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3년 1월 25일 법륜스님의 하루(인도인 스텝 수련)

오늘은 스님을 모시고 인도인 스텝 수련이 있었습니다. 어제는 스님을 모시고 전정각산 산행을 하고,
부처님이 이 지역에서 어떻게 수행하시고 도를 이루셨는지, 성도 후 우루벨라 카사파 교화이야기까지
자세히 들었습니다.

오전 9시부터 법당에서 수련이 있었습니다. 스님께서 어제 산행을 시작하기 전에 말씀하셨던
시체를 버린 부정한 곳이라 생각하는 둥게스와리와 부처님이 수행을 하셔서 성스러운 곳이라 생각하는
둥게스와리에 대해서 이야기하시면서 존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부정한 것도 없고 성스러운 것도 없는
이치에 대해서 알아듣기 쉽게 다시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인도에는 아직 카스트가 존재하고, 남녀 차별이 심합니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20여년을 교육해 오면서
이제 학교 내에서는 카스트나 남녀 차별이 없이 모두 평등합니다. 그러나 학교 문을 나가면 바로
학생들과 인도인 스텝들은 계급 차별과 남녀 차별의 현실과 만나게 됩니다.

스님께서 계급 차별에 대해서, 남녀 차별에 대해서도 스텝들이 이해하기 쉽게, 그러나 이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묻고 답하면서 정성을 쏟으셨습니다.

“가야 사람들은 이 곳을 부정한 곳이라고 하고, 불교 신자들은 이 곳을 성스러운 곳이라고 합니다.
이 곳은 부정한 곳입니까? 성스러운 곳입니까?

“이 곳이 성스러운 곳도 아니고 부정한 것이 아니라 그냥 땅이라면 그것처럼 사람들이
높은 카스트라고 생각하고 낮은 카스트라고 생각하지, 사람에게는 높은 카스트도 없고 낮은 카스트도 없어요.
이해하겠어요?

“여자 스텝 한 명 나오세요. 인도에서 남자는 높고 여자는 낮다고 합니다. 남자는 높고 여자는 낮을까요?”

“아니예요. 평등해요.”

“그런데 만약에 가야 사람들에게 둥게스와리는 성스러운 곳도 아니고 부정한 곳도 아니라고 하면
그렇게 알아들을까요?

“아니예요. 못 알아들어요.”

“남자와 여자가 평등하다는 말을 이야기하면 남자가 이해하기 쉬울까요, 여자가 이해하기 쉬울까요?”

“여자가 이해하기 쉽습니다.”

“그 말은 반대로, 남녀가 평등하다고 할 때 누가 더 못 알아들을까요?”

“남자요.”

“그러면 낮은 카스트와 높은 카스트에게 ‘사람은 누구나 평등합니다.’ 하고 이야기하면
높은 카스트 사람이 빨리 알아들을까요? 낮은 카스트 사람이 빨리 알아들을까?

“낮은 카스트요.”

“그러면 높은 계급과 낮은 계급에게, 사람에게 높고 낮음은 없다고 할 때 높은 사람이 이해를 못할까요?
낮은 계급이 이해를 못할까요?”

“높은 계급요.”

스님께서 인도인 스텝들이 이해를 못하면 다시 묻고 답하고, 다시 묻고 답하면서 이치를 이해시켜 주셨습니다.
인도인 스텝들도 맞든 틀리든 상관없이 생각나는대로 신나게 대답을 합니다. 분위기가 활기차졌습니다.

 

스님께서 부처님 교화사례 중 똥군 니이다이 이야기와 바보 주리반특 이야기를 해 주시면서,
비굴함과 교만함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내가 낮다, 낮은 계급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이를 열등의식이라고 하고 열등의식이 있으면
비굴해집니다. 내가 높은 계급이라고 생각하면 이를 우월의식이라고 하고 우월의식이 있으면 교만해집니다.
이 둘은 다 잘못된 것입니다. 높다는 생각도 버리고, 낮다는 생각도 버려야 합니다. 우월의식도 버리고,
열등의식도 버려야 합니다. 교만함도 버려야 하고, 비굴함도 버려야 합니다. 그러면 교만함을 버리고
어떻게 해야 하느냐? 겸손해야 합니다. 비굴함을 버리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당당해야 합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의 제자들아. 너희들은 교만해서는 안 된다. 겸손하라.

