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5.01.05. 부탄답사 13일째_ 불리호수, 키칼 치옥 답사, 젬강 주 공무원들과 회의
“점점 커져가는 갈등,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나요?”

안녕하세요. 부탄 답사 13일째입니다. 오늘은 불리 지역 주민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호수(불리타쇼, Buli Tasho)를 방문한 뒤, 젬강주의 마지막 답사지인 낭콜(Nangkor) 게옥의 끼칼(Kikhar) 치옥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젬강 주지사 및 각 부서별 책임자들과 회의를 통해 젬강주 답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스님은 새벽 5시에 국제지부에서 진행하는 정토담마스쿨 졸업식에 온라인으로 참석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정토담마스쿨은 영어로 진행되는 정토불교대학 과정입니다. 37명의 학생들이 졸업 하였고 미국, 캐나다, 멕시코, 홍콩, 인도네시아, 호주, 한국에서 28명의 학생들이 졸업식에 생방송으로 참석 하였습니다. 먼저 정토담마스쿨 학생들이 졸업 소감을 발표했습니다. 세 명의 학생이 그동안 수업을 듣고 수행 연습을 하며 일상생활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경험담을 들려주었습니다.

“Meeting with the group weekly was a very therapeutic and pleasant time for me. It was also my weekly reset moment as a practitioner. These weekly meetings have gradually transformed me from a self-centered and brutally competitive and jealous creature into a competent and compassionate person. I would like to show my gratitude to all the volunteers for your selfless devotion. You are the Bodhisattva. Thank you all.”

(매주 도반들과의 만남은 저에게 매우 힐링이 되면서도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수행자로서도 매주 재충전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매주 모임을 통해 자아 중심적이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질투하던 저를 조금씩 유능하고 자비로운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헌신적으로 함께 해주신 모든 자원봉사자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보살입니다. 모두 감사합니다.)

“It was actually the hurt of grief that brought me to the classes. Actually, when pain is met with Dharma, a kind of healing begins. When I first learned about the Buddha as a human being and read accounts of his doubts, his imperfections actually disappointed me a little. I expected him to be very perfect and as close to divine as possible. But as I was doing the dishes one day, I actually realized that because he was imperfect, just like any of us, anyone we love, it's okay to be flawed and then learn and then grow and move on. I learned that karma is not a heavy beast that watches over you. It's about shaping your mental defilements and learning to pick apart your bad habits. But I also learned through my own karma, and then I started to appreciate learning from being flawed.”

(사실 저는 슬픔으로 인한 상처를 안고 이 수업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불법을 만나 실제로 치유가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 인간붓다에 대해 배우고 부처님의 불완전함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을 때, 사실 조금 실망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부처님이 매우 완벽하고 신에 가까울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느 날 설거지를 하면서 그분도 우리 모두,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불완전하기 때문에 결점이 있어도 괜찮고, 배우고 계속 성장하고 계속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카르마란 나를 괴롭히는 무거운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아픈 마음을 다듬고 나쁜 습관을 고치는 법을 배우는 것이죠. 하지만 저도 카르마를 통해 결점을 고치면서 성장해 가는 것에 감사하기 시작했습니다.)

“It's certainly helping me to overcome a lot of difficulties both big and small. I'm looking forward to continuing this practice after this. A really big thank you to everyone who's helped prepare this course. I know it's a huge amount of work, especially to extend this to English learners. Very appreciative of all of the work that has gone into this.”

(수업을 받으며 확실히 크고 작은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과정 이후에도 수행연습을 계속하고자 합니다. 이 과정을 준비하는 데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드려요. 특히 영어 학습자들에게 이 수업을 제공하는 것은 엄청난 작업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위해 애써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다른 학생들도 모두 큰 박수로 공감을 표현했습니다.

이어서 졸업장을 수여했습니다. 한 명 한 명 호명을 하고 온라인으로 졸업장을 전달했습니다. 모두 큰 박수로 축하해 주었습니다.

