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11.5 영어 즉문즉설, 행복본부의 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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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울 정토회관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8시부터 외국인을 위한 영어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200여 명의 외국인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생방송을 시작하자 먼저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하루하루 잘 보내고 계십니까? 한국은 이제 늦가을로 접어들었습니다. 단풍이 마지막 철이 되어 잎이 다 떨어져 가고 있습니다. 올해 가을은 평년보다 날씨가 따뜻해서 모기나 각종 벌레가 극성을 부린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아마 기후 변화의 영향인 것 같습니다. 오늘과 내일 비가 오면 기온이 갑자기 떨어져서 겨울로 접어든 날씨가 된다고 하네요. 저는 지난주에 추수를 다 했고, 이제 농사일은 김장만 남았습니다.”

스님의 일상을 공유한 후 질문을 받았습니다. 네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는데요. 그중 한 명은 어릴 때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 때문에 남자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며 연애를 할 때마다 일어나는 불안감에 대해 조언을 구했습니다.

남자에 대한 불신으로 연애할 때마다 불안감이 커집니다

“My question is about relationships. I have a hard time trusting men because my dad had affairs when I was a child. As a result, I've become pretty certain that I don't want to get married, as I subconsciously think that marriage leads to misery. However, because I'm human, I still want to date and be in love. But whenever I get into relationships, I find that I become very anxious and worried about whether I can trust the person. Instead of enjoying the beginning and feeling like I'm in love, I just feel more anxious. I think this anxiety comes from wanting to protect myself and avoid getting hurt for any reason. I'm not sure if I can truly open up and enjoy relationships without feeling constantly on edge and anxious.”
(제 질문은 관계에 관한 질문입니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바람을 피웠기 때문에 남자를 신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결혼은 불행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결혼하고 싶지 않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하지만 저는 인간이어서 여전히 데이트하고 사랑하고 싶어요. 하지만 연애를 할 때마다 그 사람을 믿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이 커지는 것을 느낍니다. 연애의 시작을 즐기고 사랑에 빠졌다는 기분이 들기보다는 불안감이 더 큽니다. 이런 불안은 어떤 이유에서든 상처받지 않고 스스로를 보호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 같아요. 제가 긴장하거나 불안해하지 않고 진정으로 마음을 열고 관계를 즐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옳고 그름이라고 하는 것은 나의 기준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태어났을 때부터 한 남자와 여러 여자가 결혼하는 일부다처제 사회에서 자랐다면 그 사람에게는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반대로 여성이 한 명이고 남편이 여럿인 사회에서 자랐다면 그 사람에게는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또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 자랐다면 그 사람에게는 여성이 남성에게 순종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또 남녀가 평등한 사회에서 태어나 자랐다면 그 사람에게는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한국말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미국에서 태어났다면 영어를 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우리들의 정신 작용은 마치 컴퓨터의 소프트웨어와 같아서 어떤 정보를 입력하느냐, 어떤 앱을 까느냐에 따라서 그 작용이 달라집니다.

질문자가 ‘나를 만나는 남자는 나만 만나야 한다.’하는 기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꾸 불안감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런데 ‘너는 나만 만나야 돼’ 하고 생각하거나 ‘다른 사람을 만나도 상관없어’하고 생각하는 것은 나의 생각이지, 상대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안 줍니다. ‘나만 만나야 돼’라는 기준을 가지고 있을 때 나만 만나면 다행인데,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면 내가 그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만나도 상관없어’ 이렇게 기준을 두면 그 사람이 나만 만나도 괜찮고, 다른 사람을 만나도 괜찮습니다. 그러니 ‘나만 만나야 돼’ 하는 내 기준에 맞게 상대를 가두어 놓을 것인지, 아니면 내 기준을 버릴 것인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어떤 것이 나를 더 자유롭게 하는지 살펴보고 선택하면 돼요.

