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06.27 농사일, 풀매기, 참깨 들깨 열무 심기, 화엄반 울력
“갈등 관계에 있는 동료가 저를 저주하고 있을까 봐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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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두북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밤새 내리던 비가 그치고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쳤습니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스님은 수행팀 행자님들과 예초기를 들고 산밑밭으로 갔습니다.

밭으로 가는 길에도 풀이 많이 자랐습니다. 먼저 밭 입구까지 시원하게 풀을 깎았습니다.




밭 울타리 주변으로도 풀이 많이 자라 있었습니다. 풀씨가 밭 안으로 날아올 수 있기 때문에 울타리 주변도 예초기를 돌렸습니다. 그런데 예초기에 칡덩굴이 얽혀 자꾸 멈추었습니다. 스님은 낫으로 칡덩굴 먼저 다 베어내고 다시 예초기를 돌렸습니다.




울타리 안에도 예초기를 돌려서 풀을 벨 수 있는 곳은 싹 벴습니다. 울타리 가까이 난 풀은 낫으로 직접 벴습니다.



산아랫밭으로 올라가는 길에 무성한 풀도 벴습니다.


2시간 꼬박 예초기를 돌렸습니다. 장비를 내려놓고 앞치마를 벗으니 상의가 온통 땀으로 젖어있었습니다.


스님은 밑밭으로 가서 수확할 것이 있나 살펴보았습니다. 하루 이틀 만에 호박이 팔뚝만큼 자라 있었습니다.




호박을 수확하고 아랫논으로 가보았습니다. 멀리서 허리를 숙인 채 피를 뽑는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출근하기 전에 피를 뽑으러 온 봉사자들과 백일출가 행자들이었습니다.


“아니, 직장에 안 가고 여기 오면 어떡해요?”

봉사자들은 스님의 말을 고맙다는 인사로 듣고 활짝 웃었습니다.


봉사자들 뒤에서 스님은 논 입구에 남아 있는 모를 심었습니다.


곧이어 오전 9시에는 법사교육을 받고 있는 화엄반 행자님들이 울력을 하러 왔습니다. 전국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문수, 보현, 관음, 지장팀 19명이 모두 모였습니다. 다 모인 기념으로 농막 앞에서 사진을 한 장 찍고 울력을 시작했습니다. 오전 일감은 비닐하우스 네 동에 풀을 매는 것입니다.

“사람이 많으니까 한 동에 전체가 들어가서 싹 풀을 베고, 다음 동으로 넘어가고 합시다.”

“네!”


먼저 고추를 심어 놓은 4동으로 갔습니다. 고랑마다 행자님들이 들어가 빠르게 풀을 뽑았습니다. 이곳에는 볏짚을 깔아 두어서 풀이 많지 않았습니다. 금방 끝내고 3동으로 갔습니다.



3동에도 고추가 심어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볏짚이 깔려 있지 않아서 고랑에 풀이 많이 자라 있었습니다. 그래도 많은 사람이 함께 하니 금방 풀을 다 맬 수 있었습니다.



참깨를 심어놓은 2동의 비닐하우스는 풀이 가장 무성했습니다. 행자님들은 서로 거리를 두고 앉아 풀을 뽑기 시작했습니다.




비닐하우스 끝과 주변은 예초기를 돌렸습니다.


태양이 내리쬐는 비닐하우스 안은 뜨거웠습니다. 시간은 10시를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비 소식은 오간데 없고, 땀이 비처럼 흘렀습니다. 들이쉬는 호흡도, 내쉬는 호흡도 뜨거웠습니다.


세 동까지 풀을 매고 나니 앞치마까지 땀으로 젖어있었습니다.


한 시간 동안 풀을 매고 20분간 휴식을 했습니다. 시원한 물 한 잔이 감로수와 같았습니다.


20분이 지나고 다시 방울토마토와 오이를 심어놓은 1동으로 갔습니다. 비닐하우스 바깥까지 뻗은 풀까지 꼼꼼히 뽑았습니다.




농막 안에서는 최말순 보살님이 20인분의 국수를 삶고 있었습니다. 보살님이 직접 만든 특제 양념장에 비닐하우스에서 갓 딴 오이, 토마토, 상추를 송송 썰어 넣어 비빔국수를 만들어주셨습니다. 화엄반 행자님들은 소심경을 외우고 발우에 국수를 담아 맛있게 먹었습니다.




