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5.10.10 한국 귀국, 행복한 대화(3) 부천
“연애를 하면 상처받는 일이 반복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중국 출장을 마치고 한국에 귀국하여 부천 시민들을 위해 행복한 대화 즉문즉설 강연을 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중국에서 북한 인도적 지원을 하기 위한 답사를 마친 후 오전 10시 15분에 선양 공항을 출발하여 현지 시각으로 오후 1시 15분에 인천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공항을 나와 곧바로 서울 정토회관으로 이동한 후 짐을 풀고 짐 정리를 했습니다. 지난 보름 동안 북미 동부 지역을 순회하다 보니 한국과는 낮과 밤이 바뀐 일정을 보냈습니다. 한국 시간으로는 낮인데 미국 시간으로는 아직 한밤 중이었습니다. 짐 정리를 마치고 오후 5시에 서울 정토회관을 출발하여 강연장으로 향했습니다.


오늘 강연이 열리는 곳은 부천시 원미구에 위치한 복사골문화센터 아트홀입니다. 차로 1시간 30분을 이동하여 저녁 6시 30분에 강연장에 도착했습니다.

행복학교를 졸업하고 지역 사회에서 다양한 실천 활동을 하고 있는 행복시민들이 곳곳에서 봉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행복시민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대기실로 이동했습니다.

강연 전에 대기실에서 복사골문화센터 한병환 이사님과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이사님은 대학생 시절부터 스님의 법문을 들었던 제자라고 하면서 스님과의 인연을 이야기했습니다.

“부천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조계사 학생회 회장 출신입니다. 그때 스님께서 학생들을 위해 지도법사를 해주셨어요. 스님 덕분에 불교 공부를 많이 했었습니다. 기존에 제가 알고 있던 불교와 전혀 다르게 해설을 해주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때 책으로 만든 것이 실천적 불교사상이었죠. 저는 원래 경주에서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제가 창작과 비평에 쓴 글을 보고 누가 대학생불교연합에 저를 소개해서 1982년에 해인사에서 ‘붓다의 시대적 조명’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습니다. 그 강연을 들은 대학생들의 호응이 아주 좋아서 대학생불교연합 지도법사로 초대를 받게 되면서 서울에 처음 올라오게 되었어요. 당시만 해도 민중불교를 한다고 해서 절에서도 여러 번 쫓겨났었습니다.” (웃음)

“그때 하신 법문이 지금 하시는 법문과 똑같습니다. 당시에도 부처님의 삶 자체가 사회참여였고, 혁명이었다는 법문을 해주셨어요.”

대화를 나누다 보니 강연을 시작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사님과 기념사진을 찍고 함께 강연장으로 이동했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강연장에 입장하고 있는 가운데, 사전공연이 무대 위에서 펼쳐졌습니다. 먼저 부천시민연합 소속 우쿨렐레 중창단이 신나는 연주와 노래를 들려주었습니다.

연주가 끝나자 스님이 직접 무대 위로 올라와 중창단과 기념사진을 함께 찍어 주었습니다.

이어서 가수 난아진 님이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 주었습니다. 난아진 님은 행복학교를 졸업하고 법륜스님의 법문을 꾸준히 들은 덕분에 더욱 즐거운 마음으로 활동을 해나가고 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노래가 끝나고 스님은 난아진 님과도 기념사진을 함께 찍어 주었습니다.

이어서 스님을 소개하는 영상을 함께 본 후 스님이 무대 위로 걸어 나왔습니다. 강연장을 가득 메운 480여 명의 부천 시민들은 큰 박수와 환호로 스님을 환영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인사말과 더불어 즉문즉설의 진행 방식을 소개하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올여름엔 매우 더웠죠? 그래도 세월을 이기는 장사 없다고 무더위는 가고 가을이 깊어져 가고 있습니다. 이런 좋은 가을날, 밖에 비가 오기는 하지만 연휴 끝물에 여러분을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해외를 다니면서 교포들을 위해서 즉문즉설을 했고, 외국인을 위해서는 통역을 해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북미 동부 지역 순회강연을 마치고 어제 아침에 한국에 도착했어요. 10월과 11월에는 국내에서 순회강연을 하게 되는데, 부천이 그 첫 번째입니다.

