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타시비(Tashibi), 빠나비(Panabi), 빤땅(Pantang) 치옥을 방문하여 주민들과 대화를 하고, 타시비 초등학교 빤땅 초등학교에 들러 학교시설을 둘러볼 예정입니다.
부탄에 있는 빤땅 JTS 센터도 아침을 맞이합니다. 오늘은 빤땅 JTS센터가 속해있는 판칼게옥의 3개 마을을 방문합니다.
주민들의 생활개선 사업을 주로 하다 보니 JTS 부탄 실무자는 이제는 빤땅 주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동네사정을 손바닥 보듯 훤히 알고 있습니다. 이동거리가 짧지만 2개의 학교까지 둘러보려면 일정이 빠듯해서 오늘도 해가 뜨자마자 답사를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품졸마을 자원봉사자들을 한번 더 격려했습니다.
“품졸에서 겨울을 지내기엔 지금 숙박시설로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진행하고 있는 일만 마무리하고 당분간은 빤땅 센터에서 지내면서 빤땅마을 일들을 먼저 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리고 날이 풀리면 다시 품졸 사업을 진행하도록 합시다”
“네 스님, 남은 일정도 건강하게 잘 살펴 다니십시오”
스님은 7시 30분에 타시비치옥으로 출발했습니다. 타시비 가는 길은 대부분 깎아지른 절벽길이었습니다.
구불구불한 절벽길과 울퉁불퉁 숲길을 2시간 동안 이동하니, 멀리 타시비 절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절 입구에서는 젬강 주지사님이 반갑게 스님을 맞이해 주었습니다. 오늘부터 내일까지 이틀 동안 답사 일정을 함께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타시비 절 입구에 들어서자 나팔소리와 동자승의 환영인사가 법당까지 이어졌습니다.
스님과 주지사님은 함께 법당으로 이동하여 참배를 하고, 부탄 전통식 환영인사를 받았습니다.
이어서 마을 주민과의 대화시간이 이어졌습니다. 타시비 마을 촉바가 먼저 마을 현황을 안내했습니다.
“멀리서 찾아와 주신 스님과 주지사님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타시비 마을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리면 총 71 가구가 있고, 현지에서 살고 있는 인원은 약 400여 명 됩니다.
교육시설은 어린이집과, 타시비초등학교가 있는데 초등학교 학생이 74명 정도 있습니다.
타시비 마을은 절 복원 사업이 가장 중요합니다. 절이 필요한데 정부 예산부족으로 지원받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학교는 지붕재가 많이 낡아서 물이 새고 있고 또 울타리 보수가 필요합니다.
보건소 역시 울타리를 보수해야 하고, 보건소에 의사 선생님이 필요합니다.
마을에 식수문제도 심각합니다.
주지사님이 오신 김에 주지사님께도 요청드리고 싶습니다. 마을 오시는 길에 도로가 얼마나 열악한지 보셨을 것입니다. 우기가 오기 전에 서둘러 도로포장공사를 진행하고 싶습니다. 주지사님께 부탁드립니다.”
촉바가 마을 문제를 모두 이야기하자 스님도 마을주민들에게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스님이 부탄에 온 이유, 그리고 지금 함께 시행하려는 지속가능한 개발이 무엇인지 상세히 설명을 했습니다.
“여러분이 필요한 것들 중에 분류를 해야 합니다. 도로나 다리를 놓는 것은 정부가 하는 일이고, 동네나 우리 집수리는 우리가 해야 합니다. 정부가 그렇게까지 지원하기는 예산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데 재료가 없는 것들은 요청하면 재료를 지원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젬강주의 주민 생활을 조금 편리하게 해서 여러분들의 행복도를 높이려 합니다.
그래서 젬강 주지사님도 여러분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듣기 위해 오늘 함께 오셨습니다.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정부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정부가 하고, JTS에서 재료지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들은 여러분과 JTS가 함께 해결하고자 합니다.”
“그러니까 ‘학교 시설을 개선하자’ 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무엇이든지 ‘우리가 이것을 개선하려 합니다’ 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것을 개선해 주세요’하는 것은 어렵다는 뜻입니다. 이해하셨습니까?”
