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6.24. 행복학교 특강, 결사행자 자자 수련
“남편과 자주 다투는데 아이를 낳아도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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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도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농사일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날이 많이 무더워지고 낮에는 일을 하기가 힘들어서 아침 일찍 최대한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문수팀 행자님들과 낫과 호미, 엉덩이 방석을 들고 산밑밭으로 향했습니다.

곧 다가올 장마를 앞두고 스님은 매일 급한 불을 하나씩 끄고 있습니다. 동남아 답사를 가기 전 산밑밭에 감자를 두 줄 심어놓았습니다. 며칠 전에 한 줄을 캤고, 오늘 마저 캐기로 했습니다. 밭에 도착해 먼저 감자 줄기를 벴습니다.


며칠 전 캤던 감자가 실하고 좋았던 터라 오늘 캘 감자도 좋을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옆줄에 같은 감자를 심었는데도 차이가 많이 났습니다. 오늘 캔 감자는 이전에 비해 양도 작고, 크기도 작고, 상한 것도 꽤 있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열 개씩 달린 것도 있네요.”

가끔 크고 실한 감자도 있었습니다.


문수팀 행자님들과 함께 하니 금세 한 줄을 다 캤습니다.


행자님들은 상한 감자를 골라내고 크기별로 분류해 담았습니다.


바로 옆 두둑에는 가지를 심어두었습니다. 봄에 심은 가지 모종이 자라 어느새 꽃을 피우더니, 꽃이 떨어지고 어린 가지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지 두둑 사이에 부직포를 깔지 않았더니 풀이 가지만큼 자라 있었습니다.


“아이구, 풀 농사가 잘 되었네요.”(웃음)

스님은 고랑 끝에 앉아 풀을 뽑기 시작했습니다. 풀이 얼마나 뿌리를 세게 내렸는지 괭이로 힘껏 내리쳐야 했습니다.

“이걸 어떻게 해야 빠르고 쉽게 할까.”

스님은 먼저 키가 큰 풀을 뽑고 작은 풀을 호미로 긁어내 보았습니다.


그래도 쉽지는 않았습니다. 스님은 느리지만 꾸준히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풀을 뽑으며 가지 곁순도 따주었습니다.

한참 동안 풀을 뽑던 스님이 3분의 1 정도 풀을 뽑고 일어섰습니다.

“아이구, 허리야.”

나머지 풀은 다음에 뽑기로 하고 가지 고랑 밖으로 나왔습니다.


감자를 다 담은 행자님들은 고추 지지대에 줄을 묶어주고, 토마토 곁순을 따주었습니다.


스님은 밖으로 나오다가 밭 입구에 무성한 풀을 발견했습니다. 다시 자리를 잡고 풀을 맸습니다.




울력을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어제 뽑아 놓은 쪽파 씨앗이 하루 동안 잘 말랐습니다. 흙을 털어 망에 담았습니다.


수확한 감자와 쪽파를 차에 가득 싣고 두북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오전 10시에는 행복학교 특강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행복학교에 다니는 학생과 행복학교를 졸업하고 행복 시민 활동을 하고 있는 분들을 위해서 한 달에 한 번씩 특별히 마련하고 있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53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저는 오늘 아침 일찍 밭에 나가서 풀을 뽑고, 감자를 캐며 일을 했는데요. 요즘은 날씨가 더워서 아침 일찍이 아니고서는 낮에 밭일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제가 지난 4월과 5월에 동남아시아를 다녀봤는데 거기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아직 더운 축에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동남아시아에서 ‘오늘 스님이 오셔서 날씨가 참 좋습니다’ 하고 말할 때 날씨가 좋다는 기준이 40도를 안 넘었다는 거였어요. 40도를 안 넘으면 날씨가 좋다고 표현하고, 40도를 넘으면 덥다고 표현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덥다는 기준이 한 30도쯤 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30도가 넘으면 날씨가 덥다고 표현하고, 30도가 안 넘으면 날씨가 좋다고 하죠. 이렇게 날씨가 덥다는 것에 대한 판단 기준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크다’, ‘작다’, ‘많다’, ‘적다’ 이런 말을 할 때도 그 기준이 무엇인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수입이 더 늘어난다고 행복해질까요?