점심 공양을 마치고 햇살이 너무 뜨거워 한 시간 동안 휴식을 했습니다. 1시 30분부터는 JTS 창고로 모였습니다. JTS 창고에는 수확한 감자가 널려있었습니다. 선물할 감자와 상한 감자를 분류해 담는 일을 했습니다.

“오전에 푹푹 찌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일했더니 이 일은 꼭 사무직 같네요.”(모두 웃음)


스님은 선물 보낼 감자 상자를 옮기고 자주감자를 선별해 담았습니다.


사람이 많으니 금세 분류를 끝냈습니다.

상자를 옮겨 쌓아 놓고 감자를 널어두었던 천막도 깨끗이 씻고 창고도 깨끗이 청소했습니다.


감자 울력을 마치고 곧바로 밭으로 갔습니다. 어제 마을 어르신댁에서 풀을 매고 가져온 들깨 모종을 심었습니다.

스님은 스무 명의 행자님들과 들깨 모종을 효율적으로 심기 위해 미리 연구를 했습니다. 그래서 고안해 낸 것이 바로 줄을 치는 것입니다. 들깨 모종은 60cm 간격으로 심어야 합니다. 60cm는 계산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50cm마다 심기로 하고 대신 옆줄과 간격을 10cm 늘려 70cm로 계산했습니다. 행자님들은 자신 앞에 놓인 줄자를 보고 0.5m, 1m마다 들깨를 심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엉덩이를 붙일 여가가 없을 거예요.” (웃음)


양끝에서 줄자를 쥔 사람이 다음 줄로 움직이면 그에 맞춰 또 심었습니다.


모종을 다 심으면 줄을 넘기고 다시 줄에 맞춰 모종을 심었습니다.

“줄 넘겨요.”

줄을 대면 금세 한 줄에 모종이 가지런히 심어졌습니다. 다음 줄로 넘어갈수록 행자님들의 손놀림이 능숙해졌습니다.


스님은 모종이 떨어지면 가져다주었습니다. 사이사이 잘못 심은 들깨가 있으면 다시 심어주었습니다.


들깨 모종을 다 심어갈 무렵 행자님 세 명은 물을 떠 와 모종에 물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넓은 쪽 밭에 모종을 다 심고 좁은 쪽에도 같은 방법으로 모종을 다 심었습니다.


들깨 모종을 다 심고 아래쪽 밭으로 내려와 열무씨앗을 심었습니다. 이번에도 줄을 맞춰 심었습니다.



스님은 행자님들이 능숙하게 자리를 잡고 씨앗을 심는 걸 보고 밭 가장자리에 자란 덩굴을 낫으로 벴습니다.

열무씨앗 네 줄, 무씨앗 네 줄을 심고 참깨 모종도 네 줄 심었습니다.




이번에도 모종 배달은 스님이 맡았습니다.

행자님들이 모종을 다 심고 나자 모종에 빠르게 물을 주었습니다.


지난주만 해도 풀이 우거져 정글 같았던 땅이 씨앗과 모종을 품은 밭으로 변신했습니다.


사용한 도구를 씻어 제자리에 둔 후 두북수련원에 돌아와 팽나무 아래에서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혼자 하면 힘들었을 텐데 같이 하니 힘들지 않았습니다.”

“저희가 고급 인력은 아닌데 비싼 인력이에요. 교통비를 다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는데 하루 종일 꽉 차게 울력을 해서 좋았습니다.”

“오늘 하루 잘 놀았습니다. 이것 조금, 저것 조금 체험해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일을 하고 나니 굉장히 충전되는 느낌입니다.”

“하루 안에 종류별로 다양한 일을 해서 배우는 맛이 있었습니다. 조그마한 참깨와 무씨앗이 잘 자랄지 걱정되는 마음입니다.”

“지도법사님과 함께 일을 하니까 배울 수 있어서 좋았어요. 들깨 모종을 심을 때 모내기 하듯이 줄 맞춰서 하는 것도 재밌었어요.”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한 명 한 명 소감을 말할 때마다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도 함께한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여러분들 얘기 잘 들었습니다. 두 달 정도 제가 농사일에 손을 놓고 있었더니 논에 피가 바글바글하네요. 비닐하우스에도 풀이 태산같이 자라나 있고요. 밭에도 풀이 무성했습니다.

