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11.4 영어 정토불교대학(Ⅱ) 즉문즉설, 경전대학 즉문즉설
“화가 난 감정을 어떻게 조절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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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서울에서 두 번의 온라인 강연이 있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아침 8시에 영어 정토불교대학 코스Ⅱ 과정에 입학한 학생들과 생방송으로 즉문즉설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북미 동부와 서부, 캐나다, 이탈리아, 홍콩, 한국 등 세계 각국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이 화상회의 방에 입장했습니다.

영어 정토불교대학(Ⅱ) 즉문즉설

지난 9월에 영어 정토불교대학 코스Ⅰ 과정이 끝나고 코스Ⅱ 과정을 새로 시작했습니다. 코스Ⅱ 과정에서는 부처님의 일생에 대해 배우고 있습니다. 스님은 어떤 관점을 갖고 부처님의 일생을 공부해야 하는지 자세하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이어서 학생들이 수업 중 궁금한 점에 대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여러 가지 질문들이 많이 나왔는데요. 그중에서 한 가지 질문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화가 난 감정을 어떻게 조절할 수 있나요?

“I have a question regarding anger. This weekend I had an argument with my dad over some matters, and I got angry at him. I realized afterwards that I acted in an unwholesome manner and that I was unable to control my emotions. I am aware that this is a hindrance and I need to overcome it. The daily morning meditation practice for the past two weeks has been very helpful to calm the mind and establish mindfulness, but when an uncomfortable situation arises in the family it becomes very hard to establish mindfulness. I wanted to ask what are some practical ways to reduce anger, though per suttas anger is only completely cut off at the third stage of awakening "Anagami". As a lay practitioner how can I not lose mindfulness especially in difficult situations, and control the angry emotions?”
(분노에 관한 질문이 있습니다. 이번 주말에 아버지와 몇 가지 문제로 말다툼을 하다가 화를 냈습니다. 나중에 제가 건전하지 않은 방식으로 행동했고, 감정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이것이 장애물이며 극복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지난 2주 동안 매일 아침 명상을 한 것이 마음을 진정시키고 마음챙김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지만, 가족에게 불편한 상황이 발생하면 마음챙김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경전에 따르면 분노는 '아나가미'를 깨우는 세 번째 단계에서만 완전히 끊어진다고 하는데, 분노를 줄일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재가수행자로서 특히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마음챙김을 잃지 않고 화난 감정을 조절할 수 있을까요?)

“육체의 병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몸에 병이 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적절한 예방 조치를 하는 것입니다. 평소 음식을 적절히 섭취해야 하고, 운동도 적절히 해야 합니다. 그리고 과로하지 않아야 하고, 몸이 지나치게 피곤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위험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이렇게 병이 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런데 살다 보면 이런 예방 조치가 미흡할 때가 있습니다. 때로는 예방 조치만으로 막을 수 없는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아무리 조심하려고 해도 병이 나버리게 됩니다. 일단 병이 났다면 치료를 해야 합니다. 치료할 때는 가장 먼저 어떤 병이 생겼는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병이 진단되면 그에 맞게 치료를 해야 합니다.

정신적인 병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화가 난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병에 속하는 증상입니다. 그래서 화가 나는 것에 대해서도 우선 화가 나지 않도록 예방 조치가 필요합니다. 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감정 조절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믿음, 가치관, 관점이 서로 다릅니다. 나와 아버지 사이라도 믿음, 가치관, 관점이 다릅니다. 그런데 우리는 사람들이 나와 다른 관점을 가졌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합니다. 상대방의 관점이 틀렸다고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나는 옳고 상대방이 틀렸다고 생각할 때 화가 일어납니다. 상대는 나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바로 ‘타인에 대한 존중’입니다.

그것처럼 질문자도 아버지를 존중해야 합니다. 아내를 존중해야 하고, 아이들도 존중해야 합니다. 존중한다는 것은 곧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상대의 관점을 인정하면 화가 일어날 일이 없습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는 길은 ‘아버지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고 아버지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아이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하고 이해하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는 다 자기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내 관점에서는 그게 이해가 잘 안 되죠. 왜냐하면 내 관점은 옳고 상대의 관점은 틀렸다고 하는 관점에 서있기 때문입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나아가 ‘그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고 이해하면 화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러한 마음 상태를 가리켜 ‘평정심을 유지한다’라고 말합니다.