‘잘 산다’, ‘못 산다’ 하는 것도 그 기준에 따라 달라집니다. 돈을 1만 원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10만 원을 갖고 있는 사람이 돈이 많은 사람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돈을 100만 원 갖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10만 원을 갖고 있는 사람이 굉장히 가난한 사람으로 여겨집니다. 인간은 이렇게 상대적으로 인식을 하기 때문에 아무리 경제가 발전한다고 해도 빈곤을 느끼는 건 마찬가지예요. 다시 말해 주변에서 10만 원을 갖고 있을 때 내가 1만 원을 갖고 있어서 빈곤을 느끼는 것이나, 주변에서 100만 원을 갖고 있을 때 내가 10만 원을 갖고 있어서 빈곤을 느끼는 것이나, 주변에서 1000만 원을 갖고 있을 때 내가 100만 원을 갖고 있어서 빈곤을 느끼는 것이나, 모두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절대적인 생존의 문제를 제외하면 경제가 더 성장하거나 수입이 더 늘어난다고 해서 행복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상대적 빈곤을 얼마나 줄일 것인가 하는 것이 행복해지기 위한 중요한 방법입니다.

한국 사람들이 옛날보다 훨씬 잘 살아졌는데, 또 밖에서 볼 때는 굉장히 좋은 나라처럼 보이는데, 한국 안에 사는 사람들은 매우 힘들어합니다. 왜 그럴까요? 기준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이 볼 때는 조금 갈등이 있더라도 결혼한 사람이 부럽습니다. 그런데 결혼한 사람이 볼 때는 ‘괜히 결혼했다’ 하고 후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이런 문제를 직시할 수 있으면 지금 현재의 조건에서도 좀 더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이런 공부를 하는 곳이 행복학교입니다. 정신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 원리를 알아서 좀 더 행복하게 살아가는 길을 찾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죠.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마음공부를 너무 신비스럽게 접근해서 깨달으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된다고 말하는데 그런 식으로 호도하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그러나 행복학교는 일상생활 속에서 늘 자신의 상태를 알아차려서 마음을 좀 더 가볍고 밝게 하는 방법을 배우는 곳입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한 후 질문을 받았습니다. 행복학교 마음편, 관계편, 심화과정에서 공부하고 있는 많은 분들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했습니다. 그중에 네 명이 최종 질문자로 선정되어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결혼한 지 9개월이 된 신부였는데요. 남편과 자주 다투고 있는데 자녀 계획을 세워도 될지 걱정스러운 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남편과 자주 다투는데 아이를 낳아도 괜찮을까요?

“저는 결혼한 지 9개월 된 신혼부부입니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마음에 결혼을 했는데 올해 초에 임신을 했지만 유산이 됐습니다. 회복 기간을 거쳐 자녀계획을 시도하고 있지만 남편과 자주 다툽니다. 화해하기 전까지 불안한 마음이 크고, 결혼에 대한 회의감도 느끼게 됩니다. 남편이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 들고, 불안한 제 모습이 아이에게 전달될까 미안한 마음도 듭니다. 남편과의 관계를 회복한 후 자녀계획을 세우면 시기가 늦어질까 걱정도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녀계획을 갖는 것이 맞는지 궁금합니다.”

“엄마가 될 자격이 부족하네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 준비할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냥 두 부부가 결혼해서 살다가 아이가 생기면 그때 아이를 낳으면 됩니다. 아이를 낳으면 저절로 모성애가 일어납니다. 모성애가 잘 안 일어나는 사람이 백 명 중에 한두 명 있을 수가 있는데, 그건 대부분 정신질환 때문입니다. 어린 자녀를 학대하는 사람은 모성애가 없어서가 아니고 정신장애 때문입니다. 질문자처럼 애를 언제 낳을지 계획을 세우거나, ‘남편이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 혹은 ‘나는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하고 걱정하는 수준이라면 아이를 안 갖는 게 낫습니다.

‘내가 낳은 아이니까 어떤 문제가 일어나도 나는 아이를 사랑하면서 아이가 성년이 될 때까지 키울 거야’

이런 관점을 가져야 엄마가 될 자격이 있습니다. 남편이 잘하면 아이를 낳고, 남편이 못 하면 아이를 안 낳을 것이라는 잔머리를 굴리기 때문에 질문자는 엄마가 될 자격이 없다고 얘기하는 겁니다. 아이의 엄마가 되려면 그런 잔머리를 굴리면 안 됩니다.

물론 지금 아이를 도저히 가질 수 없는 조건일 때는 임신에 대해서 조심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런 게 아니라면 부부관계를 하고 살다 보면 어느 날 아이가 생기는 겁니다. 아이가 생기면 낳아서 키우면 되고, 안 생기면 입양해서 키우면 됩니다. 꼭 내 유전자를 받아야 되겠다고 생각한다면 인공수정을 해서 낳으면 됩니다. 질문자처럼 너무 과민하게 생각할 정도면 아이한테 나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남편이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자꾸 하는 수준이면 질문자가 신경과민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게 아니면 욕심이 너무 많은 겁니다.

