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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한국에 귀국하여 오랜만에 두북수련원에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두북 공동체 대중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대중은 삼배로 스님에게 인사하였고, 스님은 무더운 여름에 농사를 짓느라 고생한 대중을 격려해 주었습니다.
“다들 여름에 농사짓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어서 오전 8시부터는 두북수련원 방송실에서 정토담마스쿨 학생들과 온라인으로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호주, 캐나다, 인도, 일본, 필리핀, 한국, 싱가포르, 스리랑카, 미국, 베트남, 프랑스, 독일, 이스라엘 등 13개국에서 정토담마스쿨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배움에 국경이 없다는 것을 실감하며 모두가 서로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자 학생들을 대표하여 세 명이 그동안 수업을 들은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I'm finding it to be a really beautiful experience. It's such an amazing community united around the world, and I've learned so much. It's been incredible for me.”
(정말 아름다운 경험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된 놀라운 공동체이고,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저에게는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I enrolled with a light heart at first, but now I've come to realize that I'm not learning doctrine or philosophy, but rather learning a practice of becoming aware of my mind, letting go, and discovering. There's still so much for me to learn, but I will continue to practice one thing at a time—what I can do here and now. Thank you.”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입학했는데, 지금은 교리나 철학을 배우는 게 아니라 마음을 알아차리고 내려놓고 찾아가는 수행을 배우는 것이구나 하고 알게 되었습니다. 아직 배울 게 많지만, 앞으로도 제가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나씩 실천해 보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I think the biggest thing is sharing with each other and seeing that people are going through so much more than you are. Also, people from all around the world are all experiencing similar feelings. It just makes you realize our own ignorance of things and how we need to bring joy—not just happiness—and how do you do that every day? Simply by things like getting up in the morning and telling yourself that all things will work out and it'll be all fine. I'm realizing myself that things used to upset me more earlier, but now I'm having perspective on things, and it's helping me bounce back better and lead my life more calmly, I should say.”
(서로 마음 나누기를 하면서 가장 크게 배운 점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또한 전 세계의 사람들이 모두 비슷한 감정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저 자신의 무지를 깨달을 수 있었고, 매일 어떻게 행복과 기쁨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모든 것이 잘 될 거라고, 다 괜찮을 거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것 같은 간단한 일들로 말이죠. 이렇게 새로운 관점이 생기면서 예전에는 저를 실망시켰던 일들이 이제는 오히려 저를 회복시키고, 더욱 평온한 삶으로 이끄는 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학생들은 삼배의 예로 스님에게 법문을 청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인사말을 하며 대화의 문을 열었습니다.
“이곳 한국은 가을 날씨가 아주 깊어졌습니다. 들녘에는 벼가 노랗게 익어서 황금빛으로 물들었고, 감나무에서는 감이 빨갛게 익어가고 있습니다. 밤나무에서는 알밤이 떨어지고 있고요. 이렇게 좋은 가을에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여러분은 요즘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진실은 무엇인가?’하고 사실을 탐구하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괴로움은 모두 사실을 사실대로 알지 못해서, 즉 무지(無智) 때문에 생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면 어떤 존재에게 도와 달라고 빌거나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탐구해서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가르치셨습니다. 탐구의 대상은 세상 모든 것에 해당하지만, 부처님은 주로 인간이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 즉, 정신 작용에 대해 탐구를 하셨습니다. 오늘은 여러분이 그동안 법문을 들으며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질문을 해서 올바르게 이해하는 날입니다.
우리의 정신 작용은 같은 경험을 몇 번 되풀이하면 자동화되어 ‘습관화’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즉 자동으로 반응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습관화가 되면 어떤 것을 인식할 때 순간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반응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어떤 사실에 대해 모르는 것을 ‘근본 무지’라고 합니다. 그러나 근본 무지를 깨우쳐 알았다 하더라도 어떤 경계에 탁 부딪히면 나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과거의 습관대로 반응하게 되는데, 이것을 ‘찰나 무지’라고 합니다. 그래서 첫째, 우리는 근본 무지를 깨우쳐야 합니다. 둘째, 찰나 무지에 빠지지 않기 위해 일상에서 늘 깨어 있어야 합니다. 찰나 무지는 자동으로 일어나는 마음이기 때문에 찰나 무지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매 순간 깨어 있어야 합니다. 이것을 ‘알아차림’이라고 합니다. 팔리어로는 ‘사띠(Sati)’입니다.
여러분이 정토담마스쿨에서 영상 강의로 배우는 것은 대부분 근본 무지를 깨뜨려 지혜를 얻는 것입니다. 하지만 매주 과제로 주어지는 수행 연습은 매 순간에 깨어서 찰나 무지에 빠지지 않는 것을 연습하는 것입니다. 즉 일상에서 알아차림을 연습하는 것이죠. 수행 연습은 꾸준함이 필요합니다. 근본 무지를 깨우치는 것은 사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찰나 무지에서 벗어나려면 오랜 기간 꾸준히 연습해야 합니다. 그러면 이제 여러분의 질문을 들어보겠습니다.”
