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8.27 천일결사 기도, 전법행자 대회, 청춘톡톡
“직장을 다니다 번아웃이 왔어요. 이직을 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서울 정토회관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천일결사 기도를 생방송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날입니다.

새벽 4시 30분에 스트리밍을 시작하자, 이어서 종성, 예불, 삼귀의, 수행문, 참회, 108배, 명상, 경전독송을 차례대로 했습니다.

들떠 있고 건들건들한 수행자는
설령 누더기로 기운 옷을 걸치고 있어도
우러러 보이지 않는다.
사자 가죽을 뒤집어쓴 원숭이같이.

들뜨지도 건들거리지도 않고 현명하여
일체의 감관을 잘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은
누더기로 기운 옷을 걸치고 있어도
훌륭하게 보인다.
산속 동굴에 사는 사자같이.
<마하캇사파 비구>

경전독송이 끝나자 스님의 법문이 이어졌습니다.

“오늘 부처님의 말씀은 겉모습이나 붙여진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라 마음이 중요하다는 내용입니다. 어리석음에 사로잡혀 있으면 아무리 머리를 깎고 누추한 옷을 걸치고 나무 밑에서 잠을 자고 밥을 구걸한다고 해도 그는 청정한 수행자가 아닙니다. 마음의 욕망을 자제할 줄 알고, 성질을 자제할 줄 알고, 어리석음을 깨우쳐 지혜를 간직한다면 비록 길거리에서 밥을 얻어먹고, 누더기를 걸치고, 나무 밑에서 잠을 자도 청정하고 훌륭한 수행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비록 머리를 기르고, 속복을 입고, 세속에 거주한다고 하더라도 마음이 청정하다면 그는 수행자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본인 스스로 솔선수범해서 당당하고,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갔을 뿐만 아니라 그렇지 못한 어리석은 중생들을 자유롭고, 행복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도록 길을 안내하셨습니다. 여기서 본인이 자유롭고 행복한 것을 수행이라고 하고, 타인을 괴롭지 않고 자유롭도록 길을 안내하는 것을 전법이라고 합니다. 수행과 전법은 떼려야 뗄 수 없고 함께 해나가야 합니다. 이를 대승불교에서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수행자인 보디사트바(보살)는 상구보리(上求菩提)하고 하화중생(下化衆生)한다’

비록 상하로 표현되어 있지만, 이는 상하의 개념도 아니고 선후의 개념도 아닙니다. 두 개의 수레바퀴가 동시에 굴러가는 것처럼, 이 둘도 동시에 이뤄져야 합니다. 그래서 저희도 매일 내 마음을 온전하게 유지하기 위한 수행과 이 좋은 가르침을 우리 주위에 인연 맺게 해주는 전법을 함께 해나가는 것입니다.

무더운 여름을 지나 지난 100일 동안 쉬지 않고 정진해 온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격려를 드립니다. 이제 시원한 공기가 다가오는 가을의 초입에서 바람이 차가워지는 겨울의 초입까지 앞으로 3개월 동안 1차 만일결사의 마지막 백일기도를 하게 됩니다. 봄보다는 가을에 마음이 차분해지기 때문에 수행자가 정진하기에는 가을이 조금 더 좋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번 마지막 백일기도 기간이 계절적으로 가장 정진하기에 좋은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번 백일 동안은 정진을 꾸준히 이어가시기 바랍니다.

다음 주에는 제가 인도, 방글라데시, 필리핀을 방문하게 되는데, 현지에 인터넷 사정이 좋지 않아서 앞으로 3주 동안은 생방송 법문이 가능할지 아직 확실히 할 수 없습니다. 혹시 생방송을 못하게 되더라도 현지 상황을 이해하시고 꾸준히 정진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생방송이 끝나고 잠시 휴식을 한 후 곧이어 8시부터 제2차 전법행자대회를 시작했습니다. 전법행자대회는 국내외의 모든 전법활동가 2000여 명이 온라인 공간에 모여 정토회의 전체 사업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장입니다.

