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12.23 인천국제공항공사 임직원 즉문즉설 강연, 부탄으로 출국
“업무 스트레스를 잊고 진정한 휴식을 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인천국제공항공사 임직원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하고, 부탄으로 출국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아침 7시 30분에 정토사회문화회관 3층 설법전에서 서울 공동체 대중과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이 오늘부터 50일 동안 해외 일정을 떠나기 때문에 모두 삼배로 인사를 드렸습니다.

“스님, 건강히 다녀오십시오.”

이어서 스님이 서울 공동체 대중들을 위해 한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저는 오늘 출국을 하면 2월 15일에 한국에 돌아옵니다. 2월 16일부터는 함께 백일특별정진을 시작하게 되고요. 여러분들은 봉화에 내려가서 명상을 통해 한해를 잘 마무리하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많은 인원이 인도성지순례를 갔다 오면 아마 2월이 되어야 각자 자기가 맡은 부서의 일을 할 수 있지 않겠나 싶습니다. 특히 평화재단을 중심으로 해서 사회활동을 하는 부서는 사회 변화가 어떻게 될지 예의주시하면서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순조롭게 진행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또 해야 할 일이 생길 수가 있으니까요. 2월부터는 회관에 대중이 많이 오게 될 텐데 회관 사용을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해서 논의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준비를 잘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저는 출발하겠습니다.”

서울 공동체 대중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부지런히 수행정진할 것을 다짐하며 스님을 현관까지 배웅했습니다.

7시 40분에 정토사회문화회관을 출발하여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차로 1시간 20분을 달려 9시에 제2여객터미널에 도착하여 미리 수하물을 부쳤습니다.

탑승 수속을 마친 후 스님은 강연을 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공사 정부합동청사로 이동했습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이학재 사장님은 갑자기 국회 일정이 생겨서 참석을 못하게 되었다며 스님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사전에 양해를 구했습니다.

스님이 차에서 내리자 임직원들이 반갑게 환영을 해주었습니다. 함께 접견실로 이동하여 인천국제공항공사 경영진들과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김범호 부사장님을 비롯하여 인프라 본부장, 안전보안 본부장 등 경영진들이 모두 자리했습니다.

“스님, 바쁘신데 저희 직원들을 위해 시간을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공항을 자주 이용하는데 당연히 직원들에게 보답을 해줘야죠.”

부사장님과 경영진은 스님에게 궁금한 점을 물었습니다.

“나라 상황이 많이 어수선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진영 논리가 너무 대립해서 토론 문화가 제대로 정착을 못하는 것 같아요. 스님께서는 정세를 어떻게 보고 계시나요? 저희들하고는 다른 눈으로 보실 것 같습니다.”

스님이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우리나라만 정파 간 대립이 심해지고 있는 게 아닙니다. 전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미국도 20년 전만 해도 제가 북한 문제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상원 외교위원회를 방문하면 공화당 의원이 위원장이 되어도 전문위원들이 민주당 쪽도 불러서 같이 설명을 들었거든요.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고요. 요즘은 서로 대립하는 게 심해져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거의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공화당 의원실 따로, 민주당 의원실 따로 방문해야 합니다. 유튜브에서 연관 동영상을 보여주는 알고리즘 때문에 요즘은 사람들이 자기 보고 싶은 내용만 계속 보잖아요. 그게 이런 대립을 점점 심화시키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독일과 프랑스는 비교적 정치가 안정이 된 나라인데, 두 나라 정부가 모두 불신임을 당했잖아요.

변화의 속도가 굉장히 빨라서 과거의 인식 틀을 갖고 세상을 보면 많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세상이 바뀌어 있으니까요.

