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7.20 베트남 하노이 2일째, 꽌스 사원, 떠이 티엔 사원
“괴로움은 싫어하는 마음에서 생겨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베트남 불교 본부가 있는 꽌스 사원을 방문하고, 죽림선파의 분원인 떠이 티엔 사원을 방문하여 스님들과 법담을 나눈 후 한 달 동안의 해외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7시 40분에 꽌스 사원으로 향했습니다.

차로 50분을 달려 하노이 시내 중심가에 있는 꽌스 사원에 도착했습니다.


꽌스 사원은 베트남 북부 지역을 총괄하는 제1사무국이 있는 사찰입니다. 그동안 제2사무국은 두 차례 방문했지만, 제1사무국은 오늘 처음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사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향을 사르고 기도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제1사무국을 책임지는 베트남 불교승가위원회 부위원장 스님과 사무국장 스님, 방송부장 스님이 환영해 주었습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한 시간 동안 한국 불교와 베트남 불교의 교류와 협력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부위원장 스님은 베트남과 한국이 비슷한 면이 많다고 이야기하며 교류와 협력을 확대해 나가자고 제안했습니다.

“베트남과 한국은 비슷한 면이 많아서 베트남 불교와 한국 불교도 서로 교류하고 협력하는 일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스님도 적극적으로 동의하며 대답했습니다.

“한국에 베트남 사람들이 30만 명 정도 살고 있습니다. 결혼해서 오신 분이 10만 명 되고, 일하러 오신 분이 10만 명 되고, 유학생이 8만 명 됩니다, 그 외에 비자 없이 있는 사람까지 합하면 35만 명에서 40만 명이 된다고 합니다. 베트남에도 한국 사람들이 20만 명 가까이 삽니다. 호찌민을 중심으로 한 10만 명이 살고, 하노이를 중심으로 10만 명이 삽니다. 그래서 한국과 베트남의 인적 교류가 아주 활발합니다.

한국 불교와 베트남 불교의 활발한 교류와 협력을 기대하며

스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과거 역사에서도 한국과 베트남은 비슷한 면이 많습니다. 중국의 강력한 침략에 대해 끝까지 저항해서 독립국을 계속 유지해 왔고요. 그리고 베트남 리 왕조의 왕자가 한국으로 망명도 했고요. 한국의 화산 이씨가 그 후손입니다. 그래서 지금 화산 이씨의 후손들이 사는 지역에는 한국 베트남 합동 관광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데 비해서 불교 교류는 좀 부족합니다. 그래서 저도 한국과 베트남 사이에 불교 교류가 더 활발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렇게 베트남을 방문했습니다”

부위원장 스님은 스님의 활동에 대해 존경의 마음을 표하며, 한국에 사는 베트남 사람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베트남 불교승가위원회에서도 한국 불교와의 교류와 협력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불교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단결해야 합니다. 우리는 불교가 평화의 종교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현재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발발하고 있어 불교가 발전해야 사람들이 다투지 않고 평화를 찾을 수 있습니다. 저는 법륜 스님이 환경과 평화를 위해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신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희는 법륜 스님이 활동하는 것을 보며 많이 배우고 있고, 존경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중생을 위해서 여러 활동을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불교를 믿는 한국 사람뿐만 아니라 한국에 거주하는 베트남 사람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잘 보살펴 주시면 좋겠습니다.”

스님이 대답했습니다.

“현재 한국에는 베트남 절이 4개 있습니다. 그리고 절을 독립적으로 만들지는 못했지만, 한국 절에서 베트남 사람들이 법회를 보는 곳도 여러 군데가 있습니다. 저희도 한국에 사는 베트남 사람들이 불교를 잘 신행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베트남 불교가 앞으로 지속해서 발전해 나가려면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한국 불교의 경험을 토대로 몇 가지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불교는 전통적으로 농촌 사회를 기반으로 지금까지 유지해 왔습니다. 그런데 산업 사회로 바뀌면서 농촌의 인구, 특히 젊은이들이 도시로 많이 빠져나갔습니다. 또 많은 사람이 외국으로 나가기도 합니다. 그런 젊은이들에 대해서 그동안 한국 불교는 충분한 지원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이 외로울 때 도움을 주었던 다른 종교로 넘어가는 경우가 빠른 속도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미래를 위해 베트남 불교가 지금 해야 할 일