상대를 내 기준에 맞추려면 많은 힘이 듭니다. 선택하는 것에도 힘이 들고, 그 기준에 가두어 놓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또한 상대가 내 기준에서 벗어나게 되면 굉장히 상처받게 됩니다. 상처받지 않으려면 내가 내 기준을 놓아버리면 됩니다. ‘상대가 어떻게 하든 그의 자유이다.’ 이렇게 받아들이는 겁니다. 그의 행동에 따라 나도 선택을 하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나는 아무런 애도 쓰지 않게 되고, 괴로울 일도 없습니다.

질문자가 어릴 때 엄마로부터 아빠가 부정한 행동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질문자에게는 어떤 트라우마가 자리를 잡게 된 겁니다. 그래서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붓다의 가르침은 내가 어떻게 정신적으로 자유로워지느냐에 대한 것이지,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버느냐, 지위가 높아지느냐, 이런 것을 논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어떤 마음 자세를 가질 때 괴로움 없이 살 수 있느냐를 논해야지 상대를 어떻게 하겠다고 논하는 것은 붓다의 가르침이 아닙니다.

나를 위해서 상대가 어떻게 해야 된다고 말한다면 그는 아직 자립을 하지 못한 사람입니다. 나는 주인이고, 나는 자유인이고, 나는 붓다이기 때문에 내가 남을 위해서 배려해야 합니다. ‘배려받고 싶다’ 하는 생각은 어린애 같은 생각입니다. 그것은 수행자의 길이 아닙니다.

첫째, 질문자에게는 어릴 때 어머니가 입은 피해를 듣고 형성된 피해의식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둘째, 질문자는 아직 자유인이 되지 못하고 어린애처럼 누군가로부터 보호받고 싶은 마음이 근저에 깔려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두려움이 생기는 것입니다.

상대가 나를 좋아할 때 나도 좋으면 같이 좋아하면 되고, 상대가 나를 좋아해도 내가 싫으면 싫다고 하면 되고, 상대가 나를 좋아하다가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건 그의 자유니까 ‘오케이’ 하면 됩니다. 왜 자유를 원하면서 자꾸 자신과 남을 속박하려고 합니까?”

“I think I learned something valuable today about my value system and the trauma. I've realized that it's important to remind myself that there's no right or wrong, but it's just my own expectations. I learned something very valuable.”
(오늘 제 가치 체계와 트라우마에 대해 귀중한 것을 배운 것 같아요. 옳고 그름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기대치일 뿐이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상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매우 귀중한 것을 배웠습니다.)

계속해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니 약속한 한 시간 반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Our next Live Dharma Talk with Ven Pomnyun Sunim will be held in two weeks.”
(법륜 스님과 함께하는 다음 강연이 2주 후에 열립니다.)

다음 시간을 기약하며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행복본부의 날

방송실을 나온 스님은 곧바로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행복운동특별본부 구성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행복본부의 날입니다. 오전 10시가 되자 전국에서 430여 명의 행복본부 구성원들이 정토사회문화회관 지하 대강당을 가득 메웠습니다.

먼저 참가자 소개 시간을 가졌습니다. 정토회 대표님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운영위원, 지회장, 모둠장, 모둠원들을 차례대로 소개했습니다.

해당 지회가 소개될 때마다 열렬한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오늘 만남을 위해 새벽 3시에 지역에서 출발한 지회도 있다고 합니다. 코로나 팬데믹 3년 동안 온라인 공간에서만 만났는데 오늘은 모두가 화면 밖으로 나와 서로의 얼굴을 마주했습니다.

지회별로 퍼포먼스를 준비해 와서 각 지회를 재미있게 소개했습니다. 대강당은 웃음소리와 박수 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열기를 이어서 대구·경북 지회에서 축하 공연을 했습니다. 행복본부는 행복학교 확산을 통한 국민 행복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데요. 전 세계에 행복을 팡팡 터뜨려보자는 의미를 담아 아주 재기 발랄한 댄스 공연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어서 경남 지회에서는 먼 훗날 세계 행복 시민대회 100회를 상상하며 전 세계 참가자들이 함께하는 모습을 축하 공연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아리랑’ 노래로 전 세계가 하나 되는 모습에 모두가 어깨를 들썩였습니다.


