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07.10. 논 피 뽑기, 행복광장, 일요명상
“날이 더우니까 쉬엄쉬엄 합시다”

안녕하세요. 스님은 새벽 3시에 일어나 예불과 천일결사 기도를 하고 5시에 밭으로 나갔습니다. 스님은 홀로 산밑밭에 가서 작물을 수확해 온 후 6시에 논으로 갔습니다.

벌써 열흘 째 논에서 피를 뽑고 있습니다. 두북 수련원에서 농사짓는 논이 총 8배미입니다. 어제까지 아랫논, 꽃밭논, 마둑논 3배미를 끝냈고, 오늘은 네 번째 배미인 1000평 논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멀리서도 모 사이로 풀과 피가 잘 보였습니다.


오늘도 대중부 봉사자들이 피 뽑기를 거들어주기로 했습니다. 스님은 봉사자들이 오기 전에 먼저 논에 들어가 피가 어느 정도 있는지, 일을 어떻게 나누면 좋을지, 잘 뽑혀지는지 확인해보았습니다. 온몸에 힘을 주고 잡아당겨야 겨우 뽑히는 피도 있었습니다.

“우와, 피가 엄청나게 질겨요. 그런데 물이 적어서 흙을 씻기가 어렵네요. 논둑을 막고 물을 더 댑시다.”

논에 물이 더 차도록 조치를 해놓고 스님은 풀을 뽑기 어려운 가장자리에 피를 뽑았습니다.

7시가 되자 경주 지회에서 6명의 보살님이 도착했습니다. 스님은 고개를 들어 반갑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잘 왔어요! 거기 스타킹이나 논장화를 신고 들어오세요.”

봉사자들이 논에 들어오자 스님은 피를 뽑는 법을 설명해주고 자리를 정해준 다음 일을 시작했습니다.

“피를 뽑은 후에 흙을 잘 씻어주세요.”

“네!”




스님은 다시 가장자리로 가서 계속 피를 뽑았습니다.


가장자리 끝까지 피를 다 뽑고 스님은 봉사자들이 뽑는 쪽으로 가보았습니다.

가서 보니 논둑에 던진 피가 어지럽게 놓여 있었습니다.

“힘이 좋네요. (웃음) 남의 논까지 던져 놨어요. 피를 던지지 말고 중간중간에 모아뒀다가 나중에 빼도록 합시다.”


경주지회 봉사자들이 울력을 한 지 한 시간이 지났습니다.

“자, 밖으로 나와서 시원한 물 좀 마시면서 쉬세요.”


앉아서 잠시 쉬고 있는데 부산울산, 대구경북 지부에서 봉사자 40여 명이 도착했습니다.

“어서 오세요.”

스님이 먼저 일하는 방법을 알려 주었습니다.

“동그랗게 뭉쳐져 있는 모를 빼고는 전부 뽑아주시면 됩니다. 여기서부터 일렬로 서서 주욱 앞으로 나가시면 돼요. 뽑은 피는 두 명씩 기준으로 사이사이에 두었다가 마지막에 한꺼번에 옮기겠습니다.

저도 같이 해야 하는데 9시부터 강의가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 더우니까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딱 두 시간만 일하세요. 저는 새벽부터 지금까지 일했어요. 끝까지 같이 못해서 미안합니다.”

“네, 나머지는 저희들이 하겠습니다.”

스님은 대중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 후 두북 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봉사자들은 일인당 두 줄을 맡는 방식으로 나란히 섰습니다. 첨벙첨벙 소리와 함께 앞으로 전진하며 피를 뽑아 나갔습니다. 무척 더웠지만 그래도 날이 흐려서 일하기가 한결 수월했습니다.




스님은 작업복을 벗고 간단히 씻은 후 가사와 장삼을 수하고 방송실 카메라 앞에 자리했습니다. 오늘은 통일의병들이 모두 모여 행복광장을 하는 날입니다.


