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12.27. 부탄답사 4일째 숩랑, 곰푸, 뽕출라 답사
저 몰래 대출하고 코인 투자에 실패한 예비 신랑, 결혼을 해야 하나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부탄답사 4일째입니다. 오늘은 트롱(Trong)게옥의 숩랑(Subrang), 곰푸(Gomphu)치옥을 방문하고 판칼(Phankhar)게옥으로 이동하여 뽕출라(Pongchula-Tradejon)치옥을 답사하려고 합니다.

오늘은 7시부터 답사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스님은 새벽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숙소의 짐을 정리하고 답사를 준비했습니다. 차에 짐을 싣기 위해 스탭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스님도 정리한 짐을 차에 싣고, 아침 공양을 하러 식당으로 이동했습니다.

숙소에서 마련해 준 밥이 너무 딱딱해서 스님이 먹기에는 조금 힘들었지만, 스님은 공양을 지어준 한 사람 한 사람을 찾아가서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이른 시간 식사를 준비해 줘서 고맙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스님이 차에 탑승하자, 답사 차량은 곧 출발했습니다. 타마벌티를 출발해 1시간가량 이동하여 트롱게옥 숩랑 치옥에 도착했습니다. 숩랑 마을주민들이 절 앞에서 스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촉바와 인사를 한 후, 한 사람 한 사람 머리에 손을 얹어 축원을 하면서 절 안으로 이동했습니다.


숩랑 절에서 부탄식의 참배를 드리고 자리에 앉자 마을주민들도 절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절에 들어온 주민들은 저마다 스님께 삼배를 드리고 법당에 자리했습니다.



부자는 아니더라도 편리하게,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먼저 불법승 삼보에 귀의합니다. 부처님과 보살님들의 가피로 그리고 부탄 국왕의 은혜로 숩랑치옥에 있는 여러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저는 작년에 국왕님의 초대로 부탄에 방문했습니다. 부탄은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는 않지만 자연환경이 아름답고 전통이 잘 보존되어 있는 나라입니다. 잘 살기 위해서 부탄을 전체적으로 개발해 버리면 자연이 파괴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보존만 하게 되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어서 세계 속에서 뒤처지게 되고, 부탄의 청년들이 모두 외국으로 나가는 문제가 생깁니다.

국왕님께서도 이 문제로 많은 고민을 하셔서 겔레푸 신도시는 세계의 발전 속도에 맞추어 개발을 하고, 나머지 지역은 전통문화와 자연을 보존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20년 후에는 전통문화도 보존하고 지역발전도 할 수 있도록 이 두 가지를 합하려는 큰 뜻을 갖고 계십니다.

저도 이 일에 동참하여 부탄 지역의 어려운 사람을 돕고, 지속가능한 발전과, 전통문화를 보존하는 길에 협력하고자 이곳에 왔습니다.

사람이 사는 데에는 첫 째, 공기가 맑고 물이 맑아야 합니다. 음식이 있어야 하고, 입을 옷이 있어야 합니다. 살기 위해서는 집이 있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제 때에 공부할 수 있어야 하고 아프면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살기 위해서는 최소한 이러한 부분은 갖춰져 있어야 합니다.

제가 보기에 부탄은 풍부하진 않지만 최소한의 조건은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옛날에는 모두 멀리까지 걸어 다녔지만 이제는 차가 다닐 수 있도록 길이 닦여있습니다. 시골까지 전기가 들어오고 휴대폰도 됩니다. 그러나 아직 어려운 사람들도 있습니다. 마을의 한두 집은 집이 없거나, 집안 시설을 갖추지 못한 채 지내고 있습니다. 부엌 불을 방 안에 직접 피워서 연기로 벽이 그을리고 건강에 해로운 환경에서 지내는 집도 있습니다. 이런 불편한 환경은 개선해서 살면 더 행복합니다.

