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6월을 지나면서 이제 햇살도 점점 뜨거워지고 있네요.
오늘도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농사일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문수팀 행자님들과 함께 풀을 벴습니다.
먼저 비닐하우스 옆을 뒤덮은 풀을 벴습니다.
비닐하우스 끝에 풀을 걷어내자 각종 쓰레기도 나왔습니다. 풀과 쓰레기를 분리해 싹 치웠습니다.
오늘은 울력을 시작할 때부터 햇살이 뜨거웠습니다. 한 차례 풀을 벤 후 스님은 그늘로 가서 앉았습니다. 눈을 감고 잠시 명상을 한 후 땀을 닦아내고 일어섰습니다.
밭 주변에는 감나무, 매실나무, 자두나무도 심어져 있었는데 덩굴이 나무를 뒤덮고 있었습니다. 낫으로 덩굴을 걷어내고, 가지치기도 해주었습니다.
나무 정리를 하고 밭으로 올라가는 길에 예초기를 돌렸습니다. 칡덩굴이 계속 예초기를 휘감았습니다. 행자님이 스님 옆에서 예초기에 얽힌 칡덩굴을 빼주며 풀을 벴습니다.
비닐하우스 앞에서 행자님 한 명이 호미로 풀을 뽑고 있었습니다.
“비켜보세요. 예초기로 베 줄게요.”
비닐하우스 앞에 난 풀을 말끔히 깎고 길가 축대로 가보았습니다. 어제 스님이 한 차례 풀을 벴지만 여전히 정리해야 할 것들이 보였습니다. 낫으로 풀을 한 번 더 베고 축대 아래는 예초기로 깔끔하게 벴습니다.
축대 끝까지 예초기를 돌리고 반대편 길가에 난 풀도 벴습니다.
예초기를 다 돌리고 나자 온몸에 풀 조각이 튀어 있었습니다. 작업복이 땀으로 얼룩졌습니다.
“이제 풀을 트럭에 실읍시다.”
오늘도 풀이 한 트럭 생겼습니다. 풀은 퇴비를 만들기 위해 밭으로 옮겼습니다.
마지막으로 싸리비로 풀 조각을 싹싹 쓸어주었습니다.
이틀 동안 울력을 한 끝에 풀로 뒤덮여 있던 곳곳이 시원해졌습니다.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오전 10시에는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해외에 계신 분들과 저녁에 시청을 못하시는 분들을 위해 마련된 즉문즉설 강연입니다.
43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지난 4월과 5월에 동남아 지역을 다니느라 농사일을 쉬었더니 밭에 가보니까 풀이 우거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제도 오늘도 아침 6시부터 계속 풀을 매고 있습니다. 일손이 없어서 감자 수확도 늦게 했어요. 요즘은 농사일을 하느라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농사일을 오랜만에 하니까 손도 아프고 허리도 아픕니다. 어떤 일이든 다 그렇습니다. 처음 하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힘든데 며칠 지나면 곧 익숙해져서 괜찮아집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지금 좀 힘들다고 그만두지 말고 무엇이든 꾸준히 해보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사전에 네 명이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지방 공무원 시험을 주경야독 하루 4시간 잠자며 준비했는데 떨어졌습니다. 마음이 힘듭니다. 이럴 때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가요?
부모님은 제가 2살 때 이혼하셨고, 아버지가 저를 키웠습니다. 아버지가 결혼에 대해 잔소리를 해서 ‘나도 아빠처럼 이혼하면 어떡해?’ 하고 받아쳤습니다. 어떻게 사과해야 할까요?
마음이 힘들다는 이유로 폭식하며 기분을 잠재웁니다. 그리고 살찌는 것이 두려워 구토를 합니다. 이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내가 암환자로 3년간 투병하다 며칠 전에 운명했습니다. 아이가 현재 3살인데 앞으로 아이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두 시간 동안의 대화를 마치고 나서 스님이 마무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자신의 괴로움을 드러내어 대화하다 보면 첫 번째로 질문하신 분과 같이 공무원 시험에 떨어져도 ‘별일 아니네’ 하고 마음이 가벼워지게 됩니다. 우리가 겪는 대부분의 일이 사실은 별일 아니에요. 인생을 사는데 무슨 별일이 있겠습니까? 전 지구적으로 보면 태어나고 죽는 것도 별일 아닌 일상인데, 무슨 별일이 있겠어요? 그러나 우리들의 정신은 어딘가에 사로잡히고, 한쪽에 생각이 꽂히기 때문에 조그마한 일도 별일이 돼서 큰일이 됩니다. 즉문즉설이란 한쪽에 딱 꽂힌 생각을 풀어내고 뽑아내서 별일 아님을 알도록 하는 대화입니다. 그러면 자신의 괴로움으로부터 점점 자유로워져 갈 수가 있습니다.”