첫째, 아이를 갖는 것보다 정신과에 가서 심리불안 치료를 받는 게 우선입니다. 둘째, 아이를 낳고 나서 경제적으로 어렵든, 남편과 이혼을 하든, 남편이 바람을 피우든, 그런 문제들은 나와 남편의 문제이지 아이하고는 관계가 없는 문제라는 것을 분명하게 알아야 합니다. ‘어떤 상황이 와도 아이가 성년이 될 때까지 책임을 지고 키우겠다’ 하는 관점을 가져야 돼요. 개도 강아지를 두세 마리 낳아도 잘 키웁니다. 닭도 병아리가 클 때까지는 잘 키웁니다. 개도 할 수 있고, 닭도 할 수 있는 걸 왜 사람인 내가 못 하겠어요? 그런 정도를 해내기가 어렵다면 아이를 낳지 말아야 합니다.

자녀에게 너무 많은 걸 해주려고 하기 때문에 아이를 못 낳는 거예요. 아이가 생기면 낳아서 젖 주고 밥 주고 그냥 키우면 되는 겁니다. 너무 많은 걸 해주려고 부담을 갖기 때문에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이 생기는 거예요.

그러니 아이를 가지려면 생각을 딱 정리해야 합니다. 부부가 서로 안 맞으면 이혼을 하고, 이혼까지 할 정도는 아니라면 서로 맞춰가면서 행복하게 살다가 아이가 생길 때 낳으면 됩니다. 아이를 원하는데 아이가 잘 안 생기면 입양을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아이를 낳아놓고 못 키우는 사람도 이 세상에는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아이는 꼭 내 핏줄이어야 된다는 생물학적인 것에 집착을 한다면 인공수정을 해서 낳으면 됩니다.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아이를 가질 때는 남편이 있든지 없든지 그런 것에 구애받지 말아야 합니다. 관점을 그렇게 가져야 불안한 마음이 없어집니다.”

“스님 말씀처럼 제가 아기에게 좋은 아빠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요즘 남편과 자주 다투는데요. 남편은 저랑 싸우고 나면 싸우기 전에 약속한 데이트나 여행, 가족 행사들을 다 취소하고 자기만의 동굴로 들어가는 성격입니다. 이런 남편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면 좋을까요?”

“길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남편을 가만히 관찰해 보고 ‘갈등이 생길 때 이 사람은 자기 생각에 빠져서 모든 것을 그만두는구나. 이런 성격의 남자와는 도저히 못 살겠다’ 하는 생각이 들면 이혼을 하면 됩니다. ‘남편은 싸우고 난 뒤 원만히 화해하는 것을 잘 못하는구나. 싸우는 것이 결국 나한테 손해네’ 하는 생각이 들면 갈등을 안 일으키면 됩니다. 즉 남편의 성격, 성질, 반응 등을 충분히 관찰하고 이해해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적절하게 대응하면 됩니다.

보통의 부부는 서로 다른 의견을 주장하다가 한바탕 싸우더라도 삼일이 지난 후에는 화해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남편은 다툼 후 한 달 동안 말이 별로 없고, 약속도 다 내팽개친다면 ‘이 남자 하고는 다른 사람들처럼 싸우면 안 되겠구나’ 하고 알아서 남편이 어떤 얘기를 하더라도 ‘네, 알았어요’ 하면 됩니다. 인간관계는 내가 어떠한지도 중요하지만 상대가 어떠한지에 따라서도 또 달라지는 거예요. 질문자는 엄마가 되고 싶다고 했으니까 아기 엄마라면 이렇게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남편이 있든지 없든지 잘하든지 못하든지 나는 내 아이를 키우겠다’

좋은 아빠란 무엇일까요? 내가 문제를 안 삼으면 좋은 아빠입니다. 아무리 아이를 잘 돌봐도 나의 요구가 많아서 상대방을 문제 삼으면 상대는 나쁜 아빠가 됩니다. 남편이 아이만 낳아놓고 집을 나갔다가 몇 년 후에 돌아와도 아무런 문제를 안 삼으면 누구나 아이한테는 좋은 아빠가 됩니다. 좋은 아빠라는 게 따로 없어요. 내가 문제를 삼으면 나쁜 아빠가 되고, 내가 문제를 안 삼으면 좋은 아빠가 되는 겁니다.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은 남편에게 달린 문제가 아니고 나에게 달린 문제입니다.