다음은 그동안 수업을 들으면서 궁금했던 점에 대해 자유롭게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여섯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수업 내용에 대한 질문도 나오고, 개인 고민에 대한 질문도 나오고, 다양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그중 한 명은 결혼 생활 내내 시어머니에게 존중받지 못한다는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All through my married life, I've had one big challenge that I have always felt judged and disrespected by my mother-in-law. There has always been effort on both sides, but there's a lot of distrust, which has created a lot of suffering. I feel like I spent a lot of time not being peaceful with myself and questioning myself. I’ve tried to forget about it and move on. Yet whenever I interact with her and it is uncomfortable, subconsciously those thoughts and feelings come back and cause me to suffer. Especially in moments of disagreement between the two of us, I usually keep quiet, which makes me even angrier. Because it's expected that I won't speak up. Can you guide me on how to analyze and find the root cause of my suffering, or help me think more deeply about this?”
(결혼 생활 내내 시어머니께 판단받고 존중받지 못한다는 큰 고민이 있었습니다. 양측 모두 노력해 왔지만 깊은 불신이 쌓여 많은 고통을 겪었습니다. 스스로와 화해하지 못한 채 끊임없이 자책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잊고 넘어가려 애썼습니다. 그런데 시어머니와 대화할 때마다 불편하고, 무의식적으로 그 생각과 감정이 되살아나 고통을 겪습니다. 특히 의견이 맞지 않을 때면 저는 보통 침묵을 지키는데, 그로 인해 더욱 화가 납니다. 제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라고 당연시 여겨지기 때문이죠. 제 고통의 근본 원인을 분석하고 찾아내는 방법에 대해 조언해 주시거나, 이 문제를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질문하신 내용은 근본적으로는 ‘부모와 자식이 어떤 관계를 유지해야 하느냐?’ 하는 것에 대한 문제입니다. 부부는 자식을 낳아 키웁니다. 자기 뱃속에서 낳아 자기가 키웠기 때문에 부모, 특히 엄마로서는 ‘자식이 내 것이다’하는 생각이 아주 강합니다. 그러나 자연의 원리에서 본다면 자식은 성년이 되면 독립하여 독자적으로 생활합니다. 이때 어미와 새끼, 부모와 자식이라는 특별한 관계는 더 이상 유지되지 않습니다. 이제 자식은 또 다른 암컷이나 수컷을 만나서 새로운 가정을 꾸리게 됩니다. 자식이 어릴 때는 부모와 자식이라는 가족관계가 성립하지만, 자식이 성인이 되면 그들 또한 부부라는 새로운 가족관계를 형성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인간은 정신적인 집착으로 인해 자식이 성년이 되었음에도 ‘내 자식이다’하는 생각을 계속 유지합니다. 그 자식이 다른 여자나 남자를 만나 가족을 이루어도 부모는 여전히 ‘내 자식이다’하고 집착하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한 남자에게 두 여자가 생기게 되는 거예요. 엄마라는 여자와 아내라는 여자가 관계 맺게 되는 것입니다. 엄마는 ‘내 자식이다’하는 측면에서 관여하고, 부인은 ‘내 남편이다’하는 측면에서 관여하게 됩니다. 심리적으로만 보면 이는 마치 한 남자가 제1 부인, 제2 부인을 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두 사람 사이에서는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제1 부인과 제2 부인 두 사람의 위치는 동등하므로, 갈등이 생기더라도 동등한 입장에서 생깁니다. 그러나 엄마와 아내라는 입장에서 보면, 엄마가 더 강한 힘을 가지고 관여하게 됩니다. 그래서 며느리 입장인 질문자가 억압을 받는 관계가 성립하는 겁니다.
특히 가족관계가 강한 아시아 문화권에서 결혼한 젊은 여성이 고통을 많이 겪게 됩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느슨한 서양 문화에서는 고통을 덜 느낍니다. 하지만 고통을 느낀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질문자도 아들이 있고, 그 아들이 앞으로 결혼해서 며느리가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들을 남처럼 바라보고 ‘너희들끼리 알아서 살아라’ 하고 딱 잘라서 말할 수 있는지, 며느리에게 ‘왜 내 아들에게 이렇게 하느냐’ 하고 관여하지 않을 수 있는지 한번 살펴보십시오. 며느리가 ‘이 사람은 내 남편이야’ 하는 생각이 강할까요, 시어머니가 ‘이 사람은 내 아들이야’ 하는 생각이 더 강할까요?”
“I think that both are equally important.”