시리아와 터키 접경 지역에 지진 피해가 나서 제가 4천 명이 다니는 학교를 새로 짓고 지난 10월에 준공식을 하고 왔거든요. 그때 당시만 해도 시리아 내전이 언제 끝날지 막막해 보였습니다. 동북 지역은 쿠르드족이 거주하고 있고, 터키 국경 지역은 반군이 장악하고 있고, 남쪽 지역은 시리아 정부군이 장악하고 있고, 레바논 쪽에 일부 반군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12년째 내전을 하고 있다 보니 일부 지역은 아이들의 기초 교육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초등학교를 못 다닌 아이들이 벌써 스무 살이 될 정도가 된 거죠. 지진 피해로 학교가 무너졌을 뿐만 아니라 50만 명의 난민 아이들이 학교에 아예 접근이 안 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문맹 퇴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 임시 정부 수반을 만나서 논의했거든요. 그런데 자고 일어나니까 어느 날 무혈입성을 해서 내전이 종식되어 버렸습니다. 엊그제 연락이 왔는데 학교 보수는 둘째치고 국가를 어떻게 재건할 것인지 의논하자고 하는 상황으로 변했습니다. 사람들이 굶어 죽거나 문맹이 발생하는 지역은 대부분 분쟁 지역입니다. 그러다 보니 저도 분쟁 지역에서 주로 인도적 지원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북한에서 지난 여름에 홍수 피해가 심각해서 주민들이 많은 고통을 받았는데, 남북 대립으로 인해 바로 옆에 있어도 도와줄 수가 없다는 겁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만 해도 인도적 지원을 할 수가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런 지원도 못하고 있어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30분 간 차담을 나눈 후 강연을 시작할 시간이 되어 대강당으로 함께 이동했습니다.

100여 명의 임직원들이 출근하자마자 강연을 듣기 위해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오늘 행사 제목도 ‘출근한 김에 즉문즉설’이었습니다. 사회자의 소개를 받고 박수갈채와 환호 속에서 스님이 무대 위로 올라왔습니다.


먼저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여러분, 만나서 반갑습니다. 먼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강의 요청이 왔었는데, 올해는 제가 시간을 낼 수 있는 일정이 없었어요. 그런데 오늘 출국하기 전에 시간이 좀 난다고 하니까 준비팀에서 좋다고 해서 이렇게 아침 일찍 강연 일정이 잡혔습니다. 오늘이 월요일인 데다가 이른 아침 시간에는 일이 바쁘시지요? 월요일 아닌 평일 오후에 강연 시간을 잡으면 참 좋았을 텐데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되었습니다.

작년 10월에 제가 베트남 불교상가 위원회 회장 스님과 일행들을 한국에 초대했었는데, 그분들이 모두 국제적인 내빈이라서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님이 직접 나오셔서 환영도 해주시고 VIP실에서 접대도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약간 빚진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조금 무리해서 이렇게나마 강연 일정을 잡게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제가 인천공항을 많이 이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원 여러분들께 제대로 보답을 해준 게 없었는데, 오늘 이런 기회를 통해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오늘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이런 시간을 종종 갖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큰 박수로 기뻐했습니다.

이어서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사람부터 차례대로 손을 들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비행기 출발 시간이 있어서 한 시간 동안만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네 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직장생활에 지쳐서 휴식을 해도 휴식을 하는 것 같지 않다며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지 스님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업무 스트레스를 잊고 진정한 휴식을 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직장일을 마치고 휴식을 할 때도 휴식을 하는 것 같지가 않습니다. 쏟아지는 업무와 경쟁에 시달리다 보면 마치 자전거에 올라탄 것처럼 페달을 계속 밟지 않으면 곧 넘어질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휴식을 할 때도 생각이 많아져서 온전하게 휴식을 못합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휴식에는 두 가지가 있어요. 육체적 휴식과 정신적 휴식이 있습니다. 육체적인 휴식은 과로 상태를 쉬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육체적으로 과로 상태인데도 쉬지 않고 주말에 등산을 간다든지 자전거를 타거나 골프를 치는 건 왜 그런 걸까요? 육체적인 휴식이 필요한 게 아니라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많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운동이나 놀이는 정신적인 휴식을 취하는 방식이지 육체적 휴식에는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육체적으로 지금 건강한 상태인지 아니면 피로한 상태인지 하는 것은 가만히 앉아서 눈을 감고 있어 보면 압니다. 가만히 앉아서 눈을 딱 감고 있는데 졸리면 수면부족이거나 피로한 상태인 겁니다. 즉 육체가 좀 과로 상태에 있다는 것이 금방 점검이 됩니다.