다음은 스님이 졸업생들을 위해 기념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중간에 인터넷이 계속 끊겨서 여러 차례 법문을 중단해야 했지만, 스님은 졸업생들을 위해 애정을 담아 끝까지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오늘 정토담마스쿨 과정을 마치고 졸업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제가 좀 더 인터넷이 잘 되고 불이 밝은 곳에서 졸업을 축하해 줬으면 좋았을 텐데, 지금 저는 부탄의 아주 깊은 산골 마을에 있다 보니 화면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저는 부탄에서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해서 지난 1년간 활동을 해왔고, 앞으로 5년 계획을 세우고 지금 답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부탄에서도 빈곤율이 가장 높은 젬강 주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환경을 개선해서 행복도를 높여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여러 군데에서 시범 사업을 한 뒤에 이제는 본격적으로 주 전체에 지속 가능한 개발을 하려고 모든 마을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2주 시간을 내어서 하루 세 군데 내지 네 군데 마을을 방문하고 있고요. 총 40여 군데의 마을을 방문하여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나서 앞으로는 종합적인 개발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스님은 부탄을 답사하고 있는 상황을 공유한 후 졸업에 임해서 학생들이 어떤 자세로 인생을 살아갔으면 좋을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우리가 불교를 믿는다거나 철학적으로 공부하거나 할 때는 그 속에서 불교의 사회성이나 역사성을 알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깨달음을 얻고 난 이후 45년 동안 실제로 세상 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그 일생을 공부하게 되면 사회성과 역사성을 그대로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토담마스쿨에서는 부처님의 일생을 공부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것입니다.

왜 부처님의 일생을 공부해야 하나요?

한국의 1980년대는 민주화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났던 시대입니다. 그때 한국 불교는 사회 민주화라든지 노동자들의 고통이라든지 농민들의 고통이라든지 이런 문제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독재 정부에 주로 우호적이었습니다. 저는 불교를 믿고 불교 철학을 좋아했지만, 불교가 대중의 고통을 외면하고 사회적 문제에 무관심한 것에 대해서 매우 실망하여 불교 활동을 그만둘까 하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제가 믿고 공부해 온 불교에 대한 애정이 컸기에 그만두기에는 너무 아쉬웠습니다. 그런 안타까움 때문에 저는 ‘부처님은 어땠을까?’ 하고 부처님의 일생을 새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부처님을 신처럼 믿거나 철학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이 하루하루 살아간 삶을 공부하게 되면서 부처님은 사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에 대해서 하나하나 대응해 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갑자기 죽어서 그 슬픔을 가누지 못하는 어머니가 아이를 살려달라고 부처님을 찾아와 애원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또 손녀가 죽었다고 슬픔을 견디지 못하는 할머니가 부처님을 찾아와서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부처님을 비난하는 무리도 많았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남편이나 젊은 청년이 출가하기도 하고, 다른 수행 집단에 있던 사람이 부처님의 출가 제자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 부처님의 인기에 대해서 다른 종교나 다른 수행 집단에서 시기와 질투가 아주 심했습니다. ‘어제는 누구의 아들을 뺏어가더니 오늘은 누구의 남편을 뺏어가는가, 내일은 또 누구의 제자를 뺏어갈 것인가?’ 하고 비난의 노래를 지어 아이들이 부르게 했습니다. 또 어떤 여인을 시켜서 부처님의 아이를 가졌다고 험담하기도 했습니다. 또 부처님의 아버지 종족과 어머니 종족이 강물을 두고 전쟁을 하려고 하자 부처님은 직접 그 현장에 가서 전쟁을 멈추도록 했습니다. 다른 종교나 수행 집단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부처님께 진리에 대한 논쟁을 청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요즘 세상처럼 사회적으로 일어난 많은 문제가 그 당시에도 있었습니다. 부처님은 그런 문제들에 대해서 자기 마음을 평화롭게 가지면서도 세상의 갈등을 평화롭게 해결하도록 가르쳤습니다.

당시에 노예 계급이나 여성들은 주인이 따로 있어서 자기 인생을 자신이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그런 노예 계급과 여성들의 출가를 허용함으로써 그들이 누구의 노예가 아니라 자기의 인생에 주인이 되도록 큰 결단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만인의 평등을 이미 2,600년 전에 주장하고 실현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내용들은 부처님을 믿는다고 하는 측면에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불교를 철학적으로 연구할 때는 이런 문제 자체가 제기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의 많은 불교는 대부분이 불교를 믿거나 불교철학을 공부하는 것을 불교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불교가 사회의 여러 사람이 겪는 고통과 갈등 문제에 대해서 매우 소극적으로 된 것입니다.

