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9.4 인도JTS 인도인, 한국인 스태프 미팅, 일요명상
“도시에 나가서 돈을 더 벌고 싶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안녕하세요. 인도 수자타 아카데미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스님은 인도JTS 활동가들과 함께 새벽 예불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이어서 발우공양을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올 겨울에 진행되는 인도성지순례 때 수자타아카데미에서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해 몇 가지 점검을 한 후 발우공양을 마쳤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친 후 스님은 곧바로 작업복을 입고 아침 울력을 시작했습니다.

“학교 정원에 나무들을 전부 가지치기 해야겠어요. 인도성지순례 때 만 명이 학교 안에 들어와서 공연을 봐야 하니까 앉았을 때 시야를 가리는 게 없도록 해야 해요.”

전지가위와 톱, 낫을 들고 학교 전체를 한 바퀴 돌며 시야를 가리는 나뭇가지는 전부 잘랐습니다.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습니다.




“이제 좀 시원해졌네요. 그래도 3일 동안 학교 안에 있는 나무 대부분을 가지치기했어요.”

울력이 끝날 무렵 인도JTS 스태프들이 속속 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사텐드라지가 울력을 하고 있는 스님을 발견하고 곁으로 달려가 울력을 도왔습니다. 잘라진 나뭇가지들을 한쪽으로 치웠습니다.

“나중에 건축부 사람들에게 잘라낸 나뭇가지들을 전부 치워달라고 부탁 좀 해주세요.”

8시 40분에 울력을 마쳤습니다. 스태프들은 건축부 사무실에서 스님을 기다렸습니다.

“저는 삭발을 해야 해서 5분 정도 늦는다고 미리 이야기를 해주세요.”

스님이 도착하자 스태프들은 삼배로 인사를 했습니다.

“나마스떼! 엊그제 학교 행사를 할 때 바브랄지와 건축부를 소개하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건축부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자고 한 거예요.” (웃음)

스님이 수자타아카데미에 온 지 만 5일이 되었습니다. 지난 5일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각자의 소감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먼저 가졌습니다.

“학교 축제에서 아이들이 밥을 편안하게 잘 먹었고, 행사가 질서 정연하게 잘 치러진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동물원이 문을 닫아서 아쉬웠어요. 제띠안을 걷는 것은 무척 힘들기는 했어도 예전보다 변화된 모습을 본 게 좋았어요.”

“마을 잔치가 취소되어서 아쉬웠지만, 결과적으로는 JTS 가족 행사처럼 진행되어서 좋았고, 특히 아이들에게 더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이들이 댄스 공연을 준비하면서 매우 즐겁게 연습을 한 것이 좋았고요. 마을 잔치가 취소되어서 행사가 일찍 끝날 줄 알고 걱정했는데, 스님께서 공연을 한 번 더 하도록 진행을 해주셔서 식사 시간에 맞춰 행사를 끝낼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스님께서 아이들에게 비스킷을 나눠주니까 아이들의 입이 찢어질 정도로 기뻐했어요. 지금은 일 년에 한 번 스님께서 오시는데, 앞으로는 일 년에 두 분 오시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공연할 때 엠프에서 계속 삐 소리가 나서 엠프를 새로 사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한 명씩 소감을 이야기하는 가운데, 두르가푸르에 살고 있는 드네스지는 왜 마을 사람들이 마을 잔치에 대해 항의를 했는지 그 배경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왜 마을 잔치에 대해 항의를 하는지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스님께서 처음에 우리 마을에 오셨을 때는 마을 사람들과 똑같이 벽돌을 날랐고, 시멘트를 섞고 함께 땀 흘리며 일을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스님과 마을 사람들이 함께 학교를 지을 수 있었잖아요. 마을 사람들은 지금도 그때처럼 스님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스님께서 너무 바쁘셔서 요즘은 그런 시간을 갖지 못하니까 ‘스님이 우리를 잊어버리신 것 아닌가’ 하면서 아쉬워해요. 그런데 우리 마을 잔치에 다른 마을 사람들까지 온다니까 마을 사람들의 불만이 쌓인 것 같아요. 몇몇 마을 사람들은 ‘우리는 30분이라도 스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런 마을 사람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 스태프들이 더 연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소감을 다 듣고 나서 스님이 한 가지 부탁을 했습니다.