그래서 베트남 불교승가위원회에서도 공업단지나 학교가 있는 지역에서 젊은이들을 위한 전법 활동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골에 있는 노인들은 다 불교 신자니까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한국이나 일본 등 외국에 나가 있는 베트남 노동자들은 다른 종교로 개종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그 나라에 훌륭한 스님들을 파견해서 그들을 보살펴야 합니다. 한국 불교가 한국에 온 베트남 사람들을 보살피는 힘이 있으면 가장 좋은데, 지금 한국 불교는 그럴 만한 능력이 안 됩니다. 그런데 한국 기독교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지원을 적극적으로 해서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기독교로 개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베트남 불교승가위원회에서 한국에 사는 베트남 사람들을 위해서 훌륭한 스님들을 한국에 많이 파견해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은 너무 자본주의가 발달해 있어서 스님들이 한국에 오면 계율을 좀 어기기도 하고 해이해지기 쉽습니다. 그러니 훌륭한 스님들을 보내야 합니다.

지난번에 스리랑카의 큰스님을 한 분 만났는데, ‘한국은 도대체 어떤 나라냐? 왜 젊은이들이 한국을 갔다 오면 다 기독교로 개종하고, 내 제자들은 한국 갔다 오더니 어느 날 결혼해서 오느냐?’ 이렇게 저한테 물었습니다. 그러므로 자본주의가 발달한 한국 사회에 살아도 거기에 물들지 않을 만한 스님들을 보내야 합니다.”

사무국장 스님도 스님의 제안에 적극적으로 동의하며 말을 이었습니다.

“좋은 정보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건 피할 수 없는 문제라고 봅니다. 베트남에서 종교의 변화는 아직 속도가 느리지만, 공단지역이나 대학가와 같이 젊은 친구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는 그 변화를 이미 느낄 수 있습니다. 베트남 불교승가위원회에서도 한국의 역사와 경험을 많이 배우고 싶습니다. 그걸 토대로 체계적으로 전법할 사람들을 양성하고자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 불교와 베트남 불교가 서로 차별하지 않고, 특히 젊은이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함께 활동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스님은 불교가 젊은이들에게 다가가려면 전법의 방식이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대학가나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공업단지 같은 곳에 전통 사찰 말고 청년불교문화센터를 지으면 좋겠습니다. 거기에서 젊은이들이 노래도 배우고, 컴퓨터도 하고, 외국 유학 가는 정보도 얻고, 명상도 하고, 이렇게 종교를 너무 내세우지 말고 젊은이들에게 이익이 되는 일을 많이 해야 합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복을 빈다든지, 죽은 사람을 천도한다든지, 이런 것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래서 홍법을 하는 방식을 젊은이들에게 맞게 바꿔야 합니다.

젊은이들을 위한 청년불교문화센터의 필요성

베트남에 한국 기독교가 들어와서 종교색을 띠지 않고 한국말을 가르쳐 주거나, 태권도를 가르쳐 주거나, 컴퓨터를 가르쳐 주거나, 이런 활동들을 많이 합니다. 특히 요즘 베트남 젊은이들은 한국 드라마와 노래를 아주 좋아합니다. 그래서 기독교에서 운영하는 줄 모르고 배우러 왔다가 자연스럽게 기독교에 동화되기도 합니다. 그런 모습을 비판만 하지 말고 불교가 더 앞서서 청년문화센터 같은 것을 지어서 적극적으로 전법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기독교는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방식으로 선교를 하기도 합니다. 불교도 지금에 만족하면 안 되고, 메콩델타 삼각주 지역이나 산간에 있는 소수민족, 도시에 있는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을 적극적으로 해나가야 합니다. 안 그러면 그 사람들이 나중에 다른 종교로 다 넘어가게 됩니다.

