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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기나긴 해외 일정을 마치고 두북 수련원에서의 일상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농사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안개가 자욱한 가운데 문수팀 행자님들과 7시에 산 윗 밭으로 올라갔습니다. 지난 8월 말에 말끔하게 예초를 해두었는데 한 달 사이에 다시 풀밭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스님은 예초기를 매고 산 윗 밭으로 올라가는 길부터 풀을 베기 시작했습니다.
이어서 도라지가 많이 심겨 있는 아랫단의 풀을 벴습니다. 손으로 직접 풀을 뽑을 수가 없어서 예초기로 벨 수 있는 풀만 베기로 했습니다.
아랫단을 마무리하고 아랫단에서 윗단으로 올라가는 길도 풀베기를 한 후 아침 울력을 마무리했습니다. 앞치마를 벗자 온몸이 땀에 흠뻑 젖어 있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마무리를 합시다.”
행자님들은 곧 사시 예불을 해야 하고, 스님은 법회를 시작할 시간이 가까워져서 다 함께 서둘러 산길을 내려왔습니다.
오전 10시부터는 주간반을 위한 수행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한 달 넘게 유럽과 북미 지역을 순회할 때는 한밤중에 조명 하나 켜고 방송을 했는데, 오늘은 오랜만에 밝은 방송실에서 모니터에 가득 들어찬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방송을 했습니다.
대중이 삼배의 예로 법문을 청하자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제가 한국을 떠날 때만 해도 한여름이었는데 40여 일 만에 돌아오니 벌써 아침저녁으로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는 깊은 가을이 되었습니다. 그 사이 한국에서는 비가 계속 왔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논마다 벼가 잎은 노란데 쭉정이가 많고, 고추는 탄저병이 걸려 거의 폐농을 한 상태입니다. 벚나무는 단풍이 들면 예쁜데 단풍도 들기 전에 잎이 다 떨어지고 앙상하게 가지만 남아 있습니다. 감도 별로 달리지 않았고, 밤도 거의 달리지 않았습니다. 기후 변화로 인해서 생태계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해외로 떠나기 전에 자리를 비운다고 열흘간 몸살이 날 정도로 풀을 벴는데, 다녀오니 모두 정글이 되어 있었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농사를 짓는데 풀이 큰 장애가 된다고 할 수 있지만, 좋게 말하면 자연의 복원력이 그만큼 좋다고 할 수 있겠죠.
지난 일주일 동안 저는 워싱턴 D.C. 에 머물면서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 등 미국 정부 관계자와 민간 싱크탱크에 있는 전문가들을 만나서 한반도의 평화와 북한 인도적 지원, 이산가족 상봉 등 여러 가지 현안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미국이 해야 할 일을 요청했습니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설득을 했지만, 현재로서는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전반적인 소감을 말씀드리자면, 당분간 한반도의 긴장은 계속 고조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한반도는 우리가 사는 곳이므로 우리 스스로 평화를 위해 더 노력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어서 스님이 미국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노력한 마지막 일주일 동안의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그리고 추석 연휴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정토회 회원들이 각 으뜸절과 실천장소에 와서 실천 활동을 한 모습도 영상으로 함께 본 후 본격적으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사전에 두 명이 질문을 신청하고, 나머지는 즉석에서 질문을 받아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환경 실천을 잘하던 아이가 갑자기 의욕을 잃었다며 어떻게 아이와 대화하면 좋을지 조언을 구했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입학한 이후에 여러 가지 환경 실천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아이들은 휴지 대신 손수건을 사용하고 빈 그릇 운동은 기본이고 텀블러 사용도 일상화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아이가 저에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바다가 오염되었는데 이런 환경 실천이 무슨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질문하였습니다. 저 역시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서인지 아이에게 확실하게 대답해주지 못했습니다. 아이의 반응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면 좋을까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지 않으면 정말 좋겠죠. 그런데 안 하면 좋은 것이 그것뿐이겠어요? 제초제를 안 치면 정말 좋겠죠. 그런데 농사짓는 농민은 풀이 자라는 것을 감당할 수가 없으니 제초제를 뿌리지 않을 수가 없다고 해요. 농사에 사용된 제초제가 농산물에 잔류되고 그 농산물을 먹으면 암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병을 유발할 가능성이 큽니다.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유기농을 하면 정말 좋겠죠. 그런데 화학비료를 대신할 수 있는 유기질 비료를 만드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유기질 비료는 화학비료보다 두세 배 비싸서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도 수익성이 낮습니다. 그런데 화학비료는 뿌리기도 쉽고 소출도 보장됩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화학비료를 쓰게 되면 토양이 점점 산성화 되어 소출이 늘어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러나 농민들은 하루하루 살기 바빠서 장기적인 것을 생각하기가 어렵습니다. 우선 일이 쉽고 편리한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죠.
