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07.02 베트남 4일째, 흥푸옥 사원, 브롱 사원, 민당쾅 사원, 왓칸다란시 사원
인공지능이 발달하는 시대, 어떻게 수행해야 깨달을 수 있나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스님이 베트남 불교승가위원회의 초청을 받아 베트남을 방문한 지 4일째 되는 날입니다. 하루 종일 네 곳의 사원을 방문하고 법담을 나누었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아침 식사를 하고 오전 7시에 흥푸옥 사원(Hung Phuoc Buddhist Temple)으로 출발했습니다.


출근하는 시민들로 활기찬 거리를 달려 40분 만에 흥푸옥 사원에 도착했습니다.

사원에 도착하자 주지인 틱 민 두옌(Thich Minh Duyen) 스님이 환영해 주었습니다. 인사를 나눈 후 법당을 참배했습니다.

강당으로 들어가자 하안거를 하고 있는 스님들 60여 명이 자리해 있었습니다.

먼저 주지 스님이 환영 인사를 한 후 큰 박수와 함께 스님이 법담을 시작했습니다.

“여러분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일정이 변경되어 갑자기 방문했는데도 이렇게 환영해 주셔서 더욱 감사드립니다. 저는 한국에서 온 법륜 스님이라고 합니다. 저의 스승님께서 법의 수레바퀴를 굴리라는 뜻으로 저의 법명을 ‘법륜(法輪)’으로 지어주셨습니다.

주지 스님께 이곳 흥푸옥 사원이 선종(禪宗), 그중에서도 임제종(臨濟宗)의 일파라고 들었습니다. 임제종은 선종의 6대 조사인 혜능 대사를 계승한 임제 선사의 선풍입니다. 저도 임제종의 일파로 임제 선사로부터 40대로 법을 계승했습니다.

여러분이 안거 중이라고 해서 공부에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몇 마디 하겠습니다. 달마 대사의 법을 7대로 계승한 회양 선사와 8대로 계승한 마조 선사의 일화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어떻게 해야 깨달음을 얻습니까?

마조 선사가 스승의 가르침에 따라 깊은 명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누가 오더라도 신경을 쓰지 않고 명상에만 집중했습니다. 어느 날 스승인 회양 선사가 와서 물었습니다.

‘너 뭐 하고 있느냐?’

‘참선하고 있습니다.’

‘참선해서 뭐 하는데?’

‘참선해서 깨달음을 얻어야죠.’

‘그래?’

이렇게 말하고 스승이 가버렸습니다. 제자는 웃음이 나왔습니다. 스승이 시켜서 그대로 하고 있는데 ‘너 뭐 하고 있느냐?’고 물으니까 우습잖아요. 그런데 잠시 후 옆에서 ‘드르륵드르륵’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참선할 때는 옆에서 무슨 소리가 나더라도 신경을 쓰지 않아야 하는데 소리가 계속 들리니까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래서 살짝 눈을 뜨고 봤더니, 스승이 벽돌 두 장을 손에 들고 문지르고 있었습니다. 궁금해진 제자가 물었습니다.

‘스승님 지금 뭐 하십니까?’

‘거울을 만든다.’

‘벽돌을 문질러서 어떻게 거울을 만듭니까?’

‘그럼 너는 참선해서 어떻게 깨달음을 얻느냐?’

참선해서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은 벽돌을 문질러서 거울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어리석다는 것을 스승이 제자에게 일러준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깨달음을 얻습니까?’

그러자 스승이 말했습니다.

‘너는 마차를 몰 때 마차가 가지 않으면 말을 때려야 되느냐, 마차를 때려야 되느냐?’

‘그야 당연히 말을 때려야죠.’

‘그런데 너는 왜 마차를 때리느냐?’

그때 제자는 단박에 깨달았습니다. 이것이 선(禪)입니다. 어떤 자세만 형식적으로 따른다고 해서 선은 아닙니다. 몸만 똑바르게 앉아 있다고 해서 선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몸은 마차와 같은 것입니다. 말을 때리라는 것은 마음을 관리하라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참선할 때 자세도 물론 바르게 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마음을 늘 살펴야 합니다. 즉, 화두를 잘 챙겨야 합니다.”

이어서 선불교의 핵심 사상이 담겨 있는 여러 가지 일화들을 이야기한 후 스님들로부터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처음부터 교리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주지 스님이 다시 스님들에게 제안했습니다.