제가 만난 어떤 베트남 노스님은 ‘베트남에는 아직 스님들이 많이 배출되고 있어서 불교는 걱정 없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캄보디아에서 오래 산 한국 신부님을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니, 신부가 되는 사람이 세계에서 제일 많은 곳이 베트남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지금 베트남에서 스님들이 많이 배출되는 이유는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봐야지 불교계가 전법을 잘해서 생긴 일이 아닙니다.

재가 수행자들의 역할을 키워나가야 하는 이유

그리고 스님들만 잘해서는 부족합니다. 재가 수행자들도 훈련을 시켜서 법사가 되도록 해서 적극적으로 전법을 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지금은 스님이 되는 사람이 많지만, 앞으로 20년 앞을 내다보면 스님들의 수가 굉장히 줄어들 걸 예상해야 합니다. 제2사무국의 현황을 들어보니까, 베트남에서 전체 스님의 수는 늘었지만, 호찌민 출신들은 거의 없고 대부분 주위의 가난한 시골 출신이 많다고 합니다. 앞으로 아이들을 점점 적게 낳기 때문에 곧 출가하는 숫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한국은 이미 겪었습니다. 2000년에는 출가하는 사람이 528명이었는데, 2020년에는 50명 정도밖에 안 되었습니다. 20년 사이에 10분의 1로 줄었어요. 앞으로 갈수록 더 줄어들 겁니다. 왜냐하면 한국에는 아이를 안 낳거나 하나만 낳기 때문에 그중에 출가하는 사람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승려만이 아니라 신부가 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날 젊은이들은 종교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베트남도 한국이 경험한 것과 비슷한 방향으로 가고 있어서 이런 문제를 미리 대비해서 방지해야 합니다.”

“귀한 정보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어서 한국 정부는 종교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졌는지, 한국의 종교 현황은 어떠한지, 한국 불교인들은 어떤 수행법을 행하는지, 다양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스님은 한국 불교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준 후 부위원장 스님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습니다.

“스님께서 한국에 자주 오셔서 베트남 사람들을 위해 법문을 많이 해주세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한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후 부위원장 스님이 선물을 주었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부위원장 스님의 안내로 법당을 참배하고 나오자 베트남불교방송국(BSV)에서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요청했습니다. 잠시 인터뷰를 한 후 부사무총장 스님과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기념사진을 찍고 꽌스 사원을 나왔습니다.

다음은 이번 해외 일정의 마지막 방문지로 향했습니다. 차를 타고 이동하며 스님이 말했습니다.

“한국을 떠나 한 달 동안 백군 데도 넘게 다녔는데 이번이 마지막이네요.”

마지막 방문지는 떠이 티엔 사원입니다. 하노이 시내에서 북서쪽으로 2시간을 달렸습니다. 도심을 벗어나자 나무가 울창한 산림이 나타났습니다.


떠이 티엔 사원은 깊은 산속에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지난 3월에 베트남 불교승가위원회의 가장 큰 어른인 틱엔논 큰스님이 죽림선파를 방문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습니다. 그래서 호찌민에 있는 죽림선파 절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떠이 티엔 사원도 같은 죽림선파의 절입니다.


사원에 방문하기 전에 길거리 가게에서 간단히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가볍게 점심을 먹은 후 떠이 티엔 사원으로 향했습니다. 떠이 티엔 사원은 땀따오 국립공원 안에 있어서 주변 경치가 아주 아름다웠습니다. 산세도 훌륭하고, 고지대의 맑은 공기가 시원하고 청명했습니다.


산길을 올라가자 해발 600m에 자리를 잡은 법당이 나타났습니다. 사원이 산속 높은 지대에 있어서 주변의 풍광이 훤히 보였습니다.


사원의 부주지인 Huệ Lâm(후에럼) 스님이 마중을 나와서 사원을 안내해 주었습니다. 법당을 참배하고 나서 가람배치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어떤 건물들이 있는지, 곳곳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사원을 둘러보는 중에 비구니 스님 한 분이 연꽃으로 만든 꽃다발을 건네며 환영해 주었습니다.