세계 각국의 의상은 모두 재활용품과 집안 곳곳의 생활용품을 이용하여 준비했다고 합니다. 행복학교가 널리 퍼져 전 세계 행복 시민들과 함께 축제하게 될 날을 기대하니 벌써 가슴이 설렜습니다.

이어서 스님과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전에 다섯 명이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사전 신청자들과의 대화가 끝난 후 즉석에서 현장 질문도 받았습니다.

그중 한 명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무장세력 간의 끔찍한 전쟁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그 사이에서 미국의 역할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지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이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얼마 전에 느닷없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무장세력의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국제정세가 정말 불안에 떨고 있고, 그에 따라서 한반도 평화는 최고조로 위협받고 있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하마스 무장세력의 무기에 북한산이라는 표기가 발견되었다는 뉴스도 나오고 하니까 이 전쟁을 보면서 북한은 어떤 계획을 하고 있을지 매우 무섭고 불안한 마음이 듭니다.

이스라엘과 동맹국인 미국은 너무 지나칠 정도로 이스라엘 편을 들어주고 있고, 이스라엘이 국가를 설립할 때도 팔레스타인 땅을 무단으로 점령하고 살아도 눈감아 주는 태도로 일관해 왔습니다. 이번 전쟁이 중동전쟁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은 있지만, 중동 국가들과 이스라엘 사이에는 언제나 긴장감이 팽배한 것 같습니다. 이 전쟁에서 미국이 중립적인 자세와 역할을 좀 했으면 좋겠는데요. 스님이 보시기에는 미국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무장세력 사이의 전쟁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나요?”

“질문하신 내용을 크게 나누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 그리고 한반도의 긴장 고조, 이렇게 세 개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겠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제가 볼 때 전선이 거의 교착상태에 빠졌다고 생각됩니다. 우리가 겪은 6.25 전쟁 때와 상황이 비슷합니다. 북쪽에서 밀고 내려왔다가, 남쪽에서 밀고 올라가고, 다시 중국군이 합류해서 북쪽에서 밀고 내려왔다가, 다시 남쪽에서 올라갈 때는 많이 못 올라가고 휴전선을 중심으로 교착상태에 빠졌는데, 그렇게 되기까지 전쟁 발발 후 일 년이 안 걸렸습니다. 그런데 휴전 협정을 맺는 데까지는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어요. 확 밀고 올라가고, 확 밀고 내려올 때는 사람이 많이 죽지 않고 건물도 별로 파괴되지 않아요. 그러나 전선이 교착상태에 빠져서 밀고 당기고 할 때는 엄청난 건물의 파괴와 인명 살상이 일어납니다. 6.25 전쟁 때도 미군이 폭격을 많이 했기 때문에 북한은 지금 가자 지구처럼 건물 대부분이 파괴되었습니다. 또 전선을 밀고 당기고 하면서 인명 살상이 많이 발생했어요.

지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도 거의 전선이 교착화되었는데, 여기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쪽으로 밀고 들어가는 데도 엄청난 힘이 있어야 하고, 우크라이나와 나토가 러시아 쪽으로 밀고 들어가는 데도 엄청난 힘이 있어야 합니다. 보통 성을 공격해서 함락시키려면 군사력이 3배 정도 되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양쪽에 배치된 군사력이 그만큼 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국제사회에서는 체면이라는 게 있어서 여기서 러시아가 물러나면 러시아의 체면이 깎이고, 여기서 나토가 물러나게 되면 나토의 체면이 깎이기 때문에, 지금은 교착상태에 빠졌다고 볼 수 있어요.