생방송을 마치고 원래는 감자 캐는 울력을 하려고 했는데 낮에는 햇살이 너무 뜨거워 내일 아침에 하기로 하고 오후에는 울주군청 초청 강연을 하기 위해 두북 수련원을 출발했습니다.
울주군청에서는 군민들의 인생 고민에 대한 답을 찾고 소통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며 ‘공감 플러스 토크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스님에게 강연을 요청했습니다.
강연 시작 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해서 이순걸 울주군수님과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해외를 주로 다니시는데 이렇게 바쁜 시간을 내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사실은 저희가 3년 전부터 강연을 해주십사 계속 요청을 했었습니다.”
“마침 시골에 내려와 있어서 시간이 났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는 일절 외부 강연을 안 했어요. 내부 회원들이 요청하는 강연도 못하고 있는데 외부 단체에서 요청하는 강연을 하기가 미안하잖아요. 그런데 군수님이 스님도 울주군에 살고 있으면서 어떻게 강연을 안 해줄 수가 있느냐고 하셨다고 해서 이번에는 시간을 냈습니다.” (웃음)
“울주군민들도 힘들고 고달프고 삶에 응어리가 진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응어리를 다 풀 수 있도록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해주시고 가십시오.”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나서 울주군청 알프스홀로 함께 이동했습니다.
스님이 강연장에 모습을 보이자 환호와 박수갈채가 오랫동안 쏟아졌습니다. 강연장 400석이 꽉 찼지만 강연장에 들어오지 못한 대기자도 100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오늘 강연에는 특별히 수화 통역사도 함께 무대에 올랐습니다.
즉문즉설을 하기 전에 스님이 간단하게 인사말을 했습니다.
“작년에 파키스탄에 대홍수가 났잖아요. 그래서 제가 JTS라는 구호단체를 통해서 7차에 걸쳐서 지원을 했습니다. 그게 소문이 나서 며칠 전에 연락이 왔어요. 누가 두바이에서 택시를 탔는데 택시 기사가 한국 사람이냐고 물어서 그렇다고 하니까 ‘JTS를 아세요?’ 하고 묻더래요. 그래서 알긴 아는데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우리나라에 와서 좋은 일을 엄청 많이 하는 단체입니다’ 하고 대답했다고 해요. 그만큼 파키스탄에서는 JTS가 한 일 덕분에 한국에 대한 위상이 많이 높아졌습니다. 외국에 가보면 한국을 동경하는 사람들이 참 많아요. 지금 한국의 국가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 한국 경제가 어렵다 하지만 동남아 지역을 가보면 한국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은 어려움이 아닙니다. 물을 길러 매일 2킬로미터를 걸어가야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둘이 가면 하루에 두 번, 혼자 가면 네 번을 물을 길어 와야 된다고 합니다. 식량이 부족한 사람들도 많고, 학교가 아예 없는 마을도 있습니다. 이제 한국은 먹고살만해졌고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나라가 됐기 때문에 앞으로는 전 지구상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작은 온정이라도 베푸는 마음을 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한국의 위상에 걸맞은 세계시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한 후 질문을 받았습니다. 사전에 강연장 입구에서 질문 신청을 받았습니다. 노란색 질문지가 투명함에 가득 담겼습니다. 스님이 질문지를 한 장씩 뽑아서 이름을 호명하면 질문자가 일어나서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두 시간 동안 일곱 명의 질문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언니가 투자에 실패하고 돈을 계속 빌려달라고 하는데 벌써 집이 몇 채가 넘어갔다며 답답한 마음을 호소했습니다.