점점 커져가는 갈등,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나요?

부처님의 일생을 공부해야 불교에서 잃어버렸던 그런 사회성과 역사성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물론 과거에 붓다가 그렇게 했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오늘날 사회의 여러 문제에 대해서 ‘우리는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는가?’ 하고 교훈을 얻는 것입니다. 지금 세계에서는 인간의 지나친 소비로 인해 기후 위기가 초래되고 있습니다. 또 곳곳에서는 갈등이 점점 커져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직도 절대 빈곤으로 인해서 굶주리거나 아파도 치료를 받지 못하는 곳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하고 문맹 상태에 있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동성애 문제, 장애인 차별 문제, 인종 갈등, 종교갈등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연명치료나 낙태, 자살, 이런 문제도 지금 논쟁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 불교는 어떤 해결책을 갖고 있는지를 배워야 합니다. 특히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해서 미래 우리의 삶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누군가가 대안을 제시해 준다는 뜻이 아니라 우리는 붓다의 가르침 속에서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얻거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불교의 가장 큰 특징은 첫째, 이 세계의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하는 ‘연기적 세계관’입니다. 둘째,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도의 실천관’입니다. 부처님은 그 당시에 이렇게 입장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에게 일어난 여러 사회 문제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가질 것인가는 우리의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불교의 근본 사상, 그리고 부처님의 일생, 이 두 가지를 공부하고 정토담마스쿨을 졸업하게 되는데요. 졸업을 하고 나면 이제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첫째, ‘나는 이 복잡한 세상에서 내 마음의 평화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둘째,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를 어떻게 평화적으로 해결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문제를 여러분들 스스로 찾아 나가야 하고, 또 함께 의논해서 찾아 나가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불교가 무엇인지, 부처님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배우는 과정이었다면, 앞으로는 나는 어떻게 살 것인지, 세상의 많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 이런 과제를 갖고 함께 풀어나가야 합니다. 졸업 이후에도 법의 친구가 되어 우리의 삶을 좀 더 행복하고 평화롭게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모두 함께 사홍서원을 하며 졸업식을 마쳤습니다. 방송을 마친 후 아침 식사를 하고 이틀 동안 숙소와 식사를 제공해 준 민박집 주인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오늘 답사는 불리 지역 주민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호수를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불리호수는 병을 치유하거나 나쁜 운을 물리치기 위해 기도를 드리는 장소로, 주민들은 이 호수를 지키는 용을 모시고 있다고 합니다. 이곳은 여러 티베트 불교 종파 성인들이 축복을 위해 찾는 성지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오전 8시에 출발해 차로 10분 정도 이동하니 숲으로 이어지는 작은 문이 나타났습니다. 일행은 차에서 내려 숲길을 따라 호수로 걸어갔습니다. 호수를 관리하는 안내인이 향을 피우며 앞장섰습니다.


"불리초에는 여러 전설과 일화가 전해지는데, 이 호수를 두 마리의 용이 지킨다고 합니다. 아침에는 용이 새로 변해 호수를 청소한다고 해요. (웃음) 보통 오전 11시까지 청소를 한다는데, 오늘은 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웃음)“

린첸님이 숲길을 걸으며 일행에게 설명했습니다.


숲 속의 오래된 나무들 사이로 스며드는 아침 햇살과 청명한 새소리가 어우러져 숲길이 무척 아름다웠습니다.

10분 정도 숲길을 따라 걸으니 작은 기도 공간이 나타났습니다. 스님은 기도 공간에 초를 켜고 우유를 올렸습니다. 우유는 호수를 지키는 용에게 바치는 제물이라고 합니다.



기도를 마친 뒤, 큰 호수가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물결 하나 없이 고요하고 잔잔한 호수는 유리처럼 맑고 깨끗했습니다. 호수 표면에는 주변의 나무와 하늘이 데칼코마니처럼 비쳤습니다.

