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4.29 화엄반 법사교육 수련, 금요 즉문즉설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고 너무 괴롭습니다, 어떡하죠?”

▲ 오디오로 듣고 싶은 분은 영상을 클릭하세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어젯밤부터 폭우가 쏟아지더니 쌀쌀한 날씨를 넘어서서 몹시 추울 정도입니다. 새벽부터 비가 계속 내렸습니다.

오늘은 예비법사 교육을 받고 있는 화엄반 행자님들의 집중 수련이 있는 날입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발우공양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여래응량기 아금득부전 원공일체중 등삼륜공적”
如來應量器 我今得敷展 願共一切衆 等三輪空寂

소심경을 외우며 발우를 펴고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대중공사를 한 후 화엄반 행자님들은 스님에게 한 말씀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정토회에서 매일 발우공양을 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발우공양은 부처님이 걸식을 하셨던 정신을 계승한 식사법입니다. 걸식이란 남의 집에 가서 발우를 들고 가만히 서 있다가 집주인이 먹다가 남아서 버리는 음식을 주면 얻어먹는 것입니다. 먹다가 남아서 버리는 음식을 먹는 것이 발우공양이기 때문에 발우공양을 하는 수행자는 다른 사람과 먹을 것으로 다투지 않습니다. 수행자는 옷도 아무도 입지 않는 시신을 덮었던 분소의를 입고, 잠도 아무도 자지 않는 나무 밑이나 동굴에서 자고, 비 오는 날에는 빈 집의 처마에서 자는 것이 허용되었습니다. 이것이 출가 수행자의 의식주 생활입니다.

의식주에 대한 욕구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길

그래서 발우 공양을 할 때는 특정 음식을 달라고 요구해서는 안 됩니다. 어떤 음식을 달라고 하는 것은 나의 욕구를 따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버리는 음식을 주면 먹지만, 버리는 게 없다면 구하지 않는 것이 기본 정신입니다.

출가를 한다는 것은 의식주에 대한 욕구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불교가 중국으로 전해지면서, 중국에서는 걸식을 존경받을 만한 행위로 보지 않고 거지처럼 놀면서 빌어먹는 행위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수행자와 거지는 완전히 다릅니다. 거지는 노력 없이 누군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먹고, 누군가 입을 수 있는 옷을 입고, 누군가 잘 수 있는 곳에서 잡니다. 이와 달리 수행자는 누군가 먹을 수 없는 음식을 먹고, 누군가 입을 수 없는 옷을 입고, 누군가 잘 수 없는 곳에서 잡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행자는 비난을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단지 중국과 인도의 문화가 달라서 존경받아야 할 걸식이 비난을 받게 된 겁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수행 도량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다 보니까 일반 가정집에서 먹는 것과 차이가 없어진 거죠.

형식이 바뀌었다 하더라도 걸식의 정신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수행자는 먹는 것에 불만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못 먹어도 버린 음식을 먹는 것보다는 잘 먹고, 아무리 못 입어도 버린 옷을 주워서 입는 것보다는 잘 입고, 아무리 잠자리가 불편해도 숲이나 동굴에서 자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수행자라면 적어도 의식주 문제로 불평하거나 불만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이것을 매일 다짐하는 의식이 발우공양입니다.

세상이 바뀌면서 수행자가 입는 옷도 바뀌고, 먹는 음식도 바뀌고, 자는 집도 바뀌어 가지만, 기본 정신은 잊지 말고 항상 간직하고 있어야 합니다. 여러분들이 비록 집에서 생활을 하더라도 내가 수행자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원래 절에 들어와서 이런 수행 생활을 해야 하는데 하화중생(下化衆生)을 실천하기 위해서 전법을 하느라 잠시 세상에 나와 있게 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세상에 나와 있더라도 수행자의 기본자세는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해탈주를 한 후 발우공양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작업복을 갈아입고 아침 7시 30분부터 행자님들과 함께 울력을 했습니다. 비가 내려서 비닐하우스에서 울력을 했습니다.