즉문즉설은 제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여러분들에게 ‘인생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라고 강의하는 게 아닙니다. 저는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정해진 길이 없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왜 더 괴로울까요?

누가 저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 하고 물으면 ‘너 좋을 대로 살아라’라고 대답합니다. 너 좋을 대로 살라는 게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토끼가 와서 ‘저는 어떻게 살면 됩니까?’라고 물으면 제가 어떻게 대답하겠어요? ‘너 좋을 대로 살아라’ 하고 대답하겠죠. 사슴이 와서 ‘어떻게 살까요?’라고 물어도 ‘너 좋을 대로 살아라’ 하고 대답할 겁니다. 이런 대화는 너무나 자연스러워 보이죠. 그런데 사람이 와서 물었을 때 ‘너 좋을 대로 살아라’ 하면 왜 이상하게 들릴까요? 왜냐하면 우리는 삶을 자연스럽게 살지 않고 인위적인 온갖 생각들을 하면서 살아가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면서도 산짐승과 날짐승보다도 더 괴롭게 살아갑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이 날아가는 새를 보고 부러워하잖아요. 그게 말이 되나요? 짐승이 사람을 보고 부러워해야지, 사람이 짐승을 보고 부러워한다는 건 사람의 삶이 자연 상태의 동물보다도 못하다는 얘기예요. 그러니 자연스럽게 사세요. 벌레도 살고 다람쥐도 살고 토끼도 사는데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왜 못 산다고 아우성을 치나요? 인생은 그냥 사는 거예요. 토끼와 다람쥐도 잘 사는데, 사람이 사는 데 무슨 힘이 들어요?

다만 문제가 있다면, 자기 좋을 대로 살면서 괴롭다고 아우성을 친다는 거예요. 결혼할 때는 다들 축하를 받지요. 그런데 그렇게 축하를 받아 놓고 왜 결혼 생활은 힘들다고 난리일까요? 가게 문을 열 때도 축하를 받습니다. 그런데 막상 운영을 시작하면 왜 그렇게 힘들다고 아우성칠까요? 취직할 때는 축하를 받으면서, 정작 회사에 다니기 시작하면 왜 힘들다고 말할까요? 이런 게 다 모순이라는 겁니다. 아이를 낳을 때는 축하받고, 키울 때는 힘들다고 합니다. 입학할 때는 축하받고, 공부할 때는 힘들다고 합니다. 정말 힘들면 안 해도 됩니다. 자기 좋을 대로 살았는데 왜 이런 모순이 발생할까요?

시험에 떨어져서 괴로운 게 아니라 시험에 붙어서 축하받았는데 학교 다니는 게 힘들다고 하잖아요. 결혼을 못 한 것도 아니고 결혼해서 축하까지 받아 놓고 결혼 생활이 힘들다고 합니다. 축하까지 받아 놓고 결혼 생활이 힘들다고 하고, 축하까지 받아 놓고 회사 다니기 힘들다고 합니다. 이것이 하나님이 벌을 주어서 생긴 일일까요? 하나님이 벌을 주는 거면 처음부터 회사에 합격을 안 해야 하고, 가게 문을 못 열어야 하고, 결혼을 못 해야지요. 스님은 결혼 축하를 아예 안 받으니까 결혼 생활이 힘들다는 얘기도 안 하잖아요. 그러니 여러분들도 축하받을 일을 안 하면 괴로울 일이 없어질지도 몰라요. (웃음)