“너무 교리적인 것은 책을 보면 나오니까 그런 것을 묻기보다는 본인에게 괴로움이 있으면 그에 관해 물어보면 좋겠습니다.”

“괴로움이 없습니다.”

그러자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부처님 가르침의 목표는 괴로움이 없는 상태, 열반에 이르는 것입니다. 여러분께서 열반의 상태라고 하니 아주 기쁩니다.” (모두 박수)

스님은 선불교의 핵심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설명한 후, 수행, 전법, 사회 실천을 함께 해나가는 수행자가 되면 좋겠다고 스님들에게 당부했습니다.

개인적인 고민을 꺼내놓고 말하기가 쉽지 않은지 금방 질문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시 주지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여기 스님들이 모두 열반에 든 것이 아닙니다. 깨달아서 질문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부끄러움이 많아서 그렇습니다.” (웃음)

주지 스님이 한국 불교에 대해 질문을 했습니다. 지금 한국의 불교 인구가 왜 점점 줄어들고 있는지, 베트남 불교도 한국과 같은 길을 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스님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스님은 한국 불교의 역사와 더불어 현대인들에게 양약이 되는 불교를 전파하기 위해 수행자들이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한 시간 동안 법담을 나눈 후 마지막으로 스님이 닫는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여러분들께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첫째, 수행자는 검소하게 살아야 합니다. 여러분들이 부유하게 살면 대중의 비난을 받습니다. 둘째, 대중에게 항상 겸손해야 합니다. ‘내가 승려다’ 하고 목에 너무 힘을 주고 다니면 대중의 비난을 받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비굴하지 말고 당당해라. 교만하지 말고 겸손해라’

우리는 세상의 그 어떤 왕이나 부자도 두렵지 않을 만큼 당당해야 합니다. 그러나 대중들에게는 항상 겸손해야 합니다. 이것만 우리가 잘 지켜나간다면 세상의 어떤 장애도 두려워할 것이 없습니다. 그렇게 여러분 모두 당당하게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큰 박수와 함께 법담을 마쳤습니다. 마당으로 나와 하안거 중인 스님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자리를 옮겨 부주지 스님과 잠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번에 일정이 갑자기 바뀌었는데 이렇게 스님들과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줘서 감사합니다.

한국은 베트남보다 자본주의 사회를 먼저 겪었기 때문에 나눌 것이 아주 많습니다. 자본주의가 발달하는 것이 수행에 꼭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절이 크게 지어지고 외형은 좋아질지 몰라도 수행에는 장애가 됩니다. 그래서 승려들이 자본주의에 너무 물들지 않았으면 합니다. 지금 베트남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중의 반발도 절이 너무 화려하고 승려들이 조금 부유하게 살고 있어서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대승불교에 속해 있든 선불교에 속해 있든 테라밧다의 근본 불교를 공부해야 합니다. 소승불교, 대승불교, 선불교를 두고 어느 게 옳고 어느 게 높으냐를 따지면 안 됩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이건 보시금입니다. 참선하는 스님들 모두에게 국수라도 한 그릇씩 사주세요.”

보시금을 전달하고 베트남어로 번역한 책도 스님들에게 나누어주었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다음 약속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차로 한 시간을 달려 10시 30분에 부롱 사원(Chùa Bửu Long)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서 베트남에서 존경받는 스승인 비엔 민(Viên Minh) 큰스님을 접견하기로 했습니다.

잠시 사원 안에서 기다리자 민 스님이 직접 나와 접견실로 스님 일행을 안내해 주셨습니다. 고요하고 정갈한 접견실이었습니다.

큰스님에게 삼배로 인사를 드린 후 40분간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먼저 스님이 베트남 불교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베트남 불교가 마하야나(대승불교)라고 알고 있었는데, 테라밧다를 계승하고 있는 스님들도 많이 있네요. 지난 번 방문 때 크메르족 테라밧다 스님들을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킨족 테라밧다 스님들은 어느 정도나 되는지 궁금합니다.”

“정확한 수는 알 수 없지만 대략 800명에서 1,000명 정도 됩니다. 사원은 150개 정도가 있습니다.”

비엔 민 큰스님은 베트남 불교의 역사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베트남에도 처음에는 테라밧다 불교가 있었지만, 베트남을 침략한 중국의 영향을 받아 대승불교가 확산이 되었으며, 소수민족들은 테라밧다 불교를 그대로 계승해 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참선과 위빠사나는 형식만 다를 뿐 같습니다

큰스님은 선불교의 참선과 테라밧다의 위빠사나는 형식만 다를 뿐 내용은 똑같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참선의 뿌리는 위빠사나입니다. 제가 쓴 책이 있는데 불교대학에서 교과서로 사용되는 책입니다. 그 책은 위빠사나와 참선을 비교하고 있는데, 그 둘은 내용이 똑같고 형식만 서로 다를 뿐입니다.”