일주일 내내 농사일을 하게 된 이유

오늘 원래 미얀마로 가는 일정이었는데 취소되는 바람에 여러분을 불러서 하루 종일 울력을 했네요. 이번 주는 원래 두북에 있는 일정인 데다 미얀마 일정까지 취소되는 바람에 일주일 내내 울력을 했습니다. (웃음)

저희는 요즘 수확한 감자를 포장해서 사람들에게 보내고 있는데 이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닙니다. 담당하는 행자님이 무척 힘들어하고 있어요. 그래서 감자 울력이라도 마무리할 수 있도록 경상도권 행자라도 보내 달라고 요청한 겁니다. 어제 마침 백일출가 행자님들과 봉사자들이 오셔서 감자 울력은 잘 마무리가 되었다고 해요. 그래서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인 김에 비닐하우스에 풀도 매고, 들깨랑 무도 심었습니다. 논에 피도 많이 올라오고 있는데 오늘 아침에 거사님들이 10명 정도 오셔서 피를 거의 다 뽑았고 이제 조금 남은 상태라고 합니다. 오늘은 여러분들이 오신 덕분에 그나마 큰일들을 처리했습니다. 여러분들을 훈련시키려고 농사일을 마련한 건 아니고 농번기에 일이 급했어요. (웃음)

무가 날지 안 날지는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씨가 제일 빨리 돋는 것이 무입니다. 도라지는 싹이 나오려면 두세 달 정도는 걸려요. 고수는 한 달 정도 걸리고요. 그런데 무는 3일만 지나면 싹이 바로 나옵니다. 배추는 모종을 키워서 옮겨 심는데 무는 금방 싹이 올라오기 때문에 씨앗을 바로 심어도 돼요. 씨만 심으면 대부분 올라오기 때문에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장마철에 그냥 뽑아서 옮겨 심어도 잘 자라는 것이 들깨와 코스모스입니다. 지금은 장마 기간이라 어지간하면 잘 삽니다. 코스모스는 위가 좀 크면 잘라버리면 되고요. 들깨도 대부분 잘 살기 때문에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참깨는 작년에 모종을 만들어서 옮겨 심어봤는데 워낙 모종이 작아서 아예 싹이 손에 잡히지가 않았어요. 땅에 심으면 그래도 덜한데 비닐하우스 안에 멀칭을 해서 심으면 구멍 안으로 깊게 들어가서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그래도 지나 놓고 보면 나름대로 잘 자라 있었습니다. 그러니 오늘 심은 것들은 전부 잘 자랄 겁니다. 모두 수고하셨어요. 즐거운 마음으로 하셨다니까 다행입니다.” (모두 박수)

기념사진을 찍고 울력을 마쳤습니다. 팽나무 아래로 회향수련을 마친 45기 백일출가 행자님들도 인사를 하러 왔습니다.

“백일출가했던 마음으로 살면 어디서든 잘 살 수 있어요. 끝까지 공부 잘하세요.”

“네!”

백일출가 수련생들이 떠나고 나자 타시 장모 박사님이 인사를 했습니다. 타시 박사님은 부탄 비구니 재단 사무총장입니다. 작년 INEB 콘퍼런스 때 인연을 맺었습니다. 올해 부탄에 방문했을 때도 스님이 방문하는 지역에 대한 안내를 도맡아 주었습니다. 이번에는 8명의 여성출가자와 샤카디타 세계대회 참석 차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한국의 김치와 두부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싶어 두북까지 왔습니다.

“피곤하진 않으세요?”

“이곳에 오니 너무 편안하고 행복합니다.”

스님은 안부를 나눈 후 내일 일정을 알려주었습니다. 김치 만드는 재료인 배추, 열무 등 씨앗에도 관심이 많아 스님이 직접 보여주었습니다.


“그럼 내일 뵐게요. 저는 오늘 하루 종일 울력을 해서 이제 좀 쉬겠습니다.”

