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5.6.30. INEB 5일째, 두북 수련원, 천룡사, 사회실천 토론
“어떤 교육을 제공해야 사람들이 가난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될까요?”

안녕하세요. INEB(참여불교국제연대) 스터디 투어 5일째 날입니다. 오늘은 두북 수련원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날입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선유동 정토연수원 대강당에서 다 함께 새벽 예불을 하며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예불을 마치고 5시 20분에 문경을 출발하여 두북 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차로 2시간을 달려 아침 7시 20분에 두북 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이 정성껏 아침 식사를 준비해 주었습니다. 식사를 하기 전에 스님이 두북 수련원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이곳은 제가 어릴 때 다녔던 초등학교입니다. 폐교가 되어 오랫동안 비어있던 학교 건물을 빌려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왜 폐교가 되었나요?”

“이제 어린이들이 없으니까요. 예전에는 이 면에 학교가 다섯 개 있었습니다. 그때는 학생 수가 모두 2천여 명이 되었는데, 현재는 네 개의 학교가 문을 닫고 한 개만 남았어요. 그마저도 학생이 열다섯 명 정도뿐이라 곧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래도 면 소재지에는 경찰이나 보건소, 면사무소에 근무하는 공무원 등 젊은 사람들의 아이들이 조금 있습니다. 한국은 요즘 시골에 아이들이 거의 없습니다.”

설명을 마치고 테라바다 식으로 감사 기도를 한 후 아침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자마자 다시 차를 타고 경주 남산에 위치한 천룡사로 이동했습니다. 백운암까지는 차로 올라가고, 그 뒤 산길을 따라 천룡사로 내려갔습니다.

걷는 동안 스님이 남산에 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원래는 산길을 걸어서 올라오려고 했는데, 날이 너무 더워서 백운암까지 차로 모시고 왔습니다. 내려갈 때는 걸어서 내려가겠습니다. 이곳은 경주 남산입니다. 말 그대로 경주 남쪽에 있는 산이라는 뜻이에요. 남산은 자연 박물관이자 문화유산의 보고입니다. 수십 개의 골짜기가 있고 골짜기마다 신라 시대 불교 유적인 돌부처, 석탑, 옛 절터들이 가득합니다.”

천룡사에 도착해 먼저 앞마당에 있는 탑을 참배했습니다. 스님은 탑과 천룡사지에 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이 탑은 ‘천룡사지 삼층석탑’입니다. 통일신라 후기에 세워진 것으로 보입니다. 오랫동안 무너져 있던 걸 1991년에 발굴조사한 뒤 복원했고, 1993년에 보물 제1188호로 지정됐습니다. 천룡사는 옛 기록에 자주 등장하는 사찰로, 이 절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전설이 있을 만큼 신라 시대에 중요한 호국 사찰이었습니다.”

다음으로 대웅전으로 가서 삼배를 드렸습니다.

대웅전 오른편에는 용성조사님이 모셔져 있었습니다. INEB 참가자 스님들이 용성조사님에 대해 궁금해하자, 스님은 조사님의 생애와 유훈 10 사목에 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요사채로 자리를 옮겨 잠시 차담을 나눴습니다. 부산울산지부 봉사자들이 천룡사에서 수확한 감자와 과일로 정성껏 다과를 준비해 주었습니다.

“우리가 이곳에 온 이유는 첫째, 산책도 하고 구경도 할 겸해서 왔습니다. 둘째, 정토회도 이러한 역사 유적지를 보존하는 일을 맡고 있다는 점을 보여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저의 스승님이 이제 돌아가실 때가 가까워지면서 이 일을 넘겨주시니 결국 이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계(戒)를 주신 스승인가요?”

“한국의 경우는 계사(戒師)가 따로 있습니다. 은사 스님은 나를 출가시킨 승려를 의미합니다. 불심 도문스님은 저의 은사이시자 계사이고, 법사이십니다. 서암스님은 법사이십니다. ‘선(禪)은 마음과 마음에서 법을 전한다.’ 하는 가르침이 있기 때문에 법의 스승은 여러 명이 될 수 있어요. 법의 스승은 나를 깨닫게 해 준 스승, 또는 깨달음을 인가해 준 스승을 말합니다.”