스님은 호수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물아래가 검기 때문에 거울처럼 반사돼서 호수의 경계 아래와 위가 같은 모습입니다. 백두산의 소천지도 이런 모습이에요. 과학적으로 보면 이 호수 역시 분화구에 의해 형성된 호수라서 물이 빠지는 출구가 없습니다. “

저 멀리 호수 위에 새가 3 마리 보였습니다. 일행 중 한 사람이 린첸 님에게 물었습니다.

"저 새가 말씀하신 그 새인가요?”

"네, 그런 것 같아요.”

호수를 안내한 관리인도 놀라며 말했습니다.

"정말 보기 드문 광경입니다. 이 시간쯤 새가 호수 위에 떠 있는 경우가 있지만, 사람들이 가까이 오면 대부분 도망가 버립니다. 그런데 오늘은 물 위에 그대로 떠서 호수를 청소하는 모습이 참 신기하네요. “

스님은 고요히 호수를 바라보다 눈을 감고 잠시 선정에 들었습니다. 잠시 후 눈을 뜬 스님이 일행에게 말했습니다.


"여러분도 여기까지 온 김에 부탄의 평안과 국민들의 행복을 생각하며 잠시 기도해 보세요. (웃음)”

호수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숲길을 따라 다시 돌아온 스님과 일행은 끼칼 치옥으로 향했습니다.

차를 타고 약 1시간 30분을 이동해 끼칼 치옥에 도착했습니다. 주민들이 마을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스님과 일행이 차에서 내리자 마을 여성들이 전통 노래를 부르고 나팔을 불며 절로 안내했습니다.


절 마당에서 부탄 전통식으로 환영식을 마친 후 법당에 들어가 참배를 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부탄 전통 간식인 수자(suja, 버터차)와 데시(daisee, 버터와 설탕으로 맛을 낸 달콤한 쌀)를 내어주었습니다. 차를 마시며 잠시 추위를 녹이는 사이 주민들이 법당 가득 자리를 채웠습니다.

먼저 촉바에게 마을 현황에 대해 들은 후 스님은 법상에서 내려와 주민들과 가까운 자리에 앉아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여러분들 얼굴이 잘 안 보여서 내려왔습니다. (웃음) 제가 지난 2주 동안 젬강의 모든 치옥을 방문하고 있는데요, 여러분 얼굴을 보니 다른 마을에 비해 사는 게 괜찮은 것 같습니다. (웃음) 지금까지 가본 마을 중에 절도 가장 크고 좋네요. 그래서 제가 특별히 지원할 것은 없어 보입니다.

사람은 자기 삶을 스스로 책임져야 합니다. 산에 가보면 다람쥐나 토끼도 스스로 먹이를 구하고 살아가잖아요. 그런데 사람은 다람쥐나 토끼보다 훨씬 지혜롭지 않습니까? 그래서 자신의 삶은 자신이 책임져야 합니다.

물론 어린아이는 혼자 살 수 없으니 부모가 성인이 될 때까지는 도와줘야 합니다. 사람뿐 아니라 다른 동물도 마찬가지입니다. 병이 있거나 신체적 장애가 있거나 너무 늙어서 스스로 생활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누군가가 도움을 줘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는 누구나 자신의 삶은 스스로 책임져야 합니다. 다만 재난이 생겼을 때는 일시적으로 도와야 할 때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쟁이나 자연재해로 집이 무너졌을 때는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부탄은 기본적인 생활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사람이 사는 데는 몇 가지 필수적인 조건이 있습니다. 첫째는 마실 물과 음식, 둘째는 입을 옷, 셋째는 집, 넷째는 아플 때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 다섯째는 아이들의 교육입니다. 요즘에는 도로와 전기도 필수 조건이 되겠죠.

제가 보기에 부탄은 이런 기본적인 조건들이 거의 충족된 나라입니다. 하지만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물은 있지만 물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부족한 곳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세수를 2~3일에 한 번 했지만 요즘은 매일 하고, 빨래도 자주 하게 되면서 물 사용량이 늘어난 것이죠. 이런 이유로 기존 수원지가 충분하지 않은 곳이 많아졌습니다. 또 집이 없는 사람이 간혹 있습니다. 이 동네에도 있나요?"