풀 뽑고 봄나물 수확하기

먼저 비닐하우스 4동 측면에 풀을 뽑았습니다. 풀이 나지 말라고 덮어놓은 짚 사이로 곳곳에 풀이 얼굴을 내밀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쭉쭉 나아가는데 쑥도 가득 자라 있었습니다.


“쑥이 큰데도 불구하고 아주 보드라워요.”

쑥은 따로 바구니에 담아두었습니다. 비닐하우스 끝에 다다르자 머위가 가득했습니다.


“이야, 이제 머윗대를 먹어도 될 정도로 컸네요.”

머위를 낫으로 슥슥 벴습니다. 비닐하우스 입구가 훤해졌습니다.


문을 열고 비가 내리는 바깥으로 나가 입구에 풀도 맸습니다.

풀을 뽑고 쑥과 머위를 한 바구니씩 안고 나오는데 스님이 두둑 위에 무언가를 발견했습니다.

“어, 콩이 자랐네! 그냥 두면 사람들이 잡초인 줄 알고 다 뽑겠어요.”

작년에 이 비닐하우스에서 콩을 키웠는데 그때 떨어진 콩이 싹을 틔웠나 봅니다. 스님은 콩싹을 떠서 풀을 매고 난 측면에 옮겨 심었습니다.


“콩잎을 쌈으로 먹으면 맛나요. 콩은 6월이 되어야 심는데, 일찍 콩잎을 먹을 수 있겠네요.”

이번에는 비닐하우스 1동으로 가서 측면에 난 풀을 뽑으려는데 스님이 무언가를 또 발견했습니다.

“명아주가 있네요!”

명아주도 나물로 무쳐 반찬으로 먹을 수 있습니다. 스님은 먼저 명아주를 싹 뽑은 후에 레기로 풀을 긁어냈습니다.


스님이 풀을 매고 있는 사이 예비법사 교육을 받는 화엄반 행자님들도 비닐하우스에서 함께 울력을 했습니다. 행자님들은 비닐하우스 4동에 토마토 모종을 심고 줄을 매달아 주었습니다.


비닐하우스 1동과 2동에 심은 고추 모종 주위에 물이 스며들 수 있도록 구멍도 뚫고, 지주대도 세웠습니다.


사시예불을 올릴 시간이 되어 울력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풀을 뽑았을 뿐인데 머위, 쑥, 명아주가 한 상자씩 생겼습니다.

화엄반 행자님들은 사시예불을 한 후 법당에 다시 모였습니다. 스님이 특별히 화엄반 행자님들을 위해 대화 시간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화엄반 행자님들은 삼배의 예로 스님에게 법을 청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가볍게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제가 일방적으로 하는 법문은 이미 녹화된 것도 많고, 다른 법사님들도 법문을 많이 해주시잖아요. 그러니 오늘은 여러분들이 교육을 받으면서 생긴 의문이나 개인적인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이어서 화엄반 행자님들이 질문을 자유롭게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잠에 대한 욕구를 극복하는 게 힘들다며 어떻게 관점을 잡아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잠이 부족해서 힘들어요, 수행으로 극복할 수 있나요?

“저는 아직 욕구에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잠에 대한 욕구가 많습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힘듭니다. 행자들은 때 아닌 때 자지 않는다는 계율도 지켜야 하다 보니까 하루에 4시간 30분 정도 잘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잘 지켰는데 어떨 때는 정신이 멍하고 특히 운전할 때 위험할 정도로 힘듭니다. 다리를 꼬집어도 보고 노래를 불러 봐도 안 됩니다. 수행의 한 방법으로 수면욕을 이겨내야 하나요? 중도적 차원에서 일상생활에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의 적정 수면 시간을 갖는 게 좋을까요?”

“수행은 욕망을 다루는 것이지 욕구를 다루는 것은 아닙니다. 생존을 위한 욕구가 있고, 정신적인 집착과 결합한 욕망이 있습니다. 욕망은 상대적인 욕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부처님이 욕망을 버리라고 할 때의 ‘욕망’은 정신적인 것을 말하는 것이지 생물학적인 욕구를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생물학적인 욕구를 합리화하다 보면 정신적인 욕망과 결합이 되게 됩니다. 그래서 부처님도 수행 중에 먹지 않는 생활을 지속했습니다. 그 이유는 생물학적인 욕구가 자꾸 욕망과 결합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욕망에 끄달리지 않기 위해서 생물학적인 욕구까지도 억제를 한 것입니다. 이것이 ‘고행주의’입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그 이후에 욕구와 욕망을 구분할 수 있는 단계가 되었을 때 생물학적인 욕구를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중도’입니다.

