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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두북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농사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산 밑 밭으로 가서 가지를 수확했습니다. 스님이 한 줄 끝까지 가지를 수확할 무렵 법사님들이 밭에 도착했습니다. 선주, 여광 법사님이 성지순례 회의를 하기 위해 어젯밤 두북수련원에 왔습니다.
“어서 오세요. 한 사람은 가지를 바구니에 담고, 한 사람은 바깥쪽 가지를 수확해 주세요.”
“네.”
가지를 다 수확하고, 오이와 호박도 땄습니다. 잎이 누렇게 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수확량이 쏠쏠했습니다.
산 밑 밭을 내려와 논으로 갔습니다. 문수팀 행자님들이 논둑을 예초하고 있었습니다.
“사시예불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얼마나 했어요?”
“조금만 더 하면 됩니다.”
“그럼 저도 같이 할게요.”
스님은 얼른 예초기를 메고 풀이 많이 남은 논둑으로 가서 함께 풀을 벴습니다.
한쪽을 끝내고 나오니 맞은편 행자님도 아직 풀을 베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빠르게 다음 논으로 가서 함께 풀을 벴습니다.
스님의 지원 덕분에 사시예불 전에 논둑 예초를 모두 마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했어요. 사시예불을 하고 나면 산 위 밭으로 갑시다.”
문수팀 행자님들이 수련원에 가서 사시예불을 하고 오는 사이 스님은 법사님들과 마을 어르신의 밭으로 갔습니다. 예초기로 풀을 베려고 했지만, 어르신이 풀 사이사이에 콩이 자라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낫으로 콩을 피해 풀을 베 드렸습니다.
어르신 밭에 풀을 다 베고난 후 사시예불을 마친 문수팀 행자님들과 트럭에 예초기를 싣고 산 위 밭으로 갔습니다. 법사님들은 다시 산 밑 밭으로 가서 무를 솎아냈습니다.
어제 행자님들과 아랫단에 풀은 다 벴습니다. 오늘은 윗단으로 올라가서 예초기를 돌렸습니다. 가을 바람이 서늘했습니다.
“놀기는 춥지만, 일하기는 딱 좋은 날씨네요.”
스님과 행자님들은 능숙한 솜씨로 모란과 도라지만 쏙 남겨 놓고 풀을 싹 벴습니다.
과수원으로 향하는 길도 풀을 벴습니다.
밭을 다 예초했지만 스님은 예초기 시동을 끄지 않았습니다. 밭을 내려가며 계속 길에 난 풀을 벴습니다.
마을로 접어드는 길까지 계속 내려가며 풀을 벴습니다.
“자, 밥값을 했으니 이제 밥을 먹읍시다.”
선선한 날씨에도 오전 내내 울력을 하고 나니 등허리에 땀이 배어 있었습니다. 시장이 반찬이라는 속담처럼 울력 끝에 먹는 밥맛이 아주 좋았습니다.
점심 식사를 하고 오후 2시부터는 인도 성지순례 준비 회의를 했습니다. 회의를 하기 위해 두북수련원에 내려온 선주 법사님과 여광 법사님, 그리고 문수팀 행자님들도 함께 자리했습니다.
오백 여 명이 순례를 떠나기 때문에 점검해야 할 것이 많았습니다. 먼저 전체 인원, 버스 예약, 숙소 배정, 비행기표 예매 등 실무 준비 사항을 꼼꼼하게 확인했습니다.
특히 이번 인도 성지순례는 수자타 아카데미 30주년 기념 행사가 포함되어 있어서 국내외에서 내빈들이 많이 참석합니다. 기념 행사를 어떻게 진행할지 여러 측면에서 검토한 후 오후 4시에 회의를 마쳤습니다.
