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4.30. 천일결사 기도, 청춘톡톡, 쑥 캐기
“헤어진 남자친구를 다시 사귈 때, 어떤 마음으로 연애를?"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천일결사 기도 생방송을 하면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종성, 예불, 삼귀의, 수행문, 참회, 108배, 명상을 한 후 오늘 날짜의 경전을 함께 독송했습니다.

무릇 천계의 것이든 인간계의 것이든
일체의 욕망을 위대한 현인들은 버리고 떠났다.
그들은 평안의 경지에 이르러 해탈하였다.
그들은 부동의 안락에 도달하였다.
나, 이제 원하지 않는
일체의 욕망과 마주치는 일이 없기를.
일체의 욕망은 적이며, 살인자이며,
불꽃과 같은 괴로움이다.
탐욕은 장애이고, 공포를 수반하며,
고통스럽고, 가시가 있다.
그것은 지극히 불쾌하며,
사람을 혼란에 빠뜨리는 중요한 원인이다.

<대장장이의 딸 수바 비구니>

이어서 스님이 오늘 읽은 경전 구절에 대해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오늘 읽은 비구니 스님의 수행담은 욕망이 우리 삶에 얼마나 큰 고통을 야기하는지에 대한 고백입니다.

욕망이 우리 삶에 주는 고통

욕망은 우리 삶의 즐거움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의 삶을 한번 돌아보면 즐거움이 모두 욕망으로부터 생겨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요즘은 TV나 인터넷 방송을 봐도 ‘먹방’이라고 해서 먹는 것의 즐거움이 아주 많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이런 인간의 욕망을 찬양하는 사회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자기 입맛에 맞는 것을 위해서 많은 경비를 들이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짧은 시간의 입맛과 향기를 즐기기 위해 먼 곳까지 시간을 내어 찾아가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고, 또 그것을 자랑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경주는 조상의 유적들이 많이 남아 있는 고도(古都)입니다. 경주를 찾는 방문객 중에는 여전히 불국사, 석굴암, 첨성대를 보러 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황리단길에 가서 커피를 맛보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경주를 찾는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유적지들은 조용하고, 음식을 파는 곳은 사람들이 북적거린다고 해요. 이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옷을 입는 문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옷의 주목적은 몸을 가리고 추위나 더위를 피하기 위함인데, 요즘은 ‘패션’이라는 미명 아래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그걸 너머 ‘상표’와 ‘고급 이미지’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집도 비와 추위, 더위를 피해 머무르는 곳인데, 집 안에 온갖 안락한 시설을 가꾸고, 정원을 만들고, 또 음향 시설이나 디자인에 많은 비중을 둡니다. 이처럼 우리는 끝없는 욕망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욕망에는 끝이 없습니다. 이런 욕망을 따라 끝없는 질주를 해나가는 것이 현재 우리 삶의 모습입니다.

옛날 사람들이 요즘 사람들의 삶을 보면 그들이 천국이라고 생각했던 삶보다 더 풍족한 삶을 누린다고 생각할 겁니다. 옛날 사람들은 먹는 것에 구애받지 않고, 입는 것에 구애받지 않고, 자는 것에 구애받지 않는 삶을 천상의 삶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들이 이런 천상의 삶을 상상하며 그린 그림들을 봐도 오늘날 우리들의 모습이 다 담겨있지 않을 만큼, 우리가 현재 누리는 것에는 옛사람들이 상상조차 하지 못한 것들이 많습니다.

