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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스님이 설립한 사회활동 단체인 평화재단, JTS, 에코붓다, 좋은벗들, 4개 단체의 정기 이사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평화재단으로 향했습니다. 평화재단 이사님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인 가운데 오전 10시에 정기 이사회를 시작했습니다.
개회와 더불어 성원 보고가 있은 후 평화재단 이사장인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올해 사회적 상황은 아마 예년에 비해 더 심한 갈등이 생겨날 것으로 예측됩니다. 남북 간의 갈등도 심해질 것 같고, 한국 내 정치적 상황도 갈등이 더 심해질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평화재단에서 평화를 위한 활동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첫 번째 과제는 기존의 활동을 정상화하는 것입니다. 지난 3년 동안 코로나 때문에 실질적인 활동이 거의 중지되다시피 했습니다. 코로나가 아직 완전히 물러난 것은 아니지만 사회 활동을 하는 데 큰 제약은 없는 수준이 된 것 같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활동을 좀 정상화시킬 필요가 있겠습니다.
두 번째 과제는 온라인 활동의 개발과 전환입니다. 온라인으로 세미나를 하는 정도 외에는 아직 활동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고, 거의 오프라인 상태로 머물고 있습니다. 그래서 온라인상으로 사회적 실천 활동을 어떻게 할 것인지 좀 더 적극적인 개발이 이루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올해부터 해야 할 일은 이런 두 가지 과제가 아닌가 합니다. 즉 멈췄던 실천 활동을 적극적으로 복원시키는 게 한쪽으로 필요하고, 다른 한쪽으로는 온라인상의 평화 운동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게 필요해요. 즉, 올해는 기존에 해오던 사업을 이어서 해나가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방식의 사업을 만들어 나가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어서 2022년 사업 실적과 결산 보고를 한 후 2023년 사업 계획과 예산 보고가 있었습니다. 이사진 모두 만장일치로 사업계획과 예결산을 승인했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 1시부터는 사단법인 JTS 이사회에 참석했습니다.
JTS는 국제 기아, 질병, 문맹 퇴치를 목적으로 스님이 1993년에 설립한 단체입니다. 이사진의 일부는 회의실에서 오프라인으로 참석하고, 일부는 온라인으로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가운데, 올해 JTS의 사업 방향에 대해 스님이 여는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재난이 점점 커져가는 것 같습니다. 작년에는 파키스탄 홍수가 아마 가장 큰 재난이 아니었나 싶고, 올해는 투르키예와 시리아의 대지진이 가장 큰 재난인 것 같습니다. 올해가 아직 많이 남았으니 앞으로 또 어떤 재난이 일어날지 모르겠습니다.
JTS는 어려운 사람들과 소외된 사람들을 돕는 걸 주 사업으로 하고 있고, 그다음으로는 긴급 재난에 대한 구호 활동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올해도 역시 사업 진행 방향은 예년과 비슷할 것 같습니다.
개중 가장 아쉬운 것은 북한 지원 사업입니다. 비공식적으로 들어온 정보에 따르면 지금 북한의 식량난이 고난의 행군 시기만큼이나 심각해서 굶어 죽는 사람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해요. 이런 아픈 소식을 계속 듣고 있습니다만 현재로서는 지원을 할 방법이 없습니다. JTS는 다른 단체들이나 정부에서 지원을 못 할 때도 지원을 해왔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로는 모든 연락이 끊겨서 어떤 지원도 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새해에는 북한 인도적 지원 사업도 통로가 열려서 고통받는 북한 동포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이 됐으면 합니다.
필리핀JTS은 올해 계획한 사업이 학교 건축입니다. 초등학교 1개, 중학교 1개, 장애인 학교 2개, 이렇게 4개 학교를 짓는 것이 계획되어 있습니다. 인도 JTS는 분교 시설이 조금 열악해요. 본교는 시설이 잘 돼 있지만 분교는 시설이 열악하고 급식도 원활하지 않아서 지원 요청이 항상 많기 때문에 분교 시설에 대해서 보완을 좀 하려 합니다. 그리고 상카시아에 담마센터를 짓는 사업과 연계해서 상카시아에 학교를 지으려고 합니다. 부지는 이미 확보되어 있어요. 여유가 되면 상카시아 학교 건설도 같이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올해 새롭게 계획한 사업이 동남아시아 각 나라를 방문하여 착실하게 활동하는 단체들을 방문하여 격려를 하거나 자립을 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이 일은 향후 동남아시아의 각 나라에 JTS의 이념을 실현하는 단체들과의 연대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어서 2022년 사업보고와 결산, 2023년 사업계획과 예산안에 대해 심의하고 의결했습니다. 만장일치로 사업계획을 승인하고 큰 박수와 함께 JTS 이사회를 마쳤습니다.