붓다는 어떻게 했을까요? 어떤 사람이 붓다를 향해 욕을 했을 때 붓다는 빙긋이 웃었습니다. 붓다가 웃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비난하는 이유를 잘 알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를 이해하면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상대방과의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평정심을 유지하고 나면,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과제가 남게 됩니다. 그것은 상대방과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화가 난 상태로 대화를 하려고 하면, 화를 참으면서 대화를 하게 되기 때문에 대화가 잘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은 대화로 문제를 푸는 데에 기본 조건이 됩니다.

평정심을 유지하는 상태에서는 상대방과의 의논을 통해서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가 있습니다. 첫째, 내 의견을 충분히 설명해 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내 의견에 동의한다면 내 의견으로 통합하면 됩니다. 둘째, 두 사람의 입장을 반반씩 섞어서 결정할 수 있습니다. 셋째, 내가 내 의견을 내려놓고 상대방 의견에 동의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넷째, 각자의 길을 따로 가는 것으로 결정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중 어떤 게 좋다고 미리 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상대방과 대화를 통해서 하나를 선택하면 됩니다.

실제로 막상 상황에 부딪히면 평정심을 놓치고 화가 나버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이미 병이 발생한 상황이 되는 겁니다. 그때는 어떻게 치료할 것인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화가 났을 때는 일단 ‘내가 화가 났구나’ 하고 알아차려야 합니다. 화를 내는 것도 아니고, 화를 참는 것도 아니고, ‘화가 났구나’ 하고 다만 알아차릴 뿐입니다. 호흡을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이렇게 하면서 템포를 늦추는 것입니다. ‘내가 지금 화가 났구나’ 하고 알아차림을 지속합니다. 그러면 화가 올라오다가 가라앉게 됩니다.

화를 참는 것과 알아차리는 것은 다릅니다. 바깥으로 화를 내지 않는다는 측면에서는 같아 보이지만, 화를 참는 것은 스트레스를 받는 반면 알아차림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습니다. 참고 억누르게 되면 압력이 커지면서 결국은 아주 강하게 폭발합니다. 즉, 분노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화가 날 때는 참지 말고 알아차려야 합니다.

살다 보면 알아차리기도 전에 화가 순식간에 나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는 ‘내가 화를 냈구나’ 하고 화가 나버린 것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그리고 화를 이미 냈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사과를 해야 합니다. 나의 잘못을 참회하라는 게 아니라 내가 알아차림을 놓쳤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화를 내서 죄송합니다’ 하고 사과를 한 후 다시 대화를 해야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화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걸 놓쳐버리면 화가 일어나게 됩니다. 그럴 때는 화가 일어남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숨을 고르면서 템포를 늦춰야 합니다. 그것도 놓치고 순간적으로 화를 내버렸다면 곧바로 화를 낸 것에 대해 참회를 해야 합니다. 설령 화를 내더라도 ‘제가 성질이 급해서 그랬네요, 죄송합니다’ 하고 참회할 수만 있다면 살아가는 데에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Yes. I think it's a bit difficult to practice because I was aware that having anger is a problem, and I very often contemplate that I shouldn't get angry. Since then I've been constantly on guard, I need to be mindful in every instance when somebody talks to me I shouldn't react uncomfortably, but I think it's very hard to keep and maintain that mindfulness throughout the 24 hours.”
(네. 화를 내는 것이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고, 화를 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그래서 실천하기가 조금 어렵습니다. 누군가 저에게 불편한 말을 할 때마다 불편한 방식으로 반응하면 안 된다는 마음가짐을 계속 가져야 하는데, 24시간 내내 그 마음가짐을 유지하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조금 전에 설명을 다 했는데 아직도 질문자가 관점을 잘못 잡고 있어요. ‘화를 내면 안 된다’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됩니다. 그것은 수행적 관점이 아닙니다. 사람은 화를 낼 수도 있습니다. 살다 보면 화가 날 수도 있어요. 화가 나는 것에 대해 ‘좋다’, ‘나쁘다’ 이렇게 바라보지 말고, 화가 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열어놓고 살아야 합니다. 첫 번째로 좋은 것은 아예 화가 나지 않는 거겠죠. 두 번째로 좋은 것은 화가 나지만 바깥으로 표출하지 않는 것입니다. 세 번째로 좋은 것은 화를 내고 난 후 참회를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일어나는 대로 대응을 하면 됩니다.

우선 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을 해보고, 만약 화가 일어나면 화가 일어나는 줄 알아차리고, 이미 화를 내버렸으면 사과를 하고 참회를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마음속에 찜찜함이 남지 않습니다. 질문자는 화를 내고 나서 그 자리에서 바로 사과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마음속에 찜찜함이 계속 남아 있는 거예요. 또는 화가 날 때 참았기 때문에 마음속이 계속 찜찜한 거예요. 그러니 ‘화가 나면 안 된다’ 이렇게 미리 정하면 안 됩니다. 화가 나지 않을 수도 있고, 화가 날 수도 있어요. 화가 나지만 겉으로 화를 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삶 속에서는 이중 여러 가지가 일어나는데, 각각의 상황에 따라 대응을 하면 됩니다.