육체적 휴식으로 제일 좋은 방법은 명상입니다. 졸리니까 그냥 누워 자는 방식은 피로 해소에 별로 도움이 안 됩니다. 잠을 자도 또 졸립니다. 가만히 앉아 있을 때 자려고 하지 않는데도 나도 모르게 졸린다는 것은 육체적인 요구이지만, 자려고 해서 자는 것은 욕망을 따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명상을 할 때 나도 모르게 꾸뻑꾸뻑 조는 것은 하루만 지나면 졸음이 싹 사라집니다. 그 이후에는 눈을 감고 가만히 있어도 전혀 졸리지 않습니다. 그러면 수면 부족 문제는 모두 해소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명상은 최고의 휴식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앉아 있지만 머릿속에서는 계속 생각을 한다면, 즉 속으로 ‘회사 일이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하고 있다면 가만히 앉아있기는 하지만 정신적인 노동을 계속하는 것이 됩니다. 특히 가만히 앉아있으면 일할 때보다 생각이 더 납니다. 그래서 한 가지에 집중을 해야 합니다. 생각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호흡에 집중한다거나 화두에 집중을 하면서 일어나는 생각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엄마 생각이 난다거나 커피 생각이 나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그 카페에서 그때 누구하고 커피를 먹었었지?’ 이렇게 스토리를 따라간다면 그것은 의미를 부여해서 망상을 피우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어떤 생각이 나더라도 거기에 의미 부여를 하지 않고 호흡만 알아차려야 합니다. 이렇게 생각이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상태를 유지하면서 4박 5일 정도 명상을 하면 육체의 피로는 싹 풀립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 역시 명상을 통해서 푸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정신적 스트레스를 푸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놀이입니다. 일을 하면 스트레스를 받지만 놀이를 하면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좀 풀려요. 그런데 놀이를 너무 심하게 하면 육체적으로는 노동할 때보다 더 피곤해질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월요병이라는 게 생겨서 월요일에 회사에 출근하면 자꾸 조는 거죠. 정신적 스트레스는 심리적인 요인이 큽니다.

예를 들어 디스코텍에서 춤을 춘다고 해봅시다. 전문적으로 춤을 추는 사람은 무대 위에서 춤을 추고, 무대 아래에서는 놀러 온 많은 사람들이 춤을 춥니다. 무대 아래에서 춤추는 사람들은 10만 원을 내고 춤을 추고, 무대 위에서 춤추는 사람은 100만 원을 받고 춤을 춘다고 합시다. 보통 돈을 받고 춤을 추면 일이라고 하고, 돈을 내고 춤을 추면 놀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만약 여러분들이 돈을 내고 회사에 다니면 회사 놀이가 됩니다.(웃음)

춤추는 건 똑같습니다. 그런데 돈을 내고 춤을 추면 놀이가 되는 거예요. 가수가 돈을 받고 노래를 부르면 노동이 되고, 여러분들이 노래방에 가서 돈을 내고 노래를 부르면 놀이가 되는 것입니다. 뭐든지 다 그래요. 왜 이런 현상이 생길까요? 돈을 내고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면 돈이 목표예요? 춤과 노래가 목표예요?”

“춤과 노래가 목표입니다.”

“네, 춤과 노래가 목표예요. 그래서 내가 곧바로 목표를 행하는 것이 됩니다. 그런데 돈을 받고 춤을 추고 노래를 한다는 것은 춤과 노래가 목표예요? 돈이 목표예요?”

“돈이 목표입니다.”

“네. 돈이 목표이기 때문에 춤과 노래를 그냥 수단으로 쓸 뿐입니다. 그럴 때 춤과 노래를 노동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인생을 놀이처럼 살 수 있어요. 육체적인 피로가 오면 쉬면 됩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이렇게 관점만 바꾸면 놀이가 될 수 있습니다. 인생은 놀이입니다. 이것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가 어떤 일을 할 때 돈을 안 받는 이유는 인생을 놀이처럼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만약 오늘도 강연을 하고 나서 그 대가로 돈을 받는다면 저는 지금 노동을 하고 가는 거예요. 그렇게 되면 돈을 많이 주느냐 적게 주느냐 하는 것도 따져야 합니다. 제가 만약에 길 가는 사람을 붙들고 강연을 해줄 테니 한 시간만 듣고 가라고 부탁하면 흔쾌히 승낙을 해줄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3만 원씩 줄 테니 한 시간만 앉아있다가 가라고 하면 조금 모이기는 하겠죠. 그런데 여러분들은 돈도 안 받고 이렇게 모였으니 저로서는 이익이잖아요.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저에게는 이 강연이 놀이가 되는 겁니다.

질문으로 돌아가서 정리를 해보면, 육체의 휴식은 쉬어주는 것입니다. 가장 잘 쉬는 방법은 명상이에요. 정신적 휴식은 일을 놀이처럼 하는 거예요. 일이 놀이가 되려면 돈을 주고 하거나, 돈을 받지 않고 하면 됩니다. 이런 삶의 자세를 가질 때 일이 곧 놀이가 되고 휴식이 됩니다.

