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9.22. 해외순회강연(23) 메릴랜드(Maryland)
“스님은 무슨 재미로 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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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2023년 법륜 스님의 해외 순회강연 중 스물세 번째 강연이 미국 동부 워싱턴 D.C. 근교 위치한 메릴랜드(Maryland)에서 열리는 날입니다. 이번 해외순회강연 일정 중 마지막 강연입니다.

어제 버지니아에서 강연을 한 스님은 오늘부터 미주 정토회관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6시 30분에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한국 시간으로 저녁 7시 30분에 맞추다 보니 아침 일찍 생방송을 하게 되었습니다. 48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저는 지금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 에 와있습니다. 영상에서 보셨듯이 저는 유럽을 거쳐서 미국의 서부 지역, 남부 지역, 동부 지역, 중부 지역을 거쳐서, 어제 워싱턴 D.C. 에 이르렀습니다. 오늘은 메릴랜드에서 열리는 강연을 끝으로 23회의 해외순회강연을 모두 마치게 됩니다.

그리고 워싱턴 D.C. 에 일주일간 머물면서 미국 정부 관계자, 한반도 관련 전문가들을 만나서 어떻게 하면 한반도에 현재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인지 대화를 나눌 계획입니다.

지금 세계는 많은 갈등 속에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강대국 간의 갈등, 나토를 비롯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한반도를 둘러싼 남북 간의 갈등, 그리고 남한 안에서도 여당과 야당의 대립과 갈등이 날로 격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립과 갈등은 지난 20년 전보다는 최근에 와서 훨씬 심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어떻게 대립과 갈등을 화해와 협력으로 나아가게 할 것인지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보려고 합니다.

삶이란 우리에게 주어진 이런저런 어려움들을 하나하나 극복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를 원망하고 미워하고 욕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그들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는 것입니다. 그들을 이해하면서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최선이 안 되면 차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차선이 안 되면 최악을 피하기 위해서 차악의 방법이라도 찾아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어서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세 명과 대화를 나눈 후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아침 식사를 한 후 8시 30분부터는 국제연대팀을 비롯해 한국의 실무자들과 화상으로 회의를 했습니다. 10월에 베트남 불교 승단에서 정토회를 방문하는데 세부 일정을 어떻게 조정할지 의논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12시에는 워싱턴 D.C.로 이동해 미팅을 했습니다. 미국 정부에서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고 스님과 오랜 인연이 있는 제이콥 님의 가족과 점심 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그동안 안부를 주고받은 후 한반도 평화를 위해 어떤 방법을 찾으면 좋을지 대화를 한 후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헤어졌습니다.


미팅을 마치고 미국 맨스필드 재단으로 이동했습니다. 스님이 도착하자 맨스필드 재단의 프랭크 자누지(Frank Jannuzi) 대표님이 반갑게 스님을 환영해 주었습니다.

프랭크 자누지 대표님은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정책실장을 역임했으며, 오바마 미국 대통령 대선캠프의 한반도 정책 팀장을 맡기도 했고, 조셉 바이든, 존 케리 당시 상원 외교위원장들의 동아시아 내 안보, 정치, 경제, 인권 분야 자문을 담당하기도 했던 분입니다.

지난 4년 동안 만나지 못해서 그동안의 안부를 주고받은 후 한반도의 평화를 주제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곧바로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후 왜 북미 관계와 한반도 문제가 아무런 진척이 없어요?”

“I am also frustrated because there is no progress. The Biden administration is currently only seeking dialogue on dismantling North Korea's nuclear program. We need to broaden our horizons.”
(저도 진척이 없어서 답답합니다. 바이든 정부는 현재 북한 핵 폐기에 대해서만 대화를 하려고 합니다. 시야를 더 넓힐 필요가 있습니다.)

“진척시킬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해요. 당신이 담당 책임자가 되면 됩니다. 당신처럼 이 문제에 대한 전문가가 책임을 맡아야 해결이 될 거예요.” (웃음)

가볍게 웃으며 대화를 나눈 후 스님은 어떻게 하면 북한의 핵무기 확산을 멈출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한반도와 동아시아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저는 미국의 입장에서 북한 문제가 아주 소소한 문제에 불과하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고 미국과 중국이 갈등하는 상황에서 북한을 우선 과제로 다루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지만 바이든 정부는 현재 북한 문제를 너무 하위에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에는 2,500만 명의 주민이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매우 고통스럽게 살고 있습니다. 대기근 이후 벌써 30년이나 되었습니다. 한반도에 긴장을 조금이라도 완화하지 않으면 그들의 고통을 덜어 줄 방법이 없습니다. 저는 사람을 먼저 생각한다는 미국의 가치가 매우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입장에서 우리는 북한 주민의 고통을 덜어 줄 수 있는 길을 함께 모색해야 합니다.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요?