언니에게 돈을 빌려주었다가 집이 몇 채 넘어갔어요
“저는 직장생활을 한 지 25년이 됐습니다. 언니가 계속 투자에 손을 대서 부도가 나면 제가 월급으로 막아주곤 했습니다. 언젠가는 끝날 줄 알았는데 언니가 제 주민등록증과 통장을 몰래 훔쳐서 대출을 받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언니는 투자를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습니다. 몇 년 전에 코인이 만연할 때도 저 몰래 천만 원을 가져갔습니다. 어릴 때 제가 정말 의지했던 언니인데도 도저히 이해가 안 됩니다. 그래서 연락을 두절했다가 지난 1월에 제가 큰 사고로 다쳐서 입원을 하는 바람에 언니가 도와줬습니다. 저는 1년 후에 명예퇴직을 하려고 했는데, 그때 또 언니가 투자할 돈을 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7천만 원을 대출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4월부터 이자가 나오는데 이자가 너무 많은 겁니다. 이자가 왜 이렇게 많은가 했더니 저한테 말하지 않고도 5천 만 원을 더 빌린 것이었습니다. 제 돈을 몰래 가져갔다는 게 너무 화가 납니다. 벌써 집이 몇 채가 넘어갔습니다. 왜 언니가 그런 심리로 사는지 모르겠어요. 형제자매의 연이 다 끊어지고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 문제는 질문자의 문제예요, 언니의 문제예요?”
“언니의 문제이지만 25년째 계속 반복되고 있어서요.”
“지금 질문자가 힘든 것은 질문자의 문제예요? 언니의 문제예요? 돈을 낭비하고 투자에 매번 실패하는 언니를 둔 내 문제입니까? 언니의 문제입니까?”
“아무리 언니의 문제라고 생각하더라도 계속 제 마음이 불편합니다. 물론 최후의 보루는 저입니다. 그러나 언니가 하나도 성공하는 일이 없으니까 너무 안타까워요.”
“투자를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는 언니를 둔 나의 괴로움이에요? 나는 아무 문제가 없고 언니의 문제예요? 만약 저녁에 동산의 달을 보고 눈물이 핑 돌았다면 시인은 ‘아! 오늘은 달마저도 나를 슬프게 하는구나!’ 이렇게 노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어떻습니까? 달이 나를 슬프게 했나요? 내가 달을 보고 슬픈 것인가요?”
“달을 보고 제 마음이 슬픈 겁니다.”
“달을 보고 기뻐하는 사람도 있을까요? 없을까요?”
“많이 있겠죠.”
“그렇다면 달은 아무 문제가 없잖아요. 달은 그냥 밤하늘에 떠있을 뿐입니다. 그걸 보고 슬퍼하는 사람도 있고, 기뻐하는 사람도 있을 뿐이에요. 그것처럼 돈을 낭비하거나 투자에 실패하는 언니가 있을 뿐입니다. 그런 언니를 달이라고 하면 나의 괴로움은 언니의 문제예요? 질문자의 문제예요?”
“그런 언니를 보고 제가 괴로워하는 것 같습니다. 결국 제 문제입니다.”
“이 지구 전체에서 볼 때 언니가 투자에 실패해서 끼친 손해가 클까요?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략해서 끼친 피해가 클까요?”
“언니 문제는 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질문자는 언니보다 푸틴을 더 문제 삼아야죠. 지금 한국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군수산업 쪽에서는 큰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산업은 전쟁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보면 전쟁으로 인해 이익을 보는 기업도 있고, 손해를 보는 기업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달을 보고 울거나 웃는 것과 같습니다. 결국 울고 웃는 것은 달의 문제가 아니고 내 문제예요.
이렇게 자기 문제라는 걸 먼저 자각해야 합니다. 제가 보기에 질문자는 아무 문제가 없어요. 집을 세 채나 날렸다는 건 질문자가 집을 세 채나 갖고 있다는 얘기 아니겠어요? 질문자가 사는 집을 제외하고 나머지 집들을 날린 게 무슨 큰일이에요? 국가적으로 봐도 아무 문제가 없어요. 예를 들어 아파트 서른 채를 갖고 돈을 벌다가 아파트값이 하락해서 부도가 난 것이 그렇게 큰 문제인가요? 집을 날린 사람에게는 큰 문제겠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볼 때는 집이 있어서 날렸지 집이 없으면 날릴 것도 없어요. 질문자가 언니에게 돈을 계속 빌려줬다는 것은 그만큼 질문자가 돈이 있다는 얘기 아닙니까?”