제 이야기를 해보면, 제가 즉문즉설 강연을 많이 하니까 여러분들은 저한테 조언을 얻었다고 고마워해요. 저는 여러분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사람들이 이런 고민도 하고, 저런 고민도 하는구나’, ‘저런 생각도 하고, 실제로 저렇게도 되는구나’ 하고 알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제가 인생에 대해서 많이 아는 이유는 여러분들이 상상할 수 없는 수천 가지 인생의 고뇌를 저한테 이야기해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일은 반드시 해야 한다’, ‘이런 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런 생각이 별로 없어요. 왜냐하면 사람들이 고뇌하는 온갖 이야기를 다 들어보면 인간이 안 하는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든 일어난 일은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건 일어날 수가 없어요. 다 일어날 만한 일이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또 내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면 보람이라는 것이 생겨요. 내가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았을 때는 즐거움이 생기지만 그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차차 감퇴합니다. 그런데 만약 내가 누군가를 도와줬을 때 느끼는 보람은 오래 지속됩니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이 힘은 들지만 보람이 있잖아요. 돈을 받고 하는 행위만이 인생이 아니에요. 돈을 안 받고도 여러분들의 재능을 얼마든지 사용할 수가 있습니다. 그것은 내가 희생하는 게 아니에요. 대가를 받지 않고 남을 돕게 되면 심리적으로 보람이라는 게 생기고, 어깨가 펴지고 자존감이 생깁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으면, 기분은 좋은데 그 사람 앞에 가면 내가 자꾸 작아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여러분들을 누군가가 정기적으로 도와주면 그 사람한테 항상 위축됩니다. 그래서 도움을 받는 게 꼭 좋은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저 도움만 받으려고 하죠. 그래서 자꾸 움츠러들게 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애를 낳고 키워봐야 어른이다’ 하고 말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아이를 키울 때는 대가를 받지 않아도 한없이 줍니다. 주면 어른이고 받으면 어린아이이고, 주면 주인이고 받으면 손님입니다. 베풀면 손해 나는 것 같지만 그것이 자신에게 자존감을 갖도록 만듭니다. 베풀어야 훌륭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인간의 심리가 그렇게 움직인다는 겁니다. 물질에도 원리가 있고, 신진대사에도 어떤 원리가 있듯이, 인간의 심리도 움직이는 원리가 있습니다. 그런 원리를 알고 행하면 의도와 결과가 비교적 근접하고, 그런 원리를 모르고 행하면 의도와 결과가 안 맞으니까 실망하거나 후회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제가 즉문즉설을 하는 것도 마음의 작용 원리에 따라 할 뿐입니다. 여러분은 ‘스님은 어떻게 그 많은 것을 세세하게 다 아십니까?’ 하는 질문들을 많이 하는데, 그것이 부부관계이든, 애인관계이든, 부모자식 관계이든, 친구관계이든, 사업자 관계이든, 큰 틀에서 보면 모두 인간관계입니다. 인간관계에서 심리가 어떻게 움직이느냐를 살핀다는 차원에서는 모두 같은 원리입니다. 물론 관계의 성격에 따라 세밀하게 따지면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예를 들어, 애인관계에서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포함되어 있죠.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여러분들이 조금 연구해 가면서 인생을 살면 좋겠다는 겁니다. 아이가 말을 안 듣는다면 ‘도대체 왜 말을 안 듣느냐?’ 이렇게 야단만 치지 말고, 내가 어떻게 행동하면 아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보고 연구를 해야 합니다.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면 ‘어떻게 바람을 피울 수가 있냐?’ 이러지 말고 ‘저 사람이 20년을 살다가 갑자기 왜 저런 일이 생겼을까’ 이렇게 연구를 해봐야 해요. 남편만 연구해서 안 되면, 상대편 여자를 만나서 인터뷰도 해보세요. 그러면 ‘아, 인간 심리가 이래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구나’ 하고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아이를 연구하면서 키우면 청소년 관련된 책도 하나 쓸 수가 있고, 바람피운 남자를 깊이 연구하면 중년 부부의 갈등 원인을 분석하는 책도 하나 쓸 수가 있습니다. 물론 하나의 사례 갖고는 부족합니다. 예외 현상이 있을 수 있으니까 몇 가지 사례를 더 연구하면 설령 부부관계가 나쁘지 않아도 일어날 수 있는 심리까지 알 수 있습니다. 모든 갈등은 드러나지 않고 있던 심리가 어떤 계기를 통해서 드러났을 뿐이거든요.