옛날 사람들이 묘사한 극락을 보면, 바람소리가 부처님의 음성으로 들리고, 새소리가 복음(福音)으로 들린다고 표현되어 있습니다. 비록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지만 그 내용은 모두 정신적 해탈을 추구했습니다. 반면 오늘날 현대 사회는 즐거움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즐거움과 괴로움을 분리시켜서 즐거움만 있는 천상에 가기 위해 여기까지 질주해 왔는데, 그 이면에는 옛날 사람보다 더한 괴로움 또한 도사리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못 먹어서 괴롭고, 못 입어서 괴롭고, 살 집이 없어서 괴로웠습니다. 이러한 괴로움은 해결 가능한 괴로움입니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이 겪는 괴로움은 너무 많이 먹어서 생기는 괴로움입니다. 끝없이 더 좋은 것, 더 고급스러운 것을 추구하는 데서 생겨나는 괴로움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채워낼 수가 없습니다. 절대적 빈곤이 아니라 상대적 빈곤으로 인한 괴로움은 외부 조건을 변화시켜서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요즘은 커피 한 잔에 수만 원씩 하고, 차 한 잔에 수십만 원씩 하고, 술 한 잔에 수백만 원씩 하는 시대입니다. 겉으로는 마치 천상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은 서로 시기하고, 질투하고, 방황하고, 허전해하고, 괴로워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객관적 조건은 좋아졌는데도 화와 짜증은 더 많아졌고, 여전히 늙음과 죽음을 두려워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삶의 객관적 조건이 좋아진 것과 달리 온갖 괴로움을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즐거움이 커질수록 괴로움도 커진다

오늘 읽은 수바 비구니의 이야기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그것이 천상의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인간의 것이라고 하더라도, 욕망을 추구하는 한 괴로움은 끝날 수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즐거움은 반드시 그 반대급부로 괴로움을 수반하기 때문입니다.

1인당 소득이 3만 불에서 30만 불이 되고 300만 불이 된다고 하더라도, 즐거움이 크면 클수록 그것으로 인한 괴로움 역시 비례해서 깊어집니다. 즐거움의 종류가 달라지면 그에 따라 괴로움의 종류도 달라지고, 즐거움이 다양해지면 괴로움 또한 다양해집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호소하는 괴로움에 대해 들어보면 기성세대들의 눈에는 도대체 왜 괴로운지, 그것이 괴로워할 일인지 이해가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은 기성세대들이 생각하지 못하던 것에서 젊은 세대들이 즐거움을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남이 독약을 먹는 것을 보고도 굳이 나도 직접 먹어보고 죽으면서 후회할 것인가? 아니면 이것은 지금 당장은 달콤하지만 독약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경계하고 삼갈 것인가? 결국 이 문제입니다. 조금만 현명하다면 굳이 직접 먹지 않고도 독약이라는 걸 알고 경계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지혜로운 자의 길입니다.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방법

지혜로운 자는 육신을 부정하지도 않고, 육신에 너무 얽매이지도 않습니다. 살아있는 육신은 건강할 수 있게 필요한 조치를 취하되, 육신의 안락에 너무 얽매이게 되면 거꾸로 건강을 해치게 됩니다. 우리의 정신작용 역시 잘 사용하면 나도 이롭고 세상에도 이로운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는데, 쾌락에 지나치게 얽매이게 되면 자신의 정신건강도 해치고 주변 가족이나 사회에도 많은 해악을 끼치게 됩니다.

이런 걸 잘 살펴서 여러분들이 가진 에너지를 자신과 세상을 위해 유용하게 쓰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렇다고 해서 세상에 꼭 좋은 일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우선 자립을 해야 합니다. 자기 자신이 건강하게 살고, 남에게 구걸하며 껄떡거리지 않으면서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 다음 한 발 더 나아가서 그렇지 못한 사람을 한 사람이라도 더 돕는 일을 한다면 더욱더 우리 존재에 대한 자부심과 보람이 커집니다.

먼 미래에 되돌아보면 우리의 삶에 있어서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결국 보람입니다. 지금만 생각하면 편안함을 추구하고 싶겠지만, 미래가 현재가 되는 시점을 위해서는 보람을 하나씩 쌓아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 관점을 가지고 경전도 읽고, 매일 수행해 나가시면 좋겠습니다.”

여기까지 법문을 한 후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이어서 두북 공동체 대중과 함께 발우공양을 했습니다.


소심경을 외우며 발우공양을 한 후 대중이 스님에게 한 말씀을 청했습니다.

“밭에 모종은 다 심었습니까? 4월에 기온이 30도 넘는 날이 두 번이나 찾아와서 모종은 웃자라고, 그렇다고 밭에 심으면 아침 기온이 낮아져서 냉해를 입을 위험이 있어서 걱정이네요.