“한 가구 있습니다.”

"또 집은 있는데 불편한 집도 있을 겁니다. 시골에 가보면 집 내부가 통으로 되어 있고 칸막이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혹시 집안에 칸막이가 없는 사람 있나요?"

스님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며 주민들에게 집의 상태를 물었습니다. 칸막이, 선반, 화장실이 잘 갖춰져 있는지 확인한 뒤 말했습니다.

"주거 공간을 개선해야 하고, 그럴 의지가 있다면 필요한 재료를 지원하겠습니다. 하지만 작업은 여러분이 직접 해야 합니다. 집을 새로 짓는 것은 목수가 해야 하지만, 고치는 일은 스스로 할 수 있습니다. 연장이 없다면 연장을 지원하고, 방법을 모르면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이 완벽한 식탁은 만들 수는 없어도 사용할 수 있는 정도는 만들 수 있습니다. 선반도 마찬가지로 전문가처럼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충분히 쓸 수 있는 것은 스스로 제작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분이 기술을 익히고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해야 합니다. JTS는 모든 걸 해주는 단체가 아니라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시작을 도와주는 단체입니다.

그런데 도로나 철제 울타리를 설치해 달라는 요청은 정부에 해야 합니다. JTS는 여러분이 스스로 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만 합니다. “

주민들은 스님의 말씀을 조용히 경청했습니다.

대화를 나눈 시간이 어느덧 1시간 30분이 지났습니다. 끼깔 절에서 준비한 점심 식사를 함께한 후 다시 차를 타고 젬강에 위치한 로얄게스트하우스로 향했습니다.

1시간 30분이 지나 오후 3시에 로얄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은 약 2주 동안 젬강 주의 40개 치옥 중 32개 치옥을 직접 답사했습니다. 이제 그 결과를 토대로 젬강 주지사와 각 부서 책임자들과 함께 회의를 하기로 했습니다.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자 스님은 운전자들과 답사에 함께했던 일행들을 모두 불렀습니다.

“그동안 고생 많았습니다. 여러분 덕분에 젬강 답사를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일정이 빡빡했을 텐데도 힘들다거나 불평하는 사람 없이 모두 최선을 다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건 제가 준비한 작은 답례입니다.”

스님은 일행에게 용돈을 건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일행은 스님의 마음을 감사히 받았습니다.

간단히 요기를 하고 짐을 정리한 후 오후 4시 30분이 되어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먼저 치옥 답사의 전체적인 결과를 간략히 정리하며, 마을마다 발견된 문제와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언급했습니다.

젬강 지역의 여러 마을에서 발견된 공통적인 문제는 주거 환경, 식수 공급, 농수로 개선, 그리고 교육 및 보건의료 지원 부족이었습니다. 스님은 이에 대해 JTS의 자원봉사 시스템으로 필요한 초기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각 부서별로 질의응답을 진행했습니다. 젬강의 공무원들은 농업, 교육, 보건의료, 인프라 개선에 필요한 구체적인 문제들을 제기했습니다. 예를 들어, 교육 책임자는 젬강 내 13개 학교의 시설 보수가 필요하며, 장애 아동 교육을 위한 별도의 기숙학교가 요구된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스님은 함께 협력하여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하자고 답했습니다.

농업 책임자는 주민들의 요청으로 69개의 농수로를 개선하거나 새로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고 보고했습니다. 스님은 농수로 개선은 주민들이 스스로 참여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며, 필요한 자재와 기술적 지원은 JTS와 정부가 협력하여 제공할 수 있음을 설명했습니다.

