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11시 15분에 하노이 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4시간 15분을 비행하여 한국 시간으로 오늘 새벽 5시 30분에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하늘 위에서 밤을 꼬박 새웠습니다. 저가항공이라 혹시 연착되어 오늘 아침 생방송 시간에 도착하지 못할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정시에 도착했습니다.
“스님, 잠은 좀 주무셨어요?”
“제 의자는 뒤로 젖혀지지 않았고, 앞사람은 의자를 뒤로 젖혀서 꼼짝없이 갇혀있었네요.”(웃음)
입국 수속을 하고 공항을 나온 후 곧바로 서울 정토회관으로 향했습니다. JTS 박지나 대표님이 공항에 마중을 나와서 이동을 하는 동안 JTS 사업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스님은 동남아를 답사하며 느낀 점을 나누고 방글라데시에서 UNHCR과 약속한 대로 로힝야 난민촌에 생필품을 지원할 방법과 지진 피해 지역의 학교 보수 진행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또, 지진 피해 지역에 언제 방문하면 좋을지 일정을 조율했습니다. 항공편을 검색하던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저가 항공과 비교하니 항공료가 3배가 차이가 나네요. 이러니 저가 항공을 이용안 할 수가 없잖아요.”
아침 7시 30분에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해 짐을 풀고 세면만 한 후 8시부터 외국인을 위한 영어 즉문즉설 생방송을 진행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260여 명의 외국인들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저는 지난 한 달 동안 동남아시아 10개국을 방문하고 지금 막 도착했습니다. 대부분 인도적 지원을 하기 위해서 방문했고, 몇 군데는 법문을 하기 위해 방문했습니다. 그중에 캄보디아에서는 왕립불교대학에 여학생 기숙사를 지어서 준공식을 하고 왔는데요. 먼저 그 모습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대화를 하겠습니다.”
▲ 영상 보기
영상을 보고 나서 스님이 이어서 말했습니다.
“여러분들이 낸 보시금이 우리에게는 작은 돈이지만 가난한 이들에게는 큰 도움이 됩니다. 캄보디아에서는 기숙사가 되고, 태국에서는 고아원이 되고, 부탄에서는 농수로가 되고 길이 포장되는 등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잘 사용되고 있습니다. 기부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음은 본격적으로 질문을 받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오늘은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사람들이 없어서 네 명이 즉석에서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수행을 해서 많이 행복해졌지만 혹시 과거로 돌아가게 될까 봐 두렵다며 어떻게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 스님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수행해서 행복해졌지만 과거로 돌아갈까 봐 두렵습니다
“I'm doing pretty good lately. In hindsight, I feel a lot of equanimity, really a lot of peace. But there's always a voice behind it. I'm afraid to go back to my habits. Even though I have improved a lot, there are some moments when I see myself falling back with less intensity. There is a kind of frustration when that happens. The practice has been incredible. Most of my mental afflictions have been greatly alleviated. A lot of work definitely eases by going into reflecting. After reflecting, I feel much better. Now I feel what we call equanimity. I've been feeling very good for a couple of weeks. But there's always a nervousness that I'm going to fall back into the original patterns. I think that's a little bit of negative thinking. It's so difficult to break these habitual patterns. Why is it so difficult?”
(저는 요즘 꽤 잘 지내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평온함과 평화를 많이 느낍니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항상 다른 생각이 들어요. 저는 예전 습관으로 돌아가는 것이 두렵습니다.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하는데도 불구하고 가끔 힘이 빠지는 제 모습을 볼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일종의 좌절감이 들기도 합니다. 수행정진은 정말 효과가 좋았습니다. 대부분의 정신적 고통이 많이 완화되었고, 참회를 하고 나면 확실히 많은 일이 더 쉬워지고, 기분이 훨씬 좋아집니다. 흔히 말하는 평정심이 느껴지고, 몇 주 동안은 기분이 매우 좋았습니다. 하지만 항상 원래의 패턴으로 다시 돌아갈까 봐 걱정이 됩니다. 다시 말해서 부정적인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습관적인 패턴을 깨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왜 그렇게 어려운가요?)
“어떤 일을 처음 시도해서 그것을 성공시키기가 쉽습니까? 한번 성공했던 일을 놓쳤다가 두 번째 해서 성공시키기가 쉽겠습니까?”
“Sometimes it is more difficult to go back and review all these patterns and negative thoughts. Sometimes it's a little easier to go through new things, but 9 there's still some kind of difficulty. But it's a better outcome in some way.”
(그 모든 패턴과 부정적인 생각을 되돌아보고 검토하는 것이 더 어려울 때도 있고, 새로운 일을 마주하는 것이 조금 더 쉬울 때도 있지만, 여전히 약간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더 나아졌습니다.)
“네, 질문자가 옛날에 많이 힘들었잖아요. 그래서 지금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서 아주 좋아지지 않았습니까? 질문자의 말처럼 정말로 본인이 옛날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옛날만큼 상태가 나빠질까요? 되돌아가더라도 옛날보다는 조금 나을까요?”
“I am better off. I definitely know I am much better off now and very glad that whatever I did to overcome the mental attachment. I'm so glad that I went through the work because I definitely feel like I'm better off.”
(더 나아질 것 같습니다. 확실히 지금이 예전보다 훨씬 더 나아졌다는 것을 알겠고, 정신적 집착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이 매우 기쁩니다. 확실히 더 나아진 것 같아서 수행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수치로 빗대어서 얘기를 한번 해볼게요. 질문자가 처음에 –10에서 시작해서 +10까지 왔어요. 그러다가 다시 돌아가면 –10까지 안 돌아가고 –5 정도까지만 돌아갑니다. 그럼 –5에서 다시 전진할 수 있기 때문에 +10이나 +15까지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과거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과거에는 그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서도 살았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조건이 좋은데 왜 못하겠어요?
