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2.19 영어 즉문즉설, 정토불교대학·경전대학 졸업식, 일요명상
“DNA 검사를 해보니 제가 딸의 친부가 아니었습니다”

▲ 오디오로 듣고 싶은 분은 영상을 클릭하세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정토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의 졸업식이 열리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8시부터 외국인을 위한 즉문즉설을 생방송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외국인 6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질문을 받기 전에 먼저 지난 3주 동안 인도 성지순례를 다녀온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지난 3주 동안 인도 성지순례를 잘 다녀왔습니다. 인도에 성지순례는 과거의 흔적을 찾아가는 여행이 아니에요. 기후 위기, 평화 문제, 빈곤 퇴치, 인권 존중 등 미래에 직면할 우리들의 문제를 풀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서 성지순례를 갑니다. 부처님은 그 당시 전통사회가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가 아직 생겨나지 못한 혼란의 시기에 인간이 살아가야 할 바람직한 길을 제시하셨습니다. 오늘 우리도 기후 위기에 직면하여 지금까지 살아온 소비주의 문명이 한계에 다다른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래에 우리가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해서는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혼란기에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 붓다의 발자취를 따라 순례를 하는 것입니다.”

이어서 인도성지순례 모습을 담은 영상을 함께 보았습니다.

영상이 끝나고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분들이 한 명씩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오늘은 다섯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에게 질문했습니다. 통역은 늘 봉사를 해주는 제이슨(Jason) 님이 해주었습니다. 그중 마지막 질문자는 망설임 끝에 어렵게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했습니다.

딸이 DNA 검사를 하고 나서 제가 친부가 아니라고 합니다

“I want to ask a question to Sunim, it's a very deep, difficult question for me about my daughter. Recently she called me and said that she did a DNA test, and I am not her father. How deluded was I, it has been difficult to keep my sanity after. And I found out recently that my wife basically gave herself to someone else and blamed it on me. I didn't know in all these years of suffering, the delusions, the attachments. So, thanks to your teachings, and thanks to the Dharma, I have been able to keep my sanity in past days. If not, I would have ended up in a psychiatric hospital, or maybe I would drink again. I haven't given up on my practice in the good moments, in the bad moments, in the horrible moments, and the worst moments that are possible. Anger comes and goes, My ex wife destroyed my daughter's life, That's putting it in the best way I can put it. She basically destroyed my sense of everything, which I'm grateful for because at least she's destroying my illusions. There are moments that I feel total clarity, and total peace, but I don't know how to keep it. When suffering comes, I suffer. I don't avoid it. I don't suppress it. I think I'm going to die, but I can practice. You know, this negativity or this karma feels like wanting to pull me back all the time. But this is like the final test for me. I wasn't well prepared, but thank you for listening. Sunim, I'll just listen now.”

(저는 제 딸과의 관계에 대한 깊고 어려운 질문을 스님께 하고 싶습니다. 최근에 딸이 전화를 해와서 DNA 검사를 했다고 하면서, 제가 친부가 아니라고 합니다. 저는 얼마나 착각 속에 살았으며, 그 후 저는 제정신을 유지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제 전처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내주었으면서 그동안 제 탓을 해왔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게 됐습니다. 수년간의 괴로움과 착각, 집착의 시간 동안 저는 그걸 몰랐습니다. 스님 가르침과 불법 덕분에 지난 며칠을 정신 줄 잡고 있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니었다면 정신병원에 갔거나 다시 술을 찾았을 것 같습니다. 좋을 때도, 나쁠 때도, 끔찍할 때도, 최악의 순간에도 수행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화는 올라왔다가 가라앉았다가 합니다. 제 아내는 제 딸의 인생을 망쳐 놓았습니다. 제일 좋게 표현한 게 그렇습니다. 그는 제 모든 것을 깨트려놓았고, 최소한 제 착각도 깨트려줬으니 감사하네요. 이따금씩 모든 것이 명료해지고 평화로워지는 순간들도 있지만, 어떻게 유지해야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괴로워질 때는 그냥 괴로워합니다. 피하지도 억누르지도 않고 있습니다. 죽을 것 같을 때도 있지만 수행을 할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생각이나 제 업식이 저를 계속 끌어당기고 있습니다. 제게 마지막 관문처럼 느껴지네요. 질문할 준비가 잘 되어있지 않았는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스님 말씀 듣겠습니다.)