요즘 쑥이 한참 많이 자랄 때라서 쑥을 많이 뜯어서 떡을 만들어 선물도 하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쑥을 같이 뜯으러 갈 여유가 있는 사람이 없네요.”

농사팀은 농사일로 바쁘고, 영상팀은 방송으로 바빠서 수행팀만 스님과 함께 쑥을 뜯으러 가기로 하고 발우공양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곧바로 작업복을 입고 텃밭으로 갔습니다.

겨울을 지난 상추 줄기에 꽃이 피려고 해서 모두 뽑아내고 새 모종을 옮겨 심었습니다. 상추 잎은 깨끗이 씻어서 밥상에 내고, 뽑아낸 상추대는 장아찌를 담가 먹기로 했습니다. 김치를 담기 위해 열무와 배추도 뽑은 후 아침 울력을 마쳤습니다.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오전 10시부터는 청년들을 위한 즉문즉설 ‘청춘톡톡’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청년들과 대화하는 시간입니다.

오늘 법회 주제는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 중에 하나인 ‘연애’입니다. 청년들은 연애를 주제로 ‘밸런스 게임’을 하며 가볍게 대화를 나눈 후 스님에게 자신들의 고민을 이야기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청년들의 관심사가 연애라면 스님의 관심사는 농사라며 웃으며 말했습니다.

“여러분들은 ‘4월은 연애하기 좋은 계절’이라고 말하는데, 만약 저한테 물어봤다면 저는 ‘농사 짓기 좋은 계절’이라고 대답했을 것 같아요. 요즘은 파종도 해야 하고, 모종도 옮겨 심어야 하고, 여러 가지로 할 일이 많은 계절이거든요. (웃음)

오늘도 아침을 먹자마자 방금 전까지 밭에 나가서 농사일을 하다가 바쁘게 시간 맞춰 들어왔어요. 오늘은 날씨가 덥지 않고 구름까지 껴서 일하기에 아주 좋은 날입니다. 이렇게 농사일을 하다 보면 늘 일손이 부족해요. 저는 연애할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니라 같이 일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여러분도 주말에 한가하면 여기에 일손을 도우러 와주시면 좋겠어요. (웃음)

봄날에는 일하는 게 제일 좋습니다. 일을 하고 땀을 흘리면 밥맛도 아주 좋습니다. 젊은 시절은 일하면서 보내는 게 제일 좋아요. 노는 건 늙어서 놀아도 됩니다. 어차피 나이 들면 마음껏 움직이지도 못하고 일도 못하게 될 텐데, 노는 건 그때 놀아도 늦지 않습니다.” (웃음)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네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얼마 전 헤어진 남자친구로부터 서로 아쉬워하는 마음을 다시 확인했다며 다시 사귀려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헤어진 남자친구를 다시 사귈 때, 주의해야 할 점은?

“5년 동안 사귄 전 남자친구가 있는데, 이제 헤어진 지 2년이 넘었습니다. 두 달 전에 다시 연락이 닿아서 서로 아쉬워하는 마음이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아직 다시 만나기 시작한 건 아니지만, 다시 만나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그 사람과 관계를 잘 만들어 가려면 제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할까요?”

“이런 질문은 여러분 친구들과 상담하면 조금 더 공감대가 잘 형성되지 않을까 싶어요. 스님은 나이가 들어서 저보다 여러분의 친구들이 따끈따끈한 심정을 더 잘 알 거예요. (웃음)

여러분들은 봄을 떠올리면 ‘연애하기 좋은 계절’이라고 하는데, 저는 ‘농사 짓기에 좋은 계절’이라고 답을 할 정도로 생각이 많이 다르잖아요. 그러나 굳이 스님한테 질문을 했으니까 이야기를 나눠본다면, 우선 헤어졌던 사람과 다시 만날 때는 장단점이 있습니다. 그러니 장점은 잘 살리고, 단점을 개선해야겠죠.

