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8.30 기차로 이동, 수자타 아카데미 도착, 인도인 스태프 미팅
“어려움을 극복하는 사람이 될래요, 포기하는 사람이 될래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인도의 기차 안에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어젯밤 12시에 기차 안 침대에서 잠이든 스님은 새벽 4시 50분에 일어났습니다. 화장실을 다녀온 후 새벽 5시 정각에 예불과 천일결사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천일결사 기도를 마치자 차창 밖으로 해가 떠올랐습니다.


기차는 역마다 섰다가 가기를 반복하며 쉼 없이 이동했습니다. 아침식사로 어제 남은 김밥을 먹었습니다. 델리 공항에서 마중을 나와 준 이종배 거사님이 김밥을 많이 싸주신 덕분에 어제 저녁도 김밥, 오늘 아침도 김밥, 점심에도 김밥을 먹었습니다.

차창밖 홍수로 물에 잠긴 지역을 보던 스님은 JTS 대표님과 사무국장님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지금 파키스탄에 홍수가 나서 3천만 명의 이재민이 생겼다고 하니까 JTS에서 신속히 긴급구호를 할 수 있도록 조사를 좀 해주세요. 3천만 명이면 북한 전체 인구보다 많은 숫자거든요.”

“어느 정도로 지원을 해야 할까요? 3만 달러 정도 준비할까요?”

“3만 달러가 아니라 10만 달러도 지원할 수 있어요. 수백 년 만에 제일 큰 홍수라니까 필요하면 10만 달러가 아니라 100만 달러도 지원할 수 있어요.”


흔들거리는 기차 안에서 창밖을 보던 스님은 다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오늘은 잠을 실컷 자겠네요. 이동도 하고, 잠도 자고, 값도 싸고 일석삼조예요. 그래서 국내선 비행기를 타지 않고 기차를 타는 거예요.”

스님이 단잠에 든 사이 기차는 어느덧 가야(GAYA) 역에 가까워졌습니다.


“스님, 가야 역까지 3km가 남았다고 합니다.”

기차가 역에 잠시 멈추면 곧바로 짐을 내려야 합니다. 기차가 역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입니다. 짐을 문 앞에 정렬시켜 놓은 후 기차가 역에 도착하자 재바르게 짐을 내렸습니다.



수자타아카데미에서 보광 법사님과 인도JTS 활동가들이 마중을 나와서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가야 역을 빠져나왔습니다. 무덥고 습한 공기가 온몸을 적셨습니다. 캐리어를 끌고 계단을 오르내리고 나니 땀이 쉼 없이 흘러내렸습니다.


마중을 나온 학교 트럭에 짐을 싣고 나눠서 탄 후 부처님이 6년 고행을 한 전정각산 아래 수자타 아카데미로 향했습니다.

2년 반 만에 스님 일행이 수자타아카데미에 도착하자, 전교생이 다 나와 스님일행을 반갑게 환영해 주었습니다. 북소리가 울려 퍼지고, 예쁘게 인도 전통 옷을 차려입은 아이들이 환영의 마음을 담아 꽃목걸이를 스님의 목에 걸었습니다.


“나마스테”

스님은 학생들이 뿌리는 꽃가루를 맞으며 학교 안으로 걸어 들어왔습니다. 아이들은 계속해서 환호하며 꽃가루를 공중으로 뿌렸습니다.


쁘락보디홀 강당에 도착한 후 전교생이 빤즈실과 수자타아카데미 교가를 함께 불렀습니다.


이어서 전교생이 큰 박수와 함께 스님에게 인사말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수자타 아카데미를 설립한 후 우여곡절이 많았던 지난 29년을 되돌아보며 학생들도 수자타 아카데미의 역사처럼 어려움에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되길 당부했습니다.

“여러분들 만나서 반갑습니다. 또 이렇게 열렬히 환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매년 여러분들을 만났는데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왕래가 중단돼서 이번에는 2년 반 만에 만났습니다. 지난 3년 여 가까이 다들 잘 지내셨어요?”

“네”

“코로나에 걸려서 아파 본 사람은 한 번 손들어 보세요. 아무도 없어요? 코로나가 우리 둥게스와리 마을 사람들을 무서워하는가 봐요.” (웃음)

아무도 손을 드는 사람이 없자 스님이 웃으며 말을 이어갔습니다.

“이곳에 수자타 아카데미가 들어선 지가 이제 29년째가 됩니다. 내년이면 30년이 되는데요.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어쨌든 꾸준히 여기까지 왔습니다. 밖에서 다른 사람이 볼 때는 수자타 아카데미가 아무 일 없이 평탄하게 잘 발전해온 줄 압니다. 그러나 여기까지 오는 데는 중단될 뻔한 몇 번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사람이 될래요? 포기하는 사람이 될래요?

그것처럼 여러분의 인생도 앞으로 살아가는 데 많은 어려움이 닥칠 겁니다. 그럴 때마다 포기하지 않고 극복한 후 되돌아보면 그 어려움들은 모두 자신이 발전해가는 데 큰 도움이 된 사건들이 됩니다. 아무 어려움 없이 그냥 인생이 쭉 살아지는 경우는 없습니다. 항상 중간중간에 어려움이 닥칩니다. 문제는 어려움이 닥칠 때 그 어려움 앞에서 포기하고 좌절할 것인지, 아니면 그것을 뛰어넘어서 극복해 나갈 것인지 하는 겁니다. 여러분은 그 어려움을 극복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은 어려움이 생겼을 때 극복하는 사람이 되겠습니까? 포기하는 사람이 되겠습니까?”

