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9.1. 수자타아카데미 축제, 미팅
“30년 전에는 오늘과 같은 날이 올 줄 몰랐습니다.”

안녕하세요. 수자타아카데미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도 새벽 예불과 발우공양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공양을 마치고 오늘 학교 축제를 점검했습니다.

“유치원 아이들에게도 용돈을 주려고 했는데 100루피 화폐를 그만큼 바꿀 수 없다고 해요. 대신 오전에 비스킷을 아이들 숫자만큼 구해올 수 있을까요?”

“네, 행사를 마치기 전에 준비할 수 있습니다.”

“그럼 공연을 마치고 다 모여 있는 자리에서 바로 유치원생부터 비스킷을 나누어줍시다.”

발우공양을 마치고 스님은 바로 작업복으로 갈아입었습니다. 한국에서 입던 작업복을 챙겨 왔습니다. 스님은 어제 둘러보며 점찍어둔 일감을 하나씩 처리했습니다. 먼저 잭플룻 나무 밑동에 자란 잔가지를 쳤습니다.

학교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일찍 온 인도인 스태프들은 스님이 일을 하는 모습을 보고 달려와 함께 돕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두북처럼 자연스럽게 울력이 시작되었습니다.


건축부를 담당하고 있는 바브랄지는 가지치기를 한 나무를 보며 무척 흡족해했습니다.

“보훗 아차! 보훗 순다르해!”(아주 좋아요. 아주 예뻐요.)

바로 다음 일감으로 넘어갔습니다. JTS센터와 법당 주변에도 가지치기를 하고 덩굴을 걷어냈습니다. 출근한 스태프들이 하나둘 같이 울력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8시가 넘어 스텝들은 여는 모임을 하러 가고 스님은 남아서 계속 울력을 했습니다. 학교 앞 나무를 다듬는데 일찍 등교한 아이들이 스님 뒤로 하나둘 모여들었습니다.


스님은 계속 가지치기를 하다가 중학생들이 학교 행사를 미리 준비하기 위해 모이자 울력을 마쳤습니다.


중학생들이 구역을 나누어 청소를 하고 쁘락보디홀에 카펫을 깔고 무대를 준비하는 동안 초등학생들이 등교를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둥게스와리 15개 유치원에서 6세 반 어린이들이 선생님과 함께 수자타아카데미에 도착했습니다.

조르르 줄을 서서 도착한 아이들은 핸드펌프로 가서 손과 얼굴을 씻고 물을 마셨습니다. 수자타아카데미로 오는 동안 이미 땀을 흠뻑 흘렸습니다.


초등학생, 중고생, 유치원생, 교사, 마을리더가 다 도착하고 10시에 행사를 시작하기 전에 스님도 쁘락보디홀로 갔습니다. 스님은 마을리더들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10시 정각에 행사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빤즈실(삼귀의 오계)을 하고 리듬악기 합주에 맞추어 교가를 불렀습니다.


“수자타아카데미 우리들의 꿈, 배움의 기쁨이 넘쳐나는 곳.

착하고 성실한 나의 친구들, 커다란 보리수가 되겠습니다!”


쁘락보디홀이 아이들의 목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교가가 끝나고 교장선생님인 쁘리앙카지가 환영인사를 했습니다.

“마을 잔치를 못하게 되어 아쉽습니다. 오늘은 개교기념식도 아니고, 마을 잔칫날도 아닙니다. 학생들이 주인인 학교 축제입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명절이 오기를 기다리지 마라. 놀고 싶거든 오늘을 명절처럼 살아라!’


오늘 여러분에게 명절처럼 즐거운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이어서 학생들이 공연을 시작했습니다. 초등 저학년의 깜찍한 댄스에 이어 초등 고학년의 신나고 힘찬 댄스가 이어졌습니다.




태권도부도 힘찬 기합과 함께 품새를 보여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중등부가 아이돌 뺨치는 댄스를 선보였습니다.