첫째, 미국은 북한의 지도자를 나쁘게 생각하면서 북한 주민들까지 외면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것이 바람직한 태도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둘째, 한반도와 동아시아에 현재 가장 큰 위험이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북한의 대량살상 무기가 아무런 제재 없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핵물질도 증산되고 있고, 실제로 전쟁에 사용할 수 있는 핵 소형화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장거리 미사일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으며, 마지막 단계인 핵 추진 잠수함까지 개발하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을 계속 방치해도 되느냐는 겁니다. 미국은 현재 이 상황을 계속 방치하고 있으며 오히려 한미일 군사 협력의 강화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미국이 북한의 핵 확산을 빠른 시일 내에 동결시키는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북한에 무엇을 제공하면 북한이 핵개발을 멈출까요? 과거에는 북미 관계 정상화가 핵 폐기의 마지막 단계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다른 어떤 것으로도 북한을 움직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미국과 러시아가 대립하고,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고 있는 지금 상황은 북한에 뒷배가 생긴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래서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매달릴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미국과 관계를 풀지 않더라도 그들이 존립하는데 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북한은 지금 미국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므로 북한의 핵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이제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려면 좀 더 큰 제안을 해야 합니다. 미국이 북한에게 핵 동결의 조건으로 북미 관계 정상화를 제안해야 합니다. 이것은 양국 모두에게 크게 손해 볼 일이 없습니다. 미국은 대화만 하면 되니까 비용이 발생하지 않고요. 북한은 어떤 식으로도 핵무기가 자국 내에 있어서 크게 걱정할 일이 없습니다. 일단 핵 동결을 시켜야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핵 동결을 하면 북미 관계를 정상화하겠다가 아니라 북미 관계를 정상화하겠으니 핵 동결을 하라고 하는 방식으로 나가야 합니다.

북한은 지금 어쩔 수 없이 러시아와 중국에 의지하고 있지만 북한의 주체사상 입장에서 보면 모순이 있습니다. 이 점을 이용해야 합니다. 미국과 일본은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하면서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막아야 하고요. 이렇게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해 나가야 합니다.

예전에는 북한이 강경하게 나와도 한국 정부가 적절히 대응했는데, 지금은 한국 정부도 강경하게 대응하는 상황입니다. 과거에 북한이 강경하게 나올 때는 러시아와 중국이 말렸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강대국 간의 대립으로 북한을 방치하는 위험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러시아의 현재 태도로 봐서는 오히려 북한 핵개발에 기술 지원을 할 위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어느 때보다 전쟁의 위험이 크다고 봅니다.

이런 문제들을 고려해서 미국 정부가 좀 더 큰 그림을 그려봤으면 좋겠습니다. 미국 정부가 지금 나서기 어렵다면 일본 정부가 나서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일본은 6자 회담에서 사실상 제 역할을 못 했습니다. 지금은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입니다. 일본과 북한은 아직 물 밑 대화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북한과 러시아의 연대는 일본의 안보에 큰 위협이 됩니다. 그래서 미국이 어렵다면 일본이라도 먼저 나서는 그림을 그려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이 대화의 물꼬를 터주면 한반도의 긴장 완화는 충분히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프랭크 자누지 님은 제가 아는 미국인 중에서 바이든 정부에 제일 가까운 사람입니다. 그래서 제가 이렇게 찾아온 겁니다.” (웃음)

“I am grateful because I always learn a lot from you. Even in difficult situations, you do not give up and continue to pursue justice. I am always moved by that. However, even if the United States proposes normalization of North Korea-US relations to North Korea, it is highly likely that North Korea will not accept it.”
(스님을 만나면 항상 많은 것을 배우게 되어서 감사히 생각합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스님께서는 체념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와 정의를 추구하고 계십니다. 그 모습에 저는 항상 감동을 받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북미 관계 정상화라는 제안을 해도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습니다. 북한 핵 문제는 풀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핵 확산을 방치한다면 위험이 점점 더 높아지게 됩니다. 지금까지는 시간을 끌면 끌수록 상황이 미국에 유리하고 북한에게 불리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으로 계속 연기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세계의 변화는 현재 북한에 유리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이 현재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되는 이유

