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12.31. 금요 즉문즉설
“전 재산을 주식에 투자했는데 모두 날렸습니다”

지난 8일 동안의 휴간을 마치고 다시 스님의 하루를 발행할 수 있게 되어 기쁜 마음입니다. 그사이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물고 새해 아침이 밝았네요. 새해에는 더욱더 정성을 담아 스님의 하루를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날마다 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시고 댓글까지 달아주시는 정성에 감사했습니다. 새해에도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 스님의하루 제작팀 두손 모음

안녕하세요. 스님은 12월 23일부터 27일까지는 초심자들을 위한 4박 5일간의 온라인 명상수련을 진행했고, 이어서 29일까지는 6박 7일간의 온라인 명상수련을 진행했습니다. 참가자들은 각자의 집에서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명상을 했고, 스님은 문경 정토수련원에 머물며 명상을 안내했습니다.



“생명 가진 모든 존재들에게 행복과 평화가 깃들기를 발원합니다.”

스님의 간절한 발원을 끝으로 명상수련을 잘 마쳤습니다.

29일에는 공동체에 상주하는 실무자들과 명상수련 소감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고, 30일에는 상근활동가들과 소감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오늘 31일에는 금요 즉문즉설 강연을 생방송했습니다. 국내외에서 47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크리스마스는 잘 보내셨습니까? 저는 동지법회를 하고 23일부터 어제까지 명상을 했습니다. 밖에 일절 나가지 않고 말도 하지 않고 명상만 했어요. 명상이란 가만히 앉아서 모든 것을 다 놓고 그저 숨만 쉬는 거예요. 그런데 잘 놓아지지가 않죠. 가만히 앉아 있어 보면 차라리 일하는 게 쉬울 것 같은데, 또 막상 일을 하다 보면 쉬는 게 더 쉬울 것 같습니다. 젊을 때는 나이 들기를 원하고, 나이 들면 젊을 때를 그리워하잖아요.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항상 지금이 좋은 줄 알아라. 지금에 깨어있어라.’

그런데 우리는 늘 지금 힘들다고 불평하잖아요. 불평하고 있는 지금 이 시점도 지나 놓고 보면 ‘그때가 좋았다’라고 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것처럼 지난 한 해를 정리하는 마음가짐도 이렇게 가져보시면 좋겠습니다.

‘지난 한 해는 코로나 때문에 많이 돌아다니지 않고 집에서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가게를 운영하다가 문을 닫으신 분들은 자꾸 손해 봤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이렇게 마음을 가져 보세요.

‘평생 아침마다 가게 문 열고 닫고 했는데, 문 좀 닫아놓고 살아봐서 좋았다. 그것도 나 혼자만 문을 닫아 놓은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같이 문을 다 닫았지 않았냐.’

이렇게 주어진 환경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보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이미 지나간 일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어서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세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먼저 한 명과 대화를 나눈 후 특별 손님을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은 연말이라 특별 손님을 한 분 모시고 대화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제가 모시려고 하는 분은 문화 예술인들의 수행 모임인 정토회 길벗 대표이자 우리나라 대표적인 작가인 노희경 씨입니다. 박수로 맞이해주시기 바랍니다.”

줌으로 참여한 방청객들이 크게 박수를 치는 가운데 노희경 작가님이 화면에 나타났습니다.

“연말에 초대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노희경 작가님은 어떻게 수행하고 있나요? 여기 계신 분들은 제 법문만 듣지 수행은 잘 안하거든요.”

“저는 직업의 특성상 생활이 불규칙한데요. 그래서 매일 새벽 5시에 수행을 하기는 어렵지만 눈 뜨면 바로 수행을 합니다. 눈 뜨면 바로 수행한 지가 한 20년 됐습니다. 하루도 안 빼먹고 하고 있어요. 외국에 나가도 공항에서든 호텔 화장실에서든 빼먹지 않고 합니다. 수행으로 하루를 시작하면 정신이 듭니다. 옛날에는 눈만 뜨면 짜증이 났어요. 같이 사는 친구도 ‘왜 너는 눈만 뜨면 화를 내냐. 이유 없이 성질을 낸다’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계속 수행을 하다 보니 ‘내가 사는 게 무서워서, 글 쓰는 게 힘들어서 화가 났구나’를 정확하게 알 수 있었어요. 요즘엔 눈 떠서 짜증이 나도 방긋 웃고 바로 절하는 방석으로 갑니다.”

