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여름 맞이 상근자 이불빨래

수련원 오른편에 있는 요사채는 상근자원활동가들이 생활하는 공간입니다. 문수, 보현방에는 여자 상근자가, 관음방에는 남자 상근자들이 삽니다. 상근자들은 무더운 여름이 오기 전에 이불을 빨기로 했습니다. 방별로 모여 빨래할 날짜를 의논했습니다, 문경 날씨를 알아보고 쾌청한 날로 정했습니다.

요사채 뒤 빨랫줄에 요 커버를 너는 문수방 상근자들
▲ 요사채 뒤 빨랫줄에 요 커버를 너는 문수방 상근자들

새벽 4시에 도량석이 울립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덮었던 이불과 펴고 누웠던 요 덮개를 벗깁니다. 미리 준비해 둔 바구니에 덮개를 담습니다. 새벽예불 후, 한 사람이 바구니를 들고 세면장으로 갑니다. 세탁기 네 대에 덮개들을 넣고 돌립니다. 화학성분이 들어간 섬유유연제 대신 수련원의 쌀뜨물로 만든 EM 발효액을 넣습니다.

 요와 이불 홑청 벗기기
▲ 요와 이불 홑청 벗기기

세탁이 끝난 덮개들이 세면장 바닥에 쌓입니다. 쭈글쭈글해지지 않게 조심조심 펼칩니다. 두 사람이 잡고 세 번씩 털면, 한 사람이 발로 다림질하듯이 밟아줍니다. 1~2분만 밟아도 천이 금방 평평해집니다. 평평해진 천을 요사채 뒤 빨랫줄에 넙니다.

 지객용 침낭의 먼지를 터는 보현방 상근자들
▲ 지객용 침낭의 먼지를 터는 보현방 상근자들

속통을 거풍할 차례입니다. 무거운 속통을 나르는 일은 힘이 필요합니다. 모든 방원이 모여서 한두 개씩 나릅니다. 한쪽 어깨에는 이불을, 한쪽 어깨에는 요 속통을 얹고 낑낑대며 걸어갑니다. 다른 방원이 빨랫줄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받아서 널어 줍니다. 몸이 많이 불편한 방원은 방석을 거풍합니다. 툇마루 위에, 계단 난간에 방석과 베개를 가지런히 놓습니다. 나머지는 햇볕에 맡깁니다.

 햇볕에 거풍한 속통을 걷고 잠시 쉬고 있는 상근자들
▲ 햇볕에 거풍한 속통을 걷고 잠시 쉬고 있는 상근자들

반나절쯤 지나면 세탁한 요와 이불 홑청이 바짝 마릅니다. 걷어서 속통을 끼우는 일만 남습니다. 요와 베개, 방석은 혼자서도 끼울 수 있습니다. 이불은 두 사람의 손이 잘 맞아야 합니다. 한 명이 속통을 말아 끼우는 동안, 한 명은 솜이 뭉치지 않게 양 귀퉁이를 부여잡습니다.

지퍼가 고장 난 요를 꿰매는 두 사람
▲ 지퍼가 고장 난 요를 꿰매는 두 사람

모두 지쳐갈 때쯤 시원한 매실차가 등장합니다. 특별한 날에만 마실 수 있는 귀한 차입니다.

달콤한 매실 효소 차를 나눠 마시며 담소를 나누던 중에, 대구에서 반가운 손님이 오셨습니다. 바라지 분과 함께 터진 이불을 꿰맵니다. 다년간 이불빨래를 해 오신 보살님께서 먼저 요 한 개를 마치십니다. 그리고는 바느질이 서툰 청년이 좀 더 쉽게 할 수 있게 도와주십니다.

이불빨래를 마친 보현방
▲ 이불빨래를 마친 보현방

이제 다 끝났습니다. 이불장을 걸레로 닦습니다. 깨끗하게 세탁된 이불과 요를 착착 쌓아 넣습니다. 반듯반듯 각이 잡힌 침구들을 보니 괜스레 기분이 좋아집니다. 수고했다, 고생했다 서로를 토닥입니다. 그리고 요사채 뒤 툇마루에 앉습니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얼굴들 사이로 저녁 해가 지는 것이 보입니다. 상근자와 태양 빛이 함께 여름맞이 이불빨래를 마칩니다.

편집/_도경화(대구경북지부)


2026 3월 정토불교대학

전체댓글 2

0/200

무량덕

함께 이불 빨래를 하는 것도 수행이겠다 싶어요. 정성어린 마음과 손길이 차곡차곡 쌓여 잘 쓰이길 기다리네요.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감사합니다

2016-06-09 13:04:42

혜향

잘 읽었습니다.
제 마음도 빨래를 한 듯 개운합니다.^^

2016-06-08 05:39:31

전체 댓글 보기

정토행자의 하루 ‘’의 다른 게시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