스님도 큰스님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공감하며 말했습니다.

“참선과 위빠사나의 공통점과 일치점을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토회는 선종을 계승하고 있지만, 테라밧다도 매우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 불교를 배우러 오는 사람들에게 테라밧다 불교에 대해 먼저 가르칩니다. 그 뒤에 마하야나를 가르치고, 그다음에 선불교에 대해 가르칩니다. 어느 것이 높고 낮다고 생각하지 않고 공통점을 찾아서 가르칩니다. 모두 다 부처님의 가르침이기 때문입니다.”

“올바른 관점을 갖고 사람들을 가르치고 계시는군요.”

“네, 그래서 스님께서 테라밧다와 선불교의 공통점을 말씀해 주셔서 아주 기쁩니다.”

“제가 참선과 위빠사나에 대해 깊이 연구해 보니까 핵심은 하나였습니다. 어떤 종파든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향해 있고, 근본은 똑같습니다.”

“감사합니다. 현대사회의 젊은이들은 종교를 싫어합니다. 기성세대들은 복을 빌거나, 죽어서 좋은 데 가거나, 이런 것을 추구하며 불교를 믿었는데, 젊은 세대들은 복을 빌거나 죽어서 극락 가거나 하는 것을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지금은 종교로서의 불교보다는 수행으로서의 불교가 더 필요합니다. 그래서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이 매우 중요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단순하고 합리적입니다. 그것에 맞게 수행자들의 생활도 검소해야 하고 겸손해야 합니다. 이렇게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에 따라서 불교를 전해야 젊은이들에게는 오히려 훨씬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엔 민 큰스님은 불교를 전할 때 생활 언어를 사용하여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얀마와 베트남은 같은 위빠사나를 배우지만 핵심이 서로 다릅니다. 미얀마에서는 수련원 같은 곳에서 주로 학술적으로 가르치는데, 베트남에서는 일반 사람들이 생활하는 곳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가르칩니다. 그래서 저는 사념처관을 가르칠 때도 일반 사람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강의할 때도 젊은 사람들에게는 일반 용어를 쓰고,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젊은 사람들이 아주 좋아합니다.”

스님이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저의 스승님도 큰스님과 비슷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승복을 입은 사람이 수행자가 아니라 마음이 청정한 자가 수행자이다. 어떤 집이나 건물이 절이 아니라 마음이 청정한 자가 머무는 곳이 절이다. 이것이 불교이다.’

그래서 저는 스승의 가르침을 따라서 마음이 청정한 모든 사람이 수행자라고 생각하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중이 모여서 함께 법담을 나누면 그곳이 절이기 때문에 교회든 사무실이든 가정집이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든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합니다.”

“정말 좋네요.”

두 분은 서로 통하는 점이 많았습니다. 아쉽지만 다음에 만나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로 하고 인사를 드린 후 대화를 마쳤습니다.

보시금을 드리고 서둘러 절을 나왔습니다.

“테라밧다 스님들은 오전에 공양하셔야 하니 더 길게 대화를 나누면 실례에요.”

이번에는 탁발종 사원인 민당꽝 사원(Pháp viện Minh Đăng Quang)으로 갔습니다.

베트남의 탁발종(Khất Sĩ)은 불교 탁발 수행자의 전통을 따르는 종파로 민당꽝(Minh Đăng Quang) 스님에 의해 창립되었습니다. 초기 불교 수행자들의 탁발수행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테라밧다 불교와 대승불교의 이념과 실천을 결합하여 만든 종파입니다.

테라밧다와 마하아냐를 함께 공부하는 탁발종

민당꽝 사원에 도착해 사원 내 채식당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민당꽝 불교연구소 서기장 스님이 환영해 주었습니다.