이외에도 길벗이 어떤 모임인지, 한국의 문화콘텐츠의 강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작가님께서 문화예술분야는 더욱 성장할 수 있다고 하니 희망이 생기네요. 노희경 작가님께 박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작가님께서 ‘20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정진을 한다, 늘 일어나면 화가 났는데 화가 나지 않는, 화가 덜 나는 삶을 산다’고 하셨는데요. 이처럼 꼭 어떤 고행을 해야만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기 마음을 살피고 돌아보는 이런 길 속에서 우리는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다시 질문자들과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그중 한 명은 20대를 바쳐 모은 전 재산을 주식에 투자했다가 모두 날렸다며 후회 없는 인생을 사는 방법이 무엇인지 질문했습니다.

전 재산을 주식에 투자했는데 모두 날렸습니다

“제 인생에 단 한 번의 특별한 삶을 위해 6년간의 군 생활을 접고 전역을 하였습니다. 계획했던 세계여행이 코로나로 무산되어, 저의 20대를 바쳐 모은 전 재산을 주식에 투자했는데 모두 날렸습니다. 이제 곧 서른인데 빈털터리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10대, 20대 때 멋지고 신나게 놀아보지도 못하고 일만 하다가 군대에 가서 군 생활 내내 세계여행만 생각하며 돈을 모았는데 눈 녹듯 사라져 버렸습니다. 짧은 인생에 이룬 것도 없고 제대로 겪은 것도 없다는 사실에 회한이 밀려옵니다.

날린 돈보다 더 힘든 것은 다시 내 인생에 특별한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입니다. 직장은 구하면 되고 돈도 모으면 되겠지요. 하지만 나의 바보 같은 실수로 내가 꿈꾸었던 20대를 놓쳐버렸습니다. 그리고 남은 평생은 시시하고 지루한 일개미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는 사실에 가슴이 너무 답답합니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6개월 동안 들어봤지만 좋은 말씀이라는 생각뿐 저의 꽉 막힌 가슴이 풀리지 않습니다. 석가모니께서도 젊은 시절 온갖 환락과 유흥을 다 겪고 난 후에야 그런 것들이 부질없다고 느끼셨다는데, 저에게는 그러한 경험이 없으니 오히려 집착만 생깁니다. 제 일생에 단 한 번이라도 평생 추억할 만한 특별하고 즐거운 경험을 질리도록 해봐서 도리어 쓸모없다고 느껴보는 게 목표입니다. 한번 사는 인생 후회 없이 사는 법을 알려주세요.”

“젊은이다운 질문이네요. 저는 젊은 시절에 특별한 인생을 살았다고 기억되는 게 없지만, 있다면 출가한 겁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보통 젊은이들이 경험해 보지 못한 특별한 인생을 벌써 살았네요.” (웃음)

“주식 투자해서 망한 것 말고, 즐겁고 특별한 경험을 해보고 싶어요.”

“주식 투자해서 망한 것보다 특별한 경험이 어디 있어요? 엄청나게 특별한 일을 해본 거예요. 아마도 질문자가 말하는 즐겁고 특별한 경험은 술을 취하도록 마시고 이성과 쾌락에 빠져 흥청망청 놀며 여행 다니는 걸 한번 해보고 싶다는 얘기인 것 같네요.”

“네, 맞습니다.”

“그런 일은 세상 사람들이 다 해보고 싶어 하는 일이에요. 하지만 하고 나면 독이 되는 일인데, 먹고 나서 죽게 되더라도 일단 한 번이라도 먹어봤으면 좋겠어요?”

“네.”

“누구나 그런 욕망을 가질 수 있어요. 하지만 그런 욕망은 자기 개인만 망치는 것이 아니라 질문자와 관계된 사람의 인생까지 망치는 어리석은 행위입니다. 질문자가 이성과 진탕 논다면 욕망의 대상으로 전락한 그 여자의 인생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질문자가 돈을 왕창 가지고 흥청망청 쓴다면 그걸 보는 부모님의 마음은 어떨까요? 그런 욕망은 나에게만 독이 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와 관계된 사람의 인생까지 망친다는 겁니다.