“네, 이해했습니다”
“이해한 표정이 아니에요. 궁금하거나 필요한 게 있는 분은 이야기해보세요. 대화를 하면서 제가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집이 없습니다. 집이 필요합니다
-2023년에 절에 불이 나서 절의 일부가 탔습니다. 숙소, 화장실, 전기 시설등 필요한 부분이 많은데 현재 어린 동자들도 절에서 지내고 있어 생활이 안정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스님은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의 생활시설의 개선’이 우선 지원 사업임을 다시 한번 안내했습니다.”
이어서 주지사님도 이야기를 했습니다
“여러분들의 요청사항 중에 도로, 학교 기숙사나, 보건시설은 사실 정부에서 해야 하는 일입니다. 스님이 지원해 주시는 것은 정부가 지원할 수 없는 여러분들의 생활과 직결된 세세한 부분들입니다. 그러나 스님은 여러분이 자발적으로 뭔가를 하겠다고 할 때에만 지원해주고 계십니다.
방금 한 분의 말씀 중에 ‘스님께서 지원해 주신다면 제가 열심히 하겠다’는 부분이 저는 인상 깊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 누가 도와준다고 해도 내가 열심히 나서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정부가 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줄도 모른 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언제 해 줄지 모릅니다. 그리고 해 줄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릅니다. 나라의 예산이 많지 않기 때문에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정을 모두 돌 볼 수 없습니다.
우리는 GNH(행복지수)의 나라입니다. 개인에게는 ‘행복’이 삶의 목표가 되고, ‘국민들의 행복’이 국가의 목표인 나라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삶이 늘 지쳐있고 요구하는 생각으로 가득하다면 우리는 GNH를 높일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발전하려면 우리의 사고방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는 항상 정부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사고를 정말 바꿔야 합니다.
JTS의 지원으로 여러분의 삶이 개선되고 조금이라도 행복해지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이제는 술도 조금 줄이시고 (웃음) 여러분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하시기를 바랍니다.”
젬강 주지사님의 마음이 타시비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젬강주지사님이 이야기를 마치자 스님은 타시비 주민들과의 대화를 마무리했습니다. 타시비 주민들이 준비한 선물을 들고 나왔습니다
“제가 지금 다른 곳에 답사를 가야 해요. 여러분들 마음을 잘 받을게요. 오늘 주신 이 선물은 마을 주민들이 골고루 나눠드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제게 주신 이 보시금은 타시비절 주지스님께 제가 다시 보시하겠습니다”
스님은 타시비 절에서 준비해 준 점심공양을 먹고, 타시비 초등학교로 이동했습니다.
지금은 초등학교 겨울방학기간이라 학교에 학생들이 없었습니다. 교장선생님이 나와서 스님을 안내해 주었습니다
학교 도서관, 화장실, 학교 교실, 천장, 바닥, 수도시설등 학교시설을 빠지지 않고 꼼꼼히 둘러보았습니다.
주민들과의 대화시간에서 누군가 학교 지붕 교체작업을 요청했었습니다.
정말로 지붕에 물이 샌 흔적이 많이 보였습니다
교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바닥이 움푹움푹 패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다닐 때 발이 걸릴 정도로 깊었습니다. 아마도 책걸상 다리의 날카로운 부분이 바로 시멘트 바닥에 닿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학교의 다른 건물에 가보니 천장에 구멍이 나 있기도 했습니다.
스님은 학교 점검을 마치고 빠나비마을로 이동했습니다. 빠나비마을을 가는 도중에 함께 답사하던 스탭 차량이 고장이 났습니다. 스님은 스탭 차량이 있는 장소로 이동해서, 스탭들의 짐과 스탭들을 모두 데리고 다시 빠나비 마을로 향했습니다.
서둘러 이동을 했지만 빠나비 마을 도착이 많이 늦었습니다.
법당인 줄 알고 들어갔던 공간은 놀랍게도 개인집에 칸막이를 설치한 법당이었습니다.
“스님, 이 집부터 칸막이를 다시 쳐줘야겠습니다” 함께 하던 기획담당관이 웃으며 이야기했습니다.
스님은 마을주민들과 인사를 나눈 후, JTS가 진행하는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마을주민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물었습니다.
-마을에 식수가 부족합니다. 식수를 보강하고 물탱크를 크게 만들고 싶습니다.
-능롱마을 농수로가 필요합니다.
-빠나비치옥에 야생동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울타리가 필요합니다.
