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9.2 보드가야 대탑 참배,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
“여기는 인도 보드가야입니다”

안녕하세요. 인도 수자타 아카데미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스님은 새벽 4시 30분 인도 공동체 대중들과 함께 예불과 발우공양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치고 곧바로 작업복을 갈아입었습니다. 어제에 이어서 학교 정원에 심어진 나무들을 가지치기하기로 했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수자타아카데미 중급생 남자아이들이 스님과 함께 울력을 했습니다.

“이런 가지들을 잘라 주면 돼요. 한번 따라해 봐요.”

스님이 일하는 방법을 설명해주지 상급생들은 금방 알아듣고 연장을 하나씩 들었습니다.

“그 가지는 잘라주면 좋겠어요.”

이발을 하듯이 나뭇가지를 싹둑 자르고 나니 주위가 아주 시원해 보였습니다.

“여러분이 나보다 힘이 세니까 이 나무는 여러분이 잘라 보세요. 누가 자를래요?”

“저요!”

한 사람이 빠른 속도로 톱질을 했습니다.

“좋아요. 아주 잘했어요.”

요령을 터득한 아이들은 이제 각자 연장을 들고 나무를 하나씩 맡아 가지치기를 했습니다.


상급생들은 스님과 함께 울력을 하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 눈치였습니다. 누군가가 일을 시키는 게 아니라 함께 일을 해서 그런 것 같았습니다.

“수고했어요. 많이 시원해졌죠? 오늘은 여기까지 합시다.”

한 시간 동안의 울력을 마치고 8시 30분에 수자타 아카데미를 출발하여 보드가야로 향했습니다.

어제까지는 학교와 병원을 둘러보고, 학교 축제를 했습니다. 오늘은 온라인으로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해야 해서 인터넷이 잘 되는 보드가야로 나왔습니다. 또 보드가야로 나온 김에 대탑에 참배하고, 얼마 전 준공한 한국 절도 방문해서 축하하고, 보드가야 인근에 절들을 찾아서 인사도 나누기로 했습니다.

이곳 둥게스와리는 몇 달 동안 계속 가물어서 모내기를 못할 정도였는데, 스님이 도착하자마자 장대 같은 비가 쏟아졌습니다. 바닥을 드러내고 있던 네이란자라 강에도 드디어 강물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네이란자라 강물이 엄청 불어났네요.”

동네 사람들에게 스님이 오면 비가 온다는 신화가 더욱 굳어지게 생겼습니다.

북적거리는 보드가야 도심을 지나 대탑 앞에 차를 세우고 티켓을 끊은 후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무더운 여름이어서 그런지 순례객이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모레 일요명상 생방송할 때 보드가야 대탑 앞에서 명상하는 모습을 촬영해서 보여주려고 해요. 당일에 생방송을 하려고 하니까 안에서는 와이파이가 안 된대요.”

대탑의 동문으로 들어가서 대탑을 끼고 돌아가니 서편에 부처님이 그 아래 앉아 깨달음을 얻었다는 보리수가 나타났습니다. 대탑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부터 촬영을 시작해서 대탑을 돌고,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자리인 보리수를 참배하는 모습까지 촬영을 마쳤습니다.

무더운 날씨에 스님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땀으로 범벅이 되었습니다.

시원한 보리수 아래에 가부좌를 하고 앉아 명상종을 한 번 친 후 고요히 명상을 했습니다.

명상을 마치고 나서 스님은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후 선정에 들었던 일곱 장소를 둘러보았습니다.

“온 김에 일곱 장소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도 다 촬영해서 갑시다. 성지순례 사전교육용으로 쓸 수 있게요.”

대탑 주변에 안내 푯말이 서 있는 일곱 장소를 모두 찾아가 설명하는 모습을 촬영했습니다. 모두 촬영하는 데에 약 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촬영을 하는데 인도 동자승들이 따라다니며 손을 내밀었습니다. 스님은 따끔하게 혼을 냈습니다.