문제는 지금 질문자가 요구를 너무 많이 하고 있다는 거예요. 지금 아기를 낳으면 남편에게 ‘이것도 해라’, ‘저것도 해라’ 하면서 많은 요구를 할 것이기 때문에 질문자의 남편은 나쁜 아빠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 현재와 같은 수준에서는 아기를 안 낳는 게 차라리 낫습니다. 보통의 부부는 갈등이 있다가도 아기를 낳으면 갈등이 적어집니다. 그러나 질문자의 경우는 갈등이 훨씬 더 커질 거예요. 질문자는 육아를 하면서도 ‘당신은 아이를 몇 시간 돌봐라’ 하면서 온갖 것을 남편에게 요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질문자는 ‘남편이 과연 내가 요구하는 것들을 잘 들어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불안한 거예요. 그런 상태에서는 질문자의 남편이 좋은 아빠가 되기 어렵습니다. 남편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질문자에게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남편과 서로 좋아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어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아기를 낳은 후에는 나의 요구를 모두 내려놓아야 해요.

‘당신과의 관계에서 아기를 낳은 것만 해도 큰 복이다. 아기가 안 생길까 봐 염려했는데 생겨서 다행이다. 그 이상의 요구는 안 하겠다. 당신이 다른 곳에서 10년을 살다가 와도 나는 혼자서라도 아기를 잘 키우겠다’

이런 정도의 관점을 가져야 남편은 무조건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중2 아들이 4살에 간질 진단을 받았고 5살에 자폐 진단을 받았습니다. 아들이 학교생활에 적응을 할 수 있게 엄마가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까요?
  • 한국 경제가 발전했지만 행복도가 떨어졌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체감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개인주의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 노년층에서 보수 정치세력을 지지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노인 빈곤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데, 노인들이 본인들의 삶에 이익이 되는 투표를 하도록 가만히 두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대화를 마치고 나서 스님은 다시 한번 행복학교 학생들과 행복시민들을 격려해 주었습니다.

“여러분 모두 행복학교에 잘 다니시고, 행복시민운동도 열심히 하셔서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우리 사회를 좀 더 아름답게 만들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생방송을 마치고 나니 낮 12시가 넘었습니다.

잠시 휴식을 한 후 오후 1시 30분부터는 결사행자와 법사단 합동으로 자자 수련을 했습니다. 2차 만일결사를 시작한 후 처음 맞이하는 자자 시간입니다. 지난 3년 동안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온라인으로만 자자 수련이 진행되었는데,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겸한 방식으로 자자 수련을 했습니다.

국내에서는 전국 으뜸절에 모여서 수련을 하고, 해외에서는 온라인으로 참석했습니다. 결사행자와 법사단 모두가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가운데 스님에게 삼배의 예로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왜 수행공동체 구성원은 자자를 해야 하는지, 어떤 자세로 자자에 임해야 하는지, 그 취지를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우리는 몰라서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고, 또한 알고 있으면서도 순간적 무지로 잘못을 범하기도 합니다. 수행자는 이렇게 잘못을 저질렀을 때 ‘내가 놓쳤구나’, ‘잘못했구나’ 하고 알아차리고 다시 본래 자리로 돌아올 수 있어야 합니다. 잘못을 뉘우치는 방식에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잘못을 뉘우치는 세 가지 방법

첫째, 스스로 순간순간 계율에 기준을 두고 자신에게 깨어 있음으로 해서 자신의 어리석음을 뉘우치고 바로잡는 것입니다. 이것을 참회(懺悔)라고 합니다.

둘째, 대중이 공동생활을 할 때, 옆 사람이 볼 때 잘못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즉, 계율을 어기는 경우죠. 그런데 옆에서만 보면 본인 스스로 잘못을 인지하고 있는지 아닌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지켜보는 사람도 마음속에 의혹이 생깁니다. 이때 대중의 마음속에 있는 의혹을 풀어주기 위해 스스로 드러내어 참회하는 것을 발로참회(發露懺悔)라고 합니다. 이것을 다른 말로 ‘포살(布薩)’이라고도 합니다. 이것은 공개적으로 참회를 하는 것이므로 대중들로 하여금 ‘저 도반이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구나’ 하고 알게 해서 의혹이 사라지도록 합니다. 이 두 가지 참회의 방식 모두 자신에게 깨어 있을 때만 가능합니다.