동남아에서 온 스님들은 한국 과일을 무척 맛있게 먹었습니다. 태국에서 온 스님이 ‘태국에서도 참외를 키우고 싶다’고 하자 스님이 재미난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지금 이 참외를 드시고 태국에 돌아갈 때까지 화장실을 참으세요. 태국에 가서 똥을 누고 그 씨앗을 받아 참외를 키우면 됩니다. 한국에는 ‘개똥참외’라는 게 있어요. 개똥에 있던 씨앗이 자란 참외를 말하는데 그게 제일 맛있어요.”

“그럼 ‘스님똥참외’가 되겠네요.”(웃음)

차담을 마치고 대웅전 앞마당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후 산길을 걸어서 내려왔습니다.


차를 타고 두북 수련원 농장으로 향했습니다. 스님이 직접 농장 곳곳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여기는 농사 창고입니다. 안에는 각종 농기구들이 있어요.”

INEB 참가자 스님들은 한국 농기구들이 신기한 듯 하나하나 흥미롭게 살펴보았습니다.

이어서 비닐하우스로 이동했습니다.

“여기선 고추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 고추가 빨갛게 익으면 말려서 가루를 내고, 반찬이나 김치 만들 때 씁니다.”

스님은 점심 공양 때 스님들이 하나씩 맛볼 수 있도록 고추를 땄습니다.

다른 비닐하우스에서는 오이, 토마토, 각종 허브도 자라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점심 공양에 먹기 위해 잘 익은 오이와 토마토도 땄습니다.


농장을 둘러본 후 밭에서 딴 신선한 채소와 함께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낮 기온이 35도까지 올라갔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무더위를 피해 두북 수련원 강당에서 잠시 휴식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후 2시부터 수련실에 모여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정토회 국제연대팀 여지원 활동가가 정토회의 사회실천 활동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정토회는 네 개 분야에서 사회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환경, 인권, 평화, 그리고 복지입니다. 환경을 돌보는 것은 우리 세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인권과 평화는 특히 한반도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복지는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활동입니다.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은 삶을 더 의미 있게 만듭니다. 그래서 정토회는 네 개의 산하 단체를 설립했습니다. 에코붓다, 좋은벗들, 평화재단, 그리고 JTS가 있습니다.

JTS는 인도, 필리핀, 부탄, 시리아, 미얀마 등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교육, 의료, 마을개발, 식량지원, 주택 건설 등을 해왔습니다. 좋은벗들은 1990년대 중반 북한의 대기근 당시, 북한 주민들의 실상을 세계에 알리는 보고서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탈북자와 고려인 지원, 역사 기행, 북한 인권 개선 활동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평화재단은 한반도 긴장 속에서도 대립과 갈등이 아닌, 평화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평화를 위한 연구, 교육, 캠페인을 하고 있습니다. 에코붓다는 발우공양 정신에서 시작한 빈 그릇 운동, 제로웨이스트 생활, 재활용과 검소한 삶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태국에서 온 프라윈 스님(Ven. PHRA Win)이 자신이 소속된 단체와 지금 하고 있는 활동을 소개했습니다.

“저는 태국의 세키야담마 그룹(Sekhiyadhamma Group)에서 활동하고 있는 프라윈 스님입니다. 저희 단체는 1988년에 설립되었으며, 저는 사무국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담마야트라(수행 순례), 숲 걷기, 나무 출가 의식 등을 통해 대중에게 환경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자연과의 조화를 회복하고자 합니다. 저는 메콩강, 송클라 호수, 룸파타오 강 등 여러 지역에서 이 활동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INEB 참가자 스님들은 프라윈 스님의 발표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었습니다. 먼저 스님이 ‘나무 출가 의식’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프라윈 스님이 답변했습니다.