“극복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아이들은 큰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네,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그것을 극복하고 이겨내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 이렇게 환영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 말씀드립니다. 내일 여러분들이 공부하는 교실에 가서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이들의 큰 박수를 받으며 강당을 나온 스님은 곧바로 고 설성봉 거사님을 추모하는 비석으로 향했습니다. 설성봉 거사님은 인도JTS에서 건축일을 맡아 봉사를 하시던 중 무장괴한의 침입으로 돌아가신 분입니다.


정성을 다해 추모를 한 후 법당으로 향했습니다. 부처님 전에 삼배를 하고 예불을 한 후 한국인 스태프들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짐을 풀고 오후 3시 30분부터는 수자타아카데미 인도인 스태프들과 미팅을 했습니다. 스태프들은 2년 반 만에 학교를 방문한 스님에게 삼배로 인사를 했습니다.

스님은 스태프들에게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안부를 물었습니다.

“다들 잘 지냈어요? 까미스와르지는 흰머리가 더 많아졌네요. 우리가 처음 만난 지가 거의 30년이 되었네요. 여러분은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웃음)

“올해는 너무 덥고 비가 오지 않아서 모내기를 못한 곳이 많고, 농사도 제대로 안 된 곳이 많습니다.”

“한국에서도 올해 농사가 안 되어서 채소값이 두 배로 올랐어요. 저는 지난 3년 동안 한국 안에서도 아무 곳도 안 가고 시골에서 농사만 지었습니다. 둥게스와리보다 더 조용한 농촌에서 지냈습니다. 법문은 모두 온라인으로 하고 있어요. 농사일을 너무 많이 해서 손가락과 손목을 제대로 못 움직입니다.” (웃음)

“스님께서 저희에게는 할 수 있는 만큼만 일하고 무리하지 말라고 하셨잖아요.”

스님은 인도인 스태프 한 명 한 명의 집안 사정이 어떻게 되는지 확인한 후 이번에 마을 잔치가 취소된 이유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스님이 도착하기 전에 학교가 위치한 마을인 자그디스푸르, 두루가푸르, 두 마을 사람들이 스태프들을 찾아와 왜 다른 마을 사람들을 잔치에 초대하냐고 항의를 하는 바람에 마을 잔치가 취소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왜 마을 사람들의 불만을 제대로 못 풀어서 마을 잔치를 취소하게 만들었어요? 마을 잔치에 대한 불만이에요? 평소에 불만이 쌓인 게 마을 잔치를 계기로 폭발한 거예요?”

“마을 사람들이 자기 생각대로 잔치를 열고 싶어 해요. 3개월 전에 마을 잔치를 준비하려고 회의를 열었는데, 자그디스푸르와 두르가푸르에서는 불만을 갖고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무슨 불만이 있냐고 물어보니까, 수자타아카데미는 우리 마을에 있는 학교이고, 스님은 우리를 위해서 잔치를 열어주는 것인데, 왜 다른 마을 사람들을 초대하느냐고 항의를 했습니다. 스님께서 처음에는 자그디스푸르와 두르가푸르 마을을 위해서 학교를 지으셨는데, 지금은 다른 마을 아이들도 학교에 다니고 있고, 다른 마을도 스님이 지원을 하고 있는 게 불만이라고 했습니다.”

“어느 곳을 가도 텃세라는 게 있어요. 다른 동네 사람들을 배척하는 것을 텃세 부린다고 해요. 새도 텃세를 부립니다. 이 지역에 늘 살던 새는 철새가 새로 날아오면 쫓아냅니다. 그러니 이 마을 사람들이 텃세를 부릴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해서 마을 사람들을 좀 봐주지 그랬어요?” (웃음)

“마을 잔치를 취소하지 않으면 두 마을 사람들이 삐져서 자기들끼리 마을 잔치하겠다고 해요. 그리고 스님도 자기들 마을 잔치에 모셔가겠다고 주장했습니다.”

“좋은 일이에요. 자체적으로 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하면 더 좋지요. (웃음) 다음부터는 마을 잔치를 준비할 때 마을 사람들이 자칫하면 삐질 수 있다는 점을 잘 헤아려서 준비를 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마을 사람들을 위해서 잔치를 열려고 하는데 마을 사람들이 삐졌다면 마을 잔치를 열 필요가 없으니까 결국 마을 잔치는 취소하기로 했습니다. 대신 학생들만 참석한 가운데 무대 공연과 장기자랑 시간을 갖고 특별식을 주기로 했습니다. 내일 스님이 교실 방문을 할 때 다시 보기로 하고 스태프들과의 모임을 마쳤습니다.

수자타아카데미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자 교문 밖으로 우르르 쏟아져나왔습니다.


“피르 밀랭게!” (내일 봐요!)

아이들은 카메라를 들고 있는 한국인 활동가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집으로 향했습니다.


해가 저물고 스님은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어제 한국을 출발하여 7시간의 비행을 하고, 델리에 도착해 14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수자타아카데미에 도착했기 때문에 오늘 저녁에는 여독을 풀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수자타아카데미 초등학교 교실을 방문하고 지바카 병원을 둘러본 후, 오후에는 중학생 교실을 방문하고, 한국에 있는 정토회 회원들을 위해 수행법회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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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은

서로 손잡고 협력하는 마음이 조금만 더 있었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봅니다

2022-09-19 20:37:48

박인선

스님도 저희가 걱정안되게 할 수 있는 만큼만 농사 지어 주세요^^
스님과 한 시대에 살고 있음이 영광이고 복입니다^^
감사합니다😊

2022-09-19 18:31:31

최윤정

같이 만나 서로동네 일도 나누고 식사도 같이하면 참 좋은 일인데 잘 안돼서 저도 섭섭한 마믐 답답한 마음이 생깁니다.
서로가 협력해서 마을이 잘 되어가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2022-09-19 13: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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