“이번에는 마을 방문을 하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스님이 마을 방문을 하지 못한 이유는 방글라데시에 있는 로힝야 난민촌에 가스버너를 지원하는 일이 갑자기 생겼기 때문입니다. 혹시 마을 잔치가 취소된 일 때문에 스님이 마을 방문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마을 사람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여러분들이 잘 설명을 해주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녁에는 한국 사람들을 위해 온라인 방송을 해야 해서 시간을 많이 내지 못했습니다.”

내년 1월이 되면 스님이 이곳 둥게스와리를 방문한 지 30년이 됩니다. 그리고 정토회는 30년 결사를 마무리하게 됩니다. 이것을 기념하여 한국에서 1250명이 인도성지순례를 오게 되고, 둥게스와리 마을 주민 1만 명에게 공양을 올릴 것이라는 계획을 인도인 스태프들에게 스님이 자세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1만 명이 학교 안에서 식사를 하게 되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무대는 어디에 설치하는 게 좋을지, 버스는 어디에 주차하는 것이 좋을지, 여러 가지 준비사항에 대해 함께 점검하고 의견도 수렴했습니다.

“좋은 의견들을 많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세부적인 것은 보광법사님과 회의를 하면서 더 구체화시켜 나가 주시기 바랍니다. 이 외에 또 건의사항이나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요?”

먼저 수자타아카데미 교감을 맡고 있는 인드라짓이 제안을 했습니다.

“보드가야 시내에 큰 시민문화회관이 생겼어요. 수자타아카데미 아이들이 거기서 공연을 할 수 있게 되면 자부심이 생길 것 같습니다.”

스님도 인드라짓의 의견에 공감하며 대답했습니다.

“저도 어제 지나가면서 시민문화회관을 보았습니다. 이곳에서 그렇게 큰 건물이 생긴 게 처음이고, 그래서 저도 수자타아카데미 학생들도 거기서 공연을 해보는 경험을 해봐야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야 아이들에게 자존감이 생기죠.

여러분들이 아이들을 교육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이, 첫째, 둥게스와리에 산다는 것에 대한 컴플렉스가 없도록 하는 것이고, 둘째, 카스트가 낮다는 것에 대한 컴플렉스가 없도록 하는 것이고, 셋째, 여자로 태어났다는 것에 대한 컴플렉스가 없도록 하는 것입니다. 누구나 다 배우고 훈련받으면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인도 사회에 보여줘야 합니다. 여러분들까지는 그게 불가능할 수도 있지만, 여러분들의 자녀는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처음 이 마을에 왔을 때 동네 사람들한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마을은 앞으로 몇십 년만 지나면 세계적인 성지가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로 땅을 도시 사람들에게 팔지 마세요.’

여러 번 이렇게 얘기했어요. 까미스와르지는 기억하죠?”

“Yes.”

“여기에 도로도 생길 것이고, 전정각산은 공원이 될 것이라고 얘기했었어요. 공원 이름도 제가 옛날부터 ‘싣다르타 파크’ 라고 지어놓았어요. 저는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걸 반대하는데 인도 정부는 산꼭대기까지 케이블카를 놓을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왜냐하면 정부 입장에서는 그런 걸 설치해서 돈벌이를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다음에 제가 동네 사람들에게 이야기한 내용은 이겁니다.

'앞으로 3대만 내려가면 여러분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예요. 여러분이 지금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부자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아이들을 잘 교육시키는 것이 부자가 되는 제일 빠른 길입니다.'

이렇게 여러 번 설득을 했지만 동네 사람들은 제 말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30년 전에는 마을 사람들 모두가 식량과 옷을 나눠주기를 원했지 아이들을 공부시키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아이들을 공부시키는 것은 훨씬 더 많은 돈이 드는 데도 자기들은 필요가 없다고 말했어요.