이렇게 우리는 제초제를 친 음식도 먹고, 화학비료와 농약을 친 음식도 먹고 있습니다. 길게 보면 다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인스턴트식품이나 기름에 튀긴 음식도 몸에 좋지 않지만 많은 사람이 즐겨 먹고 있습니다. 길게 보면 비만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성인병의 원인이 됩니다. 그러나 그 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아무리 건강에 좋지 않다고 말해도 먹게 됩니다. 이런 모습이 우리의 인생입니다.
만약 전 세계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만 방류한다고 하면 그나마 괜찮아요. 지구 전체로 볼 때 그 정도는 희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후쿠시마 원전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는 원자력 발전소가 많이 있습니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어느 발전소에서든 또 사고가 날 수 있고, 그러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전례가 되어 그곳에서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게 될 겁니다. 이런 일이 10년, 20년 누적되다 보면 어떻게 되겠어요? 바다의 방사능 오염이 심각해질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환경과 건강을 생각해서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것과 당장 해산물을 먹지 못할 만큼 위기라고 생각하는 것은 서로 성격이 다른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환경 문제 전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환경 문제에 있어서 더 심각한 것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플라스틱이 분해되지 않고 미세한 먼지가 되어서 바다에 잔류하는 것입니다. 그런 미세 플라스틱을 물고기가 먹고, 그 물고기를 사람이 먹고 있습니다. 원전 오염수보다 더 위험한 것은 미세 플라스틱입니다.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은 완전히 분해되지 않고 먼지처럼 작은 가루가 되어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물고기가 이 미세 플라스틱을 먹고, 사람이 이 물고기를 먹으면, 우리 몸에 미세 플라스틱이 쌓이게 됩니다. 원래 모든 물질은 박테리아에 의해서 분자 단위에서 원자 단위로 분해된 후에 다시 재조합되는 순환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미세 플라스틱은 분해되지 않는 분자 덩어리이기 때문에 우리 몸에 축적되면 중금속처럼 건강을 해치는 위험 요인이 됩니다.
그래서 정토회에서는 가능하면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말자는 운동을 하고 있지만, 곳곳에서 플라스틱이 버려지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플라스틱을 버리지 말자는 운동을 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플라스틱을 버리는 현실이 공존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는 플라스틱을 버리고 있는 현실 위에서 플라스틱을 버리지 말자는 운동을 하는 거죠.
또한 정토회에서는 일회용 컵을 쓰지 않고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는 운동을 하고 있지만, 미국에 가보면 가게마다 일회용 컵을 태산처럼 쌓아놓고 쓰고 있습니다. 비행기를 타도 전부 일회용품을 쓰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나만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면 뭐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수가 있는데, 그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나 혼자라도 일회용품 덜 쓰기 운동을 하다 보면 어느새 주변 사람들도 동참하게 됩니다.
얼마 전 신문 기사에는 호텔에서도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하는 사례가 소개되었고, 호텔 투숙객에게 옷을 버리지 말고 수거함에 넣도록 해서 재사용하는 사례도 있다고 해요. 이렇게 조금씩 환경에 대한 의식이 깨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어릴 때부터 휴지 대신 손수건을 쓰고,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쓰다 보면, 나중에 성인이 되어 투표권을 갖게 되었을 때 환경친화적인 정당에 투표를 할 수가 있습니다. 또한 정부에 환경친화적인 정책을 펼치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고요.
