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10.3 두북 수련원으로 이동, 농사일 시작
“결혼하고 싶은데 이상형을 만나기가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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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두북으로 이동해 밭을 둘러보고 울력을 했습니다.

새벽 4시 30분에 서울 정토회관을 출발해 두북 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흔들리는 차 위에서 단잠에 든 동안 해가 떴습니다.


8시 30분에 두북수련원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 행자님들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스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스님과 행자님들은 법당으로 갔습니다. 스님이 법당을 참배하고 나자 행자님들이 스님에게 삼배를 드렸습니다. 인사를 드리고 화광법사님이 들국화로 만든 꽃다발을 안겨드렸습니다.


불단에 꽃을 올려두고 잠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다들 잘 지냈어요?”

“네.”

“여름에 갔는데 완전 가을이 됐네요. 밤이 떨어질 때가 됐는데, 밤나무 아래에 가봤어요?”

“이미 많이 떨어졌어요.”

“밭을 한 번 둘러봅시다.”

“스님, 좀 쉬셔야죠.”

“한 달 넘게 일을 안 하고 쉬었는데요. (웃음) 그럼 문수팀 행자님들 사시예불 끝나면 같이 밭에 가봅시다.”

사시예불이 끝나자 곧바로 작업복을 갈아입고 산 밑 밭으로 가보았습니다.


“출국하기 전에 오이를 심어 뒀는데, 오이가 잘 크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산 밑 밭에 들어서니 먼저 쑥쑥 자란 무와 배추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봄에 심은 가지에는 여전히 열매가 많이 달려 있었습니다. 새로 심은 오이는 여름만큼 열매가 주렁주렁 달리지는 않았지만, 오이가 몇 개 자라고 있었습니다.


울타리에는 풀이 무성하게 뒤덮여있었습니다. 울타리를 휘감은 풀을 어느 정도 베고 들깨밭으로 가보았습니다.

출국하기 전에 스님과 문수팀 행자님들은 이 들깨밭에 난 풀을 열심히 뽑아뒀습니다. 늘 풀에 밀리던 여린 들깨들이 어느새 허리까지 자라있었습니다. 깨도 맺혀있었습니다.

“늘 풀밭이라 들깨밭이 될까 했더니 그래도 들깨밭이 됐네요.” (웃음)


아래쪽에는 배추와 무가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들깨밭을 나와 산 위 밭으로 올라갔습니다.

산 위 밭도 출국 전에 예초기로 풀을 싹 베 두고 갔지만 다시 풀이 무성해져 있었습니다.

“내일 예초기로 풀을 싹 베야겠어요. ”

밭을 둘러보고 과수원으로 올라가 둘러본 후 산길을 내려오며 밤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살펴보았습니다.




“밤이 별로 없네요. 사람들이 밤을 주워갔으면 빈 밤송이라도 많아야 하는데, 밤송이도 별로 없네요.”

“올해 전국적으로 밤이 별로 안 달렸다고 합니다.”

그래도 떨어진 밤을 모으니 꽤 많은 양이 모였습니다.


“이제 내려갑시다.”

밭을 내려와 제피 열매를 수확했습니다.

“열매가 빨갛게 익어서 빨리 따야 해요. 다 함께 제피 열매를 땁시다.”

한 나무에 스님과 문수팀 행자님 네 명이 모두 붙어 열매를 수확했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어 작업을 멈추고 나머지는 오후에 하기로 하였습니다.




점심식사를 하고 오후에는 제피 수확을 마저 하고, 수확한 제피를 다듬어 넓은 체에 펼쳐 말려두었습니다. 그리고 화단을 정리했습니다.

국화는 꽃망울을 머금고 있었습니다. 무성하게 자란 풀을 뽑고, 덩굴을 제거하였습니다. 한동안 손이 가지 않은 정원은 풀과 덩굴로 뒤엉켜 있었는데 말끔히 정리가 되었습니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산 위 밭의 예초는 내일 하기로 하고 작업을 끝냈습니다.

저녁에는 밀려있던 업무를 처리하고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아침에 산 위 밭에 예초를 하고, 주간반 회원들을 위한 수행법회 생방송을 한 후, 오후에는 부산 중생사로 가서 도문 큰스님께 인사를 드리고, 저녁에는 저녁반 회원들을 위한 수행법회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달 14일에 미국 댈러스에서 열린 즉문즉설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결혼하고 싶은데 이상형을 만나기가 어려워요

“저는 미국에서 MBA를 끝내고 텍사스로 이사를 와서 새로운 직장에 다니고 있습니다. 제가 만 34살인데 이제 직업과 회사가 안정적이 되어서 가정을 꾸려볼 준비를 해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나이 또래의 사람들에게 이상형을 물어보면 다들 몇 평짜리 집이 있어야 하고, 어느 정도의 차를 가지고 다녀야 하는 식으로 얘기를 합니다. 저는 스님의 가르침을 체득해서 저에게 진짜 필요한 이상형의 조건들을 세웠습니다. 그런 후 열심히 데이트를 해봤는데 생각보다 제 이상형에 부합하는 사람을 만나기가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수립했던 이상형의 조건 자체가 잘못됐는지, 아니면 제 자신이 문제인 것인지 고민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잠도 못 이루고 있는 지경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냥 혼자 사세요.”