(저는 둘 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보통은 ‘이 사람은 내 아들이야’ 하는 시어머니의 생각이 훨씬 더 강합니다. 왜냐하면 질문자는 어쩌다가 남편을 만나서 결혼한 사람이지만, 시어머니는 자기가 낳고 키운 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질문자가 ‘우리 남편은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수준이라면, 시어머니는 ‘내 아들은 굉장히 훌륭하다’라고 생각할 정도로 아들에 대한 애착이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질문자는 이런 시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고, 시어머니에게 두 가지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첫째, ‘이렇게 좋은 아들을 낳고 키워서 저한테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왜 우리 가정 일에 사사건건 시어머니가 관여하느냐.’라고 생각하지 말고, 항상 시어머니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둘째, ‘제가 시어머니한테서 아들을 빼앗아 가서 죄송합니다’ 이런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부모는 자식이 잘될수록 ‘내가 낳았다’, ‘내가 키웠다’하는 생각이 크고, 그에 따른 보상 심리를 갖게 됩니다. 그런데 아들이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하더니 그 낯선 여자에게 모든 사랑을 주니까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아들을 뺏긴 기분이 들 수 있습니다. 의식적으로는 ‘우리 아들이 결혼해서 좋다’라고 생각하면서도, 무의식 세계에서는 자기가 소중히 여기던 것을 빼앗긴 마음이 늘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어머니가 약간 짜증을 내더라도 ‘죄송합니다’라고 말해야 합니다.
이렇게 ‘감사합니다’와 ‘죄송합니다’ 하는 두 가지 마음을 내면 시어머니의 어떤 말에도 상처를 입지 않고 관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즉, ‘이 사람은 내 남편이다’라는 나의 소유 관념보다 ‘이 사람은 내 아들이다’라는 시어머니의 소유 관념이 훨씬 더 강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시어머니가 내 남편에게 뭐라고 할 때도 ‘자기 아들을 자기 마음대로 하는 거니까 시어머니 알아서 하십시오. 저는 당신 아들을 빌려 쓰고 있습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면 특별히 문제 될 게 없습니다.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부모가 자식의 삶에 관여하는 것을 전통적으로 당연시해 왔습니다. 그래서 이런 갈등이 당분간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질문자는 이런 경험을 해봤으므로 앞으로 자기 아들이 성인이 되면 아들의 삶에 일체 관여를 안 하고, 결혼을 해도 거기에 대해서 일절 간섭하지 않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그런데 질문자도 막상 해보면 쉽진 않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세상에는 분명 부당한 일도 있는데, 그럴 때 분노는 잘못된 감정인가요?
욕망이 괴로움을 만든다면, 애초에 욕망을 갖지 말아야 하나요, 아니면 집착하지 않으면 되나요?
불교의 중도는 예술의 기쁨이나 창작의 고통 같은 감정들을 어떻게 설명하나요?
누군가 명백히 잘못된 행동을 할 때,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은 정당하지 않나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사주팔자에는 공간과 시간의 관점에서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요?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다음에 다시 궁금한 점을 해소하는 시간을 갖기로 하고 9시 30분에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학생들은 그룹별로 화상회의 방에 모여 마음 나누기 시간을 이어가고, 스님은 방송실을 나왔습니다.
두북수련원은 어느새 가을빛으로 짙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감나무에는 주황빛 감이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가지가 휘어질 만큼 탐스럽게 열린 감들은 햇살을 받아 반짝였고, 그 아래로 떨어진 낙엽들 사이로 감 몇 알이 뒹굴며 가을의 여유를 더했습니다.
담벼락 앞에는 코스모스가 가을바람에 살랑이며 춤을 추었습니다. 연분홍과 흰 꽃잎들이 서로 부딪히며 ‘가을이 왔어요’ 하고 인사하는 듯했습니다.
원래는 법문을 마친 뒤 밤을 주울 계획이었지만, 장기간 해외 일정과 시차 적응으로 인해 스님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휴식을 취했습니다. 점심식사 후에도 잠깐 쉬었다가 농사일을 하려 했으나 일어나지 못하고 계속 휴식했습니다.
오후 4시가 넘어 자리에서 일어난 스님은 작업복을 입고 텃밭으로 향했습니다. 한 달 전에 심어 놓은 배추가 아주 잘 자라 있었습니다.
무밭으로 가보았습니다. 연일 잦은 비로 인해서 무에는 무름병이 왔습니다. 스님은 병든 곁가지를 정리하면서 잡초를 뽑고, 무밭을 깔끔하게 정리했습니다.
잡초를 걷어내자 무의 연한 초록빛 잎이 드러나며 숨통이 트였습니다. 무의 곁가지를 정리할 때마다 밭은 점점 정돈된 모습으로 변해갔습니다. 작은 텃밭에서 생명의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식사를 한 후 저녁 8시 30분에 두북수련원을 출발하여 문경 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차로 2시간을 이동하여 밤 10시 40분에 문경 정토수련원에 도착한 후 하루 일과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문경 선유동 정토연수원에서 행복시민 활동가 연수 프로그램에 참석하여 행복시민들과 함께 선유동 계곡을 산책하고 활동하면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대화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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