유럽에서 만난 어떤 분은 아들이 환경을 위해서 음식도 간단하게 먹고 옷이나 신발도 안 사고 샤워도 자주 안 해서 걱정이라고 질문을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잠깐의 편리함이 지구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는데, 아들의 행동은 지구 환경을 위해 불편을 감수하는 새로운 문화로 봐야 한다’라고 대답을 했는데요.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라는 소녀는 환경 운동을 통해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기후 위기에 관심을 가지고 행동하는 아이들이 자라면 앞으로 환경 운동에 좋은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그러니 ‘나만 휴지 대신 손수건을 쓰고, 나만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써서 뭐 하나’ 하는 생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아이들에게 말해 주어야 합니다.
지금은 다수가 환경을 오염시키는 생활을 하고 있고, 소수가 환경오염을 막는 운동을 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수가 소수가 되고 소수가 다수가 되는 상황이 됩니다. 환경 실천을 하는 아이들이 점점 많아져야 환경 문제가 조금씩 개선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내일 지구가 망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자세로 환경 운동을 해야 합니다.
제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를 뛰어다녀도, 북한은 계속 핵무기를 고도화하고, 한국 정부는 북한에 원점 타격을 하겠다고 하고,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하고, 북한은 러시아와 군사 협력을 맺고 있잖아요. 그렇다고 ‘한반도의 군사적 위기는 점점 고조되는데 나 혼자서 뛰어다닌다고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이렇게 생각하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어쩌면 그게 더 사실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땅에 사는 우리는 전쟁이 나면 안 되니까 평화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거예요. 우리는 살아있는 한 전쟁을 막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기후 위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정도의 노력으로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있겠느냐’ 하는 지적에 저도 한편으로 동의합니다.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확률이 높아지는 쪽으로 가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기후 위기는 점점 더 악화되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기후 위기를 막지 못하더라도 그 속도를 늦추어야 하고,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그게 삶입니다. 꼭 긍정적인 결과가 예측되어야만 행동하는 것이 아닙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막을 수 있으면 가장 좋습니다. 그렇지만 현재로서는 막기가 어려워요. 세계 최대 강대국인 미국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지지하는 공식 성명을 냈고, 그에 힘입어 일본 정부는 일정대로 방류를 추진하고 있고, 한국 정부도 이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토회와 같은 민간단체에서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서 방향이 바뀌겠어요? 그러나 우리는 노력하는 것입니다.
국제 환경 단체와 전문가들이 발표한 것처럼 오염수 피해에 한국이 가장 위험하기 때문에 우리는 오염수 방류를 반대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미역이나 김, 어패류를 먹으면 당장 죽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너무 극단적인 생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는 물고기를 먹고, 해조류를 먹어야 합니다. 지나친 농약의 사용에 대해 반대하지만 당장 쌀을 먹어야 하는 것과 같아요. 미세 플라스틱 쓰레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환경 캠페인은 하지만 때로는 일상생활에서 플라스틱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미세 플라스틱의 불필요한 사용을 최대한 줄이면서 지구 환경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런 관점을 갖고 아이와 대화를 나눠보면 좋겠습니다.”
“남편은 아이들의 학교급식 식단을 보고 생선이 나오면 받지도 말고, 먹지도 말라고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혼돈이 오는 것 같습니다. 급식에서 생선이 나오는 것까지 관여하는 남편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고기는 방사능 오염하고 관계없이 안 먹는 게 건강에 좋아요. 오염수 영향을 걱정하는 것이라면 지금은 먹어도 괜찮아요. 오염수가 우리나라 근교에 오려면 1년 이상 걸립니다. 후쿠시마에서 태평양 쪽으로 방류를 했기 때문에 우리나라 근교에서 잡히는 어류가 오염될 확률은 아직 없습니다. 1년 후에는 직접 방사능 검사를 해보고 먹으면 됩니다. 물고기를 잡아서 방사능 검사를 해보면 우려한 대로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검출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준치 이하로 나와서 크게 문제가 안 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어요. 그러면 안심하고 먹으면 됩니다. 그러니 1년 후에 철저히 검사해 보면 됩니다. 한국 정부는 해조류, 어패류 등 모든 수산물에 대해서 정기적인 방사선 검사를 시행하여 국민의 안전을 지켜내야 합니다.”