그러나 둥게스와리 마을이 좋아지려면 앞으로 3대는 내려가야 합니다. 여러분들의 자녀들부터는 인도 사회에서 보통 사람들과 똑같이 살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인생을 좀 길게 보고 살아야 돼요.

도시에 나가서 돈을 더 벌고 싶죠?

여러분들 중에는 델리나 어디 대도시에 가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러면 돈을 조금 더 벌 수는 있어요. 그러나 집세 내고 전기료 내고하면 남는 것이 하나도 없어요. 거기 가서 하는 일이라곤 늘 남의 심부름을 하는 일이에요. 여러분의 자녀들이 그곳에 있는 학교에 다니게 되면 같은 교실에 부잣집 애들도 많기 때문에 오히려 열등의식을 갖게 됩니다. 그러나 수자타아카데미에서는 모든 아이들이 똑같은 대우를 받기 때문에 차별을 안 느끼잖아요. 보드가야 시내에 있는 유명 사립학교에 자녀를 보낸다고 생각해봐요. 그러면 선생님부터 ‘너희 아버지는 뭐하니?’ 물어보고, 애들끼리도 늘 아버지의 직업을 물어보게 됩니다. 그러면 ‘우리 아버지는 의사다’, ‘우리 아버지는 변호사다’ 이렇게 말하는 환경 속에서 여러분의 아이들이 자라나게 되기 때문에 마음속에 열등의식을 갖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월급을 조금 더 많이 받을 수 있을 뿐이지 실제로는 좋은 게 아니에요.

여러분들이 이 점에 대해서 확실히 알아야 둥게스와리 마을을 좀 더 낫게 만드는데 헌신적으로 일할 수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비록 조금 어렵게 살더라도 둥게스와리의 미래를 위해 준비를 해나갔으면 좋겠어요. 스님 혼자서 그런 꿈을 꾼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여러분과 함께 해야 그 꿈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수자타아카데미를 졸업한 마을 청년들이라면 둥게스와리 마을 개발을 위해서 같이 협력을 해야 되는데, 마을 잔치 갖고 분란이 생겨서 되겠어요? (웃음)

옛날 노인들은 배운 게 없어서 몰랐다고 하지만 수자타아카데미를 졸업한 학생들이라면 다른 마을 사람들과 손을 맞잡고 협력할 줄 알아야 되지 않을까요? 그래야 둥게스와리가 발전하죠. 네 마을 내 마을을 따진다면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옛날에는 JTS가 마을 개발을 그렇게 하고 싶어도 마을에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어요. 노인들 중에는 교육을 받은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마을 개발을 못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마을마다 수자타아카데미를 졸업한 청년들이 많이 생겼잖아요. 그 사람들을 잘 설득해서 마을 개발을 본격적으로 할 만한 때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여러분이 세 가지를 해나가야 합니다.

앞으로 마을 개발을 위해서 해야 할 일

첫째, 소비협동조합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가 구입해서 사용하는 상품들이 너무 값이 비싸잖아요. 왜냐하면 중간 상인들이 이익을 다 가져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소비협동조합을 만들어야 합니다. 생필품을 공장도 가격으로 구입해서 우리 모두가 나눠 가지는 방식을 취하면 물건을 30% 이상 싸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시멘트든 벽돌이든 건축자재도 마찬가지예요. 한꺼번에 대량으로 계약을 하면 훨씬 값싸게 구입을 할 수 있습니다.

둘째, 생산협동조합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가 우유를 생산하든 농작물을 생산하든 한 사람 한 사람씩 시장에 내다 팔면 제 값을 못 받습니다. 그러나 생산협동조합을 구성해서 한꺼번에 판매를 하면 훨씬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어요. 그러니 구입할 때는 좀 더 싸게 구입할 수 있고, 판매할 때는 좀 더 비싸게 판매할 수 있습니다.

셋째, 마을 은행을 만들어야 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개인적으로 돈을 빌리면 사채 이자가 비싸잖아요. 그러나 마을 은행을 만들어서 함께 저금을 하고, 값싸게 사람들한테 빌려주면, 훨씬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어요.