“이렇게 승복을 입고 구걸하면 안 돼요. 구걸을 하려면 승복을 벗어야 해요.”

보리수 아래에서 촬영할 때 주변에 기도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잡음이 많을까 봐 명상공원에서 한 차례 더 일요명상용 촬영을 한 후 대탑을 나와 오토릭샤에 올라탔습니다.

먼저 대한불교조계종에서 건립한 한국 절인 분황사를 방문했습니다. 분황사는 인도 불교를 복원하겠다는 원을 갖고 오래전부터 노력해 온 붓다팔라 스님의 진두지휘로 얼마 전 준공식을 마쳤습니다.



분황사 안으로 들어가니 한국 전통식 대웅보전이 말끔하게 완공이 되어 있었습니다. 대웅보전 옆에는 숙소를 짓는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고생 많이 하셨겠어요. 불사가 이제 거의 다 자리를 잡았네요. 축하드립니다.”

“먼저 이곳에 큰 스님이 계신 덕분입니다.”

스님은 붓다팔라 스님에게 축하의 마음을 전한 후 그동안의 과정, 스님의 요즘 근황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다음은 인도 동부의 소수민족인 차크마족 불자들이 세운 차크마(CHAKMA) 절을 방문했습니다. 차크마 절에는 인도JTS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쁘리야팔 스님이 머물고 있습니다.

쁘리야팔 스님의 건강이 어떠한지 안부를 묻고, 차크마 부족들의 인도 시민권 획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쁘리야팔 스님에게 기부금을 전달했습니다.

“이 돈은 차크마 부족들의 시민권 획득을 해결하는 일에 사용하세요. 그리고 이 돈은 차크마 절을 운영하는 데에 쓰시고요.”

“감사합니다.”

한 시간이 지나있었습니다. 방글라데시 절에서 언제 오는지 계속 연락이 오고 있었습니다.

“쁘리야팔 스님께서 혼자 계셔서인지 항상 말씀을 길게 하셔요.”

“혼자 계시고 소수자를 위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시다 보니 그럴 거예요. 가끔씩 법사님이 찾아뵙고 말씀을 충분히 들어드리세요.”

차크마 절을 나와 다음은 방글라데시 절로 향했습니다.


방글라데시 절의 주지 스님은 수자타아카데미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분입니다. 스님이 방글라데시 절을 방문한 이후 절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며 절 앞에 스님과 함께 찍은 사진도 전시해 놓고, 스님에게 꽃다발을 전하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주지 스님은 얼마 전에 개관했다는 불교박물관을 보여주었습니다. 부처님의 일생이 담긴 49가지 이야기가 모형으로 제작되어 전시가 되어 있었습니다. 차담을 잠시 나눈 후 보시금을 전달하고 절을 나왔습니다.

마지막으로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하기 위해 와이파이가 잘 터지는 호텔로 이동했습니다. 인도정토회 이사님인 나레스지가 운영하는 호텔입니다. 나레스지는 반갑게 스님을 환영해 주었습니다.

호텔에 방을 하나 빌린 후 생방송 장비를 세팅하고 오후 4시부터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한국 시간은 저녁 7시 30분이었습니다.

“스님, 와이파이는 잘 연결되는데, 전기가 가끔 끊겨서 방송이 중간에 끊길 수도 있습니다.”

“괜찮아요. 인도에서 이렇게 생방송이 가능하다는 것만 해도 굉장한 거예요.” (웃음)

스님은 인도에서 생방송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을 나누며 한국에 있는 시청자들에게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제가 있는 이곳은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으셨다고 하는 인도의 보드가야 대탑 옆에 있는 호텔입니다. 이곳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호텔 로비를 빌려 즉문즉설을 하게 되었습니다. 보드가야 근처에는 부처님께서 6년 고행을 하신 둥게스와리가 있습니다. JTS에서는 30년 전에 그곳에 불가촉천민들의 자녀를 위한 학교와 병원을 세우고 지금까지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3년 동안 와보지 못했습니다. 오랜만에 이곳을 방문하여 어제는 학교 축제를 열어 학생들의 노래와 춤 공연을 보고, 맛있는 음식도 만들어서 나눠주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들과 마을 지도자들을 만나 격려도 하였습니다.