⦁집이 없는 사람이 4 가구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동네에 절이 없습니다. 그런데 절이 꼭 필요합니다.
⦁마을에 눈이 안 보이는 할머니가 계십니다. 이 분께 화장실이 필요합니다.
마을주민들의 요청사항을 듣고 스님은 JTS와 함께하는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해 다시 안내했습니다.
“이 사업은 여러분들이 우선 행복해지기 위함입니다. 절을 지을 필요가 없다는 게 아닙니다. 여러분들 생활에 관련한 것들이 우선 지원될 것입니다.”
주지사님도 빠나비주민들에게 자리를 정리하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스님은 빠나비를 나와서 빤땅초등학교로 이동했습니다.
빤땅초등학교는 규모가 꽤 컸습니다. 스님은 학교를 한 번 둘러보고 주지사님에게 물었습니다.
“이곳은 학생수에 비해서 학교가 너무 큰 것 같아요. 앞으로 학생수가 계속 줄어들 텐데 화장실을 증설할 필요가 있을까요?”
“네 스님, 이곳은 지금도 초등학교가 6학년까지 운영 중입니다. 그것보다도 이 학교는 앞으로 커질 학교입니다. 왜냐하면 인근의 학교들이 폐교되는 추세에 있기 때문에, 조만간 빤땅초등학교로 학생들이 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동네 작은 분교들은 현재 4학년까지만 운영되고 있어서 현재도 5학년부터는 빤땅초등학교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스님은 주지사님 이야기를 듣고 학교답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화장실, 사물함, 기숙사방, 학교 바닥상태, 천장상태, 교실상태등 꼼꼼하게 점검했습니다.
“화장실은 증축을 요청했는데, 필요하면 증축해도 되지만 제가 보기엔 남학생 화장실은 현재에서 소변기만 2개 추가로 달고, 오히려 여학생 화장실을 남학생화장실 개수의 2배로 증축하는 게 좋겠어요. 보통은 여학생들이 남학생들보다 화장실 이용시간이 더 길잖아요.
남학생은 화장실 칸수를 늘리는 것보다, 현재 있는 공간에서 소변기를 늘리는 것이 공간활용도 측면에서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마당에서 놀다가 학교 교실로 들어가는 입구가 없네요. 불편하게 설계가 되어 있어요. 여기 수로가 너무 넓어서 아이들이 건너다니기에 위험하니 트렌치를 깔아주세요”
스님은 30여 분동 안 학교를 점검하고 이동하는 중에 학교를 어떻게 보수할지에 대해 실무자와 세세하게 논의를 했습니다.
오후 5시 30분에 빤칼게옥 미팅홀에 도착했습니다
빤땅치옥 주민 20여 명이 자리에 있었습니다.
“많이 늦었습니다. 오늘 첫 방문이 타시비 일정이었는데 타시비 가는 일정이 생각보다 많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오늘 빤땅초등학교를 어두워지기 전에 답사하다 보니 많이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부탄이 세운 GNH(국민 행복지수)가 현실에서 이루어지려면
“부탄은 물질적 지수보다 국민 행복지수를 더 중요시하는 나라입니다. 물질지수가 높은 나라는 보기에는 좋아 보이지만 사람들이 썩 행복하지는 않습니다. 한국을 예를 들면 1인당 GDP는 28위입니다. 여러분들 한국 여행하다 보면 정말 모든 시설이 잘 되어있다고 생각할 거예요. 그런데 국민 행복지수는 118위입니다. 부탄보다 훨씬 낮습니다.
그래서 해외에서 오는 사람들은 공항이나 고속도로를 보고 ‘우와!’ 하지만 사람들 얼굴을 보면 인상을 팍 쓰고 있습니다. 첫째는 성질이 급해서 짜증을 잘 내고, 욕심이 많아서 불평이 많습니다. 자기주장이 강해서 사람들과 갈등이 심합니다. 그래서 제가 한국에서 하는 일은 갈등지수를 낮추고 행복지수를 높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탄 4대 왕께서는 사람이 잘 사는 것은 물질지수만으로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얼마나 잘 사느냐의 기준은 행복지수(GNH) 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부탄은 가난하지만 한 때는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부탄도 바뀌었어요. 부탄 사람들도 욕심을 내서 물질지수를 높이려고 하고 있어요. 아마 이게 TV나 스마트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시골에 있는 청년들은 도시로 가려고 하고, 도시에 있는 청년들은 호주나 캐나다 같은 해외로 나가려고 하고 있어요.