노인들은 백내장이나 귀가 잘 안 들려서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백내장은 간단한 수술로 개선될 수 있고, 난청은 보청기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밭농사를 지을 때는 야생동물 피해가 있으므로 밭 주위에 울타리를 쳐야 하고, 논농사를 지으려면 농수로를 만들어야 합니다.

비포장 도로도 군데군데에 잘 포장을 해 두면 편리하게 쓸 수 있습니다. 물이 부족한 곳은 상수원을 보강하면 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데에 불편한 환경들은 개선하면 지금보다 더 편리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부자는 아니더라도 편리하게,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탄 정부에서 이 모든 것을 지원할 수는 없습니다. 개인 생활이나 우리 마을에 관계되는 것들은 개인이나 마을 사람들이 마음을 내고 힘을 합쳐서 개선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환경을 개선하려면 재료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각자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고자 할 때, 각종 재료를 지원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여러분들의 생활환경을 함께 개선하고자 합니다.

이것은 정부 프로젝트가 아니기 때문에 해 주는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스스로 개선하고자 할 때 지원하는 프로젝트입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들의 삶을 조금 더 편리하게 만들자는 것입니다.

젊은 사람들은 생활이 너무 불편하면 편리한 도시로 나가려고 합니다. 우리의 주거생활이나 마을 환경을 조금 개선해서 편리하게 바꾸는 것이 젊은이들을 마을에 정착하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그것이 우리 마을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방법입니다.


집안에서 불 피워서 연기가 나고, 쪼그리고 앉아서 요리해야 한다면 젊은 여자들이 이 동네에 시집 오려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부엌 환경 시설을 개선해야 합니다.(모두웃음)

여러분들이 뜻이 있다면 함께 하고자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말씀드린 부분들이 다 갖춰져 있다면 저는 할 일이 없습니다. ‘나는 하기 싫다 누가 해주면 좋겠다’ 하면 정부가 해 줄 때까지 기다리면 됩니다. 그런데 ‘우리 마을 일은 우리가 하겠습니다.’ 한다면 필요한 자재는 모두 지원하겠습니다.

이 일을 함께하려면 촉바와 마을사람들이 마을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 논의하고 어떻게 개선할지 계획해서 젬강종카에 제출해 주세요. 승인이 나면 현장 답사 후에 진행이 될 것입니다.

제가 말한 것 이해하셨습니까?

스님 말 중에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있거나 질문이 있으면 이야기해 보세요 “

“사람들이 다 가난해서 다른 요청사항들이 많겠지만 지금 우리 마을에 가장 필요한 건 절 시설을 보완하는 부분입니다.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마을 사람들이 다 같이 모이는데 그때마다 절에 모여서 의논하고 일을 합니다. 숩랑은 작은 마을입니다. 인구도 적어서 마을 공동행사를 진행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절 시설이라도 보완돼서 편리하게 마을 행사를 하고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숩랑치옥 촉바입니다. 인구는 200명이고, 총 20 가구 중 2 가구는 이사해서 18 가구입니다. 예전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열악한 편입니다.

개인에게 필요한 것들도 많겠지만 우선은 우리 마을에서 필요한 것은 이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집이 없는 사람도 있고 집을 짓다 만 사람도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가족이나 친척이 도와주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우리 마을은 도로 수리를 해야 합니다. 마을을 들어오는 큰 커브길이 있는데, 빨간 흙으로 쌓여있습니다. 우기에는 매우 위험합니다 그곳만 시멘트를 덮어서 보수하면 사용하기 수월할 것 같습니다.

-식수 부족도 사실이지만 이 부분은 정부 도움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찰시설입니다. 현재 사찰 화장실은 정부 예산을 받아서 짓고 있는데, 부엌은 현재 임시로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같은 행사를 할 때에 정말 불편한 점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후에도 여러 의견이 있었습니다.

  • 젖이 잘 나오는 소를 지원받아서 마을 공동 축산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 논에 물을 대고 싶습니다. 파이프 지원받고 싶습니다.