우크라이나에서는 영토를 잃었다는 명분 때문에 휴전 얘기를 꺼내지 못하고, 나토 역시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잃었는데 휴전하라고 말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러시아도 자신들이 먼저 휴전하자고 하면 상대가 자신들을 약하게 볼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은 어느 쪽도 휴전하자고 말을 못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전쟁을 계속하면 서로의 내부를 계속 폭격하게 되는 엄청난 소모전을 하게 됩니다. 이른 시일 내에 부족한 탄약을 보충할 만한 국가가 러시아 쪽은 북한밖에 없고, 나토 쪽은 남한밖에 없어요. 남한과 북한은 늘 전시 상태이기 때문에 그만한 탄약을 비축해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에 남한과 북한의 폭탄이 사용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지금껏 남의 나라를 침략한 적이 거의 없었던 우리 역사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도덕적으로 보면 굉장히 좋지 않은 상황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정도 선에서 휴전이 이루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휴전이란 것도 서로 지쳐야 가능합니다. 그래서 2~3년이 지나야 휴전할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지금 미국에서는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에 들어가는 전비 때문에 공화당에서는 예산 집행을 반대하고 있고, 유럽에서도 슬로바키아와 헝가리 등 나토의 정책에 반대하는 나라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소모전이 조금 더 진행되어야 휴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참으로 가슴 아픈 일입니다.

과거에 어떠했는지는 논하지 말고 현재의 피해를 막기 위해 일단 전쟁을 멈춘 후 나머지는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양쪽 다 체면과 명분에 묶여서 더 많은 인명 살상과 물자 소모와 파괴를 한 후에나 휴전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전쟁이 남한에게는 무기 수출과 관련하여 경제적으로 유리한 면이 있고, 북한에게는 안보적인 면에서 유리한 면이 있는 거예요. 예전에 6·25 전쟁이 일본에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주었듯이 남한은 군수산업의 호황을 누리는 특수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사실은 도덕적인 측면에서 자랑스럽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경제만 생각하는 사람들은 K-방산이라고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문제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원래 재래식 무기 생산을 공화국별 분산 체제로 하고 있다가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면서 방산 산업이 제대로 자리를 못 잡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북한의 노동력이 러시아에 제공되거나, 러시아의 충분한 물자가 북한에 제공되면, 북한에서 군수품이 조립되어 러시아에 보내지는 이런 군수산업 위탁생산 체계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무기를 가공해서 제공하게 되고, 여기서 버는 이익은 옷을 가공해서 버는 이익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수익률이 높습니다. 그런 면에서 북한은 오히려 숨통이 트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대가로 북한에서 아직 극복하지 못하는 군수 첨단 기술을 러시아에 요구할 가능성이 높고, 이런 기술이 제공된다면 북한의 대량 살상 무기가 고도화되어 위험이 점점 높아질 것입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남한과 북한 간의 대결 구도는 북한의 그런 활동을 더 강화할 뿐 완화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그런 핵전략에 대해서 우리의 방어 전략을 점점 더 고도화시키는 것은 국방의 관점에서는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북한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막는 방법은 되지 못합니다. 오히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를 더욱 확산시키게 해주는 방식입니다. 북한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막으려면 남북 간의 대화나 북미 간의 대화, 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빨리 끝나서 러시아와 북한 간의 군사협력 필요성이 없게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쪽으로 가기보다는 압도적 무력만이 평화를 가져온다는 관점에서 국방정책이 이뤄지고 있는 겁니다.

상대의 적개심을 완화시키는 것이 최고의 안보입니다

우리는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에서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비해서 백배 더 압도적인 무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하마스의 기습공격에 구멍이 뚫리지 않았습니까? 이런 모습을 보면 압도적 무력이 평화를 가져오는 게 아닙니다. 상대의 적개심을 완화시키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안보이며 전쟁을 막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것처럼 한국의 안보 정책도 북한의 적개심을 부추기기보다는 북한의 적개심을 완화시키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합니다.