전법행자 대회

전법활동가들은 먼저 스님에게 입재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원(願)과 욕심의 차이를 이야기하며 전법활동가 모두가 정토회의 주인이 되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여러분을 보면 어려움이 닥칠 때 그걸 연구해서 극복하기보다는, 어려움에 주저앉아서 좌절하고 불평하고 포기하려는 성향이 많은 것 같아요. 그건 부처님이 말씀하신 ‘편안한 가운데 꾸준히 정진하라’ 하는 가르침에 어긋납니다. 욕심이 많기 때문에 뭐든지 빨리 해결하려고 하고, 안 되면 짜증내고, 그래도 안 되면 포기를 합니다. 이런 건 모두 욕심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욕심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원(願)이 아닙니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은 순간적 감정에 의한 것이 아닙니다. 조금 더 먼 미래를 보고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는 관점을 가질 때 그것을 원(願)이라고 합니다. 그런 면에서 오늘 우리가 모인 이유는 지난 사업에 대해 평가를 하고, 미래에 대한 중지를 모으기 위함입니다.

2차 만일준비위원회에서 초안을 내었기 때문에 오늘 여러분들은 여기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덧붙여주면 됩니다. 그래서 2차 만일결사는 한 사람의 뛰어난 아이디어를 따라가는 방식이 아니라 다수 대중의 중지를 모아서 만들어 나가는 방식으로 운영해 나가려고 합니다. 현장에서 활동을 하는 여러분 모두가 이미 정토회의 미래 방향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바탕 위에 2차 만일결사를 출발한다면 여러분 모두가 정토회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나오는 많은 아이디어들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지부별로 공청회를 열어서 회원들의 더 많은 아이디어를 모아 나가는 과정을 거치면 좋겠어요. 그렇게 2차 만일결사를 함께 준비해 나갑시다.”

이어서 전국 사업 보고와 결산 보고, 통일특별위원회 사업보고, 사회활동위원회, 으뜸절, 공동체 등 각 단위 사업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질의응답이 끝나고 마지막에는 ‘아무 말 대잔치’ 시간을 가졌습니다. 상반기에는 전법활동가 모두가 1만 인 전법을 위해 온 힘을 다해 달려왔는데, 활동하면서 느끼는 어려움이나 제안 등이 기탄없이 쏟아졌습니다.

스님은 활동가들의 의견을 경청한 후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2차 만일결사에 참여하는 전법활동가들의 마음가짐이 어떠해야 하는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2차 만일결사에 참여하는 전법활동가의 마음가짐은 어떠해야 하는지 묻는 질문이 있었는데요. 이 질문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마음가짐은 어떠해야 하는가?’와 같습니다. 여기에는 특별한 마음가짐이 필요 없습니다. 그냥 아이를 낳고 엄마가 행복하게 살면 됩니다. 그러면 그 속에서 자라는 아이는 저절로 행복해집니다. 반면 엄마가 아이를 잘 키우려고 힘들게 살면 그 아이는 행복한 사람이 되기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엄마의 힘든 까르마가 전이되기 때문입니다. 비록 육체적으로는 아이 키우는 것이 조금 힘들더라도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키우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냥 엄마가 먹는 밥에 숟가락 하나 더 얹고, 엄마가 옷을 빨 때 세탁기에 아이 옷 하나 더 넣는다고 생각할 정도로 가볍게 아이를 키워야 해요. 엄마가 아이에 대해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기쁘게 생활을 해야 아이도 기쁜 심성을 갖게 됩니다. 엄마가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아이도 긍정적인 심성을 갖게 됩니다.

미래 30년을 앞두고 새로운 각오를 하고 있다면

전법활동가 여러분도 2차 만일결사라고 해서 새삼스럽게 각오를 새롭게 다지거나 특별히 결심할 필요가 없습니다. 불법을 만나서 공부를 해본 결과 내 마음이 기쁘고 자유로워졌다면 그 마음으로 전법활동을 해나가면 됩니다. 예전에는 큰 집을 사고, 돈을 많이 벌고, 높은 지위를 갖는 것에 집착했는데, 그래 봐야 지나 놓고 보니까 인생이 힘만 들었잖아요. 오히려 욕심을 내려놓고 상대를 이해하면서 사니까 삶이 훨씬 가벼워졌다면 그냥 앞으로도 그렇게 살면 됩니다.