“제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빌려줬거든요.”
“질문자가 대출받을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신용 면에서 능력이 있다는 얘기 아니겠어요?”
“그런데 언니는 악의적인 마음으로 한 게 아니라 남을 도와주려는 마음으로 한 것이에요.”
“그러면 푸틴 대통령은 악의적인 마음으로 전쟁을 일으켰을까요? 위대한 러시아를 건설하기 위해서 그랬을까요?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악의적인 마음으로 핵을 개발할까요? 자기 나라를 지키려고 그럴까요?
질문자가 하는 말에는 모순이 많아요. 언니에게 속은 것이 한두 번째라면 분노할 수 있어요. 그런데 지금 25년째 속고 있다고 했잖아요. 언니가 그런 사람이란 걸 25년이나 겪었는데 또 돈을 빌려주었다고 했잖아요. 그렇다면 언니가 투자에 성공하길 기대하는 욕망이 질문자의 마음속에도 있었다는 겁니다. 그런 욕망 없이 어떻게 돈을 계속 빌려주었겠습니까? 더 이상 믿을 사람이 아니라면 언니가 아니라 부모나 남편이라도 딱 거절을 해야죠.”
“언니가 항상 하는 말이 이번에는 성공할 것이라고 하니까...”
“그게 다 눈속임이에요. 많은 사람이 요행을 바라고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를 합니다. 여러분들은 돈을 빌려 줄 때 이자를 많이 주는 사람한테 빌려줘요? 이자를 적게 주는 사람한테 빌려줘요?”
“이자를 많이 주는 사람한테 빌려주죠.”
“그러면 사기꾼은 이자를 많이 준다고 할까요? 적게 준다고 할까요?”
“많이 준다고 하죠.”
“사기꾼이 갖고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먼저 인물이 괜찮아야 합니다. 옷을 잘 입습니다. 말을 잘합니다. 서비스가 아주 좋아요. 밥을 같이 먹으면 척척 자기가 돈을 다 냅니다. 그래서 다들 좋아합니다. 늘 좋은 차를 타고 다닙니다. 사무실에 가보면 번쩍번쩍합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속거든요. 다 떨어진 옷에, 못생기고, 말도 못 하면 사기가 안 먹힙니다. 낚시를 할 때도 물고기별로 좋아하는 미끼를 걸지 안 좋아하는 미끼를 걸진 않잖아요. 여러분들이 사기에 걸려들었다는 건 여러분들의 내면에도 거기에 유혹되는 욕망이 있었다는 걸 말합니다.
쥐가 늘 쓰레기장을 뒤져도 음식을 찾기가 쉽지는 않지요. 그런데 하루는 접시에 자신이 좋아하는 고구마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면 거기에 뭐가 들어 있겠어요? 쥐약이 들어 있겠지요. 우리네 인생도 마찬 가지예요. 웬 떡이냐고 혹해서 먹으려고 하면 그 속에는 쥐약이 들어 있습니다.
질문자도 언니에 대해 에둘러 말할 필요가 없어요. 본인 스스로 자신의 마음 상태를 잘 몰라서 답답한 거예요. 언니의 심성이 원래 착하다고 말하는 걸 보면 아직도 언니에게 희망을 걸고 있는 겁니다. 언니가 언젠가는 크게 성공할 것이라고 믿으면서 자신을 합리화시키려는 것에 불과해요.
스무 살이 넘은 성인이라면 인간관계를 맺을 때 부모나 형제, 혹은 자식의 의견을 따를 필요가 없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돈이 아주 궁해서 돈을 빌려야 될 경우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본인이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이라든지 혹은 그 무언가를 담보로 주고 은행에서 빌리겠지요. 그런데 회사는 넘어가고 돈은 없고 더 이상 담보로 내줄 것도 없을 때는 어떡할까요? 대부분 친한 친구나 형제, 친척을 찾아가서 돈을 빌립니다. 이미 형제를 찾아왔다는 말은 그가 경제적으로 이미 막다른 골목에 이른 상황에서 손을 내밀었다는 것을 말해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경우에는 나중에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그래서 친구 간이나 형제간에 돈거래는 삼가라고 말하는 겁니다.