  • 집이 없습니다

숩랑 마을 주민들에게는 절이 마을회관과 같은 개념인 듯했습니다. 절 시설을 보수하고 싶다는 사람이 3명이나 있었습니다. 약 40분 동안 촉바와 마을사람 그리고 숩랑마을 주지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스님이 말했습니다.

“ 이 프로젝트의 중요한 목표는 개인의 주거생활을 편리하게 개선하거나 생산 시설을 편리하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해 나가자는 것이 목표입니다.

절을 고치려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절을 짓거나 공양을 올리면 복을 받는다고 알고 있습니까?”

“네, 복 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여러분들이 절을 지어서 복을 받아야겠어요. 제가 절을 지어서 복을 받아야겠어요?” (웃음)

“저는 여러분들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러 왔지 절 지으러 온 게 아니에요. 여러분들의 생활이 좋아지면 절에 보시도하고 스님께 공양도 올릴 거잖아요. 그렇게 해서 여러분들이 복을 받으세요. 절을 짓거나 주지스님께 공양을 올리는 것은 여러분들이 할 일이에요

제가 이곳에 온 것은 여러분들 생활의 어려움을 돕기 위해 온 것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이 주지스님께 공양을 올리고 절을 짓는 것은 여러분이 할 일이에요.

오늘 이야기 들은 것 중에 제가 지원할 수 있는 것은 집이 없는 사람이에요. 새로 지어야 하는 사람, 집을 고쳐야 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제가 집을 지어주는 게 아니에요.

동네에서 누가 보더라도 ‘저 사람은 제대로 된 집이 있어야 하는데 안타깝다’ 하는 사람에게 여러분이 집을 지어주는 거예요. 그럴 때에 제가 집 짓는 재료를 지원하겠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마을은 사람도 적으니 1년에 한 채밖에 못 지을 거예요. 여러분들은 농사도 짓고 집안일도 해야지 집만 지을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 제가 재료를 준다고 해도 2채 3채 지을 수 없다는 뜻이에요. 1년에 할 수 있는 양만 계획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촉바 이야기 중에 마을 올라오는 커브길 도로에 시멘트는 지원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러면 여러분들이 도로에 나와서 일을 해야 해요. 도로 커브길이나 물이 지나가는 곳은 시멘트를 덮으면 도로 전부를 덮지 않더라도 사용이 편리할 겁니다.

세 번째는 집을 수리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집에 화장실이 없어서 화장실을 만들거나, 부엌을 수리하겠다는 것은 가능합니다.

네 번째는, 농수로를 만들어서 우리 논에 물을 대겠다 하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시멘트가 아니라 파이프로 한다면 지원이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시멘트는 부탄에서 생산하고 있지만 파이프는 외국에서 수입해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식수는 파이프가 아니면 안 되지만 농수로는 시멘트로 해도 되잖아요. 되도록 부탄에서 생산하는 재료를 지원합니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필요한 것을 이야기하고 계획해서 촉바와 상의하세요.

이곳은 절이 마을 공공시설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화장실도 필요하고 부엌이 필요한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주거환경, 생산시설, 학교, 상하수도 같은 여러분들 생활과 관련한 것들을 우선하고 그다음에 절의 시설을 보수하도록 합시다.”

그제야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스님 말씀이 정말 맞습니다”

“우리 생활이 먼저 개선되어야 합니다”

“집을 지으려는데, 나무를 마련하는 비용이 너무 큽니다. 나무만 지원이 되어도 우리가 다 할 수 있습니다”

“집 짓는 것을 신청하면, 나무를 베는 기름값을 지원해 드립니다”

스님은 약 1시간 10분가량 주민들과의 대화를 마치고 촉바에게 마을사람들과 함께 사용할 것을 권하며 보시를 했습니다. 이어서 절 주지스님께도 보시금을 전달했습니다.