만약 질문자가 깊은 산속에 가서 혼자 물구나무도 서고 발가벗기도 하고 물에 뛰어들기도 하고 신나게 한번 놀아보고 싶다는 것이라면 말릴 이유가 없죠. 하지만 지금 질문자가 왕창 한번 놀아보고 싶다는 것은 다른 사람하고 관계되는 일이라는 거예요.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남에게 피해를 줘도 된다는 생각은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타인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고 내 욕망의 대상으로 대하는 것은 일종의 범죄에 해당해요. 질문자가 갖고 있는 욕망은 인정하지만, 그 욕망이 갖는 위험이 너무 크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질문자가 전 재산을 말아먹었다는 심정은 이해가 돼요. 하지만 재벌 부모에게 많은 유산을 받았거나 인기 연예인이 되어서 갑자기 떼돈을 번 것이 아니라면 그 돈의 액수가 그렇게 큰 것은 아닐 테니 그 돈에 대한 미련은 버리는 게 어떨까 합니다. 세상에 부화뇌동하면 어떤 결과가 생기는지 알게 된 기회로 삼는다면 20대 때 학습비로 지급할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한 번 크게 손실을 봤으니 이제 주식에 대한 미련은 좀 적어졌을 것 아니겠어요?”

“저의 날아간 20대 시절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돈을 버렸을 뿐인데 왜 20대 시절이 날아갔어요? 돈이 20대 시절은 아니잖아요. 군대 다녀오셨죠? 20대 시절에 질문자가 경험한 군대생활은 경험으로 그대로 남아 있잖아요.”

“주변을 보면 많은 경험을 하는 사람들을 보게 되는데 저에게는 그 경험밖에 없잖아요.”

“어떤 경험을 말하는 거죠? 질문자가 말하는 많은 경험이란 게 술 마시고 이성과 놀고 쾌락을 즐기는 것을 말하는 건가요?”

“세계여행을 간 친구도 있습니다.”

“세계여행은 지금 가면 되잖아요.”

“돈이 없습니다.”

“세계여행을 돈으로 전부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조금 허황된 생각이에요. 어느 부부가 1년 동안 아이들을 학교에 안 보내고 퇴직금으로 전 세계를 일주했다는 기사를 못 보셨어요? 그렇게 절약해서 다녀야죠. 저도 젊은 시절에 한 달 동안 인도를 여행했는데 하루에 10달러를 썼습니다. 3달러는 식비로 쓰고, 3달러는 숙박비로 쓰고, 3달러는 교통비로 쓰고, 1달러는 예비비로 책정하고 여행을 출발했는데, 실제로는 식비로 책정한 3달러 중에 1달러만 식비로 쓰고 2달러는 아껴서 특별 비상금까지 저축할 수 있었어요. 세계여행을 해보고 싶다면 이렇게 적은 돈으로 얼마든지 여행할 수 있습니다. 어느 20대 유명 가수가 돈 좀 벌었다고 여성들을 술집에서 희롱하고 성폭행해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모습을 보셨잖아요. 그러니 질문자가 진창 한번 놀아봐야겠다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에요.

우선 3년 계획을 잡아 보세요. 현재 세계여행은 코로나 때문에 못 가니까 첫 1년은 한국을 샅샅이 여행해보는 겁니다. 저는 우리나라 모든 시군구를 찾아가서 사람들과 대화를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1년 동안 300회 강연을 한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전국의 모든 시군구를 제 발로 밟아봤습니다. 소비적으로 다닌 게 아니라 생산적으로 다녔어요. 군청 강당에 모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 후 강연이 끝나면 주위에 있는 유적지에 가보고, 그 지역에서 숙박도 하고, 이렇게 해서 전국을 1년 동안 모두 다닐 수 있었습니다.

그때 남한뿐만 아니라 북한도 생각을 했는데, 북한에는 직접 가서 강의를 못 하니까 그 대신에 식량 지원을 계획했어요. 당시에 북한 동포들이 식량 위기에 처해 있었기 때문에 모금을 해서 군마다 옥수수를 백 톤씩 주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북한에는 200개의 군이 있으니까 총 2만 톤이 필요했어요. 북한 정부만 허락해준다면 나는 주민들을 안 만나도 좋으니 옥수수를 트럭에 가득 싣고 그걸 나눠주기만 하면서 다니겠다는 것이 제 계획이었어요. 이런 것도 다 여행이잖아요. 여행을 소비적으로만 다닐 이유가 없습니다.

