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12.24. 부탄답사 1일째 인도 델리-부탄 트롱사 이동
왜 항상 연애 초반에 관계가 망가질까요?

안녕하세요. 부탄답사 1일째입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이동하는 일정입니다. 비행기를 타고 인도 델리를 출국하여 부탄 파로에 입국한 후에, 다시 차를 타고 파로에서 트롱사까지 7시간을 가야 합니다.

스님은 새벽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7시에 아침 공양을 했습니다. 9시에 숙소를 나와 델리공항으로 이동하여 12시 30분 비행기를 타고 파로(Paro)로 이동했습니다. 비행기가 30분가량 늦게 출발했지만, 다행히 예정 시간에 도착했습니다. 오늘따라 하늘이 쾌청하여 히말라야산맥의 설산이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15시 20분에 파로 공항에 도착하여 입국 수속을 하고 공항 밖으로 나서니, 린첸다와(Rinchen Dawa)님과 부탄 중앙정부 소속의 이시님이 스님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이번 일정은 젬강 출신의 새로운 운전기사인 빠상(Bassang)님이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스님 일행은 오늘밤 안으로 트롱사에 도착하려 합니다. 여정이 길고 멀기에 서둘러 출발했습니다.

파로에서 1시간가량 이동하여 팀푸에서 산마루 사장님을 만났습니다.

내일 방문하는 품졸마을의 주민들에게 비누를 선물하려는데, 산마루 사장님이 준비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스님이 경주에서 가져온 찰보리빵을 선물하며 산마루 사장님에게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산마루 사장님은 스님이 1월에 인도로 가실 때에는 못 뵐 것 같다며 아쉬운 마음을 전했고, 남은 일정 동안 건강하게 지내시길 기원하며 작별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스님 일행은 트롱사를 향해 다시 출발했습니다. 해발 3,000m 고도의 도출라를 지날 때쯤엔 해가 저물고 어둠이 시작되었지만, 운전기사님들은 피곤한 내색 없이 달렸습니다.

오후 9시경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들어갔습니다.

“이시, 인도 사람들은 보통 9시가 저녁 식사 시간이에요. 부탄 사람들도 그런가요?”

“네, 보통 밤 8시, 9시에 먹습니다”

“지금 딱 저녁 시간이네요 (웃음)”

“그런데 점심을 일찍 먹어서 배가 조금 고픕니다. (웃음)”

저녁을 맛있게 먹고 다시 트롱사를 향해 두 시간가량 이동하여, 밤 11시가 다 되어서야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먼저 도착한 트롱사주 공무원인 잠명님이 스님 일행을 맞이해 주었습니다.

오늘은 트롱사에서 숙박하고 내일 새벽 6시에 젬강 납지마을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올 한 해 스님은 부탄에서 지속가능한 개발을 해 왔습니다. 트롱사(Trongsa)주와 젬강(Zhemgang)주를 오가며 마을 곳곳을 답사하고, 지속가능한 개발의 모델이 될 수 있는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스님은 지난 2월부터 총 8차례 부탄을 방문하여 마을을 답사했습니다.

마을마다 직접 가구를 방문하여 잘 사는 집 가난한 집 상태를 살펴보고, 학교, 보건시설, 도로, 전기, 수로, 식수 상황 등 생활 수준과 직결된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각 마을의 특산품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마을 주민들의 건강 상태도 조사했습니다.

스님은 마을을 답사할 때마다 항상 주민들과의 대화시간을 갖고, ‘현재의 삶에서 무엇이 불편한지, 무엇이 필요한지’를 물었습니다.

그러나 전통 방식으로만 살던 마을 사람들은 무엇이 불편한지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잘 몰랐습니다. 스님은 먼저 마을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의 집을 리모델링해서 마을 사람들에게 생활의 편리함이 무엇인지를 보고 경험하게 하였습니다.

스님은 방문했던 마을을 여러 차례 다시 방문하고, 만났던 주민들과 다시 대화하면서 사업을 계획하고, 진행되는 사업들을 점검했습니다. 이렇게 끊임없는 마을 방문과 주민과의 대화를 바탕으로 부엌 수리, 농수로 만들기, 무너진 도로 정비, 수원지 보수, 식수 파이프 건설 등을 하며 생산시설을 보완하고, 마을의 인프라를 개선해 갔습니다.

지속가능한 개발 사업의 방향은 점점 틀이 잡혀갔습니다.

스님은 모든 사업에 사람을 고용하지 않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직접 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개발사업의 가장 큰 원칙이었습니다.