“스님의 말씀을 듣고 나니 너무 오염수에만 꽂혀서 환경 문제의 다른 측면을 놓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부터 환경 실천의 관점을 올바르게 잡고 아이와 함께 꾸준히 실천해 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어서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한 시간 반 동안 즉문즉설을 한 후 11시 30분에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오후 1시 30분에는 은사 스님인 도문 큰스님에게 인사를 드리기 위해 부산으로 향했습니다.
차로 한 시간 반을 달려 오후 3시에 부산 중생사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은 추석에 해외에 머물고 있느라 큰스님에게 인사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늦게나마 찾아뵙고 삼배를 올렸습니다.
“제가 해외에 가 있느라 추석 때 찾아뵙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스님은 미국에서 갖고 온 선물을 큰스님에게 드린 후 무릎을 꿇고 앉아 큰스님에게 말씀을 청해 들었습니다. 큰스님은 용성조사님의 유훈 실현을 위해 평생 노력해 온 일을 한 시간 동안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몇 년도에 어떤 일을 했고, 누가 도움을 주었는지, 한 자 한 자 기록해 둔 그대로를 자세하게 읽어 주었습니다.
“제가 용성조사님의 유훈을 다 실현하고 가면 좋은데, 다 실현하지 못하고 무거운 짐만 넘겨주고 가게 되어 미안해요.”
“별말씀을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남은 일은 저희가 잘 이어서 해나가겠습니다.”
스님은 엊그제까지 해외 순회 일정을 하고 온 결과를 보고했습니다.
“이번에 38일 동안 해외 순회강연을 하고 왔습니다. 마지막 일주일은 워싱턴 D.C. 에 있으면서 백악관도 방문하고, 국무부도 방문하고, 국방부도 방문하고, 곳곳에 다니면서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되도록 해달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북한 인도적 지원도 요청하고, 이산가족 상봉도 이뤄질 수 있게 요청했습니다. 살았을 때 고향에 못 간 사람은 죽어서라도 고향 땅에 묻힐 수 있도록 평양에 수목장 사업을 추진하면 좋겠다고 제안도 하고 왔습니다.”
“제가 법륜 스님을 안 만났으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겠어요. 갈 곳 없는 노인을 잘 보살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큰스님이 하실 수 있는 일은 다 하셨습니다. 건강만 괜찮으시면 아도 모레원, 천룡사지, 장수 죽림정사에서 일 년에 한 번씩 법회를 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제가 몸뚱이를 바꾸기 전까지는 법문을 하겠습니다.”
큰스님은 다시 한번 용성조사 유훈 실현지를 잘 가꾸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큰스님의 당부를 잘 받들고 인사를 드린 후 부산 중생사를 나왔습니다.
다시 차를 타고 한 시간 반을 달려 두북 수련원에 도착하니 저녁 6시가 넘었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에는 저녁반을 위해 수행법회 생방송을 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자 오전 법회처럼 스님이 지난 일주일 동안 워싱턴 D.C. 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활동한 모습과 전국 으뜸절에서 회원들이 실천 활동을 한 모습을 영상으로 보고 나서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저녁에는 네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모든 것이 귀찮고 수행은 해서 뭐 하는지 회의가 든다며 어떻게 관점을 잡아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아이도 귀찮고, 남편도 귀찮고, 수행은 해서 뭐 하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유명하고 좋다는 상담을 받아도 그때뿐이고 4년을 먹은 우울증 약은 비만을 일으켜서 다시 우울증이 오는 걸 경험했습니다. 지금은 약을 끊고 운동을 해서 비만은 벗어났지만 ‘이렇게 살아서 뭐 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괴로움 속에서도 순간순간 깨어있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그렇게 계속 가면 곧 죽음을 선택하게 됩니다. 질문자는 지금 자살하는 쪽으로 점점 나아가고 있는 거예요. 아이가 몇 살이에요?”
“12살입니다.”
“아이가 12살이면 엄마가 교통사고 나서 죽어도 큰 충격인데, 엄마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되면 평생 가슴속에 못을 박고 살게 됩니다. 애초에 애를 낳지 않았으면 모를까 그렇게 하면 되겠어요?