“혼자 살고 싶진 않습니다.”

“질문자가 생각하는 이상형의 조건이 무엇인지 한번 들어봅시다.”

“첫 번째 조건은 저의 커리어 발전을 지지해주는 분입니다. 두 번째 조건은 운동과 식단 관리를 꾸준히 하는 분입니다. 세 번째 조건은 저와 비슷한 연봉을 가진 분입니다. 전 남자친구들이 금전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헤어졌습니다. 그래서 미래에 문제가 없기 위해서는 저와 비슷한 연봉을 가진 분을 원합니다. 네 번째 조건은 키가 173cm 이상인 분입니다. 다섯 번째 조건은 제가 커리어 발전에 도움되는 일을 할 때 함께 하거나 최소한 간섭하지 않는 성격을 가진 분입니다.”

“다섯 가지 조건을 소박한 요구라고 생각합니까?”

“저는 소박하다고 생각합니다.”

“소박한 요구라고 하지만, 문제는 그런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80억 인구 중에 남자가 40억이잖습니까. 40억 남자 중에 그 다섯 가지 조건을 딱 집어넣어서 검색하면 그에 맞는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처음부터 혼자 살라고 말씀드린 겁니다.”

“제가 정말로 결혼을 하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되나요?”

“정말로 결혼을 하고 싶으면 요구 조건이 없어야 돼요. 첫째, ‘남자면 아무나 괜찮다’ 하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면 40억이 다 대상이 되죠. 그런데 질문자가 지금 34살이라고 하니까 위로 스무 살, 아래로 스무 살까지만 범위를 좁히면...”

“아래로 스무 살은 범죄인 것 같습니다.”

“좋아요. 그럼 미국에서는 18세부터 성인이니까 아래로는 18살까지로 하고, 대신에 위로는 60살까지로 더 높입시다. 18세 이하와 60세 이상을 빼면 절반 이상이 없어집니다. 그러면 20억이 남게 됩니다. 거기다가 키가 173cm 이상이어야 한다고 했는데, 160cm 정도로 낮추어야 돼요. 그러면 아마 30퍼센트는 없어질 거예요. 그럼 15억이 남습니다. 이렇게 계산을 하면 대상자를 찾기가 비교적 쉽습니다.

여기에서 결혼한 사람은 안 된다고 조건을 붙이면 숫자가 완전히 팍 줄어버려요. 그래서 결혼을 하고 싶으면, 첫째, ‘남자면 됐다’ 하는 정도로 기준을 낮춰야 하고, 둘째, 나이는 아래로 스무 살, 위로 스무 살까지 가능하다고 범위를 넓혀야 하고, 셋째, 결혼을 했든 안 했든 상관하지 않아야 합니다. 넷째, 신체 조건은 ‘눈만 보이면 된다’ 이렇게 조건을 정해야 주위에서 한두 명이라도 대상자가 될 수 있습니다. 질문자처럼 요구 조건이 많으면, 전 세계에 한두 명도 없는데 이곳 댈러스에서 어떻게 찾겠습니까?

지금 질문자가 이야기한 요구 조건은 평범한 요구 조건이 아니에요. 어떤 사람이 ‘스님, 저는 결혼상대를 아주 평범하게 생각합니다’ 하고 말하면 제가 묻습니다.

‘나이는 스무 살 더 많아도 됩니까?’

‘아니요. 나이는 두세 살 차이가 나야 됩니다.’

‘키는 150 이하라도 됩니까?’

‘아니요 170은 되어야죠.’

이렇게 두세 가지만 물어보고 검색을 딱 해보면 그런 사람은 없다고 나옵니다. 그래서 질문자가 말한 요구 조건은 턱도 없는 소리입니다. 혼자 살 팔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웃음)

질문자가 원하는 요구조건은 직원을 채용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조건입니다. 한 남자의 부인으로서 내걸 요구조건이 아니에요. 그렇기 때문에 결혼을 할 남자가 안 생기는 겁니다. 나에게 그런 남자가 안 다가올 뿐만 아니라 내가 그런 남자를 찾아도 그 남자는 질문자와의 결혼을 거절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는 결혼을 전략적 파트너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여기 남자 방청객들이 몇 십 명이 앉아 있는데, 이런 여자분을 일찍 만났으면 부인으로 삼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손을 한번 들어 보세요.”

“아무도 없네요.”

“그래요. 아무도 없어요. 친구를 사귀거나 혹은 직원을 채용하거나, 사업 파트너를 구할 경우에는 그런 요구조건에 해당하는 사람을 찾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결혼을 할 때는 질문자가 파트너십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상대를 만났다 하더라도 상대는 그런 결혼을 별로 원하지 않습니다. 모르죠. 그런 사람이 혹시 있을는지...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정말 특이한 사람일 겁니다. 그래서 이곳 댈러스에는 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 스님께서 생각하시는 가장 이상적인 결혼 생활은 어떤 건가요?”