그런데 호주에서 무슨 일을 하겠어요? 대부분 청소하고 식당일을 하고 있어요. 돈은 조금 벌지 몰라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호주에서 돈을 많이 받지만 호주에 살려면 다시 돈이 많이 들어 헐떡거리고 살아야 해요. 그래서 다시 부탄에 와서 살려고 생각하니 월급이 성에 안 차는 거예요. 그래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됩니다. 호주에서 돈을 벌어와서 부탄에 크게 집은 지었지만 부탄에서 할 일이 없어요.
제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행복하지 않다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부탄 안에서 행복하게 사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여러분들도 살아보면 알지만 생활이 너무 불편하면 행복하지 않습니다.
‘부엌이 불편하다. 화장실이 불편하다. 물이 잘 안 나온다.’ 와 같은 상황 들은 나이 든 사람보다 젊은 사람들이 더 불편해합니다. 그래서 생활환경을 개선하자는 거예요.
집이 없는 사람에게는 집을 지어주고, 집이 있지만 내부가 안 갖춰져 있으면 내부를 수리해서 갖추고, 농사지을 때 울타리나 농수로 시설이 필요하면 만들고, 학교 시설도 오래된 것들은 보수해야 합니다.
부자는 아니지만 깨끗하고 편리해야 합니다. 그래야지 가난하지만 행복하고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자꾸 더 많이 갖기를 원하기 때문에 기후 위기와 환경 문제가 오는 거예요. 앞으로 ‘비가 안 온다, 빙하가 녹아서 강물이 줄어든다. 너무 덥다’ 하는 것들로 많은 사회 문제들이 발생할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부탄에 살면 이런 기후위기를 잘 못 느낍니다. 여러분들이 아직은 잘 못 느끼겠지만 부탄도 빙하가 계속 녹으면 강물이 줄어들고, 강물이 줄어들면 부탄의 수력 발전에서부터 문제가 생길 것입니다.
많이 생산해서 많이 쓰는 게 잘 사는 것이라는 우리들의 생각이 문제입니다. 많이 쓰고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부러워하는 것은 본받을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너무 불편하면 살기가 어렵습니다. 외국 부자들처럼 살자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생활을 개선하자는 것입니다. 이런 개인적인 것은 정부가 다 할 수 없습니다. 우리 각자가 해야 합니다. 마을을 발전시키는 것도 마을 사람들이 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재료 살 돈이 없어서 못 고칩니다.’ 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재료를 제공해 줄 테니 여러분들이 편리하게 살도록 고치자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행복도가 올라가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정부는 도로를 닦고 의료시설을 확장하는 큰 일을 하고 여러분들은 여러분들의 생활을 스스로 개선해 가자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을 오늘 이렇게 만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생활 개선을 조금 하고 싶습니까? 그냥 이대로 살고 싶습니까?”
“스님께서 지원해 주시면 일은 우리가 하겠습니다. 스님께서 자재와 아이디어를 우리에게 주십시오”
“(웃음) 네, 잘 이해하셨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제가 해 주는 게 아니라 같이 하자는 겁니다. 너무 기술적으로 어려운 문제라면 종카에서 엔지니어를 보내줘서 여러분에게 기술을 알려드릴 겁니다”
스님의 이야기가 끝났는데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자 이제 늦었으니 돌아가십시오”
스님은 판칼게옥 미팅홀에서 준비한 저녁식사를 먹으면서 주지사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주지사님 이 근처에 빤땅 JTS 센터가 있습니다. 이제 JTS 봉사자들이 이곳에서 숙박하면서 빤땅 인근 사업은 진행할 예정입니다. 잠시 들러서 둘러보고 가세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저녁식사 후 젬강주지사님과 기획담당관님 중앙정부소속의 이시님과 오늘 일정을 함께했던 부탄 공무원들 다 함께 빤땅 JTS 센터에도착 했습니다.
원래 이곳은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서 창고에 가까웠던 곳입니다. 처음에는 개조하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의 상태였지만 이곳에 JTS 센터를 만들기로 하고, 실무자들은 ‘우리부터 부탄에서 집수리 모델을 만들어보자’ 하고 마음먹었습니다.