우선 과거로 돌아가지 않도록 항상 지금 여기에 깨어있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질문자가 우려한 대로 설령 과거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다시 돌아오기가 예전보다 훨씬 쉽기 때문에 두려워할 필요가 하나도 없습니다. 다시 하면 되니까요. 그러니 ‘과거로 돌아가면 어쩌나’ 하고 두려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첫째,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과거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예전보다 돌아오기가 쉽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니 그 문제를 갖고 더 이상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요.”
“Thank you Sunim. I really get that point. I definitely understand it now through experience. That even when I regret mental affliction or attachment to these habitual patterns, the intensity is much less. I definitely agree with you that from minus 10, I may work up to 10. I am already experiencing the good things you mentioned because I do fall, but I don't feel like I fall that far, so it's good to know. Thank you very much.”
(감사합니다. 잘 알겠습니다. 이제는 경험을 통해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습관적으로 정신적 고통이나 집착에 대해 후회해도 그 정도는 이전보다 훨씬 덜합니다. 마이너스 10으로 돌아가도 다시 금방 10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되돌아가기는 하지만 그렇게 멀리 돌아가는 것 같지는 않기 때문에 저는 이미 말씀하신 좋은 점들을 경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깨닫게 되어서 기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지금의 좋음에 약간 집착하는 것 같아요. 지금 좋음에 그냥 깨어 있어야지 ‘항상 이 상태를 유지해야 되겠다’ 이렇게 집착하기 때문에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생기는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은 늘 이렇게 변화하는 겁니다. 지금 좋다고 그것을 움켜쥐면 안 됩니다. 늘 일어나는대로 다만 알아차릴 뿐입니다. 지금의 좋음에 본인이 집착하고 있어서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생기는 거예요. 첫째, 지금에 집착하지 말아야 합니다. 둘째, 설령 과거로 돌아가는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두려워할 일은 아닙니다.”
계속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경험이 많은 동료와 저를 비교하니 자존삼이 많이 상합니다, 어떻게 하면 자신에 대해 자긍심을 가질 수 있을까요?
얼마전 트럼프 미국 대선 후보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인 자신을 보고 싶어할 것이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만약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시작한다면 어떤 정책을 취하는 것이 좋을까요?
최근 미국과 한국의 대통령이 만나서 핵무기를 남한에 배치하는 것에 합의했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첫째 아이가 둘째 아이를 자주 괴롭혀서 화가 납니다. 좋은 엄마가 되려면 서로 싸우는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질문에 대해 모두 답변을 한 후 마지막으로 스님이 닫는 인사를 했습니다.
“제가 방금 공항에서 바로 왔기 때문에 휴식을 조금 취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번에 또 뵙겠습니다.”
다음 이 시간을 기약하며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곧바로 서울을 출발하여 두북 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고속도로 위를 3시간 30분을 달려 오후 1시가 넘어 두북 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한 달 전 심었던 모가 자라 들판이 푸르렀습니다.
간단히 국수 한 그릇을 먹고 봉사자 숙소를 보수하고 있는 현장에 가보았습니다. 뙤약볕에도 봉사자들이 공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더운 여름에 다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 인사를 드리고 뒷산에 있는 산소로 갔습니다. 먼저 부모님 산소에 절을 올렸습니다.
“올해는 계속 해외에 나가 있어서 예초도 못 해 드렸네요.”
그리고 옆에는 큰 형님 산소가 있었습니다.
“형님,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소박한 다례상을 차리고 절을 올렸습니다. 동남아를 방문하는 한 달 동안 지병을 앓고 계시던 큰 형님이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귀국하자마자 문상을 온 것입니다.
해탈주를 독송하고 기도를 드리고 나자 조카들과 큰 형님의 지인이 도착했습니다. 조카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정황을 들려주었습니다.
“아버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한 고비를 넘기신 적이 있었어요. 그때 깨어나셔서 극락을 체험하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극락에서 도사를 만났는데 ‘극락이 어디요?’ 하고 도사에게 물으니 ‘내일이 바로 극락이다’ 하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먼 미래가 극락이 아니라 바로 지금이 극락이라는 가르침을 주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스님도 환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조카들과 산소 주변을 어떻게 정비하면 좋을지 논의하고 산을 내려왔습니다.
저녁에는 봉사자 숙소를 보수하느라 수고가 많았던 실무자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원고 교정을 본 후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두북 수련원을 출발하여 다시 서울로 돌아온 후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의 멤버인 박경조 성공회 주교님의 팔순 기념으로 점심 식사를 함께 합니다. 오후에는 시민단체와 인터뷰를 하고 유언 공증을 하러 변호사 사무실에 들렀다가 병원에 가서 치료를 한 후 저녁에는 문경 수련원으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3
CACTUS
먼저 고인의 명복을 늦게나마 빕니다. 과거는 과거일뿐이고 지금 현실에 깨어있는 연습을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08-08 23:30:45
최정욱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4-07-26 15:53:56
유진화
돌아오셔서 두북으로 서울로.
수요법회에서 뵐 때 아직 회복이 안 되신 듯 하던데
여독을 잘 푸시길 기원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유언 공증이라니.
마음이 살짝 먹먹해 집니다.
무엇에도 집착하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 감사합니다 도반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