이곳 인터넷 사정이 좋지 않아 금요 즉문즉설을 하지 못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보드가야는 외국인이 많이 방문하는 곳이고, 호텔은 부대시설을 잘해 놓아서 인터넷이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말을 듣고 호텔에 방 하나를 빌려 여러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저도 여기에서 여러분을 만나게 되니 색다르게 느껴집니다.” (웃음)

이어서 스님이 인도에 와서 학생들과 함께한 영상을 함께 보았습니다. 스님이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 아이들의 교실을 방문하는 모습, 점심 급식을 함께 먹는 모습, 학교 축제 모습, 아이들에게 비스켓과 칫솔을 나눠주는 모습이 영상 속에서 주욱 펼쳐졌습니다.

영상이 끝나고 스님은 왜 이곳에 학교를 짓게 되었는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부처님께서 6년 고행한 곳이 전정각산(前正覺山)입니다. 깨달음을 얻기 전 즉, 정각을 이루기 전에 고행한 곳이라는 의미입니다. 인도 지명으로는 ‘둥게스와리’입니다. 부정한 땅, 더러운 땅이라는 뜻입니다. 부처님 당시에는 사람이 죽으면 화장을 했는데, 천민들은 화장할 비용이 없어서 시신을 숲에 버렸습니다. 시체를 버린 숲이라는 의미로 한자로는 ‘시타림(尸陀林)’이라고 합니다. 둥게스와리는 시타림이 있던 곳입니다. 그런데 부처님이 이곳에서 수행하여 깨달음을 얻게 되면서 가장 성스러운 땅이 되었습니다. 이곳 산 아래 15개 마을에는 천민들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평야에는 양민이 살고 산기슭에는 천민이 삽니다. 천민 마을 사람들은 양민 마을에 가서 품을 팔거나 소작을 하며 삽니다.

제가 29년 전에 이곳을 방문했을 때 학교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학교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이곳 아이들은 4살부터 유치원에 다니는데요. 구걸을 하던 아이들이 지금은 도시 아이들과 다름없이 아주 발랄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아주 잘 자라주어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네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친구가 이단으로 취급받는 종교에 빠졌다며 어떡해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친구가 사이비 종교에 빠졌어요, 어떡하죠?

“친구가 몇 년 전부터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고, 제일 친하다는 이유로 제가 함께할 것을 요구하며 계속 말씀을 전해줍니다. 특정 인간을 신격화했고, 종말론 등 내세우는 교리가 이상해서 알아봤더니 그 교회가 이단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제가 분명하게 듣고 싶지 않다고 의사표시를 해도 소용없고, 교리에 대해 반박하면 친구와 계속 다투게 된다는 것입니다. 다른 이에게 이렇게 강요하는 것이 과연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저는 친구와 친구의 어린 자녀들이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는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친구, 자식, 부모 등 사랑하는 주변인이 이단에 빠지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요?”

“대한민국 헌법에는 믿음, 종교, 신념, 이념, 사상 등은 개인의 자유라고 되어 있습니다. 누구도 그 자유를 억압할 수도 없고, 빼앗을 수도 없다고 되어 있어요. 이단이라는 것은 해당 종교 안에서 ‘우리가 정통이고 너희는 이단이다’라고 논쟁하는 문제입니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이단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개신교의 주류에 반하는 어떤 얘기를 하면 개신교 안에서는 그것을 두고 이단이라고 말해요. 마찬가지로, 불교 안에서 현재 어떤 주류가 있는데 거기에 반하는 어떤 주장을 하면 이를 두고 ‘이단이다’, 또는 ‘사이비다’ 이렇게 말을 하는 거예요.