공연마다 함성과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얼마나 재미있던지 순식간에 준비한 공연이 끝나고 객석에서 흐뭇한 얼굴로 박수를 치던 스님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재밌었어요?”

“네!”

“무슨 공연이 제일 좋았어요?”

“중학생이요!”

“그래요! 그럼 다시 한 번 더 볼까요?”

스님의 깜짝 이벤트에 공연을 하는 학생들도, 무대 아래 학생들도 환호했습니다. 아이들의 요청에 따라 중등, 초등 저학년, 초등 고학년의 댄스를 모두 한 번 더 보았습니다. 다시 무대에 오른 아이들은 몸과 마음의 긴장이 모두 풀렸는지 전보다 더 멋진 무대를 선보였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다시 스님이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30년 전에는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재능이 있고 공연을 잘할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때 아이들은 저 유영굴 입구에서 구걸을 하고 있었습니다. 누구든지 교육과 훈련을 받으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얼굴이 검든 희든, 남자든 여자든, 카스트가 높든 낮든, 사람은 다 평등합니다. 교육과 훈련을 받으면 누구나 다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 수자타아카데미 학생들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벌써 2600여 년 전에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곳 둥게스와리에서 6년 간 수행을 하셨습니다. 여러분들이 둥게스와리에 태어나고 자란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합니다. 여러분, 둥게스와리를 사랑합니까?”

“YES!”


“여러분도 연습하면 누구든지 할 수 있어요. 여러분이 태권도도 배우고 춤도 출 수 있도록 큰 강당을 아예 새로 만들었습니다. 여러분은 춤도 배우고 노래도 배워서 가야에서 제일 잘하는 학생이 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 비하르 주에서, 인도에서 가장 잘하는 학생도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너 어디 사니?’ 물으면, ‘저는 둥게스와리에 삽니다’ 이렇게 자랑스럽게 얘기해야 해요.”

“YES!”

아이들의 우렁찬 대답이 강당을 가득 메웠습니다. 스님은 수자타아카데미를 만드는데 처음 땅을 보시한 사르빤지를 무대 위로 모셨습니다.

“수자타아카데미가 시작할 수 있도록 처음 땅을 보시한 분이 바로 이 사르빤지입니다. 한 말씀해주세요.”

“스님 덕분에 둥게스와리가 많이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부족한 점도 많습니다. 여러분이 열심히 공부해서 신분차별을 뛰어넘었던 암베드카르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어주길 바랍니다.”

“네!”

스님은 사르빤지 외에도 수자타아카데미를 일구어 나가는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을 빠짐없이 무대 위로 모시거나, 자리에서 일으켜 세워 소개를 했습니다. 지바카병원의 의사와 돕는이들, 마을리더, 마을교사, 수자타아카데미 교사들이 차례로 인사를 했습니다. 아이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사람들은 부끄러워하면서도 자랑스러운 표정이었습니다. 모두 주인공이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대망의 마지막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입니다. 바로 자유 댄스입니다.

“자, 자유 댄스 시간입니다. 춤을 추고 싶은 사람은 무대 위로 올라오세요.”

아이들은 무대 아래에서부터 들썩이며 가뿐하게 무대 위로 올라가 신나게 춤을 추었습니다.




아이들은 끝날 기미 없이 계속 신나게 춤을 추었습니다. 결국 선생님이 노래를 껐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누어주었습니다. 먼저 유치원생에게는 비스킷을 하나씩 나누어주었습니다.




조그마한 과자 한 봉지를 받아 든 아이들의 얼굴이 환했습니다. 모든 유치원생들에게 비스킷을 나누어주고 초등생에게는 용돈 100루피와 칫솔을 나누어주었습니다.


선물을 전부 나누어주고 점심 준비를 하는 동안 잠시 놀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아이들은 넓은 운동장 이곳저곳에서 친구들과 함께 과자를 먹으며 놀았습니다.