수면욕은 생물학적인 욕구입니다. 하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피로를 유발하기 때문에 정신을 평안하고 맑게 가지게 되면 잠에 대한 욕구가 적어집니다. 이것은 10일 동안 명상을 해보면 느낄 수 있습니다. 계율 중에 ‘때 아닌 때 자지 말라’ 하는 것이 있는 이유는 게으름에 대해 알아차림을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즉 게으름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라는 의미입니다. 졸거나 잔다는 것은 알아차림과 반대되는 멍청함이기 때문입니다.

자는 것도 먹는 것처럼 사람마다 체질이 다릅니다. 잠이 많은 사람도 있고, 잠이 적은 사람도 있습니다. 습관적으로 많이 자서 잠을 많이 자는 것이 습관화된 사람도 있고, 습관적으로 잠이 적은 사람도 있습니다. 잠자는 시간이 부족하면 혼미한 상태가 되는 사람은 적당한 시간만큼 잠을 자야 합니다. 늦게까지 참여해야 하는 행사가 있는 날은 수면 시간이 부족하더라도 일어나는 시간은 일정하게 해야 하지만, 긴급한 상황이 아닌 경우는 일찍 자서 수면 시간을 조정해도 됩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이후에도 한 시간 동안 다양한 질문들이 있었습니다. 더 이상 질문이 없자 대화를 마쳤습니다. 화엄반 행자님들은 1박 2일 동안의 수련을 마무리하며 소감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점심 식사 후 오후에도 비가 부슬부슬 내렸습니다. 오랜만에 밭작물들은 비를 흠뻑 맞았습니다.

오후에는 두북 수련원에 손님이 찾아와서 스님과 대화를 나누고 돌아갔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7시 30분부터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55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원래 봄 날씨가 변덕스럽다고는 하지만 4월 들어서 30도를 오르내리는 여름 같은 날씨가 두 번이나 있었습니다. 오늘은 최저 기온이 5도까지 떨어지는 날씨가 되는 것을 보니 평년보다 변덕이 더 심한 것 같습니다. 이런 날씨에 건강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곧바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네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남편이 자신이 알고 있는 지인과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너무나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어떻게 하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고 너무 괴롭습니다, 어떡하죠?

“저는 현재 결혼 25년 차 가정주부입니다. 남편은 지금까지 줄곧 외도를 해왔는데, 일 년 전부터는 제 지인과 외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불면증에 시달리게 되었고 마음이 불안합니다. 남편은 저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퇴직 후에 지인이 사는 고장에서 살고자 합니다. 요즘은 남편이 쉬는 날이 많은데 이 핑계 저 핑계 대고 밖으로 돌면서 오랫동안 알고 지낸 지인을 만나고 다니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지만 욱하는 성질의 남편이다 보니 대화조차 어렵고 하루하루가 괴롭습니다. 이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질문자의 말을 들어보니 남편은 같이 살기가 무척 힘든 사람인데, 같이 사는 이유가 뭔가요?”

“아직 제가 혼자서 경제적으로 독립할 만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몇 년 후에 독립할 수 있는 자금이 마련되면 이혼을 하려고 참고 있어요. 그런데 지금 너무 힘이 듭니다. 스물다섯 살인 큰아들에게 너무 힘들다고 고민을 털어놨더니 이혼하라고 막 화를 내더라고요.”

“아직 성장 과정에 있는 미성년자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는 이혼을 하려면 아이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미 성인이 된 자녀의 의견은 참고는 하되 부부가 그 의견을 받아들여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어요. 만약 지금 질문자가 경제적 여력만 된다면 바로 이혼하고 싶다는 건가요?”

“현재는 이혼하고 싶은 마음과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50대 50입니다.”