북한도 어떤 한계점에 이르게 되면 기습공격을 통해서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할 겁니다. 하마스의 행동을 보면서 북한의 어떤 전략이 우리에게 어떤 위험을 불러올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럴 때 무력으로 이를 막는 방법도 필요하겠지만, 그러나 우리가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서 보았듯이 그것은 평화를 지키는 완전한 방법은 되지 못합니다. 피해를 줄이려면 북한과의 대화가 무엇보다 가장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을 보면서 우리에게도 실질적인 전쟁의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많은 국민이 자각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선제공격해서 민간인을 학살하고 납치한 것은 어떤 이유로든 비난받고 비판받아야 할 일이지 그것을 옹호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고 그것에 대한 복수를 합리화해서도 안 됩니다. 지금까지 죄 없는 어린아이들이 약 3,800명 이상 죽었다고 해요. 가자 지구에 초토화된 건물 사진을 보셨듯이 이런 대량 살상을 저지른 이스라엘의 행동을 옹호할 수 있는 것은 유엔(UN) 헌장과 국제협약 어디에도 없습니다. 3,800년 전에 고대 바빌로니아 왕국의 왕인 함무라비가 법전을 만들었는데 그 법전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조항이 있습니다. 이 문구를 대부분 사람들이 눈을 빼면 반드시 눈을 빼야 한다는 복수로 해석하는데, 실제로는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그 당시에는 상대가 내 눈을 빼면 내가 그 사람을 죽이는 것뿐만 아니라 상대의 가족도 다 죽여버리는 복수의 과잉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문구는 ‘상대가 내 눈을 뺐으면 상대의 눈만 빼라’, ‘상대가 내 이를 뺐으면 상대의 이만 빼라’ 이런 의미입니다. 복수의 과잉을 막는 것이 이 법의 정신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3,800년 전에 만들어진 법의 정신에도 전혀 맞지 않게 지금 이스라엘은 복수의 과잉을 합리화하고 있습니다.

이를 옹호하는 미국이 인도주의와 인권, 민주주의 가치를 얘기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미국이 실제로는 국가이익만 중요하게 생각하지,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이번에 적나라하게 보여줬습니다. 한국 정부도 가치 외교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지금 어떤 외교를 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사람의 어떤 행위가 앞뒤가 좀 맞아야 하잖아요.

심리적으로 분석해 보면, 피해자가 본인이 피해를 보았다는 사실로 인해 어떤 가해를 해도 된다는 가해 정당화 현상이 있습니다. 내가 피해를 봤다는 이유로 상대를 죽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사형제도를 찬성하는 이유가 다 그런 거죠. 피해자의 이름으로 ‘저 사람은 죽여야 해!’하고 주장하는 것은 죄형 법정주의 정신에 어긋납니다. 법이 잘못되었으면 법을 고쳐야죠. 법을 초과해서 처벌하겠다는 것은 법치주의에 맞지 않는 복수라고 하는 감정적 행동입니다.

유엔(UN) 총회에서 가입국의 3분의 2인 120개국이 이스라엘의 비인도적인 폭격에 대해서 당장 중단하라고 결의했는데,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습니까? 북한의 어떤 행동에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할 때는 엄청나게 비난하면서 미국이 비인도적인 사태에 대해서 거부권을 행사했을 때는 아무도 말을 안 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우리가 진정한 민주주의 정신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 어느 한쪽에 편중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인권을 외치는 사람들은 지금 팔레스타인의 인권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잖아요. 이런 게 바로 모순입니다. 북한 인권이 열악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북한 인권에 대해 입에 거품을 물고 얘기할 정도였다면 지금 팔레스타인의 인권도 얘기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

그런 측면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은 미국의 양면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하나의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미국의 도덕적 권위가 추락하는 이런 현상은 미국 일극 체제에서 다극 체제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미국이 모든 면에서 민주적이고 인도주의적이고 인권적이라는 이런 환상은 버려야 합니다. 특히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지난 수십 년간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의 부당한 행위에 대해서 결의를 했는데도 미국이 계속 거부권을 행사해서 유엔 결의가 하나도 집행된 게 없거든요. 이제 우리는 세계를 보는 균형 잡힌 눈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이스라엘 국민들도 지금의 강경정책을 모두 지지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스라엘 안에도 ‘팔레스타인과 공존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는 팔레스타인과 평화협정을 맺고 지금까지 잘 공존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팔레스타인을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 하는 극우적인 정권이 집권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네타냐후 정권입니다.

