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부탄 답사 5일째 날입니다. 오전에 고싱(Goshing) 게옥으로 이동하여 부다시(Budhashi), 람탕(Lamtang), 메와강(Mewagang) 치옥을 방문하여 주민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갖고, 판탕(Pantang) JTS 센터에서 타라야나(Tarayana) 재단 직원들과 미팅을 할 예정입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원고를 교정했습니다. 원고 교정을 마치고 숙소에서 아침 공양을 하고 8시 30분에 고싱 게옥으로 출발했습니다.
오늘은 절이 아니라 학교 강당에서 마을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제가 레바티 치옥, 판방 치옥을 왔다 갔다 하면서 부다시 치옥 근처를 여러 번 지나갔는데 이제야 부다시 치옥에 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작년 여름에 부탄 국왕님의 초청으로 부탄에 왔었습니다. 그때 부탄 국왕은 겔레푸 신도시를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개발하게 되면 자연이 파괴되고 전통문화도 많이 사라지게 됩니다. 자연과 전통문화를 보존하려다 보면 가난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정책을 두 개로 나누어 진행하게 된 것입니다.
우선 겔레푸 지역은 세계 발전의 흐름에 발맞춰 개발을 진행하고, 다른 지역은 자연과 전통문화를 보존하는 방향으로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이 두 가지 접근 방식은 향후 20년간 독립적으로 추진되며, 이후 20년 동안 다시 통합하는 형태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자연과 전통도 보존하고, 개발도 하기 위함입니다. 만약 이것이 성공하게 되면 부탄은 기후위기 시대에 새로운 발전 모델로 세계의 모범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자연을 보호하다 보면 자칫 생활이 불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들의 불편한 생활을 조금 개선해 주고자 여기에 오게 되었습니다.
부탄 정부에서도 여러분들의 생활 개선을 위해서 많은 노력과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 예산이라는 것은 한정되어 있어서 여러분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다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도로를 만드는 일처럼 큰 프로젝트는 정부에서 하고, 집을 고치거나 농수로를 만드는 일처럼 우리 마을을 편리하게 가꾸는 일은 정부에서 해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우리 스스로 해보자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 마을을 새롭게 만들자’ 하는 운동인데, 이것은 정부 프로젝트가 아니고 민간 프로젝트입니다.
여러분들이 자발적으로 마을에 필요한 일을 계획하고 실행하려 할 때 자재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때 제가 자재를 지원해 주면 여러분들은 계획한 일을 직접 공사하고 진행해야 합니다.”
스님은 지속가능한 개발 사업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였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매우 집중해서 스님의 이야기를 경청했습니다.
“저희가 판탕에 창고 같은 건물을 고쳐서 JTS센터를 지었습니다. 부엌 작업대도 높이고 선반도 만들어뒀습니다. 집을 새로 지으시려는 분은 나중에 한번 방문해 보세요. 그리고 집 구조가 편하게 잘 되어있다 싶으시면 여러분들도 그렇게 바꾸세요." (웃음)
이어서 마을 주민들이 개선 사항을 이야기했습니다
우리 마을은 집이 없는 가구가 14 가구 있습니다. 모두 집을 새로 짓고 싶습니다.
집에 칸막이가 필요합니다.
학교 식수가 필요합니다.
차가 다니는 도로를 부분적으로 포장하면 좋겠습니다.
“우리 마을은 집수리가 가장 시급합니다. 그런데 건축 자재가 비싸서 시작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집수리를 하거나 집을 지을 때는 대부분 자재 비용이 많이 듭니다. 스님께서 자재만 지원해 주시면 우리가 다 하겠습니다. 꼭 약속드립니다.”
고싱 게옥의 겁이 마을 주민들에게 당부의 말을 했습니다.
“여러분들 지금은 이렇게 약속하지만 자재가 도착하고 막상 일을 시작해야 할 때, 잘 안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말고 꼭 마지막까지 잘해보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이 약속을 어기면 우리 공무원들도 굉장히 힘이 듭니다. 주지사도 힘들고 기획 담당관들의 입장도 난처해집니다. 그래서 지금 약속할 때의 마음처럼 일이 끝날 때까지 책임감 있게 마무리까지 잘하기를 바랍니다.”
스님이 겁의 이야기를 듣고 말했습니다.