새벽 6시부터 울력을 시작해 하루 종일 울력을 하고 저녁 7시가 되어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타시 박사님과 울력을 하고, 두부와 김치를 함께 만들어본 후 저녁에는 수행법회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주에 대구시 교육연수원에서 진행된 즉문즉설 중에 하나를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갈등 관계에 있는 동료가 저를 저주하고 있을까 봐 걱정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저 스스로를 지키며 독립적으로 살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살았습니다. 그래서 제 자신의 인생에 대한 애착이 매우 크고, 누가 저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이 굉장히 싫습니다. 얼마 전에 동료 교사와 업무 관련해서 갈등이 있었는데 결국 감정싸움으로 악화가 되었어요. 제가 말 한마디만 해도 톡톡 쏘시고 회의를 할 때도 독기 어린 눈으로 저를 째려봐서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습니다. 이 일을 남자친구에게 말했더니 ‘그 교사가 집에 가서 네 이름을 빨간색으로 막 적는 거 아니야? 그리고 인형에 네 이름을 적어놓고 못으로 막 찌르는 거 아니야?’ 하는 거예요. 그 당시엔 웃어넘겼지만 집에 와서 저주에 대해 검색을 해보니 실제로 그런 사례들이 많이 나왔어요. 저주를 받아서 반신불수가 되었다거나 식물인간이 되었다는 글도 있고, 저주 의식을 의뢰받는다는 현직 무당이나 일본 주술사에 대한 내용도 있었습니다. 갑자기 누군가 초현실적인 힘으로 내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걱정이 되어 심리적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저주하는 주술이 실제로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질문자는 교회에 다닙니까?”

“아니오. 종교는 따로 없습니다.”

“교회에 다니는 사람은 하느님의 존재를 믿을까요, 안 믿을까요?”

“네. 믿죠.”

“그러면 하느님이 실재할까요, 실재하지 않을까요?”

“그걸 믿는 분한테는 실재하는 거겠죠.”

“그것처럼 질문자가 저주를 믿으면 그 저주도 실재하는 거예요.”

“스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실 것 같아서 제가 또 생각을 해봤는데요. 제가 중력을 믿지 않아도 제가 중력의 힘에 적용을 받는 것처럼 제가 믿지 않아도 실제로 존재하는 게 있다면 저에게 그 힘이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는 있어요. 그런 생각 때문에 두려움이 생깁니다. 하느님이 계신다고 믿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미쳤다고 하든지 말든지 하느님은 늘 자기와 함께 있다고 느껴요. 하느님을 믿지 않는 사람을 보면 불쌍하게 여깁니다. ‘어떻게 주님을 섬기지 않을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교회에 다니라고 강권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교인을 많이 만들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그중에는 하느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저도 가끔은 ‘스님같이 훌륭한 분이 주님을 섬기지 않는다는 것이 너무 가슴 아픕니다’ 하는 말을 듣는 경우가 있어요. 그분이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불교를 배척해서라기보다는 그들 스스로 하느님이 실재한다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질문자가 저주를 받을까 봐 불안해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거기에 마음이 사로잡혔다는 것을 뜻합니다. 질문자의 심리 속에 누군가가 내 얼굴을 걸어놓고 바늘을 찌르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는 것입니다.드라마에서도 왕비와 후궁들끼리 암투극을 벌일 때 인형에 바늘을 찌르는 장면이 자주 나오기도 하죠. 어릴 때 귀신이 나오는 영화를 많이 보면 귀신이 정말 있는지 궁금함이 생깁니다. 이런 현상은 하나의 문화입니다. 문화는 그 문화권에 속한 사람들의 심리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만약 어떤 불교 신자가 ‘하느님을 안 믿으면 지옥 간다’ 하는 말을 듣고 갑자기 마음이 불안해진다거나, 지나가던 스님이 자신의 아이를 바라보며 ‘이 아이는 단명한다’ 하는 말을 듣고 불안해졌다면, 이미 그 사람은 그런 말에 마음을 빼앗겨버린 것입니다. 이렇게 마음을 빼앗겨버린 사람들에게 ‘그렇지 않다’ 하고 아무리 말해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심리적인 이유로 생긴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는 어떤 말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번뇌만 생길 뿐입니다. 주술이란 믿음의 영역이기 때문에 ‘그런 것은 없다’ 하고 단정 지어서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질문자가 선택하면 됩니다. 저주를 하는 부적이 존재하는 문화권에서는 반드시 저주를 막는 부적도 있습니다. 질문자가 너무 불안하다면 하나의 방편으로 저주를 막는 부적을 하나 사서 몸에 지니고 다니면 돼요.