저는 아프가니스탄에 난민이 발생했을 때나 이라크에 전쟁이 일어났을 때 구호 활동을 하기 위해 위험한 지역을 돌아다녀 보기도 했고, 네팔과 인도네시아에 지진이 났을 때 그 피해를 복구하러 간 적도 있습니다. 만약 질문자가 필리핀에 가고 싶다면 제가 활동하고 있는 구호단체인 JTS에서 파견을 보내줄 수도 있어요. 지금 필리핀에 태풍이 불어서 엄청나게 피해가 심합니다. 그렇게 구호 활동을 하면서 세계여행을 하면 되잖아요. 질문자는 지금 세계여행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쾌락을 즐기고 싶은 겁니다. 그러니 이렇게 마음을 내어보면 어떨까요?

‘좋아! 젊을 때 고생 한 번 해보자. 1년 동안은 국내 여행을 한 다음에 코로나 상황이 조금 풀리면 2년 동안은 세계여행을 해보자.’

찾아보면 이런 젊은이들이 꽤 있어요. 자전거 타고 세계여행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6개월 정도만 돈을 벌면 항공료와 최소 경비만 마련해서 세계여행을 다닐 수 있어요. 그런데 세계여행을 사우디 왕자처럼 다니고 싶다면 그건 허황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말씀 감사하게 잘 들었습니다. 제가 돈을 잃고 올해 다양한 시도를 좀 해봤는데, 하는 일마다 모두 실패로 돌아갔어요. 호주 워킹홀리데이도 계획을 했었는데 비자가 안 나와서 못 갔고, 미얀마 민주화 시위 때 용병으로 참전하려고 현지인과 접촉해봤는데 여의치 않아서 계획만 해놓고 못 갔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상대 차가 제 차에 와서 부딪혀 교통사고도 났고, 운동 중에 허리 부상도 두 차례나 입었어요. 하는 일마다 다 안 돼서 새로운 일을 하기가 불안합니다. 새해에는 일이 좀 풀릴지 궁금합니다.”

“질문자의 차가 가서 남의 차에 부딪혀 교통사고가 나는 게 나아요? 남이 나한테 와서 부딪혀 교통사고가 나는 게 나아요?”

“결과적으로는 남이 나한테 와서 부딪히는 게 낫죠.”

“남이 나한테 와서 부딪히는 게 낫잖아요. 내가 남한테 가서 부딪히면 책임도 크고 자책감도 드는데, 남이 나한테 와서 부딪히는 것은 내가 어떻게 막을 수가 없잖아요. 미얀마에 용병으로 갈 마음이 있으면 내년 봄에 코로나 풀리면 저한테 연락하세요. 제가 활동하는 JTS에서는 미얀마와 태국의 국경 변에서 미얀마 난민 돕기를 조용히 하고 있거든요. 용병으로 갈 정도의 용기가 있으면 해 보면 좋죠.

제가 활동하는 ‘좋은벗들’이라는 단체에서는 1996년부터 2002년까지 압록강과 두만강 변에서 북한 난민들이 넘어오면 그 사람들에게 음식과 옷과 약을 전해주는 일을 했어요. 청년들을 중국에 파견해서 북한 난민들이 중국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보살피고 일부 사람들은 제3국으로 갈 수 있도록 안내를 했는데, 나중에 중국 공안에 잡혀서 중국 감옥에서 살다가 오기도 했어요. 북한 동포들이 굶어 죽는다고 하니까 몇몇 청년들이 대학을 휴학하고 1년 동안 중국에 가서 그런 일을 했습니다. 저는 그런 일이야말로 젊은이로서 참으로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교통사고 나서 죽은 것도 아니고, 다리가 부러진 것도 아니잖아요. 액땜했다고 생각하면 별일 아닙니다. 그리고 사람이 하는 일마다 다 잘 될 수가 없습니다. 저도 100개의 일을 시도하면 99개는 실패해요. 100개를 시도해서 1개가 성공한다면, 1000개를 시도해서 10개를 성공시키면 되잖아요. 1개를 시도해서 1개 다 성공하려고 한다면, 그건 욕심이 아닐까요?