사원을 한 바퀴 둘러본 후 잠시 차담을 나누고 오후 2시가 되어 스님들과 법담을 나누기 위해 강당으로 이동했습니다. 베트남 불교 전통 예식에 따라 종을 치며 천천히 강당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스님이 강당에 도착하자 떠이 티엔 사원의 주지를 맡고 있는 Thích Kiến Nguyệt(틱끼엔 응웻) 큰스님이 시자들의 부축을 받으며 강당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큰스님이 앞에 자리하고, 비구 스님과 비구니 스님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큰 박수와 함께 법담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스님들의 질문을 받기 전에 가볍게 인사말을 했습니다.

“요즘 청년들이 종교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기 때문에 저는 청년들에게 전법을 많이 하려고 노력합니다. 청년들이 절에 오지 않는다고 불평할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고, 어떤 고뇌를 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도울 것인지, 이런 관점에서 청년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고 있습니다.

내가 형상에 집착하고 있었구나

저도 젊은 시절에는 한국 불교를 개혁해 보려고 많은 시도를 했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불교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가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가 스승님께 기존 승단에 대해 불평불만을 얘기했습니다. 절은 이게 문제이고, 스님들은 이게 문제이고, 불교는 이게 문제이고, 많은 불평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랬더니 스승님께서 가만히 계시다가 이렇게 말씀했습니다.

‘어떤 사람이 말이야. 논둑에 가만히 앉아서 그 마음을 청정히 하면, 그 사람이 바로 스님이네. 그곳이 절이야. 그것이 불교라네.’

그때 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금강경을 배우면서 제법이 공하다는 도리를 이미 알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저는 아직도 머리를 깎고 승복을 입고 있는 사람이 스님이고, 기와집으로 지은 집이 절이고, 이런 것이 불교라고 형상에 집착하여 잘못 생각했던 겁니다. 형상에 집착하지 말라고 늘 배웠는데도 저부터 형상에 집착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누구나 마음이 청정하면 수행자이고, 그 수행자가 머무르는 곳이 어디든 절입니다. 이것이 바로 선불교의 정수라는 것을 깨닫게 된 이후로는 불평불만이 싹 없어졌습니다. 기존의 불교에 불평불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서든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마음을 청정하게 하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이라는 관점을 잡았습니다. 그래서 어느 특정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이곳저곳 다니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법에 관해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이 괴로움에서 벗어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지금 현대사회에서는 많은 사회적인 문제들이 있습니다. 굶주리는 사람도 있고, 병든 사람도 있고,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 시대에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있는 길은 소비를 줄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적게 먹고, 적게 입고, 적게 쓰자’ 하는 검소하게 살기 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모두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수행자가 검소하게 살아야 하는 이유

수행자는 검소하게 살아야 합니다. 한국은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스님들도 점점 부유해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출가수행자의 길이 아닙니다. 우리가 검소하게 살고 겸손하게 살아갈 때 중생의 존경을 받게 됩니다. 중생의 존경을 받아야 중생의 교화가 가능합니다. ‘불교가 이런 것이다’ 하고 말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삶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제가 지난번에 호찌민에 있는 죽림선원을 방문했습니다. 절이 소박하고 정갈하여 좋았습니다. 그래서 하노이에 있는 죽림선원도 방문하고 싶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랬더니 국제부장을 맡고 있는 스님이 이곳을 추천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이곳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을 귀찮게 하지는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스님들끼리의 대화니까 수행하다가 의문이 생기거나 여러 가지 알고 싶은 게 있으면 함께 대화를 나눠봅시다.”

이어서 큰스님이 환영 인사를 하면서 죽림선파에 대해 소개해 주었습니다.

“한국에서 저명한 스님이 저희 사찰을 방문해 주신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13세기에 트란 난 통(TRẦN NHÂN TÔNG)이라고 하는 왕이 왕위를 태자에게 물려주고 출가하여 죽림(竹林)이라고 하는 선파를 창시하였습니다. 그분은 모든 괴로움은 내 마음이 일으킨다는 가르침을 설파하고, 명상하고 자기를 돌아보는 수행법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했습니다. 평화로운 마음이 부처님의 마음입니다. 저희 절에서는 여름에는 재가 신자들을 위한 템플 스테이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고, 베트남 국민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가르치고 있습니다. 오늘 법륜 스님이 저희 스님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시면 좋겠습니다.”