식수 파이프 건설, 농수로 만들기, 도로 보수 등 인프라 개선 사업을 할 때에는 자연 상태와 전통 상태가 보존되는 범위에서 진행되도록 했으며, 마을 사람들이 직접 공사하여 스스로 인프라를 개선하도록 했습니다.

개인에게 지금 당장 이익되는 일이 아니기에 처음에는 마을 주민들의 참여도가 저조했습니다. 그러나 사업이 진행될수록 촉바(치옥의 리더)들이 리더십을 발휘하고, 마을 주민들의 협동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공사 참가자가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공사를 마친 마을 사람들은 뿌듯해하고 ‘우리 마을은 우리가 함께 만들어간다’라는 생각으로 의식이 바뀌었습니다.

4월에는 한국의 임업, 농업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부탄을 방문하여 각 마을 생태환경을 활용한 특화사업이 있을지 연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9월에는 중앙정부 공무원과 젬강주와 트롱사주의 게옥 책임자, 리더 30여 명이 함께 모여 ‘지속 가능한 개발’을 주제로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30여 명의 리더는 ‘지속가능한 개발’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JTS의 원칙을 더 깊게 이해하고, 원칙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촉바들은 마을에서 진행한 사업 성과를 발표하면서 10여 년 전 잃었던 마을 공동체성과 협동심이 되살아남을 느낀다며, 스님과 JTS에 감사하는 마음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스님은 해외로 이탈하는 부탄 청년 문제를 바라보고 팀푸대학교와 예빌랍사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속 가능한 행복한 삶’에 대한 강의도 진행하였습니다.

지금까지 트롱사주 4개 마을, 젬강주 10개 마을에서 1년 동안 이루어진 시범 사업들을, 내년부터 젬강주와 트롱사주 전역에 확산하고자 합니다.

사업을 확산하기 전에, 스님은 다시 답사를 시작합니다.
오늘부터 15일 동안 젬강주 40개 치옥 중에 지난 한 해 사업 대상이었던 10개 치옥을 제외하고, 나머지 30개 치옥을 모두 답사할 예정입니다. 젬강주에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전에 철저하게 사전 조사를 하기 위함입니다. 이렇게 부탄에서의 지속가능한 개발은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11월 15일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열린 즉문즉설 내용을 소개해 드립니다.

왜 항상 연애 초반에 관계가 망가질까요?

“저는 남자와 데이트할 때 남자가 저에게 이 정도는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에 드는 사람이랑 자꾸 연애에 실패합니다. 저는 남자가 마음에 들어서 진지하게 교제를 시작하려고 할 때마다 결혼했을 때를 상상합니다. 그러면 이 사람을 믿고 내가 아기를 낳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나에게 이 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너무 강해집니다. 제가 기대하는 만큼 잘해주지 않으면 방어적인 자세로 대하게 되고, 저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못 보여주고 항상 관계를 망칩니다. 저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원하는데 항상 그렇게까지 나아가지 못합니다. 저한테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무엇을 고쳐야 할까요?”

“아무 문제없어요.”

“제가 어릴 때 엄마와 아빠가 싸우는 걸 자주 봤고, 어릴 때 엄마가 돌아가셨어요. 그것도 영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엄마와 아빠가 싸우는 걸 보고 ‘사람이 살다 보면 싸울 수가 있지’ 하고 당연하게 생각하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엄마와 아빠가 싸우는 걸 보고 ‘나는 결혼하지 말아야지. 아빠 같은 남자 만나면 큰일 나겠다.’ 이렇게 상처를 입으면 무의식적으로 결혼에 대한 거부 반응이 생깁니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 발표하려고 했는데 선생님이 ‘입 다물어!’ 하고 야단을 쳐서 마음에 상처를 입으면, 나중에 말하고 싶어도 늘 말이 목에 걸리고 망설이다가 끝납니다. 이런 사람들은 고백을 해도 술을 한 잔 먹어야 고백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누가 술을 먹고 와서 사랑 고백하는 사람은 결혼하고 보면 술주정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왜냐하면 이 사람은 평소에는 자기 마음에 있는 얘기가 목구멍에 걸려 안 나오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술을 먹고 나서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나오는 겁니다.

