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양평법당
매일 배우며 살아요

장미꽃이 만발하던 5월 24일 오후 경전반 수업을 마친 유화미 님을 만났습니다.
양평법당의 환경지킴이, 유화미 님의 이야기 들어볼까요?

유화미 님은 양평법당 환경담당자 소임과 봄불교대학 주간반 담당자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 그녀 덕분에 양평법당에는 지렁이 가족도 건강하게 잘 살고, 환경 용품도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양평법당 환경 수다 밴드를 통해 아나바다 운동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환경담당자 소임, 배운것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삶

희망리포터 : 환경문제에 원래 관심이 많으셨어요?

유화미 님 : 환경문제에 늘 관심은 있었어요. 하지만 뭘 해야 할지 잘 몰랐죠. 오히려 환경담당자 소임을 맡은 이후로 많은 변화가 생겼어요. 충동구매도 덜 하고, 음식도 조금 적게 하는 습관을 들이고 있어요. 전에 음식을 넉넉히 할 때는 음식물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어요. 이제는 먹을 만큼하고 빈그릇 운동에도 신경을 쓰니 쓰레기도 많이 줄었어요. 그래도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는 앞마당에서 흙과 낙엽 등을 활용해 퇴비화하고 있어요. 생각보다 냄새도 덜 나고 잘 썩더라고요.

정토회 환경담당자 소임은 그녀의 환경실천 동력이 되었다고 합니다. 정토회 활동가답게 모르면 배우고, 틀리면 다시 하고, 배운 것은 행동으로 옮기는 삶을 조용히 실천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미소는 수줍은 듯 당당합니다.

환경물품을 정리하고 있는 유화미 님
▲ 환경물품을 정리하고 있는 유화미 님

생각의 틀을 바꾸어 준 기적, 불법을 만나다

희망리포터 : 정토회에는 어떤 인연으로 오게 되었나요?

유화미 님 : 평소 건강하셨고, 평생 옆에 계실 것만 같았던 친정아버지가 위암 3기 판정을 받으셨어요. 양약은 물론 용하다는 한의원을 수소문해 아버지를 모시고 다녔고, 항암치료에 좋다고 하는 대체식품도 열심히 준비해 아버지께 가져다드렸죠. 그러나 아버지가 암에 걸렸다는 자체가 받아들여 지지 않았어요. 모든 것을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1년도 남지 않았다는 의사의 말도 믿기지 않았고, 기적을 바라며 어디든 매달리고 싶어서 성당에도 나가봤어요. 말씀은 귀에 잘 안 들어왔지만 그냥 5년만, 아니 3년 만이라도 살려달라고 기도했어요.

그 당시를 생각하며 얘기하는 그녀의 눈동자는 어느새 촉촉하게 젖어있습니다.
그러나 가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친정아버지는 날로 쇠약해지셨고, 삶에 대한 의지를 잃으셨다고 합니다. 그런 일을 겪으면서 친정 오빠, 올케에 대한 서운함이 쌓여가고 원망의 마음이 점점 커졌습니다. 그렇게 아버지는 발병 3개월 만에 돌아가셨고, 준비되지 않았던 아버지의 죽음은 인생을 살면서 가장 힘든 순간이었다고 합니다.

유화미 님 :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죽음과 병에 대한 두려움을 많이 느꼈어요. 내가 그동안 죽음에 대한 준비를 하나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죠. 죽음이나 병 같은 예기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을 때, 내가 과연 잘 견뎌낼 수 있을지, 평온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면 지금도 자신이 없어요. 사실은 그 답을 아직도 찾고 있는 것 같아요.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난 뒤 마음이 많이 허탈해진 그녀는 사람의 심리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의 마음에 대해 이해하고 싶어 심리치료 공부를 하러 다니기도 했는데요.

유화미 님 : 그즈음부터 유튜브에 있는 법륜스님 즉문즉설을 듣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카카오톡에서 행복학교 홍보를 보고 바로 등록을 했죠. 그 후 불교대학에 입학했어요. 그동안 이런저런 불편하고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씩 편해지더라고요. <깨달음의장>을 다녀온 뒤, 오빠와 올케에 대한 마음이 바뀌기 시작했어요. 내가 맏며느리여서인지 맏며느리에 대한 상이 너무 강했었다는 걸 알게 되었죠. 다 내가 만든 상일뿐이더라고요. 옳고 그른 것은 없지요. 미워하거나 원망할 이유도 없었고요. 그걸 깨닫는 순간 올케언니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겠더라고요.

불법을 만난 건 그녀 인생의 큰 축복이라고 합니다. 진정한 화해를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오빠의 가족과도 이제는 다시 편하게 지낸다고 합니다. 생각의 틀을 바꾸는 것, 바로 그것이 기적이 아닐까요?