잠시 시간을 내어 안과에 다녀왔습니다. 오전에 예초기를 돌리다가 눈에 이물질이 들어가서 치료를 받은 후 다시 돌아왔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부터 다시 인도 성지순례 준비 회의를 이어 나갔습니다. 자료집, 공용 짐 이동, 비자, 외국인 참가자 접수 등 여러 가지 준비 사항들을 점검한 후 밤 9시에 회의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새벽 4시에 일어나자마자 서울로 이동한 후 오전에는 온라인으로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하고, 오후에는 인도 JTS 활동가들과 온라인 간담회를 하고, 저녁에는 정토사회문화회관 지하 대강당에서 400여 명의 청중이 참석한 가운데 오프라인으로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달 16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즉문즉설 내용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작년에 고등학생 아들이 토론토에 유학을 왔고, 1년 뒤인 올해에 제가 어렵사리 회사를 휴직하고 아들과 같이 살고 있습니다. 아들은 휴일이나 시간이 날 때 밖에 나가지 않고 항상 집에만 있습니다. 친구를 사귀지 않아서 제가 왜 그러냐 물었더니, 항상 끝이 안 좋아서 친구를 안 사귀고 싶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모든 관계에는 좋을 때와 나쁠 때가 있으니까 그런 시기를 잘 지내면 친구 관계도 좋아질 것이라고 얘기를 해주지만 제 얘기는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원래 내년에 고등학교 과정이 끝나는데 일찍 끝내고 한국 가서 공사장에서 일하겠다고 합니다.
제가 지금 아이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밥 차려주고 기도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부모들 눈에는 자식이 부족해 보인다고 하는데, 그냥 제 눈에만 아이가 부족해 보이는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봐야 할까요?”
“아이에게 너무 많은 기대와 요구를 하면 실망도 클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가 일상적인 인간관계를 맺지 못할 때는 우선 적극적이거나 소극적이거나 하는 인간의 성향 차이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정도가 지나치게 소극적이거나 지나치게 적극적이면 비정상으로 분류가 됩니다. 의학적으로 봤을 때 통계적으로 95%의 안에 들어오면 정상이라고 말하고, 95%의 바깥으로 벗어나면 비정상이라고 말하는 거죠.
그래서 정상인 중에도 각각의 성향을 감정적인 측면부터 이성적인 측면까지 분류해서 몇 가지 유형의 성격으로 심리학자들이 분석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분류는 모두 95%의 안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이고, 95%의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환자로 취급을 하게 됩니다. 즉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95%의 바깥에 있는 사람들 중에는 환자도 있지만 모두가 존경하는 성인도 있을 수 있어요. 예수님과 부처님 같은 성인도 95%의 바깥에 속하는 사람입니다. 천재도 95%의 바깥에 있습니다.
사람들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성향이 조금씩 다릅니다. 질문자도 아들의 행동이 정상적인 범위에 있는 사람들의 한 성향인지를 가만히 살펴보세요. 만약 우리 아들이 성향이 보통 아이들이 갖는 여러 성향 중 어느 한 성향에 들어가는 것이라면 그 성향을 인정해야 됩니다. 그걸 바꾸려고 하면 안 돼요. 그런데 정상인의 범주인 95%의 바깥에 나가 있다면, 가령 두문불출한다든지, 게임만 한다든지, 그런 정도라면 환자로 분류해야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이가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다리가 부러지거나 팔이 부러지면 육신을 치료해 주듯이 정신적으로도 치료를 해줘야 합니다.
그러면 아이가 왜 병이 났을까요? 첫째, 대부분은 엄마의 영향을 받아서 정신이 좀 약해진 경우가 많습니다. 엄마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병이 나는 것은 아니에요. 사춘기 때 친구하고 싸운다든지 어떤 계기를 통해서 병이 나거나, 아니면 여기 이민을 와서 언어가 안 되다 보니까 병이 나거나, 아니면 성적이 원하는 만큼 안 나와서 좌절감을 느끼거나, 이런 일들이 겹치면서 원래의 약한 성향과 결합되어 병이 나는 것입니다. 반면에 원래부터 정신적으로 건강하면 아무리 실패를 해도 병이 안 납니다. 또한 원래부터 정신적으로 약했다 하더라도 환경에 큰 변화가 없으면 병이 안 납니다. 그러나 그 둘이 겹치면 발병을 하게 됩니다.