죽림선파는 베트남의 다른 종파와는 다르게 베트남 사람에 의해 창시된 종파여서 민족적인 색을 띠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어서 본격적으로 질문을 받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누구든지 손을 들고 스님에게 궁금한 점을 질문했습니다. 첫 번째로 손을 든 스님은 미래에 대한 걱정에서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는지 스님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미래에 대한 걱정에서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나요?

“미래에 대한 걱정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나요? 마음을 좀 넓어지게 하고 싶은데, 저도 모르게 항상 미래에 대해 걱정을 하게 됩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눈을 한번 감아보세요. 눈을 감으면 여기가 죽림선원인지 하노이인지 호찌민인지 보드가야인지 공간개념이 다 없어져 버립니다. 눈을 감으면 아침인지 저녁인지 낮인지 밤인지 시간개념도 없어져 버립니다. 눈을 감고 있는 상태에서는 오직 숨이 들어오고 숨이 나갈 뿐입니다. 지금 여기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은 숨이 들어오고 숨이 나가는 일밖에 없습니다. 여기에는 괴로움도 없고, 즐거움도 없습니다. 여기에는 나도 없고, 너도 없습니다. 오직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만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생각이 일어납니다. 과거의 기억들이 되살아 납니다. 과거의 기억들이 자꾸 되살아남으로써 누군가를 미워하기도 하고 원망하기도 합니다. 괴로워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합니다. 또 미래의 생각이 일어납니다. 그러면 근심이 일어나고 걱정이 일어납니다. 또 불안하고 초조하기도 합니다. 또 두려움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이런 모든 번뇌와 괴로움은 다 생각에서 일어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 우리는 생각을 멈춰야 합니다. 생각이 일어나더라도 생각에 의미를 두지 말아야 합니다. 다만 숨이 들어오고 숨이 나가는 것만 지켜볼 뿐입니다. 그러면 마음도 편안하고 세상도 편안합니다. 이것이 위파사나의 첫 시작입니다.

이럴 때 선불교에서는 ‘숨을 쉬는 자가 누구인가?’ 하는 의문을 갖도록 가르칩니다.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이것이 무엇인고?’ 하는 데에 집중하도록 가르칩니다. 이것을 화두라고 합니다. 화두에 집중하면 아무런 번뇌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일어나면 다 번뇌입니다. 오롯이 화두에만 집중하면 두려움도 없어지고, 근심·걱정도 없어집니다. 미움도 없어지고, 애착도 없어집니다.

그러나 눈을 뜨고 다시 생활을 하다 보면 또 번뇌와 집착이 생깁니다. 그래서 먼저 눈을 감고 모든 생각을 멈춘 경험을 한 뒤에 일상에서도 그런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연습을 해나가야 합니다. 모든 두려움은 다 무지로부터 일어납니다. 무지를 깨우치게 될 때 모든 두려움이 사라집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나는 두려움이 없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 부처님께서는 어디에도 의지하지 말라고 가르치셨는데, 명상할 때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는 것도 의지하는 것이 아닌가요?

  • 법륜 스님이 운영하는 절에는 몇 명이 살고 있나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어떤 방법으로 전법을 하시나요?

  • 어떻게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사랑할 수 있나요?

마지막으로 손을 든 스님은 모든 것이 다 내 마음이 일으킨다고 배웠지만, 현실은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괴로움은 싫어하는 마음에서 생겨납니다

“불교 공부를 하면서 모든 괴로움은 다 내 마음이 일으키는 것이기 때문에 힘든 것이 없다고 배웠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힘들 때는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어떻게 힘든 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까?”

“힘들 때는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힘들다고 해서 괴로운 것은 아니에요. 부처님의 가르침인 열반은 괴롭지 않은 상태에 이르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계단을 많이 올라가면 힘이 드는 것이 맞습니다. 무거운 짐을 지고 가면 힘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마음이 괴로운가, 안 괴로운가 하는 문제입니다.

