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6.28 두부와 김치 만들기, 수행법회
“아내의 말이 듣기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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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울력을 했습니다. 오늘은 부탄에서 온 부탄 비구니 재단 사무총장 타시 장모 님도 함께 했습니다. 비가 내려 비닐하우스로 갔습니다.


농사팀 행자님은 1동에 참깨 씨앗을 심는 울력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스님이 다른 의견을 냈습니다. 2동에는 전부 참깨를 심어 두었습니다. 그런데 한 구멍에 싹이 여럿 올라와 있거나, 싹이 올라오지 않은 구멍이 있었습니다.

“2동에 한 구멍에 많이 난 참깨 모종을 빈 구멍에 옮겨 심으면 어떨까요?”

“좋습니다.”

스님의 의견대로 2동에서 참깨를 옮겨 심는 울력을 하기로 했습니다. 스님이 먼저 참깨를 솎아내고 옮겨 심는 과정을 보여주었습니다.

“한 구멍에 2개 정도 남겨놓으면 됩니다. 모종을 뽑을 때는 조심해서 잔뿌리까지 모두 뽑아야 해요. 그리고 빈 구멍에 2개씩 심으면 됩니다.”


타시 님은 스님의 설명을 주의 깊게 듣고, 직접 심기 시작했습니다.


빗물을 떠 와서 옮겨 심은 모종에 물을 주었습니다. 타시 님은 빗물을 활용하는 것이 아주 좋다고 했습니다.


물을 주고 흙으로 다시 한번 북돋아 주었습니다.


스님은 물을 떠 오다 행자님이 뽑아놓은 모종을 보았습니다.

“아이고, 이렇게 잔뿌리가 없으면 못 살아요.”

다시 한번 모종을 솎아내는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가장 빠르게 모종을 옮겨 심는 사람은 스님이 아니라 타시 님이었습니다. 그런데 타시 님이 지나간 자리에 빈 구멍이 있었습니다. 스님이 말없이 빈 구멍들을 메워주었습니다.


울력을 시작한 지 1시간 30분이 지났습니다. 타시 님은 오늘 김치와 두부 만드는 법을 배우기로 했습니다. 필요한 재료를 사기 위해 먼저 울력을 마친 후 최말순 보살님과 함께 시장으로 갔습니다.


타시 님을 보내고 스님은 다시 비닐하우스로 돌아와 계속 참깨를 옮겨 심었습니다.



한 시간 더 울력을 하고 사용한 도구를 깨끗이 씻은 후 울력을 마쳤습니다.


시장을 보고 돌아온 타시 님은 오전 내내 최말순 보살님에게 김치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실습을 해보았습니다.

오후에는 두부를 만들어보았습니다. 두부는 팔순이 넘으신 마을 어르신이 오셔서 가르쳐주셨습니다. 이번에는 스님도 함께 했습니다. 두북 수련원에서 직접 가꾼 메주콩 두 되를 반나절 불린 후 콩 가는 기계에 넣고 갈았습니다. 뽀얀 콩물이 곱게 나왔습니다.



스님은 일부러 콩을 일부 남겨서 믹서기에 갈았습니다.

“부탄에는 이런 기계가 없으니까 믹서기로 하는 것도 보여주어야죠. 이렇게 콩을 갈면 돼요.”

믹서기는 콩 가는 기계만큼 곱게 갈리지는 않았습니다.

끓는 물에 콩물을 넣고 주걱으로 저으면서 다시 끓였습니다. 거품이 가라앉도록 들기름을 한 숟가락 넣었습니다.

끓인 콩물은 거름망으로 걸렀습니다. 거름망 아래에는 대나무 묶음을 뒀습니다. 모두 마을 어르신이 사용하시던 것을 가져다주셨습니다. 콩물을 다 부은 후 찌꺼기에 물기가 남지 않도록 최대한 짰습니다. 이 찌꺼기가 바로 비지입니다.


걸러낸 콩물에 10년 된 간수를 조금 부었습니다. 이 간수도 마을 어르신이 가져다주셨습니다. 그런데 정확한 양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어르신, 얼마나 넣어야 하나요?”

