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5.3.28. 백일법문 40일째, 금요 즉문즉설
"남편이 보이스피싱을 당해 큰 빚을 졌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백일법문을 시작한 지 40일째가 되었습니다. 30일째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40일째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날씨가 점점 포근해지고 있습니다. 서울에는 개나리꽃, 진달래, 목련, 살구꽃이 곳곳에서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금요 즉문즉설 강연을 하기 위해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향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봉사자들이 즉문즉설을 들으러 온 시민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120여 명의 대중들이 자리한 가운데 오전 10시 15분이 되자 삼귀의와 수행문을 낭독하며 금요 즉문즉설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유튜브 생중계는 3600여 명이 접속했습니다.

경북 북부 지역과 경남 산청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인해 많은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스님은 피해를 본 지역 주민들과 진화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소방관들의 노고를 생각하며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경북 북부 지역과 경남 산청 지역에서 일어난 대형 산불로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미국 LA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는 먼 나라 일로 느껴졌는데, 이제는 우리 가까이에서 일어나는 사건이 됐습니다. 지금까지 시베리아, 호주, 캘리포니아 등 세계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그 산불이 민가까지 덮쳐서 수천, 수만 호의 주택이 불에 타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그러나 LA는 최근 산불로 인해서 1만 채 이상의 주택이 불에 타는 피해를 보았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번 산불로 인해 수천 호의 주택이 불타고, 20명 이상의 사람이 목숨을 잃는 참담한 피해를 보았습니다.

이러한 자연재해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자연환경에 대한 우리들의 무지에서 비롯된 결과입니다. 인류가 그저 편리만을 추구하면서 현재의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를 부추기는 생활 문화가 자리 잡게 되었고, 이것이 주요한 원인이 되어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자연재해는 일종의 인류 문명의 과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피해 지역의 조속한 복구와 주민들의 생활 안정을 기원하며

지금 필요한 것은, 첫째, 따뜻한 마음으로 산불 피해자들과 함께하는 것입니다. 둘째, 필요한 경우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입니다. 셋째,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예방 조치를 취하는 것입니다. 넷째, 근원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소비문화를 바꿔야 합니다. 꼭 필요하지 않은 소비를 줄이고 과소비를 멈춰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는 어렵습니다.

2015년 유엔에서 파리 기후 협약이 이루어졌을 때,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1.5도 이상은 상승하지 않도록 각 나라가 뜻을 모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보도로는 작년에 지구 온도가 섭씨 1.55도 상승하여 마지노선을 넘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지구 온도 변화는 그저 하나의 자연 현상일 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도 이런 입장에 있기 때문에 미국은 기후 협약에서 탈퇴했습니다. 물론 그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학자와 인류의 절대다수는 지구의 기후 변화가 인간들의 과소비로 인한 CO2 증가와 그로 인한 온실 효과로 보고 있습니다. 이것이 현재의 정설입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소비를 줄이는 운동을 함께 해나갔으면 합니다.

며칠 전부터 산불이 심각한 양상을 보여서 JTS에서도 어제 긴급히 긴급구호단을 파견했습니다. 현장을 둘러보면서 이재민들과 소방대원들에게 긴급히 필요한 물품이 있으면 현장에서 바로 지원을 하고, 이후에 우리가 어떤 봉사를 할 수 있을지 답사를 했습니다. 어제는 경상북도 피해 지역에 물품을 지원했습니다. 오늘은 산청 지역의 소방대원들에게 물품을 지원했습니다. JTS 긴급구호단이 답사를 다니면서 필요한 물건을 파악하면 정토회 회원들이 물건을 구입해서 지원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문제는 복구입니다. 주택 복구, 산림 복구 등 국민이 마음을 합해서 함께 해나가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물론 정부에서 주도적으로 하겠지만 국민들도 다 같이 피해 복구에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산불 피해로 희생된 사망자들을 위해서 해탈주를 독송한 후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이어서 누구든지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1시간 30분 동안 여섯 명이 스님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남편이 보이스피싱을 당해 큰 빚을 졌는데 그 후 술 마시고 핸드폰만 들여다보는 남편에게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어떡하면 좋을지 스님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남편이 보이스피싱을 당해 큰 빚을 졌습니다