“경제력을 제외하고도 남편과 같이 살 수밖에 없는 다른 이유가 있다는 건가요? 남편과 지금 헤어지지 못하는 이유를 다섯 가지만 말해 보세요.”

“첫째, 남편은 경제력이 있습니다. 둘째, 저보다 항상 든든합니다. 셋째, 저를 자상하게 잘 챙겨줍니다. 넷째, 인물이 좋습니다. 다섯째, 부부관계도 만족하고 살아왔습니다.”

“남편이 경제력도 있고 인물도 좋고 든든하고 자상하고 성적인 문제도 특별히 불만이 없다면 충분히 같이 살 만하지 않나요?”

“남편은 화를 잘 내고 성격이 급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대화가 안 돼요. 그러다 보니 성적으로도 불만이 있습니다.”

“남편이 결혼 생활 내내 줄곧 외도하고, 고집이 세서 대화가 안 되고, 욱하는 성격이라는 것은 살기 어려운 조건에 해당하는 게 맞아요. 그런데 남편이 경제력 있고, 인물 괜찮고, 든든하고 자상한 사람이고, 부부관계도 특별히 불만이 없는 것은 살기 좋은 조건이에요. 그러면 다시 물어볼게요. 질문자가 보기에 남편은 이혼하고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리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나요? 아니면 가정은 지키고 그냥 바람만 피울 생각인 것 같나요?”

“남편과 진지한 대화를 해본 적은 없습니다.”

“결혼 생활 25년 동안 남편이 이 사람 저 사람과 바람을 피우면서 그냥 지나갔는지, 아니면 다른 여자와 아예 살림을 차린 적이 있는지, 어느 쪽이에요?”

“두 집 살림을 차린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걸 정확히는 잘 모르겠습니다.”

“모르는 게 약이에요. 모르는 건 좋은 일입니다. 요즘은 90세까지 사는 시대잖아요. 지금 질문자의 나이가 어떻게 돼요?”

“52세입니다.”

“90세까지 산다면 앞으로 살아갈 날이 38년은 더 남았는데, 지금 남편과 이혼하면 혼자 살 거예요? 남자친구를 새로 사귀든지 재혼을 하든지 할 거예요?”

“저는 혼자 살고 싶습니다.”

“38년을 혼자 살고 싶다고요?”

“네.”

“만약 질문자가 남자친구를 새로 사귀거나 재혼을 한다면, 지금 남편 정도의 조건을 가진 남자를 구할 수 있을 것 같나요?”

“못 구할 것 같습니다.”

“만약 이혼하고 남편이 홀아비가 된다면, 남편을 데려갈 여자가 있을 것 같아요? 없을 것 같아요?”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남편을 완전히 버려서 다른 여자가 주워가 버리는 게 나아요? 그냥 남편은 남편대로 자유롭게 돌아다니도록 놔두고, 남편이 벌어오는 돈도 내가 좀 쓰고, 필요할 때 남편에게 의지도 좀 하는 게 나아요?”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해봤는데요. 남편이 쉬는 날이 많은데, 밖으로 많이 돌아다니는 게 저를 힘들게 합니다.”

“남편은 이혼하든 안 하든 어차피 제멋대로 돌아다닐 사람이잖아요. 질문자와 아예 이혼하고 본인 마음대로 돌아다니도록 내버려 두면, 남편이 성질내는 모습을 안 봐도 되고, 어디를 돌아다니든 신경 안 써도 되는 장점이 생기긴 합니다. 하지만 경제적 풍요와 인물 좋은 남편, 든든한 의지처라는 좋은 점이 사라지잖아요. 그러니 오늘 이 즉문즉설을 통해서 이렇게 한번 생각해 보세요.

‘오늘 부로 나는 마음속으로 이 남자와 이혼했다.’

그러면 남편이 어디를 돌아다니고 누구를 만나든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되잖아요. 대신에 형식적으로는 이혼을 안 했으니까 경제적 풍요도 누릴 수 있고, 질문자가 필요할 때 의지처도 되고, 남편의 일거수일투족에 신경 쓸 필요도 없고 일거양득이에요. 복잡하게 살 필요가 없어집니다.