오늘 방문하는 마을은 3곳이지만 이동시간이 길어서 일정이 촉박합니다. 스님은 절을 나오는 길에 맨 앞자리에서 종일 열심히 들었던 할머니 한 분을 잡고 물었습니다.

“할머니, 눈은 잘 보이십니까”

“잘 안 보입니다”

“이는 어떠십니까. ‘이’ 한번 해보세요”

“이-”

할머니의 이가 거의 없었습니다

“할머니 정도면 틀니를 하셔야겠습니다”

부끄러우신지 할머니가 입을 꼭 닫고 웃으셨습니다.

“각 마을마다 노인들의 건강상태도 다 파악해야 합니다”

스님이 활동가에게 말했습니다

숩랑절 주지스님이 스님을 배웅하기 위해 따라 나왔습니다. 스님은 바삐 발걸음을 옮기는 중에 주지스님께 말했습니다.

“스님이 오셔서 이 마을 불사를 많이 하셨군요. 마을 사람들과 같이 만드셨다는 계단도 깨끗하게 잘 만드셨습니다.

스님께서 가난한 사람들 주거 개선하는 일도 살펴봐주세요. 마을 현황도 살펴주시고 진행상황도 살피면서 스님이 챙겨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앞으로 불사는 절로 될 거예요.”

숩랑 주지스님은 떠나는 스님의 차를 마지막까지 배웅에 주었습니다

“자, 저는 다음에 다시 오겠습니다.”

스님은 차를 타고 한 시간가량 이동해서 곰푸마을에 갔습니다.

곰푸마을은 주민들이 학교강당에 자리를 두고 마을주민 70여 명이 스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스님이 마을주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마을에서 필요한 사항을 물었습니다.

-곰푸치옥에 10 가구가 모여있는 마을이 있고 7 가구가 모여있는 마을이 있는데 각 마을마다 식수가 부족합니다.

-학교에도 식수가 부족합니다

-학교 울타리가 나무로 되어 있어서 계속 교체해야 합니다. 쇠로 만들고 싶습니다


-지진 때문에 절이 무너져서 보수를 해야 합니다.

-마을에서 귤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귤 농장이 꽤 큰데 농로가 없어서 농사짓기 너무 어렵습니다. 포크레인 작업이 필요합니다.

-집에 칸막이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마을에 정신병을 앓는 할아버지가 계시는데 돌봐줄 사람이 없습니다. 먹을 것이라도 지원이 되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스님은 JTS에서 지원이 가능한 사업과 불가한 사업을 하나하나 안내했습니다.

“학교에 식수를 해결하려면 파이프가 있어야 합니다. 파이프를 지원하면 학부모나 마을 사람들이 공사 진행은 할 수 있습니까?”

“네 할 수 있습니다!”

한 할아버지만 대답하셨습니다.

“아니 그걸 혼자 말하면 어떻게 해요. 여기 있는 사람 다 하겠다고 해도 모자란데... (웃음)”

“할 수 있는 사람 모두 손들어보세요”


마을사람들이 한바탕 웃으면서 너도나도 손을 들었습니다.

“마지막에 이야기하신 할아버지는 부탄왕이 운영하는 재단이 있습니다. 거기에 연결해 드리면 좋겠습니다”

이미 많은 마을에서 JTS 사업을 알고 있는 듯했습니다. 지속가능한 개발 사업의 원칙을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주민들은 스님의 말을 금방금방 이해하고 받아들였습니다.

