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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한 농수로이지만 훨씬 더 가치 있는 이유" - 스님의하루

스님의하루

2024.7.7 부탄 답사 2일째, 콜푸 게옥 방문(납지, 콜푸, 님송)
"삐딱한 농수로이지만 훨씬 더 가치 있는 이유"

안녕하세요. 오늘은 부탄을 답사하러 온 지 2일째 되는 날입니다. 스님은 하루 종일 콜푸 게옥에서 시범사업 진행한 결과를 점검하고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5시 20분에 숙소에서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하며 오늘 답사 일정에 대해 공유하고 6시에 트롱사를 출발하여 콜푸 게옥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에는 큰 돌이 굴러 떨어져서 도로를 막고 있는 곳이 여러 군데 있었습니다. 지금은 우기인데 비가 많이 내려서 산사태가 계속 나기 때문입니다.


무너져 내린 돌을 간신히 비켜 도로를 통과했습니다. 이동하는 중에 JTS 현지 활동가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젬강 공무원에게 연락이 왔는데 계속 산사태가 나서 오늘 젬강에서 발도 게옥까지 갈 수 있을지 판단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오늘은 일단 젬강에서 주무시고, 발도 게옥까지 갈 수 있는지는 내일 아침에 상황을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콤샤르 치옥까지는 갈 수 있는데 랑덜비는 가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다행히 스님이 탄 차량은 아무 사고 없이 8시 50분에 콜푸 게옥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가장 먼저 납지 치옥에 농수로를 새로 지은 곳을 보러 갔습니다.

납지 치옥, 농수로 공사 결과 점검

수원지에서 내려오는 물이 논과 만나는 맨 윗부분부터 살펴보았습니다. 주민들이 지난 한 달 동안 협력해서 만든 농수로에는 물이 콸콸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스님의 얼굴에도 환한 웃음이 번졌습니다.

시멘트로 만든 농수로를 따라 아래쪽 논으로 내려가 보았습니다. 두 달 전에 답사를 왔을 때는 수로와 논이 구분이 안 되어 누수되는 물이 많았습니다. 농수로를 만들고 나니 누수되는 물이 없이 농수로에 물이 가득 흘렀습니다.

새로 지은 농수로를 확인한 후 납지 치옥의 법당으로 향했습니다. 법당 앞에는 마을 주민들이 모두 모여서 스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법당을 참배한 후 마당으로 나와 마을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먼저 스님이 농수로 공사를 하느라 수고한 마을 주민들을 격려해 주었습니다.

“다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농수로 공사에 한 번이라도 참여한 사람은 손들어 보세요.”

거의 대부분이 손을 들었습니다.

“공사해 보니까 할 만해요?”

“지원만 해주시면 계속하고 싶습니다.”

“힘들지는 않았어요?”

“힘은 들지만 마을에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지원해 주시면 계속하겠습니다.”

“수고한 모두를 위해서 박수 한 번 칩시다. 그리고 시간이 촉박해서 못 할 것이라고 하니까 촉바가 해보겠다고 해서 시작한 겁니다. 촉바를 위해서 손뼉 쳐 주세요. 전체를 감독해 주신 겁에게도 박수를 쳐주세요.”

모두가 서로에게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우리 동네는 우리가 가꾸어 나가자고 제안했습니다.

“우리 동네는 우리가 만들자, 이런 마음으로 임해야 합니다. 저 멀리 수원지에서 마을까지 오는 농수로는 정부가 만들어야 하지만, 우리 동네 안에 있는 수로는 우리가 만들어야 합니다. 힘이 들지만 내가 수로를 만들어서 물이 내려가니까 기분이 좋잖아요. 그래서 여러분이 납지 마을 전체의 수로를 다 새로 만들어야 해요.