법을 만나서 내 삶이 가벼워졌다면, 그만큼 법을 전하면서 살면 됩니다. 또 중간에 활동하는 게 너무 힘들면 주변에 이야기를 하면 됩니다. 내가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수행도 하고 전법도 하는데, 전법활동 때문에 내가 괴롭다면 앞뒤가 안 맞잖아요. 또 내가 괴로워하면서 전법을 하면 전법도 잘 안 됩니다. 법을 전하는 사람이 벌써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는데, 그 모습을 본 상대방이 법과 인연을 맺으려고 하겠어요? 그렇게 되면 불교에 대한 지식은 조금 전달될지 모르지만 마음까지 전달되기는 어렵습니다.

만약 2차 만일결사라고 해서 뭔가 각오하고 있다면 지금 생각을 잘못하고 있는 거예요. 여러분이 가볍고 행복하게 활동을 하는 것이 실질적인 전법입니다. 물론 새로운 일을 개척할 때는 몸이 조금 바쁠 때가 있습니다. 농사를 지어도 농번기에는 비를 맞아가면서도 모내기를 해야 하고, 몸살이 나도 때맞춰서 해야 할 일들이 있습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가끔 그럴 때가 있어요. 하지만 1년 내내 그러면 사람이 어떻게 살겠어요. 그런 것처럼 개척기에는 몸이 바쁘지만, 그런 와중에도 늘 마음을 편안하게 가져야 합니다.”

정리 말씀이 끝나고 곧바로 회향식을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장장 다섯 시간 동안 회의와 토론에 집중해 준 활동가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오늘 다섯 시간 동안 회의하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마무리하면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현재 2차 만일결사의 그림이 70%도 채 그려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내부 설계까지 따지면 아직 30%도 그려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러니 앞으로 남은 백일은 대중들의 중지를 모아서 다 같이 설계를 완성시켜 나갔으면 합니다.”

회향 법문이 끝나고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사홍서원을 하며 전법행자대회를 모두 마쳤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스님은 서울 정토회관을 나와 정토사회문화회관 스튜디오로 이동했습니다.

청춘톡톡

오후 2시부터는 정토사회문화회관 스튜디오에서 청년들을 위한 즉문즉설 ‘청춘톡톡’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노래 공연, 방청객 토크, 스님 소개 영상을 함께 본 후 청년들의 인생 고민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두 시간 동안 다섯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직장에서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직장을 다니다 번아웃이 왔어요. 이직을 해야 할까요?

“저는 회사에서 고객센터에 일하고 있는데 번아웃이 와서 많이 지친 상태입니다. 고객들의 불만을 듣는 것도 힘이 들고,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몸과 마음이 모두 망가져서 지쳐있고, 매일 쳇바퀴 같은 하루가 힘듭니다. 다른 직종으로 바꿔야 하는지 고민이 됩니다.”

“질문자가 커피숍이나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하게 되면, 직업의 안정성, 수입, 노동의 강도 등을 따졌을 때 훨씬 좋은 조건이 되나요?”

“저는 수입 부분은 크게 고민되지 않는데, 직장을 옮겼을 때 새로 맺는 인간관계가 걱정입니다. 지금까지 혼자 일하는 것에 많이 적응이 되었는데, 이직을 하게 되면 사람들과 부딪히는 것도 두려워요. 반면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의 일은 전문성이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직업의 안정성 면에서 이 직장이나 저 직장이나 별로 차이가 없다면, 직장을 옮기는 것도 한 방법이에요. 그런데 지금 다니는 직장에 대해 불만이 있으면서도 바로 옮기지 않고 질문까지 하는 걸 보면, 지금 다니는 직장에도 그만큼의 장점이 있다는 얘기잖아요?”

“네, 맞아요. 다른 직장으로 옮기면 연차도 많이 못 쓰고, 특히 서비스직으로 옮기게 되면 주말에 쉬지 못하고 주로 평일에 쉬어야 해요. 또 교대 근무가 있을 수도 있고, 밤늦게까지 일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다니는 직장은 9시부터 6시까지 근무이고, 주말에는 어김없이 쉬고, 휴일에는 회사에서 요청이 있을 때 제가 일을 해도 되고 안 해도 돼요. 연차를 쓰는 것에 대해서도 깔끔하고, 퇴직금 적립을 잘해주고, 고용노동법도 잘 지키는 회사예요. 다른 곳으로 옮기는 걸 생각하면 제가 1년에 한 번은 계약을 새로 맺어야 하니까, 그 후에 그 회사에 계속 다닐 수 있을지가 불안하기는 합니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는 제가 나간다는 말만 하지 않으면 계속 있을 수는 있어요.”