“아주 좋은 말씀 해주셨어요. 집을 짓겠다고 자재를 받고, 도로를 보수하려고 자재를 받았는데 막상 일할 사람이 없어서 자재가 유실되면 안 됩니다. 계획을 세우고 일이 시작되면 마을 사람들은 다 참여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꼭 필요하고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일을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웃음)
부다시 마을에서 주민들과의 만남을 마무리하고 스님은 람탕으로 이동했습니다. 마을에 있는 유치원에 주민 20여 명이 모여 있었습니다. 스님의 인사말이 끝나자 람탕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아이만 8명이라 큰집이 필요합니다. 집이 너무 작고, 화장실도 없습니다.
도로를 내면서 논이 망가졌습니다. 식수 파이프 지원을 요청 드립니다.
집을 지으려는데 나무가 필요합니다.
“여러분 요청을 할 때에 집이 어느 정도 살 만한 사람은 자기 힘으로 해 보세요. 이번 프로젝트는 가난한 사람에게 기회를 주면 좋겠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웃음으로 화답했습니다.
람탕에서 주민들과의 대화를 마무리하고 메와강으로 이동했습니다. 메와강으로 들어가는 숲길이 울창했습니다.
산속으로 1시간가량 이동하자 메와강 마을 홀이 나왔습니다. 홀에는 약 30여 명의 주민이 모여 있었습니다.
메와강의 마을 홀 전체가 대나무로 예쁘게 짜여 있었습니다. 이곳 주민들은 대나무로 가구를 짜는 기술이 있었습니다.
대나무 짜는 기술이 어느 정도 있었던 마을 주민 13명이 협동조합을 구성하여 타라야나 재단에 교육 지원을 요청하였다고 합니다. 이들은 약 한 달 반정도 대나무로 가구 만드는 기술을 훈련받아 전문가 과정을 수료했다고 합니다. 기술을 습득한 후에는 타라야나 재단에서 지원해 주어 5개의 대나무 집을 짓고, 버드 페스티벌 때에도 이틀간 5만 놀트럼의 수입이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은 참 경관이 좋은 곳에서 살고 있네요. 이런 곳에서 살면 근심 걱정이 없을 것 같아요. 왠지 제가 이 마을에서는 할 일이 없을 것 같아요." (웃음)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스님이 이곳에 왜 오게 되었는지, 지속가능한 개발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을 하고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곳은 도로가 좋지 않은데, 다리가 없어서 다니기가 어렵습니다.
가난한 사람은 집이 없습니다.
노인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화장실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집을 짓기 위해 나무를 마련했는데, 지붕재와 시멘트가 필요합니다.
혼자 사는데 부엌이 없습니다.
메와강 주민들에게서도 여러 의견이 나왔지만, 다른 지역 주민들만큼 열띤 분위기는 덜 했습니다. 스님과 대화 시간이 끝나자 메와강 주민들이 직접 만든 대나무 바구니에 마을 특산품을 선물로 가져왔습니다.
스님은 마을 주민들이 준 선물 중에 삶은 카사바 바구니를 들고 대화 시간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들과 나누었습니다.
스님은 메와강에서 준비해 준 점심 식사를 하고 판탕 JTS로 이동했습니다.
오후에는 타라야나 재단(Tarayana Foundation) 활동가들과 미팅을 했습니다. 지난 9월에 스님이 재단을 방문하여 재단 관계자들과 미팅을 했는데, 오늘은 재단 직원 7명이 스님을 만나기 위해 판탕 JTS센터로 찾아왔습니다.
타라야나 재단에서 맡은 각자 역할을 소개한 후 식수 사업을 담당하는 분이 약 50분 간 타라야나 재단에 대한 소개와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상세하게 설명했습니다.
타라야나 재단은 시골에 있는 가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지원 사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주요 사업으로는 가난한 사람의 집 지어주기, 마을 주민들의 자립 지원, 그리고 환경 보호 사업 세 가지를 큰 방향으로 잡고 있었습니다.