‘내 부적은 너의 저주보다 더 센 부적이다’

이렇게 위안을 삼고 몸에 지니고 다니면 됩니다. 질문자가 저주를 믿기 때문에 그에 따르는 방책을 마련할 수가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저주를 믿지 않는다면 그런 방편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사실은 저주를 막는 부적도 찾아보았는데요. 그런 행동을 하는 제 자신이 너무 유치한 거예요.” (웃음)

“그래도 계속 불안하면 빨간색 경명주사로 된 부적을 하나 받아서 지니고 다니세요. 누가 저주를 하더라도 이 부적은 그 모든 저주를 막아 낸다고 믿고 잘 접어서 몸에 지니면 됩니다. 옛날 한국 문화에는 이런 사례가 많았습니다. 저도 어렸을 때 어머니가 어느 무당에게서 부적을 얻어 오셔서 제 옷 안에 바늘로 꿰매주셨습니다. 제 또래 친구들도 대부분 그렇게 자랐거든요. 한편으로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옛날부터 많은 사람들이 부적에 대한 믿음으로 인해 심리적 안정을 취했습니다. 그러니 질문자도 그런 방책을 써서 심리적 안정을 취하면 됩니다. 그런 방책을 썼는데도 심리가 불안하다면 그때는 정신과 병원에 가봐야 합니다. 큰 병은 아니에요. 심리불안증이거나 피해의식이니까 병원에 가서 상담한 후 불안을 가라앉히는 안정제를 먹으면 지금보다 훨씬 좋아집니다.”

“제가 중력의 힘을 믿지 않아도 중력의 힘을 적용받는 것처럼 믿음과 상관없이 실체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이 진리인지 여부를 따지면 다 해결되지 않을까요?”

“믿음은 진리 여부를 따질 수 없습니다. 중력은 물리적 법칙이기 때문에 진리 여부를 따질 수가 있는데 반해, 문화, 사상, 믿음 이런 것들은 진리 여부를 따질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심리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전생이 있느냐 없느냐, 신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도 진리 여부를 따진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저주를 받느냐 안 받느냐 하는 것도 진리 여부를 따질 수가 없어요. 기를 넣어준다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진리 여부를 따진다고 해결되지 않아요. 그것은 믿음에 해당되는 심리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믿는 사람에게는 모든 행위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객관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가 없어요. 예를 들어 신은 없다고 단정할 수가 없습니다. 인류의 80퍼센트가 그 믿음에 대한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단정을 해봐야 아무런 효용가치가 없어요.

그러니 믿음을 자꾸 과학적으로 접근하려고 하거나, 또는 과학을 근거로 신은 없다고 부정하려고 하거나, 또는 과학과는 관계가 없으니 신은 무조건 있다고 주장하거나, 이런 자세는 올바른 접근법이 아닙니다. ‘저 사람은 저렇게 믿네’, ‘저 사람은 안 믿네’ 이렇게 받아들이면 아주 심플해집니다. 마찬가지로 저는 ‘질문자는 저주를 믿는구나’ 하고 받아들이는 겁니다. 저주를 믿으니까 저주를 막는 부적도 믿으라고 말씀드린 거예요.

질문자가 생각하기에도 자신이 좀 문제가 있다 싶으면 정신과 치료를 한번 받아보면 좋겠어요. 치료를 받으면 훨씬 좋아집니다. 왜냐하면 심리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꿈과 같아서 옆 사람이 아무리 이야기해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본인에게는 그것이 다 사실로 느껴지고 눈에 다 보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꿈속에 호랑이가 나타났을 때 옆에서 아무리 사실이 아니라고 이야기해도 그 말이 들립니까? 본인은 사실로 느끼는 겁니다. 그러니 그 사람에게는 그것이 실재하는 거예요.”

“감사합니다. 이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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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하이

중력은 물리적 법칙이기 때문에 진리 여부를 따질 수가 있는데 반해, 문화, 사상, 믿음 이런 것들은 진리 여부를 따질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심리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2023-08-25 23:16:27

진달래

오늘도 감사합니다.()

2023-07-11 16:05:10

무구행

믿으면 실재가 되니 부적도 효용이 있다는 방편까지 일러주시니 감사한 마음입니다.

2023-07-04 07:3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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