물론 그냥 돈을 주는 것은 괜찮아요. 빌려 준 후에 다시 돌려받기가 어렵기 때문에 돈도 잃고 사람도 잃기가 쉽습니다. 돈을 빌리는 사람이 더 이상 신용이나 담보가 없을 때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는 것이 당연합니다. 빨리 갚는다고 해야 빌려 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변제일이 짧을수록 그리고 이자율이 높을수록 돈을 받을 확률보다는 받지 못할 확률이 높습니다. 코인 투자는 이미 실패할 확률이 90퍼센트 이상이에요. 잡코인의 경우는 99퍼센트가 넘습니다. 복권을 사거나 라스베이거스에 가서 카지노 게임에 배팅해서 당첨될 확률도 아주 낮습니다. 대신 우연히 한번 잭팟이 터지면 배당 금액이 높다 보니 사람들이 그 유혹에 빠져들지요. 사실 그 배당금이라는 것은 여기 모인 4백여 명의 돈을 모아놓은 것을 어느 한 사람이 갖고 가는 것입니다. 수학 시간에 배운 기댓값 공식에 따라 이길 확률에 상금을 곱하면 기댓값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100원어치 복권을 사면 기댓값이 49원도 안 됩니다.
첫째, 질문자는 자신을 스스로 속이고 있는 겁니다. 예를 들어 아무것도 가진 것 없고 학벌도 없는 여성이 판사의 부인이 되고 싶다는 욕망을 갖고 있다고 합시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의 소개로 그녀 앞에 사법 연수생이 나타났어요. 그녀는 당연히 유혹이 되었고 사기를 당했습니다. 그렇게 사기를 당해서 돈을 잃었는데도 나중에 경찰이 조사할 때 피해 여성의 얘기를 들어 보면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가해자를 사기꾼이라고 인정하면 본인의 꿈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가 사기꾼이 아니어야 자신의 꿈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를 완강하게 부인하는 겁니다.
지금 질문자의 경우도 언니의 문제가 아니고 본인의 욕망에서 비롯된 문제입니다. 이 사실을 깨달았을 때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그러니 언니에 대한 여러 구차한 변명들은 다만 들러리에 불과합니다. 핵심은 자기 마음속에 뭔가 욕망이 있어서 이런 문제를 불러일으켰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자책을 하라는 뜻은 아니에요. 노름판에 가서 돈을 날렸다면 손을 탁 털고 다시 일하러 가야 된다는 말이에요. 지나간 일에 대해 더 이상 연연하지 말라는 겁니다.
그리고 언니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오늘부터 관계를 끊으면 됩니다. 앞으로는 언니가 돈을 빌려 달라고 해도 ‘언니, 알았어. 그래 곧 보내줄게’ 하고 안 보내주면 돼요. 언니가 ‘왜 안 보내주니?’ 하고 물으면 ‘돈이 지금 들어오게 되어 있었는데, 아직 안 들어오네. 받는 대로 보내 줄게’ 하고 넘어가면 됩니다.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남의 돈을 가지고 자기 돈 쓰듯 하는 사람도 있는데, 자기 돈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아주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남의 호주머니에 있는 돈도 끄집어내서 쓰는 사람도 있는데, 자기 돈을 빌려주고 나서 전전긍긍한다면 바보짓이에요. 이제는 바보짓을 그만하세요. 그래도 지금 살아 있잖아요. 돈을 많이 잃어버렸지만 아직 살 집도 있고 가족도 있잖아요.
‘사람이 안 다쳐서 다행이다. 바보 같은 짓은 오늘로써 끝을 내자. 지나간 것은 다 잊어버리자. 사람이 죽어도 사는데 그깟 돈은 있다가도 없는 거지 뭐.’
이렇게 생각하고 미련을 딱 끊어 버리세요.