그리고 아무리 성질이 더러운 사람도 간섭을 안 하면 성질을 안 부립니다. 간섭을 하니까 성질을 부리는 거예요. 남편이 무슨 말을 해도 이렇게 한번 대답해 보세요.

‘예, 맞습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청소부나 가정부를 해서 생활비를 벌려면 하루 여덟 시간은 꼬박 일해야 합니다. 그런데 남편이 가끔 집에 올 때 밥 좀 해주고, 큰소리치면 몇 번 동조해주는 정도는 그에 비해 어려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성질 더러운 남편이 늘 집에만 있으면 같이 살기가 쉽지 않은데, 늘 밖으로 돌아다니고 가끔 밤에만 들어온다면서요. 쉬는 날이 많은 사람이 늘 밖으로 도니까 생활하기가 훨씬 수월하잖아요. 제가 보기에는 질문자에게 남편이 복덩어리인데 무엇 때문에 발로 차서 버리려고 그래요?

항상 질문자만 쳐다보고 늘 부드럽게 말하는 남자가 질문자가 원하는 남자예요? 남편은 질문자가 원하는 그런 남자가 아닌 건 맞습니다. 그런데 질문자의 말을 들어보니 재혼 상대자로 이 정도 조건을 갖춘 남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굳이 그런 사람을 발로 차서 남 좋은 일 시킬 이유가 뭐 있어요?

잘난 남자를 독점하는 것은 쉽지 않아요. 독점하려는 생각만 버리고 적절하게 질문자가 필요한 만큼 쓰면서 같이 살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나는 어떤 인생관을 갖고 있느냐입니다.

‘나는 나 이외에 다른 여자를 만나는 사람하고는 돈이 아무리 많아도 같이 안 산다. 인물이 아무리 좋아도, 지위가 아무리 높아도, 그런 인간하고는 안 산다. 끝이야!’

이렇게 딱 주관이 분명하다면 구질구질하게 다른 말을 할 필요가 없어요.

‘알았다. 네가 좋아하는 여자한테 가서 살아라, 나는 길거리에 나가서 밥을 얻어먹더라도 내가 알아서 살겠다. 텐트만 쳐놓고 살아도 나 혼자 살겠다.’

이렇게 입장이 딱 분명하면 고민할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질문자는 경제적 풍요도 누리고 싶고, 밖에 나가서 다른 사람들에게 선망과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싶은 욕망도 있다는 겁니다. 비록 남편이 질문자가 원하는 모든 걸 해주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질문자의 욕망을 채워줄 남편 같은 사람을 새로 만나기도 어렵다는 겁니다. 성질이 더럽고 바람을 피우는 것은 기분 나쁘지만, 그래도 남편을 아예 버리는 것보다는 낫다는 걸 지금 딱 깨달으면 저절로 이런 마음이 들어요.

‘그래, 너는 너 좋은 대로 돌아다니면서 살아라. 그래도 생활비를 주는 고마운 사람이니까 집에 오면 내가 밥해주고 빨래해주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줄게.’

