늘 생기는 일입니다. 일을 해보기 전에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잘 모르기 때문에 시행착오는 당연히 생기기 마련입니다. 연습을 하면서 이치를 하나하나 알아가는 거예요.

처음은 서투르지만, 한 번 해보고, 두 번 해보고, 세 번 하다 보면 이치를 알게 되고, 요령을 알게 되어서 익숙해지게 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거듭하다가 ‘아, 이건 이치가 이렇구나. 이렇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겠구나’ 이렇게 알아가면서 익숙해지게 돼요. 이렇게 연구하면서 일을 하면 마음이 늘 기쁜 상태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막 기분이 좋은 것과 다릅니다. 마음이 들떠서 좋은 게 아니라 마음에 괴로움이 없는 상태입니다.

일을 하면서 ‘오늘은 일이 언제 끝나나, 우리를 노동자처럼 취급을 하나’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수행적 관점을 놓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일을 할 때는 이런 관점을 가지고 일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오늘 저는 공동체 법사단과 수련을 하러 여기에 왔지 여러분과 함께 일을 하러 여기에 온 건 아니에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제 직분에 충실해야 하고, 여러분은 농사일을 하러 왔기 때문에 여러분이 해야 할 일에 충실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후 봉사자들은 각자 밭으로 흩어져 오후 4시까지 일수행을 한 후 스님이 준 명심문을 갖고 일해보니 어떤 알아차림이 있었는지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봉사자들이 모든 물건을 제 위치에 놓은 일수행을 잘 해준 덕분에 비닐하우스에 고추 모종을 심을 수 있는 준비를 아주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봉사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스님은 다시 공동체 법사단 수련에 참석했습니다. 웃으며 토론을 하다 보니 오전 시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본부가 개원하면, 개원 기념법회를 백일 동안 어떻게 진행할지 연구한 결과를 발표해 보겠습니다.”

여기까지 토론을 마치고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점심시간에는 공동 울력으로 동네 어르신이 가져가라고 해서 받아 온 비닐하우스 철골을 정리하는 일을 했습니다. 행자님들은 동네 어르신이 쓰다 버린 철골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막막해했지만, 스님은 어떻게 재활용을 할 수 있는지 차근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철골을 무조건 잘라서 보관할 게 아니라 어떤 용도로 언제 쓸 것인지 먼저 정하고 난 뒤에 용도에 맞게 잘라야 해요. 어떤 용도로 몇 개가 필요하고, 길이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파악한 후, 굽어진 철골은 곧게 편다든지, 곧게 펴지지 않으면 짧게 잘라서 다른 용도로 쓴다든지, 이렇게 순서를 정해서 처리해야 합니다. 무조건 누가 잘라준다고 덥석 자를 게 아니에요. 점심시간에 법사님들이 1인당 2개씩 철골을 잘 보관할 수 있게 창고 옆으로 운반해 주시면 좋겠어요.”

법사님들은 2인 1조가 되어 철골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창고 옆에 차곡히 쌓아 두었습니다.

오후부터는 마지막 주제에 대해 토론을 이어나갔습니다.

“수련, 연수, 지도자 교육에 해당하는 교육 수련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발표해 보겠습니다.”

법사단은 1기부터 5기까지 모둠이 구성되어 있는데, 기수별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 주제가 달랐습니다. 교육연수에 대한 연구 결과가 뛰어난 기수가 있는가 하면, 정토대전과 백일법문에 대한 연구 결과가 뛰어난 기수가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1박 2일 동안 기수별로 발표한 결과를 종합적으로 정리하면서 다시 분과원 배치를 조정해 보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동안 토론을 하면서 누가 어느 주제에 대해 전문성이 뛰어나다는 것이 이제 파악이 되었잖아요. 내일부터는 자신의 전문성을 더욱 잘 발휘할 수 있는 분과에 들어가서 집중 연구를 해 봅시다.”

논의 주제는 7개에서 10개로 늘었습니다. 불사, 해외 전법, 온라인 사업, 정토대전, 백일법문, 공동체, 교육수련, 불교의식 개편, 불교대학과 경전반 개편, 자료관리, 총 10개의 주제에 대해 다시 분과를 나누고 구성원을 조정했습니다.

각자의 관심사, 전문성, 경험을 고려하여 분과를 재배치하는 과정이 참 흥미로웠습니다. 각자의 장점을 살린 분과원 배치가 이루어지자 모두가 만족해했습니다.

“자, 그럼 다시 일주일 동안 분과별로 정해진 주제에 대해 열심히 연구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연구한 결과를 갖고 다음 시간에 다시 최종적인 정리를 합시다.”

사홍서원으로 공동체 법사단 수련을 모두 마쳤습니다.

법사님들은 새로 정해진 분과별로 흩어져서 이후 모임을 어떻게 할지, 역할분담은 어떻게 할지 더 논의했습니다.

스님은 내일 도문 큰스님 생신을 맞이하여 스승님에게 선물로 드리려고 엄나무순을 따러 갔습니다. 가시에 찔려가며 고생한 끝에 한 박스를 채울 수 있는 양을 땄습니다.