삐딱한 농수로가 훨씬 더 가치 있는 이유

이곳 납지 마을은 성지잖아요. 앞으로 여기에 많은 사람들이 성지순례를 올 겁니다. 관광객들이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보면서 ‘부탄에서 이 동네가 제일 살기 좋네’ 하는 얘기를 하도록 우리가 마을을 가꾸어야 해요. ‘팀푸보다 여기에 사는 게 훨씬 더 낫구나’ 이런 마음이 들도록 해야 합니다. 납지 마을은 공기도 좋고, 물도 맑고, 경치도 정말 좋잖아요. 제가 전 세계를 다녀 보았지만 여기가 제일 경치가 좋아요. 그러니 납지 마을에서 내가 태어나고 자란 걸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합니다. 물론 가난하니까 생활이 좀 불편할 수는 있어요. 그러나 전생에 죄를 많이 지어서 가난하게 태어난 게 아니에요. 하느님이 벌을 줘서 그런 것도 아닙니다. 내 인생은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우리의 운명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운명을 우리가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5년을 계획해서 우리 동네를 싹 바꿉시다. 농수로도 새로 만들고, 도로도 정비하고, 전반적으로 마을을 개선해서 우리 동네를 우리가 살기 좋게 만들어야 합니다. 남자들도 겨울에 술 먹고 놀지만 말고 일을 열심히 해야 해요. 함께 하실 수 있죠?”

“네! 지원만 해주시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우리 동네는 우리가 만들자, 이런 운동을 한국에서는 새마을 운동이라고 불러요. 우리가 새로운 마을 만들기를 하자는 겁니다. 부탄도 옛날에는 동네 사람들이 다 같이 일을 했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여기까지 자본주의가 들어와서 그런지 자꾸 개인주의로 흘러가는 것 같아요. 부탄의 4대 왕께서 ‘인간의 행복은 물질의 양으로 측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인간이 잘 사는 기준은 마음의 행복이다’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물론 건설회사가 와서 농수로를 만들었으면 지금보다 훨씬 잘 만들었을 거예요. 그런데 우리가 만들었을 때처럼 물이 흘러가는 것을 보고 뿌듯한 마음이 들지는 않을 겁니다. 농수로가 좀 삐딱해도 우리가 만들었을 때 기분이 더 좋습니다. 그래서 저는 건설회사가 반듯하게 잘 만든 것보다 여러분들이 삐딱하게 만든 농수로가 훨씬 더 좋다고 생각해요.

촉바가 농수로를 잘못 만들었다고 스님한테 야단을 맞을까 봐 겁이 났다고 합니다. 스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신에 다음에 만들 때는 판자 등 자재를 더 지원해 줄 테니까 조금 더 잘 만드세요. 필요하면 전문가를 데려와서 며칠 동안 어떻게 하는지 배울 수 있게 해 주겠습니다. 그러나 처음 한 것 치고는 잘했어요. 다른 것도 자재를 지원해 주면 계속할 거예요? 힘드니까 이제 안 할 거예요?”

“계속하고 싶습니다.”

주민들은 크게 웃으며 기뻐했습니다.

“제가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다가 와서 선물을 준비해 오지 못했어요. 대신에 간단한 선물 하나씩 나눠드리겠습니다.”

“스님, 마을을 지원해 주신 것만 해도 감사한데 아무 선물도 안 주셔도 됩니다.”

스님은 마을 주민들에게 비누를 하나씩 나눠주었습니다. 주민들은 두 손으로 귀하게 비누를 받아갔습니다.

마지막으로 도르지 스님이 마을 주민들을 위해 축원 기도를 해주었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마을 주민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후 납지 치옥을 출발했습니다.

콜푸 치옥, 도로포장 공사 결과 점검

다음은 콜푸 치옥으로 향했습니다. 납지 치옥에서 콜푸 치옥으로 가려면 산을 한참 내려와서 다시 올라가야 합니다. 차를 타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가는데 마을 주민들이 도로포장 공사를 한 구간이 나타났습니다.

경사가 가파르고 땅이 파여 있어서 차가 지나다닐 때 늘 위험한 구간이었습니다. 길을 전체 다 포장한 것은 아니었지만 가장 위험한 여섯 구간은 마을 주민들 스스로 공사를 해보겠다고 해서 JTS에서 자재를 지원해 주었습니다. 그중 네 구간의 공사를 마쳤습니다.

차에서 내려걸어 올라가면서 도로포장이 어떻게 마무리가 되었는지 점검해 보았습니다.

“잘했어요. 그런데 도로포장을 할 때는 양쪽 끝에 판자를 대서 도로와 수로가 구분이 되도록 만들어야 해요. 안 그러면 도로가 파손이 됩니다. 군데군데 시멘트가 덜 섞여서 파여나간 부분도 보이네요. 다음에 공사할 때는 전문가를 데려와서 컨설팅을 좀 받아서 하면 좋겠어요. 그러나 처음 해본 것 치고는 아주 잘했습니다.”