회사원도 월급 주는 사장의 말을 잘 들어야 하듯이 남편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사장이라고 생각하세요. 회사에서 받는 월급과 남편한테 받는 금액을 대조해보면 어느 정도 남편에게 서비스를 해야 할지 알 수 있을 거예요. 관점을 이렇게 딱 잡으면 지금도 좋고 나중도 좋아요. 남편한테 적절하게 맞추고 사는 게 낫습니다. 괜히 지금 이혼해서 뼈 빠지게 일하고 힘든 모험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질문자가 남편과 이혼하려는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잘 생각해보세요. 남편을 독점해서 내가 원하는 대로 하고 싶다는 거잖아요. 그 생각만 딱 버리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당신은 당신 마음대로 사세요. 못난 남편 만나서 100% 독점하느니 잘난 남편 만나서 50% 지분만 가져도 저에게는 충분합니다. 나머지 50%는 누가 나눠 가지든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관점을 딱 바꾸면 어떨까요? 소기업 지분을 100% 가진 것보다 대기업 지분을 50% 갖는 게 좋을 때도 있습니다. 만약 질문자가 ‘남편이 아무리 잘난 사람이라도 저는 바람피우는 사람하고는 같이 살 생각이 없습니다’ 이렇게 입장이 분명하면 애초에 이런 질문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질문자는 어차피 욕망을 좀 채우고 살아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질문을 한 거예요. 질문자는 남편이 자신의 욕망을 100% 채워주지 않는다고 불만인데, 이 세상 남자 중에 질문자의 남편만큼이라도 질문자의 욕망을 채워줄 남자는 없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중고차를 시장에 판다고 합시다. 그런데 계산해 보니까 중고차 판 돈으로 그만한 차를 새로 구매하기가 어렵다는 거예요.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흠집이 좀 있더라도 지금 가진 차를 그대로 갖고 있는 게 낫다는 겁니다. 한 번 결혼했으면 평생 살아야 한다는 윤리 도덕적인 측면에서 말하는 게 아니에요. 제삼자의 입장에서 지극히 질문자의 이익적 측면을 위해 조언하는 겁니다. 그러니 생각만 조금 바꿔서 마음속으로 ‘지금 이 순간부터 남편과 나는 이혼했다’ 이렇게 받아들여 보세요. 형식은 그대로 두고 내면적으로 딱 한 생각만 바꾸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남편이 미워서 함께 사는 하루하루가 괴롭다면서 남편의 장점을 말하라니까 ‘돈 잘 벌고, 인물 좋고, 든든하고, 자상하고, 부부관계에 부족함이 없어요’ 이렇게 말했잖아요. 지금 생방송에 접속한 5천 명에게 남편이 이 정도 되는 사람이 있는지 채팅창에 한번 물어볼까요? 다 잘 사는 것 같지만 개인마다 어려움을 갖고 삽니다. 제가 보기에 질문자는 이혼하면 후회할 확률이 매우 높아요.

남편이 누구하고 놀든 신경 딱 끄고 내가 다니는 회사의 사장이라고 생각하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질문자가 경제적으로 독립이 될 정도가 되려면 5년은 걸린다면서요. 이렇게 5년을 같이 살아보고 그때 가서 다시 어떻게 할지 결정해도 됩니다. 어차피 지금 당장 남편과의 관계를 단절할 수 없는 상황이니까 오늘은 마음으로만 관계를 단절하세요. 5년 후에 법적으로도 관계를 단절하든지 그건 질문자가 결정할 일이에요.”

“네, 잘 알았습니다. 오늘부터 이혼했다고 마음을 먹고 5년 동안 수행해 보겠습니다.”

“수행한다는 생각에 또 너무 어렵게 관계를 풀려고 하지 마세요. 남편에게는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는데, 단점을 인정하지 못하고 오직 장점만 가지려고 해서 생긴 문제예요. 장점만 취하려고 하는 집착이 모든 괴로움을 일으키는 원인입니다. 남편에 대한 집착을 놓아 버려야 합니다. 5년 후에는 질문자가 자립할 수 있다고 하니까 그때까지는 남편을 내버려 둬 봐요.”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아이가 요즘 화가 많아졌습니다. 학교에서 친구들이 괴롭힌다고 합니다. 이럴 땐 저희 아이가 어떤 마음을 내야 마음이 편해질까요?
  • 저는 공허한 마음이 일어나면 술을 마십니다. 술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하지만 다음날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후회를 합니다. 공허한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면 좋을까요?
  • 다른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복수를 한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은근히 기분 나쁘게 말한다든지, 모욕을 주는 듯한 말을 할 때,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괴롭지 않습니까?

대화를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질문자들의 소감을 간단히 들어본 후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천일결사 기도를 생방송한 후 오전에는 농사일과 행복학교 특강을 하고, 오후에는 쑥을 뜯을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6

0/200

임효신

감사합니다.

2022-05-06 06:43:22

구보영

저 질문자분....
방송들을 때....
안타까웠어요....처음에는 스님 말씀에 집중을 못하고 딴 생각하시나 했는데.... 그게 아니고...이미 마음의 병이 깊으셔서........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2022-05-05 14:11:59

신미영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2022-05-05 08:39:50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