헤어졌던 사람과 다시 만날 때의 장점은 상대방을 잘 안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상대방에 대해 잘 모르니까 서로 덤벙대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상처를 주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했을 거예요. 그런데 이제는 상대방의 성격도 어느 정도 알고, 상대방의 경제적 상황도 알고,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고민도 알고 있을 테니까, 처음 만나는 사람에 비해 유리합니다. 그만큼 서로를 알아가는 데 필요한 시행착오를 겪지 않아도 됩니다.

이런 측면에서 우선 지난번에 무슨 이유로 헤어졌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무엇 때문에 상대방을 좋아했고, 또 무엇 때문에 헤어지게 되었는지를 분석해봐야 해요, 예전에 만났을 때 그 사람의 좋았던 점은 무엇인지도 살펴봐야 하고, 또 그렇게 좋아해서 5년이나 만났으면서도 무슨 이유로 결국 헤어지게 되었는지 그 원인도 살펴봐야 합니다.

지금은 2년 동안 헤어져 있었으니까 헤어지게 된 이유는 거의 다 잊고 예전의 좋았던 감정만 떠오르기 때문에 ‘다시 시작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인데, 막상 다시 만나면 예전에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그 이유가 다시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다시 헤어지게 되면 상처가 더 깊어집니다. 그러니 예전에 무엇 때문에 헤어지게 되었는지부터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그 부분에 대해 개선되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예전에는 내가 그것을 수용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수용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살펴봐야 합니다. 상대방이 변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고, 결정적으로 헤어지게 된 원인을 내가 수용하고 받아낼 정도가 되었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예전에는 담배를 많이 피워서 싫어했는데 이제는 담배를 피워도 수용할 수 있겠는지, 예전에는 술을 많이 먹어서 싫어했는데 이제는 술을 먹어도 수용할 수 있겠는지, 예전에는 나를 만나면서 동시에 다른 여자를 만나서 싫어했는데 이제는 그런 일이 있어도 수용할 수 있겠는지, 예전에는 화를 많이 내서 싫어했는데 이제는 그 정도의 화는 수용할 수 있겠는지를 살펴봐야 해요.

스님은 모르지만 질문자는 예전에 질문자가 상대방과 헤어졌던 이유를 잘 알잖아요. 그러니 그 원인을 잘 들여다보고 지금은 내가 그 점을 받아들일 수 있겠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이렇게 과거에 문제가 되었던 부분을 대여섯 개 적어서 ‘너 이제 이것은 수용할 수 있겠어?’ 하고 하나씩 점검해야 해요.

다시 만나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지난 5년 동안에도 그랬을 거예요. 처음에는 문제가 안 되었던 것이 어느 시점부터 문제가 되기 시작했고, ‘언젠가는 개선되겠지’ 이렇게 기대하면서 기다리다가 5년이 지나서 결국 헤어지는 결정을 했었잖아요. 이번에도 내가 수용해내지 않으면 똑같은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니 그때 문제가 되었던 부분을 점검해보고 ‘도저히 수용해내지 못하겠다’ 하는 생각이 들면 굳이 남자친구로 만나지 말고, 1년에 한두 번 정도 만나서 차 마시고 대화를 나누는 정도의 관계를 유지하는 게 좋습니다. 관점을 이렇게 분명하게 가져야 합니다.