마을에 도착하여 먼저 법당을 참배했습니다. 법당을 나와 마을 주민들이 모여 있는 마을회관으로 향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도로포장 공사를 하느라 수고한 마을 주민들을 격려해 주었습니다.

“다들 도로 공사 한다고 수고하셨어요. 아주 잘했어요. 힘드셨죠?”

“뿌듯하고 재미있었습니다.”

“도로를 포장하고 나니 좋죠? 지금 우기인데도 차가 싹싹 올라오잖아요. 이렇게 우리가 사는 마을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야 해요. 정부가 다 해줄 수가 없습니다.

언제까지 정부가 해주기를 기다리기만 할래요?

현재 부탄 왕과 정부는 여러분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게옥까지는 도로를 내고 포장을 했습니다. 그러나 치옥까지는 돈이 없어서 포장을 다 못 했어요. 앞으로 5년이나 10년을 기다리면 정부가 포장을 해줄 겁니다. 그렇다고 그때까지 마냥 기다리고만 있을 건가요? 아니면 우리가 노력해서 필요한 걸 만들 건가요? 그것은 우리의 선택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할 거예요? 그냥 정부가 해줄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나아요? 필요한 건 우리가 만드는 게 나아요?”

“우리가 만들겠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이번에 공사를 하면서 느낀 소감을 자유롭게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차를 가지고 있는데 도로 공사를 하기 전에 이동하기 힘들었습니다. 차도 많이 망가지고, 태워달라는 사람을 안 태울 수도 없고, 친척이고 마을 사람인데 모르는 척할 수도 없고, 늘 난감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 함께 도로를 만드니까 그런 걱정이 전부 없어졌습니다.”

“스님 말씀대로 함께 일하니까 뿌듯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다 함께 모여서 일을 한지가 굉장히 오래되었는데, 이번에 스님께서 지원해 준 것을 계기로
같이 일할 수 있어서 뿌듯했습니다. 스님께 감사합니다.”

마을 주민들은 절이 많이 낡았다고 하며 보수 공사를 해달라고 간청을 했습니다. 스님이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절이 많이 낡았는데 절을 먼저 고치면 안 될까요?

“여러분은 부처님에 대해서 얼마나 알아요? 부처님은 이렇게 좋은 집에서 살았다고 알고 있어요? 나무 밑에서 수행하며 살거나, 동굴에서 살았다고 알고 있어요?”

“부처님은 나무 밑이나 동굴에서 살았죠.”

“사람은 집에서 살아요, 나무 밑에서 살아요?”

“사람은 집에서 살죠.”

“그러면 사람이 사는 집부터 먼저 지어야 해요? 부처님이 사는 절부터 먼저 지어야 해요?”

“그래도 절에 나무가 너무 낡아서 교체를 해야 합니다.”

“마을에 집이 없는 사람도 있고, 집안이 허물어져가는 사람도 있잖아요. 사람은 집에서 살아야 하니까 사람이 살 집부터 먼저 지읍시다. 부처님은 나무 밑에서 살아도 되니까 걱정 안 해도 돼요. (웃음)

물론 저는 집 없는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집 없는 사람을 위해서 '그 사람의 집은 꼭 지어줘야 되겠습니다' 하고 모두 찬성을 하면 저는 재료만 제공합니다. 저는 스님이기 때문에 어느 개인한테 지원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이 ‘우리 동네에 누가 집이 없는데 우리가 힘을 모아서 그 집을 지어주자’ 하고 합의가 되면 제가 재료는 제공해 줄 수 있어요. 그러니 여러분들이 며칠씩 가서 일할 생각을 해야 합니다. 여러분들이 ‘저기는 가난한 집인데 집 좀 수리해야 해요’ 이렇게 합의가 되면, 동네 몇 사람이 가서 도와줄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만약 제안을 해놓고 막상 사람들이 안 도와주면 더 이상 재료를 제공해주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힘을 합해서 그 집을 잘 지었다면 다른 집도 또 지원해 줄 겁니다. 한마디로 ‘내 일은 내가 하고, 우리 일은 우리가 하자’ 이겁니다. 우리가 이렇게 인생을 살면 기쁨이 생깁니다. 이런 기쁨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지금 이 일을 하는 겁니다. 이해하셨어요?”