마음을 크게 가져 보세요. 젊을 때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고 하잖아요. 실패함으로써 우리는 교훈을 얻을 수 있고 경험을 축적해 나갈 수 있습니다. 질문자는 돈을 한 번 날려봤기 때문에 앞으로 누가 유혹을 해도 주식 투자에 좀 더 신중하게 하게 될 거예요. 그러니 허황된 생각을 하지 말고 우선 국내 여행부터 한 번 해보세요. 그런 후 내년 봄에 코로나 상황이 어느 정도 풀리면 그때 세계여행을 가든지 아니면 필리핀이나 미얀마 국경변이나 인도의 불가촉천민 마을이나 이런 곳에 가서 봉사를 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처럼 허황된 생각을 하고 가면 안 돼요. 어렵게 생활할 각오를 하고 가야 합니다. 그러면 질문자가 얼마나 많은 것을 가졌는지를 알게 될 거예요. 질문자가 지금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 해도 젊다는 것과 한국인이라는 것만 해도 엄청난 재산입니다. 외국 사람들이 한국에 오려면 몇 천만 원을 써야 한국에 올 수가 있어요. 질문자는 칠십 살 된 법륜스님이 되고 싶어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더라도 서른 살 된 지금의 내가 낫겠어요?”

“마음이 평안할 수 있다면 법륜스님처럼 되고 싶습니다.”

“마음이 편안하긴 한데 얼마 못 사는 게 좋아요? 저 같으면 아무리 고생을 하게 된다 하더라도 질문자와 바꾸자고 하면 금방 바꾸겠어요. 서른 살이라는 그 자체가 엄청난 재산이라는 걸 알아야 해요. 늙어보면 알게 됩니다. 그러니 지금 아무것도 없어도 괜찮아요. 아직 서른 살 밖에 안 된 사람이 벌써 뭔가를 가지려고 하면 욕심이 너무 많은 거예요.

‘서른 살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어도 된다. 안 죽고 산 것만 해도 큰 자산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이제는 앞을 보고 나아가세요. 지난 한 해 동안 있었던 소소한 일들은 액땜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별일 아니에요. 질문자가 너무 높은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에 모든 일이 불만인 겁니다. 내년에는 기대를 딱 낮추고 바닥에서부터 시작해보세요. 그런 면에서 돈을 날려 먹은 것도 잘한 거예요. 돈이 있었다면 그 돈으로 또 무언가를 해보려고 했을 텐데, 돈을 다 날린 덕분에 두 발이 바닥에 딱 서게 됐잖아요. 여기서부터 새로 시작해보는 자세를 가져보면 어떨까요?”

“네, 감사합니다.”

“모두가 어려움에 처하면 그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게 비교적 수월합니다. 그러나 질문자의 주변에는 좋은 얘기만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래요. 거기에 자신을 비교해서 보니까 너무 뒤처진 것 같아서 조바심이 나는 겁니다. 특히 최근에 급격하게 오른 부동산 가격은 젊은이들에게 일할 의욕을 없애버리게 하는 큰 문제입니다.

질문자를 위해서 제가 아는 어떤 분의 이야기를 하나 들려 드릴게요. 그분은 20대 때 군대 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에라, 모르겠다. 북한이라도 가야겠다’ 하고 철조망을 뚫고 넘어가 북한 초소 앞에서 만세를 불렀습니다. 그분은 북한군 초소인 줄 알고 만세를 불렀는데 아군 초소였던 거예요. 간첩을 잡은 격이 되어서 사단장이 표창도 받고 별도 하나 더 달았기 때문에 아무리 진실을 호소해도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간첩이라는 누명을 쓰고 무기징역을 받았고 감형이 되긴 했지만 20년간 감옥살이를 하고 나왔어요. 아무 잘못도 없고 단지 군생활이 힘들어서 다른 초소 가서 만세 한 번 불렀는데 20년간 감옥에 있었으니 인생이 얼마나 억울하고 조급하겠습니까. 그래서 감옥에서 나오자마자 제가 여러 가지 도움을 주게 되었는데, 그분은 ‘너무 늦었다’ 이렇게 생각하고 밤낮으로 일만 했습니다. 제가 3년을 봉사하라고 했는데 화를 냈어요. 그런데 3년을 봉사하면서 결혼도 하고 그 후 일을 해서 그 결과 집도 사고 땅도 사고 애도 커서 아들이 벌써 서른 살이 다 되어갑니다. 그분이 처음으로 집을 산 후 저한테 찾아와서 이렇게 말했어요.

‘스님, 제가 드디어 집을 샀습니다. 이게 다 스님 덕택입니다. 이 집은 제 집이 아니라 스님 집입니다.’

그래서 제가 ‘그래, 내 집이다. 그런데 우선 당신이 사십시오’ 이랬어요. 그런데 얼마 후 북한 동포들이 굶어 죽는다는 소식이 들려와서 제가 그분에게 다시 말했습니다.