경전반 입학식 날 환하게 웃고 있는 왼쪽에서 세 번째가 유화미 님
▲ 경전반 입학식 날 환하게 웃고 있는 왼쪽에서 세 번째가 유화미 님

정토회의 인연으로 가족이 행복해요

희망리포터 : 정토회를 오고 난 후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유화미 님 : 남편은 중학교 동창이에요. 서로를 너무 잘 알죠. 그래서인지 쓸데없는 기대나 집착은 서로 잘 안 해요. 그러니 남편과의 갈등은 거의 없는 편이죠. 대신에 아들에 대한 기대와 집착이 좀 있었어요. 아들이 좀 더 잘해주기를 바라면서 닦달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내가 바라는 대로 커 주기를 바랬죠. 그렇게 만들 수 있을 거라고도 생각을 했어요. 화도 내고 혼내는 날도 많았었는데,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참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일단 아들에 대한 집착이 많이 없어졌어요. 그러니 관계는 자연스레 좋아졌고요.

수학 강사였던 그녀는 결혼 초 미국에서 거주한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한국과는 다른 교육문화를 느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국에 다시 돌아온 뒤에는 주변의 권유와 고민 끝에 큰 아이를 영어유치원에 보냈는데요. 밤 10시가 되어야 유치원 숙제를 마치는 일상이 반복되던 어느 날 아이의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보였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 아이의 교육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고, 시골의 작은 학교로 보내고 싶어서 경기도 양평으로 이사를 왔다고 합니다.

유화미 님 : 그런데도 아들과 딸을 여러 번 전학을 시켜야 했어요. 더 나은 환경에서 교육을 하고 싶었었거든요.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들이나 학교가 문제가 아니라, 제 마음이 불안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깨닫게 된 것은 내가 중심을 잘 잡고 있으면, 아이들은 저절로 잘 큰다는 것이었어요.

초등학교 입학할 때 양평으로 온 아이들은 이제 커서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5학년이 되었습니다. 두 아이는 그녀와 함께 JTS 거리홍보 피켓도 함께 만들고, 직접 거리모금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쑥스러워 말도 잘 못 했지만, 이제는 전단지도 잘 나눠줄 뿐 아니라 다음 거리모금을 기다린다고 합니다.

유화미 님 : 특히 딸아이는 JTS 거리모금 가는 걸 참 좋아하는데요. 지구촌 아이들을 돕는다는 것이 정말 뿌듯하고 좋다고 하네요. 언젠가 남편과 아들이 인형 뽑기를 하려고 하니까 딸아이가 ‘천원이면 굶주린 지구촌 어린이 두 명을 먹일 수 있는데,’라고 하면서 말리더라고요.

그녀의 환한 웃음과 이야기 속에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JTS 거리모금을 하는 유화미 님(오른쪽에서 네 번째)과 두 아이(가운데)
▲ JTS 거리모금을 하는 유화미 님(오른쪽에서 네 번째)과 두 아이(가운데)

습관과 관성을 깨는 삶으로 가는 희망을 가지다

희망리포터 : 앞으로의 희망 혹은 과제는 무엇일까요?

유화미 님 : 지나고 생각해보니 정토회 활동을 하고 이런저런 나의 문제들이 많이 좋아졌어요. 내 마음 하나 돌이키면 나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고 편안해지는 경험을 했거든요. 경전반 수업도 정말 재미있어요. 경전반까지 잘 졸업하고 수행법회에 나가야지요. 그리고 수행도 꾸준히 해서 나의 업식을 바꾸고 싶어요.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어리석지 않고 지혜롭게 잘 지나갈 힘을 키우고 싶어요.

그녀는 홀로 남아 힘들어하시던 친정어머니에게는 수행법회를, 그리고 제부에게는 불교대학 입학의 인연을 맺어 주었습니다. 우리 양평법당에서는 이런 가족을 명문가라고 하는데, 그녀의 가족은 양평 제2의 명문가입니다.
그녀의 하루하루는 배움의 여정입니다. 습관과 관성을 깨는 것, 그것은 세상을 바꾸는 일입니다. 세상을 바꾼 경험을 한 그녀에게 큰 박수와 격려를 보냅니다. 튀지 않고,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자기 일을 해나가는 유화미 님의 모습에서 희망을 봅니다.

글_이현주 희망리포터(남양주정토회 양평법당)
편집_한영옥 (강원경기동부지부)

전체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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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le

하하 양평의 명문가 축하드립니다

2018-07-06 09:24:39

수연지

명문가를 만드신 힘 배웁니다
멋지세요~~~^♡^

2018-06-25 12:17:22

광명일

느끼고 깨우쳐 가네요.
보살님
고맙고 감사합니다.

2018-06-20 10:4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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