오후 3시부터는 사단법인 에코붓다 이사회를 시작했습니다. 에코붓다는 1988년에 ‘한국불교사회교육원’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2005년부터는 지금의 ‘(사)에코붓다’라는 새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스님은 1990년대 초반부터 한국 사회에 환경 문제를 제기하면서 생명존중 사상을 중심으로 한 불교의 근본 가르침을 토대로 새로운 환경윤리를 정립하고 그것을 사회화하는 데에 심혈을 기울여 왔습니다. 특히 1999년 이후에는 ‘쓰레기제로운동’을 통해 소비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실천방법을 개발하고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이사진 모두가 참석한 가운데 스님이 에코붓다 사업에 대해 여는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지금 기후위기로 인해서 지구가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근본적으로 우리가 소비를 줄이는 길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시위를 하고 다양한 노력을 해도 소비를 줄이지 않는 이상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에코붓다에서는 실질적으로 환경에 도움이 되고자 적게 먹고 적게 입고 적게 쓰는 운동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미미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기후 위기가 심해질수록 이렇게 소비를 줄이는 삶의 자세가 더 필요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작년에도 소비하지 않기 운동을 실험적으로 여러 개 해봤습니다. 이런 정신을 살려서 올해는 이런 실천 활동을 우리 사회에 확산시키는 운동을 전개해 나갔으면 합니다. 작년에 온라인 교육을 한 것이 효과적이었다고 하니까 온라인 교육은 계속해 나가되 실천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올해는 계획을 세워보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2022년 사업보고와 결산, 2023년 사업계획과 예산안에 대해 심의하고 의결한 후 에코붓다 이사회를 마쳤습니다.
오후 5시에는 사단법인 좋은벗들 정기 이사회에 참석했습니다. 좋은벗들은 남북 간의 화해와 협력,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인권 개선, 재외동포들과의 협력을 통해 민족의 평화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일을 하기 위해 스님이 1996년에 설립한 단체입니다.
먼저 스님이 좋은벗들 사업에 대해 여는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좋은벗들은 일단 북한 난민 문제가 어느 정도 종결되고는 사업의 방향이 제대로 안 잡힌 면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활동이 국내의 북한 이탈 주민들을 돕는 정도의 사업에 그치며 다소 정체가 됐습니다. 그런데 작년에는 미얀마에서 발생한 난민들과 미얀마 안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면서 조금 활로를 개척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한 난민들을 지원하는 쪽으로 사업을 확대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습니다.
한국 안에 들어와 있는 북한 이탈 주민들의 정착 지원 사업은 재정 지원을 하기보다는 역사기행을 진행하거나 통일체육축전을 여는 등 그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쪽으로 사업을 차별화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일단 대한민국에 들어오면 대한민국 국민이에요. 대한민국 국민이 되었다면 기본적으로 재정 지원은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본인만 의지가 있다면 얼마든지 일해서 먹고살 수 있습니다. 둘째, 취약계층이라 해도 대한민국 시민권이 있는 사람은 정부기관에서 다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굳이 좋은벗들이 지원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처음에 남한 사회에 정착할 때는 조금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요. 예전에 북한에서 갓 들어온 사람에게 살림을 지원해 주는 일은 좀 특별한 사례니까 가능했지만, 북한 주민 출신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벗들이 지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만약 취약 계층이라면 모두 JTS 사업으로 지원을 하면 됩니다. 좋은벗들은 이들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주변을 둘러보는 하루 여행을 기획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차별화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한국에 들어와서 정착한 지 10년이 넘었다면 물질적인 지원은 굳이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한국에 와서 5년 정도만 넘으면 다 스스로 벌어서 먹고살아야죠. 계속 지원을 받아서 살도록 하는 것은 오히려 자립심을 해치는 지원이 되지 않을까 해요. 그런 측면에서 현재의 사업 방향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어서 2022년 사업보고와 결산, 2023년 사업계획과 예산안에 대해 심의하고 의결한 후 좋은벗들 이사회를 마쳤습니다.