방금 프랭크 자누지 님이 말씀하신 대로 미국이 북미 관계 정상화라는 제안을 해도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북한은 지금 아쉬울 게 없습니다. 대량살상 무기를 현재 마음껏 만들어도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도 약점은 있습니다. 만약 우크라이나 전쟁이 빨리 끝난다면 러시아는 더 이상 북한의 도움이 필요 없게 됩니다. 러시아는 지금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포탄이 부족해서 북한을 끌어들이고 그에 대한 대가로 군사기술을 제공할 위험이 있습니다. 만약 이 전쟁이 앞으로 2년간 더 지속된다면 북한이 요구하는 군사기술을 대부분 전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미국이 신속하게 북한과의 협상에 나서서 핵 동결을 이뤄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미국이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를 차단할 수 있으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유리해집니다. 북한이 러시아에 군대를 파견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노동자를 파견할 가능성은 매우 높습니다. 결국 러시아 사람들이 군에 입대하고 그 빈자리를 북한 노동자들이 채울 가능성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결국 군대를 파견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는 시기를 놓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가 점점 커질 것입니다. 제가 제안하는 것은 미국에 불리하지 않습니다. 대중국 전략에도 유리합니다. 일본의 안보정책에도 유리하고요. 한국에서 정권이 바뀌더라도 한미일 협력관계가 유지되고 안정화되는 데에 유리합니다. 이렇게 좋은 제안을 방치한다면 올바른 안보 전략이 아니라고 봅니다.

프랭크 자누지 님이 정책 담당자가 되거나, 아니면 정책 담당자를 만나 설득시켜 주셔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지 벌써 30년이 다 되어갑니다.” (웃음)

“Yes, I know. I'm trying too. I'm sorry it didn't work out. It should have been resolved by now...”
(예, 알아요. 저도 노력하고 있어요. 성과가 나지 않아서 죄송합니다. 지금쯤은 해결했어야 하는데...)

“미국은 북한 주민을 아낀다고 하면서도 북한 주민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무리 북한 정권을 나쁘게 보더라도 우리는 그 밑에 있는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덜어 주어야 합니다. 지금 북한 주민들은 식량과 약품이 부족해서 고통스럽게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지원할 의향도 있고 능력도 있지만 지원할 방법이 막혀 있습니다. 북미 간 대화가 되어야 어떤 것이라도 해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For the first nine years, I also played the role of an analytical scholar. Analysis was conducted even when all U.S. policies toward North Korea failed. I think I was exhausted after that too.”
(저 역시 처음 9년 동안은 분석하는 학자의 역할을 했습니다. 모든 미국의 대북 정책이 실패한 시절에도 분석을 했습니다. 그 후 저도 지쳤던 것 같습니다.)

“북한을 나쁘다고 욕만 하지 말고, 그런 북한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연구해야 합니다. 분석가가 되지 말고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되어야죠.” (웃음)

스님의 적극적인 제안과 설득에 프랭크 자누지 님도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 보겠다고 약속을 해주었습니다. 스님도 감사의 마음을 담아 한국에서 가져온 풍경과 책을 선물했습니다.


맨스필드 재단을 나와 강연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오늘 강연이 열리는 곳은 메릴랜드주 락빌(Rockville)에 위치한 워싱턴 유대인 커뮤니티 센터(Bender Jewish Community Center of Greater Washington)입니다.

강연장에 도착하여 봉사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저녁 6시부터 강연장을 찾아온 손님들과 미팅을 했습니다.


먼저 채스넛 패밀리 재단(The Chestnut Family Foundation)에서 스님을 찾아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아내인 테레사(Teresa) 님은 전직 소아과 간호사였고 항상 어린이의 삶을 개선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남편인 벤(Ben) 님은 애틀랜타에 본사를 둔 글로벌 소프트웨어 회사의 CEO입니다. 두 분은 매년 전 세계의 가난한 어린이들을 돕고 있는데요. 최근 JTS America를 통해 시리아 지진 피해 지역 학교 건축을 위해 90만 불을 기부해 주었습니다. 먼저 스님이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어려운 사람 돕는 일에 지원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조금 더 큰 규모로 저희들이 지원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희도 조그맣게 이 일을 시작했는데 오히려 스님이 하시는 일을 도울 수 있게 되어서 너무 영광입니다. JTS 멤버들이 현장에서 고생을 많이 해주시고, 저희는 너무 쉽게 일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복을 많이 짓게 해 주셔서 저희가 감사드립니다.”