인생살이가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조금만 연구를 하면 상대가 왜 저렇게 반응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가령 ‘저 사람은 의도가 그런 것이 아니라 그냥 자기의 성질이 저렇구나’ 이렇게 받아들일 수가 있습니다. 먼저 상황을 파악하고, 그다음에 원인을 규명하고, 고칠 것은 고치고,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도저히 해결이 안 되면 관계를 끊으면 됩니다. 감정 때문에 관계를 끊는 게 아니고 ‘이건 서로 맞추기가 좀 어렵겠다’ 이렇게 객관적으로 살피는 것입니다. 그래서 원수가 되어 헤어지는 게 아니라 같이 살면 서로에게 피해가 되기 때문에 헤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면 서로 ‘안녕히 계십시오’ 하면서 삼배를 하고 헤어질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헤어지면 얼마나 좋아요? 이런 관점을 갖고 한번 살아보면 어떨까 합니다. 전생이 어떻고, 사주가 어떻고, 궁합이 어떻고, 이런 말을 하기 전에 내가 먼저 조금만 살펴보고 연구하면 큰 어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타인의 기분에 항상 맞추어야 할 때가 많습니다. 세월이 지나니까 내가 지금 어떤 감정인지 잘 모르겠는데 이 속에서 어떻게 나를 찾을 수가 있나요?

  •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데 아이들의 생활 습관이 진짜 안 고쳐집니다. 아이들한테 강요해야 하는지, 내버려 두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아이들이 선을 넘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 내가 나를 아끼는 방법이 무엇인가요? 자신을 위해서 스님은 무엇을 하시나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 위해서 어떻게 스스로와 대화를 해야 하나요?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약속한 한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모두가 스님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 하는 분위기였지만 비행기 출발 시간이 되어서 아쉽게도 서둘러 강연을 마쳤습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경영진들과 함께 현수막 아래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후 대강당을 나왔습니다.

다시 차를 타고 비행기를 타기 위해 제2여객터미널로 향했습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직원이 직접 스님을 터미널까지 안내를 해주었습니다.

“인천공항 3, 4단계 사업이 올해 마무리가 되면서 제2여객터미널이 완공이 되었고, 이제 1억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공항이 되었습니다.”

차에서 내린 후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스님은 탑승구로 향했습니다. 수행팀 행자들도 스님과 작별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스님, 건강히 다녀오세요.”

“그래요. 다들 동안거 잘하세요.”

공항 직원의 안내를 받아 곧바로 탑승구로 향했습니다.

출국장에 도착하여 짐 정리를 하고 나니 곧 비행기 탑승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은 항공사의 항공 점검으로 비행기가 15분 늦게 출발했습니다. 스님은 비행기 이륙을 기다리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인천공항에서 뉴델리 공항까지는 9시간이 걸리는 먼 거리입니다. 비행기 출발도 늦은 데다가 이동 경로의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아서 델리 도착시간이 1시간 40분가량 늦었습니다. 저녁 6시 20분 도착 예정이었는데 저녁 8시에 델리에 도착하여 수하물을 찾았습니다. 수하물을 찾는 중에 같은 비행기로 이동한 정토회 회원들을 만났습니다. 보드가야에 가는 중이라고 합니다.

스님은 정토회 회원들과 반갑게 인사를 하고 8시 40분에 델리 공항 출국장을 나왔습니다.

오늘 밤은 델리 공항 근처에 숙소를 잡아서 머물기로 했습니다. 밤 9시 10분에 숙소에 도착한 후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였습니다.

내일은 인도 델리 공항을 출발하여 부탄 파로 공항에 도착한 후 하루 종일 트롱사까지 이동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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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하이

변화의 속도가 굉장히 빨라서 과거의 인식 틀을 갖고 세상을 보면 많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세상이 바뀌어 있으니까요."

2025-02-14 02:43:19

수미상

세계가 양극단으로 치우치는게 추세라니.
AI가 세계 인류에 생각보다 영향력이 굉장히 크군요.
바쁜와중에도 틈틈히 짬을 내어 하루를 꽉채워 사시는 스님 엄지척입니다.

2025-01-07 08:44:40

김민주

정말 궁금했던 부분입니다 감사합니다

2025-01-03 07: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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