“네!”

대화를 마치고 부탄 스님들이 축원 기도를 해주었습니다. 기도가 끝난 후 스님이 마을 주민들 모두에게 비누를 하나씩 선물했습니다.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마을 회관을 나와 이 마을 법당을 지키는 라마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라마의 집에서 정성껏 음식을 준비해 주어서 함께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라마에게 보시금을 전달한 후 콜푸 치옥을 출발해 님송 치옥으로 향했습니다. 비가 쏟아지다가 멈추기를 반복했습니다.

그 사이에 또 산사태가 나서 큰 돌이 길을 막고 있었습니다. 모두 차에서 내려 돌을 힘껏 굴렸습니다. 스님을 포함하여 장정 아홉 명이 젖 먹던 힘까지 써서 겨우 돌을 옆으로 치워냈습니다.


님송 치옥, 가난한 사람 집짓기 결과 점검

오후 2시에 님송 치옥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가장 먼저 주거 환경 개선을 해주기로 한 가난한 집을 방문했습니다. 스님 일행을 위해 가족들이 흙길에 계단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새로 보수한 집 안에 들어가자마자 부탄식으로 축원 기도를 했습니다.




기도를 마치자 집주인인 할머니가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아들이 집을 짓다가 아파서 여동생 집으로 가게 되고, 집을 짓다가 만 상태였습니다.

“벽도 없고 창문도 없었는데, 벽도 새로 생기고 창문도 새로 생겼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은 공사를 진행해 준 겁에게 수고했다고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개인의 집을 짓는 일에 주민들이 참여하기가 가장 어렵습니다. 도로나 학교, 농수로는 주민들이 공익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비교적 쉽게 참여할 수가 있어요. JTS에서도 지원을 하기가 어려운 이유가, 집을 너무 잘 지어주면 집을 가진 사람들이 ‘숫제 집이 없는 게 낫네’ 이렇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볼품없이 지을 수도 없고요. 그래서 굉장히 어려운 일을 하신 겁니다. 개인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임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겁이 대답했습니다.

“이 집은 정말 가난한 사람의 집이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 모두가 집을 지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주민들의 참여가 가능했습니다.”

“아주 잘했어요. 콜푸 게옥에 첫 번째로 지은 집입니다. 샘플이니까 잘 마무리해 주세요. 우기가 오기 전에 지붕이라도 먼저 올려 주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할머니는 공사하는 내내 얼굴에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고 합니다. 떠나는 스님에게 할머니는 거듭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스님은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다시 산을 올랐습니다.

“아이고, 숨차다.”

다 함께 님송 치옥의 법당으로 이동했습니다. 법당 앞에 마을 주민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스님은 마을 주민들의 머리 위에 축복을 해준 후 법당을 참배했습니다.


오후 3시부터는 님송 치옥의 주민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주민들은 모내기가 제대로 안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다른 곳은 비가 적절히 와서 모내기가 다 잘 되었다고 하는데 왜 모내기가 잘 안 되었어요?”

“논에 물이 없어서 농사를 못 짓습니다.”

스님은 님송 치옥은 논농사를 하는 것보다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옛날에 거기서 논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미련이 남는 건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제가 답사를 해보니까 그 논은 산비탈에 있어서 논농사를 지을 곳이 아니었습니다. 만약 돈을 많이 들여서 농수로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농사를 몇 년 짓고는 폐허가 될 수 있어요. 그러면 그동안 들인 노력이 낭비가 됩니다. 납지 치옥과 콜푸 치옥은 그래도 땅이 농사짓기에 적당해서 농수로를 놓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그곳과 달리 여기는 논농사를 짓기에는 부적절합니다. 아무리 조상이 물려줬다 하더라도 적합한 땅이 아닌 걸 어떡합니까? 제가 생각할 때는 그 땅은 밭으로 만들어서 울타리를 치는 게 더 나아 보여요. 부모님을 아무리 귀하게 여겼더라도 돌아가시면 땅에 묻어야 되잖아요. 그것처럼 땅을 아무리 물려받았다 하더라도 지금 쓸모가 없다면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세 가지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그냥 포기를 하는 것입니다. 둘째, 논농사 말고 밭농사를 하는 것입니다. 밭농사를 한다면 울타리를 쳐야 합니다. 하지만 누가 산비탈에 올라가서 논농사를 계속 지을 수 있겠습니까? 젊은 사람들도 없고, 노인들이 농사를 짓기는 어려워 보여요. 노인들이 오르고 내리기가 너무 힘든 곳입니다. 많은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어떻게든 그 땅에 농사를 지어 보겠다고 하면 농수로 만드는 것을 지원해 줄 수는 있어요. 그런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10년만 지나면 버려진 땅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님송 치옥에서는 가난한 집을 지어주는 일을 주민들이 협력해서 해보았는데요. 스님이 수고한 주민들을 격려해 주었습니다.