함께 점심을 먹으며 민당꽝 사원과 스님들의 수행법에 관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1시 30분부터는 틱각톤(Thích Giác Toàn) 큰스님을 접견했습니다. 틱각톤 큰스님은 베트남 불교연구소(Vietnam Buddhist Research Institute)의 소장으로, 베트남 불교 협회의 부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큰스님은 민당꽝(Minh Đăng Quang) 조사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법문과 저서를 통해 많은 불자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수행자가 되었으면 부처님처럼 수행해라

큰스님은 민당꽝 사원의 역사와 탁발종의 수행법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민당꽝 사원은 1968년에 건립되었습니다. 창시자인 민당꽝 조사님이 캄보디아에서 테라밧다 불교를 배워와서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계율을 지키고, 탁발하며 살아가는 정신을 계승해 나가고자 1944년에 종파를 창시했습니다. 처음에 100명의 제자를 두었는데 그중 30명이 승려였습니다. 그 당시 사원은 작은 오두막집이었습니다. 3개월마다 장소를 옮겨가며 수행을 해야 했습니다. 저희는 테라밧다 불교와 달리 비구니 제도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스님들이 노동하고 생산하는 일도 합니다. 언제까지 탁발만 하고 살 겁니까. 노동하고 생산도 해야지요. 민당꽝 조사님은 세 가지를 강조하셨습니다. 같이 살자. 수행하자. 공부하자. 조사님은 ‘수행자가 되었으면 부처님처럼 수행해라’ 하고 늘 말씀하셨어요.”

큰스님의 설명을 듣다 보니 벌써 스님들과 법담을 나눌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더 대화를 나누고 싶지만, 2시부터 하안거 중인 스님들과 법담을 나누기로 약속했습니다. 다음에 또 찾아뵙겠습니다.”

틱각톤 스님에게 보시금을 전달하고 대화를 마쳤습니다.

기념사진을 찍은 후 하안거 중인 스님들이 모여 있는 강당으로 이동했습니다.

비구 스님들 50여 명이 자리해 있었습니다. 베트남 스님들이 법문을 청하자 스님이 환한 웃음과 함께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제가 지난번에는 탁발 승단을 방문하지 못했습니다. 지나가면서 사원을 보고 저기가 어디인지 궁금했었는데, 오늘 드디어 오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여러분들을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안거 기간에 여러분과 대화하게 되어 정진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염려가 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러분의 공부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어서 기쁘기도 합니다.

한국 불교는 대승불교의 전통과 선불교의 전통을 함께 계승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사회에서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은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다시 테라밧다의 가르침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침 여러분도 테라밧다와 마하야나, 선불교를 함께 공부하고 있다고 해서 반가웠습니다.

논쟁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불교가 더 좋다.’ 이렇게 말하지만, 진리의 측면에서 보면 어떤 불교가 더 좋다고 말할 수 없고, 모든 불교는 다 부처님의 가르침 중의 하나일 뿐입니다. 그래서 오늘 여러분과 저는 한 부처님의 제자로서 법의 친구가 되어서 이렇게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가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 중에는 저보다 더 나이가 많거나 출가한 지 오래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젊은 분들인 것 같습니다. 제가 여러분보다 오래 살았으니 저의 경험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이어서 궁금한 점에 대해 자유롭게 질문을 받았습니다. 누구든지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두 시간 동안 일곱 명의 스님들이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분은 요즘처럼 물질문명이 발달한 시대에는 어떻게 수행해야 빨리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지 질문했습니다.

인공지능이 발달하는 시대, 어떻게 수행해야 깨달을 수 있나요?

“저는 출가해서 부처님 당시의 가르침에 따라 정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시대는 과학 기술이 발달하고,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고, 인공지능이 나오고, 모든 것이 자동화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는 어떻게 수행해야 깨달음을 빨리 증득할 수 있을까요?”

“제가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할 때가 1960년이었습니다. 그때 한국의 1인당 GDP가 100불이었습니다. 65년이 지난 지금 3만 5천 불이 되었습니다. 경제적으로만 따지면 350배가 증가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350배 행복해졌을까요? 35배는 행복해졌을까요? 3배는 행복해졌을까요? 행복해졌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이런데도 한국 사람들은 돈만 더 있으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돈’, ‘돈’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지금 GDP의 10배인 35만 불이 되면 행복해질까요? 과거의 경험을 보면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은 어떤 물질적인 풍요나 기술적인 발전으로 인간의 고뇌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말합니다.

수명이 길어지고, 인공지능이 나오고, 자동화가 이루어지더라도 인간의 고뇌는 더 많으면 많아졌지 줄어들지 않습니다. 만약 지금 우리들의 삶을 100년 전에 살던 사람들이 본다면 뭐라고 할까요?

‘전쟁의 위협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밥을 못 먹는 것도 아니고, 옷을 못 입는 것도 아니고, 잠잘 집이 없는 것도 아닌데, 뭐 때문에 괴로운가?’