곰푸마을 주민들과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지원 사업을 정리했는데 한 시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스님은 곰푸마을 사람들이 정성스레 준비한 점심 공양을 먹고 뽕출라트라데종으로 이동했습니다


식당에서부터 스님이 타는 차 앞까지 마을주민들이 한 줄로 서서 스님께 축복을 구했습니다


지금까지 답사하는 젬강은 고속도로에서 벗어난 마을길이 굉장히 사나웠습니다. 이번에도 울퉁불퉁한 길을 두 시간가량 이동하여 뽕출라에 도착했습니다,



법당이 아담했습니다. 스님은 참배를 하고 마을사람들과 둘러앉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서 왔습니다. 작년에 국왕님의 초청을 받아 부탄에 왔고, 여러분들의 생활 개선에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집안이나 마을을 개선하면 조금 더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 생활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해 보세요”

-뽕출라 치옥에 구종마을과 퐁출라 마을이 있습니다. 이 두 마을 식수가 필요합니다.

-집이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을 농수로가 필요합니다.

-집에 딸이랑 살고 있는데, 손자 하나 손녀하나가 있습니다. 집에 칸막이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언니가 귀가 안 들리고 눈이 안 보입니다. 집이 없습니다.

-야생동물이 작물을 훼손합니다. 울타리가 필요합니다.

마을마다 요청사항이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스님은 마을주민의 요청사항을 하나하나 점검하고 안내해 주었습니다.

뽕출라마을 주민들과 한 시간가량 대화하고 나오니, 저 멀리 먼 산에 우리가 지나왔던 곰푸 마을이 보였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산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오늘 저녁은 부탄 활동가들이 모두 모여 판탕 JTS 센터에서 함께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편리한 한국과 캐나다 생활을 두고 먼 나라인 부탄까지 와서 불편한 생활을 적응하는 것은 만만치가 않은 일입니다. 고생하고 있는 부탄 자원 봉사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스님은 저녁 식사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산 넘어 구경도 잠시, 스님은 뽕출라를 출발해 판탕 JTS 센터로 이동했습니다. 도착하니 저녁 6시 30분이 되었습니다.

“오늘 하루 휴식들을 조금 하셨습니까?”

“네, 잘 쉬었습니다”

“자 맛있게들 먹고 쉬세요 (웃음), 내일은 다 같이 답사를 나갑시다”

“네 좋습니다”

거사님들의 목소리가 우렁찼습니다

스님과 활동가들의 이야기소리와 웃는 소리, 거사님들의 노랫소리가 판탕 JTS 센터를 가득 메웁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10월 7일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열린 길벗 초청 즉문즉설 내용을 소개해 드립니다.

저 몰래 대출하고 코인 투자에 실패한 예비 신랑, 결혼을 해야 하나요?

“저는 키도 크고, 직업도 좋고, 공부도 잘했고, 얼굴도 제 스타일인 예비 신랑과 내년 2월에 결혼하려다가 그가 한 달 전에 저 몰래 몇 억을 대출받아 코인에 투자해서 절반이 넘게 잃은 걸 알게 됐어요. 사실 돈도 돈이지만 예식장을 잡아놓고 몰래 대출받은 사실을 알고 나서 신뢰가 깨졌고,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고 결심하여 현재 마음을 잘 추스르고 있습니다. 너무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원망과 분노, 아쉬움, 막막함, 그리움이 저를 밤마다 괴롭혀요. 그래도 괜찮은 척하면서 살려고 하는데 집에 와서 혼자가 되면 너무너무 힘이 듭니다. 제가 30대 중반이라 나이도 나이인지라 아기도 낳고 싶고, 가정도 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빨리 다른 사람을 소개받고 싶은데, 막상 나가 보니까 눈에 안 차는 거예요. 다 좋은데 키가 조금 마음에 안 들고, 다 좋은데 학력이 조금 낮고, 다 좋은데 얼굴이 제 스타일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저의 헛된 욕심들을 내려놓고 싶습니다. 저는 다시 쥐약을 먹고 싶지 않아요. 스님, 도와주세요.”

“결혼하고 싶어요?”

“제가 그분이랑 만나면서 너무너무 힘들었는데도 그걸 다 참았던 게 결혼하고 싶어서 참았던 것 같아요.”