인도에는 본래 브라만교가 있었습니다. 부처님이 거기에 반대해서 가르침을 폈을 때, 브라만교의 입장에서 볼 때는 부처님도 이단에 속했어요. 그러다 불교가 주류가 되고, 시간이 한참 흐르자 기존의 불교 역시 부패하게 되었고, 그래서 불교 안에 새로운 불교 운동이 일어났어요. 그걸 대승불교라고 부릅니다. 지금의 남방불교에서는 대승불교를 두고 비불설(非佛說)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니라는 거죠. 대승불교가 중국에 들어와서 주류를 형성한 뒤에 선불교가 나타났을 때는 선불교 역시 불교가 아니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현재 선불교는 우리나라 불교의 주류가 됐어요. 그런데 선불교 입장에서도 또 거기에 안 맞는 얘기가 나오면 또 뭐라고 할까요? 사이비라고 하겠죠.

모든 종교의 흐름이 이렇습니다. 유대교의 입장에서 보면 예수님은 이단에 속했기 때문에 십자가형에 처한 겁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하는 중에 갑자기 인터넷이 끊겼습니다. 잠시 후 다시 인터넷이 연결되었습니다.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얘기하는 중에 인터넷이 끊겼어요. 인터넷이 끊겨야 인도답다고 할 수 있는데, 어쩐 일로 안 끊기는가 했더니 드디어 끊기네요.” (웃음)

인터넷이 끊긴 덕분에 이곳이 인도임을 다시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스님은 다시 대화를 이어나갔습니다.

“이처럼 유대교 입장에서는 기독교가 이단입니다. 또 개신교가 일어날 당시에는 기존의 가톨릭에서 개신교를 이단이라고 치부하고 종교 재판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만약 개신교 안에서 또 다른 게 나오면 역시 이단이 될 겁니다.

이처럼 이단이라는 말은 그 종교 안에서 쓰는 말이지, 종교를 떠나서 보편적으로 접근할 때는 이단이란 말은 없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만약 기독교 내에서 누군가가 새로운 주장을 하면 기존의 기독교에서 이단이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래서 이단이냐 아니냐는 여기서 논의할 주제가 아닙니다. 신앙은 대한민국 국민의 자유에 속하니까요.

그러니 교리적 관점에서 이단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시각으로 접근하면 안 되고, 종말론처럼 그 믿음이 사회적으로 많은 사람들한테 피해를 주거나, 손실을 끼치거나, 고통을 주느냐에 여부에 대해 살펴야 합니다.

얼마 전에 한 신학교 교수님이 불교 모임에 가서 ‘예수님은 보디사트바와 같습니다’ 이렇게 말했다가 종교 재판에 회부돼서 이단이냐 아니냐 논쟁을 불러일으킨 일이 있었습니다. 불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예수님을 어떻게 볼 수 있느냐는 얘기 정도는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기독교 입장에서는 그런 것을 두고도 이단이냐 아니냐 논쟁을 하는 거예요.

그러니 ‘이단이냐 아니냐’라는 질문은 좀 빼시고, 그 종교가 사람들을 정신적으로 세뇌시키거나, 고립을 시키거나, 재산상 큰 손실을 끼치거나, 아니면 성적인 고통 등 어떤 고통을 주는 것이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 사회적인 법률과 윤리에 견주어 봤을 때도 그렇고, 그것이 사람들에게 큰 고통을 준다면 비판받아야 합니다. 그것은 종교의 자유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범죄에 들어가는 거예요. 그걸 좀 구분하는 게 좋겠다는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그다음에 질문자가 무엇을 믿든 믿음은 자유입니다. 그러나 남에게 신앙을 강요할 자유는 없습니다. 종교의 자유에는 종교를 믿을 자유와 믿지 않을 자유가 모두 들어갑니다. 또한 믿을 자유에는 어떤 것을 믿느냐는 것이 다 들어갑니다. 무엇을 믿을지, 즉 쥐를 신으로 믿을지, 개미를 신으로 믿을지를 갖고 비판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예요. 그리고 본인의 믿음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자유 또한 종교의 자유 안에 들어있습니다. 그러니 설명하고 알리는 정도는 괜찮아요. 그러나 강요하면 그것은 타인의 종교적 자유를 해치는 것이 됩니다.