나의 제자들아. 너희들은 비굴해서는 안된다. 당당하라.’

잘났다, 못 났다는 생각을 둘 다 버리면, 높다, 낮다는 생각을 다 버리면 교만하지 않고 겸손해지고,
비굴해지지 않고 당당해집니다. 우리는 그렇게 나아가야 합니다. 내가 잘 났다는 생각도 버리고,
내가 못 났다는 생각도 버려야 합니다. 남자가 높다는 생각도 버려야 하고,
여자가 낮다는 생각도 버려야 합니다. 브라만이 높다는 생각도 버리고, 하리잔(천민)이 낮다는 생각도
버려야 합니다. 모든 사람은 다만 사람일 뿐입니다. 모든 땅은 다만 땅일 뿐입니다.
모든 존재는 다만 존재일 뿐입니다. 이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여러분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면
교만한 사람은 겸손해지고, 비굴한 사람은 당당해집니다. 무슨 말인지 알아 들었어요?”

“녜-”

이어서 개인의 성공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동 이익과 부합될 때 이를 진정한 성공이라 할 수 있다는
말씀을 인도의 영국 식민지 때를 예를 들며 말씀해 주셨는데, 이 내용은 좀 어려워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후 스님께서 오전 전체 정리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오늘 제가 여러분들에게 이야기한 것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어떻게 하면 내가 행복해지느냐하는 것입니다.
이 행복은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항상 자기가 자기 행복을 만들어야 합니다.
내 인생의 주인은 나지 그 누가 아닙니다.

두 번째는, 나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나와 같이 사는 사람에 대해서 책임을 다 하는 것입니다.
가족에 대한 책임, 마을, 사회, 나라, 지구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에 대한 책임도,
세상에 대한 책임도 같이 져야 합니다. 그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고, 그렇게 살아갈 때
진정한 인생의 성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브라더, 시스터들이 왜 여기까지 왔느냐? 그것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서, 자기 마을의 문제를 넘어서서,
한국 나라를 위한 문제를 넘어서서, 전 세계 사람에 대한 한 부분의 책임을 지겠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마음을 넓혀 가야 합니다.”

오전 법문을 마치고 점심을 먹었습니다. 1시간동안 점심시간을 가지고 바로 이어서 다시 수련을 시작했습니다.

오후에는 수자타아카데미 현안 문제에 대해서 토론을 했습니다. 작년에 정부학교에 학생들을 보내기로 하고
수자타아카데미는 초등학교, 중학교 1학년을 받지 않고 1년을 지냈더니 천민아이들이 차별받아
학교에 가지 않고 양민아이들도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이 많이 생기고 있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푸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 토론을 했습니다. 활발하게 토론을 했습니다. 전원 찬성을 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 의견을 몇 차례 계속 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스님께서 하나의 문제에 대해서 해결방법을 세 가지 정도 제안을 하면 그것을 가지고 주로 토론을 했는데,
스님 의견에 대해서 새로운 의견을 내는 스텝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4살 유아를 가르치는 반을 ‘너스리’반이라고 하는데, 너스리반을 운영하는 것에 대해서
대부분 찬성을 했는데 반대하는 사람도 몇 명 되었습니다. 그래서 소수의견을 낸 사람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다시 표결을 했습니다.

 

스님께서 마무리 정리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수자타 아카데미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해서 같이 의논해서 방안을 만들었습니다.
스님이 의견을 내어서 결정된 것이예요? (아니요. 우리가요.) 여러분들 의견을 모아서 결정된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자기 결정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합니다.

‘너스리’(4살 유아반)가 많이 늘어났고, 초등학교 1학년도, 중학교 1학년도 다시 받으면 학생 수가 늘어나요.
그러면 선생님 역할이 더 많아질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수업시간이 더 늘어납니다.
여러분들이 수업해야 하는 시간이 더 많아집니다. 책임지겠어요?(예-) 스님하고 약속했어요?(예-)

앞으로 ‘너스리’(4살 유아반)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유치원을, 초등학교를, 중학교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스님과 의논하듯이 교장, 교감선생님과 여러분들이 의논해서 좋은 계획을 세워보세요.
무조건 다수 의견이면 되는 것이 아니고, 소수 의견이라도 충분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내가 아무리 좋은 의견이라 하더라도 소수가 되면, 내 생각을 내려놓고 다수 의견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오늘 모은 의견이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닙니다. 90%는 그대로 하겠습니다. 내일 마을잔치 있는 것 알죠?
내일 마을 어른들이 오시는데 그 중에서 각 마을 대표 100명을 따로 모아 그 분들의 의견도 들어보겠습니다.
그 분들도 이렇게 생각하면 결정하겠습니다. 혹시 그 사람들 중에 우리보다 더 좋은 의견이 있을 수가 있으니
약간 변경될 수도 있습니다.”