타라야나 재단 역시 단발적인 지원 사업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근원을 파악하고 해결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나아가고자 하고 있었습니다. 스님이 하는 지속가능한 개발과 어느 정도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기에 타라야나 재단에서는 스님이 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우리가 하고자 하는 사업과 내용이 거의 비슷하네요. 그러나 굳이 몇 가지 차이점을 말씀드리면 첫째는 여러분들은 부탄 전역을 하고 저희는 젬강, 트롱사 종카가 대상입니다. 둘째는 여러분들은 민간단체가 주체가 되어 하지만 저희는 정부와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사업을 진행할 때 종카나 정부의 허가가 있어야지 진행할 수 있습니다. 시행 책임도 촉바가 갖고 있습니다.
성과만 생각하자면 정부와 관계없이 NGO 차원으로 일을 하면 쉽습니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개발 사업을 하려면 공무원들의 의식 개선 또한 중요한 일이기에 정부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시스템으로는 지속가능한 개발 사업을 추진할 때, 빠르게 결정하고 집행하기가 어려운 시스템입니다.
주민들은 바쁠 때보다 한가할 때, 농번기보다 농한기 때 즉, 개개인의 시간이 가능할 때 집을 수리하고 마을 공동 작업을 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마을 사람들이 원하는 시간에 맞춰 바로바로 지원이 되어야 하는데 현재 시스템으로는 어렵습니다.
또한 집을 짓는 것은 예산 책정이 되는데 집을 수리하는 것은 예산 책정이 어렵습니다. 집수리는 해 보면서 자재를 구입하고, 예산이 나오는 것인데 이것을 미리 예산을 세워 달라고 하니 주민들이 얼마나 잡아야 할지 모르는 거예요. 그래서 집수리가 지금 잘 안되고 있어요.
공사를 하다가 자재가 부족하면 금방 구해야 하는데 이것을 새로 프로젝트를 내서 다시 결재를 올려야 하니 공사가 다 중단되는 거예요. 정부랑 함께하면 장점도 있지만 이런 단점들도 있습니다. (웃음) 이런 것들을 어떻게 보완할지 조금 더 연구해야 합니다.
지금 JTS에서 하고 있는 지속가능한 개발 사업의 목표는 결과적으로는 가난한 사람을 돕는 일이 되더라도 주 목표는 ‘기후위기 시대에 지속가능한 삶의 모델’을 찾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최소한의 소비를 하고 인간이 얼마나 행복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주민 참여가 없는 사업은 지원하지 않는 이유
부탄의 4대 왕이 국민총행복지수(GNH) 개념을 도입했기 때문에 그 개념을 살려보고자 합니다. 지금 현재 부탄에서는 GNH 개념이 이론으로만 있지 현실에서는 없는 것 같습니다.
내가 무언가를 얻었을 때 생기는 기쁨은 즐거움이고, 그 즐거움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그러나 내가 누군가를 돕거나, 무언가를 성취했을 때 얻어지는 기쁨은 즐거움이 아니라 보람입니다. 그것은 오래갑니다. 그리고 자신감이 생기게 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주민들에게 스스로 계획하여 실행하게 하고, 주민이 참여하지 않은 프로그램은 어떤 것도 지원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계속 정부가 일방적으로 해주었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어떤 이야기만 하면 '해 달라'는 관점으로 접근을 합니다. 지금은 이 생각을 바꾸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그래서 제가 계속 이야기하는 것이 작은 일은 우리가 스스로 하자는 겁니다.
제가 생각하는 지속 가능성은 크게 두 가지 문제입니다. 첫째는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타라야나가 지금 하고 있는 식수 사업처럼, 식수 문제를 파이프 제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수원지에서 계속 물이 나올 수 있도록 관리하는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주민들이 자립적으로 계속 관리가 가능해야 합니다. 건축 재료도 부탄 것으로 사용하고, 기술도 동네 주민들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만 사업을 하는 이유는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고쳐서 사용하기 위함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실험을 해 보고 있습니다. 이번 젬강에서 진행되는 실험이 효과가 있다고 생각되면 부탄 전 지역으로 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돈이 적게 들고 사람들의 만족도가 높은 시범 과정을 만드는 게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탄 전체에 확대하거나 다른 나라에 확대할 때에는 펀딩이 필요합니다.