보건 책임자는 백내장 수술, 보청기와 틀니 지원이 필요한 주민들에 대한 조사 결과를 공유했습니다. 스님은 부탄 의사와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며, 외국 의사의 자원봉사 참여 가능성도 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회의의 주요 논의점 중 하나는 젬강의 빈곤율을 낮추기 위한 체계적인 행정 지원과 인력 배치 문제였습니다. 주지사는 치옥과 게옥 단위로 조사를 하고, 실질적인 행정력을 강화하기 위해 중앙정부의 협력을 얻어 청년 고용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스님은 이 계획에 공감하며, 한 가지 우려점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8개 군에서 한꺼번에 사업 진행이 되다 보니 행정 인력이 많은 일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 하는 점입니다. 한꺼번에 모든 일을 하기보다는 사업의 순서를 조정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예산 부족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과연 사업 관리를 해낼 수 있겠는가 하는 우려가 됩니다. 특히 각 마을에서 사업 신청이 들어오면 그곳에 가서 엔지니어들이 체크를 꼼꼼하게 해야 합니다. 대충 해버리면 예산 낭비가 많아지고, 일의 속도가 늦어집니다. 그래서 인력 보완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JTS는 원을 세우고 마음을 내어서 자원봉사를 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우려하는 것은 사람들이 정말로 이 프로젝트에 대해 마음을 내어서 성심을 다하는 자세로 마을 운동을 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그렇지 않고 월급을 주는 시스템을 도입하여 고용한 사람으로 일을 하게 되면, 밤늦은 시간까지 일을 하거나 긴급히 일을 더 했다고 해서 수당을 더 지급해 주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렇게 되면 JTS가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취지에 전혀 맞지 않게 됩니다.”

젬강 주지사님도 스님의 지적에 공감하면서 JTS의 원칙을 지키면서 사업을 진행해 나갈 수 있는 몇 가지 아이디어들을 이야기했습니다.

“스님께서 말씀하신 JTS의 원칙에 공감합니다. 단순히 지원을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자발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취지에 대해 저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런데 지금 많은 수의 부탄 공무원들이 사직을 하고 해외로 이주하고 있어서 공무원 수가 부족하고, 그로 인해 현재 남아있는 공무원에게 업무가 과중되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JTS 프로젝트가 워낙 크다 보니까 공무원들이 평소보다 일을 두 배로 해야 합니다. 실제 일은 지역의 주민들이 할 수 있지만 관리자가 지역에 한 명, 중앙에 한 명, 총 두 명이 꼭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현장에 기술을 가진 사람이 오래 같이 작업을 하지 못하더라도 1년 정도만이라도 지원을 하면 일이 효율적으로 진행이 될 것 같습니다.

이제 JTS 프로젝트를 여러 지역에서 관리하고 있고, 일이 많아지면 40개 지역이 됩니다. JTS 프로젝트의 예산이 크다 보니 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인력 조달하는 것, 자재 배송하는 것, 영수증 확인하는 것, 이런 모든 것들이 일이라고 합니다. 이런 일을 하느라 결국 하고 싶었던 일들을 못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공무원들은 자신이 맡은 다른 일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JTS 프로젝트 업무만 집중적으로 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정부에 예산 신청을 해서 정부가 고용을 하도록 하면 JTS가 고용할 필요가 없어질 것 같습니다. 정부에서 고용하면 월급을 주는 것도 정부에서 주게 됩니다.”

스님은 지사님의 말씀에 공감하면서 적극 검토해 보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지사님의 말씀에 저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행정 인력에 대한 예산을 정부가 맡아서 하는 것이 가능한지 먼저 점검해 보겠습니다. 지금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인도에서도 자원봉사자들을 데려오고, 한국에서도 자원봉사자들을 데려와서 시범적으로 운영을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몇 가지 어려움이 있습니다. 첫째, 언어 문제로 의사소통이 어렵습니다. 둘째, 부탄에서 생활하는 것이 너무 어렵습니다. 이곳이 산골 오지 지역이다 보니 창고 같은 곳을 수리해서 지내야 하는데, 기술을 가진 사람들은 다들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추위를 견디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추위를 견딜 수 있는 젊은 사람들을 자원봉사자로 데려오려니 그들은 기술이 없습니다. 한국도 추운 겨울에는 공사를 안 하니까 기술자들이 봉사하러 올 여건은 되는데, 추위를 견디지를 못해요. 나이 든 사람들은 날씨도 춥고, 산골 오지에서 살기도 어렵고 의사소통도 어렵다 보니 자원봉사를 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인도에서 온 자원봉사자 두 사람은 의사소통도 되고, 한 사람은 목수이고 한 사람은 미장 기술자라서 기술적으로도 도움이 많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도에는 자원봉사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많이 참여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지사님이 말씀하신 방법이 해결책이 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사람을 고용하는 것은 JTS의 원칙에 맞지 않으니까 정부에 먼저 예산을 요청해 보겠습니다. JTS는 사람을 고용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왜냐하면 고용을 하면 관계의 평등성이 깨지기 때문이에요. 만약 제가 기술자를 고용하면, 기술자 입장에서 저는 스님이 아니라 자신의 고용주가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JTS에서는 고용하고 고용되는 관계를 안 만들려고 해요. 이런 관점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 연구해 보겠습니다. 지역마다 두 명의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좋은 해결책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젬강 주지사님은 한 가지 더 걱정을 이야기했습니다.