“아픈 환자가 있는 집이 완성되어 오늘 가보았습니다. 저번에 갔을 때는 집을 짓다가 말아서 형편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함께 도와주어서 집이 제법 모양을 갖췄습니다. 내 집을 수리하기도 힘든데, 남의 집에 가서 도와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또한 요즘 같이 농번기에는 더욱더 어려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들이 하루, 이틀, 몇 날 며칠을 도와주셔서 좋은 집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그 집이 열악한 환경에 놓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습니다. 남편이 아프니까 함께 사는 아내가 남편을 간호해야 했습니다. 누군가 집을 책임질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거죠. 어쩔 수 없이 집을 짓다가 손을 놓게 된 겁니다. 여러분들이 힘을 합친 덕분에 생활하기에 불편함이 없는 집으로 잘 지어졌습니다.”

“스님 덕분입니다. 스님이 우리 마을에 오시지 않으셨으면 그런 집이 완성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가난한 다른 집들도 지원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스님이 마을 주민들 모두에게 비누를 하나씩 선물했습니다.

이어서 부탄 스님들이 축원 기도를 해주었습니다.

콜푸 게옥 마을 리더들과 회의

마을 주민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스님은 콜푸 게옥의 마을리더들인 촉바, 멍미, 겁과 회의를 했습니다. 농번기를 앞두고 마을별로 시범사업을 진행해 보았는데 이에 대해 함께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스님이 수고한 촉바들을 격려하고 JTS의 원칙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시범 사업을 동네마다 하나씩 해봤습니다. 정말 수고들 많이 하셨습니다. 이것을 기초로 해서 앞으로 5년간 마을 전체를 변화시키기 위해 우리가 어떤 일을 할 것인지 계획을 세워보면 좋겠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사람은 자기가 스스로 알아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의 인생을 돕는다든지 이렇게 간섭할 필요가 없다고 봐요. 왜냐하면 자연에 있는 모든 동물들도 다 자기 스스로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람의 경우 어린아이는 자기 스스로 못 살아요. 그래서 부모가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것처럼 자기 스스로 못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어요. 도저히 자기 혼자서는 못 살아간다고 할 때는 우리가 도와야 합니다. 그리고 개인의 일이 아니라 공공의 일, 즉 동네를 위한 일은 우리가 함께 할 수 있습니다. 기본 원칙은 그렇습니다. 외국 NGO가 와서 도와준다는 개념이 아닙니다. 같이 하는 것입니다.

이런 원칙을 전제로 하고 이번에 시범 사업을 해보면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어떤 좋은 점이 있었는지 한번 얘기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촉바들의 소감을 들어보았습니다. 주민들과 농수로 만들기를 한 납지 치옥의 촉바가 먼저 소감을 말했습니다.

농수로 만들고, 도로 포장하고, 집을 지어보니까 어땠어요?

“모내기가 임박해서 농수로 공사를 마무리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습니다. 남자들은 농사일해야 하는데 시간 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주민들과 도로포장을 함께 한 콜푸 치옥의 촉바도 소감을 말했습니다.

“농사철과 도로포장 공사가 겹쳐서 주민들이 어렵게 시간을 내었습니다. 마무리 못한 부분은 다음 주에 이어서 할 계획입니다. 스님이 이렇게 지원을 해주시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당연히 우리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스님 도로가 아니고 우리 도로인데 우리가 공사해야 합니다. 모두가 동의했기 때문에 협력을 잘했고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어쨌든 조금이라도 테스트를 해본 것은 좋았어요. 이제 농번기가 끝나면 한가해지잖아요. 가을에는 농수로 건설하는 것을 해볼 겁니까? 주민들이 함께 하려고 하나요?”

“네, 다들 하고 싶어 합니다.”