저녁 8시부터는 농사팀 행자님들과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하루 종일 법사단 수련을 하느라 행자님들과 함께 농사일을 하지는 못했지만, 각자 어떤 일을 했는지 공유하고, 일을 하면서 어떤 알아차림이 있었는지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어서 밤 9시부터는 전 세계에 있는 국제국 활동가들과 온라인 화상회의를 했습니다. 미국, 캐나다, 독일, 호주, 베트남, 프랑스, 중국, 태국, 인도 등에서 25명이 화상회의에 참여했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스님의 환한 웃음과 함께 회의가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은 밤 9시이지만, 북미 동부는 오전 8시이고, 북미 서부는 오전 5시이고, 유럽은 오후 2시이고, 호주는 밤 11시입니다. 밤 12시 이후와 새벽 5시 이전에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이 시간에 회의가 잡혔습니다.

각자 자신의 이름과 맡은 소임을 소개했습니다.

“안녕하세요. 국제 정토회 총무 소임을 맡았습니다.”
“반갑습니다. 국제국 지원팀장 소임을 맡았습니다.”
“저는 이번에 콘텐츠팀장 소임을 맡았습니다.”
“저는 세계언어팀 팀장 소임을 맡았습니다.”
“저는 독일어 담당입니다.”
“저는 베트남어 담당입니다.”
“저는 불어 담당입니다.”
“저는 중국어 담당입니다.”“저는 태국어 담당입니다.”
“저는 일본어 담당입니다.”
“저는 힌디어 담당입니다.”
...

책상 앞에서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이 되었습니다. 궁금한 점이 있는 사람은 스님에게 질문도 했습니다.

총 5명이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에서 2가지 질문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미네소타 영어법회를 진행하고 있는 한 활동가는 불안한 심리를 가진 친구를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질문했습니다.

심리가 불안한 친구를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요?

“작년 11월부터 영어 통역 즉문즉설 법회에 나오는 친구 한 명이 있습니다. 이 친구는 살아있는 것 자체가 불안하다며 자기의 느낌이나 생각이 끊임없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올라온다고 합니다. 불안한 심리를 가진 이 친구를 제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친구는 우선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상황인 것 같아요. 이미 정신과에 다니고 있다면 안심이고요. 장기적으로는 수행을 배워서 마음의 안정을 찾는데 도움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응급치료로 정신과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정신과 치료를 통해 마음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되고 나서야 수행을 시작해볼 수 있어요. 지금은 우선 약물치료가 필요합니다. 약물치료를 통해 마음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그다음에 마음을 조금 더 편안하게 하는 수행을 해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에 대해 질문자가 그분에게 조언할 부분은 아닙니다.

친구에게 필요한 것은, 첫째, 정신과 치료를 꾸준히 받는 것입니다. 만약 친구가 스님을 직접 만나서 질문을 하면 도움을 줄 수 있는 만큼 주겠지만, 이 질문은 누가 대신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러니 지금은 그 친구가 무슨 이야기를 하면 내치지도 말고, 너무 가까이서 뭔가 해결해주려고도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환자이니까 가끔 위로를 해주지만, 때로는 냉정한 자세를 갖는 것도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질문자가 해줄 수 있는 게 많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상태로는 명상을 통해 병이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맞지 않습니다. 명상은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무지로 인해 생긴 마음의 괴로움을 해소하는 것이지 정신 자체가 불안정한 것을 치료하는 것은 아닙니다. 마음이 불안한 사람은 우선 정신과에서 응급치료를 받고, 다소 긴 시간 동안 꾸준히 상담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이런 응급치료가 어느 정도 진행되어서 불안한 마음이 안정이 되면 그 다음 단계로 수행을 시작해볼 수 있는 겁니다. 이건 마치 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을 때 일차적으로 수술부터 하고 난 다음에 재활치료를 받는 것과 같습니다. 마음이 불안할 때는 일차적으로 정신과에서 약물치료를 받아야 하고, 그 다음에 재활치료에 해당하는 수행을 해야 합니다. 재활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으면 응급치료의 효과도 반감되지만, 지금은 응급치료가 필요한 단계이지 재활치료가 필요한 시기는 아니에요. 그 친구는 지금 수행에 대해 이야기를 할 단계는 아니라고 보여요.

우선 법회에 나와서 위로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좋습니다. 지금은 위로가 필요한 단계입니다. 깨달음을 주려고 접근하면 안 됩니다.

지금 질문자가 해야 할 수행의 과제는 그 친구가 겪는 어려움을 편안하게 지켜보는 겁니다. 욕심을 내어서 그 친구를 도와주어야 한다는 데 집착을 하게 되면 도리어 질문자 자신이 힘들어지고 불안해지게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어서 지원팀에서 지원과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활동가가 국제국의 비전이 무엇인지 질문했습니다.

국제국의 미래 비전은 무엇인가요?