이렇게 물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다 괴롭다고 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어떻게 하면 우리가 괴로움 없이 살아갈 수 있느냐’ 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인생은 괴로움이다. 괴로움의 원인은 집착이다. 집착을 버린다면 우리는 괴로움 없이 살아갈 수 있다. 이 사성제가 부처님 가르침의 요지입니다. 부처님은 왕자로 태어났습니다. 그 당시에 이미 아무 부족함이 없었고, 부러운 것이 없었습니다. 경제적으로도 먹을 것이 풍족했고, 지위도 가장 높았고, 모든 면을 다 갖추고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볼 때는 괴로울 일도 없고, 부러운 것도 없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괴로웠습니다. 당시에 브라만교라는 종교도 있었고, 우파니샤드라는 철학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종교와 철학이 인간의 고뇌를 해결해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탐구해서 마침내 괴로움이 없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그 경지를 우리는 ‘열반’이라고 말합니다. 수행의 목표는 열반입니다. 죽어서 극락을 가는 것도 아니고, 다음 생에 좋은 곳에서 태어나는 것도 아니고, 이생에서 복을 받는 것도 아니고, 괴로움 없는 상태에 이르는 것이 수행의 목표입니다. 이것이 부처님 가르침의 요지입니다.

바로 오늘날 현대인들은 마치 부처님 당시의 왕자들처럼 부러울 것 없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괴롭습니다. 그래서 2600년 전 고타마 싯다르타의 문제의식은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과 같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물질적인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우리가 출가한 이유는 물질적인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입니다. 출가한 승려들이 물질적 욕망과 사회적 지위에 자꾸 집착한다면 이것은 출가 정신에 어긋납니다. 열반에 이르는 길을 부처님께서 이미 가셨습니다. 길이 없어서 못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안 가기 때문에 못 가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스님들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니르바나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합니다.

수행자는 세 가지를 항상 실천해야 합니다. 첫째, 괴로움이 없는 상태에 이르러야 합니다. 둘째, 이 좋은 법을 다른 사람에게 전해야 합니다. 셋째, 이 법을 만나지 못한 세상의 많은 사람을 도와야 합니다. 지금이야말로 부처님의 법이 세상 사람들에게 가장 잘 받아들여질 수 있는 때입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자꾸 물질적 욕망에 이끌려서 복을 비는 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열반에 이르지 못하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수행의 목표가 열반을 증득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괴로움 없이 사는 것이 수행의 목표라는 관점을 아주 분명히 가져야 우리는 깨달음의 길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 법륜 스님은 수행뿐만 아니라 사회적 실천 활동도 많이 하신다고 했는데, 사회적 실천 활동이란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 한국에서는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불교 교리를 가르쳐 주나요?

  • 한국에서는 불교 인구가 얼마나 있는지, 신앙심으로 불교를 믿는지, 수행하기 위해 불교를 믿는지 궁금합니다.

  • 스님은 그동안 수행을 하면서 어려운 점이 없었나요? 어려움이 생겼을 때 어떻게 극복했나요?

  • 베트남 불교와 탁발종에 대해 스님은 어떻게 보시나요?

  • 수행하는 젊은 사람들은 어떤 관점을 가져야 ‘무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요?

모든 질문에 답변하고 나니 마쳐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아주 편안한 분위기에서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습니다. 스님은 불교의 가장 핵심 가르침인 연기법과 중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대화를 마쳤습니다.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스님들에게 보시금을 전달한 후 사원을 나왔습니다.

갑자기 비가 쏟아졌습니다. 쏟아지는 장대비를 보며 지금 시기가 우기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오후 4시 20분에 크메르족 사원인 왓 찬다랑사이 사원(Chùa Chantarangsay)에 도착했습니다. 차에서 내리자 주지 스님과 일행이 전통식으로 환영을 해주었습니다.


먼저 법당으로 가서 참배하고, 접견실로 이동해 주지 스님과 법담을 나누었습니다.


사원의 주지인 단룽(Danh Lung) 스님은 크메르족 테라밧다 불교 종단에서 가장 높으신 분입니다. 크메르족의 불교 신앙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호찌민시에는 크메르 사원 2곳이 있습니다. 베트남 남부 지방에는 456개의 사원이 있고, 살라텔(크메르족의 공동체 활동이 열리는 주택)이 45개, 크메르 테라밧다 불교 아카데미가 1개 있습니다. 승려는 1만 명이 됩니다. 크메르족은 인구의 99%가 불교 신자입니다. 교육에 관심이 많아서 많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습니다.”