누가 나를 괴롭히는 게 아니고 내 삶에 이런 모순이 있는 거예요. 뭐가 안돼서 괴로운 게 아니라 잘 되어서 괴로운 것입니다. 지금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잘돼서 문제가 생겼어요? 안 돼서 문제가 생겼어요? 대통령 선거에 떨어져서 문제가 된 게 아니고 당선이 돼서 문제가 된 거잖아요.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을 보면, 대부분 본인이 감옥에 가거나, 아들이 감옥에 갔어요. 그래서 저는 선거를 할 때마다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는 누가 감옥에 가는지를 투표로 뽑는 것 같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잘나가고 있지만 조금 있으면 전부 그 길로 갑니다. 이게 다 잘 되어서 생긴 일입니다. 대통령 선거에서 졌다고 괴로워하지만, 그 사람이 후보가 된 건 잘된 걸까요, 못된 걸까요? 잘돼서 후보가 된 겁니다. 못되었으면 후보조차 될 수 없었겠죠. 후보가 된 것도 잘된 일이고, 떨어진 것도 잘된 겁니다. 다른 사람은 후보조차 못 되는데, 떨어진 게 무슨 대수예요?

즉문즉설의 주제는 여러분이 정합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항상 남 탓을 하고 있어요. 자기가 결혼하고, 자기가 애 낳고, 자기가 취직해놓고는 남 탓을 하고 그래요.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뭐가 문제인지 자기 자신을 좀 돌아보라는 것입니다. 저는 인생을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얘기할 게 없어요. 저는 묻지 않으면 얘기를 안 합니다. 인생이 무슨 할 얘기가 있겠어요? 자기가 살아보고 모순을 느끼고 물으니까 그 묻는 내용에 대해 제가 대답하는 것뿐입니다.

그래서 즉문즉설의 주제는 여러분들이 선정하는 거예요. 인생사를 얘기하면 인생 교실이 되는 것이고, 과학 얘기를 하면 과학 교실이 되고, 종교를 물으면 종교 교실이 되고, 사회나 정치를 물으면 사회·정치 교실이 되는 거예요. 이 강연은 강사가 만드는 게 아니고 청중 여러분이 만드는 겁니다. 저는 질문한 사람이 힘들어하는 부분만 봐요. 그게 윤리적으로 옳으냐, 정치적으로 어떠냐, 이런 건 보지 않습니다. 대화의 목표는 고뇌로부터 자유롭고 괴로움 없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열반을 증득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어떤 얘기를 해도 괜찮아요. 질문자가 고뇌하는 내용은 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소재일 뿐입니다. 그러니 ‘그 사람이 이혼했더라’, ‘그 사람이 바람을 피웠더라’ 이런 얘기로 쑥떡 대선 안 됩니다. 자, 그럼 대화를 시작해 봅시다.”

이어서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다섯 명부터 스님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강연을 마칠 무렵에는 현장에서도 세 명이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회피형 성향의 사람만 만나 반복되는 연애 패턴에서 벗어나 건강한 연애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연애를 하면 상처받는 일이 반복됩니다

“저는 연애 문제로 고민이 있습니다. 머리로는 이 관계를 끝내야겠다는 것을 알지만, 막상 헤어지고 나면 정신적으로 무너지고 일상생활이 잘 안 됩니다. 20대 때 9년 동안 연애했던 사람과 헤어진 이후로, 제 연애 방식이 그때에 머물러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들을 돌아보면 이상하게도 늘 회피형의 사람들만 만나게 됩니다. 저는 사랑을 하면 진심으로 하려고 하는데, 그럴수록 제 마음이 불안해지고 상처받는 일이 반복됩니다. 머리로는 이런 사람과는 만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이 자꾸 머리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하면 건강한 연애를 할 수 있고, 이런 반복적인 패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사람을 잘 걸러볼 수 있는 눈은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요?”

“첫째, 연애를 안 하면 됩니다.”

“제가 나이가 많습니다.”

“연애를 안 하면 이런 문제가 전혀 안 생깁니다.”

“그러면 시집을 못 가잖아요.”

“지금 질문자가 말한 이 수준에서 결혼하면 결혼 생활이 잘 될까요, 안 될까요? 결혼해서 사람들에게 축하받고 결혼 생활이 힘든 것이 나을까요, 아니면 축하를 안 받고 안 힘든 것이 나을까요?”

“축하 안 받고 안 힘든 것이 낫습니다.”

“그러니까요. 질문자의 현재 수준에서는 연애도, 결혼도 안 하는 게 좋습니다. 연애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연애를 해보니 너무 어렵다고 하니까 당분간은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질문자는 혼자 가만히 있는 것이 좋은가요? 남자든 여자든 만나서 이야기하는 게 좋은가요?”