주민들과 가난한 집 짓기를 함께 한 님송 치옥의 촉바도 소감을 말했습니다.

“집 짓는 일을 처음 하다 보니 경험도 부족하고, 기술도 부족했습니다. 돌만 있다고 집을 지을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장비도 사러 가야 했고, 모이기로 한 사람이 다른 일로 빠지고, 농사철이라 매일 모이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오늘이 공사 26일 차인데, 일주일은 더 공사를 해야 마무리가 될 것 같습니다.”

촉바들의 소감을 경청한 후 앞으로 남은 과제들이 무엇인지 스님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앞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반응이 제일 좋을 것은 자기가 사는 집을 깨끗하고 편리하도록 바꾸는 것이 될 겁니다. 특히 여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일이지요. 도로를 놓거나 수로를 놓거나 하는 것은 좋긴 하지만 자신의 개인 생활에 딱 다가오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러나 집을 수리하는 것은 개인 생활에 가깝게 다가오는 것이거든요. 랑덜비에서 샘플로 하나의 집을 수리해 봤는데 앞으로는 각 마을마다 확대해서 해봐야 합니다.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 앞으로의 과제

농수로 놓는 일은 납지 치옥, 집을 새로 짓는 일은 님송 치옥, 도로를 놓는 일은 콜푸 치옥, 집 내부를 수리한 것은 랑덜비 치옥, 이렇게 시범 사업을 해봤으니까 서로 영상을 찍어서 돌려보거나 직접 가서 견학도 해보시기 바랍니다. 우기가 지나고 나면 무엇을 할지 다음 계획도 지금부터 세워야 합니다.

집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집 짓는 일을 해야 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는 집을 수리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농수로를 놓아야 하고, 식수원을 확보해야 하고, 밭에는 울타리를 쳐야 합니다. 학교를 수리하는 일도 해야 하고, 눈이나 귀가 안 좋은 노인들을 치료하는 일도 해야 합니다. 우리 동네 안에 있는 도로 중에 문제가 있는 것을 개선하는 일도 해야 합니다. 한꺼번에 다 할 수는 없고 순서를 정해서 하나씩 해나가야 합니다.

앞으로 주민들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무엇을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아직 제대로 안 되어 있습니다. 어떤 농산물을 재배할 것인지, 어떤 과수를 심을 것인지, 양계를 해서 계란을 생산할 것인지, 젖소를 키울 것인지, 어떻게 판매할 것인지, 1차 가공을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등등 주민생활 개선을 위해서 많은 것을 연구해야 합니다. 이런저런 실험을 해보면서 효과적인 것을 찾아 나가면 좋겠습니다.”

스님은 가장 수고가 많았던 촉바들을 크게 격려하고 비누와 치약을 하나씩 선물했습니다. 그리고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정말 수고했어요.”


다시 차를 타고 젬강으로 이동했습니다.



젬강 주지사와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해 대화

산길을 차로 1시간 20분 동안 달려 무사히 젬강에 도착했습니다. 게스트하우스 안으로 들어가자 젬강 주지사님이 반갑게 스님을 환영해 주었습니다. 스님은 오는 길에 도로 상태가 매우 안 좋았다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우기에는 산사태가 많이 나서 위험할 것이라고 예상은 했는데, 실제로 와보니까 정말 위험했습니다.”

“장마철이라 언제 길이 무너질지 모릅니다.”

주지사님은 얼마 전 한 초등학생이 독버섯을 먹고 병원으로 가는 중에 길이 무너져서 더 이상 갈 수가 없어 길에서 죽는 일이 생겼다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먼저 스님이 지난 한 달 동안 콜푸 게옥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한 결과와 오늘 직접 답사까지 마친 소감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농번기를 앞두고 콜푸 게옥에서 시범 사업을 몇 개 해봤습니다. 주민들이 직접 농수로를 놓는 일도 해봤고, 비포장 도로를 일부 구간만 포장하는 일도 해봤고, 집 없는 사람을 위해 집을 짓는 것도 해봤습니다.