“남편이 10년 동안 같은 업종에서 일을 하다가 2년 전부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자본이 넉넉하지 않아 처음에는 조금 빚을 내어 시작했는데, 얼마 전에 보이스피싱을 당해 갑자기 큰 빚이 늘어났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와 남편 명의로 받을 수 있는 대출은 다 받았고, 양가 부모님께도 손을 벌리게 됐습니다. 현재는 저축해 놓은 돈도 거의 다 사용한 상태입니다. 남편은 경기가 좋지 않은 요즘 그래도 매출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는 사업을 이어가고 싶어합니다. 남편이 워낙 성실히 일하는 사람이어서 적극적으로 말리지는 못하고 있지만, 저는 현재의 사업에 대해서 불쑥불쑥 불안한 마음이 듭니다. 생활비는 벌어야 해서 저도 일을 구하고 있지만 잘 구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남편의 괴로운 심정은 이해하지만, 집에서 술 마시고 핸드폰만 들여다보는 남편을 볼 때면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나중에 제가 일을 하게 되면 남편에게 화나는 마음이 계속 들 것 같은데, 제가 어떤 관점을 가지고 사는 것이 좋을까요?”

“살다 보면 예기치 않은 일을 겪을 때가 있습니다. 이번 경북 지역 산불로 집과 가족을 잃은 분들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거예요. 그런데 그런 일이 벌어졌잖아요. 이것이 인생입니다. 집과 사람을 잃은 산불 피해에 비한다면 보이스피싱으로 입은 피해는 비록 돈을 잃기는 했지만 사람은 다치지 않았잖아요. 이럴 때는 ‘그나마 사람은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이런 관점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만약 남편이 그 일로 괴로워한다면 ‘여보, 재물은 있다가도 없어지는 거예요. 아쉽기는 하지만 이미 일어난 일을 어떡하겠어요.’ 하고 위로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만약 사기당한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면 고발해서라도 끝까지 추적해야겠죠. 그러나 돌려받을 수 없다면 이미 지나간 일이니 머릿속에서 잊어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노력을 해봐야 아무 소득이 없기 때문입니다. 남편에게는 ‘우리 신혼 때는 아무것 없이도 살았는데, 지금은 돈만 없다 뿐이지 장사 수완도 있고 여러 인간관계도 있으니 괜찮아요.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하고 격려하며 생활하면 됩니다.

남편의 사업이 불안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에요. 요즘 경기가 좋지 않아서 재벌 기업도 위태위태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몇 년을 내다보았을 때 많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다들 예측하고 있습니다. 세상이 그만큼 빠르게 변하고 있어요. 전체적인 사회 분위기가 이런데 남편의 작은 사업이야 더 말할 것도 없을 겁니다. 이럴 때는 질문자가 자기 관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해요. 만약 남편의 사업이 정 불안해서 안 되겠다면 남편에게 제안을 해보면 되죠.

‘여보. 지금 같은 불경기에는 하던 사업을 정리하고, 있는 돈 가지고 절약해서 쓰고, 품팔이를 해서 생활비를 벌다가 나중에 경기가 좋아지면 그때 기회를 살려봅시다.’

이렇게 남편과 얘기해서 정리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만약 아무리 얘기해도 남편이 듣지 않는다면 다시 두 가지 길이 있어요. 첫째, 내가 남편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것입니다.

‘이 남자와 살다가는 아무래도 쪽박을 찰 것 같다. 그러면 지금이라도 이혼하는 것이 좋겠다. 망하더라도 남편 혼자 망하는 것이 낫지 나까지 덤터기를 쓰기는 싫다.’

이렇게 마음이 든다면 남편과의 관계를 정리하면 됩니다. 그게 아니라면, 둘째, 남편을 한번 밀어줘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남편이 성실하고 사람도 이만하면 괜찮다. 사업도 꼭 잘못되는 것은 아니다. 망할 때 망하더라도 한번 적극적으로 밀어줘 보자. 생활비는 내가 벌어서 쓰면 되고. 그렇게 하다가 쪽박을 차더라도 새로 또 시작하면 된다.’

이렇게 마음이 든다면 한번 남편을 밀어줘 보는 겁니다. 질문자의 말을 들어보면 어차피 지금 쪽박을 찼기 때문에 더 걱정할 일도 없을 것 같아요. 숨겨놓은 게 없다면 겁이 날 게 뭐 있어요. 내가 돈을 숨겨놓고 빚을 갚지 않는 것은 죄가 되지만, 돈이 없어서 못 갚는 것은 죄가 되지 않습니다. 돈을 갚기 위해서 죽는 것말고 다른 방법이 없다면 못 갚는 것이지 어떡하겠어요?

물론 걱정할 만한 상황이라는 것은 이해가 돼요. 그러나 걱정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걱정은 쓸데없는 것에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에 불과해요.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다면 해도 되지만, 질문자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걱정은 내려놓는 것이 낫습니다.