실험이 끝나고 확산할 때, 저는 JTS가 다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때는 여러 단체가 협동해서 확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처음 모델을 만드는 게 어렵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렇게 부탄에 자주 오는 거예요." (웃음)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해 관심이 많은 타라야나 재단 직원들에게, 스님은 현재 진행되는 상황들과 문제점과 우려점까지 소상하게 일러주었습니다. 나중에 시범 사업이 성공하여 확대하게 될 때의 협업도 타라야나 재단과 논의했습니다. 스님은 타라야나 재단 직원들과 약 두 시간가량 미팅을 마치고, 오늘 일과를 마무리했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9월 25일 정토회 수행법회에서 스님이 질문자와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해 드립니다.
불교가 소비주의 극복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나요?
“인간이 과하게 욕망을 추구하다 보면 중독으로 이어져서 결국 현대 문명에서는 소비주의로 표출된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주의로 인해 환경오염과 기후 위기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개인과 단체들이 많이 있습니다. 정토회에서도 환경을 위해서 불편함을 감수하고 적게 쓰는 삶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소비주의가 붓다 담마와 어떤 측면에서 대치가 되는지,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정토회에서 하는 실천 활동들이 붓다 담마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궁금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욕구가 있습니다. 사람뿐만 아니라 짐승도 다 욕구가 있어요. 먹고 싶은 욕구, 자고 싶은 욕구 등 욕구에 따라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욕구를 가진 존재들이 사는 세계를 욕계(欲界)라고 합니다. 세상이 원래 그렇게 생긴 거예요. 그래서 욕구를 좋다 나쁘다 말할 수가 없습니다. 욕구는 그냥 욕구일 뿐입니다. 욕구는 어찌 보면 우리 삶의 원동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욕구에 지나치게 집착했을 때는 괴로움이 생깁니다. ‘먹고 싶다’ 하는 욕구는 괜찮지만 ‘꼭 먹어야 한다’ 고 집착하면 못 먹게 됐을 때 괴로움이 생깁니다. ‘갖고 싶다’ 하는 욕구가 있으면 가지면 되지만, 가질 수 없는 상황에서 ‘꼭 갖겠다’ 하고 집착하면 내 뜻대로 안 되는 문제로 인해 괴로움이 생깁니다. 그래서 욕구가 문제가 아니라 욕구에 대한 집착, 즉 욕망이 괴로움의 원인입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욕망으로부터의 자유를 진정한 자유라고 하셨습니다. 밖에 있는 백만 명의 적을 이기는 일보다 나 자신을 이기는 일이 더 큰 영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나 자신’이란 욕망, 카르마, 습관을 말합니다. 욕구를 따르는 일이 습관화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은 이 욕망으로부터의 자유로움을 말씀하셨습니다. 과소비하던 왕자 생활을 버리고 음식은 걸식해서 먹고, 버린 옷을 주워 입고, 잠은 나무 밑에서 자는,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소비를 하셨습니다. 욕망을 기준으로 해서 보면, 이 모습은 극빈층과 다를 게 없습니다.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옷도 제대로 못 입고, 잠도 제대로 못 자는 조건에서 사는 것은 괴로움의 극치인 상태입니다. 그러나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운 관점에서 보면, 부처님의 모습은 어디에도 걸림이 없고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진정한 자유인의 모습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어떻습니까?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 하고, 좋은 옷을 입어야 하고, 좋은 집에 서 살아야 하는 등, 숨이 끊어질 때까지 욕망이 끝나지 않습니다. 요즘은 특히 SNS나 TV를 통해서 ‘먹방’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면서 먹는 행위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어디를 가든 먹는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립니다. 어디 가서 뭘 먹었는지, 커피는 어디가 맛있는지, 빵은 어디가 맛있는지와 같은 정보를 공유합니다. 입는 것은 또 어떤가요? ‘입는다’ 하는 말 속에는 옷만이 아니라 가방도 들어가고, 액세서리 착용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명품을 구매하는데 많은 돈을 들여가며 입는 것에 중독되어 있습니다. 자는 집도 마찬가지예요. 집은 그냥 잠자는 공간일 뿐인데 너무 고급화하다 보니 수십억짜리 아파트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 마치 소비의 극치를 달리는 것 같습니다. 차나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은 돈을 주고 소비하고, 보석을 좋아하는 사람은 보석을 사 모으고, 자전거나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은 몇억씩 들여서 차를 타고 다닙니다. 동호회를 조직하여 비슷한 사람들끼리 어울리면서 세뇌가 됩니다. 이게 바로 소비 중독 증상입니다. 마약에 중독이 되는 것과 같은 원리예요.