“나무 출가 의식이란 나무에게 계를 주는 건가요?”

“네, 나무 한 그루에 계를 준 후 가사도 입힙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 나무를 베어내지 못하게 하는 운동입니다.”

“그러면 나무 한 그루씩 계를 주지 말고 숲 전체에 계를 주면 어떤가요? 그러면 숲 전체를 보호할 수 있잖아요.” (웃음)

“그것도 좋은 방법이네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최근에는 사람들이 나무를 환속시키고 나무를 베어내는 일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각 나라에서 환경 운동을 하고 있는 상황을 공유했습니다. 미얀마, 라오스, 태국에서는 군인들이 나무를 무분별하게 베어내어도 막을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이어서 캄보디아에서 온 소비치아 스님(Ven. Sovechea)이 바탐방 불교대학에서 하고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발표했습니다.

“저는 캄보디아 바탐방에 있는 프레아 시하누크 라자 불교대학교에서 교육과 사회참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수행자는 단순히 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고통의 현장으로 발을 내딛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세 가지 핵심인 악을 멀리하고, 선을 행하며, 마음을 정화하라는 말씀을 사회 속에서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육은 제가 가장 중시하는 분야입니다. 바탐방 불교대학에서 교사로 일하며,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평화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 청소년을 위한 평화도서관을 운영하고, 번역 및 출판 프로젝트를 통해 불교와 평화 관련 지식을 캄보디아어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배움을 이어가는 학생들을 위해 교통비 지원, 기숙사 마련, 여학생 기숙사용 임대 주택 제공 등 여러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종교 간 대화와 국제 교류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정토회, 인도 및 유럽 대사관, 스위스, 스리랑카 등과 연대하며 평화를 위한 국제 교류도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씩 발표가 끝날 때마다 서로의 활동에 대해 궁금한 점을 해소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리랑카에서 온 담마난다 스님은 기술 교육 등 학생들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과목을 개설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느냐고 제안했습니다.

어떤 교육을 제공해야 사람들이 가난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될까요?

“우리 동남아 지역의 나라들은 매우 가난하고,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역량도 아주 부족합니다. 우리가 어떤 교육을 제공해야 사람들이 최소한의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불교대학 교과 과정 중에 가난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 있을까요? 저는 기독교 학교에서 이런 교육을 하는 것을 봤습니다. 스님께서는 사회 활동을 활발히 하시고 경험도 많으시니, 사람들이 가난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커리큘럼에 대해 생각해 오셨던 게 있는지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스님은 담마난다 스님의 말에 적극 공감하면서 의견을 덧붙였습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기술직으로 일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가령 전기 설비를 하거나, 철도를 깔거나, 상하수도를 설치하는 일보다는 컴퓨터 앞에서 일하는 사무직이나 커피숍, 빵집 같은 곳에서 일하는 서비스직을 더 선호합니다. 그러나 한 나라가 유지되려면 기술직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지금은 창문이 하나 깨져도 갈아 끼울 줄 모르고, 전구 하나도 갈 줄 모르는 청년들이 많습니다.

한국에 일하러 오는 외국인 노동자도 대부분 기술직으로 오는 게 아니라 단순 노동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먹이를 주거나, 농사일을 하고, 과일을 수확하거나, 식당, 호텔에서 청소하는 일 같은 단순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이렇게 단순 노동을 하더라도 월급은 자기 나라에서 일할 때보다 5배 내지 10배를 받을 수 있어요. 하지만 기술을 가지고 하는 일이 아니라서 본국에 돌아가도 할 게 없어요. 고향에 돌아가서도 소비적인 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한국에서 식당 일을 했었다면 돌아가서 식당을 운영하는 식이죠.

그런데 앞으로는 갈수록 기술을 가진 노동력이 부족해질 거예요. 기술을 가진 사람이 더욱 필요해질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기술직은 50~60대 이상의 사람들이 주로 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한국의 조선업은 세계에서 제일 발달해 있는데, 정작 일할 사람이 없어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의존하고 있어요. 외국인 노동자가 와서 일을 해도 그들은 기숙사에서 살면서 월급은 전부 자국으로 보내기 때문에 한국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안 됩니다.