이내 한국과 해외에서 온 여러 봉사자들의 마음과 정성을 모아서 부엌이 만들어지고, 거실을 갖추고, 수도와 전기시설을 하고, 테이블도 직접 만들고, 숙소를 갖추어 ‘빤땅 JTS 센터’가 만들어졌습니다.
특히 젬강 소속 공무원들은 이 공간이 어떻게 방치되어 있었는지 상태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너무 놀라워했습니다.
거실에 앉아서 다 같이 차를 마시고, 내일 일정을 간략하게 의논한 후 헤어졌습니다.
오늘은 하루가 길었습니다. 스님도 오늘은 일찍 휴식에 들었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10월 5일 행복학교 특강에서 있었던 즉문즉설 내용을 소개해 드립니다.
남자친구와 깊이 있는 대화가 안 되니까 결혼이 망설여집니다
“저에게는 2년 반 동안 만난 남자친구가 있는데 저보다 일곱 살 연하입니다. 지금은 이 친구와 결혼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와 종교도 같고 다정하고 순수하고 착한 친구입니다. 다만 그 친구와 깊은 대화를 하는 게 좀 어렵습니다. 저는 항상 발전적인 삶을 꿈꾸고 구체적인 삶의 비전이나 재정적인 목표, 앞으로의 계획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거기에서 큰 의미를 찾는데요. 남자친구와는 일상 대화 이외에 더 깊은 대화가 잘 안 되는 느낌입니다. 배우자는 가장 친한 친구로서 대화가 잘 통해야 한다고 들었는데, 평생 이렇게 가벼운 대화만 하면서 살아갈 생각을 하니까 좀 답답할 것 같아 걱정이 많이 됩니다. 그래서 결혼을 조금 망설이고 있는데요. 제가 어떤 마음으로 결혼을 결정해야 할까요?”
“결혼해서 같이 살 배우자에게 내가 얼마만큼 요구할 것인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 연하라고 해서 생기는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철학적으로 깊이 있는 대화를 할 것인가, 미래 문명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할 것인가, 우리 사회의 변화를 위해 뭔가 실천적으로 깊이 있는 대화를 할 것인가, 예술적으로 좀 더 깊이 있는 대화를 할 것인가 등 깊이 있는 대화도 그 범위가 엄청나게 넓지 않습니까? 만약 법륜스님과 같이 살면서 음악이나 예술에 대해서 깊이 있는 대화를 하겠다고 하면 잘 될까요? 법륜스님과 같이 있으면서 야구나 축구와 같은 스포츠에 대해서 같이 얘기를 하고 싶다고 하면 잘 될까요? 법륜스님과 같이 있으면서 ‘어느 해수욕장이 좋더라’ 하면서 여행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해보려고 해도 잘 안될 것이란 말이에요. 법륜스님과 같이 있으면서 커피는 어떤 게 맛있고, 차는 어떤 게 맛있고, 와인은 어떤 게 맛있고, 보석은 어떤 게 좋다는 대화를 좀 해보려고 한다면, 대화가 전혀 안 되겠죠.
내가 그 친구와 어떤 주제로 깊이 있는 대화를 하고 싶으냐는 겁니다. 내가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배우자와 대화하고 싶다면, 아마 질문자는 배우자를 선택할 수가 없을 겁니다. 질문자의 남자친구 문제가 아니라 그런 배우자는 없다는 거예요. 법륜스님이 다방면에 아는 것이 많은 것 같지만, 함께 특정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하면 잘 안 됩니다. 법륜스님이 관심이 없는 주제에 대해 얘기하면 법륜스님도 졸거나 쓸데없는 이야기를 한다고 잔소리를 할 거예요.
그런데 배우자가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 함께 못 살 이유가 될 수 있을까요? 조금 사회적으로 의미 있고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그 사람은 재미가 별로 없고 늘 심각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치 상황이나 교육에 대해 심각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에게 놀러 가자고 하면 아마 ‘기후 위기 시대에 놀러 가면서 자동차 기름을 낭비해서 되겠냐’ 하는 대답을 할 겁니다. 질문자가 뭘 좀 사자고 하면 ‘법륜스님이 소비를 줄이라고 하셨는데 소비를 늘려서 되겠니?’ 하고 반응을 할 겁니다. 이런 사람과 같이 사는 게 과연 질문자에게도 좋을까요?