“몽글몽글해지는 걸 보면서 넣으면 돼.”

간수를 넣자마자 콩물이 몽글몽글해졌습니다. 이대로 먹으면 순두부입니다. 잠시 기다렸다가 몽글몽글해진 콩물 위에 삼베 천을 올렸습니다. 삼베 천 위로 물이 올라왔습니다. 이 물을 바가지로 퍼냈습니다. 어르신이 이 물은 무좀에 좋다고 알려주셨습니다. 물을 어느 정도 퍼내고 건더기를 판 위에 올려놓은 천에 옮겨 담았습니다.


천을 꼭 싼 후 도마를 올리고, 그 위에 물을 담은 냄비를 올렸습니다. 이렇게 30분 동안 굳히면 두부가 됩니다.


한 편, 타시 님은 연두부도 만들어보았습니다. 거름망으로 거른 콩물을 끓이며 소금을 넣어주면 끝입니다.

“어르신, 이건 얼마나 끓여야 하나요?”

“될 때까지 끓이면 돼.”



30분 뒤 보자기를 열자 탱글탱글하고 뽀얀 두부가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감탄을 하며 두부를 썰어보았습니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두부를 썰어서 저녁 식사로 먹었습니다.




따끈따끈 고소한 두부에 오늘 갓 담은 김치를 올려서 먹었습니다.

“확실히 직접 만든 두부가 맛있네요.”


순두부, 연두부도 맛을 보았습니다.


“타시님 덕분에 우리도 두부 만드는 법도 배우고, 맛있는 두부도 먹어보네요. 고마워요.”

“고맙습니다.”

사용한 도구를 깨끗이 정리하고 마을 어르신에게도 감사 인사를 드렸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에는 수행법회 생방송을 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자 스님도 방송실 카메라 앞에 자리했습니다. 삼배의 예로 법을 청하자 스님이 지난 일주일 동안의 소식을 전하며 인사말을 했습니다.

“저는 오래간만에 일주일 동안 두북 농장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지난 수요일에 내려와서 오늘까지 일주일 동안 머물고 내일 새벽에는 서울로 올라가서 사회 인사들과 모임을 할 예정입니다. 지난 일주일은 그동안 하지 못했던 농사일을 많이 했습니다. 제가 없어도 행자님들이 농사를 잘 짓고 있었지만 그래도 일손이 부족하다 보니 이곳저곳 풀이 우거져 있어서 일주일 내내 풀매기를 했어요. 일을 안 하다가 하니 몸이 많이 피곤했지만 이제 좀 적응이 된 것 같습니다. 그래도 팔은 아직도 아프네요.” (웃음)

이어서 스님이 지난 일주일 동안 풀매기를 한 영상을 함께 보았습니다.

▲ 영상 보기

영상 속 스님은 매일 땀을 흘리며 풀을 매고 예초기를 돌리고 논에서 피를 뽑았습니다. 음식을 먹는 것은 순간이지만 그 음식이 내 앞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고가 있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말에 전국 으뜸절에서 대중들이 봉사활동을 한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본 후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네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아내의 말에 자꾸 짜증이 나고, 월급을 올려달라는 직원도 보기가 싫다며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아내의 말도 듣기 싫고, 직원도 보기 싫고, 어떡해야죠?