이렇게 상황에 따라 대응을 하면 되는데, 지금 질문자는 ‘뭐는 하면 되고, 뭐는 하면 안 된다’ 이렇게 정하고 있기 때문에 막상 그 일이 일어나면 실패한 게 되어서 자꾸 마음에 찌꺼기가 남는 거예요. 수행자는 ‘된다’, ‘안 된다’ 이렇게 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Yes. I'll try to keep your words in mind and remember your words. I think that it's part of the practice. I appreciate it. Thank you so much.”
(네, 이해했습니다. 말씀 잘 새기고, 기억하도록 노력하고, 수행의 일부라고 생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지금 질문자가 너무 빨리 훌륭한 성인이 되려고 해서 생긴 고민이에요. 질문자는 그냥 평범한 사람입니다. 화를 낼 수도 있는 사람이에요. 다만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화를 냈을 때 즉시 사과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화가 일어나면 참는 것이 아니라 알아차림을 할 수 있는 수행자가 되어야 합니다. 한 발 더 나아가서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방을 이해함으로 해서 화가 나지 않는 사람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아직은 부처님처럼 모든 경우에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지, 우리도 어떤 경우에는 다른 사람들이 막 화를 내는데도 화가 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니 그럴 수 있는 확률을 조금씩 높여간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수행자는 후회가 없어야 해요. 지난번에 못 했으면 이번에 다시 하면 되고, 이번에 못했으면 다음번에 다시 하면 됩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질문에 대해 답변을 다 하고 나니 약속한 두 시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다음 달에도 궁금한 점에 대해 또 대화를 나누기로 하고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정토경전대학 즉문즉설

오전 10시부터는 정토경전대학 학생들과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난 9월에 입학한 경전대학 학생들은 지금 금강경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오늘은 금강경 수업을 들으면서 궁금한 점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지난주에 경전대학 학생들 모두가 첫 실천활동으로 으뜸절에서 울력을 하며 일과 수행의 통일을 경험하였고, 여러 봉사자들도 만났습니다. 그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영상이 끝나고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스님은 경전 공부를 할 때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 설명해 주었습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여섯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화와 짜증이 폭발했을 때 어떻게 감정을 다스려야 하는지 스님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화와 짜증이 폭발할 때 어떻게 감정을 다스리죠?

“금강경 4강을 배우고 나서 기대하는 마음 없이 주어진 일을 가볍게 하는 것을 수행 과제로 받아 연습을 해보았습니다. 어느 날 감기 기운이 있는 아이를 돌보느라 3시간 정도 잤습니다. 감기 기운과 새벽 정진으로 매우 피곤했습니다. 멍한 상태에서 매일 하던 일들을 하는데 모든 것에 화와 짜증이 났습니다. 사람들에게 바라는 마음과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 겹치면서 ‘왜 사서 걱정하고 잠을 못 자는가?’ 하며 자책을 하기도 하고, 혼자 불평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겉으로는 아닌 척하며 억누르던 마음이 폭발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숨어있는 감정들을 알아차리는 방법이 있을까요?”

“그렇게 감정이 폭발함으로 인해 나 자신에 대해 알아차릴 수가 있는 겁니다. 평소에 얌전하거나 착한 척하면서 덮어두었을 때는 자신에 대해 몰랐을 겁니다. 그러나 그렇게 폭발을 한 번 하면 ‘내 마음속에 이런 분노와 스트레스가 쌓여 있었구나!’ 하고 알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감정이 폭발하는 것을 꼭 나쁘게 볼 필요는 없어요. 일부러 화를 낼 필요는 없지만 나도 모르게 폭발했다고 해서 그것을 잘못되었다고 볼 필요는 없습니다. ‘왜 못 참았지?’ 하며 후회하는 게 아니라 ‘아! 내 속에 이런 게 들어 있었구나!’ 하며 알아차리면 됩니다.

