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문화의 용광로 멜팅팟(Melting Pot)이라 불리는 미국에서 뿌리를 갖고 살아가기
김준자 님의 동북아 역사 기행 인터뷰

지난 8월 4일에서 13일까지 제23차 동북아역사기행이 있었습니다. 고구려 발해 유적지를 걸으며 직접 보고 느끼고 온 샌프란시스코법당 김준자 님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언제부터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요?

저는 어머님이 기독교 신자셨기에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를 따라 교회에 다니면서 자랐어요. 크리스마스 때면 무대에 올라가서 어린이 연극도 하고, 성경 구절도 외우곤 했지요.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면서 철학에 관심이 생기고, 또 그에 관한 책을 많이 읽게 되면서 기독교의 부활, 원죄, 동정녀 탄생 등 기독교를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이 생기고 그러면서 자연히 불교와 동양철학에 많이 끌리게 되었지요.

제가 1971년에 처음 미국에 왔는데요. 미국에 와서도 종교에 대해, 불교와 기독교를 바로 알고 싶어 여기저기 혼자 많이 헤맸어요. 일본 젠센터도 가보고 티베트 불교도 가보고, 명상 센터도 가보고 한국 방문하면 이 절 저 절 찾아다니며 스님들께 질문도 하곤 했지요. 먼 타국 땅인 미국에서 혼자 불교를 공부한다는 게 힘들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정토회 법륜스님을 알게 되어 정토불교대학, 경전반을 마치면서 불교라는 게 무엇인지, 부처님의 가르침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법륜스님은 제게 불법을 제대로 배울 수 있게 해주신 스승님이시죠.

백두산 천지
▲ 백두산 천지

정토회와는 어떻게 인연이 되었나요?

2001년 즈음 정토회에서 봉사활동을 하시던 윤태임 님이 부군의 유학차 오하이오주에 있는 콜럼버스에 와 계시면서 불자이신 하일숙 님과 함께 법륜스님을 초대해 법회를 하게 되면서 저와 인연이 되었지요.

그 다음 해에 우여곡절 끝에 <깨달음의장>을 갔는데요. 남편이 한국에 교수로 부임하고 있던 2002년 여름에 남편 방문차 한국 가던 비행기에서 우연히 <월간 정토>를 읽다가, <깨달음의장>이란 것이 있고 마침 제 한국 방문 기간에 있기에 전화로 참가신청을 했지요. 버스를 타고 오후 3시까지 문경에 오라고 해서 버스를 갈아타고 문경으로 가는데, 시간이 늦어 수련에 참가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광주에서 출발해서 대구에서 시외버스를 갈아타고 상주쯤 가는데 3시가 지난 거예요. 4시에 문경에 내려서 전화를 했더니 너무 늦어서 참가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이미 늦었으니 오늘 하루 자고 갈 수 있냐고 물었더니 그것도 안 된대요. 결국은 다시 버스를 타고 집에 갔더니 자정이 넘더라고요. 온종일 버스만 탄 거죠.

다시 미국에 갔다가 그해 11월에 엘에이에서 <깨달음의장>이 열린다는 걸 알았어요. 미국 엘에이에서 법륜스님께서 직접 진행하시는 마지막 <깨달음의장>이라는 말을 듣고 서둘러 신청을 했습니다. 스님께서 제 얘기를 들으시더니 깨장에 정말 오고 싶었나 보다고, 나 같으면 안 왔겠다고 웃으시더라고요. 그렇게 <깨달음의장>을 마치고 바로 다음 해 3월에 제가 살던 콜럼버스에서 정토불교대학을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동영상이 없었고 카세트테이프를 갖고 수업을 했어요. 2년 후 3명이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법륜스님을 모시고 콜럼버스법당 개원식, 점안식, 불대 졸업식, 수계식을 한꺼번에 했습니다. 그때 콜럼버스법당 대표를 맡게 되었습니다.

압록강을 배경으로 김준자 님
▲ 압록강을 배경으로 김준자 님

오랫동안 정토회 활동을 하면서 얻은 것이 있다면?

스님의 가르침으로 마음을 많이 내려놓고 마음 편하게 살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이익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스님 말씀 중에 삶의 지침이 되는 게 많지만 제게 특히 크게 와 닿은 것은 ‘첫 번째 화살을 맞았지만, 두 번째 화살은 맞지 마라’하는 말씀이었어요. 힘든 일이 있을 때도 내려놓을 수 있고, 제 생활에 가장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남편이 지병으로 오래 아팠는데, 스님 말씀을 듣고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특히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있는 대로 받아들이면 내 마음이 편하다.’는 말씀에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스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동북아역사기행의 참가 동기는?

미국에서 오래 살면서 내가 어디서 왔는지를 아는 뿌리의 중요성을 많이 느꼈습니다. 다문화 다인종이 모여 살수록 자기 뿌리를 아는 것이 더욱 소중하게 생각되었어요. 평소 우리 민족과 역사에 대해 관심이 많기도 했습니다. 특히 3년 전쯤 딸들이 우리 집안 역사를 글로 써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한 후에는 내 가족, 민족, 나라에 대해 더욱 관심을 두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쿠바를 여행하면서 일본 강점기에 멕시코에 이민 갔다 쿠바에 정착한 한인들을 만나기도 했고, 최근에는 몽골리아, 바이칼 호수를 다니면서 우리 민족의 시원에 대해 느껴보기도 했습니다. 제게 역사 공부하는 인연이 계속 모이는 것 같습니다.