질문자의 아들은 제가 보기에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95%의 경계 지점에 있지 않은가 싶어요. 그러니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서 검진을 일단 받아보면 좋겠습니다. 의사가 아이의 성향이 정상 범위를 벗어나 있다고 판정하면 인정을 해야 합니다. 그럴 때는 치료를 하는 것이 좋아요. 치료에는 약물 치료가 있고, 상담 치료가 있습니다. 적절한 치료를 병행해서 정상 범위 안에 들어올 수 있도록 도와주되, 그러나 약간 소극적인 성향이 있는 것은 인정을 해줘야 합니다.
사람마다 친구를 다방면으로 많이 사귀는 성향을 가진 사람이 있고, 몇 명만 사귀는 성향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성향을 남들과 똑같이 만들려고 하면 안 됩니다. 집 밖으로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늘 가족과 집만 찾는 사람도 있어요. 결혼을 하면 회사 끝나고 곧바로 집에만 오는 남자가 있고, 온 천지를 돌아다니면서 맨날 밤 12시가 되어야 들어오는 남자가 있습니다.
맨날 밤 12시에 들어오는 남편하고 사는 아내는 집에 일찍 들어오는 남편을 부러워하고, 반대로 땡 하면 곧바로 집에 들어오는 남편하고 사는 아내는 ‘남자가 친구도 없냐?’ 하면서 너무 일찍 들어온다고 답답해합니다. 왜냐하면 남편이 가끔 집에 늦게 들어와야 나도 돌아다닐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너무 아내와 가족밖에 모르는 것도 좋은 게 아니에요. 물론 너무 밖으로 돌아다니는 것도 문제이지만요. 항상 지나친 것이 문제입니다.
사람의 성향에는 여러 종류가 있기 때문에 ‘우리 아들은 이런 성향을 가지고 있구나’ 하면서 그 성향을 인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정상 범위를 벗어난 경우에는 약간의 치료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학교를 안 다니겠다고 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경우이지만, 그중에는 창조적인 개척자도 있을 수 있습니다. 계속 암기하고 시험 치는 획일적인 학교 교육이 본인의 기질과 맞지 않는 것이라면 그 사람은 창조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런 경우는 정신 질환자가 아니에요. 그래서 엄마는 우리 아이가 학교 시스템과 맞지 않는 것인지 적응이 어려운 환자인지 대화를 해봐야 합니다.
‘너는 무엇을 원하니?’
‘저는 노동을 해보고 싶습니다.’
‘그럼 한번 해봐라.’
이렇게 대화를 해서 아이의 특성을 열어줘야 합니다. 특별한 성향에 속하는 것은 인정을 해줘야 하고, 정신 질환에 속하는 것은 치료를 해줘야 합니다. 그러니 우선 병원에 데려가서 체크를 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엄마는 아이에 대해서 연구를 해야 합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된다고 무조건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아이의 특성이 어떠한지 체크하고, 내가 잘 모른다면 전문가한테 물어서 공부도 좀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한국에 가서 막노동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엄마가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에 대한 반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엄마가 아이를 공부시키려고 외국까지 데려왔다는 것 자체가 이미 집착이잖아요. 아이는 엄마의 약점이 자신의 공부이니까 본인이 공부를 안 한다고 해야 엄마가 자신한테 살살 빌 것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래서 아이의 말은 협박일 수가 있습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아이가 막노동을 하는 것이 어쩌면 아이의 치료에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대학 가는 것을 연기해 놓고 오히려 막노동을 하면서 정신적인 어려움을 극복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아이에게는 좋을 수가 있어요.
그러니 우선 병원에서 검진을 먼저 받아보고, 검진 결과 큰 문제가 없다면 아이가 한국으로 돌아가서 막노동을 하겠다고 하는 것이 진심인지 확인해 봐야 합니다. 단순히 엄마를 협박하려고 하는 말일 수가 있으니까요. 만약 아이가 정말로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한다면, 기꺼이 수용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엄마를 협박하는 말이라면, 그냥 협박을 당해주면 됩니다. 무서워하는 척하면서 ‘그래도 공부는 해야지’, ‘너 좋은 대로 해라’ 하면서 조용히 아이의 공부를 도와주는 것이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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