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서대문지회
나에게서 나아가 나에게로 돌아오는 길

”젊은 시절, 겁없이 도전하고 많은 것을 이루었으나 마음은 충만하지 않았습니다. 애쓰고 살았지만 참담한 실패와 괴로움에 이른 것은 복을 짓지 않은 저의 전생 때문이라 하니, 결국 이 모든 고통이 다 제 잘못인 것 같았습니다."
이미 결정되어 버린 현재의 삶을 정녕 바꿀 수는 없는가?
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절실히 찾으러 다니다가 마주친 붓다의 가르침. 그 가르침에 따라 수행하고 실천하며, 이제는 이 세상의 주인으로, 본인 삶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윤영선 님의 이야기입니다.

행복과 불행은 어디서 오는가

“너는 전생에 지은 복이 적어서 지금 네 삶도 복이 없다.” 불교 신자인 어머니는 어려서부터 입버릇처럼 말했습니다. 교육열이 높은 어머니가 바라는 대로 사립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다녔고, 결혼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기대에 맞춰 살던 저는 학업 성적이 나쁠 때는 죽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20대와 30대에 여행도 많이 하고, 많이 놀기도 했습니다. 패션 사업도 번창하여 프랑스, 중국, 홍콩 등지에서 패션쇼와 전시회도 열었습니다. 그래서 20대에 이미 강남에 아파트를 살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제 삶은 즐겁지도 행복하지도 않았습니다. 충분히 많이 가지고 있는데 늘 부족한 느낌이 들었고, 이것이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마음 한편에 깔려 있었습니다.

서초법당 저녁팀장 소임 중
▲ 서초법당 저녁팀장 소임 중

결혼한 이후, 남편은 주로 해외 근무를 했습니다. 중학교 2학년이던 아들과 함께 해외에서 중견 기업을 맡아 운영하던 중, 회사 측과 문제가 발생하여 고소까지 당하면서 도망치듯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때부터 중학교 3학년이던 아들과 남편은 무기력과 우울증에 시달렸고, 급기야 남편은 아무런 경제활동도 하지 못하고 집안에만 칩거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제가 하던 사업마저 이미 한 번 파산을 겪어 빚이 많이 생겼습니다. 생계를 위해 혼자 열심히 일했지만 수입이 변변치 못했습니다. 아들마저 우울증이 심해져 한국 학교로도, 다니던 외국의 학교로도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어머니의 말처럼 이 모든 불행이 제 팔자 때문이고, 남편 때문이며, 어머니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죽어 버릴 수 있을까'하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수행자가 되고 싶구나

지금 이 괴로운 현실은 과거에 지은 복이 없는 과보이기 때문에 괴로움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답을 찾아보려고 논어, 맹자, 금강경1, 이 책, 저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그 당시 법륜스님의 ‘금강경 강의’을 읽고 있었는데, 내용 설명이 쉬워서 이해가 쉬웠고, 스님의 실제 경험 이야기들이 마음을 끌어당겼습니다.

저자인 법륜 스님을 만나야겠다는 강한 마음이 일어났습니다. 스님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수소문했더니 정토회의 불교대학을 마쳐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습니다. 결국, 8-1차 백일기도 입재식2에 참석하였고, ‘천 일을 기도하면 업식이 바뀐다.’는 스님의 말씀이 귀에 꽂혔습니다. 전생에 얼마나 복을 지었나 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기도하면 내 힘으로 나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말에 희망이 생겼습니다.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이 되고 싶은가?’ 하는 질문지를 받았을 때, 눈물이 흘렀습니다. ‘나는 수행자로 태어나고 싶습니다.’

기도, 나 자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

<깨달음의 장3>에서 “기도를 많이 하세요. 자신을 위해서 기도하십시오.”라는 말을 듣고 저 자신을 위해서 무슨 일이든 스스로 해 봐야겠다는 각오가 생겼습니다. 8-1차 백일기도에 입재하여 천 일을 목표로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천 일을 채우기 두 달 전, 무릎이 걸을 수조차 없을 정도로 아프고 물이 찼습니다. 따뜻한 팥으로 무릎을 찜질하면 무릎에 찬 물을 뺄 수 있을 거라는 법사님의 조언대로 했더니, 점차 무릎이 회복되어 마침내 천일기도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서초법당 저녁팀장 소임 중 도반들과 함께(맨 앞)
▲ 서초법당 저녁팀장 소임 중 도반들과 함께(맨 앞)

고통을 견디며 천일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를 마치고 나니, ‘아, 이 일은 천 일을 하고 말 것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기도를 하는 동안 인생이란 것이 팔자나 다른 무엇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저 자신을 위한 일은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살면서 맺힌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낼 수 있는 힘도 제 속에서 자랐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천일기도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매일 새벽마다 드리는 기도는 제 삶을 지탱하는 중심이 되었습니다.

빚진 자가 아니라 주인으로 살겠습니다

9차 천일기도부터 서초법당의 저녁팀장 소임을 맡아 활동하다가, 도반들의 추천을 받아 2020년 10차 천일기도부터는 통일특별위원회 서대문 모둠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가 되듯, 소임을 실천하면서 제 수행의 구슬을 꿰어가고 있습니다. 전법활동도 하고 시민활동을 지원합니다.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를 포함하여 환경, 역사, 구조적 불평등 문제, 통일, 복지 문제 해결과 개선을 위해서 지역별로 핵심 주제를 선정하여 시민들과 활동하면서 사회의 보다 나은 변화를 이룰 수 있는 실천 방법을 찾고 적용해가고 있습니다.