이번에는 모내기를 앞두고 급하게 실험을 해본 것입니다. 원래 한 달 반 동안 진행할 계획이었는데 부탄 정부에서 은행 계좌를 만드는 일이 늦어져서 한 달 동안 진행을 하지 못하다가 보름 만에 공사를 하다 보니 조금밖에 실험을 못했습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실험을 해보면서 앞으로의 개선점을 많이 배웠습니다. 생각보다는 주민들이 아주 열심히 참여했고 모두 기뻐했습니다. 겁, 멍미, 촉바, 모두가 과연 주민들이 참여할지 걱정을 많이 해서 시작하기를 굉장히 어려워했는데, 막상 해보니 주민들이 열심히 참여했습니다. 정부 프로젝트가 아니고 스님이 우리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하니까 오히려 주민들이 더 열심히 한 것 같다고 하네요. 제가 마을 주민들에게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5년이나 10년 기다리면 정부가 다 해 줄 텐데 기다릴래요? 아니면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할래요?’

그랬더니 주민들이 다 지금 하겠다고 했어요.” (웃음)

논의를 하다 보니 JTS가 갖고 있는 자원봉사 원칙 때문에 몇 가지 어려움이 예상되었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협력해서 하더라도 초기에는 포크레인과 덤프트럭이 필요한데, 운전기사에게 인건비를 지급하는 것이 JTS의 자원봉사 원칙과 상충되는 문제가 걱정이었습니다. 그래서 타시 박사님이 제안했습니다.

자원봉사를 해야 한다는 원칙에 예외를 두면 어떨까요?

“자원봉사 원칙을 조금 유연하게 적용하면 어떤가요? 어디에나 예외가 있잖아요. 가난한 나라에서는 사람들이 가족들을 돌보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자원봉사를 하기가 어렵습니다. 선진국과는 원칙을 달리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요?”

“JTS의 원칙이 자원봉사자로만 운영하도록 되어 있어서 좋은 점도 있는데, 그것 때문에 때로는 어려움도 생깁니다. 자원봉사란 다른 뜻이 아니라 사람을 고용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서 스님이 포클레인 기사를 고용하게 되면 그 사람 입장에서는 제가 스님이 아닌 사장이 됩니다. 저는 수행자이기 때문에 그 사람의 생계를 책임지는 사장이 될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위배가 됩니다. 왜냐하면 인간관계가 평등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 명은 고용인이 되고, 한 명은 사장이 되거든요.

그래서 JTS는 자원봉사자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일을 하지 그 이상을 욕심내지 않습니다. 우리는 세간의 사람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제가 주민들한테 강조하는 것도 바로 주민들 스스로 할 수 있는 만큼 하라는 겁니다. 도로를 잘 만들거나 농수로를 잘 만드는 것보다는 주민들 스스로 동네를 개선하는 과정을 통해서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이번에도 주민들이 고생은 많이 했지만 굉장히 기뻐했어요. 농수로를 제대로 못 만들고 삐딱하게 만들었는 데도 자기들이 만든 농수로에 물이 ‘촤악’ 하고 내려가니까 굉장히 기뻐했습니다. 비포장 도로에 차가 올라가는 것이 늘 힘들었는데 도로를 새로 포장해서 차가 싹 올라가니까 아주 기뻐했습니다.

저는 이 프로젝트를 하는 목적이 주민들의 행복도를 높이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수로와 도로 만드는 것을 수단으로 해서 인간의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누구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주인이 되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것을 통해서 GNH(국민총행복지수) 개념을 조금 더 발전시켜 보려고 합니다.

제가 이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하지 않는 이유는 아직 성공할지 실패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일단 테스트를 해서 어느 정도의 성공 가능성이 입증되면 나중에 전국 프로젝트로 확대하려고 합니다. 앞으로 5년 동안의 사업 자체가 새로운 실험입니다. 시범사업을 정부 프로젝트에 안 넣은 이유가 아직은 실험을 해보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듣기로는 이곳 젬강 사람들이 협동심이 제일 작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주민들이 협력하는 방식이 성공하면 부탄 전체가 가능한 것이 되잖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실험이 실패할 것이라고 말을 합니다. 요즘 같은 자본주의 시대에 자꾸 옛날 얘기를 하고 있다고요. 하지만 저는 미래에는 우리가 이런 식으로 살아야 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부탄도 옛날에 그렇게 살았잖아요? 옛날에 모두 그렇게 살았는데 지금 우리가 그렇게 못 살 이유가 없잖아요?