그래서 제 생각에는 여러분도 기술학교 같은 것을 운영해 보면 좋겠습니다. 외국에 나가서 일을 하더라도 단순 노동이 아니라 기술을 갖추고 가면 대우도 좋고 새로운 기술을 배워 올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기술을 가르치는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영어나 인문학은 누구나 가르칠 수 있지만, 기술 교육은 해당 기술을 가진 사람이 꼭 있어야 하니까요. 기술 교육을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는 것도 어렵고요. 그러나 세계를 다녀보면 기술 교육이 절실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소비치아 스님이 캄보디아의 상황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캄보디아에서는 젊은 사람들에게 직업 훈련 교육을 많이 장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기술직보다 사무직을 원하죠. 지금 정부에서도 직업 훈련을 받는 사람들에게 지원금을 주면서 교육하고 있습니다. 사립학교에 갈 형편이 안 되는 학생들이 주로 직업학교로 진학하고 있습니다.”

스님은 부탄의 상황을 이야기했습니다.

“기술직을 기피하는 현상은 현재 세계적으로 큰 문제입니다. 부탄에 가보니, 그곳도 가난한 나라인데도 젊은이들이 호주에 나가서 돈을 벌고 있었습니다. 부탄 안에서 기술자로 일할 사람이 부족했어요. 도로를 놓거나 건설을 하는 모든 기술직 노동자가 인도에서 옵니다. 인도 사람들이 없으면 건물을 짓거나, 다리를 놓거나, 도로를 만드는 등의 일을 할 수가 없어요. 이런 상황은 장기적 관점으로 볼 때 대단히 위험합니다. 만약에 인도에서 인도 노동자가 부탄에 가서 일하는 것을 금지하는 상황이 생기면 부탄은 기술직 노동자를 필요로 하는 모든 일을 못 하게 됩니다. 이런 문제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젊은이들이 기술 노동을 기피하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태국에서 온 콩신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런데 태국에서는 사미(沙彌)들이 기술직을 좋아합니다. 커리큘럼이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사미들은 기술 배우는 것에 관심이 많아요. 아마도 너무 가난한 환경에 있기 때문에 기술을 배우면 본인의 삶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농기구를 고치는 단기 교육을 진행했는데, 반응이 좋았습니다.”

다시 스님이 말했습니다.

“바탐방 불교대학 정도의 경험이 있어야 기술학교를 만들어서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처음부터 기술학교를 짓고 운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에요. 돈만 있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 본 기반을 갖고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질의응답 시간은 곧 각자의 자리에서 진행해 온 좋은 사례들을 공유하는 시간으로 이어졌습니다. 활발한 토론이 이어지는 가운데 오후 세션을 마치고 재활용센터를 둘러보았습니다.


6시에는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테라바다 식으로 감사 기도를 한 후 음식을 준비해 준 자원봉사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감사히 먹겠습니다.”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저녁 7시부터 다시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먼저 지난 22년 동안 분쟁 지역인 필리핀 민다나오에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 학교를 지어온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영상이 끝나고 INEB 참가자 스님들은 필리핀 민다나오 사업에 대해 다양한 질문들을 했습니다. 스님은 JTS가 필리핀 민다나오에서 겪은 시행착오와 현재의 상황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필리핀 민다나오에 학교를 짓기 시작한 이유

“필리핀 민다나오는 분쟁 지역입니다. 그곳에는 무슬림, 기독교인, 원주민이 함께 살고 있는데, 이런 지역들이 주로 분쟁 지역이 됩니다. 그곳에 학교를 세우면 사람들이 함께 학교에 다니게 되어 그 지역에 평화를 가져오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JTS에서는 지난 22년 동안 민다나오 지역에 70여 개의 학교를 지었습니다. 올해만 해도 10개를 짓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들은 여러 언어를 사용해야 해서 어려움이 있습니다. 특히 1학년 또는 2학년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어렵다고 합니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공통 언어를 학교에서 배우게 되면 교육이 한결 수월해진다고 합니다.