상처를 입으면 그럴 수가 있다는 것이지 무조건 부모님이 싸웠다고 해서 결혼을 못 하는 건 아닙니다. 부모님이 아무리 싸워도, 온 동네 사람이 아무리 싸워도, 그걸 보고도 아무 문제가 없는 사람도 있어요. ‘결혼이란 원래 싸우고 사는 것이구나’ 하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주변에 아무도 이혼을 안 하는데 우리 집만 이혼했다면 나중에 상처가 되지만, 온 동네 친구들이 이혼한 집에서 살면 그게 보편화되기 때문에 아무런 상처가 안 돼요. 미국 사회는 대부분의 가정이 이혼을 많이 하니까 아이들도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제가 어린 시절 시골에서 살 때는 도시에 비하면 많이 가난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가난하다는 것에 상처가 하나도 없거든요. 온 동네 친구들이 다 그랬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그중에 밥도 제대로 못 먹은 아이는 상처를 입었는지 몰라도 저는 중간쯤 돼서 그런지 상처는 없었어요. 도시에 비하면 다 가난했지만, 가난한 사람들끼리만 모여서 살았기 때문에 특별히 가난에 대한 상처가 없습니다. 물론 부모가 가난에 대해서 상처가 있으면 아이들도 부모의 영향으로 상처를 받는 경우가 있긴 합니다. 그러니 부모가 자주 싸웠는데 제가 그로 인해 상처를 입었겠습니까, 이런 질문은 자기 스스로 살펴봐야 할 문제입니다.”

“네, 상대가 아기의 아빠가 되어야 하니까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되는데, 그걸 내려놓고 싶습니다.”

“내려놓고 싶으면 내려놓으면 되죠. 내려놓기 싫다는 게 문제이지 내려놓고 싶으면 내려놓으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결혼은 하고 싶고 나한테 잘해주는 남자는 없다는 거잖아요. 늘 자기 수준보다 위로 쳐다보기 때문에 결혼하기가 어려운 겁니다. 내가 위로 쳐다보는 것도 문제이지만, 내가 쳐다본 그 남자도 또 위로 쳐다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남자의 눈에는 내가 안 보여요. 반대로 남자가 나를 쳐다볼 때는 내 눈에 그 남자가 안 들어옵니다. 이렇게 늘 엇갈리기 때문에 질문자와 같은 사람이 결혼하려면 상대가 약간 속여줘야 합니다. 돈이 없어도 있다고 하고, 마음에서 별로 잘해주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연기로라도 잘해주어야 합니다. 그러면 질문자는 속아 넘어갈 수 있는 겁니다. 그러니 결혼하려면 ‘그냥 남자면 됐다.’ 이런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 말한 것처럼 하나하나 따지려면 그냥 결혼을 포기하고 절에 들어오는 게 제일 좋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미 결혼한 사람들도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엄청나게 따지고 결혼해서 자기 눈을 자기가 찌른 사람들이에요. (웃음) 그 이유는 잘못 걸려서 그런 게 아닙니다. 많이 따지고 고른다는 것은 기대가 그만큼 크기 때문입니다. 어떤 것을 선택해도 양이 안 차는 거예요. 그래서 잘못 걸렸다고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기대가 너무 크면 결혼하고 나서 실망할 수밖에 없어요. ‘남자면 됐다.’, ‘결혼을 두 번 한 사람도 괜찮다.’ 이런 정도로 기대를 낮추어야 결혼 생활이 행복해질 수가 있습니다. 프랑스 대통령이 된 마크롱은 자기보다 25살 많은 여자하고 결혼했잖아요. 그것도 자기 친구의 어머니이면서 자기가 다니던 학교의 선생님하고 결혼했습니다. 그래도 잘 살잖아요. 나이 많은 사람을 골라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자기보다 25살 더 많은 여자하고 결혼한 남자도 프랑스 대통령이 됐다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자기보다 25살 더 적은 여자하고 결혼한 사람도 지금 미국 대통령이 됐어요. 이런 시대에 뭘 그렇게 따지나요. 대강 따지고 결혼하세요. 자꾸 따지면 스님처럼 사는 수밖에 없습니다.” (웃음)

“감사합니다.”

전체댓글 27

0/200

드림하이

상처를 입으면 그럴 수가 있다는 것이지 무조건 부모님이 싸웠다고 해서 결혼을 못 하는 건 아닙니다. 부모님이 아무리 싸워도, 온 동네 사람이 아무리 싸워도, 그걸 보고도 아무 문제가 없는 사람도 있어요. ‘결혼이란 원래 싸우고 사는 것이구나’ 하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025-02-14 02:55:07

무위성

지속가능한 개발을 실험하시는 스님 존경합니다. 그리고 상대를 대하는 관점을 짚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남편을 대하는 저의 모순을 알겠습니다. 기준을 일정하게 가지고 있어야 불평이 없을텐데 내 행동을 이해하는 기준과 남편을 이해하는 기준이 달랐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12-30 07:04:50

정 명

질문자님 현장에서 봤는데
밝고 잘 웃는 분이셨습니다
스님 법문듣고 예쁜 연애 하시길요 😊

2024-12-29 19:58:24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