중고생들은 아이들이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카펫을 걷고 강당을 쓸고 음식을 옮겼습니다.

오늘은 특식입니다. 특별한 날에 먹는 뿌리와 온갖 야채가 든 사부지, 그리고 귀한 디저트인 미타이도 특별히 두 종류로 준비했습니다. 사과도 한 개씩입니다.


스님은 마을리더와 마을교사들과 함께 밥을 먹었습니다.


아이들은 접시를 들고 강당에 일렬로 앉았습니다. 그러면 선생님들과 중고생이 음식을 차례로 담아주었습니다. 모든 아이들의 배식이 끝나자 함께 공양게송을 하고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유치원생들도 야무지게 제 몫을 싹싹 비웠습니다. 선생님과 중고생들은 아이들이 밥을 먹는 모습을 지켜보며 부족한 음식을 더 갖다 주었습니다.


유치원생과 초등생이 어느 정도 밥을 먹자 중고등생들과 선생님들이 밥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미팅을 하기 위해 먼저 밥을 먹은 스님과 마을리더, 마을교사들은 법당에 모였습니다. 스님은 마을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곧 비가 온다고 하니 오늘은 짧게 마칩시다. 멀리서 오신 분들은 아이들도 데려가야 하니까요.”

간단히 이야기를 마치고 스님은 선물을 나누어주었습니다.


마을리더 중에는 처음 수자타아카데미 교사를 한 사텐다르지도 있었습니다.

“아니, 나하고 처음 만났을 때는 청년이더니 머리가 벌써 희끗희끗하네요. 올해 나이가 어떻게 돼요?”(웃음)

“마흔여섯입니다.”

“그럼 그때 열입곱살이었네요.”

이어서 산 넘어 마을 분교 교사, 시간제 교사, 중등생, 고등생을 차례로 만나고 용돈이 든 봉투를 나누어주었습니다.




미팅을 하는 중에 장대비가 시원하게 쏟아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인도인 스텝들과 만났습니다.

“수고했어요. 오늘 행사는 어땠어요?”

“썹세 아차타!”(가장 좋았어요!)

“수고 많았어요.”

스텝들과는 내년 성지순례 때 1250명을 어떻게 수용할 수 있을지, 어떤 공연을 하면 좋을지 등을 논의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토요일에 갈 소풍에 대해서도 의견을 물었습니다.

“이렇게 더운 날씨에 제띠안에서 라즈길까지 16km를 걸어야 하는데 괜찮겠어요?”

“문제없어요!”

인도인들에게는 이 정도 날씨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 모양이었습니다.

“내 나이가 칠십이예요. 제가 힘들면 오르막길에서 누가 저를 업고 가줄 거예요?”

스텝 중 한 명이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그래요. 그럼 가봅시다.”

마지막으로 스텝들에게도 보너스를 나누어주었습니다.

미팅을 마치고 스텝들은 토요일 소풍을 준비하기 위한 회의를 했습니다.

스님은 아침에 울력한 곳과 학교 곳곳을 더 둘러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5시에는 건축부 노동자들을 만났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선물을 나누어주었습니다.

오늘 스님은 둥게스와리에서 수자타아카데미와 JTS를 함께 일구는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만나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내일은 보드가야로 가서 각 절을 참배하고, 온라인으로 금요즉문즉설 생방송을 한 후 저녁에는 인도인 스텝들과 함께 식사를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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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숙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구걸하던 아이들에게 웃음과, 세상을 밝게 살아갈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022-09-19 07:11:02

정은희

"30년전 유영굴 앞에서 구걸 하던 아이들" 그 구절에서 울컥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스님을 통해 많은 것을 새로 생각하고 ㆍ새로 다시 일어나서 일를 해봅니다
고맙습니다^^

2022-09-09 06:55:40

붓다

부처님이 멀리있는게 아니네요 스님이 부처님처럼 보입니다 나무아미타불

2022-09-08 21: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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