스님은 시리아 지진 피해 지역을 직접 답사했던 이야기를 들려주며 시리아에서 학교 건축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사진으로 직접 보여주었습니다.

“지원해 주신 돈을 정말 필요한 곳에 잘 쓰겠습니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다음 미팅을 이어 나갔습니다. 6시 40분에는 김현숙 교수님이 스님을 찾아왔습니다. 교수님은 얼마 전 스님이 부탄에서 지속가능한 개발의 모델을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이 부탄에서 활동한 경험을 살려 좋은 아이디어를 제공해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개발의 모델이 무엇인지 자세하게 설명해 주자 교수님은 무척 흡족해하며 대답했습니다.

“너무 좋은 취지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스님의 계획을 실현하는 데에 제가 작은 기여라도 하고 싶습니다.”

“네, 도움이 많이 필요합니다. 연락을 드릴게요.”

강연을 시작할 시간이 되어서 충분한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강연장으로 향했습니다.


스님이 그동안 미국을 순회하며 영어 통역으로 강연을 했던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본 후 7시 정각에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큰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 오른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스스로 좋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살아갑니다. 그런데 괴로움이 생깁니다. 예를 들면, 결혼할 때는 축하를 받았지만 결혼 생활을 괴로워합니다. 취직이 되었을 때는 좋아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힘들어합니다. 가게를 열어서 아주 기뻐하다가도 운영을 하면서 괴로워합니다. 모순이지 않습니까? 과연 우리는 괴로움 없이 살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 2600년 전에 고타마 붓다는 ‘인간은 괴로움 없이 살 수 있다’ 하고 말했습니다. 그는 왕자로 태어났지만, 왕위를 버리고 아주 검소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나 왕자일 때보다 더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도 그렇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안내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다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오늘 대화의 주제는 ‘어떤 상황에도 괴로움이 없이 살 수 있을까?’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주제에 대해서도 질문할 수 있고, 각자 의견을 내도 좋습니다. 시작해 보겠습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두 시간 동안 10명이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질문을 하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아내가 스님의 팬이라고 소개하면서 스님은 금욕 생활을 하시는데 무슨 재미로 인생을 사는지 질문했습니다.

스님은 삼겹살도 안 먹고 무슨 재미로 사시나요?

“Hi, my wife is a big fan of yours. She listens to your lectures, and when she shares with me, I find I almost always agree with your analysis of the human situation. My question for you, what in life is fun for you? Considering, as I know, monks, no sex, no drinking, no smoking, no gambling, simple diet, no samgyupsal, and according to my wife, not really interested in art, music, sports, or games. So what is fun in life?”
(안녕하세요. 저의 아내가 스님의 왕팬입니다. 부인이 스님의 법문을 듣고 저한테 얘기를 해 주면, 인간 문제에 대한 스님의 분석이 제 생각이랑 항상 일치하는 것을 느낍니다. 스님께 드리는 제 질문은, 스님에게는 인생의 재미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스님이니까 섹스도, 술도, 담배도, 도박도 안 하시고, 간단한 음식만 드시고, 삼겹살도 안 드시고요. (웃음) 아내의 말에 따르면 스님은 예술이나 음악, 운동, 게임에도 별로 관심이 없으시다고 하던데, 스님은 무슨 재미로 사시나요?”

“특별히 재미있는 건 없습니다. 꼭 재미가 있어야 합니까?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저에게는 재미없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Because otherwise life is just work. You work and work and work. You have to have fun.”
(안 그러면 인생이 전부 일이잖아요. 스님은 일 하고, 일 하고, 또 일만 하는 것 같습니다. 스님도 뭔가를 즐기셔야죠.)

“재미없다고 할 만한 것이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뭐든지 주어지면 합니다. 왜냐하면 특별히 재미없는 게 없으니까요. 또한 특별히 재미있는 것도 없습니다. 아무것도 안 해도 됩니다. 그래서 큰 문제가 없어요.

담배 피우는 사람은 ‘담배 안 피우고 무슨 재미로 사냐?’ 이렇게 생각합니다. 술 먹는 사람은 ‘술 안 먹고 무슨 재미로 사냐?’ 이렇게 말합니다. 또 운동하는 사람들은 ‘운동 안 하면 무슨 재미로 사냐?’ 이렇게 말합니다. 그런데 동물들은 그런 것을 안 하고도 잘 삽니다.