배고픈 어린아이에게 음식을 주기 위해서 내가 무거운 짐을 지고 갈 때 힘은 들지만 괴롭지는 않습니다. 여기 있는 수행자들을 위해 부엌에서 100명의 음식을 만드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수행자들에게 공양을 올리는 일이니까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습니다. 육체적으로 힘든 건 사실인데 마음은 괴로움이 없는 상태를 유지할 수가 있다는 겁니다. 그럴 때 힘든 것은 아무 문제가 안 됩니다. 육체가 힘들면 조금 쉬고 난 다음에 하면 됩니다. 괴로움은 싫어하는 마음에서 생겨납니다. 싫어하는 마음을 내려놓게 되면 괴로움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싫어하는 마음을 내려놓을 수가 없어요. 내려놓는 연습은 어떻게 하나요?”

“여기 빨간 물건이 있습니다. 아주 아름다워서 내가 갖고 싶어요. 그래서 딱 집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불덩어리예요. 쇠를 불에 달구면 뻘게지잖아요. 그것처럼 손으로 잡으니까 아주 뜨겁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해요?”

“던지거나 내려놓으면 돼요.”

“불덩어리를 손에 쥐니까 너무 뜨겁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내려놓아요.”

“어떻게 내려놓나요?”

“그냥 내려놓게 되지요.”

“뜨거우면 ‘앗, 뜨거워!’하며 저절로 놓게 됩니다. 이것은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앗, 뜨거워!’하며 그냥 놓아지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것을 쥐고 ‘어떻게 내려놓나요?’ 하고 묻는 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결국 갖고 싶다는 얘기밖에 안 됩니다.

이것을 갖고 있으면 손을 대는 과보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뜨거우면 놓든지, 쥐고 싶으면 손을 대든지, 둘 중 하나입니다. 제3의 길은 없습니다. 방법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 컵을 쥐고 ‘어떻게 내려놓아요?’ 하고 묻는 것은 아직 덜 뜨겁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저는 ‘어떻게 내려놓아요?’ 하고 물으면 ‘그러면 계속 갖고 있어라.’ 이렇게 대답합니다. 뜨거우면 그냥 놓아라, 이것을 ‘방하착(放下着)’이라고 해요.

예를 들어, 아침에 5시에 일어나기로 했다고 합시다. 벨이 울려요. 다섯 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이불 밑에서 ‘일어나야지!’, ‘일어나야지!’, ‘일어나야지!’ 이렇게 하고 있으면, 이것은 일어나겠다는 얘기예요? 일어나기 싫다는 얘기예요?”

“일어나기 싫다는 말입니다.”

“예. 그렇습니다. ‘일어나야지!’ 하고 생각한다는 것은 일어나기 싫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여러분들이 아무리 ‘일어나야지!’ 하고 각오하고 결심해도 결국은 못 일어납니다. 수행은 각오하고 결심하는 게 아닙니다. 그냥 벌떡 일어나야 합니다. 벨이 따르릉 울리면 그냥 탁 일어나 버려야 해요. 일어나 버리면 ‘일어나야지!’ 하는 결심이 필요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일어나야지!’ 하고 결심하고 노력하는 건 아직 누워 있다는 얘기예요. 여러분들은 지금 계속 누워서 ‘일어나야지!’ 이렇게 결심하고 있습니다. ‘가야지!’, ‘가야지!’ 하는 것은 가기 싫다는 뜻입니다. ‘공부해야지!’, ‘공부해야지!’ 하는 것은 공부하기 싫다는 의미입니다.

싫은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 수행입니다. ‘어떻게 합니까?’ 하고 물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벌떡 일어나야 합니다. 그러면 번뇌가 사라져 버립니다. 노력하고 각오하고 결심하는 것은 수행이 아닙니다. 그것은 싫음에 사로잡혀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옛날 선사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자 한 마리와 개 한 마리가 있다. 흙덩이를 집어던지면, 개는 흙덩이를 따라간다. 그러나 사자는 흙덩이를 던지는 사람을 덮쳐버린다.’