“그러면 지금 다니는 직장에 대해 가장 큰 불만은 어떤 거예요?”

“제가 고객들에게 듣는 내용이 모두 불만이다 보니 하루 종일 감정노동이 너무 심해요. 그리고 회사가 고객 위주로만 시스템을 바꾸고, 직원들의 힘든 점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개선 사항을 회사 측에 전달을 해도 개선되지 않고, 같은 일이 반복되니까 그 부분이 가장 힘들어요.”

“방금 전에는 이직을 했을 때 낯선 사람들과 새로 일을 시작하는 게 어렵다고 했잖아요? 그 말은 늘 만나던 사람들과 일하는 게 낯선 사람들과 일을 같이 하는 것보다 낫다는 뜻이잖아요. 그런데 또 일에 대해서는 늘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게 싫다고 하네요. 한마디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 상황이에요.

사람에 대해서는 새로운 사람보다는 익숙한 사람이 낫다고 하고, 일에 대해서는 익숙한 일보다는 새로운 일이 낫다고 하니까, 질문자의 구미를 다 맞출 수가 없어요. 오히려 일관성 있게 뭐든지 새로운 것보다는 익숙한 게 낫다고 하거나, 뭐든지 반복되는 것보다는 새로운 게 낫다고 하면 해결책을 찾기가 쉽습니다. 그런데 질문자의 경우에는 다른 하나는 익숙한 게 좋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게 좋다고 하니까 해결책을 찾기가 어려워요. 지금 일하는 데 있어서 가장 어려운 건 고객들의 불만을 들어주는 거잖아요?”

“네, 맞아요.”

“지금 질문자는 그래도 나름 안정된 곳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면서 연차도 어느 정도 낼 수 있고, 퇴직금도 꾸준하게 적립해주는 직장에 다니고 있는 것 같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질문자에게 왜 월급도 주고 안정된 직장을 제공해주는 것 같아요? 그건 바로 질문자가 고객들의 불만을 해소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에요. 고객들의 불만이 없어지면 회사에서 질문자의 자리가 계속 있을까요, 곧 없어질까요?”

“없어집니다.” (웃음)

“그러니 불만이 많은 고객들이 계속해서 항의를 해줘야 질문자는 회사에서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거나 승진도 할 수도 있는 거예요. 또 고객들의 항의가 세면 셀수록 보통의 상담사들은 버티지 못하고 나가떨어지는데, 질문자는 경험도 많은 편이니까 그걸 버텨내면 회사에서 질문자의 위상이 높아질까요, 낮아질까요?”

“높아질 것 같아요.” (웃음)

“그러니 지금 항의를 하는 고객들 때문에 질문자가 먹고사는 거예요.”

“네, 그렇네요.”

“사람들이 항의를 세게 할수록 질문자의 직장은 더 안정되는 겁니다. 사람들이 와서 항의를 할 때 ‘왜 매일 와서 항의를 하느냐?’, ‘왜 나는 매일 같은 소리를 들어야 하냐?’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힘들어지는 거예요. 오히려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와서 더 세게 얘기해라. 그래야 내 직급도 올라가고 월급도 올라간다!’

지금 질문자는 농사를 짓는 사람이 논이 많다고 불평하는 것과 같아요. 논이 많은 게 농사를 짓는 데 더 좋은 거잖아요. 그러나 막상 농사를 지을 때는 논이 많으면 그만큼 일이 많으니까 힘들어합니다. 그렇지만 결국 수확물을 놓고 보면 비록 과정이 힘이 좀 들더라도 논이 많은 게 좋습니다. 그런 것처럼 질문자도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 정년퇴직할 때까지 일자리가 안정되게 보장되기 위해서는 불만을 토로하는 고객들이 끊임없이 찾아와 줘야 합니다. 그리고 불만이 세면 셀수록 질문자의 직장이 안정되고, 월급도 많아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직급도 높아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처럼 이해관계를 차분히 따져보면 결국 그렇게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 덕분에 질문자가 먹고사는 겁니다. 그 사람들이 없으면 회사가 질문자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되잖아요. 그러니 질문자 입장에서는 회사가 고객들의 불만을 모두 해결해주는 게 좋을까요, 해결을 안 해주는 게 좋을까요?”