역사기행을 하면서 느낀 점

제 아버님 고향은 신의주, 어머님 고향은 평양인데, 1945년에 해방이 되자 북한에서 태어나 5개월 된 저를 안고 남하했다고 하셨습니다. 아버님은 압록강 강변에서 놀던 때를 말씀하시곤 하셨는데, 이번 역사기행을 하면서 압록강변을 따라 버스로 쭉 가는 여정 중에 강 건너 북한 땅에서 사람들이 빨래하고 물놀이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버님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아버지께서 신의주 이야기를 많이 하셨거든요.

다리 위의 국경선: 주황색 부분이 중국, 파란색 부분이 북한
▲ 다리 위의 국경선: 주황색 부분이 중국, 파란색 부분이 북한

어려운 일제시대를 지내면서, 만주, 연해주로 이주하신 분들, 목숨을 바치며 많은 분이 독립운동하시던 이야기, 강제로 이주되어 땅을 개척하며 힘들게 사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아팠습니다. 독립운동하신 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많이 생겼고요. 그분들 덕분에 현재 대한민국이 떳떳이 잘살게 되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또 이번 역사기행에서 조선인, 고려인, 탈북인들을 위해 그곳으로 이주해 그분들을 돕고 있는 분들을 만났는데 존경과 감사함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스님께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스님께서 단식을 막 끝내시고 오셔서 식사도 못 하시면서 20일간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강의해 주시며 일일이 자세히 설명해 주신 것에 너무 감사하고 감동 받았습니다. 또 옆에서 열심히 도와주신 진행 봉사자들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번 역사기행에서 스님께서 그러셨어요. “역사를 모르고 조선의 민족사를 모르는 것은 아버지 어머니를 모르는 것과 똑같다.” 그 말씀을 들으면서 너무 공감했어요. 제가 미국에 오래 살면서 느꼈던 것이 딱 그거였거든요. 딸들과 손녀들에게 민족사, 한국 얘기, 한국의 역사를 알려주고 뿌리를 심어줘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습니다. 딸들에게 줄 책의 첫 장은 이번 역사기행 얘기를 쓰려고 합니다.

역사기행에 대해 추천의 말씀을 해 주신다면요?

외국에 나와 있는 사람들은 더욱이 한 번 갔다 오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해 봤어요. 고국을 떠나와 있는 사람이 역사의식을 가지면서 민족의식을 갖고, 자손들이 민족의 뿌리를 알고 긍지를 갖고 자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미국은 이민 사회여서 문화의 용광로, 멜팅 팟(Melting Pot)이라고 불리곤 합니다. 처음에는 여기에 적응하고 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내가 고국을 떠나 여기 살고 있지만 자기 긍지를 갖고 뿌리를 유지하면서 자존감을 갖고 사는 게 바람직하다.’ 이렇게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역사기행을 통해 더 많은 분이 그 뿌리를 알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고구려 시기 유적지인 백암산성
▲ 고구려 시기 유적지인 백암산성

주어진 인연에 감사하며 행복하게 하루하루 살고 있다는 김준자 님의 역사 얘기를 듣다 보니 당장 내 앞에 주어진 일과 내 눈에 보이는 공간만을 생각하고 살아가는 제 일상의 시야가 너무 좁았구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 나를 놓으니, 좁은 나를 벗어나 뻥 뚫린 시원한 느낌이 듭니다. 역사기행의 의미를 설명해주시는 법륜스님의 말씀으로 마무리할까 합니다.

“미래 100년 후로 가서 지금을 돌아보듯이 과거 역사를 주욱 살펴보면 지금에 대해서 더욱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역사 공부는 과거의 사실을 아는 데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가 어떻게 바르게 대응할 것이냐 하는 것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과거의 역사적 경험을 다시 살펴보는 것입니다. 역사기행이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여기에 온 것은 우리 민족의 현재와 미래의 진로를 어떻게 잡아갈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한 그 답을 찾기 위해서 온 것입니다.”
(스님의 하루, 2015.8.2. 동북아 역사기행 1일째, 홀본산성 중)

글_김혜진 희망리포터 (북미서남부 SD법당)
편집_이진선 (해외지부)

[2017 법륜스님 해외강연 - 미국 샌프란시스코 일정]
10월 04일 (수) 7:00 PM

▶강연세부정보 : https://goo.gl/rM8vQ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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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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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자

격려의 좋은 댓글 올려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17-09-01 15:10:27

부동심

김준자 보살님~와, 정토회와 이렇게 깊은 인연이 있으셨군요. 역사기행 이야기도 잘 들었습니다. 저도 한번 꼭!!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감사합니다^^

2017-08-30 02:03:00

법승

한번도 직접 뵌 적은 없지만 많이 반가운 분. 얘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2017-08-29 15: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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