남편이 집에서 술 마시고 핸드폰 보는 것 정도는 봐주면 어떨까요? 그래도 돈만 잃었지 그나마 사람은 다치지 않았잖아요. 남편이 자살하느니 마느니 하는 소동을 피우는 것도 아니고 성실히 일을 하고 있고요. 남편을 보고 ‘돈을 다 잃어놓고 집에서 술만 마시고 핸드폰만 보다니 괘씸하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질문자를 피곤하게 만드는 일이에요. 지금 남편은 술이라도 마시고 핸드폰이라도 보면서 자신의 괴로움을 잊어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은 목돈을 잃으면 항상 본전을 생각하는 심리가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 목돈이 생길 만한 미끼를 던지면 남편은 또다시 사기를 당할 위험이 있습니다. 이렇게 남편의 심리가 불안한 상태일 때는 재발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 질문자가 옆에서 심리를 안정시켜 주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반대로 생각합니다. ‘남편이 돈을 잃었으니, 남편이 나를 위로해야지, 왜 내가 남편을 위로하냐.’ 이렇게 생각해요. 그러나 돈을 잃은 사람이 더 불안하고 힘든 법입니다. 그러니 남편과 같이 살겠다고 한다면 너무 따지지 말고 ‘남편 입장에서는 바보같이 당해서 마음이 많이 힘들겠다.’ 이렇게 이해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오히려 남편을 위로해 주는 것이 좋아요. 물론 같이 안 살겠다면 ‘당신 같은 바보와는 못 살겠다. 어디 돈을 갖다 줄 데가 없어서 그런 데 갖다 주냐.’ 이렇게 욕하고 헤어지면 됩니다.”

“양가 부모님께 돈을 빌려서 부모님 뵐 낯이 없습니다. 마음이 위축되어서 찾아뵙기가 힘든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게 바로 불효입니다. 거꾸로 생각하고 있어요. 돈을 빌렸으니까 더 자주 찾아가야죠. 방도 쓸어 드리고, 등도 두드려 드리고, ‘죄송합니다’ 하고 사과도 드려야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돈을 못 갚더라도 덜 미움을 받습니다. 그렇지 않고 돈만 빌려 가고는 코빼기도 안 비친다면 부모님은 더 괘씸하게 생각할 가능성이 높아요. 기본적으로 부모는 자식을 미워하지 않습니다. 다만 잔소리는 조금 할 수 있어요. 그러니 더 자주 찾아뵈면서 비록 돈으로는 못 갚더라도 ‘이렇게 정성이라도 드리겠습니다.’ 하는 마음을 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여러분들도 누가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 앞으로 조심해야 합니다. 돈을 빌려주면 이렇게 서로 얼굴도 못 보는 사이가 됩니다. 돈도 못 받고 사람도 잃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절대로 친구나 친척, 가까운 사람에게는 돈을 빌려주지 말아야 합니다. 차라리 욕을 얻어먹는 것이 낫습니다. 이 말은 돈을 주지 말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돈을 빌려주지 말라는 얘기예요. 빌려줄 바에는 차라리 그냥 줘버리라는 뜻입니다. 돈을 빌려주면 서로 원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요. 사람의 심리가 그렇게 작동하게 됩니다. 사람이 나빠서 그런 게 아니라 심리 작용이 그렇기 때문에 돈도 잃고 사람도 잃게 되는 것입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질문을 하고 싶어서 손을 든 분들이 많았지만, 못다 한 질문은 저녁 강연에서 이어가기로 하고 12시가 다 되어 강연을 마쳤습니다.

대중들과 함께 지하 1층 공양간에서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에는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았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에는 지하 대강당에서 금요 즉문즉설 강연을 이어나갔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즉문즉설을 듣기 위해 정토사회문화회관을 찾았습니다. 시민들은 현장 접수를 하거나 질문 신청을 한 후 가벼운 발걸음으로 지하 대강당으로 이동했습니다.


유튜브에 5400여 명이 접속하고 현장에서 160여 명이 자리한 가운데 금요 즉문즉설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삼귀의와 수행문을 낭독하고 나서 스님이 무대 위에 자리했습니다.

한 시간 반 동안 여섯 명이 손을 들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남편이 아이를 일방적으로 혼내니까 아이와 남편의 사이가 좋지 않다며 중간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아이와 남편의 사이가 안 좋습니다, 중간에서 어떡하죠?