“만나서 연애하는 게 좋습니다.”

“보통은 그렇지요. 그래서 연애를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지금 질문자는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오히려 안 좋잖아요?”

“좋은데요. 자꾸 힘들어요”

“좋은데 힘들다는 말은 결혼해서 축하받았는데 결혼 생활이 어렵고 힘들다고 말하는 것과 똑같아요. 그렇다면 애초에 결혼을 안 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겁니다.”

“그럼 연애라도 할 수 있을까요?”

“연애도 하면 안 되죠. 연애가 어렵다면서요. 연애까지는 좋은데 결혼 생활이 힘들다고 한다면 연애까지만 하고 결혼은 안 하면 되는데, 질문자는 연애도 힘들다고 하니까 연애도 안 하면 됩니다. 어떤 사람이 저에게 ‘스님, 술을 마시는데 너무 힘들어요’라고 하면 제가 뭐라고 할까요? ‘그럼, 술을 마시지 마세요!’라고 하겠죠. ‘담배 피우는 것이 너무너무 힘들어요’라고 하면 ‘그래요? 그럼 피우지 마세요’라고 대답하겠죠. ‘담배 피우는 것이 너무너무 좋아요’라고 말해도 ‘그건 건강에 나쁘니까 피우지 마세요’ 이렇게 말해야 하는데, 담배 피우는 것이 힘들다고 하니까 당연히 피우지 말라고 하겠죠. 연애도 마찬가지예요. 질문자가 어떤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스님 몰래 만나야 진짜 연애인데, 연애하는 게 힘들다면 연애를 안 하면 됩니다.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스님은 스님 생활이 좋아서 할까요? 힘든데도 할까요?”

“좋아서 하시겠죠.”

“그렇죠. 그런데 만약 제가 ‘스님 생활이 너무너무 힘들어요’라고 하소연을 하면 여러분들은 그만두라고 할 겁니다. 사람들은 타인의 문제에 대해서는 답을 다 알면서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만 답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연애도 힘들면 안 하면 된다는 겁니다.

서로 좋아해서 하는 것이 연애인데, 왜 힘들까를 한번 생각해 보세요. 술을 좋아하는데도 마시고 나면 힘들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술을 너무 많이 마셨다는 뜻이겠죠. 그럴 때는 줄이거나 끊으면 되겠죠. 즉, 담배를 피우는 게 좋지만, 피우고 나서 너무 힘들다면 너무 많이 피웠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적게 피우거나 아예 안 피우면 됩니다. 그것처럼 연애를 하면 처음에는 좋다가 나중에는 힘들어진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연애도 하지 말아야 하나요?”

“자신의 상태를 다시 한번 점검해 보세요. 연애할 때 처음에는 좋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힘들어진다는 것은 질문자가 연애 상대에게 기대하는 게 크다는 것입니다. 즉, 요구가 많다는 거죠. 주는 건 별로 없으면서 상대에게 받으려고만 한다면 상대는 도망갑니다. 쉽게 말해서, 자꾸 달라붙으면 귀찮겠죠. 이런 상황에서 상대가 도망을 가니까, 질문자가 보기에는 회피형이라고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왜 저는 만나는 사람마다 회피형일까요?’라고 묻는 것은 질문자가 껌딱지처럼 상대에게 들러붙는다는 말입니다. 자기 꼬라지를 좀 알아야 해요. 껌이 붙어서 떼면 여기에 붙고, 또 떼면 저기 붙듯이 엿가락처럼 끈적끈적하게 굴면 상대도 힘들어서 떠나는 것입니다.

사람은 쌀과자처럼 바삭바삭해야 해요. 너무 습하지 말고 적당히 건조해야 합니다. 질문자가 지금 영국 날씨처럼 눅눅하게 굴고 있으니까 상대가 떠나는 것입니다. 상대에게 너무 달라붙거나 요구를 많이 하면 안 됩니다. 적당하게 떨어져서 거리를 두세요. 상대가 보자고 하면 바쁘다고 하면서 가끔만 만나주어야 상대가 애가 타서 또 연락하는 것입니다.”