장점은 상대방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점입니다. 상대방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다 알고 있으니까 처음 만나는 사람보다는 대응하기가 쉽습니다. 그리고 과거에 문제가 됐던 부분들을 다시 생각하면서 상대방이 개선되었을지 여부를 기대하지 말고 내가 수용해낼 수 있는지를 파악해볼 수 있습니다. 이 역시 처음 만나는 사람에 비해 장점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반면 단점은 상대방에 대한 긴장도가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이건 나의 상대방에 대한 긴장도만 떨어지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나에 대한 긴장도도 떨어집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도 나와의 관계를 정리하게 된 이유가 있었을 테니까, 상대방의 입장에서도 나의 그런 부분을 수용해낼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을 거예요. 그런데 내가 상대방을 수용하는 건 오로지 나의 문제지만, 상대방이 나를 수용해낼 거라고 전제하면서 만나면 안 됩니다. 오히려 상대방이 나에 대해 힘들어했던 부분을 내가 개선했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 예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이니까 자칫 방심하고 내 습관대로 말하고 행동하면 그것이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다시 만난 상대방과 같은 이유로 갈등이 생기면 예전의 상처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에 관계 정리가 오히려 빨리 이뤄질 수 있고, 그러면 예전의 상처가 더 깊어질 수 있어요. 새로 만난 사람과는 아직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가 있기 때문에 서로 시간을 주게 되는데, 예전에 만난 사람과 다시 만나게 되면 그렇지 않습니다. 예전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느끼게 되고, 그래서 과거의 상처가 떠오르면 ‘이 사람과는 안 되겠구나’ 하고 짧은 시간 내에 관계가 끝날 위험이 있습니다. 과거에 친했던 기억 때문에 방심을 하게 되고, 그래서 과거의 상처가 재발할 위험이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는 긴장도 하고, 조심하기도 하고, 유의하기도 하는데, 과거에 만났던 사람과는 편안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서로가 변화를 도모하는 동력이 적다는 단점이 있는 거예요.

이런 장단점을 고려해서 다시 만날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만약 다시 만나기로 결정한다면, 상대방에 대해 내가 수용할 수 있겠는가를 점검하고, 또 상대방이 나로 인해 어려워했던 점을 내가 개선할 의지가 있는지를 점검해야 합니다. 상대방을 논하지 말고, 내 입장에서 상대방의 문제를 수용해낼 수 있는지, 나의 문제는 개선할 의지가 있는지 살펴봐야 해요. 내가 상대방을 조금 더 수용해내고, 내가 상대방이 싫어하는 걸 조금 개선한다면, 관계가 좋아질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이런 관점을 가지고 관계를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더 궁금한 내용이 있으면 또 질문하세요.”

“제가 예전에는 그 친구에게 바라는 게 많았었는데, 지금은 바라는 게 없기 때문에 그 점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 질문자가 상대방에게 바라는 게 많았던 것이 헤어지는 원인이 되었어요?”

“사귈 때 제가 더 좋아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자존심이 상했었어요. ‘쟤는 날 좋아하나?’ 이런 생각을 했었고, 그만큼 상대방에게 바라는 게 많았던 것 같아요. 상대방을 이해하겠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이해하지 못하고 헤어졌어요. 그 후로 스님의 법문을 많이 듣고 나니 제가 욕심이 많았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사랑에 있어서도 ‘내가 좋아하는 만큼 너도 나를 좋아해라’ 하는 게 있었어요.”

“지금은 그게 달라졌다고 생각해요?”

“...”

“질문자의 얘기는 결국 상대방이 질문자를 좋아하는 것보다 질문자가 상대방을 더 좋아했다는 거네요. 그리고 질문자가 계산해보니까 상대방은 나만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고, 그래서 괜히 내가 위축되는 것 같았고, 결국 ‘내가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겠나’ 하는 생각을 했다는 거잖아요.”

“네, 맞아요.”

“원래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면 내가 매달리게 되어있어요. 세상의 모든 이치가 그렇습니다. 내가 돈을 좋아하면 돈에 매달리고, 지위를 좋아하면 지위에 매달리고, 권력을 좋아하면 권력에 매달리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에게 매달리고, 그 사람 앞에 서면 작아지게 됩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무언가에 매달리지 말라고, 무언가에 집착하지 말라고 말씀하신 거예요. 무언가에 집착하게 되면 그만큼 내가 그것의 노예가 됩니다.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면 그냥 좋아하는 걸로 만족하면 돼요.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고 안 좋아하고는 그 사람의 문제입니다. 그런데도 그 사람한테 자꾸 나를 좋아하라고 하면, 그 사람이 볼 때는 자꾸 자기한테 ‘이래라저래라’ 하고 간섭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그 사람과 다시 만남을 이어간다면 그때는 내가 좋아하는 건 그냥 내가 좋아하는 걸로 끝내고 그 사람이 나한테 어떻게 하는지는 그 사람의 몫으로 남기는 게 좋습니다.