전부 습관입니다. 습관이 되면 그것을 해야 합니다. 하지 않으면 지루하거나 고통이 따릅니다. 이것을 ‘카르마’라고 말합니다. 각각의 카르마에 따라서 각각의 재미를 갖고 살아가는 겁니다. 그리고 그에 따르는 고통을 겪습니다. 그러나 카르마로부터 자유로워지면 특별히 재미있는 것도 없고 특별히 괴로울 일도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을 안 해도 이 세상에 할 일은 많습니다. 한번 시도해 보세요. 지금 질문자가 말하는 그 모든 것을 안 해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You've made comparison animals for a few times. Are we just animals? Are we the same as animals?”
(동물과의 비교를 몇 차례 하셨는데, 우리도 그냥 동물인가요? 우리는 동물과 같은 건가요?)

“사람이 동물보다 못한 것도 있고, 동물보다 조금 나은 부분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새는 집을 짓고 삽니다. 그러다가 이듬해에 새로운 집을 짓습니다. 그러면 예전에 살던 집에 누가 와서 살든지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람은 자기가 새집에 살아도 예전에 살던 집의 문을 닫아놓고 집이 없어 길거리에 누워있는 사람을 들어가지 못하게 합니다. 그래서 동물보다 못한 겁니다. 또한 새는 집을 짓고 사는데 다른 새가 와서 집이 없다고 같이 살자고 하면 절대로 동의하지 않습니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도망가는 경우는 있지만 양보는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자기 집에 집이 없는 사람을 재워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동물을 기준으로 해서 그것보다 더 낮은 단계에 있으면 ‘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보다 조금 높은 쪽으로 나아가면 ‘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최소한 동물보다 나쁜 짓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더 좋은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나쁜 것은 아닙니다. 나쁜 행동은 멈추어야 하지만, 좋은 행동은 선택입니다. 좋은 행동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됩니다. 좋은 행동을 하게 되면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받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동물보다 나쁜 행위가 상당히 합리화되어 있습니다. 나쁜 행위에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습니다. 그래서 동물보다 더 괴롭게 살아갑니다. 우리는 돼지에게 욕심이 많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돼지는 배가 부르면 다른 동물이 와서 음식을 먹어도 관여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람은 그렇지 않습니다. 자기 음식을 쌓아놓고도 다른 사람이 배고파서 굶어 죽는데 나눠주지 않습니다. 동물계에는 이런 일이 없습니다. 이런 행위는 비생태적이고 비자연적인 것입니다. 이런 행위를 욕심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욕심이 고통을 가져옵니다.

그런데 또 사람은 그렇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나도 배고프지만 더 배고픈 사람을 위해서 음식을 나누어 주기도 합니다. 동물계에는 이런 일이 없습니다. 이렇게 선과 악은 생물학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입니다.

우리의 정신작용은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도 있습니다. 우리들이 괴로워하고 스트레스받는 것은 대부분 정신작용의 부정적인 측면입니다. 부정적인 측면을 줄이고 긍정적인 측면을 늘리자는 것이 수행입니다.”

“Oaky! I like that. Thank you!”
(오케이!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 저는 마약 중독자를 돕는 봉사를 하고 있는데요. 제가 돕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내팽겨 칠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저는 가톨릭 신앙을 갖고 있지만 피임을 지지합니다. 의사로서 피임을 권하기도 합니다. 제가 가톨릭 신앙과 맞지 않는 생각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 심플한 삶을 찾아 구직을 하고 있는데 불안합니다. 저는 복잡한 삶이 싫습니다. 제가 너무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요?

  • 인생의 의미를 찾고 있지만 일상생활에 쉽게 묻혀 버립니다. 어떻게 하면 인생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요?

  •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에게 하라는 것을 제가 실천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할까요?

  • 가족이 죽었는데 사후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가족이 저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 개가 산책 중에 실수로 도망가서 찾고 있습니다. 너무 걱정되는 마음을 다스리기 힘듭니다. 개에게도 주인과 연결되는 운명이라는 것이 있을까요?

  • 사람들끼리 서로 아끼지 않고 냉소적인 모습을 보면 힘이 듭니다.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대화를 다 마치고 나서 마지막으로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대화가 재미있었습니까?”