결국 이스라엘도 팔레스타인을 부정하지 않고, 팔레스타인도 이스라엘을 부정하지 않고, 두 국가를 서로 인정하고 가는 게 해결책입니다. 물론 서로 다 억울한 게 있겠죠. 그러나 두 국가가 공존하길 바라는 것이 전 세계 다수의 의견입니다. 사실 미국도 그걸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네타냐후 정부는 팔레스타인 서안 지역에 60만 명의 이스라엘 사람들의 거주 지역을 마련해서 점점 점령해 갔고, 수도를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겼습니다. 원래 무슬림의 교리에서는 무슬림 신도가 아닌 사람은 무슬림 사원에 못 들어오게 하는 게 그들의 율법이에요. 그런데 무슬림 사원에 이스라엘 군인들이 들어갔고, 이런 행동들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엄청난 분노를 일으켰습니다. 특히 가자 지역은 장벽을 쌓아서 영화에서나 보는 것처럼 수용소와 같은 형태로 사람들을 억압했기 때문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분노와 고통이 극에 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안에서도 이스라엘과 공존하는 길을 찾는 집단이 있고, 이스라엘을 절대로 인정하지 못하고 끝까지 싸워야 하는 집단이 있습니다. 후자가 하마스 무장세력입니다. 하마스도 강경 세력이고, 네타냐후도 강경 세력이에요. 양쪽 진영의 강경 세력이 지금 전투를 하게 된 겁니다. 그 피해는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고스란히 입고 있는 거예요. 이스라엘의 논리는 하마스라는 강경 세력을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거부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너희들이 그 속에 섞여 있으니까 우리는 공격할 수밖에 없다!’ 이런 입장인 거죠.

마찬가지로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도 인도주의 원칙에 어긋납니다. 북한 노동자가 해외에 나가서 노동하는 것을 못 하게 하잖아요. 북한에서 생산한 물고기도 해외에 못 팔게 하잖아요. 이것은 인도주의 원칙에 맞지 않습니다. 경제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사람들은 그런 돈이 다 군자금으로 쓰인다는 논리를 갖고 있습니다. 북한에는 국민이란 없고 다 북한 정부의 말만 듣는 사람들만 산다고 폄하해 버리는 거죠. 이스라엘도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에 대해 '하마스와 같은 편이 아니거든 너희 집을 떠나서 저 남쪽으로 가라 ‘ 이런 입장인 겁니다. ‘피난을 가지 않는 것은 너희가 같은 편이라는 증거이다’ 이런 논리로 폭격을 하는 거예요. 이런 것은 인도주의 원칙에 맞지 않습니다.

지금 인도주의 원칙은 전쟁하더라도 전쟁과 관계없는 민간인은 폭격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적군이라도 상처를 입었을 때는 치료를 해야 하고, 포로가 됐을 때 죽이지 말고 보호했다가 전쟁이 끝나면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 인도주의 원칙입니다. 전 세계가 인도주의에 대해 합의를 하는 이런 시대에 무차별적으로 병원과 학교를 폭격하고, 전기를 다 끊어버리는 행위는 대량 학살 범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기를 끊어버리면 병원에 있는 환자가 어떻게 되겠으며, 환자들이 착용한 산소호흡기가 어떻게 되겠으며, 백신 같은 걸 어떻게 보관하겠어요?

즉각 휴전하고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 대통령이 가서 얘기해도 말을 안 듣고, 미국 국무부 장관이 가서 얘기해도 말을 안 듣고, 그냥 무차별적 폭격을 하는 이런 상황입니다.

이렇게 되면 하마스의 나쁜 행위는 뒤로 묻히고 이스라엘의 나쁜 면만 점점 부각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하마스의 행위는 이미 지나갔고, 이스라엘의 행위는 지금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상황이 매우 안타깝지만, 아무리 인도적 지원을 하려고 해도 지금으로서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곳에 누구도 접근할 수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을 우리가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스라엘이 강경하게 하니까 팔레스타인 안에서도 강경 세력이 득세하게 된 거예요. 그 결과 이런 끔찍한 충돌이 일어난 것이고요. 우크라이나도 극우적인 세력이 등장함으로써 러시아와 충돌을 하게 된 겁니다. 그것처럼 남한과 북한도 양쪽이 다 강경 세력이 집권하여 부딪치고 있어서 전쟁의 위험이 나날이 높아져 가고 있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현재 상황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친 후 스님이 특별 손님을 한 분 소개했습니다.