“마지막 연애는 오히려 상대가 저에게 집착해서, 제가 연락을 잘 안 하다가 마무리하자고 이야기하려 했는데요.”

“좋은데 왜 마무리를 하나요?”

“상대가 화가 나서 마무리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화가 났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질문자의 행동에 대해 어느 순간 화가 났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런 행동을 안 하면 되죠. 상대가 싫다고 나를 떠나가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좋은 일입니다. 상대가 싫다고 떠나간다면, 이 경우 껌딱지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달라붙지 않기에 공간이 생기고 그 공간에 다른 사람이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그럼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습니다. 얼마나 좋은 일인가요? 반대로 누군가가 딱 달라붙어 있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괜찮습니다. 그런데 그걸 떼어내려고 한다면 그건 질문자의 욕심이 많다는 것입니다. 너무 좋은 것만 찾는다는 뜻이지요.

요즘은 빈부격차가 급격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 아시죠? 옛날에는 한 동네에서 태어나면 평생 그 동네에만 살아서 그 동네 사람 중에 ‘저 남자가 괜찮다’, ‘저 여자가 괜찮다’ 이렇게 짝을 골랐어요. 그런데 지금은 도시에 가서 살기도 쉽고, 유튜브나 인터넷으로 전 세계의 사람들을 매일 봅니다. 또 영화배우나 가수도 매일 접하니까 사람들의 눈이 훨씬 높아졌어요. 생물학자들이 말하길, 암컷은 새끼의 건강을 위해서 가장 강한 수컷과 사랑을 나누려 한다고 합니다. 암컷이 10마리, 수컷이 5마리 있다면 그중 한 마리만 교미에 성공하고 나머지 수컷들은 경쟁에서 밀려난다는 거예요. 이것이 자연의 본성입니다. 이런 본성과 연관된 것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세상이 넓어지면서 모든 여성이 자기 또래의 평범한 남성을 쳐다보는 것이 아니고, 남성 중 상위 10퍼센트만 쳐다본다고 합니다. 연애든 결혼이든 말이지요. 그래서 상위 10퍼센트 남성들은 만날 수 있는 여성이 넘치지만, 나머지 90퍼센트 남성들은 여성과 데이트도 한 번 못 해본다고 해요. 여성들이 아예 응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남자와 연애나 결혼을 하려면, 그 남자 주위에는 이미 여성이 최소한 10명은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니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당연하겠죠.

그러면 남성의 입장은 어떨까요? 보통의 남성은 여성과 연애할 기회를 잡기가 어렵습니다. 아예 접점도 안 생깁니다. 여성 모두가 상위 10퍼센트만 쳐다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지금 우리 사회의 현상입니다. 결국 여성은 마음에 드는 남자가 없기에 혼자 살고, 남성은 결혼하고 싶어도 자기를 바라봐주는 여성이 없어서 결혼을 못 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무슨 윤리나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현상입니다.

그래서 질문자가 좋아할 만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해요. 그렇기에 처음에는 질문자를 좋아하다가도, 다른 사람이 나타나면 떠나는 경우가 생기는 겁니다. 그것은 그 남성이 질문자를 배신해서가 아니에요. 그래서 연애를 하려면 질문자가 적절하게 밀당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제가 밀당을 잘 못합니다.”

“밀당을 못한다는 것은 질문자가 집착한다는 것입니다. 딱 내 성질대로만 행동하거나, 안되면 바로 외면하는 거죠. 집착하지 말고 적절한 거리를 두면서, 상대가 멀어지면 먼저 전화도 해주고, 상대가 너무 달라붙으면 조금씩 피하기도 하면서 너무 끈적거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평생 끈적끈적한 관계는 없는 걸까요?”