“이상적인 결혼 생활이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이미 결혼은 불가능합니다. 결혼은 현실입니다. 이상적인 것이 아닙니다. 밥을 내가 한 번 하면 상대도 한 번 할 수 있는지, 방청소를 역할분담해서 할 수 있는지, 한 번 사용했던 수건을 또 사용할 것인지 세탁할 것인지, 서로 의견 일치를 볼 수 있는 사람인지, 이런 것을 따지는 게 결혼 생활입니다. 부부가 되면 아주 사소한 일상생활의 단면들을 가지고 싸우지, 무슨 큰 이상을 가지고 싸우는 게 아니에요. 경력과 커리어를 갖고 싸우는 것도 아닙니다. 결혼이란 동거 생활과 같아요.

학교 다닐 때 자취를 해보신 분들은 잘 아실 겁니다. 룸메이트를 구할 때는 룸메이트가 부잣집 딸인지 아닌지, 예쁜지 아닌지, 그가 가진 배경은 별로 상관하지 않습니다. 룸메이트는 함께 생활하면서 서로 약속한 것을 지키느냐 안 지키느냐가 관건입니다. 외모, 학벌, 지위, 경제력, 이런 기준을 갖고 상대를 고르게 되면 사는 내내 갈등이 생기고 실망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남자들은 질문자처럼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여자들을 경계합니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어떤 목적의식을 가지고 접근하면 기분이 나쁘지요. 반대로 질문자도 어떤 남자가 질문자에게 어떤 의도를 가지고 접근한다면 기분이 좋겠어요?”

“엄청 나쁩니다.”

“그런데 본인은 남자를 만날 때마다 ‘키는 170센티미터 이상은 되나?’, ‘사회생활 경력은 좋은가?’, ‘체력단련은 잘하고 있나?’ 하면서 기준을 정해 놓고 상대를 찾고 있잖아요. 그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닙니다. 결혼을 생각하지 않고 그냥 친구를 사귄다고 생각하면, 서로 연령 차이가 나도 괜찮고, 사회적 경력을 쌓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상대가 기혼자든 이혼자든 친구를 사귀는 데 무슨 문제가 됩니까?

그러다 보면 질문자는 상대에게 이성적인 호감이 가는데 상대는 나를 안 좋아할 수도 있겠지요. 상대가 나를 좋다고 해도 내가 상대를 이성적으로 안 좋아할 수도 있듯이 말이에요. 그런 경우에는 서로 연인이 될 수가 없습니다. 친구가 열 명 있어도 그중 단 한 명과도 연인으로 발전하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많은 친구를 사귀다 보면 서로 호감이 가는 경우가 가끔 있어요. 그런 경우에 연인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그렇게 연인으로 사귈 때는 나이가 20살 차이가 나도 상관이 없고, 서로 인종이 달라도 상관이 없고, 상대방이 이혼자라고 해도 크게 상관이 없어요.

그런데 연인과 결혼을 하려고 할 때는 사정이 달라집니다. 결혼을 하려면, 첫째, 서로의 생활습관이 비슷해야 해요. 둘째, 결혼은 두 사람만의 관계가 아닙니다. 사위가 될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며느리가 될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두 사람을 간섭을 하는 사람들이 생겨납니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전적으로 따르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수용을 해야 결혼 생활이 편안해집니다.

결혼을 하면 어쩔 수 없이 남편을 따라 시댁에도 가야 하고, 또 아내를 따라 장인 댁에도 가야 하고, 뿐만 아니라 각각의 형제들이 있어서 그들하고도 만나야 합니다. 거기에 서로 인종, 문화, 종교관, 가치관이 서로 다르면 어려움이 더 많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결혼이 나에게 과연 이익이 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합니다.

만약 그런 차이로 인해 갈등이 생기게 되면, 상대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고 하더라도 결혼을 포기하게 되거나, 결혼을 했다가도 헤어지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혼은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기 때문에 어떤 결혼이든 어려움이 뒤따르기 마련이에요. 누구와 결혼을 해도 이런 문제가 생기는데, 질문자는 처음부터 현실성 없는 조건을 붙여서 결혼 상대자를 구하니 혼자 사는 수밖에 없습니다. 결혼은 꿈도 꾸지 말고 그냥 혼자 사세요.”

“알겠습니다.”

“물론 살다 보면 재수 없이 조건에 맞는 상대를 만나서 결혼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관점은 제가 이야기한 대로 갖고 있어야 번뇌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지금처럼 그런 조건을 가진 상대를 찾아다니면 밤에 잠을 못 자는 일이 발생하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부터는 발 뻗고 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웃음)

전체댓글 60

0/200

김종근

감사합니다

2023-10-13 06:38:28

이명애

원하는 조건이 많을수록 괴로울수밖에 없다는
말씀 새깁니다
감사합니다 스님~♡

2023-10-09 07:15:34

묘명화

오늘도 스님의 말씀 알아차렸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10-08 17:3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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