“아내가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 것이라고 말할 때마다 짜증이 나서 아내에게 화를 냅니다. 왜 안 좋은 말을 하느냐고 화를 내도 아내의 행동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리고 신혼 때 아내와 장모님이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사위 자식 개자식’이라고 했는데 지금까지도 그때 맺힌 마음의 응어리가 풀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가 일하는 사무실에 60대 후반인데 비정규직으로 일을 하시는 직원이 있어요. 그분이 봉급을 더 달라고 조르는데 그 사람을 보기가 싫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질문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약간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아요. ‘나눔의 장’이라고 하는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자신이 자라온 환경을 주욱 얘기하다 보면 내가 언제 입었던 마음의 상처가 가슴에 맺혀서 매사에 남의 말과 행동에 마음의 상처가 덧나는지 그 뿌리를 알 수가 있습니다. 첫째, 그런 수련을 통해 치유하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둘째, 상대방이 안 보는 곳에서는 무슨 소리든 할 수 있지 않아요? 임금님도 안 보는 곳에서는 욕할 수가 있습니다. 옛날에는 임금은 절대 욕하면 안 되는 존재였는데도 그랬습니다. 그러니 ‘사람은 안 보는 곳에서는 무슨 말이든 할 수가 있다’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유튜브를 보면 어떤 사람이 법륜 스님을 욕하는 영상도 종종 올라옵니다. 부처님 당시에도 부처님을 욕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부처님도 욕을 얻어먹고 사셨는데 저 같은 사람이 어떻게 욕을 얻어먹지 않고 살 수 있겠어요. 욕하는 사람은 늘 있는 거예요. 그리고 당사자가 안 보는 곳에서는 늘 사람들이 쑥덕거립니다. 그게 사람입니다. 그러니 너무 개의할 필요가 없어요.

셋째, 옛말에 ‘비실비실한 사람이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산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산다는 말의 원래 의미는 그냥 오래 산다는 의미가 아니에요. 사람이 비실비실하면 빨리 죽잖아요. 어릴 때 잔병치레가 많았던 사람이 평균적으로 보면 건강한 사람에 비해 빨리 죽을 것 같은데 그런 사람이 더 오래 삽니다. 왜 그럴까요? 건강이 안 좋은 사람은 몸이 안 좋으니까 평상시에도 늘 조심합니다. 건강이 안 좋은 사람은 늘 조심해서 무리를 안 하니까 오히려 오래 살고, 건강한 사람은 건강하다고 과신해서 과욕을 부리다가 순식간에 건강을 해쳐서 죽는 경우가 생기는 겁니다.

그래서 ‘비실비실한 사람이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산다.’ 하는 말은 자신의 건강이 안 좋은 줄을 알고 조심하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조건 오래 산다는 뜻이 아니에요. 그런데 앞부분은 생략되고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산다는 뒷부분만 남아서 그냥 오래 산다는 뜻으로 인지가 된 겁니다.

‘욕을 얻어먹으면 오래 산다.’ 하는 말도 정확한 문장이 아니에요. ‘좋은 일을 하고도’ 하는 앞부분이 잘렸어요. ‘좋은 일을 하고도 욕을 얻어먹으면 오래 산다.’ 하는 것이 정확한 문장입니다. 좋은 일을 하면 칭찬을 받아야 하는데 오히려 욕을 얻어먹으면 어떤 마음이 들까요? 더 이상 좋은 일을 하고 싶지 않죠. 대부분 사람이 좋은 일을 하고도 욕을 얻어먹으면 ‘무엇 때문에 좋은 일을 하고 욕까지 얻어먹나!’ 이렇게 생각을 해서 하던 일을 그만두어 버립니다. 그러니 이 말은 좋은 일을 하고 욕을 얻어먹었다면 그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라는 뜻입니다. 인간이 얻을 수 있는 복 중에 제일 큰 복이 명이 길어지는 복이에요. 만 가지 복을 가졌더라도 일찍 죽으면 아무 소용이 없잖아요. 그래서 옛날에는 명이 길어지는 복이 제일 중요했습니다. 좋은 일을 하고도 욕을 얻어먹으면 명이 길어지는 큰 복을 받으니까 욕을 얻어먹었다는 것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는 거죠. 오히려 남의 비난을 웃으면서 받아들이라는 겁니다. 결국 이 말은 수행의 관점을 담고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좋은 일을 하고도 욕을 얻어먹으면 진짜 오래 사는지 여부가 아닙니다. 남이 나를 비난하는 것까지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라는 것이 핵심입니다. 우리는 좋은 일을 하고도 비난을 받으면 억울해집니다. 비난받는 걸 억울해하면 자신만 괴롭습니다. 결국 좋은 일을 하고 나서 그 결과가 괴로움이 되는 거잖아요. 그러나 상대가 욕을 해준 덕분에 나의 명이 길어진다고 받아들이면 상대가 한 욕이 더 이상 나를 괴롭힐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좋은 일을 하고도’ 하는 말이 앞에 생략되어 있으니까 마치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나쁜 행동을 해서 욕을 얻어먹으면 오래 산다는 뜻으로 와전이 된 겁니다. ‘나쁜 놈이 오래 산다.’ 이런 뜻이 아니에요. ‘좋은 일을 하고도 욕을 얻어먹으면 오래 산다.’ 하는 문장이 원문입니다. 이 말의 의미는 좋은 일을 하면 진짜 복을 받는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핵심은 좋은 일을 하고 비난받는 것을 억울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 비난도 웃으면서 기꺼이 받아들이라는 수행적 관점이 이 말속에 담겨 있습니다.