“제 얼굴을 보세요. 제가 지금 웃고 있습니다. ‘아주 재미있는 일이구나’ 하고요. (웃음) 질문자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네요.

‘딸의 DNA가 다른 사람의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기 전에 너는 누구였고, 그 후의 너는 누구인가? 어떤 것이 진정한 너인가?’

이것은 전통적인 선(禪, Zen)의 질문입니다. 왜 말 한마디에 사람이 정반대로 바뀝니까? 왜 말 한마디에 내 딸이 아닌 게 됩니까? 그럼 도대체 딸이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래서 이것은 혼란이 아니라 탐구의 대상입니다. ‘딸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하고 자신에게 질문해봐야 합니다. 질문자는 그 DNA에 집착하여 사람이 달라진 겁니다. DNA가 딸입니까?

질문자는 DNA가 다르다는 것을 듣고서 생각이 바뀐 것뿐입니다. 딸은 그대로 있습니다. 똑같은 사람입니다. 단지 어제까지는 내 딸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그것이 바뀐 것뿐입니다. 그래서 옛날에 한 선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 생각 일어나니 만법이 일어나고, 한 생각 사라지니 만법이 사라진다.’

이것은 단지 생각에서 일어나는 장난입니다. 지금까지 딸이라고 생각했던 그분이 딸입니까, 딸이 아닙니까? 잠시 생각이 바뀐 것뿐입니다. 그러니 딸이다, 아니다를 생각하지 마세요. 누구와 관계해서 낳았든, 그게 뭐 중요합니까? 동물은 수컷이 누구인지 따지나요? 원래 수컷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단지 인간 사회의 가부장제로 인해 생긴 것뿐입니다. 인공 수정을 해서 아이를 가지면 그 아이도 내 아이잖아요? 차이는 내 딸이라고 생각했다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뿐입니다.

오히려 지금 상황이 딸과의 문제를 풀기가 더 쉬워졌다고 볼 수 있어요. 지금부터 잘해준다면 예전보다 훨씬 좋아질 것입니다. 예전에는 딸이 아빠에게 기대를 많이 해서 불만이 많았는데, 이제는 기대가 줄었기 때문에 질문자가 조금만 잘해줘도 좋아할 거예요. 딸이 아빠가 아니라고 말해도 질문자는 ‘너는 내 딸이야!’라고 당당하게 말해야 합니다. ‘DNA가 뭐가 중요하니? 너는 태어날 때부터 내 딸이었어!’ 하는 관점을 분명하게 갖고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통해 불법의 위대함을 체험해야 합니다. 내가 딸이라고 생각하면 딸이 되고, 내가 딸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딸이 아니게 되는 거예요. 괴로움은 생각에 의해 생겨난 것이지 존재에 의해 생겨난 것이 아니라는 것이 불법의 핵심입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즉 모든 괴로움은 마음이 만든다는 것입니다. 질문자는 그것을 체험한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자녀는 자기 부모가 생물학적으로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릅니다. 단지 부모가 자신들이 부모라고 말하니까 부모라고 믿는 것일 뿐입니다. ‘생물학적으로 부모인가 아닌가’ 하는 것은 인류학적으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런 식으로 DNA를 분석하는 것은 오히려 인간을 동물적으로 보는 거예요. ‘이 개가 진돗개 순종인가, 셰퍼드 순종인가?’ 하고 따지는 수준과 같습니다. 내가 부모라고 믿으면 부모이고, 자식이라고 믿으면 자식입니다. 생물학적인 부모가 누구인가는 하등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딸에게 ‘너는 태어날 때부터 내 딸이었어. 내가 너의 아빠야!’라고 분명하게 말해준다면 딸의 마음에 아빠에 대한 신뢰가 커질 것입니다. 오히려 질문자도 딸에 대한 집착이 줄어들고, 딸은 아빠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기 때문에, 지금 상황은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30년 전에 아내가 누구와 잤느냐 하는 것이 지금 뭐가 중요한 일입니까? 지금 그걸 생각하면서 괘씸하다고 한다면 질문자는 수행을 더 해야 합니다. 이렇게 인생은 꿈과 같고 물거품과 같은 거예요. 그러니 아무 일도 아니에요.”