이 세상에는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 아주 드뭅니다. 어떻게 생각해요?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는 놔두고, 우선 여러분이 누군가를 보면서 ‘저 사람 참 괜찮다’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됩니까? 영화배우들 빼고는 별로 없잖아요. 그러니 누군가를 보고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것도 참 어려운 일입니다. 누군가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어렵지만, 내가 좋아할 만한 사람을 만나는 것도 어려워요. 거기다가 상대방도 나를 좋아하는 경우까지 찾는 것은 더 어렵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혼자서 지내게 되는 거예요. (웃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드문 일이니까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합니다. 그리고 누군가 내가 좋다며 따라다닌다면 그 역시도 그것으로 만족해야 합니다. 이 세상에 나를 좋아한다며 따라다닐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어요?

이렇게 마음을 가지면 사람을 만나는 게 쉽고, 양쪽이 서로를 좋아하는 것만 찾아다니면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질문자가 법문을 들으면서 자기가 가지고 있는 기대가 컸다는 점을 자각했다면, 이번에는 상대방을 수용해낼 수 있는지, 또 나는 개선할 수 있는지, 이렇게 자기 공부를 점검해보면 좋겠어요.

스님은 솔직히 여러분의 연애가 이루어지는지 여부보다는 이 일을 계기로 해서 여러분의 마음공부가 되는지 여부에 더 관심이 많아요. 이번에 연애를 통해서 질문자가 마음공부가 좀 더 될 수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겁니다. 그래도 질문자가 예전에는 욕심이 많았다는 걸 자각했다고 하니까 이번에는 마음공부가 좀 될 수 있을 것 같아 보여요.”

“제가 정토회를 만나고 나서 생각하는 관점이 많이 바뀌었어요. 주위 상황이나 사람이 바뀐 건 아닌데도 예전보다 갈등이 많이 줄었고, 삶의 만족도가 많이 올라갔어요. 늘 감사드립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주변에서는 결혼을 하라고 하는데, 남자친구도 없을뿐더러 진짜 내가 결혼하고 싶은지조차 헷갈립니다. 항상 생각만 하고 실천은 뒷전인 나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저는 지적을 당하기 싫은 마음에 자꾸 잘하려는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 자꾸 긴장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냥 가볍게 일을 해도 될까요?
  • 좋아하게 된 사람이 있는데 어려운 관계라 잘 되기가 어려워 보여요. 까였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지 궁금합니다.

시간이 남아서 즉석에서 추가 질문도 받은 후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연애에 대해 솔직하고 재미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니 12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오후에는 쑥을 뜯으러 산 윗밭으로 올라갔습니다. 오늘 뜯은 쑥으로 조만간 사람들에게 선물로 나눠 줄 떡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산윗밭에 올라가 지난봄에 심어놓은 과일 나무를 둘러본 후 주변에 난 산나물을 채취했습니다.




다시 산 윗밭으로 내려와 쑥을 뜯기 시작했습니다. 밭 주변에 쑥이 무성하게 자라 있어서 낫으로 쓱쓱 베기만 해도 엄청난 양을 수확할 수 있었습니다.

마대 자루로 다섯 포대를 수확했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쑥떡을 만들 수 있겠어요.”

부자가 된 기분으로 쑥이 가득 담긴 포대를 들고 산을 내려왔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에는 여러 가지 업무들을 처리한 후 하루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외국인을 위한 영어 즉문즉설을 한 후 두북 수련원에 봉사를 하러 온 거사님들 그리고 봉사자들을 격려하고, 오후에는 산 밑밭에서 모종을 심고, 저녁에는 일요 명상을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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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사람

저는 스님이 참 신기한 사람인 것 같아요.

옛날 사람들도 용하다는 종교인들의 의견을 들었잖아요.

통일신라의 원효와 의상, 러시아의 라스푸틴처럼 말입니다.


요즘도 정치인, 연예인들이 법륜스님의 의견을 듣고
윤석열 대통령이 천공스승의 정법 강의를 듣는 것처럼

종교인들의 사회적 역할은 정말 중요한듯합니다.

2024-02-25 14:45:41

이해

스님 말씀 감사합니다.

2022-05-13 06:38:13

신수진

감사합니다

2022-05-06 12: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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