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5.10.8~9 한국 도착, 중국 출장
“사람을 믿고 싶지만 자꾸 의심하게 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북미 동부 순회강연과 워싱턴 D.C. 방문 일정을 모두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7일 밤 11시,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서 출발하여 비행기 안에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장장 13시간의 비행 끝에, 현지 시각 기준으로 이틀 뒤인 9일 새벽 4시에 인천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짐을 찾아 공항 밖으로 나오니 비서실장이 마중을 나와 스님을 반갑게 환영해 주었습니다.

업무 보고를 받고 잠시 대화를 나눈 후 곧바로 중국 출장을 가기 위해 다시 출국 수속을 밟고 탑승구로 향했습니다.

오전 8시 5분에 인천 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1시간 50분을 비행하여 현지 시각으로 8시 55분에 중국 심양 공항에 착륙했습니다.

공항을 나와 곧바로 미국인 부부가 운영하는 단동의 농장으로 향했습니다. 농장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견학을 한 후 북한 인도적 지원 방법에 대해 여러 가지 논의를 하고 북한 주민들의 생활 현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환율 하락의 원인, 올해 농사 작황, 중국에 파견된 노동자들의 현황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후 다시 심양으로 돌아와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중국 심양 공항을 출발하여 한국 인천공항으로 귀국한 후 부천에서 행복한 대화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4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즉문즉설 강연에서 스님과 질문자가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사람을 믿고 싶지만 자꾸 의심하게 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말이 많고 수다스러운 편이에요.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주변에 저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아서 잘 지내왔습니다. 유학을 오고 사회도 바뀌면서 예전에 순진한 마음으로 제 생각을 얘기한 것을 가지고 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서 저를 몰아붙이거나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속도 상하고 ‘왜 나는 이런 것들을 생각도 못 하고 있었지?’ 하며 좌절하기도 했는데, 스님의 강연을 듣고 수다스러움의 과보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말을 아끼고 조심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인간관계에 너무 방어적이라는 느낌이 들고 처음부터 사람을 의심하는 것 같아요. 여러 사람을 만나다 보면 저와 관계를 잘 만들어 갈 수 있는 사람도 있을 텐데 자꾸 움츠러드는 저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 또한 과보를 받아야죠.”

“그것도 과보를 받아야 하나요?”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인간관계의 폭이 좁은 과보를 받아야 하고, 인간관계의 폭을 넓히려면 손실이 가끔 따르는 과보를 받아야 해요. 어렸을 때 내가 수다스러워도 큰 문제가 없었던 이유는 초등학교 친구가 나를 이용해서 이익을 취하려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중학교 친구, 고등학교 친구까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때는 무엇이든 솔직하게 말해도 손해가 별로 없어요. 그러나 사회에 나오면 사람들이 직장도 다녀야 하고, 돈도 벌어야 하고, 가족도 부양해야 하니 어릴 때보다는 이해관계에 밝아집니다. 만약 우리가 어릴 때 생각만 하면 부모 재산 상속을 두고 형제간에 싸울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결혼해서 자식을 두고 살게 되면 부모 재산에 대해 눈을 두리번두리번하게 됩니다. 형제간에 우애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닙니다. 살다 보니 이익이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이처럼 질문자가 만난 사람들도 자기 나름대로 정보를 수집해서 보험을 들라고 하든지, 돈을 빌려 달라고 하든지, 보증을 서 달라고 하는 거예요.

우리도 다 상대편의 성격을 파악해서 ‘저 사람은 술을 좋아하니 술을 대접하면서 부탁하면 되겠다.’, ‘저 사람은 명예를 좋아하니 칭찬을 해주면 되겠다.’ 이렇게 접근하잖아요. 이번에 이재명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 회담을 할 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해서 칭찬을 해주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조금 비굴할 정도로 추켜세우는 모습이었어요. 트럼프 대통령은 ‘코리아’라고 하면 김정은밖에 생각이 안 나서 이재명이 누구인지 잘 몰랐을 겁니다. 한국의 무역 대표들이 협상을 위해 백악관을 찾아가자 트럼프 대통령이 한 첫 번째 인사가 ‘김정은은 잘 있나요?’라는 말이었다고 해요. 이재명 대통령이 그걸 이용해서 ‘북한하고 미국이 대화하면 제가 옆에서 돕겠습니다. 당신은 평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십시오.’ 하고 띄워 주자 칭찬을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이 들떠서 무역 협상에 대한 얘기는 제대로 못 한 거예요.