셋째, 무지한 상태이거나, 알고는 있지만 순간적 무지에 빠지거나, 어딘가에 사로잡혀 있어서 자신이 계율을 어기는지 모를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참회나 포살로는 잘못을 바로잡기가 어렵기 때문에 도반들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도반들의 밝은 눈으로 나를 봤을 때 내가 어떤 잘못을 범하고 있는지 도반이 알 수도 있으므로 도반에게 물어서 나의 잘못을 자각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자자(自恣)’라고 합니다. 자자를 할 때는 반드시 내가 도반에게 정중히 청해야 합니다.

‘저도 모르게 계율을 범하고 있을 수 있으니, 지난 몇 개월간 함께 지내면서 혹시 그런 걸 보신 적이 있다면 저를 위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기꺼이 받아들여 저의 잘못을 뉘우치고 바로잡겠습니다’

이것은 나의 잘못을 바로잡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서 도반의 마음속에 있는 의혹을 풀어줌으로 해서 상호 신뢰를 갖게 됩니다.

상대의 잘못을 말하는 자세

상대의 잘못에 대해 말할 때는 우선 도반을 아끼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저 도반이 저것만 개선되면 참 좋겠다’ 하는 자비스러운 마음을 갖고 말해야 합니다. 그리고 분명히 내가 보고 들은 것을 가지고 말해야 합니다. 막연히 내 생각만으로 지적을 하면 안 됩니다. 내가 보고 들은 것을 바탕으로 계율에 근거해서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은 풍문을 말하면 진위를 확인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풍문에 대해 말을 할 때는 ‘제가 듣기로는 이러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는 정도로는 말할 수가 있겠죠. 그러나 그것은 ‘자자’라기보다는 당사자에게 해명을 듣고 대중의 의혹을 푸는 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법사나 결사행자라면 도반을 아끼는 마음에서 자신이 생각한 것을 기꺼이 내놓아야 합니다. 그러나 단정적으로 말해서는 안 됩니다.

상대의 지적을 듣는 자세

자자를 받는 사람은 내가 청했기 때문에 정말 고마운 마음으로 들어야 하고, 변명이 앞서서는 안 됩니다. ‘지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해가 안 된 부분이 있다면 무조건 잘못했다고 말하기보다는 재차 청해야 합니다.

‘제가 그 부분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그렇게 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한 번 더 자세히 이야기를 해주십시오’

그것이 오해로 빚어졌다면 해명할 기회를 갖고, 반성할 일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해명은 오해를 바로잡는 것이지, 해명이 변명처럼 되어서는 안 됩니다. 변명을 하는 것은 자자의 정신에 어긋납니다.

우선 상대의 지적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하고, 잘 모르겠거나 의혹이 있으면 추가로 질문을 해서 왜 그런 지적을 하는지 잘 들어봐야 합니다. 오해라면 오해를 풀고,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참회를 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런 원칙을 잘 지켜서 자자에 너무 가볍게 임해서도 안 되고, 또 너무 무겁게 임해서도 안 됩니다. 조금 진지하게 하되, 밝고 가벼운 마음으로 자자를 하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모둠별로 전국 으뜸절과 화상회의 공간에서 자자를 시작했습니다. 40계본에 따라 참회를 한 후 각자 모둠원들에게 자자를 청했습니다.

“저의 말과 행동을 보고 들으며 의혹이 있거나 저의 수행을 위하여 말씀해 주실 것이 있으면 저를 위하여 자자를 청합니다.”

약 두 시간 동안 자자를 한 후 다시 화상회의 방에 모여 스님에게 법문을 청했습니다. 자자를 하는 과정에서 궁금한 점이 생긴 부분에 대해 자유롭게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사홍서원을 한 후 오후 5시에 자자 수련을 모두 마쳤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에는 원고 교정과 여러 가지 업무들을 본 후 하루 일과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장수 죽림정사로 이동한 후 오전에는 용성조사 탄신 159주년 기념법회를 한 후, 오후에는 대전충청 지부 회원의 날 행사에 참석하여 즉문즉설을 하고, 저녁에는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올 예정입니다.

7월 온라인 주말 명상을 진행합니다.
누구나 집에서 온라인으로
법륜 스님이 안내하는 명상수련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 참가신청
https://jungto.org/training/meditate_online


전체댓글 43

0/200

드림하이

自恣

2023-08-25 21:28:31

진달래

오늘도 감사합니다.()

2023-07-04 16:10:17

무구의

고맙습니다.

2023-06-29 19: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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