불국사에 가면 석가탑이 있습니다. 석가탑을 수리하다가 실수로 얹힌 돌을 떨어뜨려서 돌이 깨졌어요. 문화재를 깨뜨렸으니 큰일이죠. 그런데 석가탑이 깨지면서 그 안에서 ‘무구정광대다라니’라고 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이 나왔어요. 깨지지 않았더라면 그 속에 뭐가 들었는지 몰랐을 텐데 그런 실수를 통해 알게 된 거죠. 석가탑이 깨진 것은 손실이지만 그 일로 다른 좋은 일이 생긴 거예요. 그것처럼 감정이 폭발한 건 잘못이지만, 그것을 계기로 ‘내 마음에 이런 게 있었구나!’ 하고 알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후회할 필요가 없어요. 모르던 것을 새로 발견하게 된 것이니까요.

예를 들어,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암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암이라는 것은 나쁜 소식이지만 그것을 발견했다는 것은 좋은 일이에요. 원래 있던 것을 찾아냈으니 최소한 오늘은 나쁠 게 하나도 없어요. 그래서 결코 슬픈 날이 아닙니다. 오늘은 암을 발견한 기쁜 날이에요.

그것처럼 질문자도 그 일을 계기로 ‘내가 감정을 많이 억누르며 살았구나!’ 하고 새로 발견하게 된 겁니다. 질문자는 후회를 했다고 하는데, 후회하는 것은 수행이 아닙니다. 수행이란 화가 나면 화가 났음을 알아차리고, 화를 냈다면 사과하는 것입니다. 다시 폭발한다면 ‘아! 스트레스가 있었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것이 수행입니다. 이렇게 수행을 하면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이 다 좋은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수행은 ‘어떻게 해야 한다’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일어난 일을 유용하게 사용하는 것이 수행입니다.

홍수가 일어나지 않으면 좋지만, 홍수가 일어나더라도 좋은 면이 있습니다. 쓰레기가 쓸려간다거나, 강둑의 약한 부위를 미리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사건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것을 발견해 나갈 수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져서 우리는 많은 불편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 덕분에 현대 문명의 취약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실수를 통해서 우리는 현재를 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해 나갈 수 있습니다. 누군가 독버섯을 먹고 죽을 고비를 넘겼다면, 우리는 어느 것이 독버섯인지 알게 됩니다.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독버섯을 알려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독버섯으로 내 몸이 좀 아팠지만, 그것은 많은 사람을 도와주는 기회가 되는 거죠. 이렇게 우리는 언제나 이미 일어난 일을 좋은 쪽으로 전환해 나갈 수 있습니다. 오물을 거름으로 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이어서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 상을 짓지 않는다는 것이 내 생각을 고집하지 않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는지요?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도 상인데, 그 상으로 인해 괴로움이 오지 않는다면 괜찮은 건가요?
  • 무주상보시에 대한 강의를 들었습니다. 나는 바라는 것 없이 행하는 것 같은데, 상대방은 더 많은 것을 바라는 모습을 볼 때 혼란이 생깁니다.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나요?
  • 경전을 공부하며 보살의 마음을 내고 싶은데 보시와 봉사의 마음이 흔쾌히 내어지지 않습니다. 저의 어리석은 마음에 일침을 가해 주세요.
  • 명상을 하면서 ‘생각을 멈춰라’ 하는 가르침을 받고 나니 그 끝에 ‘그럼 뭐 하지?’ 하는 의문이 들면서 길을 잃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불교대학을 마치고 정토회 회원이 되어 처음으로 법회에 참석했는데, 노래 같은 예불 의식이 종교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저는 무신론자인데 정토회 회원으로 활동할 수 있나요?

대화를 마치고 나니 약속한 두 시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다음 달에도 궁금한 점에 대해 또 대화를 나누기로 하고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에는 서원행자 수계식이 계획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취소가 되어 그동안 밀린 업무들을 다 처리한 후 하루 일과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외국인을 위한 영어 즉문즉설을 생방송한 후 행복운동특별본부 구성원이 모두 정토사회문화회관에 모인 가운데 행복본부의 날 행사에 참가하여 즉문즉설 강연을 하고, 점심에는 미국 시민운동가 에나벨 박과 미팅을 하고, 오후에는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과 미팅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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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각

감사합니다 일어난 일읔 다 좋은 일이다 라는 말씀이 떠오르네요

2023-11-11 10:24:22

드림하이

평정심을 유지하는 상태에서는 상대방과의 의논을 통해서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가 있습니다. 첫째, 내 의견을 충분히 설명해 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내 의견에 동의한다면 내 의견으로 통합하면 됩니다. 둘째, 두 사람의 입장을 반반씩 섞어서 결정할 수 있습니다. 셋째, 내가 내 의견을 내려놓고 상대방 의견에 동의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

2023-11-09 13:29:20

이윤주

이미 일어난 일을 유용하게 사용하는 것이 수행이란 말씀 새깁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입니다.

2023-11-09 13: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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