“저는 아이가 셋입니다. 큰 아이와 남편의 사이가 안 좋습니다. 제 생각에는 남편이 일방적으로 아이를 혼냅니다. 그냥 두고 지켜보니까 마음은 편한데, 어떻게 보면 외면한 것 같습니다. 아이가 대학생이 되어 1년 자취하다가 집으로 들어왔는데요. 제가 아빠랑 안 맞으니 들어오지 말라고 했는데 아이는 괜찮다고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역시나 예전의 모습이 반복됩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저에게 아이가 ‘엄마는 왜 나를 도와주지 않느냐’고 합니다. 남편은 저에게 중간에 끼어드는 건 자신의 위신을 깎는 것이니 그냥 지켜보라고 합니다. 그런데 아이는 도움을 요청하면서 저를 원망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것은 지켜보는 게 아닙니다. 질문자는 중립적인 자세를 갖고 있지 않아요. 끼어 들어서 논쟁하고 싸우지 않을 뿐이지, 아이 편에서 싸움에 관여하고 있는 겁니다. 물론 지켜보고만 있어서는 안 될 때가 있습니다. 범죄는 지켜봐서는 안 됩니다. 첫째, 폭행은 신고를 해야 됩니다. 자녀가 아버지를 때리든, 아버지가 자녀를 때리든, 이것은 범죄에 해당됩니다. 국민으로서 법을 지키고, 사회 정의를 위해서 경찰에 신고를 해야 됩니다. 둘째, 성추행은 지켜봐서는 안 됩니다. 아빠가 딸을 성추행을 해서 딸이 고통을 호소하는데, 아버지와 너의 문제라고 하면서 외면을 해서는 안 됩니다.

대학까지 갔으면 성인입니다. 당연히 아빠 입장에서는 아이가 밖에 나가서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하는데 아버지가 벌어온 돈 가지고 생활하면서 아침에 늦게 일어나니까 잔소리를 하게 되는 겁니다. 그럴 때 질문자가 나서서 남편에게 아이를 나무라지 말라고 하면 남편 입장에서 체면이 상합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엄마가 자기편을 들어주니까 아빠의 잘못을 확인하는 것밖에 안됩니다. 결과적으로 아이가 아빠를 미워하게 됩니다. 그러니 아이를 두둔하면 안 됩니다.

만약 아이가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고 하면 또 다른 문제입니다.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보고 질환이 있다고 확인이 되면, 환자를 돌본다는 입장에서 아이를 대하자고 남편에게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관여할 필요가 없습니다. 서로 싸워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질문자는 직접 끼어들어서 말하지 않을 뿐이지 마음속으로는 계속 싸움에 관여를 하고 있는 거예요.”

“맞아요.”

“스님이 맞는 말만 하지 틀린 말을 하겠어요. (웃음) 아이가 ‘엄마는 왜 내 편을 안 들어줘?’라고 항의를 하면 ‘아빠 편을 들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인 줄 알아라.’ 이렇게 유머러스하게 이야기하면 됩니다. 아이가 잘한 게 뭐가 있습니까? 아무것도 없습니다. 성인이 되어서 본인의 돈이 아까우니까 집에 와 있는 것인데, 공부도 안 하고 집에 붙어 있으면 누가 잔소리를 안 하겠어요. 그렇다고 남편처럼 나도 똑같이 잔소리를 하면 아이가 상처를 입게 됩니다. 반대로 아이 편을 들면 문제가 풀리지 않습니다. 그러니 관여하지 말라는 겁니다. 그냥 구경만 하세요. 아이는 이제 성인이 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편을 들 필요가 없어요. 마음속으로 아이 편을 드니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입니다.”

“머리로는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는데, 현실에서는 안 됩니다.”

“머리로는 생각하는데 현실에서는 안 되면 괴로운 과보를 받으면 됩니다.”

“다시 한번 도전해 볼게요.”

“누가 옳고 그른 것은 없습니다. 이 문제는 질문자가 제삼자로서 지켜봐야 합니다. ‘내 아들’, ‘내 남편’에서 ‘내’ 자를 빼 버리고 그냥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일이라고 생각해서 관여하지 않으면 됩니다. 자기들끼리 해결하도록 놔두라는 겁니다. 아이가 ‘왜 엄마는 내 편을 안 들어주냐.’ 하고 항의를 하면 ‘아빠 편을 들고 싶은데 네가 상처를 받을까 봐 참았다. 아빠하고 엄마가 먼저 만났으니까 네가 이 세상에 나왔지.’ 이렇게 유머러스하게 대답해 보세요.”