첫째, 많이 소비하는 문제가 있고, 둘째, 소비가 점점 고급화되어가면서 엄청난 경비를 지불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로 인해 소비에 따른 CO2 배출량이 보통 사람의 몇십 배에 달하는 것입니다. 기후 위기 시대에 이런 사람은 중범죄자에 속합니다. 수많은 생명을 살생하는 일과 같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기후 위기를 걱정하면서 한편으로는 그런 사람들을 부러워합니다. 부처님은 과소비할 수 있는 조건인 왕자의 지위를 스스로 버렸는데, 우리는 왕자도 아닌 주제에 왕이 되고 싶어 하는 모습입니다. 소비할 수 있는 조건에 있음에도 검소하게 살며 중독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할 텐데, 소비할 수 없는 조건에서도 소비하고 싶어 껄떡거리니 괴로움이 생기는 겁니다. 그 결과 스스로 소비의 노예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토회가 하고자 하는 새로운 운동은, 첫째,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서 욕구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둘째, 적게 소비해서 남은 재화를 이웃과 나누는 것입니다. 구걸하는 사람이 아니라 베푸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적게 소비함으로써 CO2 가스를 덜 배출하면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삶을 살 수가 있고, 서로 가지려고 싸우지 않고 베풂으로써 각박한 시대에 평화를 가져올 수가 있습니다. 이렇듯 부처님의 가르침은 개인이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적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기본이 됩니다. 이렇게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서 현재 인류가 처한 환경 위기, 전쟁 위기, 그 외 많은 갈등들을 해소해 나갈 수가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 뿌리 깊은 많은 갈등들이 모두 자신의 의견을 고집하거나 자기 욕망대로 하려는 데서 빚어지는 것입니다.
우리가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사는 길은, 우리가 갖고 있는 사회의 많은 문제와 나의 괴로움을 동시에 해결하는 길입니다. 인간관계에 평화를 가져오고 동시에 자연을 보호하며 또한 극빈자를 돕는 삶을 사는 것이 바로 지속 가능한 삶입니다. 정토회가 부탄에서 하려는 사업도 바로 어려운 사람을 도우면서도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지속 가능한 개발입니다. 사람을 돕겠다고 환경을 파괴하면 결국은 더 큰 화를 자초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어려운 사람을 돕기만 했다면 요즘은 환경적 가치를 바탕에 두고 환경이 파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원 활동을 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인간적 가치만을 논했다면 이제는 환경적 가치를 더해서 자연 생태계의 순환 원리를 고려한 새로운 가치관이 정립되어야 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바로 그러한 입장에 서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살인하지 말라’는 말은 사람과의 관계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살생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이것은 환경적 가치까지 포함된 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연 생태계를 살펴보면, 개가 새끼를 낳으면, 털이 흰 것도 있고, 검은 것도 있고, 노란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개들 사이에서 털 색깔을 가지고 차별하지 않잖아요. 개들끼리 어울릴 때 암수 성별을 가지고 차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람은 피부 색깔로 차별하고, 성별로 차별하고, 계급을 나눠서 차별합니다. 그 말은 인종차별, 성차별, 계급 차별이 자연적이지 않다는 것을 말합니다. 인간의 잘못된 의식이 만들어 낸 왜곡된 가치관이 문화로 형성된 거예요. 왜곡된 사실을 깨우쳐서 바로 알고 행하는 것, 이것이 바로 수행자의 자세입니다.”
“감사합니다.”
전체댓글 34
드림하이
예전에는 인간적 가치만을 논했다면 이제는 환경적 가치를 더해서 자연 생태계의 순환 원리를 고려한 새로운 가치관이 정립되어야 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바로 그러한 입장에 서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살인하지 말라’는 말은 사람과의 관계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살생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이것은 환경적 가치까지 포함된 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25-02-22 04:55:27
월광
스님의 하루팀분들! 영상팀분들! 스님! 부탄가족분들 JTS후원회원님들 자원봉사자분들 참 고맙습니다. "내가 무언가를 얻었을 때 생기는 기쁨은 즐거움이고, 그 즐거움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그러나 내가 누군가를 돕거나, 무언가를 성취했을 때 얻어지는 기쁨은 즐거움이 아니라 보람입니다. 그것은 오래갑니다. 그리고 자신감이 생기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