하루 종일 이사회를 하다 보니 해가 저물었습니다. 저녁 7시 30분부터는 정토회관으로 돌아와 수행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자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저는 어제 오전에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3주 동안 인도 성지순례를 준비하고, 순례를 안내하고, 마무리까지 하고 왔습니다.”
이어서 인도 성지순례를 다녀온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마지막날 상카시아에서 세계 지도를 만들고 전법을 발원하는 장면에서 큰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세계 지도를 만든 모습을 보니까 어때요? 멋있게 보이나요? 여러분이 보기에는 멋있지만, 세계 지도를 만든다고 순례자들과 스태프들이 엄청 고생을 했어요.” (웃음)
인도 성지순례의 감동을 나누며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네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마지막 질문자는 4년 전에 암 수술을 받았는데 재발과 전이에 대한 두려움을 떨칠 수가 없다며 어떻게 수행을 해나가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4년 전 유방암 수술을 받았습니다. 이후로 재발과 전이에 대한 트라우마로 신경 안정제를 먹으면서 지내왔습니다. 언제든 하늘이 부르는 그날까지 살다가 가리라 마음은 먹지만 트라우마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2월 정토불교대학에 들어오고부터 많이 좋아져 현재는 안정제는 거의 안 먹고 지내오고 있습니다. 스님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여전히 재발과 전이에 대한 트라우마와 죽음의 두려움은 떨칠 수가 없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수행을 해 나가야 할까요?”
“정신적인 질환이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은 누구도 죽음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죽음을 거부한다고 해서 안 죽는 것도 아니에요. 죽음을 싫어하고 거부한다고 안 죽지도 않고, 죽음을 좋아한다고 죽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내가 죽겠다고 할 때는 죽음을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내가 차를 타고 가다가 ‘이 차를 더 달릴 수 없도록 고장 내버리겠다’ 이렇게 마음먹는 것은 내가 결정할 수 있다는 거예요. 엔진을 망치로 때려버리든지 타이어에 구멍을 내버리든지 하면 됩니다. 그러나 ‘이 차를 절대로 고장 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마음먹는다면 그건 불가능해요. 조심해서 쓰면 오래 쓸 수는 있지만, 영원히 쓸 수는 없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질문자가 죽지 않을 방법은 없습니다. 예수님도, 부처님도, 공자도, 맹자도, 소크라테스도 다 죽었습니다.
그런데 ‘나’라는 개인이 살고 싶어 하는 마음에서 보면 죽음이라는 게 큰 고통이지만, ‘나를’ 떠나서 세상을 보면 죽음은 그냥 하나의 현상이에요. 파도가 일어났다 사라지듯, 나무 이파리가 봄에 피었다가 가을에 떨어지듯, 이 세상 모든 현상과 같은 하나의 현상에 불과합니다. 아무것도 특별한 것도 아니고, 두려워할 일도 아니고, 그냥 하나의 현상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자기에게 사로잡히면 이게 엄청난 두려움이 되게 마련이에요.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보면 매시간마다 수백만 명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몇 초마다 수천 명이 죽어간다고도 말할 수 있어요. 그래도 나의 문제가 아닐 땐 아무 문제가 없잖아요. 낙엽이 아무리 떨어져도, 나뭇가지가 아무리 부러져 떨어져도, 산에 있는 벌레나 짐승들이 아무리 죽어도 그게 나한테 아무 영향을 안 미칩니다. 왜냐하면 그건 그냥 자연 현상이기 때문이에요. 세계 곳곳에서 지금 이 순간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죽어 나가도 나한테 아무 영향을 안 미치는 거예요. 그만큼 죽음은 자연스러운 거예요. 그런데 나에게 사로잡히면 그게 큰일처럼 느껴집니다. 사실 죽음 자체는 큰일이 아니에요.
질문자는 지금 자기에게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죽음이 마치 큰일인 것처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냥 때가 되면 죽으면 돼요. 그런데 목을 매달거나 칼로 찌르거나 약을 먹거나 해서 내가 나에게 일부러 위해를 가하지 않는 이상은 죽고 싶다고 죽어지는 것도 아니고, 또 죽을 때가 되면 살고 싶다고 살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태어나고 죽는 거는 내가 하는 게 아니에요. 내가 태어날 때 내가 결정해서 태어난 게 아닙니다. 죽는 것도 내가 결정하는 게 아니에요. 그냥 자연의 현상이에요.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거는 뭘까요? 사는 동안 괴롭지 않고 행복하고 자유롭게 사는 거는 내가 결정할 수가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살아있는 동안 내가 자유롭고 행복한 길이 어떤 것인지를 가르치셨어요.