그런데 이런 일을 하려면 뜻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야 돼요. 동네 노인들은 이게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기 때문에 20년 전에 시도해 봤지만 제대로 안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학교 교육을 한 지 30년이 되었으니까 수자타 아카데미를 졸업한 학생들의 나이가 이제 30대가 되었고, 마을마다 이런 청년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그러니 이제야말로 마을 개발을 제대로 해볼 때가 되었어요.

병원이나 학교는 스태프들이 운영할 수도 있지만, 마을 개발만큼은 마을 사람들이 직접 해야 됩니다. 제가 30년 전부터 해보고 싶었지만 아직 시작도 못 하고 있는 것이 마을개발이에요. 이제는 여러분들이 한번 계획을 세워서 해봐요. 지금까지는 마을개발이라는 것이 겨우 핸드펌프 파주는 것 정도가 성공적이었지 다른 일은 제대로 시작도 못해봤습니다. 물론 결핵도 퇴치했고, 모자 보건을 통해 유아 사망률도 거의 없앴습니다. 그러나 주택 개량, 소득증대 이런 일들은 더 많은 연구를 통해 함께 만들어나가야 할 일들입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한 후 계속해서 건의를 받았습니다. 이번에는 건축부를 맡고 있는 바브랄지가 제안을 했습니다.

“냉장고와 트랙터, 두 개는 무조건 필요합니다. 꼭 구입을 했으면 좋겠어요.”

“냉장고가 왜 필요해요?”

“아이들 급식에 감자만 주지 않고 야채를 좀 더 주고 싶은데, 야채를 사서 놔두면 이틀 안에 다 상해서 버리는 일이 생겨서 더 이상 야채를 구입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쉽게 상하는 야채는 아이들 급식에 넣지 못하고 있습니다.”

“야채는 매일 구입하고, 매일 먹어야죠. (웃음) 매일 구입해서 매일 먹어야 건강에 더 좋아요. 냉장고에 음식을 보관하는 한국 사람들이 좋아 보이지만, 냉장고 안에 열흘 넣어두었다가 먹는 음식이 사실은 건강에 별로 좋지 않습니다.”

“특히 고추와 고수, 이런 종류가 금방 상해버려요. 또 매일 구매해서 먹기에는 시장이 너무 멀어요.”

“냉장고를 설치하려면 전기가 안정적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전기가 불안정하잖아요. 잘못해서 전기가 끊어지면 한꺼번에 썩어버립니다. 그렇다고 발전기를 돌려서 냉장고를 유지하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듭니다.”

“백신을 보관할 수 있으려면 최소한 병원에는 작은 냉장고 한 대가 필요합니다.”

“냉장고가 필요하다는 건 인정을 해요. 그런데 스님은 환경 운동을 하는 사람이라서 에너지를 적게 쓰는 운동을 하기 때문에 썩 내키진 않아요. 냉장고가 한번 들어오면 냉장고만 들어오는 게 아닙니다. 다음에는 세탁기도 들어와야 되고, 건조기도 들어와야 되고, 순서가 다 있어요. 계속 요구가 들어오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의 기후위기가 생긴 거예요.

앞으로 인도 사람들이 전부 한국 사람들처럼 살면 큰일입니다. 인도의 화장실이 오줌 한 번 누고 물 한 바가지씩 넣는 수세식으로 전부 바뀌면, 물 부족 현상과 휴지 과다 사용이 큰 문제가 될 거예요. 그래서 한국에서도 문경 수련원은 아직도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서울 정토회관은 오히려 휴지를 안 쓰고 인도식으로 물로 씻을 수 있게 해 놓았어요. 그래서 한국 사람들 중에는 화장실 때문에 정토회에 안 오려고 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입니다.” (웃음)

다음은 트랙터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습니다.

“트랙터는 뭐 하는데 쓰려고요?”

“첫째, 농사짓기 위해서 필요합니다. 둘째, 공사일을 할 때 필요합니다. 유치원에 담장을 쌓거나 공사를 진행하려면 트랙터가 필요한데, 지금은 작은 트럭으로 무거운 자재를 나르니까 트럭이 계속 고장 납니다.”