통일의병 모두가 지난 3개월 간 행복학교 1만 명 모집을 위해 바쁜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지금까지 해온 활동을 나누고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행복학교 확산, 행복학교 진행, 지역실천활동 개발, 시민모임 운영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례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잠시 휴식 시간을 갖고 스님과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여러분들의 발표 잘 들었습니다. 마지막에 소감을 말하시는 분이 8편의 영화를 본 것 같다고 얘기하셨는데 정말 창의적이고 주체적인 발표들이었습니다. 발표를 다 듣고 나니 여러분들이 너무 잘하고 있어서 굳이 제가 참석을 안 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이 덕분에 제가 농사일을 잠시 쉴 수 있게 하는 것은 좋은 일이에요. 제가 경상도 사람이라 잘하고 있다는 격려를 이런 식으로 드립니다.” (웃음)

이어서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사전에 다섯 명이 질문 신청을 하여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고, 이어서 즉석에서 자유롭게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해외에서는 국내와 달리 어떤 방향을 갖고 행복학교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좋을지 조언을 구했습니다.

전 세계를 향해 행복학교를 어떻게 운영하면 좋을까요?

“해외에서 50여 명의 행복시민들이 8개 반으로 구성되어 매주 만나고 있는데요. 해외 모임 특성상 오프라인 활동에 한계가 있지만, 이번에 대륙별 모임을 재편성하는 등 새로운 시도도 해보고 있습니다. 또 영어권 행복시민들과 같이 영어 행복학교 프로그램 번역 개발 작업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해외 모임의 특수성을 고려해서 어떤 방향을 가지고, 어디에 초점을 두고 활동을 해야 할까요?”

“해외에 거주하지만 한국어를 쓰는 사람들을 위한 행복학교는 지금 한국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과 동일하게 해 나가면 됩니다. 그런데 온라인으로 프로그램이 모두 바뀌었기 때문에 이제는 시간 맞는 사람들끼리 묶어야 해요. 물론 대륙별로 묶어도 시차가 맞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한국의 저녁반과 미국의 아침반은 시간대가 반나절 차이가 나서 동일하게 묶일 수가 있거든요. 대륙별도 필요하지만 온라인으로 진행하니까 시간대가 제일 중요합니다. 시간대가 맞느냐, 안 맞느냐 이걸 중심으로 해서 확대해 나가시면 좋을 것 같고, 어차피 시간이 흘러서 인원이 많아지면 대륙별로 묶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시아 지역도 나라별로 2시간에서 4시간 차이가 나니까 시간 차이를 고려해야 해요.

세계 전법을 위해 다음 30년 목표로 한국어 쓰는 사람과 한국어 쓰지 않는 사람을 1:9로 설정해 보자는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 보기에는 불가능한 목표 같죠. 그렇기 때문에 외국어로 진행되는 행복학교를 개발하는 것이 지금 중요한 과제입니다.

행복학교는 프로그램이 단순하고 간단해서 외국어로 변경하기가 비교적 쉽습니다. 마음 편 4개 과정만 만들면 되고, 관계 편도 4개만 만들면 되고, 심화 편까지 한다 하더라도 마음 나누기가 주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법문을 많이 듣는 게 아니어서 번역이 훨씬 쉬워요. 그래서 저는 행복학교가 세계 전법에서 중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프로그램을 개발할 여력이 아직 없는 것이 문제죠. 행복학교는 번역과 통역 문제만 해결되면 지금 당장이라도 각각의 언어로 바로 진행이 가능합니다. 영어는 영어대로 하고, 일본어는 일본어대로 하고, 베트남어는 베트남어대로 하는 거예요.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만 참가하도록 제한을 두지 않는다면 확산 속도가 훨씬 더 빠를 겁니다. 아직 콘텐츠 준비가 안 돼서 진행이 안 되는 거죠.