JTS가 민다나오에 학교를 짓기 시작한 초창기에는 현지에 갔다가 중도에 포기하고 나온 적도 있었습니다. 분쟁이 발생하여 학교를 짓다가 중단한 경우도 있었고, 완공 후에 분쟁이 생겨서 학교를 열지 못한 지역도 있었습니다. 선생님들이 학교에 갈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재 그런 상황은 거의 없어졌습니다.”

INEB 참가자 스님들은 다양한 질문들을 했습니다. 스님은 모든 질문에 대해 편안하게 대답했습니다.

“반군과의 싸움 중에 JTS가 지은 학교가 불에 탄 적도 있습니까?”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다만 군대가 학교에 들어오는 바람에 학교 운영이 잠시 중단된 적은 있었습니다. 현재 한국 정부는 민다나오 지역으로 여행을 가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KOICA와 같은 한국 정부 기관의 지원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님께서는 그곳에 직접 가시는군요.”

“네, JTS는 정부의 지원을 일절 받지 않고 자체 자금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곳에서 일을 하는 데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한국 정부에서도 여행을 자제하라고 권유하는 것이지, 방문한다고 해서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필리핀 민다나오에서 활동할 때 지역 정부나 마을 사람들은 JTS의 활동에 협조적이었나요?”

“처음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지역 정부와 주민들이 협력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초창기에는 정부가 관여하지 않고, JTS와 마을 주민들이 합의하여 학교를 지었습니다. 그래서 필리핀 교육부에서 교사를 파견하지 않았습니다. 교육부가 교사 급여를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처음에는 그 지역의 뜻있는 사람들이 교사 급여를 지원하며 정식 학교가 아닌 형태로 운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필리핀이 점차 변화하면서 교육 정책에서 학교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었고, 현재는 교육부와 협의하여 학교를 짓게 되면 교사를 파견해 주기로 하였습니다.

원주민 마을의 경우에는 학교를 짓는다고 하면 주민들의 협력을 얻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장애인 학교의 경우에는 도심에 위치해 있고, 해당 마을의 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지역 주민의 협조를 얻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장애인 학교는 지역 정부와 별도로 협의하여 진행하였습니다. 필리핀은 교육부 예산이 부족하여, 학교를 지을 예산은 거의 없고 교사 급여를 지급할 예산만 편성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방 정부와 협의 하에 목수 같은 기술자의 인건비는 지방 정부가 부담하고, 학교를 짓는 노동은 마을 주민들이 담당하고, 건축 자재는 JTS가 지원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학교의 경우는 전문가가 시공해야 하기 때문에, 노동자 급여도 지방 정부가 예산을 편성하여 부담하도록 하였습니다.

현재는 교육부와 지방 정부 모두 장애인 교육과 원주민 학교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JTS가 학교를 지어도 교사를 파견하지 않거나 예산 편성이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가 있었지만, 지금은 지방 정부가 학교 건립을 요청하고 예산 편성을 하며, 교육부에 교사 파견을 확실히 약속받은 후 학교를 짓고 있습니다. 방금 본 영상에서 보셨듯이 제가 그 지역의 시장을 직접 만나는 이유는 예산 편성 여부와 확실한 이행 약속을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과거에는 JTS가 1년에 보통 2개 내지 3개의 학교를 지었지만, 최근에는 연간 10개 이상의 학교를 짓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지방 정부가 건설 감독을 맡고, JTS는 필요한 자재만 제공하는 것으로 사업 방식을 변경했기 때문입니다. JTS는 공사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확인만 하면 되기 때문에 예전보다 관리가 한결 수월해졌습니다. 이는 지난 22년 동안의 활동을 통해 서로 간에 신뢰가 쌓인 덕분입니다.