“끈적끈적한 것도 좋죠. 그건 정이 많다는 것이니까요. 옛날에는 정이 많은 사람을 좋게 봤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끈적끈적한 것을 부담스러워합니다. 예를 들어 밥을 먹을 때, 옛날에는 할머니가 김치를 찢어서 올려주며 ‘이거 먹어라, 저거 먹어라’ 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요즘은 할머니가 밥을 떠서 김치 얹어서 먹으라고 주면 도망갑니다. 옛날에는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라고 해서, 좋아하는 여성을 따라다니고 그 집 앞에 가서 꽃을 들고 서 있거나 절을 하면 ‘간절한 사랑’이라고 했는데 요즘엔 이렇게 하면 스토킹이 되잖아요. 시대가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질문자는 지금 젊은 사람인데 늙은 스님보다도 시대의 변화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연애를 못 하는 겁니다. 연애를 잘하는 비법 같은 것은 없습니다. ‘연애를 잘하고 좋은 남자를 만나는 법이 없을까요?’ 이런 질문 자체가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없이 자신의 주장만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연애를 잘하려면 상대의 상황이나 입장을 살피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상대가 싫다고 했을 때 나도 싫으면 그만두면 되고, 내가 좋더라도 막 매달리면 안 돼요. 상대를 존중하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반대로 상대는 좋다고 하지만 내가 싫은 경우에도 욕하거나 무시하면 안 됩니다. 나를 좋아해 주는 것만도 감사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나 같은 여자를 누가 좋아하겠어요. 상대가 나를 좋아해 준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기에 ‘노 떙큐!’라고 인사를 해야 합니다. ‘싫어!’ 이런 식으로 말하면 안 돼요. ‘나를 좋아해 줘서 고맙습니다. 그런데 저는 싫습니다’ 이렇게 예의 있게 말해야 합니다. 그렇게 한번 해보세요.”

“네. 감사합니다.”

“참 신기하죠. 저렇게 괴롭다고 하면서도 또 연애를 하고 싶어 하네요.” (웃음)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 처음 아빠가 되는 예비부부로서, 어떻게 하면 아기에게 좋은 아빠가 되고 아내에게 든든한 남편이 될 수 있을까요?
  • 외국인 아내가 차별을 받을 때 분노나 미움이 들지 않고, 어떻게 하면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 어린 시절 이혼가정에서 생긴 우울감과 어머니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어떻게 다스리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 학창 시절 왕따 경험에서 비롯된 강박과 나쁜 기억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사람들이 저를 욕하고 모함을 할 때 어떻게 해야 하나요? 행복하려면 사람들에게 받고 싶은 사랑을 포기하고 살아야 하나요?
  • 형이 구치소에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빠르고 쉽게 돈을 벌고 싶어서 불법적인 일에 손을 대었습니다. 동생으로서 무엇을 도와줄 수 있을까요?
  • 아들이 자기 딸을 때려서 상해를 입힌 죄로 구치소에 구금되어 있습니다. 너무 놀라서 저도 병이 나버렸습니다. 어떡해야 할까요?

시차 적응 때문에 목소리가 조금 잠긴 상태였지만 스님은 참석한 시민들을 위해 활력 있게 대화를 이어나갔습니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약속한 두 시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곧바로 책 사인회를 시작했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서 사인을 받고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시민들이 강연장을 모두 빠져나가고 스님은 강연을 준비한 행복시민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부천 행복시민, 파이팅!”

스님은 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곧바로 차를 타고 두북 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저는 두북수련원까지 가야 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모두 수고하셨어요.”

밤 10시에 부천시를 출발하여 3시간 40분을 이동한 후 새벽 1시 40분에 두북 수련원에 도착한 후 하루 일과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정토담마스쿨 학생들과 온라인으로 즉문즉설 시간을 가진 후 오후에는 텃밭에서 울력을 할 예정입니다.


2025 청년페스타

전체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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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훈

고맙습니다 ^^

2025-10-13 08:03:10

도종

스님 감사합니다 ㅎㅎ

2025-10-13 07:38:41

정태식

”아이를 낳을 때는 축하받고, 키울 때는 힘들다고 합니다. 입학할 때는 축하받고, 공부할 때는 힘들다고 합니다.
정말 힘들면 안 해도 됩니다.
자기 좋을 대로 살았는데 왜 이런 모순이 발생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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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이 자라기 때문 아닐까요?

2025-10-13 07:2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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