“여러분 에나벨 박 아시죠? 미국에서 커피 파티 운동을 전개해서 시민운동을 활성화시킨 분입니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했는데 특별히 이 자리에 함께해 주셨습니다.”

에나벨 박은 2016년에 스님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에 행복본부 멤버들에게 풀뿌리 시민운동에 대해 많은 아이디어와 방향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모두가 큰 박수로 에나벨 박을 환영했습니다. 스님은 에나벨 박에게 소감 한마디를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만나서 너무 반갑습니다. 저도 여러분에게 행복해지는 방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이 만든 단체가 이렇게 커져 있는 줄은 저도 여태껏 몰랐습니다. 저는 요즘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서, 특히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서 용기를 많이 잃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여러분들의 활기찬 모습을 보고 다시 희망을 얻었습니다. 지금 여러분들이 확산시키고 있는 행복학교를 저도 미국에서 확산시켜 나가보고 싶습니다. 저도 여러분들이 하는 마음공부를 같이 해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나벨 박의 소감을 듣고 스님도 웃으며 한마디를 덧붙였습니다.

“드디어 우리가 서양의 것을 따라 배우기만 하다가 이제 수출하게 되었네요. (웃음) 우리는 지난 100년 동안 무엇이든지 서양에서 배우기만 했는데, 지금은 우리가 하나하나 창조하는 것이 오히려 서양으로 수출이 되어서 인류의 행복을 선도하는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 나가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 여러분 모두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최근에는 미국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서 일어나는 참혹한 학살을 방관하는 모습을 보고 미국 안에서도 진보적인 사람들의 실망이 아주 큽니다. 상황이 어려워도 명분이 있어야 보람이 있는데, 미국의 바이든 정부가 대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에나벨 박도 실망감이 아주 크다고 해요. 그래서 여러분들이 하고 있는 행복학교가 어쩌면 미국 사회 안에서도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큰 박수를 받으며 에나벨 박과 스님 모두 무대에서 내려왔습니다.

행복운동특별본부 구성원들은 무대에서 내려온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케이크를 선물하고 스승의 은혜 노래를 함께 불렀습니다.


마지막으로 행복 운동 특별본부 모두가 한자리에 모인 것을 기념하여 사진을 찍은 후 점심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은 에나벨 박과 점심 식사를 함께하며 대화를 이어나갔습니다. 행복본부 구성원들도 정토사회문화회관 곳곳에 자리를 잡고 각자 집에서 싸 온 도시락을 펼쳐 식사했습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스님은 평화재단으로 이동하여 에나벨 박과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전쟁이 날까 봐 너무 무섭습니다. 생각을 떠올리지 않기가 어려워요. 스님은 행복하세요.”

“저는 괴롭지는 않아요. 한국에 오니까 어때요?”

“집에 온 것같이 좋아요. 9살 때 미국에 갔는데 한국에서 계속 자랐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한국에서 자랐으면 덜 외로웠을 것 같아요.”


대화를 마치고 스님은 1층까지 배웅을 했습니다.

“한국에 오면 언제든지 연락하세요. 다음에는 농사짓는 시골에 가봐요.”

“네, 고맙습니다. 스님.”

한편 행복본부 구성원들은 오후 내내 앞으로의 미래 방향에 대해 함께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은 에나벨 박과 미팅을 마치고 다시 지하 대강당으로 이동하여 행복본부의 날 행사를 마칠 무렵 무대에 올라가서 마무리 인사를 했습니다.

오후 5시에는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과 미팅했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에는 실내에서 업무를 본 후 일과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부탄 왕실의 부비서실장과 부탄 지속가능한 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온라인으로 회의를 하고, 오후에는 공동체지부 공청회에 참석하고, 저녁에는 방송문화예술인들의 모임인 길벗이 주관하는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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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푼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뭉클합니다.

2023-11-14 11:08:43

봄봄

스님의 가르침에 정말정말 감탄합니다
스님의 혜안에 머리숙여 존경합니다

2023-11-10 06:59:41

자재왕

나는 주인이고, 자유인이고, 붓다이기 때문에 남을 배려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새겨봅니다. 감사드립니다.

2023-11-10 01: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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