“그러면 그 남자하고 결혼하세요. 왜냐하면 인물도 괜찮고, 질문자가 좋아하는 남자잖아요. 그 남자와 결혼해서 아이 하나 낳고 나서 헤어지면 됩니다. 그러면 결혼도 해봤겠다, 아이도 있겠다, 손해 날 게 하나도 없잖아요. 그때 가서 좀 부족한 다른 남자하고 결혼해도 괜찮아요. 질문자는 자신의 나이와 조건을 생각하지 않고 늘 마음에 드는 남자를 찾았는데, 한번 결혼해서 흠이 생기게 되면 상대한테 그렇게 많은 요구 조건을 안 내세우게 됩니다. 키가 작든 말든 돈만 있으면 된다든지, 키가 작든 말든 도박만 안 하면 된다든지, 이렇게 조건이 확 낮아져 버려서 새로운 남자를 찾기도 쉬워져요. 제가 볼 때는 질문자의 경우 그 사람을 놓치면 다시 결혼하기가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외모나 조건이 마음에 안 드는데 다른 사람과 할 수 없이 결혼을 하게 되면 나중에 이것을 핑계 삼아 다시 이혼을 하게 됩니다. 사실은 결혼 생활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성격입니다.”

“맞아요.”

“그런데 지금 질문자는 사람의 성격을 안 보고 얼굴과 키 이런 것만 보고 있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결혼할 때 첫 번째로 얼굴과 키, 외모를 봅니다. 두 번째로 보는 것이 학벌, 재산, 능력입니다. 세 번째로 성격을 보기 때문에 대다수는 외모와 능력만 보고 끝납니다. 그러나 함께 살아보면 대부분의 갈등이 성격이나 생활 습관에서 생깁니다. 얼굴은 결혼할 때뿐이지 죽을 때까지 아무 시빗거리가 안 돼요. 이렇게 마음이 거꾸로 작동되기 때문에 아무리 먼저 결혼해서 살아본 사람들이 조언을 해주어도 결혼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인지가 잘 안 됩니다. 이런 이치는 시행착오를 겪고 과보를 받아야 깨달을 수 있어서 젊은 사람한테는 이런 얘기를 해봤자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지금 와서 다른 사람을 새로 찾으려면 시간이 걸리니까, 가장 쉬운 방법은 결혼하기로 한 사람에게 다시 연락해서 이미 잡아놓은 날짜에 그냥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거예요. 처음부터 그 사람과 오래 살 생각을 안 하고 결혼을 했기 때문에 어떤 사고를 저질러도 별로 신경을 안 쓰게 됩니다. ‘아이 하나 낳고 살다가 그만두겠다’ 이렇게 마음먹고 결혼하면 상대에 대한 기대가 낮아서 간섭을 안 하게 되니까, 오히려 결혼 생활이 오래갈 확률이 높아요. 그래서 제가 결혼하고 싶은지 물어본 거예요. 한눈팔지 말고 얼른 잡아놓은 날짜에 그냥 결혼을 하세요. 옛날 같으면 한 번 결혼하면 끝이고 두 번은 결혼을 못 하니까 문제인데, 여러 번 결혼해도 되는 요즘 같은 시대에 뭘 고민해요? 질문자는 지금 자신의 나이와 형편은 고려하지 않고 남만 쳐다보는데, 그 남자 빼고는 원하는 남자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

전체댓글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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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하이

‘아이 하나 낳고 살다가 그만두겠다’ 이렇게 마음먹고 결혼하면 상대에 대한 기대가 낮아서 간섭을 안 하게 되니까, 오히려 결혼 생활이 오래갈 확률이 높아요. 그래서 제가 결혼하고 싶은지 물어본 거예요. 한눈팔지 말고 얼른 잡아놓은 날짜에 그냥 결혼을 하세요. "

2025-02-22 04:31:24

무구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2025-01-01 14:54:19

오늘도행복

감사합니다.

2024-12-31 11: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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