배우자에게 모든 걸 요구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내 배우자라면 다른 것은 다 달라도 이것 하나만큼은 서로 공감하고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중요한 가치가 있다면,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 또 성실하고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배우자로서 가장 적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그렇게 안 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니까 질문자가 배우자에 대해 어떤 요구를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가 있는 것입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에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좋은 대학을 나와 가장 좋다고 하는 기업에 취직하고, 직장만 끝나면 집에 와서 가족과 함께하는 남성이 있었어요. 가족이나 누가 봐도 아주 좋은 남편입니다. 그런데 그의 배우자는 답답해서 못 살겠다고 아우성이었습니다. 남편이 비 오는 날이나 겨울날 바닷가를 함께 산책하면서 우수를 만끽하고 커피 한잔 마시는 걸 즐기는 사람이면 좋겠는데, 자기 남편은 그게 전혀 안 된다는 거예요. 어디 가서 커피 한잔하자고 하면 ‘집에 커피 놔두고 뭐 때문에 나가는데?’ 이렇게 얘기하고, 비 오는 날 어디 나가자고 하면 ‘맑은 날 놔두고 비 오는데 왜 나가?’라고 하니 도저히 얘기가 안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혼을 하려니까 가족들이 난리가 났어요. 이렇게 좋은 신랑을 두고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 결국 이혼했어요. 진짜로 비 오는 날 커피숍에서 함께 커피 마시며 바깥을 볼 수 있는 남자를 만난 거예요. 학벌도 안 좋고, 직장도 안 좋고, 수입도 별로 없지만, 취향 하나가 딱 맞는다는 이유 때문에 그 사람을 사귀어서 결국 가정이 깨졌어요. 가족들은 제 밥그릇 걷어찼다고 난리지만 어떤 게 좋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가족의 가치관과 이 여성의 가치관이 다른 겁니다. 그래서 남이 뭐라고 하든 자기 가치관에 맞게 사는 수밖에 없어요.
질문자도 자기 가치관을 상대에게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질문자의 가치관 중에 이것 하나는 어느 정도 비슷해야 한다는 것이 있다면 상대에게 미리 얘기하고, 그게 맞지 않으면 아무리 돈이 많고 착해도 결혼은 안 한다는 자기 원칙을 세워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배우자에게 그런 것은 따지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워야 하고요. 질문자의 남자친구가 나이가 어리다고 했는데 20대 후반이면 어린 나이가 아닙니다. 나이가 어려서 생긴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질문자는 결혼의 조건으로 상대가 내가 관심 있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그건 불가능한 얘기입니다. 그 누구도 그렇게 될 수가 없습니다.”
“스님, 말씀 감사합니다. 저는 발전적인 방향으로 좀 나아가고 싶어 하는 성향인데, 남자친구랑 그런 대화가 잘 안 되는 것이 조금 답답했습니다. 스님 말씀대로 이 친구는 현실에 안주하고 현실에 감사하는 친구입니다. 그런데 제가 그런 부분을 간과하고 너무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질문자의 생각이 나쁘다는 뜻이 아니에요. 자기 생각대로 하려면 상대를 바꿔야 한다는 겁니다. 결혼은 함께 생활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기 방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물론 내가 지향하는 삶에 동의하는 사람이라야 만남이 성사가 되겠죠. 그렇지 않으면 아예 만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질문자가 결정할 문제예요. 내가 어떤 것을 중요시하면 그것을 갖춘 사람을 만나야 하고, 그게 아니라 사람을 중요시한다면 내가 중요시하는 것을 고집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감사합니다.”
전체댓글 28
드림하이
내가 어떤 것을 중요시하면 그것을 갖춘 사람을 만나야 하고, 그게 아니라 사람을 중요시한다면 내가 중요시하는 것을 고집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2025-02-22 13:49:45
임영현
그 누가 도와준다고 해도 내가 열심히 나서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라는 말씀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고맙습니다🙏
2025-01-03 18:06:23
월광
스님의 하루팀분들 영상팀분들 스님! 부탄국민분들! JTS자원봉사자분들 후원회원님들 정말 고맙습니다. 덕분에 오늘도 행복한 하루를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