“Yes.”

“인생을 너무 높게 평가하지 마십시오. 인간은 그렇게 특별히 귀한 존재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나쁜 존재도 아닙니다. 자연계 생명의 한 부분일 뿐입니다. 지금 이 시대에 지구 생명계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을 뿐입니다.

기후 위기가 심해지면 처음에는 작은 생명들이 죽어갑니다. 그러나 생태계가 점점 파괴되기 시작하면 주류 생명이 멸종하게 됩니다. 지구 역사에서는 이런 일이 벌써 여러 번 일어났습니다. 매머드는 1억 년 전에 지구에서 멸종했습니다. 그것처럼 인류에게는 기후 변화가 인류의 존폐를 가름할 큰 위기입니다. 현재의 기후 변화는 단순히 자연적인 변화가 아닙니다. 우리가 더 잘 살기 위해 많이 생산하고 많이 소비함으로 인해 일어난 변화입니다. 이러한 소비주의는 마약 중독과 같습니다. 그래서 인류가 지구에서 지속가능한 생존을 영위하려면 담배를 끊고 마약을 끊듯이 소비주의를 극복해야 합니다. 적게 소비하며 검소하게 살고도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인류는 멸종하게 될 것입니다.

과소비를 부러워해서는 안 되는 이유

특히 미국에 사는 여러분들은 소비가 너무 심합니다. 여러분들은 자신이 얼마나 많이 소비하고 사는지 잘 모르시죠? 얼마나 쓰레기를 많이 배출하는지도 모르시죠? 제가 미국에서 화장실에 가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휴지를 한 장만 빼도 되는데 무심코 여러 장을 두룩 두룩 빼는 모습을 봅니다. 온 천지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햄버거 가게에서도 케첩 한 개만 가져와도 되는데 여러 개를 쓸어 와서는 한두 개만 쓰고 나머지는 그냥 버립니다.

기후 위기 시대에 이런 과소비는 범죄 행위로 규정해야 합니다. 소비를 많이 하는 것은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라 중범죄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부러워해서는 안 됩니다. 이런 생각의 변화 없이는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기술적인 대책은 기후 위기가 도래하는 시간을 조금 늦출 뿐입니다. 근본적으로는 내 삶의 방향이 바뀌어야 합니다.

이런 시기에 붓다의 삶과 붓다가 설한 말씀은 우리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개인의 행복과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 모두가 붓다의 말씀에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에게 종교를 바꾸라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각자가 종교를 그대로 가진 채 진리의 길에 눈을 뜨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하면 여러분 개인은 나날이 행복해질 것입니다. 인간관계도 화목해질 것입니다. 자연환경을 지속적으로 보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뿐만 아니라 우리의 후손들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길을 함께 갔으면 좋겠습니다.”

큰 박수와 함께 강연을 마쳤습니다.

곧이어 무대 위에서 책 사인회를 했습니다. 외국인 남편과 아내를 동반해서 강연을 들으러 온 분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스님에게 사인도 받고,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부모님을 따라온 어린아이들도 여럿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자라 한국어가 서툰 아이들에게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한국어 공부도 열심히 해두세요. 그래야 법문을 듣죠. 알겠어요?”

“네!”

스님은 강연을 준비해 준 봉사자들에게도 악수를 건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수고했어요.”

오늘이 해외순회강연 23번째 마지막 강연이었습니다.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한 봉사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워싱턴 메릴랜드!”

봉사자들은 남아서 뒷정리를 한 후 마음나누기를 했고, 스님은 강연장을 나와 워싱턴 정토회관에 밤 10시에 도착해 하루 일과를 마무리했습니다.

지난 9월 1일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시작으로 매일 1개 도시를 이동하여 오늘 미국 워싱턴 DC까지 총 21개 도시에서 23회의 강연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내일은 1박 2일 동안 자메이카를 방문하고 돌아올 예정입니다. 이후에는 워싱턴 DC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모임과 미팅이 계속 이어집니다.

전체댓글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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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재왕

스님,감사드립니다. 사치하지 않고 검소하게 살겠습니다.

2023-10-07 09:22:48

조은리

이렇게 또뵙네여~스님
존경합니다!

2023-10-06 10:06:10

범해

오늘도 스님 즉설 한과목 읽고 새겼습니다. 정토회 직접참가나 영상즉설 참여는 못해도 1일 1과목 읽고 새기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2023-10-03 17: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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