“Thank you.”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학위도 있고 자격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업이 구해지지 않아 안절부절못할 때가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마음을 안정시켜 제가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을까요?
  • 직장의 판매 목표를 저는 달성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업의뢰가 제 동료에게 가고 있는데, 직원들이 저에게도 일의 기회를 더 주게 하려면 어찌해야 할까요?
  • 저는 대부분 혼자 일하고 혼자 일상생활을 합니다. 가족들은 제가 혼자 남겨지면 어쩌나 걱정하고, 저도 이게 비정상적인 생활방식이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 이렇게 지내도 괜찮나요?

바로 뒤이어 생방송이 예정되어 있어서 다른 질문자들의 소감은 듣지 못하고 9시 40분에 즉문즉설을 마쳤습니다

잠시 휴식을 하고 곧바로 10시부터는 온라인으로 정토불교대학 졸업식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5개월 여의 공부를 마치고 새로운 시작을 향해 나아가는 뜻깊은 날입니다. 대부분의 졸업생들은 교실별로 생방송을 함께 시청하고, 화상회의 방에는 개근상과 정근상 수상자들이 자리했습니다.

정토회 대표 대행 소임을 맡고 있는 무변심 법사님의 축사를 들은 후 다 함께 축하 공연을 보았습니다. 졸업생 이두학 님의 아름다운 기타 연주와 이주월 님의 노래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이어서 정토불교대학 학장인 스님이 졸업생 1300여 명에게 졸업장을 수여했습니다.

“졸업장을 드립니다.”

“잘 받았습니다.”

화상회의 방에서 축하의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이어서 115명이 개근상을 수상하고, 110명이 정근상을 수상했습니다.

박수 소리를 뒤로 하고 졸업생 두 분의 소감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정토불교대학을 다니면서 삶의 변화를 경험한 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불법을 만난 인연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졸업생 일동은 바른 법으로 인도해 준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스승의 은혜’ 노래를 함께 불렀습니다.

이어서 졸업생들이 삼배로 법을 청하자 스님이 졸업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정토불교대학생 여러분!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입학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6개월이 지나 오늘 졸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루하루는 바쁜 가운데 힘들었을지 몰라도 6개월을 지내고 보니 참 잘했다고 결론이 났을 겁니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순간순간은 어렵지만 지나 놓고 보면 다 별일 아니고 좋은 추억으로 남게 됩니다.

좀 더 마음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서

여러분이 정토불교대학을 다닌 목적은 불교학자가 되려고 한 것도 아니고, 여기에 와서 복을 빌려고 한 것도 아닙니다. 내가 좀 더 마음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조건을 바꾸는 것은 나의 노력입니다. 돈을 더 벌거나, 결혼하거나,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고 개인의 역량입니다. 돈이 없는 사람은 돈이 좀 많으면 괴로울 일이 없겠다고 생각하지만, 돈이 많아져도 괴로움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결혼하지 않은 사람은 결혼만 하면 인생이 잘 풀릴 것 같다고 하지만, 결혼해 보면 인생이 더 복잡해집니다. 아이가 없는 사람은 아이만 있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아이를 낳아 키워보면 인생은 더 괴로워집니다. 이렇게 세상살이는 돈이 많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지위가 높거나 인기가 있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며, 결혼하고 자식을 갖는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이런 세상살이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그냥 살면 됩니다. 그런데 괴로움은 우리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이라서 괴로움 없이 살려면 마음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그냥 마음 관리를 잘하면 된다는 뜻이 아니라 괴로움이 왜 일어나는지 잘 살펴서 그 원인을 소멸시키면 괴로움 없이 살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 목표를 가지고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했고, 교육과정에서 그 목표에 따른 소득을 조금이라도 얻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를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길