“스님께서 생각하는 2차 만일결사와 국제국의 비전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1차 만일결사를 시작할 때는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전법을 시작하고, 여력이 되면 해외에 있는 교민들까지 그 대상을 확장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당시에 이미 2차 만일결사부터는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는 외국인에게 부처님의 이 좋은 법을 전해보자는 것을 목표로 세웠습니다. 그런데 어느덧 30년이 지나고 2차 만일결사를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왔습니다. 그때만 해도 훗날 세계적으로 전법을 하려면 정토회 본부를 미국으로 옮겨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미국에는 이민자가 많은 만큼 모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쓰는 사람들이 많을 테니까 미국에 사는 사람들을 교화하면 태국 사람들은 그 법을 태국에 가서 태국어로 전하고, 미얀마 사람들은 미얀마에 가서 미얀마어로 전하고, 프랑스 사람들은 프랑스에 가서 프랑스어로 불법(佛法)을 전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렇게 생각했는데, 요즘 와서 보니까 인터넷으로도 많은 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또 언어 문제는 자동번역기가 개발되고 있어서 꼭 미국에 본부를 옮기지 않아도 되겠다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동안은 본부를 동부에 있는 워싱턴 DC에 두면 좋을지, 서부에 있는 LA에 두면 좋을지를 가지고 고심을 많이 했는데, 요즘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는 미국을 보니까 미국이라는 나라가 인류에게 닥칠 미래의 위기를 기대만큼 잘 대처하는 것 같지도 않아요. (모두 웃음)

1차 만일결사 기간 동안 한국에서 실험한 경험을 바탕으로 2차 만일결사 때는 세계인들을 대상으로 전법을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한국적 문화와 불교적 문화에서 벗어나서 보다 보편적인 언어와 일상적인 언어로 전법을 해야 해요. 여기에 필요한 준비를 이번 10차 천일결사 기간 동안 잘해놓게 되면, 앞으로는 전 세계에서 누구나 이 좋은 법을 접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이것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바로 국제국 활동가 여러분들입니다. 국제국에 소속된 여러분들은 한국인으로서 이것을 준비하는 사람들이고, 앞으로 국제 정토회는 외국인으로서 처음으로 이 수행과 전법에 참여하는 사람들로 구성이 되겠습니다.

아직은 국제국이 준비하는 단계에 있기 때문에 서투른 것도 많고 부족한 것도 많습니다. 30년 전 한국에서 처음 만일결사를 시작할 때도 지금 국제국처럼 부족한 점 투성이었어요. 그때는 사람이 많지도 않았는데 30년 동안 이 일을 꾸준히 해오다 보니 이제는 우리가 세웠던 꿈이 어느 정도 그 윤곽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런 것처럼 앞으로 30년이 더 지나면 우리가 세계 속에서도 유의미하게 자리잡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봅니다. 지금 여러분이 그 씨앗을 심는다고 생각하시고 활동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이 외에도 3가지 질문이 더 있었습니다.

  • 외국인을 대상으로 강연을 열지만, 한국인 친구도 함께 따라오는 경우가 있어서 한국인의 참석을 받아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 국제연대팀이 2차 만일결사를 위해 중점적으로 관심을 갖고 연구해야 하는 부분이 무엇일까요?
  • 이번에 코로나 19로 인해 영어 통역 강연이 모두 취소가 되어 참가 신청을 했던 외국인들이 무척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온라인으로 영어 통역 강연을 실험적으로 해보면 어떨지 제안드립니다. 그리고 온라인 명상 프로그램을 유튜브에 공개적으로 진행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자기소개와 즉문즉설까지 마치니 약속한 1시간을 초과하여 1시간 30분이 지났습니다. 스님은 마지막으로 새로운 개척 업무를 맡게 된 국제국 활동가들을 격려하며 화상회의를 마쳤습니다.

“국제국에서 활동하게 된 여러분들은 대부분 처음 하는 일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를 테고, 중간에 시행착오도 많이 겪게 될 것입니다. 처음 하는 일은 약간 어색하고 어렵지만, 대신 신기하고 재미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마음껏 능력을 발휘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기존의 정토회는 이미 정형화되어있고 많은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니까 결정 과정도 복잡하고 어떤 결정을 내릴 때 고려해야 할 내용들이 많습니다. 익숙한 일인 반면 절차가 복잡합니다. 그러나 새로 개척하는 사업인 국제국 활동은 서투른 점이 있지만 신속하게 결정해서 추진할 수도 있고, 마음껏 해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런 만큼 여러분도 마음껏 활동을 해나가시면 좋겠습니다. 국장님이 여러분께 격려의 말씀을 부탁한다고 해서 제가 격려를 드립니다.” (모두 웃음)

회의를 마치고 뒷정리까지 하고 나니 밤 11시가 넘었습니다.

내일은 도문 큰스님 생신을 맞이해 장수 죽림정사에 다녀온 후, 저녁에는 코로나 19로 불안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요 명상이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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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정토회가 이미 세계화에 진일보 전진해있음을 보고 감탄했습니다

2020-07-01 15:48:08

정지나

제 위치에 있지 않기때문에 싸인 쓰레기가
괴로움에 결과이다...다시,명심합니다 꾸벅^^

2020-04-19 22:28:11

양계홍

감사합니다. 만물은 다 제 위치가 있다. 맘속 괴로움이 쌓이지 않도록 제자리를 잘 살펴보겠습니다.

2020-04-18 04:3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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