왜 JTS는 사람을 고용하지 않고도 많은 학교를 지을 수 있었나요?

JTS가 기술자의 인건비를 지방 정부가 부담하도록 하는 이유는 JTS가 직접 기술자를 관리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외국 단체가 현지 기술자가 일을 하지 않는다고 야단칠 수도 없고, 기술자가 갑자기 나오지 않더라도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기 때문에 관리에 한계가 있습니다. 사람을 관리한다는 것은 곧 고용을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JTS는 원칙적으로 사람을 고용하지 않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는 예산 때문이 아니라 해당 지역 내에서 인력 관리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파키스탄의 경우에는 지역 NGO가 기술자 인건비를 부담합니다. JTS는 건축 자재 비용을 부담하고, 지역 NGO가 기술자 경비를 부담하고 건설을 책임집니다. 지역 주민들도 공사에 참여하는데,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전체 비용의 약 20% 정도에 해당하는 노동력 기여가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역 NGO나 지방 정부가 이러한 역할을 담당해 주면 JTS는 사업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만약 그 지역에서 아무런 협력이 없으면 JTS는 사업을 진행할 수 없습니다.

인도적 지원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쌀과 같은 물품은 모두 JTS가 준비하지만, 이를 배분하는 책임은 현지 정부 또는 현지 NGO에 있습니다. 만약 배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건비를 JTS에 요구할 경우에는 사업을 진행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노동력은 얼마든지 제공할 수 있는데 자재가 부족하다고 요청하면, JTS는 그 자제를 지원합니다.”

다음으로 스님은 JTS가 부탄에서 진행하고 있는 지속가능한 개발 사업에 대해 간략히 소개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부탄에서 시행하는 지속 가능한 지역 개발 프로그램입니다. 집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집을 짓고, 낡은 집은 고쳐서 주민들의 전체적인 생활을 개선하는 운동입니다. 저희는 부탄에서 제일 가난한 주를 선택하여 이 사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곳은 교통 상황도 매우 열악한데, 저희 JTS도 이러한 지역 개발은 처음이라서 할 일이 좀 많습니다. 오늘 설명을 들어보시면 여러분의 지역도 어떻게 개발하면 좋을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을 겁니다.”

이어서 지난 1년 6개월 동안 진행한 자세한 사업 내용에 대해 부탄 사업 담당자인 박시현 활동가가 발표했습니다.

“JTS는 현재 부탄의 트롱사와 젬강 두 지역에서 지속가능한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행복도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며, 기후위기 시대에 소비주의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발전 모델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특히 ‘우리가 사는 마을은 우리가 가꾸자’는 슬로건 아래, 지역 주민들이 직접 필요한 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주민 주도형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주거 환경 개선, 농업 기반 구축, 보건·의료, 교육, 사회기반시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전통문화와 자연을 보존하면서도 현대 기술을 조화롭게 활용하는 지속가능한 개발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발표가 끝나자 INEB 참가자 스님들이 다양한 질문들을 했습니다. 현장에서 마을 주민들과 함께 실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활동가이기에 구체적인 질문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작업하면서 어려웠던 일이 있다면 나눠주세요. 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나요?”

“지역 공무원들과는 어떻게 일했나요? 지역 공무원들을 어떻게 설득했나요?”

“지속가능한 개발의 7가지 기준을 다 충족하지 못하면 어떻게 합니까?”

“소비주의에 대한 대안을 만들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는데, 마을 주민들에게도 소비주의가 있습니까?”

“1년간 머무르면서 건강 문제는 없었나요?”

“휴대전화나 인터넷 연결은 잘 되나요?”

박시현 활동가는 현지 음식에 적응하기가 어려웠던 이야기, 야채를 구하기 어려워서 힘들었던 이야기, 마을 주민들이 JTS의 원칙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었던 이야기를 재미있게 해 주었습니다.