정토회는 수행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첫째, 내가 먼저 행복해야 합니다. 내가 괴롭지 않아야 합니다. 결혼했든 하지 않았든, 젊었든 그렇지 않든, 몸에 병이 있든 그렇지 않든, 가난하거나 부자거나, 사고가 났거나 상관없이 자기가 마음 관리를 해서 자기가 행복한 것, 즉 괴로움이 없도록 하는 것이 자기를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길입니다. 이것을 이기주의로 잘못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자기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뜻이 아니라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남을 원망하고 미워하는 것은 인생의 주인다운 태도가 아닙니다. 남편이 어떻다, 아내가 어떻다, 세상이 어떻다 하는 것은 날씨가 춥거나 더운 것처럼 환경에 불과합니다. 그 속에서 내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가 주인이기 때문에 내가 선택하는 것입니다. 사회적 실천을 해도 되고, 개선을 하거나 투쟁을 해도 되고, 그냥 수용해도 됩니다. 그러나 먼저 그 과정에서 내가 괴롭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둘째, 이 세상은 나 혼자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사람도 행복할 수 있게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돈은 나누면 내 몫이 줄어들지만, 행복은 나눈다고 해서 줄어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법을 이웃에 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나만 불교대학에 다닐 게 아니라 내 가족과 친구, 이웃도 이 좋은 법을 만나서 행복하면 좋겠다는 전법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것은 정토회 회원을 늘리자거나, 불교 신자를 만들자거나, 우리의 세력을 키우자는 게 아닙니다. 그들도 나처럼 이 좋은 법을 만나 행복하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정토회는 ‘개인은 행복하고, 사회는 평화롭고, 자연은 아름답게’라는 목표를 내걸고 사회적 실천을 하고 있습니다. 30년 전 제가 40세 때 이 운동을 시작을 해서 70세가 된 작년에 1차 만일결사를 마쳤습니다. 처음에는 소수로 출발했지만 수만 명이 참가하는 쪽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오는 3월 19일에 2차 만일결사를 시작합니다. 여러분 모두가 2차 만일을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백일은 수행을 해야 해요. 그래야 나를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천일은 수행을 해야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것을 천일결사라고 합니다. 천일결사는 삼보에 귀의하고 수행적 관점을 가지고 매일 아침마다 어제 수행적 관점을 놓친 것을 참회하고 명상하고 경전을 독송한 후 정토행자의 서원을 읽고 하루를 시작하는 수행 프로그램입니다. 여러분 모두 천일결사에 참여해서 복을 비는 사람이 아니라 원을 세우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불교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자신을 아름답게 가꾸고 가족과 사회에서 꼭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런 인간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사람이 아니라 꼭 있었으면 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미래 문명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정토행자

셋째, 지난 30년 동안 정토회는 복을 빌지도 않고, 죽은 뒤에 천당을 간다거나 극락을 간다는 소리도 하지 않고, 오직 수행하고 보시하고 봉사하는 활동을 통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돕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 사회가 더욱더 민주화되고,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고 항구적인 평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하는 일에 매진해 왔습니다. 또한 기아, 질병, 문맹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는 일을 꾸준히 해왔고, 특히 하나뿐인 지구를 잘 보존해서 우리 후손들이 잘 살 수 있도록 ‘적게 먹고 적게 입고 적게 쓰자’라는 목표를 내걸고 환경 실천 운동도 적극적으로 해나가고 있습니다. 많이 생산해서 많이 쓰는 게 잘 사는 것이라는 소비주의를 극복하여 우리 후손들이 오래도록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미래 문명의 길도 개척해가고 있습니다. 이 좋은 길에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정토불교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일상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법회가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에는 정토회 회원을 위한 수행법회가 열립니다. 매주 금요일에는 정토회와 상관없이 누구나 참여하여 인생의 고민을 질문할 수 있는 금요 즉문즉설이 열립니다. 공부는 그만하고 실천을 하겠다면 정토회 회원에 가입을 해서 수행법회를 들으면서 봉사 활동을 하면 됩니다. 조금 더 공부를 하고 싶다면 경전대학에 입학해서 계속 공부를 해나가면 됩니다. 다시 한번 정토불교대학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여기까지 법문을 갈음하고 나머지 시간은 졸업생들의 소감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기 시작하니 많은 졸업생들이 줄줄이 손을 들고 소감을 말했습니다.

“아내가 정말 힘들어하다가 불교대학 수업을 듣고 밝아지는 모습을 보고 ‘도대체 어떤 수업이기에 사람이 바뀌지?’ 하는 마음으로 저도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수업을 들으면서 순간순간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많이 배웠어요. 내가 바뀌면 가족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체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미션스쿨을 졸업했고 집안이 뼛속부터 기독교입니다. 아내는 불교를 믿고 자란 집안이고요. 정토불교대학 수업을 통해 서로 대화가 되면서 가정의 평화가 찾아와 너무 고맙습니다.”

“울컥 화가 올라올 때가 많았는데 정토불교대학에서 알아차림의 수행법을 배우고 나서 화가 많이 줄어들었어요. 그래서 경전대학에도 진학해서 계속 공부해 보려고 합니다.”