“바브랄지의 건의가 상당히 일리가 있다고 일단 이해하겠습니다. 아직 오케이는 아니고요. 학교 급식을 위해서 채소를 보관하려면 냉장고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도 동의하고요. 일단은 매일 시장을 보는 방식으로 조금 더 해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어렵겠다면 다시 고려해 보겠습니다. 트랙터는 당장 올해부터 구입 여부를 검토해 봅시다.”

“단야와드.”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좋은 제안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늘 자신들의 어려움을 토로할 때가 많았는데, 이제 인도인 스태프들이 학교의 주인이 되어 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다 함께 운동장에 나와 내년 1월 인도 성지순례 때 무대를 설치할 장소를 둘러보고, 학교 정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스님의 설명을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모임을 마쳤습니다.

잠시 휴식을 했다가 오후 2시부터는 인도JTS 한국인 활동가들과 모임을 가졌습니다. 지난 5일 동안의 일정을 마무리하면서 평가도 하고, 지난 30년을 돌아보고 미래 30년의 비전을 그려보기 위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먼저 상카시아에 담마센터를 짓기 위해 인도에 파견을 온 활동가 두 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향후 10년 간 상카시아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할까요?

“저희가 상카시아에 가게 되면 담마 센터를 짓는 일을 비롯해 인도에 불교를 전하는 일을 하게 될 것 같은데요. 향후 10년 간 상카시아에서 어떤 일을 주로 해야 할까요?”

“JTS 사업은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구호사업이기 때문에 종교와 관계없이 진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조회를 할 때 빤쯔실(남방불교 예불)을 하게 된 것은 처음에 학교를 시작한 사람들이 석가족이었기 때문에 한 것이지, 스님이 하라고 해서 시작한 게 아닙니다. 석가족은 모두 불자들이다 보니까 유치원 건물 옥상에도 법당을 지어버렸어요. 스님은 이곳에 절을 짓자고 제안한 적이 없었습니다. 절을 지어 놓으니까 불상을 모셔오게 되었고, 절 이름도 전정각사로 명명했던 거죠. 그러나 JTS 사업은 종교적인 목적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인도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을 확대해 나가다 보면, 결과적으로 불교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주게 되겠죠. 불자가 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구호사업을 하면서 종교가 다르다고 차별해서는 안 됩니다. 구호사업은 종교를 목적으로 해서는 안 됩니다.

불법은 사람의 마음을 평화롭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래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파하는 일은 구호사업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일입니다. 현재 전 세계 인구를 보면, 중국과 인도가 각각 14억 정도 되고, 내년에는 인도의 인구가 중국을 초월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유럽 인구를 다 합쳐도 4억밖에 되지 않습니다. 인도 인구가 14억이라는 것은 세계 전법에서 인도가 매우 의미 있는 대상이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고, 언어 장벽도 극복해야 합니다. 그런데 인도는 종교 활동이 자유롭고 불교를 배척하지도 않습니다. 언어 면에서도 중산층 이상은 영어가 통용되는 만큼 기복적이지 않은 참된 불법을 전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곳입니다. 인구의 10% 정도만 전법의 대상으로 삼아도 1억 4천만 명이니까 한국 인구의 3배나 되는 규모입니다. 인도 인구의 10% 정도는 1인당 소득이 만 불 이상이고 불법을 받아들일 수 있는 지적 수준이 될 만큼 교육도 받았습니다.