둘째, 정신을 좀 차리세요. 잃어버린 것에 대해 자꾸 연연하면 계속 언니에게 끌려들어 갑니다. 인간의 심리가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주식을 샀는데 첫 번째 사서 돈을 벌고, 두 번째 사서도 돈을 벌은 경우는 아주 위험합니다. 나중에 패가망신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왜냐하면 세 번째 주식을 사서 잃었을 경우 첫 번째와 두 번째에서 이익을 얻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주식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첫 번째도 주식을 사서 돈을 잃고, 두 번째도 돈을 잃고, 세 번째도 돈을 잃은 사람의 경우에는 앞으로 더 이상 주식을 안 하든지, 아니면 주식에서 돈을 벌어도 언제라도 다시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늘 조심을 합니다. 그래서 실패가 결코 나쁜 게 아닙니다. 우리는 실패를 통해서 더 큰 위험을 예방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 학습비라고 생각하세요. 아직 죽을 정도로 돈을 잃은 것도 아니잖아요. 아직 30년은 더 살아야 하니까 학습비라고 생각하고 깨끗이 잊어버리세요. 지금부터라도 정신을 차려서 남은 돈이라도 제대로 관리하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오랜만에 열린 강연의 열기는 대단했습니다. 솔직한 질문자들의 사연에 웃고 눈물지으며 2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질문지함에는 아직 뽑지 않은 질문지가 많았지만 약속한 두 시간이 다 되어서 저녁 6시에 강연을 마쳤습니다. 군수님은 끝까지 강연을 듣고 함께 강연장을 나왔습니다.
강연장을 나와 스님이 차에 올라타려고 하자 많은 대중들이 스님 앞으로 몰려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스님의 강연을 듣고 인생이 행복해졌다며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스님, 제가 16년 전에 결혼을 할까 말까 하다가 스님 법문 듣고 결혼해서 이 아이를 낳았습니다. 덕분에 잘 살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저녁 생방송 시간이 가까워져서 스님은 서둘러 울주군청을 출발해 두북 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저녁 7시 30분에는 저녁반 시청자들을 위한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했습니다. 유튜브 스트리밍을 시작하자 69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했습니다. 저녁에는 다섯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서 스님이 마무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이렇게 즉문즉설만 듣고도 자신의 모순을 발견하고 곧바로 행복해지는 사람들도 있지만, 들을 때는 이해되는데 일상에서는 잘 안 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제일 간단하고 쉽게 마음공부를 하는 방법이 행복학교입니다. 행복학교는 종교적인 요소가 전혀 없습니다. 기간도 한 달밖에 안 돼요. ‘관점 바꾸기’ 또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기’ 이런 과제를 갖고 몇몇이 모여 실제로 연습해 보고 점검해서 자신의 고뇌에서 점점 벗어나는 프로그램입니다. 한 달 해보고 좋으면 또 한 달 더 해보고, 3개월 프로그램인 심화과정도 해볼 수가 있습니다. 심화과정을 졸업하고 그만두셔도 되고, 이 좋은 경험을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은 행복 시민이 되어서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환경운동과 어려운 사람을 돕는 구호 활동과 평화 운동에 참여해도 됩니다. 진행자 교육을 받아서 행복학교를 진행하는 활동도 하실 수가 있습니다.
좀 더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향해
세상을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일이 늘 생깁니다. 이런저런 일이 안 생겼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것은 기복 종교입니다. 어떤 일이 생길지는 내가 알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일이 닥치든 추우면 추운 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나는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겠다는 관점을 갖는 것이 수행입니다. 이런 공부는 종교, 남녀, 나이와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살다 보면 죽는 일도 생기고, 파산하거나 다치기도 하고, 암 진단을 받기도 하고, 온갖 일이 생깁니다. 그런데 항상 ‘나는 아니겠지?’ 이런 마음으로 살기 때문에 상황이 벌어지면 충격을 받아요. 우리는 그런 일이 생길 가능성 속에 늘 살고 있지만 확률적으로는 잘 안 생기기 때문에 미리 두려워할 이유는 없습니다. 또 그런 일이 생기면 담담히 받아들이고 ‘어떻게 대응을 할 것인가?’ 하는 관점을 가지면 됩니다. 그렇게 해서 여러분들의 삶이 좀 더 자유로웠으면 좋겠습니다.”
생방송을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넘었습니다. 오늘도 긴 하루였습니다.
내일은 아침 일찍 농사일을 한 후 오전에는 행복학교 특강을 생방송하고, 오후에는 결사행자 자자수련에 온라인으로 참석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63
김영란
오늘도 깨달음을 얻습니다.
2023-12-21 11:49:14
드림하이
어떤 일이 생길지는 내가 알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일이 닥치든 추우면 추운 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나는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겠다는 관점을 갖는 것이 수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