지금 상태는 그런 결말을 향해 가고 있는 거예요. 거의 자살의 문턱에 다다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리셔야 합니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아이의 가슴에 평생 못을 박는 그런 선택을 하게 됩니다.
뉴스에서 보면 아이들이 어린 경우 부모가 죽을 때 자기 혼자만 죽으면 되는데 아이들까지 안고 죽는 일이 가끔 일어나잖아요. 그런 정도로 질문자는 지금 굉장히 위험한 상태에 있습니다. 그러니 빨리 병원에 가서 치료받아야 합니다. 약을 끊었다고 했는데 다시 약을 드세요. 약을 먹으면 낫기 때문에 약을 먹으라는 게 아닙니다. 약을 먹으면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게 돼요. 그것만 해도 큰일입니다. 약을 안 먹고 있으면 어느 순간에 확 사로잡혀서 극단적 선택을 할 위험이 있습니다. 운동하거나 절을 많이 해야 하고, 자꾸 긍정적으로 생각을 해야 합니다.
사는 게 별일 아닙니다. 그냥 밥 먹고 사는 거예요. 죽어도 괜찮지만, 아이가 아직 너무 어리잖아요. 가족 중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이 생겨나면 남은 가족들이 받는 정신적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가족 중에 살인을 한 사람이 있는 것보다 자살한 사람이 있는 것이 상처가 훨씬 더 깊습니다. 질문자가 그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면 아이들도 나중에 다 우울증에 걸려요. 혼자라면 견디기 어렵지만, 질문자에게는 아이가 있잖아요. 아이에게 엄마는 신입니다. 질문자는 엄마이기 때문에 아이를 살려야 됩니다. 아무리 자살하고 싶은 충동이 올라오더라도 아이를 위해서 내가 살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극복해야 합니다.
‘나 혼자라면 까짓것 어떻게 해도 되지만 내 아이에게 상처를 줘서는 안 된다. 부모가 돼서 도움을 주지는 못할 망정 아이의 앞길을 가로막아서 되겠는가.’
이런 관점을 딱 가지고 운동도 하고 약도 먹어서 현재 상태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네, 운동하면서 약을 먹겠습니다.”
“약도 먹고 운동도 많이 하면서 항상 ‘살아있는 것만 해도 다행입니다’ 이렇게 기도하셔야 합니다. 질문자가 지금 안 죽고 살아있기만 해도 아이에게는 도움이 되는 거예요. 아이한테 밥을 안 해줘도 되니까 살아만 있으세요. 아이에게 크게 도움은 못 주더라도 살아있으면 손해는 안 끼칩니다. 아이가 성년이 된 뒤에는 질문자의 인생을 질문자 스스로 결정하셔도 됩니다. 아이가 성년이 된 후에 엄마가 자살하는 것도 자식에게 상처가 되지만 미성년자일 때는 상처가 훨씬 더 큽니다. 꼭 명심하셔야 해요.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이 없다면 엄마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아이를 생각해서라도 절대로 약을 끊으면 안 됩니다. 약을 먹으면 낫기 때문에 약을 먹으라는 게 아니에요.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게 되기 때문에 약을 먹으라고 하는 겁니다. 그리고 비만이 자꾸 문제가 되면 밥을 적게 먹고 운동을 하셔야 해요. 알았죠?”
“네, 감사합니다. 약을 먹고 운동을 하고 절을 열심히 하겠습니다.”
“우울증이 만성화되면 거기에서 벗어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아이 엄마는 아이를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을 갖고 있어서 능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이어서 계속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지난주 암 진단을 선고 받았습니다. 불교대학 돕는 이를 계속하고 싶은데, 혹시 제가 방해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저는 남을 탓하는 동시에 의지합니다. 어떻게 하면 저도 덜 괴롭게 살 수 있을까요?
산업혁명 이후 과잉 생산, 과잉 소비로 전 세계가 쓰레기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부처님 당시처럼 소비하지 않고 살아보기를 해보려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요?
대화를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해외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내일은 그동안 못했던 농사일을 종일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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