이것을 잘 보여주는 증표의 하나가 고엔카(Goenka)센터입니다. 고엔카 센터는 종교를 넘어서 수십 군데의 담마센터를 갖고 있는데 불교를 강조하지 않고 불법의 참된 가르침인 위빠사나를 가르칩니다. 그 결과 벌써 상당 부분 인도화 되었고, 해외에 있는 인도인을 통해 국제화도 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본부인 담마기리(DhammaGiri)는 이갓푸리(Igatpuri, Maharashtra주)에 있고, 뭄바이에는 셀이라고 해서 혼자 들어가 명상할 수 있는 방이 만 개나 들어 있는 탑(Global Vipassana Pagoda, 2008 완공)도 세웠습니다. 그 정도의 수요가 있기 때문에 인도는 세계 전법의 중요한 대상입니다. 세계 전법의 주요 대상은, 첫째 미국입니다. 둘째, 유럽입니다. 세 번째는 인도가 될 것입니다. 중국보다 훨씬 더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1차 만일을 시작할 때는 정토회가 세계 전법을 중심 활동으로 하기보다 인도의 성지 가꾸기에 주력했습니다. 성지 가꾸기란, 첫째, 성지를 보호하는 것이고, 둘째, 석가족 마을 주민들이 불법을 제대로 이해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런 목적을 위해 상카시아에 담마센터를 지으려고 하는 겁니다. 석가족에게 정토회와 같은 수준의 불법을 전하는 것은 아직 무리입니다. 석가족은 종교로서의 불교를 원합니다. 상카시아 대탑을 복원하려는 이유는 장기적으로는 담마를 가르치는 것이 목적이지만 일단 그들의 신앙을 북돋아 주기 위해서입니다. 즉 불법을 공부할 수 있게 하는 것과 그들의 신앙에 자부심을 느끼도록 하는 것, 두 가지 목표를 갖고 상카시아 불사를 하려고 하는 거예요.

상카시아 담마센터 건립은 중간에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서 그렇지 원래는 1차 만일결사 때 이루고자 했던 목표였습니다. 이 과제가 2차 만일결사 초기에 해야 할 과제로 넘어가게 된 거예요. 2차 만일결사의 주요 목표는 세계 전법이고, 힌디어로 희망 편지를 만드는 것과 같은 일들이 세계 전법 활동에 해당합니다. 첫 단계는 나라와 상관없이 영어가 가능한 외국인에게 전법을 하는 겁니다. 세계 전법 차원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인도인을 대상으로 전법을 해볼 수가 있겠죠. 두 번째 단계는 인도의 중산층을 대상으로 힌디어로 전법을 하는 일이 될 수 있겠죠.

하지만 여러분은 향후 10년 동안에는 1차 만일에서 다하지 못했던 과제를 수행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첫째, 상카시아에 담마센터를 건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숙소, 수련장, 종교 시설, 대중 집회를 할 수 있는 강당 등 건물을 먼저 지어야 합니다. 둘째, 앞으로 불교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학교 운영을 해야 합니다. 상카시아에는 박사학위를 소지한 담마빨 스님이 있어서 이곳 둥게스와리보다 유리합니다. 그곳에 수자타아카데미 분교를 세워 인재를 양성하는 방향으로 운영할 수 있습니다. 석가족들은 인터컬리지(Inter College, 6-12학년 학생들에게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 지원 고등학교)를 세워주기를 원합니다.

상카시아에 담마센터를 건립하는 것과 학교를 지어 운영하는 것이 10년 안에 해결해야 할 두 가지 과제입니다. 지금 절을 짓는 게 늦어지다 보니 석가족 주민들은 학교를 짓는 게 더 쉽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재정만 지원되면 단결해서 추진할 만큼 석가족들의 신심이 깊지는 못합니다. 지도급 인사들의 내부가 분열되고 이해관계를 다투고 있어서 지난 20년 넘게 연기되고 있는 겁니다.

우선 석가족에게 신앙의 자부심을 키워주고 참된 불법을 배울 기초를 마련하는 것이 앞으로 10년간 해야 할 일입니다. 이 일은 앞으로 세계 전법의 기반이 될 것입니다. 둥게스와리는 빈민촌이고 상카시아는 전형적인 농촌인데, 동네 수준은 별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상카시아의 석가족 집성촌은 같은 종족이 모여 사는 마을이라 마을 간 갈등도 많지 않아서 공동구매, 공동 판매, 마을 정비 등 새마을 운동과 같은 마을 개발 사업의 전망이 좋습니다.”

여기까지 대화를 나눈 후 일요명상 생방송 준비를 했습니다. 오후 4시 정각에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한국 시간으로는 저녁 8시 30분이었습니다.