친구가 나에게 자꾸 종교를 이야기하는 것은 자기 나름대로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요. 그의 믿음과 사상의 입장에서는 ‘정말 이렇게 해야 인간이 구원을 받는다’ 이렇게 믿고 있기 때문에 친한 친구에게 반복해서 얘기하는 겁니다. 나는 그게 싫으니까 강요라고 느낄 수 있지만, 그것은 강요가 아닙니다. 강요라는 것은 폭행이나 협박을 해서 남의 자유나 권리를 침해하는 것입니다. 그냥 연락해서 권유를 한 정도는 강요라고 볼 수는 없어요. 그러나 거절 의사를 표명했는데도 끊임없이 계속해서 상대를 귀찮게 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겠죠. 예를 들어 여자가 싫다고 하는데도 남자가 자꾸 따라다닌다면 법으로 금지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내가 보기에 친구가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도 그걸 이단이라든지 사이비라고 생각해서는 안 돼요. 출가한 스님을 한번 생각해 보세요. 부모 입장에서 보면 아들딸이 갑자기 집을 나가서 스님이 되겠다고 하니 얼마나 반대를 하겠습니까? 이처럼 저마다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그것이 타인에게 해를 끼치거나 손실을 끼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을 해야지, 내 생각에 안 맞다고 쉽사리 그것을 이단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다만 이 정도는 얘기할 수 있겠죠.

‘친구야, 나한테 그런 얘기해 줘서 고맙다. 네가 믿는 것은 네 자유지만, 나는 거기에 동의할 수 없고 받아들이기도 어려워. 그런데도 자꾸 이걸 두 번 세 번 얘기하면 친구 사이까지 끊어질 수 있을 것 같다. 각자의 믿음은 각자가 믿도록 하고 그냥 친구로 지내자. 믿음은 다르더라도 친구는 될 수 있잖아.’

이렇게 얘기하는 정도로 지나가면 어떨까요? 제가 보기에는 질문자가 이걸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게 아닌가 싶어요.”

“만약에 제 자식이나 부모가 그런 종교를 믿어도 스님 말씀처럼 받아줘야 할까요? 친구는 그렇게 하면 되지만 제 가족이라면 어려울 것 같아요.”

“네, 그런 경우도 마찬가지예요. 내 부모나 내 자식이라도 성인이라면 신앙의 자유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의 신앙을 두고 뭔가를 강요할 수는 없어요. 예를 들어 엄마인 내가 불교인인데 아들이나 딸이 교회를 간다면 물론 기분은 안 좋겠죠. 반대로 부모가 기독교인인데 자녀가 불교를 믿는다면 부모 입장에서는 교회에 나가서 사람들 보기에 민망하고 체면도 안 서겠죠. 그러나 헌법에 신앙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사회적인 해악을 끼친다면 그것은 신앙의 문제가 아니라 범죄의 문제이기 때문에 조금 달리 봐야 해요. 예를 들어 사기 같은 것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라면 범죄의 측면에서 봐야지 신앙의 측면에서 보지 않아야 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단 문제로 내내 마음이 많이 무거웠는데 귀한 말씀 주셔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일단 개미를 믿어도 되는 것이라고 말씀해 주셔서 마음이 많이 가벼워졌어요. 그래도 인간을 신격화했을 뿐이고 개미를 믿으라는 것은 아니니까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구의 종교를 일단 존중하겠습니다. 귀한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도에는 쥐를 신으로 섬기는 쥐 사원도 있고, 뱀을 신으로 섬기는 뱀 사원도 있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할 때는 우습겠지만, 저는 ‘그래도 아무것도 없는 하늘을 섬기는 것보다는 개미라도 섬기는 게 더 낫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웃음) 사람들은 ‘어떻게 개미를 믿느냐!’라고 하지만 또 달리 보면 ‘그러면 아무것도 없는 하늘은 뭘 보고 믿는데?’이렇게 질문할 수도 있잖아요. 그걸 가지고 어떤 게 더 옳거나 그르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헌법에 신앙은 자신의 선택이고 자유라고 되어 있으니 우리는 서로의 자유를 존중하는 게 필요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세 명의 질문을 더 받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생방송이 끝날 무렵 스님도 오늘 즉문즉설을 마치며 소감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인도에서 이렇게 여러분과 대화할 수 있다니 저도 참 신기합니다. 불가촉천민 마을에서 자란 아이들이 얼마나 발랄한지 보세요. 구걸하던 아이들이 어느 양반집 아이들 못지않게 자란 이런 모습은 정말 기적입니다.