흙덩이를 쫓는다는 것은 원인은 놔두고 현상만 쫓는다는 뜻입니다. 사람을 공격한다는 것은 흙덩이가 날아오는 근본 원인을 제거한다는 뜻입니다. 여러분들이 ‘일어나야지!’ 하는 것은 현상만 쫓는 겁니다. ‘일어나야지!’ 하는 마음의 본질은 싫은 마음입니다. 일어나기 싫은 그 마음을 바로 알아차려서 놓아버릴 때 우리는 번뇌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그래서 마음의 본질을 손가락으로 이렇게 탁 찌르듯이 바로 봐야 합니다. 수행은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담배를 피우지 않기가 쉽습니까, 어렵습니까?”

“어렵습니다.”

“그러면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은 담배를 안 피우는 게 쉽습니까, 어렵습니까?”

“어렵지 않습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은 담배 피우지 않는 것이 하나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담배 피우는 습관이 있는 사람은 담배를 안 피우는 게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담배 피우는 습관과 같은 것을 ‘까르마’ 또는 ‘업’이라고 말합니다. 수행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쉬운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잘못된 ‘까르마’를 갖고 있어서 수행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그러니 자꾸 망설이고 각오하고 결심하지 말고 바로 해버리십시오. 그냥 내려놓으세요. 일어날 때는 어떻게 일어난다고요? 벌떡 일어나면 됩니다.”

스님의 명쾌한 답변에 스님들은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통역을 하느라 많은 질문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다섯 명의 질문에 대답하고 나니 1시간 30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마지막으로 큰스님이 감사의 마음을 담아 선물을 주었습니다.

큰스님을 부축하며 함께 강당을 걸어 나왔습니다.

“큰스님 앞에서 제가 말이 길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정말 좋은 가르침을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후 큰스님에게 인사를 드렸습니다. 큰스님은 식사를 하고 가라고 권했지만, 다음 일정이 있어 정중히 사양했습니다.


스님이 떠나려 하자 사원의 스님들이 앞다투어 스님에게 감사 인사를 드렸습니다.


오후 4시에 떠이 티엔 사원을 출발하여 다시 하노이 시내로 향했습니다. 차에 타자마자 비가 세차게 쏟아붓기 시작했습니다. 한 달간 우기에 동남아를 방문하는 동안 늘 차에서 내리면 비가 그치고, 차에 타면 비가 내려 우산을 쓸 일이 없었습니다.

차로 2시간을 달려 하노이 시내에 있는 식당에 도착했습니다. 어제 하노이 교민 강연을 준비하느라 수고한 정토회 회원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스님은 우여곡절 끝에 강연을 무사히 마친 것에 대해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에 숙소로 이동하여 한국으로 가져갈 짐을 싸고 정비를 한 후 8시 30분에 하노이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출국 수속을 한 후 탑승 게이트에 도착하여 하노이 정토회원들과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모두 수고했어요!”

밤 11시 15분에 하노이 공항을 출발하는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비행기가 이륙하자 스님은 단잠에 들었습니다.

하늘 위에서 꼬박 잠을 자며 4시간 15분을 비행한 후 내일 새벽 5시 30분에 한국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오늘로써 지난 30일 동안의 아시아 10개국 방문 일정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일본, 남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부탄, 인도 아쌈, 방글라데시, 싱가포르, 다시 태국, 그리고 북베트남까지 매일 이동하며 100여 곳을 방문하는 기나긴 여정이었습니다. 내일부터는 다시 한국에서 스님의 여정이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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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재

깊고 깊은 푸르름 속에서 시작된 그 흘러옴
여섯가지의 도구에 팔려 목마른지도 모르는 아우성 속에서

보라! 희유하고 존귀한 저 흐름을
멀리 멀리 흘러라! 모든 만물이 깨어날 때까지..

2024-08-28 14:03:19

황윤정

스님 존경합니다 건강하세요♡

2024-08-24 10:32:39

CACTUS

무사히 일정을 마치셨네요. 가시는 곳마다 깨닫고 일깨워 주심이 존경스럽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08-08 23: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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