‘내가 지금 돈이 필요합니다. 당신이 그 집은 분명 스님 집이라고 했으니 이제 돌려주세요’

그랬더니 그분이 ‘지금 결혼해서 애까지 셋이나 있는데 어떻게 줍니까?’ 이러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건 당신 사정이고 스님 집이라고 했으니 돌려줘야 할 거 아니요’라고 했더니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와서 천만 원을 가지고 왔어요.

‘집은 도저히 못 드리겠고 천만 원만 드리겠습니다.’

결국 그 천만 원은 북한에 옥수수를 보낼 때 보탤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니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에요. 그분은 마흔 살에 시작했는데 지금 질문자는 서른 살밖에 안 되었잖아요. 서른 살은 절대 늦은 나이가 아닙니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해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젊은이를 위해서 해줄 말이 있으신 분이나 전체 소감을 말하실 분이 있으면 손을 들고 말씀해주세요.”

두 사람이 손을 들었습니다.

“제가 증권사에도 잠깐 있었고 주식에 나름 전문가인데요. 요즘 젊은이들이 주식을 꼭 한 번은 하는 거 같습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상위 5%가 될 줄 알고 주식에 뛰어들어요. 그래서 수업료를 작게는 오천만 원에서 오억 정도는 지불하는 것 같습니다. 오억 정도 잃고 나면 ‘주식은 하면 안 되는구나.’를 압니다. 그 돈 잃기 전에는 전혀 몰라요. 질문자는 오억 정도 잃지 않는 것 같은데 10억, 20억 잃고 정신 차린 사람도 많습니다. 질문자는 작은 돈으로 좋은 경험을 한 거예요. 인생은 한방에 해결하려고 하면 안 됩니다. 아주 위험한 사고예요. 그걸 서른 살에 배웠다니 정말 좋다고 봅니다. 오십에 주식해서 재산 다 잃어 봐요. 자식이 있는데 돈 날리면 정말 피눈물 납니다. 이번 실수를 통해 ‘인생은 한 방이 아니다’를 배웠다면 백억 짜리 교훈을 얻은 거예요.”

“저도 노희경 작가님 덕분에 법륜스님을 알게 되었는데요. 이렇게 만나 뵐 수 있어서 굉장히 감사했습니다. 질문자님은 돈이라도 버셨는데 저는 20대 때 사회생활도 제대로 못했어요. 저에게도 마흔 살부터 새 출발하신 분 이야기가 굉장히 큰 용기가 됐습니다. 젊음이 큰 재산이란 걸 느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아들이 학원에서 싸워 6주 골절, 2주 뇌진탕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습니다. 학폭위에 때린 아이의 출석 정지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고소를 하려 합니다. 아이 문제와 별개로 제가 심신이 미약한 상태라 요가, 명상, 기도도 하고 병원에 가서 약을 먹고 도움을 받고는 있습니다. 상대 아이는 어떻게 해야 좋고 저는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할까요?
  • 오빠가 알코올 중독증이 있고 자살시도를 합니다. 오빠와 2년간 연락을 끊고 살다가 오빠가 자살을 할까 봐 도와주려고 하니 감정이입이 되어서 힘이 듭니다. 저도 스트레스가 폭발하면 자해를 하게 됩니다. 알코올 중독에 걸린 오빠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넘었습니다. 2021년의 마지막 밤이 저물었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문경에서 천일결사 기도 생방송을 하고, 봉화로 이동해 새해맞이 동안거 수련을 하고 있는 공동체 대중들과 시간을 보낼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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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봄

스님의 명쾌하신 답변이 저에게도 넘넘 도움이됩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질문해주신분도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2022-01-14 13:59:40

광명심

스님의 하루 읽으며 힘냅니다. 모두 감사합니다. 늦은 때란 없는것 같습니다. 지금부터 다시 화이팅 합니다.

2022-01-10 19:20:28

신예원

전 상담교사 공부를 하는 사람입니다.
50대 나이에... 살면서 무척 관심있는 분야로 직업을 전환하려고 임용시험을 봤으나 떨어졌습니다.
시험에 패스 하는것보다
훌륭한 상담자가 되려면
법륜스님 말씀만 2년 듣고 수행한다면 어떠한 내담자가 의뢰해도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스님, 말씀에 항상 감사드립니다.

2022-01-09 11: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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