 

스님께서 오늘 인도인 스텝들과 수련을 하면서, 사실은 대중공사를 진행한 느낌이었습니다.
상가에는 대중공사라는 것이 있습니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모두 모여 공동체의 문제를 다같이 충분히 토론해서
함께 결정을 하는 것입니다. 스님께서 결정을 하시는 것이 아니라, 실제 학교에서 실무를 맡고 있는 스텝들이
현재 무엇이 문제인지를 충분히 알 수 있도록 정보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고, 이것을 어떻게 풀어갈지
함께 결정을 했습니다. 그래서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도 스님 책임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일을 하는
스텝들이 책임질 수 있고, 책임질 수 있는 내용들이 결정이 된 것입니다.

토론 방식도 부처님 때부터 상가에 전통적으로 내려오고 있는 삼의제 방식대로 오늘 토론을
진행해 나가셨습니다. 다수가 찬성하더라도 소수의견을 3번까지 충분히 듣고,
그런 후 마지막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는 전원 동의를 하는 방식입니다.

일은 이렇게 진행되면 어디에서나 갈등이 적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스님이라고, 한국인 스텝이라고,
지위가 높다고, 나이가 많다고 쉽게 내 의견대로 진행해 버리기가 더 쉬운데, 의견 있는 사람은
충분히 이야기하면서 토론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스님의 진행방식을 보면서 또 한 번 큰 배움이 있었습니다.

수련을 마치면서 스님께서 달력과 새해 용돈을 한 명 한 명에게 선물로 주었습니다.
스님과 어제, 오늘 이틀을 온통 같이 지냈습니다. 스텝들의 얼굴이 환했습니다.
앞으로 1년간 살아갈 힘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인도 스텝 수련 후, 해질녘에는 전정각산에 올라가 수자타아카데미가 멀리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불교TV와 ‘수자타아카데미가 걸어온 길’에 대한 인터뷰와 영상 촬영을 하고, 어두룩해질 때 내려왔습니다.

 

밤에는 다시 한국인 스텝 전체 회의를 하고, 오늘 하루를 접었습니다.

내일은 인도공화국 수립 63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공화국 기념행사를 하고, 처음 사업할 때 함께 했던
옆 마을인 두르가푸르, 자가디스푸르 마을 사람들 전체를 초대해서 마을 잔치를 할 예정입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전체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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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목재

대중공사가 쉬운 일이 아닌데, 삼의제 방식이 있군요. 저도 잘 배우고 싶습니다. 가정에서도 실천해보고 싶네요. 불교TV에서 벌써 인터뷰를 하셨군요. 오는 하루도 잘 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_()_

2013-01-28 10:53:36

^^^^

마을잔치도 하신다니,이제 스님 인도에서 안나오시고 아예 거기에서 사실것 같으십니다 ㅋ마지막사진,확대하면 작품이겠는데요^^인도법당도, 마치 부처님께서 금방 살아돌아오실 듯 포근하게느껴지고 이쁩니다..불상도,서울 정토회사진서 뵈었던 부처님이미지랑 비슷하게 느껴지구..스텝분들 표정도 다 밝으시고 스님도 더 건강해뵈고..감동적이에요~<br />뒤늦게 법륜스님을 알게되었지만,강연장서,또 글로 스님법문 많이 듣고,미워하는 마음 원망하는 마음이 많이 내려졌습니다~모든것을 예전처럼 다정했던 때로 다시 돌릴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생겨나네요..모든것이 스님의 은혜입니다~정말 고맙습니다^^

2013-01-27 12:48:51

JM

수자타에서도 이런 식으로 일이 진행되는 걸 몰랐네요. 좋은 정보 공유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2013-01-27 12: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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