통일특별위원회 활동 중 행복시민들과 함께(맨 앞)
▲ 통일특별위원회 활동 중 행복시민들과 함께(맨 앞)

통일특별위원회 소임을 하면서 알게 된 것들이 있습니다. '내가 이 자리에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역사 속의 수많은 사람들 덕분이라는 것을. 일제 강점기의 독립운동가, 민주화 운동가...역사 속에서 유명, 무명으로 보다 나은 세상과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그들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음을. 그 빚을 갚아야겠구나, 이제는 내가 주인으로 무엇이든 도움이 되어서 은혜를 갚아야겠구나.' 쓰레기 하나도 함부로 만들거나 버리지 않는 작은 실천도 제가 주인이니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 되었습니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나아가 나에게로 돌아온다.’ 정토행자의 서원이 진정 내 마음에 다가왔습니다.

행복, 연습하고 실천하면 행복해진다

코로나 전염병이 온 세계의 삶의 방식을 바꾸어 놓던 시기에 2020년 정토회도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전법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 무렵, 저는 행복학교 스텝 교육, 네 개의 행복학교 진행, 통일의병44활동, 불교대학 진행, 대의원 활동...정말 많은 소임을 맡아 했습니다. 할 일이 많고, 압박감으로 초조하고 괴로울 때도 많았습니다. 그럴 때, 민주화를 위해 애쓴 사람들, 독립 운동가들의 삶과 노고를 생각했습니다. 지금껏 받은 은혜에 보답하며 세상에 도움이 되기로 마음먹은 사람으로서 이 정도의 어려움에 주저앉을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일이 어렵고 힘들수록 도반들과 서로 의지하며 돕는 순간들이 많았고, 그것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었습니다.

인도성지순례 중
▲ 인도성지순례 중

소임을 해 나가는 과정이나 제 사업 거래 때문에 만나야 하는 업자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분별심과 번뇌, 망상으로 휘둘리는 순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괴로움에 빠지더라도 빠르게 돌이키는 힘이 있습니다. 화내고 실망하고 분별하는 제 상태를 먼저 알아차리고, 번뇌에서 벗어나 평정심을 회복할 수 있는 행복실천과제를 스스로 정합니다. 그런 다음, 그 과제를 실천하면서 행복해지기를 연습합니다. 순간순간의 알아차림과 행복 연습, 그리고 아침마다 기도하며 소임과 생활 속에서의 모든 일을 수행으로 알고 해나가는 동안, 전생이나 운명이 이끄는 대로가 아니라 저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았습니다. 그리고 길가에 핀 한 송이 꽃처럼 저는 지금 이대로 충분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제 삶의 등불을 밝혀 들고

늘 귓전에 맴돌던 “너는 전생에 지은 복이 없으니 조심하고 살라.“ 는 어머니의 말씀이 떠올라도, 알아차리고 나면 제 마음은 요동치지 않습니다. 저 자신의 평화를 위해서 어머니에게 가졌던 원망심을 내려 놓을 수 있었고, 어머니를 이해하는 마음도 생겼습니다. 동생들과 올케는 저의 소중한 도반입니다. 첫째 동생은 불교대학에서 부처님 법을 공부하고 있으며, 둘째 동생은 싱가포르에서 정토회의 불교대학 운영 소임을 맡아 부처님 법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 역시, 여전히 부처님의 제자입니다. 제 아들도 마음의 안정을 찾았고, 우리 가정을 위해 가업을 돕고 있습니다. 저는 제 인생의 등불을 스스로 밝혀 들고 나아갑니다.


낮에는 생업을 하고, 퇴근 후에는 매일 저녁 다른 소임으로 윤영선 님의 일주일 일정이 빼곡합니다. 동생이 잠시 일을 맡아줘서 겨우 시간을 냈다면서, 인터뷰 내내 활기찬 목소리와 밝은 표정으로 시원시원하게 답해 줍니다.
윤영선님과 얘기하면서 뚜렷이 배운 점이 두 가지 있습니다. ‘이것은 일이고, 저것은 수행이다’ 하며 구분하지 않는 것과 삶의 주인이 저 자신이기에, 제가 사는 이 세상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행동하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럽다는 것입니다. 번뇌와 망상을 알아차리고 내려놓기를 연습하면서 주인으로 마땅히 할 일을 하면, 마음은 가볍고 세상은 더 밝아지게 되니 곧 제 삶이 행복해지는 것이겠군요. 스스로 등불을 밝혀 나아가는 도반에게 감사합니다.

글_이경희 희망리포터 (서울제주지부 서대문지회)
편집_김세영 (인천경기서부지부 일산지회)


  1. 금강경대승불교 경전의 하나 

  2. 입재식정토행자 천일결사를 백일 단위로 나누어 매 백일 마다 함께 모여 수행을 점검하고, 새롭게 백일기도를 시작하는 의식. 

  3. 깨달음의 장 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평생에 한 번만 참여할 수 있음. 

  4. 새로운 100년을 여는 통일의병은 화해·상생의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비영리민간단체.
    통일의병학교 과정을 수료하고 강령과 정관에 동의하면 가입 가능하며, 정기회비를 내고 각종 통일의병 활동에 참여할 수 있음.
    홈페이지: http://www.tongilkorea.kr 

전체댓글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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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안

스스로 삶을 개척해나가는 모습 정말 감동적이고 멋지십니다~!!
삶이 곧 수행임을 글을 통해 배울 수 있고 용기를 주셔셔 정말 감사합니다~

2023-04-15 07:24:10

푸름이

감동입니다
자기 인생의 주인은 자신임을
잘 보여주시네요
고맙습니다

2022-06-03 13:07:57

감로상

정말 감동이네요^^
감사합니다~~

2022-06-01 10: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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