모든 아이들은 제때 배워야 합니다

스님은 크메르족이 많이 사는 베트남 남부의 메콩델타(Mekong Delta) 삼각주 지역이 매우 가난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JTS가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여러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메콩델타 지역에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산다고 하는데, 대부분이 크메르족입니까?”

“그 지역은 정말 가난한 지역입니다. 크메르족도 가난한 사람이 많고, 킨족도 가난한 사람이 많습니다. 올해는 가뭄이 너무 심해서 아예 수확도 못 하는 경우가 많았고, 수확했다 하더라도 판매 가격이 낮아서 어려워하고 있습니다.”

“혹시 그 지역에 가난해서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습니까?”

“네, 아이들이 가난해서 초등학교를 다니다가 그만두는 경우가 있습니다. 학비를 지원해 준다고 해서 해결이 안 됩니다. 왜냐하면 학교에 내는 여러 가지 명목의 돈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저의 목표는 어떤 아이들도 최소한 초등학교는 다닐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초등학교가 없는 곳에 학교를 지어주어서 반드시 학교에 다닐 수 있게 지원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깊은 산속에 살더라도 아이들은 제때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15년 전에 캄보디아 북동쪽에 라오스와 베트남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라따나끼리(Ratanakiri) 지역에 학교를 지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라오스와 캄보디아 국경 변에 사는 원주민 지역에 학교가 없어서 지어주었는데, 베트남 쪽은 학교가 다 있어서 학교를 짓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하신 말씀은 아이들이 가난해서 학교를 못 다니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지요?”

“네, 그렇습니다. 시골 깊숙한 오지로 들어가 보시면 학교가 없는 곳도 있습니다. 그래서 학교가 필요합니다. 학교만 지어주면 선생님은 정부에서 보내줄 겁니다. 많은 아이들이 초등학교 1학년이나 2학년을 다니다가 그만둡니다. 왜냐하면 생활비가 감당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베트남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이라 JTS가 지원하는 대상국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학교를 못 다니는 아이들이 있다는 의외의 사실을 알게 되어 놀랐습니다. 스님이 다시 질문했습니다.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라서 모든 인민이 평등하게 교육받는 것을 추구하지 않나요? 그리고 베트남 경제가 지금 발전하고 있고요.”

“네. 맞습니다. 베트남 정부는 교육을 최우선으로 지원하지만, 메콩델타 지역처럼 오지에는 그 손길이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JTS에서 메콩델타 지역에 학교를 짓는 일을 지원할 수 있게 의논을 해보겠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이든, 소수민족이든, 종교가 다르든, 신체장애가 있든, 아이들은 제때 배워야 합니다. 이것은 비록 나라가 달라도 모든 인류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할 일입니다.”

“너무 감사드립니다. 다음에 스님께서 방문할 때까지 어느 곳에 지원이 가장 필요한지 조사를 해서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스님과 함께 답사하러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종교가 아닌 이런 주제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너무 기쁩니다.”

스님이 다음에 베트남을 방문할 때 직접 답사를 함께 가보기로 했습니다. 1시간 20분 동안 대화를 나누고 보시금을 드린 후 스님들에게 책을 한 권씩 선물했습니다.

사원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후 숙소로 향했습니다.

퇴근길이라 차가 막혀 1시간 20분이 걸려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원래 베트남 불교승가위원회에서 채식당을 예약해 두었지만, 정중히 사양하고 숙소에서 간단히 식사했습니다. 식사하고 나서 오늘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숙소에서 온라인으로 수행법회 생방송을 하고, 오후에는 국은계상사로 가서 법담을 나눕니다. 베트남 불교승가위원회의 회장이신 틱티엔논 큰스님을 친견하고 스님들과 법담을 나눈 후 저녁에는 베트남 호찌민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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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하이

‘너는 마차를 몰 때 마차가 가지 않으면 말을 때려야 되느냐, 마차를 때려야 되느냐?’

‘그야 당연히 말을 때려야죠.’

‘그런데 너는 왜 마차를 때리느냐?’

2024-07-10 15:07:40

최상훈

고맙습니다 ^^

2024-07-10 12:07:17

봄봄

초등학교 조차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과
세계의 가장 빈자들 배고픈 사람들을 돕고자 하시는 스님의 마음은
부처님을 보는 듯 합니다
스님 감사합니다 존경합니다

2024-07-10 06:3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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