“화를 다스리는 법을 배우고 나서 직장 생활이 편안해졌어요. 3층에서 화가 났는데 그걸 알아차리고 4층으로 올라가면서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정토회를 소개해 준 이모한테 감사드립니다.”

......

괴로움이 없는 삶으로 나아가는 것이 정토불교대학의 목표라는 스님의 말씀이 한 명 한 명의 소감 속에서 그대로 현실로 드러나는 것 같아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가슴 뭉클한 여운이 계속 남아 있는 가운데 사홍서원을 끝으로 졸업식을 마쳤습니다. 학생들은 수업사이트로 입장하여 교실별로 마음 나누기를 이어나가고, 스님은 방송실을 나왔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 2시부터는 정토경전대학 졸업식을 시작했습니다. 삼귀의와 수행문을 읽고, 경과보고를 들은 후 축하공연을 보고, 지난 5개월 동안 경전대학의 발자취를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이어서 정토경전대학 학장인 스님이 졸업장을 수여했습니다.

“졸업장을 드립니다.”

“잘 받았습니다.”

개근상과 정근상 수여식을 하고, 졸업생들의 소감을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삶의 변화를 체험한 사람이든, 감사함을 느낀 사람이든, 누구든지 자유롭게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소감을 말했습니다.

“경전대학 수업을 들으면서 그동안 내가 습관적으로 가족들에게 짜증 냈던 모습들을 되돌아보게 되었어요. 가슴속에 울화가 결국 나로부터 일어난 것을 깨닫고 가족들을 많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저에게는 백혈병을 앓고 나서 후유증으로 힘들게 살고 있는 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아들이 스님께서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 하는 법문을 듣고 나서 하염없는 눈물을 흘린 후 새롭게 인생을 살아보려고 힘을 내고 있어요. 제가 경전대학 수업을 들을 때마다 컴퓨터도 도와줍니다. 스님 덕분에 지난 1년을 너무 행복하게 보냈습니다. 이 법을 접할 수 있게 도와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제 인생이 너무 행복해졌기 때문에 이제는 이 법을 이웃에게 널리 전하겠습니다. 전법활동가 교육 때 다시 만납시다.”

...

“경전대학 입학식이 있기까지 스님은 인도와 필리핀을 방문하였습니다. 그 기간 동안 매일 스님의 하루가 올라왔고, 저는 스님의 하루를 읽으면서 그 어느 때보다 마음에 큰 감동을 받고 눈물을 흘릴 때가 많았습니다. 불교대학에서 배운 부처님의 인격과 가르침이 현실에서 기적이 되어 나타난 것 같았습니다. 제가 부처님의 법을 배우고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그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스님, 감사합니다.”

자발적으로 자신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졸업생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스님은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졸업생들의 소감을 경청했습니다. 경전대학 졸업생들은 스승의 은혜를 부르고 하트 모양을 손으로 표시하며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소감을 다 듣고 나서 스님이 졸업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경전대학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정토회가 1차 만일결사를 시작하고 30년이 지났습니다. 만일결사의 마지막 해를 회항하는 기념으로 ‘1만 명에게 전법을 한번 해보자’ 해서 작년 한 해 동안 정말 많은 사람들이 정토회와 인연을 지었습니다. 정토불교대학을 졸업한 학생 중에 또 많은 사람들이 경전대학에 입학하고 오늘 졸업식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지난 1년이 긴 세월 같기도 하지만, 또 지나 놓고 보니까 금방 지나간 것 같기도 합니다. 두 분의 졸업 소감문을 잘 들었습니다. 또 현장에서 소감을 나누어 주신 분들의 얘기도 잘 들었습니다. 또 여러분들 중에 재능 있는 분들의 축하 공연도 잘 봤습니다. 여러분들의 지난 1년의 모습을 담은 영상도 잘 봤습니다.

3년 정도 지나야 자기 업식이 바뀐다고 제가 얘기했는데, 소감 발표를 들으니 여러분들은 속성으로 공부를 했는지 6개월 또는 1년 만에 바뀐 모습을 가족들이 인정을 했다니 대단하신 분들입니다. (웃음)

환하게 웃는 얼굴만큼 아름다운 것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오늘 졸업하는 모든 분들이 이렇게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아마 다 조금씩은 바뀌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조금이라도 바뀌었다고 생각하신다면 여기에서 멈추지 말고 앞으로 더 나아가시기 바랍니다.