“지난주에는 한국 서울에서 명상을 함께 했는데, 저는 지금 인도 보드가야에 와 있습니다. 한국에는 지금 강력한 태풍이 온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하고 있는데, 오늘 명상 시간에는 모든 염려를 내려놓고 조용히 명상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지금 저와 함께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으신 보드가야 대탑 아래로 가보겠습니다.”

스님이 보드가야 대탑 아래 보리수 아래에서 명상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 후 다 함께 명상을 했습니다.

탁, 탁, 탁!


일요명상을 마무리하며 실시간 댓글창을 읽어주는 것은 다시 인도 수자타아카데미에서 스님이 직접 했습니다.

“보리수 아래에서 명상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편안했습니다.”
“인도 성지순례에 가고 싶다는 마음에 사로잡혔습니다.”
“보드가야 대탑 모습을 봐서 그런지 집중이 더 잘 되었습니다.”

인도 시간으로 오후 6시, 한국 시간으로 밤 9시 30분이 넘어서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제가 있는 이곳은 너무 더워서 명상을 하고 있는데도 땀이 줄줄 흐르고 있습니다. 다음 주에 또 뵙겠습니다.”

일요명상 생방송을 마치고 다 함께 저녁 예불을 한 후 7시 40분부터 오후에 하던 인도JTS 사업 논의를 계속 이어 나갔습니다.

저녁에는 인도JTS 사업의 미래 비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눈 후 스님이 마무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미래 100년에는 문명의 중심이 될 나라, 인도

“2차 만일결사까지는 미국 주도의 시대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2차 만일결사가 끝날 즈음에는 세계의 중심이 동아시아로 상당 부분 이동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리고 3차 만일결사를 하는 시기에는 동아시아의 시대가 되고, 인도가 지금의 중국처럼 부상해서 그다음 100년은 인도가 문명의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먼 미래를 고려한다면 지금 뉴델리를 중심으로 인도의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뉴델리에 물적 토대를 마련해 놓는 게 필요해요. 그때 가서 지금을 돌아보면 지금의 물가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볼 수도 있거든요. 아무리 온라인 시대라 하더라도 지금 인도에 물적 토대를 마련해 놓게 되면 미래에 훨씬 유리할 것입니다.

인도에는 영어 사용자가 많아서 세계 전법의 측면에서도 매우 유리합니다. 얼마 안 있어 인도의 중산층은 세계 전법의 중심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힌두교는 외래 사상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종교입니다. 반면에 유럽은 종교를 믿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서 불법을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그런데 인도는 불교를 힌두교의 틀 안에서 받아들이기 때문에 인도인에게 부처님의 참된 가르침은 굉장히 생소하게 느껴지면서 거부반응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30년 전만 해도 부처님의 정법이 한국 불교인들에게 잘 받아들이기 어려웠는데, 인도 사람들에게는 그것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인도정토회와 인도JTS의 미래에 대해 여러 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두 시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이제 5일간의 수자타 아카데미 방문 일정이 모두 끝났습니다.

내일은 새벽 5시 30분에 수자타 아카데미를 출발해 가야역으로 가서 하루 종일 기차를 타고 석가족이 많이 사는 상카시아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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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준

정법을 한국 또는 인도의 종교에서 받아들일수 있는지 없는지를 논한다는것 자체가

정법에 대해 확실히 알고있다는 것이고 그 정법을 이렇게 자연스럽게 얘기할 수 있다는게...

어찌보면 참 소수들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인것 같은데 이렇게 논의할 수 있다는게 참 좋습니다.

2022-09-16 20:54:36

보각

잘 보았습니다. 인도가 3차 만일결사 시작즈음에는 문명의 중심이 될수있다는 말에 동감합니다.
나도 내 인생 어떻게 살아갈것인지, 한번 탐구해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2-09-13 09:31:54

청정화

둥게스와리의 미래 너무나 기대됩니다. 스님의 큰 발원 꼭 이루어지기를 기도합니다.

2022-09-11 16:5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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