가장 큰 문제는 각각의 외국어로 행복학교를 진행할 수 있는 진행자 확보와 콘텐츠 개발입니다. 일본에 계시는 교민들이 행복학교를 졸업했다면 앞으로 본인이 일본 사람을 상대로 일본어로 행복학교를 진행해나가면 되거든요. 그런 방향성 위에서 준비를 해나가야 합니다.

다른 하나는 청년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합니다. 청년은 같은 한국말을 사용해도 가치관이나 습성이 이전 세대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외국인 다루기보다 어떤 면에서 더 어렵습니다. 같은 50대는 한국말을 일본말로 바꾸면 소통이 되는데, 같은 한국 사람인데도 50대하고 20대는 소통이 안 됩니다. 지역 차이보다 세대 차이가 훨씬 더 심각해요. 그래서 청년 행복학교는 완전히 프로그램을 새로 개발해야 됩니다. 예시도 새로 개발해야 되고, 진행 방식도 새로 개발해야 됩니다.

이런 문제가 있는데 이거를 첫 번째 시도를 해보는 곳이 군대입니다. 지금 군대에 오는 젊은 이들이 기독교든 불교든 종교에 안 간다는 거예요.

전 국민을 기준으로 하면 종교를 가진 인구가 50% 밑으로 떨어졌어요. 그러니 행복학교는 대상이 제일 넓습니다. 종교 있는 사람을 빼면 종교 없는 사람이 제일 숫자가 많으니까요. 그런데 MZ세대는 종교 인구가 3%라고 해요. 그러니 청년 행복학교를 개발하려면 법문도 바꾸고 진행 방식도 바꾸고 해서 실험을 지금 해봐야 됩니다. 기본은 같지만 청년 맞춤으로 개발해야 됩니다.

우선 해외의 경우 시차를 맞추기가 어려워요. 미국은 숫제 주야가 딱 바뀌니까 오히려 시차 맞추기가 쉬운데, 유럽 같은 곳은 시차 맞추기가 제일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 지역에 사는 사람이 행복학교를 진행해야 시간을 맞추기 쉽습니다. 유럽 행복학교는 유럽에 사는 사람이 진행하고, 미국은 미국에 사는 사람이 진행하려면 이제 새로운 체계를 마련해야 된다고 볼 수 있어요. 해외는 진행자를 확보해야 하고, 청년은 콘텐츠를 좀 더 개발해야 하는 과제가 현재 남아 있습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노인들에 대한 프로그램도 조금 특화해서 하는 게 필요합니다. 온라인 시대가 될수록 노인들이 아무래도 소외되고 외로운데, 모든 프로그램이 온라인으로 전환돼서 노인 프로그램을 따로 개발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어요. 노인들은 온라인 사용이 잘 안 되니까요.

외국인을 위한 프로그램은 좀 더 심플하게 할 필요가 있어요. 일본 사람은 자기 얘기를 내놓는 걸 굉장히 어려워하거든요. 그래서 거기에 맞게끔 조금 변형이 필요하죠. 크게 변형하면 안 돼요. 이런 식으로 나라에 맞춰서 개발하는 과제를 여러분들이 안고 있다고 이해하시면 좋겠고요.

그렇다고 해서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된다’, ‘세상과 이웃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된다’, ‘사회적 정의에 충실한 그런 행복 시민이 된다’ 이런 원칙이 바뀌는 건 아닙니다. 행복학교를 확산하는 방법은, 세대 따라 다르고, 나라 따라 다르고, 시대 따라 다르기 때문에 늘 여러분들이 열린 자세로 좋은 아이디어를 내서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토론하셔야 합니다. 너무 경직되게 ‘딱 정해진 것만 해야 된다’ 이래도 안 되고, 너무 중구난방으로 해도 안 됩니다. 치우치지 않도록 중도적 관점에서 행복학교를 개발해 가야 합니다. 여러분들이 적극적으로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제안을 해주세요.