옛날에도 임금이 칭찬을 좋아하면 신하들이 아부를 했습니다. 이 역시 상대의 심리를 파악해서 대응한 것입니다. 이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일반적인 일이지 나쁜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세상을 어떻게 대하고 있을까요? 사람들에게 겁을 주면 두려워하고 양보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겁을 주고 있는 겁니다. 예측 불허의 행동을 해야 상대가 정신을 못 차린다고 생각하고 예측 불허의 행동을 하는 겁니다. 상대편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허의 행동을 예측해서 대응하고 있죠. 이렇게 서로 공방을 벌이는 거예요.

나이가 들면 주위 사람들 중에 일부는 심리 상태, 인간관계, 재정 상태를 파악해서 이득을 취하려고 접근하는 사람들이 생깁니다. 때로는 그 사람의 곤궁한 점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사람이 곤궁할 때 불안한 심리가 일어난다는 점을 파악해서 접근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을 많이 사귀다 보면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 거예요. 손해가 있다고 생각되면 개인 정보 유출을 좀 줄여야 합니다. 수다를 많이 떤다는 것은 개인 정보를 많이 내어 주고 있다는 거예요. 그런데 개인 정보 유출을 적게 한다는 게 지나쳐서 사람들을 너무 조심하면 또 인간관계가 좁아져요. 수다를 너무 떨면 손실이 생기고, 손실을 막으려고 입을 다물면 인간관계가 좁아지는 겁니다.

돈과 인간관계가 모두 중요하다면, 우선 옛날만큼은 아니더라도 약간 수다를 떨고 인간관계를 넓혀야 합니다. 그러다 손실이 생기면 적당히 수다를 줄이면서 손실을 감당하는 쪽으로 조절하면 됩니다. 그래서 큰 문제는 없습니다. 어떤 것이든 다 선택이고,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면 되는 것입니다. 질문자가 위축될 필요는 없어요. 그냥 생긴 대로 살면 됩니다. 수다를 떨고 손실을 감수하거나, 손실이 너무 크거든 수다를 줄이면 돼요. 아예 수다를 줄이려고 입을 다무니까 문제가 되는 겁니다. 수다를 떨더라도 개인적인 정보를 주는 수다는 조금 줄이면 됩니다.”

“저는 친해지면 마음을 너무 터놓고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마음을 터놓고 얘기를 하는 사람은 정보 기관 같은 데서 일하면 안 됩니다. 툭 건드리기만 해도 다 얘기를 해버리면 큰일 나잖아요.”

“네, 맞습니다.”

“제가 미국에 와서 백악관도 가고 국무성도 가서 한반도 평화에 대해 얘기하지만 그 내용을 전부 공개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이야기한 내용의 일부만 공개를 합니다. 왜냐하면 상대의 신분을 지켜 주기 위해서예요. 그래야 그 사람이 다음에 저하고 다시 만났을 때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게 되죠. 제가 그 사람이 한 말을 흘려 내보내면, 그는 저를 만날 때마다 조심할 겁니다. 누구를 만나든 사안에 따라서는 정보 유출에 대해 유의를 해야 해요. 그러다가 오랜 기간 신뢰가 쌓이면 무슨 얘기를 해도 절대로 본인한테 손해는 안 끼친다는 확신이 쌓이게 됩니다. 그때부터는 온갖 얘기를 다 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스님이 정부 관리도 아닌데 온갖 얘기를 다 아는 이유는 온갖 사람들한테 온갖 얘기를 다 듣기 때문입니다. 스님이 결혼을 안 하고도 온갖 인생사를 다 아는 이유는 여러분이 저에게 온갖 이야기를 다 하기 때문입니다. 애 키우는 얘기, 부부 갈등, 바람피우는 얘기 등 온갖 얘기들을 저한테 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세상이 이렇구나.’ 하면서 알게 되는 것이 자꾸 쌓이다 보니 남들보다 더 많이 알게 되는 겁니다. 실제로 여론 조사를 하는 것보다 지방을 다니며 대화를 하다 보면 민심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됩니다. 요즘 사람들이 무엇을 가지고 고민하는지를 파악하게 되는 거예요. 그것을 가지고 특별히 ‘옳다’, ‘그르다’ 이렇게 판단하지 않고 다만 이해관계가 다르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즉문즉설 강연장에서 언론사의 취재를 허락하지 않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역 신문에 질문자들의 고민이 올라오면 기사를 보는 사람들은 즐겁지만 질문자는 힘들어하기 때문에 사람이 적게 오더라도 언론사를 부르지 않는 것입니다. 기자들 입장에서 생각할 때는 ‘다른 단체에서는 신문에 한 줄이라도 실어 달라고 난리인데, 기사를 내주겠다고 하는데도 왜 못 오게 하느냐?’ 하고 항의를 하지만, 제가 즉문즉설을 하는 목적은 기사에 나는 게 아닙니다.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그들의 고뇌가 좀 풀렸으면 하는 것이 제가 즉문즉설을 하는 목적입니다.