수자타아카데미 아이들이야말로 사람은 신분과 지위,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다 교육을 받으면 평등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곳 인도에서는 아직도 여자아이들의 경우 차별을 받아서 학교도 못 다니고 춤도 못 추었습니다. 그런데 여자 아이들이 이런 춤을 마음껏 추는 모습을 보여줘서 제가 놀랄 정도였어요.

‘여자 아이들이 춤을 춰도 되나요?’
‘스님, 언제 적 얘길 하시는 거예요?’

이런 대화가 오갈 정도였습니다. 교육의 힘으로 인도의 시골 오지 마을에도 이런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내용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서 다음 금요 즉문즉설에서는 수자타아카데미의 학교 축제 모습을 전체 다 영상으로 보여드릴 테니까 꼭 보시면 좋겠습니다.”

여기까지 법문을 한 후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인도는 오후 5시 30분이 되었고, 한국 시간은 밤 9시가 넘었습니다. 유튜브 실시간 채팅창에는 많은 감동을 받았다며 많은 소감들이 계속 올라왔습니다.

스님은 곧바로 호텔 식당으로 내려가 인도JTS 스태프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일 년에 한 번 스님이 인도를 방문할 때마다 인도JTS 스태프들에게 식사 한 끼를 늘 대접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지난 2년 동안 이런 자리를 갖지 못했습니다. 스태프들은 오랜만에 푸짐한 식사를 만끽했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스님은 스태프들에게 웃으며 농담을 던졌습니다.

“많이 드셨어요? 이렇게 비싼 음식을 먹을 때는 프라모토지처럼 밥을 많이 먹는 사람만 데려와야겠어요. 밥을 조금밖에 못 먹는 사람은 경제성이 떨어지니까 다음부터는 오지 않는 게 좋겠어요” (웃음)

스태프 중에 바브랄지는 다섯 그릇을 먹었다고 해서 모두를 크게 웃었습니다.

“저는 원래 호텔에는 안 가는 사람이에요. 이곳은 호텔이 아니라 인도JTS 이사인 나레스지의 집에 놀러 온 겁니다.” (웃음)

스님은 나레스지에게 덕분에 즉문즉설 생방송을 무사히 잘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수자타아카데미 학생들이 보드가야 시내에 새로 지은 시민문화회관에서 공연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며 나레스지에게도 많은 관심을 부탁한 후 식사 자리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새벽 1시부터 천일결사 기도 생방송을 하고, 잠시 눈을 붙인 후 5시에 호텔을 출발해 6시부터는 인도JTS 스태프 모두가 라즈길로 소풍을 갑니다. 오전에는 부처님이 빔비사라왕을 처음 만난 곳인 제띠안에서 왕사성까지 13km를 걷고, 오후에는 죽림정사를 순례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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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덕순

법륜시님 감사합니다 덕분입니다 _(())_

2023-01-27 08:42:03

김민주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2-09-20 20:36:12

묘명화

성지순례 여정이 그리워지는 사진입니다^^
건강하게 마치시길 기도합니다 .스님

2022-09-12 02: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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