“불만이 계속 있도록 해주는 게 좋네요.” (웃음)

“물론 회사가 너무 방치를 하면 질문자가 힘들어지니까 안 좋겠지만,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는 선에서는 고객들의 불만이 있는 게 질문자한테도 좋은 거예요.

또 고객들이 불만을 토로할 때는 질문자를 향해서 말하는 게 아니라 회사를 향해서 내뱉는 불평이라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해요. 개인에게 말하는 게 아니라 회사를 향해 말하는 것을 내가 대신 들어주고 월급을 받는 겁니다. 또 질문자 입장에서는 불만이 있는 고객들을 회사를 대신해서 응대하고, 그 대가로 월급도 받고 승진도 하는 거예요. 고객들을 상대할 때 감정적으로 힘들다는 건 이해가 됩니다. 그럴 때 감정에 빠지면 안 됩니다. 그 사람들 덕분에 내가 월급도 받고 승진도 한다는 걸 떠올리면 해볼만 해져요.

지금 직장보다 조건이 좋은 자리가 있으면 언제든지 옮겨도 좋으니까 꼭 지금 직장에 다니라는 뜻은 아닙니다. 방금 전에 질문자가 직장의 안정성, 퇴직금,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연차 등 지금 다니는 직장의 좋은 점들이 많다고 했는데, 그러한 장점들이 결국 불만을 토로하는 고객들로 인해 주어진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항의하러 오는 사람들은 나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해 주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 항의를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도 있어요.

‘이 사람은 무엇 때문에 항의를 하러 왔을까?’
‘이 사람은 어떻게 항의를 할까?’
‘이 사람은 어떤 욕을 할까?’

사람마다 항의를 하는 방식이 다르고, 욕을 하는 방식도 다를 거예요. 그때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보면서 노트에 기록을 해두는 겁니다. ‘이번에는 이렇게 항의를 하더라’, ‘이번에는 이런 욕을 하더라’ 이렇게 관찰하면서, 다양한 항의 방식도 알게 되고, 다양한 욕도 알게 되는 거예요. 어떤 사람은 일을 빨리 처리해주지 않는다고 항의를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일을 제대로 해주지 않는다며 항의를 합니다. 그만큼 항의하는 종류도 다양하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그렇게 항의 종류, 항의 방식, 여러 가지 욕, 두세 번에 걸쳐서 계속 들어오는 항의 등 이런 자료들을 5년 정도 모아서 ‘고객 상담과 민원의 종류’ 이런 식으로 책을 출판하면 재미있지 않겠어요? 고객들이 해주는 항의는 질문자에게 엄청난 재산입니다. 사람들이 질문자에게 재산을 주고 있는데 왜 그걸 싫어해요?” (웃음)

한 순간 관점을 바꾸자 어두웠던 질문자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스님이 웃으며 말을 이어갔습니다.

“이렇게 관점을 바꾸면 지금 다니는 직장도 괜찮은 점이 많아요. 만약 더 좋은 곳이 있으면 옮겨가도 됩니다. 어쨌든 지금 직장에 다니는 동안에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계속 연구를 하는 거예요. 모든 문제를 질문자가 다 해결하려고 하면 힘들어요. 또 고객들의 불만을 다 해결하면 질문자의 자리가 사라지기 때문에 그걸 다 해결하는 게 꼭 좋은 것도 아닙니다.

대신 월급 받으면서 내 이익만 챙길 수는 없으니까 고객들이 불편하지 않게 회사에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하고 건의는 해야 합니다. 개선하고 안 하고는 질문자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회사가 결정하는 부분이에요. 회사가 그 문제를 해결해주면 질문자가 고객의 불만을 적게 들어도 되니까 편해져서 좋고, 회사가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으면 질문자의 일자리가 확고해져서 좋습니다. (웃음)

회사가 문제를 빨리 해결해서 민원을 넣는 고객들이 적으면 민원부서에 다니는 직원 수가 늘어나겠어요, 줄어들겠어요?”