환하게 웃는 사람의 얼굴보다 더 아름다운 얼굴은 없습니다. 어린아이든, 중년이든, 어른이든, 남자든 여자든, 피부가 검든 희든, 신체장애가 있든 없든, 환하게 웃는 얼굴만큼 아름다운 것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우리가 환하게 웃을 수 있으려면 세 가지 마음 중에 적어도 하나 이상이 함께 작용을 해야 됩니다. 첫째, 마음이 가벼워야 합니다. 집착이 없으면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마음이 가벼우면 새털보다 더 가벼워집니다. 무게를 거의 못 느끼는 게 새털이라고 그러잖아요. 바람에 날릴 정도로 가벼워야 해요. 집착을 놓아버리면 우리들의 마음은 새털보다 더 가볍습니다. 그런데 뭔가 하나에 집착을 해서 사로잡혀 있을 때는 천금보다 더 마음이 무겁습니다. 둘째, 마음이 맑아야 합니다. 욕심이 없으면 마음이 맑아집니다. 마음이 맑을 때는 수정보다도 더 맑습니다. 셋째, 마음이 밝아야 합니다. 어리석음이 사라지면 마음이 밝아집니다. 우리들의 마음이 환하게 밝아지면 햇빛보다 더 밝아지고, 우리들의 마음이 욕심 없이 맑아지면 수정보다 더 맑아지고, 우리들의 마음이 가벼워지면 새털보다 더 가벼워집니다. 그럴 때 환하게 웃는 얼굴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리석기 때문에 무지가 칠흑보다 더 어둡고, 욕심에 찌들어 탁하기가 먹물보다 더 탁할 때가 많습니다. 한 생각 사로잡혀 마음이 천금보다 더 무거운 상태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어떤 교리를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철학을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복을 구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들의 어두운 마음을 밝게 만들고, 탁한 마음을 맑게 만들고, 무거운 마음을 가볍게 만드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들은 누구라도 이 마음을 찰나에 바꿀 수 있습니다. 천년 동안 어두운 동굴에 불을 켜면 즉시 밝아지듯이 우리의 괴로움은 한 마음 깨치면 즉시 밝아집니다. 천 년 동안 밝았던 동굴도 불 한 번 탁 끄면 즉시 어두워지듯이 우리가 욕심에 사로잡히거나 자기 생각에 사로잡히면 즉시 어두워지고 무거워지고 탁해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고 자기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늘 유의를 해야 됩니다. 유의를 하는 8가지 길이 바로 팔정도입니다. 항상 어리석지 않도록 깨어있고, 항상 생각을 바르게 하고, 말을 할 때도 깨어서 바르게 하고, 행동을 할 때도 알아차림을 유지해서 바르게 행동하고, 살아가는 삶의 방식과 태도도 바르게 하고, 바른 정진을 하고, 알아차림을 유지해서 마음의 평화와 고요를 유지해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의 마음은 무거워지려야 무거워질 수 없고, 탁해지려야 탁해질 수가 없고, 어두워지려야 어두워질 수가 없습니다. 그런 공부를 해나가는 것이 불교입니다.

이것은 여러분들이 어떤 종교를 믿든, 어떤 철학을 공부하든, 어떤 이념과 사상을 갖고 있든 관계가 없습니다. 얼굴이 검든 희든, 남자든 여자든, 늙은이든 젊은이든, 거기에도 관계가 없습니다.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그런 밝은 마음을 가질 수가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가 공부해 왔고, 여러분 중에는 크게 체험한 사람도 있고, 적게 체험한 사람도 있는 겁니다.

여러분이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을 졸업하기까지 많은 진행자와 돕는이가 여러분의 수행을 도와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진행자, 돕는이, 운영자, 그리고 여러분의 질문에 응답해 주신 담당 법사님 등 모든 분들께 감사의 박수를 한번 보내주면 좋겠습니다. (모두 박수)

경전대학을 졸업하면 여러분도 진행자가 될 수 있습니다. 조별로 수업을 진행해 준 진행자들처럼 봉사를 하고 싶다면 1년간 전법활동가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진행자가 되려면 시간적인 여유도 있어야 하고, 자기 결심도 있어야 하고, 진행할 수 있는 능력이나 인격도 되어야 합니다. 여러분이 원한다면 신청을 하고 점검을 받은 후 1년간 무료 교육을 받습니다. 경전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이런 기회가 주어지니까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이제 경전대학을 졸업했으니 앞으로는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어 살아가는 수행자가 되어 새로운 만남을 계속 이어나갑시다.”