암이라는 것도 의학적으로 보면 별 거 아니에요. 우리의 세포가 돌연변이를 해서, 즉 유전자에 변이가 생겨서 일어난 거예요.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변이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제 몸의 세포 중에도 매일매일 돌연변이, 즉 세포 변이가 일어나고 있어요. 그런데 대부분은 그 세포 하나만 변이를 일으킵니다. 세포의 수명이 일주일이나 열흘 정도밖에 안 되다 보니, 그 세포가 죽으면 변이도 사라져요. 그러나 계속 증식을 하는 돌연변이가 생기면 문제가 되죠. 그런 돌연변이가 위의 세포 중에 생기면 위암이 되고, 폐에서 생기면 폐암이 되고, 피부에 생기면 피부암이 되고, 간에서 생기면 간암이 됩니다. 지금은 그 돌연변이가 다른 데 전이되지 않도록 잘라내 버리거나 레이저로 더 이상 변이를 못 일으키도록 중지시키는 방법을 통해 계속 살아갈 수 있습니다. 빠른 속도로 급성 전이가 일어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도 독한 게 있고 약한 게 있고, 빠르게 번식하는 게 있고 번식 속도가 더딘 것이 있는 것과 같아요. 전이 속도가 빠른 경우는 조금 위험하다고 말할 수 있겠죠. 그렇지 않은 일반적인 암의 경우, 요즘은 조기에 발견해서 수술했다면 금방 죽지는 않습니다.
질문자는 이미 나이가 들었으니 한 10년이나 20년 더 살면 되지 않을까요? 지금부터 100년을 더 살 건 아니잖아요. 지금 나이가 20살 정도라면 10년이나 20년을 더 산다 해도 좀 일찍 죽는 편에 들어가겠지만, 60세가 넘었으면 10년에서 20년 정도 더 사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더 이상 살 게 뭐 있어요? 그런데 현대의학 치료에서 보면 전이가 아주 빠른 암이 아닌 이상 대부분은 10년 이상 사는 것에 큰 문제가 없습니다.
사는 동안 두려워하면서 살다가 죽는 게 나을까요, 하루를 살더라도 편안하게 살다가 죽는 게 나을까요? 내 마음이 불안해도 마찬가지고 내 마음이 편안해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전문적으로 보면 내 마음이 편안할수록 변이가 덜 일어나고 전이 속도도 늦어진다고 합니다. 내 마음이 편안하면 내가 좋고, 병도 늦게 진행되니 좋아요. 내가 조급해하면 할수록 전이도 빨라지고, 나도 살아있는 동안 괴롭습니다. 그러니 이익되는 길을 선택하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저도 심장의 혈관이 하나 막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런 경우 일반적으로는 스텐트를 박는 시술을 하는데, 저는 그런 시술을 안 받고도 이렇게 몇 년이 지났습니다. 질문자처럼 ‘아, 이러다가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죽을 수도 있겠구나’ 이렇게 두려워하지 않아요.
다만 조심을 하면 됩니다. 내 병을 모를 때는 모르니까 무리할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내 병을 아니까 조심해서 행동하면 돼요. ‘이러다가 죽는 거 아니냐’ 이렇게 두려움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은 오히려 본인의 인생을 낭비하는 것입니다.
질문자의 경우, 말로는 죽을 때 되면 죽겠다고 하지만 그래도 속으로는 오래 살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자꾸 불안해지는 겁니다. 그러나 마음이 불안해지면 병도 빨리 전이되고, 나도 매일매일 괴롭게 살아야 합니다. 바보 같은 짓 아니에요? 그러니 마음을 편안하게 갖고 있다가 그냥 죽을 때 되면 죽으면 됩니다. 오래 사는 게 좋다고들 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좋다고 하기 어려워요. 너무 오래 살면 연금 문제며 노인성 질환 관련 지출 등 사회 부담이 엄청나게 커집니다. 고령화 사회가 지속될수록 그 사회는 성장률이 떨어져요. 이를 두고 ‘개인만 노쇠하는 게 아니라 사회 전체도 늙어간다’ 이렇게 표현합니다. 그러니 오래 사는 게 마냥 좋은 게 아니에요. 그렇다고 일부러 죽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는 거예요. 옛날 같으면 60세까지만 살아도 많이 살았다고 했습니다. 요즘은 60세는 조금 아쉬우니까 70세 정도로 잡더라도, 그 나이를 넘었다면 일부러 죽을 필요는 없지만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요?