또 토론할 때도 열린 자세로 토론을 해나가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제안이 거절되거나 부결되거나 한다고 너무 실망하지 마시고요. 정말로 좋은 아이디어라면 윗 단위로 다시 한번 제안해서 올려보는 이런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기까지 대화를 나눈 후 통일의병 행복광장을 모두 마쳤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8시 30분에는 일요명상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118번째로 진행되는 온라인 명상 시간입니다.

“요즘 논에 풀이 많이 자라서 논에서 일하는 것이 저의 주된 일과가 되었습니다. 논에 모를 심자마자 물을 가득 댔으면 피가 자라지 않았을 텐데, 때를 맞추지 못해서 피가 많이 자랐습니다. 또 피가 어릴 때 뽑으면 쉬운데 다른 업무가 바쁘다 보니 때를 놓쳐 피가 크게 자라 버렸어요. 그래서 피를 뽑기가 아주 어려워졌습니다. 어떤 일이든 적절한 때를 맞추면 쉬운데 때를 놓치면 일이 두 배 세 배 많아집니다. 부처님 말씀 중에도 ‘늘 때를 알아라’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요즘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웃음)

안부를 나눈 후 사전에 접수된 질문 한 가지에 답변을 하고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명상을 할 때 ‘편안한 가운데 집중하라’는 말은 어떤 증상이 나타나도 긴장하지도, 두려워하지도 말고 편안함을 유지하라는 뜻입니다. 30분 동안 어떤 증상이나 현상이 일어나도 하기로 한 30분 동안은 모든 것들을 그냥 수용하면서 마음의 편안함을 유지해 봅니다.

동작과 생각을 멈춥니다. 어떤 의도도 붙잡지 말고 다만 호흡을 느낍니다. 자꾸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라도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야 합니다. 앉아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한가하지 못하고 할 일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면 앉아 있을 뿐이지 명상을 하는 건 아닙니다. 어떤 생각에도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어요. 어떤 생각도 멈춰야 할 대상이지 따라가야 할 대상은 아니라는 겁니다.

몸과 마음을 편안히 하고 마음을 코끝에 두고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립니다. 놓치면 ‘놓쳤구나’ 하고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을 알아차립니다. 이렇게 다만 할 뿐입니다.”

죽비 소리와 함께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탁! 탁! 탁!

명상이 끝나고 실시간 채팅창에는 명상을 해 본 소감이 계속 올라왔습니다. 스님이 직접 몇몇 눈에 띄는 소감들을 읽어 주었습니다.

“온갖 망상으로 일관했지만 그래도 하고 나면 좋습니다.”
“I was overwhelmed by all these different distractions but now that it is done I feel good.”

“자고 일어난 듯 개운합니다.”
“I feel refreshed as if I woke up from a nap.”

“이런저런 생각이 오고 갔지만 다시 호흡에 집중했습니다.”
“I had a lot of thoughts floating here and there but I was able to refocus on my breath.”

다음 주 이 시간을 기약하며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방송실을 나오니 밤 10시가 다 되었습니다.

내일은 울력을 한 후 오전에는 주간반 전법활동가들을 위한 법회를 하고, 오후에는 인도 성지순례 준비회의와 법사단회의, 울력을 하고 저녁에는 저녁반 전법활동가들을 위한 법회를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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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남

명상
- 편안한 가운데 집중
- 30분동안 모든 증상을 수용하면서 편안함 유지
- 동작과 생각을 멈추고 호흡에 집중, 놓치면 놓쳤구나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
- 어떤 생각에도 의미 부여x

요즘 탐욕에 휘둘리는 때가 많아 진 거 같습니다.
수행에 더 집중해야겠습니다.

2022-07-16 19:22:46

청정화

감사합니다

2022-07-14 17:11:47

보각

행복학교도 청년버전으로 만드는게 필요하다는 말씀 공감합니다 예전부터 생각했었는데, 잘 진행되면 좋겠습니다. 나라와 세대에 따라서 프로그램이 조금씩 변화해야되지만 원칙은 그대로 간다는 말씀도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2022-07-14 09: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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