이어서 스님은 졸업 후 정토회와의 인연을 지속할 수 있도록 수행, 보시, 봉사하는 삶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앞으로도 수행자로서의 삶을 살기 위해 2차 만일결사에 입재하면 좋겠다고 독려를 해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홍서원을 끝으로 졸업식을 마쳤습니다. 학생들은 교실별로 마음 나누기를 이어나가고, 스님은 방송실을 나왔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8시 30분에는 일요명상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150번 째로 진행되는 온라인 명상 시간입니다.

인도 성지순례가 진행되는 3주 동안 스님이 직접 생방송을 하지 못했습니다. 오랜만에 시청자들을 생방송으로 만났습니다.

“1,250명이 함께 한 인도 성지순례를 잘 마쳤습니다. 순례에 참여한 사람도 많았고, 인도의 교통 사정이 안 좋아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만약에 인도성지순례가 아니고, 인도여행이라고 했다면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표현했을 겁니다.

부처님보다는 훨씬 더 좋은 조건에 있구나

그러나 저희들은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순례를 갔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어려움을 기꺼이 감수하고 보냈습니다. 부처님은 맨발로 걸어 다니시고, 다 떨어진 옷을 입고, 밥은 얻어먹고, 잠은 나무 밑에서 자며 생활했습니다. 우리도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부처님보다는 훨씬 더 좋은 조건이었습니다. 차를 타고 다녔고, 순례자 숙소이긴 하지만 집에서 잤고, 우리가 직접 밥을 해 먹었지만 식사를 하루에 두 끼씩 하면서 지냈습니다. 우리가 부처님보다 훨씬 더 나은 조건에 있다는 관점을 가지니까 어려움도 쉽사리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일상적인 삶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남과 비교해서 기대를 높게 가지면 어디에 살아도 불만이 생깁니다. 그러나 기대를 낮추면 우리는 어디서든지 만족한 삶을 살 수가 있습니다.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서 순례를 했지만 그 속에서 이런 삶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면 충분히 순례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서 순례를 꼭 해보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한 주를 마무리하며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마음을 편안하게 갖습니다. 긴장을 내려놓습니다. 한가한 마음이 되어야 합니다. 아무런 할 일이 없는 편안한 마음을 갖고 관심을 코끝에 둡니다. 그러면 내가 호흡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숨이 들어올 때 들어오는 줄 알고, 숨이 나갈 때 나가는 줄 알 뿐입니다. 호흡을 알아차리는 것을 제외하고는 이 세상의 그 어떤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다만 호흡을 알아차립니다.

혹시 나도 모르게 다른 데에 관심을 빼앗겼다면 ‘내가 다른 데에 관심을 두고 있구나’ 하고 내려놓습니다. 자책하거나 잘하려고 애쓰지 않습니다. 잘못되면 잘못된 줄 알고 본래대로 돌아오면 됩니다. 불안해하거나 조급해하지 않습니다. 편안한 가운데 뚜렷한 알아차림을 유지합니다.”

탁, 탁, 탁!

죽비 소리와 함께 명상을 시작하고, 죽비 소리와 함께 명상을 마쳤습니다.

실시간 채팅창에 올라온 소감들을 스님이 직접 읽어준 후 생방송을 종료했습니다. 스님은 영어 통역을 해 준 국제지부 봉사자들과 잠시 대화를 나눈 후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내일은 전법활동가 법회를 생방송하고, 오후에는 공동체 지부 활동가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인 가운데 다음 3년의 인사 배치 계획에 대해 논의를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95

0/200

견지

감사합니다

2023-05-11 07:20:45

꼬꼬마

불교대학을 들으려고 하였으나 여러 사정이 여의치 않아,
이번에 못 듣고 올해 다음 학기에 들으려고 합니다.
그러면서 마음을 편하게 하고 인생의 주인이 나라는 사실이고 내가 먼저 행복해야 한다는 말이 맘에 와닿고 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23-03-22 20:30:15

진하

감사합니다 법륜스님 🍀

2023-03-19 14:10:42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