“스님께서 저희 젬강 주민들을 위해서 이렇게 많은 노력을 기울여 주시기 때문에 저희 공무원들도 최선을 다해 JTS 프로젝트에 임할 것입니다. 그러나 저희 공무원들이 가진 역량이 부족해서 스님이 원하는 만큼 되지 못할까 봐 그게 걱정입니다.”

스님이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사람이 최선을 다했는데도 결과가 나쁠 때는 책임을 물을 수 없습니다. 저는 수행자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했는데도 결과가 안 나온다면 그 결과를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주민들이 스스로 맡은 일을 하지 않을 때는 중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일을 하겠다고 하면 지원도 하고 그들에게 권리도 주지만, 약속과 다르게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임하지 않는다면 저는 깨끗이 포기합니다. 개인에게 기회를 주었는데 개인이 그 기회를 마다하면 저는 개인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습니다. 이것은 마을 차원에서도 마찬가지이고, 주(州) 차원이나 정부 차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가 별로 관심 없어하면 JTS에서는 일을 추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상대가 열심히 한다면 추가 예산을 들여서라도 계속 일을 추진할 것입니다. 첫째, 이 일이 정말 필요한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둘째, 주민들이 이 일을 추진할 의지가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결과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늘은 일요일인데 공무원들을 다 나오게 해서 죄송합니다. 저는 일요일 없이 살다 보니 여러분을 배려하지 못했습니다. 시간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의를 시작한 지 3시간 30분이 지나 밤 8시가 되어 회의를 마쳤습니다.

“저는 내일 트롱사를 경유해 팀푸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인도에 가서 성지순례를 안내하고 2월에는 다시 부탄으로 와서 트롱사 주를 답사할 예정입니다. 그 뒤에 한국에 돌아가면 당분간은 한국에 있을 예정이에요. 100일간 한국에서 특별 정진하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럼 지사님과는 6월에 다시 만나 뵙겠습니다. 그동안 젬강 프로젝트가 잘 진행되길 바랍니다. 지사님께서도 많이 신경 써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스님, 답사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희들이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은 이번 젬강 답사의 전체 실무를 맡은 기획관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오늘은 집에 갑니까?”

“여기서 잘 수도 있습니다.”

“얼른 집에 가세요. 아내에게 쫓겨나겠어요.”(웃음)

스님은 공무원들을 배웅한 뒤 마지막으로 중앙정부 소속의 이시님과 젬강 답사 후속 사업의 재정 문제와 인력 배치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또 내일 팀푸에서 내각 장관과 만나 논의할 내용을 사전 점검했습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나니 밤 8시 30분이었습니다. 스님은 오랜만에 삭발과 목욕을 한 후 원고를 교정하며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다음 날 새벽 5시에 출발해 트롱사를 경유해 팀푸로 이동할 계획입니다.


2025 3월 정토불교대학

전체댓글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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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스님 고맙습니다. 우리곁에 계셔주셔서 _()_

2025-01-09 21:25:53

오늘도행복

감사합니다.

2025-01-09 16:14:44

무위성

스님의 행장을 읽으며 늘 감탄합니다. 자유롭게 사시면서 다른 사람에게는 큰 선물이 되시는 스님 존경합니다.
내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도록, 세상의 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하는데 보탬이 되도록 수행해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5-01-09 10: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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