“줄어들어요.”

“회사가 처리를 늦게 해서 민원이 많이 들어오면 질문자가 그걸 혼자서 감당하지 못하니까 민원팀이 꾸려지게 되고, 그 팀에서 질문자가 팀장이 될 수도 있어요. 팀이 생기면 누군가를 팀장을 맡아야 하잖아요. 그렇게 보면 결국 민원을 넣는 사람들이 곧 질문자에겐 고객인 거예요. 그런 사람이 많을수록 질문자가 승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는 겁니다. (웃음)

아직은 지금 다니는 직장보다 낫다고 할 만한 뚜렷한 대안이 없으니까 이렇게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조금 더 직장을 다녀보는 게 어떨까 싶어요. 지금 다니는 곳에서 하는 일에 재미를 느끼고, 사람들의 불만과 반응을 모아서 통계를 내어보고, 민원을 넣는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 연구를 하면, 나중에 고객들의 심리를 잘 묘사하는 작가가 될 수도 있고, 영화에 엑스트라로 출연을 하더라도 민원을 제기하는 역할을 누구보다 잘할 거예요. (웃음)

사람들의 온갖 민원을 다 경험하는 것은 결국 질문자에게 큰 자산이 됩니다. 그러니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보세요.”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앞으로는 스트레스를 안 받을 거예요.”

“아, 그렇겠네요.”

“사람들이 항의를 하고 욕을 할 때 무슨 욕을 하는지 노트에 적느라 바쁜데 스트레스가 생기겠어요?”

“안 생길 것 같아요.” (웃음)

“민원을 자주 넣으면 ‘이번에 몇 번째 오신 거예요?’ 하고 물어보기도 하고, 고객이 욕을 하면 ‘그 욕 말고 다른 욕은 없어요?’ 이렇게 농담도 섞어 가면서 일해 보세요. 같은 사람이 몇 번째 항의를 하는지 통계도 내어 보세요. 또 회사에서 일처리가 너무 늦으면 ‘고객님이 몇 번 이야기를 했는데도 회사가 아직도 처리를 안 하네요. 늦어져도 너무 늦어지네요’ 이렇게 고객의 불만에 맞장구도 쳐가면서 일해 보세요. 그러면 스트레스를 안 받을 겁니다.” (웃음)

“감사합니다.”

질문자의 웃음소리를 뒤로 하고 다음 질문을 받았습니다.

  • 어렸을 때부터 친척들에게 살쪘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 자기 전에 뭔가를 먹고 자지 않으면 잠에 들 수 없어 몇 년 만에 15킬로가 쪘습니다. 외모 때문에 힘들어요.

  • 관계의 처세술이 부족해 사회생활을 할 때 불편함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편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요?

  • 정토회 활동을 하면서 도반들이 권하는 많은 활동에 참여하기 전에 꺼려지는 마음이 너무 많이 듭니다. 조금 줄여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순차적으로 줄여가는 것이 좋을까요?

  • 7년 전 친구의 자살로 인하여 계속 힘듭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친구를 제 마음속에서 보내줘야 할지 궁금합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니 약속한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다음 달 이 시간을 기약하며 스님은 스튜디오를 나왔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에는 실내에서 여러 업무들을 처리한 후 하루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정토회 제1차 만일결사 중 10차 천일결사 10차 백일기도 입재식을 하는 날입니다. 만일결사의 마지막 백일기도를 시작하는 마음가짐에 대해 법문을 한 후 오후에는 화엄반 수련에 온라인으로 참석해 법문을 하고, 저녁에는 일요명상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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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신

감사합니다.

2022-09-24 06:53:13

고평주

관점을 달리하여 바라보는 지혜
하나에 사로잡혀 있을때 생각을 두고
잠시 명상하며 집착하는 나를 알아차림
일이 너무 잘 해결된다고 해서 좋을 것도
일이 안 풀린다고 괴로울 것도 없는 것
잘되면 서로에게 도움되어 좋고
안되면 또다른 일거리재미가 생겨 좋고~^^
오늘도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2022-08-31 23:16:35

이임숙

감사합니다

2022-08-31 17:3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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