그것처럼 ‘비실비실한 사람이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산다.’ 하는 말도 건강이 안 좋은 사람이 자신의 건강 상태를 잘 알고 유의하면 오히려 건강이 좋은 사람보다 장수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어떤 조건이나 상황에서든 마음을 긍정적으로 가지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아내가 한 말을 너무 글자에 매여서 이해할 필요가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모든 사람이 직업이 없을 때는 비정규직이라도 갖고 싶잖아요. 비정규직이 되어서 정규직과 직장에서 같은 일을 하다 보면 자신이 받는 처우가 여러모로 비교되니까 정규직이 되고 싶어집니다. 정규직이 되면 또 승진하고 싶어지죠. 이것은 모든 사람의 욕구예요. 처음에는 하루에 일당을 1만 원만 줘도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을 것 같은데, 주위 사람이 전부 5만 원을 받고 일하면 불평이 생깁니다. 물론 본인이 10만 원을 받고 일을 하는데 주위 사람이 5만 원을 받고 일하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주위 사람이 전부 5만 원을 받는데 나는 1만 원을 받으면 불평이 생깁니다. 그래서 자기도 5만 원을 달라는 요구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인간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옛날부터 ‘똥 누러 갈 때 마음과 똥 누고 올 때의 마음이 다르다.’ 하는 말이 있잖아요. 결혼하기 전에는 ‘나와 결혼하면 무엇이든지 너를 위해서 살겠다.’ 하고 말하지만, 막상 결혼해서 살아보면 안 그렇습니다. 점점 요구가 늘어나고 고마운 마음은 온데간데없어지는 것이 인간이에요. 그것이 보통의 인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가 갖는 요구를 문제 삼으면 안 돼요. 그런 요구를 들어줄 수 없으면 ‘죄송합니다. 형편이 안 됩니다. 규정에 그런 것이 없습니다’ 하고 얘기하면 됩니다. 요구를 들어줄 수 있으면 ‘그럴 수 있겠네요’ 하고 원하는 대로 해주면 됩니다.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상대는 당연히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불평불만을 말하겠죠. 그럴 때는 ‘불만이 있을 수 있겠다.’ 하고 이해하면 됩니다.

제가 북한에서 굶주리는 아이들을 돕자고 이야기하면 욕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북한을 싫어하니까 북한에 있는 아이들까지도 싫은 겁니다. 마치 이웃집 사람이 싫으니까 그 집 아이들도 싫은 것처럼요. 그래서 욕을 할 만하다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아이가 세 살이 될 때까지는 엄마가 기르는 것이 아이의 심리 안정에 가장 도움이 된다고 하는 말은 불교뿐만 아니라 의학적으로도 밝혀진 이야기예요. 그렇지만 아이를 키우는 직장 여성의 입장에서는 그런 말을 들으면 스트레스를 받고 화가 확 일어납니다. 즉문즉설을 하다가 제가 그런 말을 하면 ‘스님은 아이를 안 키우니까 사정을 몰라서 그런 말을 하는 거야’라고 하면서 항의를 합니다. 그러니 상대의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쁠 만하다고 인정을 해야 합니다. 비난을 안 받으려면 그런 말을 하지 않으면 됩니다. 그들이 비난하더라도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꼭 얘기를 해야 하겠다고 생각하면 그냥 말하고 욕을 얻어먹는 겁니다.