정부와 JTS가 서로 보완이 되는 마을 개발 방식

그래서 제가 먼저 실험을 해보겠습니다. 물론 큰 사업은 못하고 주민들이 할 수 있는 작은 사업만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납지 치옥은 수원지에서 마을까지 4km를 큰 관으로 물을 끌어 왔습니다. 그 작업은 많은 돈을 들여서 정부가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각 논으로 물을 대야 하는데 이 일에는 정부가 아무런 지원도 안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주민들에게 각각의 농지 안에 물이 들어가도록 하는 수로를 시멘트로 같이 만들자고 제안한 겁니다. 이렇게 하면 정부가 하는 일과 JTS가 하는 일이 서로 보완이 될 수 있습니다. 콤사르 치옥도 수원지에서 마을까지는 관이 왔는데 그다음에 농지로 물을 대는 일은 아무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각자의 논에 물을 대는 것은 주민들이 참여하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큰 예산이 들어가는 부분은 정부 프로젝트로 하고, 각자의 논에 물을 대는 것과 같은 일은 JTS 프로젝트로 하고, 이렇게 보완을 해나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미 시설을 완비한 곳이 부서지거나 해서 수리가 필요한 부분도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수리를 할 수 있게 해보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정부에 수리를 신청하면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직접 수리하는 데는 큰돈이 들지 않고, 또 빨리 수리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정부가 하는 사업에서 부족한 점을 보완하거나 사각지대를 지원한다면 사업 전체가 굉장히 효율적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젬강 주지사님은 마을마다 젊은 사람들이 모두 도시로 떠나고 있고, 농업이 부탄 경제에 기여하는 정도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며 스님이 제안한 프로젝트에 대해 우려점을 이야기했습니다.

경제성이 낮은 농업에 투자할 필요가 있을까요?

“부탄 주민들의 60퍼센트가 농사를 짓지만 GDP에 기여하는 정도는 15퍼센트에 불과합니다. 농업에 투자하는 것은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부모들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이유가 농사 빼고 뭐든지 해보라는 겁니다. 젊은 사람들이 도시로 다 떠나는 상황에 이 프로젝트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스님이 대답했습니다.

“인간의 삶을 전부 경제적인 것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현재 농업은 사양 산업이 맞습니다. 하지만 평생 농사만 짓고 살아온 이곳 사람들이 점진적으로 농사를 정리해 나갈 수 있도록 우리는 지원해야 합니다. 생산성이 떨어지더라도 사람들의 삶이 갑자기 황폐화되지 않도록 지원을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사람이 가장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경제성만 따지면 농업은 비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농민들은 평생 그것만 하고 살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교육을 시켜서 다른 일을 하도록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이 사람들이 죽을 때까지는 자신들의 생활을 잘 영위해 가도록 국가가 보호해야 됩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는 농촌에도 투자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식량은 경제성으로만 따져서는 안 됩니다. 국가가 위기에 직면했을 때를 대비해서 적어도 몇 개월 식량은 확보해야 됩니다. 경제적으로 보면 농업이 비효율적이지만, 식량 안보라는 측면에서는 일정한 투자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판방에 문호를 열자고 하는 이유는 지금 인도의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자가 되면 사람들은 처음에는 차 사고 집 사고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건강을 가장 중요시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젬강에서 생산한 유기농 식품을 인도의 부유층을 상대로 공급하게 되면 경제성이 생겨날 수가 있습니다. 현재는 인도에서 생산한 농산물의 가격이 더 싸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부유층을 상대로 신선함을 유지하면서 빨리 유통시킬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합니다.”

스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주지사님의 얼굴도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젬강의 발전을 위해서는 주지사님이 열심히 해주시고, 저는 주민들의 행복도를 높이는 일을 열심히 하겠습니다.”

다 함께 지속가능한 개발 프로젝트를 열심히 추진해 보기로 하고 대화를 마쳤습니다. 밤 9시가 다 되었습니다.

숙소에서 주지사님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하루 일과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발도 게옥으로 이동하여 모내기를 함께 하고 논에서 주민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진 후 오후에는 콤샤르 치옥으로 이동하여 주민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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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음

도울때의 자세와 원칙, 농업에 대한 스님의 철학을 듣고 배워서 고맙습니다

2024-08-17 06:31:43

연이다

감사합니다.
스스로 뭔가를 성취했을 때의 기쁨이 가장 큰 것 같습니다.

2024-07-17 06:27:21

최상훈

고맙습니다 ^^

2024-07-13 12: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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