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정토행자의 하루
모든 것이 인연하여 일어난다
불교대학 졸업 소감문

2월 19일에 온라인 불교대학 졸업식이 있습니다. 불교대학을 졸업하는 학생 수가 1,377명입니다. 이 분들이 부처님 법을 만나 인생이 좀더 가볍고 행복해졌기를 바라봅니다. 오늘은 그 가운데 박연수 님의 졸업 소감문을 먼저 들어보겠습니다.

‘모든 것이 연하여 일어난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다.’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하기 전, 몇몇 아는 분들과 불교 기초교리를 공부하면서 수없이 들은 말입니다. 하지만 그때는 들을 귀가 없어서였는지 이 말이 단지 외워야 하는 문장으로만 다가왔습니다. 심지어 그 당시 이와 관련한 법륜스님의 영상을 보았음에도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불교대학 공부를 통해서는 현재 ‘나’를 이루고 있는 많은 것들뿐 아니라 제 삶의 모든 것들이 인연하여 이뤄진 것임을 절실하게 깨달았습니다. 내가 들은 것을 알고, 아는 것을 경험하고, 경험한 것을 몸으로 체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하게 느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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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등명, 법등명

그래서 ‘자귀의 자등명, 법귀의 법등명’ 이 둘은 항상 함께 가야 한다는 법륜스님의 말씀이 크게 와닿았던 이유기도 합니다. 자기가 어리석어서 잘 모를 때는 법을 등불로 삼아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우쳐야 하지만 그렇다고 법에만 의지해서도 안 됩니다.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대로 스스로 경험해보고 ‘내가 경험 해보니 그 말을 알겠더라, 좋더라’라는 체득이 있어야 흔들림 없이 자기 길을 갈 수 있다는 스님의 말씀을 되새기는 중입니다.

불교대학을 신청하던 당시 제 상황은 몸이 좋지 않았고, 사람들과의 잦은 만남에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던 때였습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몸도 마음도 다독이고 싶어 일을 그만두고 몇 개월은 전화도 받지 않고 집에만 있었습니다. 저는 그저 조용히 혼자 있으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결혼 후 한 달에 두 번 정도 친정에 갈 만큼 친정 식구와의 만남을 좋아했던 남편이 친정을 가지 않은 지, 횟수로 3년째가 되었습니다. 지난해 설날에도 친정에 안 간다는 남편의 말을 들으니 너무 화가 나서 말다툼했습니다. 제 생각에도 친정아버지가 남편에게 큰 실수를 했다고 생각해 남편을 이해해서 그동안 혼자 친정을 다녔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남편이 야속하게 느껴졌습니다. 언제나 내 편이고 많은 걸 이해해주던 남편인지라 사실은 이런 상황이 몹시 괴로웠지만 나만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며 제 감정을 억눌렀습니다.

지속 가능한 행복이란?

그런데 한 번 느끼게 된 남편에 대한 서운함은 제가 몇 달 동안 혼자 마음을 다독이면서 평온해졌다고 생각한 제 상황을 쉽게 무너뜨렸습니다. 그 무렵, 불교대학에서 공부하기 시작했고, 법륜 스님이 말씀하신 지속 가능한 행복이란 어떤 상황 속에서도 마음이 고요한 것임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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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모든 것이 인연하여 일어남으로 남편 또한 나로 인하여 여러 가지 상황에 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운한 마음이 미안한 마음으로 바뀌면서 변함없이 저를 바라봐주는 남편이 다시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설날에도 혼자 친정에 갔지만, 마음은 지난해와 달리 가벼웠고, 가는 길에 ‘혼자 가게 해서 미안해’라는 메시지를 4년 만에 처음으로 남편에게 받았습니다. 과보를 바라고 한 것은 아니지만 법문을 듣고 일상에서 수행 연습을 하며 남편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남편에게 매일 제 마음 상태를 톡으로 보낸 결과가 헛되지 않았음을 느꼈습니다.

도반들이 함께 했기에

처음에는 정말 어색하고 힘들었지만, 도반들의 마음도 들여다보게 되었고, 내가 놓치고 있던 부분도 알았습니다. 무엇보다 소감‧마음 나누기를 통해 제 마음의 상태를 알아차리고 저를 알아가는 계기였습니다. 함께하는 도반과의 소중한 인연으로 전혀 모르는 사람과도 함께 무언가를 나눌 수 있구나를 느꼈습니다. 도반들이 있기에 저를 한 번 더 되돌아보았고, 불교대학 공부를 무사히 마칠 수 있어 감사합니다. 이 소중한 불교대학의 인연이 마무리된다고 생각하니 서운하지만, 또 다른 인연과 만나 구심점이 될 것을 알기에 기쁜 마음입니다.

불교대학을 공부하는 저를 보며 지인이 한 말이 생각납니다. 수행 정진하기 힘든 상황 속에서도 빠지지 않고 공부에 임하는 모습, 그리고 그 내용을 다시 되뇌어 주변 사람들에게 전하며 학행일치를 하는 모습 등을 보며 저에 대한 신뢰가 더 굳건해졌다고 합니다. 지인의 말에 보다 책임감을 느끼며, 저는 많은 일에 기꺼이 마음을 내며 사계절 푸르른 소나무처럼 제 삶의 주인으로 당당히 살아가고자 합니다.


글_정토불교대학 졸업생 박연수 님
편집_정토행자의 하루 편집팀

전체댓글 16

0/200

문기선

도반님! 불대졸업을 축하합니다^^
도반님들과 함께 이길을 갈 수 있어 행복합니다~~

2023-02-20 10:19:50

안경희

불대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경전반에서 더 큰 깨달음 얻으시기 바랍니다

2023-02-13 08:06:50

평화

모범 불대생이네요. 공감 백배입니다. 같은 졸업생으로서 기쁘고 응원합니다

2023-02-12 21:2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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