질문과 답변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어느덧 밤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질의응답 시간을 마무리하고, 마지막으로 스님이 JTS 사업에 대해 요약해서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JTS는 인도에서 달리트 계층(Dalits, 불가촉천민)의 교육을 돕고 있고, 필리핀 민다나오에서는 원주민과 장애 아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두 지역에는 JTS 사무실도 갖추고 있습니다. 부탄에서는 지속 가능한 지역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외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긴급 구호 사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구호 활동에 이어 복구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파키스탄의 경우는 2년 전 인더스강이 범람해서 홍수 피해를 크게 입었는데, JTS에서 긴급 구호를 실시했고, 이후 복구 사업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긴급 구호를 하면서 그곳에서 좋은 NGO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들과 협력하며 신뢰를 쌓아 현재는 복구 사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리아 사업도 원래는 지진 피해를 돕기 위해 긴급 구호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화이트 헬멧이라는 성실한 구호 단체를 만나서 함께 4천여 명이 다니는 큰 학교를 짓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복구 사업에 해당합니다.

절망의 현장에서 희망을 만들어가고 있는 JTS의 활동

긴급 구호 사업은 지금도 전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입니다. 미얀마에서는 현재 미얀마와 태국 국경 쪽에서 구호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고, 스리랑카에서는 국가 부도 사태 이후 2년째 계속해서 구호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그 외에도 재난이 생기는 지역이 있으면 긴급 구호에 나서고 있습니다. 올해는 한국 국내에서도 대형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이번 산불은 규모가 매우 컸습니다. 지난 30년간의 산불 피해 면적을 합친 것보다도 더 넓은 지역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인명 피해도 컸고, 수천 채의 집이 불탔습니다. 산불이 발생했을 때 강풍이 불면서, 불길의 속도가 사람이 달리는 속도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번지며 산을 뛰어 넘어가서 많은 주민들이 미처 대피하지 못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이와 같이 긴급 재난에 대응하는 활동도 JTS의 주요한 사업입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전쟁이 끝난 후 긴급 재난 구호로 시작했다가 복구 사업까지 하게 됐습니다. 미얀마의 경우는 긴급 구호에서 복구 사업으로 이어가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내전이 일어난 상황에서 군부의 영향으로 자유로운 활동이 어렵습니다. JTS의 원칙을 지켜가며 활동하기가 힘들어서, 아직 복구 사업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라카인 주(Rakhine State)의 식량 부족 문제는 심각해서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오늘은 ‘사회실천’이라는 주제 중에서 JTS의 구호 사업에 대해 집중적으로 대화를 나눈 후 토론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스님은 INEB 참가자 스님들에게 양해를 구했습니다.

“저는 지금 묘향법사님의 장례식에 다녀오겠습니다. 밤새 차를 타고 서울로 가서 아침 일찍 영결식에 참석하고, 내일 점심때 실상사에서 다시 만나겠습니다. 내일 오전 일정을 함께 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서울까지 다녀오려면 너무 무리가 되어서 어떡합니까?”

“운전하는 사람이 힘들지 저는 괜찮습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서울로 출발하기 전에 스님은 INEB 참가자 스님들이 숙박할 공간을 찾아가 불편함이 없는지 살펴본 후 서울로 출발했습니다.

두북 수련원을 출발하여 차로 4시간을 달렸습니다. 새벽 1시가 넘어서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한 후 하루 일과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INEB 스터디 투어 6일째 날입니다. 오전에는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열리는 고(故) 묘향법사님의 영결식에 참석하여 법문을 한 후 실상사로 이동하고, 오후에는 INEB 정토회 방문단과 함께 실상사에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활동’을 주제로 대화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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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화

감사합니다

2025-07-03 13:26:47

범의수호자

스님
오늘 참외 이야기가
너무재미있었습니다.
숲과 나무 이야기는 더 생각해바야할게
많은것 같아요...
여러번읽고있습니다.
가난을벗어나는법에
대해서 깊게고민하고있습니다.

2025-07-03 12:49:42

김숙경

_()_

2025-07-03 11:4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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