‘살만큼 살았다. 그러나 나에게 좀 더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은 일을 좀 더 하고 죽겠다.’
이런 정도로 생각하면 어떨까 싶어요. 그래도 불안하면 안정제를 드세요. 안정제를 안 먹어야 좋은지 먹어야 좋은지 따지지 말고, 도움이 되면 그냥 드세요. 독약이거나 마약이 아닌 이상은 그냥 먹으면 돼요. 저도 매일 심장약을 먹으면서 이렇게 살잖아요. 그걸 두고 ‘언제까지 먹습니까?’ 이렇게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밥을 언제까지 먹고 고기를 언제까지 먹느냐는 질문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숨넘어갈 때까지 먹는 게 당연하니까요. 그런 것처럼 약도 그냥 먹으면 됩니다. 약 먹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겠어요? 양도 밥보다 훨씬 적고, 먹는 시간도 적게 들잖아요. 입에 넣고 물 한 모금 꿀떡 삼키면 넘어가는데 굳이 그걸 갖고 ‘언제까지 먹어야 하느냐’라는 얘기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약 부작용이 나타난다면 그 문제는 의사와 상담해서 조정을 해야겠죠. 그런 관점을 갖고 마음을 편안히 하시면 좋겠다 싶습니다.”
“사로잡혀 있다는 말씀이 가슴에 많이 와닿습니다. 사는 동안 괴롭지 않게 살고, 하루를 살더라도 편안하게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영감님은 살아 계세요?”
“헤어진 지 오래됐습니다.”
“그래도 재발을 막으려면 남편한테 참회 기도를 좀 하면 도움이 됩니다.”
“줄곧 원망하고 살았어요.”
“남편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참회 기도를 하는 겁니다. 남편은 또 남편 입장에서 할 말이 있어요. 내 입장에서 보면 말도 안 되지만, 상대가 바람을 피웠다 해도 본인에게 물어보면 자기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게 마련입니다. 세상 일이 그래요. 그래서 핑계 없는 무덤 없다고들 하잖아요. 그러니 이렇게 기도해 보세요.
‘내가 당신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서 미워하고 원망했는데 나이 들고 나서 보니 별거 아니네요. 내가 미워해서 미안합니다.’
그 사람한테 내가 잘못했다는 뜻이 아니라, 미워한 게 잘못됐다는 거예요. 부처님이 미워하지 말라고 하셨잖아요. ‘미워했던 거 죄송합니다’ 이렇게 참회해서 내 마음이 풀리면 건강도 좋아질 가능성이 있어요. 미워하는 감정은 세포에 변이가 일어나는 데 상당히 영향을 줍니다. 그러니 참회 기도를 하셔서 내 마음이 풀리면 나도 편안하고 병을 치료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그렇게 한번 해보세요. 그러면 안정제를 안 먹어도 될 거예요.”
“네, 알겠습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서 스님이 시청자들에게 마무리 인사를 했습니다.
“이렇게 한국에서 생방송을 하니까 인터넷에 끊김이 없어 좋네요. 인도에서는 법회를 할 때 ‘인터넷이 끊어져서 또 중간에 중단되진 않으려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진행했어요. 큰 지장 없이 잘했지만 마음이 썩 편안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방송을 하니까 인터넷 상태를 걱정하지 않고 법회를 할 수 있네요. 이렇게 외국에 나가봐야 대한민국이 좋은 줄 알아요. (웃음)
그래도 우리는 인도에서 인터넷이 끊어지고 여러 조건이 어려운 속에서도 법회를 계속해왔습니다. 그런 것처럼 이러면 이런 상황에서 저러면 저런 상황에서 꾸준히 정진을 해나가도록 합시다.”
생방송을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JTS, 에코붓다, 좋은벗들, 3개 사단법인의 총회에 참석하고, 오후에는 공동체 활동가들의 인사 배치에 대해 회의를 한 후 시드니정토회 이사회에 온라인으로 참석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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