우리가 친구와 지내다 보면 어떤 친구는 경제적으로 나에게 이익을 주기도 하고, 어떤 친구는 손해를 끼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손익에 구애를 덜 받아야 친구라고 할 수 있어요. 여러분은 ‘이 사람이랑은 친구가 안 되겠어.’라고 합니다. 이유를 물으면 자기가 밥을 몇 번이나 샀는데 그 친구는 한 번도 안 샀다는 거예요. 그것은 상거래입니다. 여러분은 연애할 때도 상거래를 합니다. 대부분이 ‘내가 전화를 몇 번을 했는데 그는 한 번도 안 한다.’, ‘나는 그를 사랑한다고 여러 번 얘기했는데 그는 그 말을 한 번도 안 한다.’ 하는 식으로 반응하죠. 이렇게 우리는 거래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친구 간에는 너무 이익을 따지지 않아야 관계가 오래갑니다. 그러니 수다를 떨고 손해를 좀 감수하세요. 손해가 너무 심하게 나면 조금 조심해야겠지만, 평소 수다를 떨던 사람이 갑자기 입을 다물면 주위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천성이 갑자기 바뀌면 죽을 때가 다 되었다고 하잖아요.”

“어떤 사람은 제가 말을 잘하니까 계속 꼬치꼬치 질문을 합니다. 그런 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누가 질문을 하면 적절하게 대답하고, 정보 유출이 너무 심하다 싶으면 대답을 안 하면 됩니다. 저도 개인사에 대한 질문에는 적당히 대답하지 누구한테든 모든 걸 이야기하지 않아요. 즉문즉설을 하는 자리에서 개인사를 묻는다면 자유롭게 대답을 하기도 하지만, 그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습니다. 이 자리에서만 얘기하고 말지요.”

“그러면 상대방이 물어봐도 ‘여기까지만 얘기하고 싶다.’ 이렇게 대답하면 될까요?”

“그럼요. 그것은 개인의 자유이니까요.”

“저는 남한테 잘 휘말리는 것 같아요. 스스로 여기까지만 얘기해야겠다는 조절이 안 되고, 남이 물어보는 대로 다 말하고 나서 나중에 후회합니다.”

“누구나 다 그렇습니다. 저도 이렇게 대화하다가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해서 정보 유출이 심할 때가 있어요. 그래서 항상 조절해야 합니다. 질문자는 남편이 물어본다고 해서 예전에 사귀었던 남자 친구들에 대해 다 이야기할 건가요? 그런 말은 집안에 괜히 분란만 일으키잖아요. 해야 할 얘기와 하지 말아야 할 얘기를 구분해야 합니다. 그것은 거짓말과는 성격이 달라요.”

“네. 노력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5 청년페스타

전체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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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웅

지혜로운 말씀 감사합니다

2025-10-12 08:08:54

김봉희

지혜로운 말씀 감사합니다

2025-10-12 07:59:51

남경림

스님 감사합니다

2025-10-12 07:5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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