“아이가 주도적으로 뭔가를 하려고 하면 남편이 강압적으로 막습니다. 아이가 전공과 상관없이 일본어에 흥미가 있어서 본인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일본에 몇 개월 살고 오겠다고 하는데, 남편은 ‘일본어가 너에게 무슨 도움이 되냐. 영어를 공부해라.’ 하고 강압적으로 이야기합니다. 아이가 성인이기는 한데 남편이 학비를 지원해주다 보니까 더 강압적으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자녀가 스무 살 아래일 때는 부모가 돈을 가지고 아이에게 협박하는 것이 조금 치사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녀가 성인이 되면 부모가 돈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게 정당한 권리입니다. 만약 스님이 어떤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었는데, 학교는 안 가고 일본에 간다고 하면 스님이 장학금을 끊어버릴까요, 안 끊을까요? 당연히 끊지요. 그럴 때 ‘아버지가 자녀에게 이렇게 부당하게 대할 수 있느냐.’ 이런 항변은 안 통합니다. 남편이 그 정도로 강단이 있으니까 질문자가 좋아했을 거 아니에요? 그 과보를 질문자가 지금 받고 있는 겁니다.” (웃음)

“남편이 강단이 있는 줄 어떻게 아셨어요?”

“그런 것도 모르면 어떻게 즉문즉설을 하겠어요. (웃음) 두 사람의 카르마가 부딪히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냥 내버려 두면 됩니다. 아이한테 절대로 ‘아빠가 나쁘니 네가 참아라.’ 하는 식으로 이야기해서는 안 됩니다. 그냥 밥이나 한 끼 사주고 등 두드려주면서 ‘그래서 집에 들어오지 말랬는데 왜 들어왔니?’ 이렇게 말하고 웃어 버리면 됩니다.

‘밥을 얻어먹으면 욕도 좀 얻어먹어야지. 그게 자연의 이치 아니냐. 방도 공짜고, 빨래도 공짜고, 밥도 공짠데, 욕을 안 얻어먹을 수가 없지. 집에서 공짜로 지내는 대신에 아버지한테 잔소리도 좀 듣고, 어린애 취급도 좀 당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야. 그걸 받아들이려면 집에 있고, 그게 싫으면 자취를 해라.’

이렇게 유머 있게 이야기하면 됩니다. 아버지와 관계를 어떻게 풀라고 말하는 것은 질문자가 할 일이 아닙니다. 자칫 잘못하면 남편한테도 욕을 먹고, 아들한테도 욕을 먹습니다. 아이를 위로하려고 남편을 흉봤다가 그 말이 남편한테 들어가면 부부끼리도 싸우게 됩니다. 어린애를 중간에 놓고 부부지간에 싸우는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본인들은 자신이 똑똑한 줄 알지만 그거야말로 제일 어리석은 행위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 죽음도 삶의 한 과정이라고 이해했지만, 가족이 아프거나 생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저도 모르게 괴로움에 빠집니다. 수행이 깊어지면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요?

  • 남편이 싫으면서도, 어떤 마음을 보면 남편이 좋기도 합니다. 마음이 평형을 이루는 것이 힘들고, 폭이 굉장히 큽니다. 어떻게 하면 평정심을 가질 수 있을까요?

  • 선택을 하면 개운하지 못하고, 항상 약간의 찝찝함이 있습니다. 어떠한 결정을 하기 전에 망설임도 많고, 두려움과 걱정이 많아서 고민입니다.

  • 의대생인 아이가 4월 초까지 수업에 들어가지 않으면 유급이 되는데, 유급에 대해 아무런 걱정도 없는 아이가 답답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로서 어떤 마음을 가지면 좋을까요?

대화를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넘었습니다.

스님은 곧바로 서울을 출발하여 두북 정토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내일부터 이틀 동안은 주말을 맞이하여 두북 정토수련원에서 거사님들과 함께 나무를 심고 농사일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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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연기

[며칠 전부터 산불이 심각한 양상을 보여서 JTS에서도 어제 긴급히 긴급구호단을 파견했습니다.]
(만약 스님이 어떤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었는데, 학교는 안 가고 일본에 간다고 하면 스님이 장학금을ᆢ)부분에서요ᆢ'일본에간다고 하면'이 아니라,' '공부를 안한다면'으로 저는들었어요ㅎ첫질문도,주위사람들이'죽는걸보고 '로들었어요ㅎ많은분량을 매일올리시느라 힘드셔서ㅠ

2025-04-02 01:25:40

임영현

즉문즉설을 읽다 보면 질문자들에게 다른 면을 볼 수 있는 거울을 하나 더 달아주시는 것 같습니다.
다른 면을 볼 수 있는 거울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 지혜가 아닌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2025-04-01 11:33:43

선우

감사합니다.

2025-04-01 01: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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