그것처럼 직원의 입장에서는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질문자를 욕할 거예요. 그때는 욕을 좀 얻어먹으면 되죠. 질문자에게 인사권을 준 이유는 그런 욕을 듣더라도 그 일을 규정에 맞게 하라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질문자는 칭찬만 듣고 싶어 하고 비난을 받지 않으려고 하니 번뇌가 생기는 겁니다. 본인이 맡은 역할을 충실하게 해 나가면 됩니다. ‘취직시켜 준 것만 해도 고마워해야 할 일인데 뭘 또 요구하느냐’고 화낼 일이 아닙니다. 항상 사람의 마음은 바뀌는 것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하고 받아들이고,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해주면 됩니다. 내가 도저히 못 해줄 것 같으면 ‘죄송합니다. 규정상 그것은 안 됩니다’ 이렇게 대답할 수 있어야 회사에서 인사 담당을 계속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 입장을 안 갖고 있다면 인사 담당을 안 해야죠. 다른 부서로 옮겨야 합니다.

민원 부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이 온갖 민원을 제기하면 일단 ‘그런 민원을 제기할 만하다’ 하고 받아들여야 해요. 도저히 해결해 줄 수 없으면 ‘그것은 저희 규정상 안 됩니다’ 하고 말하면 됩니다. 안 된다고 거절하면 상대가 기분 나쁘니까 욕을 할 겁니다. 그럼 욕을 좀 얻어먹으면 되죠. 물론 가능하면 해결해 주는 게 좋아요. 그런데 도저히 해결할 수 없으면 못 한다고 얘기해야 합니다.

저도 강연장에서 즉문즉설을 해보면 질문하려고 손을 든 사람들이 수십 명이 넘습니다. 모든 질문에 대답해 주려면 4시간 이상 강연을 해야 합니다. 네댓 명과 짧게 대화할 때는 사람들이 좋아하지만 그렇게 길게 대화를 하면 대부분 사람이 싫어해요. 그래서 한 시간 반 정도만 시간을 정해서 대화를 나누고, 어쩔 수 없는 특수한 경우에만 10분 정도 더 대화합니다. 그런데 그 이상 질문이 들어오면 ‘죄송합니다’ 하고 거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분은 질문을 못 해서 울고불고 난리를 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은 한 번 하고 마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기에 멈춰야 할 때는 멈출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관점을 갖고 마음공부를 계속해나가시면 좋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불교대학 실천활동 수업 날짜를 학생들에게 안내를 잘못해서 학생이 참석 못 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어떡하면 좋을까요?

  • 아침마다 108배 기도하고 명상하는 것이 처음에는 좋았는데 점점 하기 싫은 마음이 듭니다. 왜 기도를 해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어요.

  • 원효대사가 말한 ‘생사고’의 의미가 궁금합니다. 살아도 행복하고 죽어도 행복한 길을 알려주신 부처님의 가르침을 생각하면 ‘생사 무고 무락’이라고 표현해야 하지 않을까요?

추가 질문을 받으려고 했으나 네 명과 대화를 나누고 나니 벌써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쉽지만 다음 주를 기약하며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새벽 3시에 두북 수련원을 출발해 서울로 이동한 후 오전에는 북한 전문가들과 조찬 모임을 하고, KBS 인사이드 경인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대담을 한 후, 오후에는 부탄 비구니 재단에서 온 타시 장모 박사님과 지속 가능한 개발에 대해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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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하이

가장 빠르게 모종을 옮겨 심는 사람은 스님이 아니라 타시 님이었습니다. 그런데 타시 님이 지나간 자리에 빈 구멍이 있었습니다. 스님이 말없이 빈 구멍들을 메워주었습니다." - ^^

2023-08-25 23:39:17

덕수

스님이 사는 세상은 참 부러워 보여요.
딱히 근심걱정 쌓아 두지 않아도 되고.... 어찌 저찌 삼시세끼 해결되고.... 그래서 여력이 되면, 누구도 좀 돕고 얘기도 나누고.....

2023-07-04 14:49:27

CACTUS

덕분에 두부 만든 모습을 보여주어 신기 했고 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네요.
감사합니다.

2023-07-03 23: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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