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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자 문경 수련원과 아도 모례원에서 공동체 법사님들이 도착했습니다. 발우공양을 한 후 다 함께 비닐하우스로 이동하여 농사일을 했습니다.
필리핀정토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규초 거사님 부부와 노재국 거사님 부부도 함께 농사일을 도왔습니다.
“오늘도 고추를 수확하겠습니다. 빨간 고추와 파란 고추는 모두 따주세요. 약간이라도 빨간 기운이 도는 것은 따지 말고 남겨 두시면 됩니다.”
각자 한 고랑씩 맡고 고추를 따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스님은 어제에 이어서 맨 오른쪽 고랑에 있는 꽈리고추를 땄습니다.
“제가 줄기와 잎이 달린 채로 고추 가지를 꺾어다 줄 테니까 여러분들은 손으로 한번 훑어서 꽈리고추만 모아 주세요.”
몸이 편찮으신 보수 법사님도 오랜만에 울력에 참석해 힘을 보탰습니다.
필리핀에서 온 거사님들은 고추 따는 속도가 굉장히 빨랐습니다. 한 시간 만에 각자 맡은 한 고랑을 모두 끝냈습니다.
“스님, 이 정도면 저희들이 밥값은 했습니까?”
“밥값을 충분히 하고도 남죠.”
빨간 고추는 빨간 고추끼리 모으고, 파란 고추는 파란 고추끼리 모은 후 빨간 고추는 모두 햇볕에 말렸습니다.
“3일 정도 햇볕에 말렸다가 건조기에 넣은 후 고춧가루로 빻습니다.”
“우와, 색깔이 너무 예쁘네요.”
꽈리고추는 손으로만 한 번 훑었기 때문에 잎과 줄기를 분리해내는 작업을 한 번 더 해야 합니다. 농막으로 갖고 와서 평상에 부은 후 빨간 고추와 파란 고추를 분리하고, 잎과 줄기를 걷어 내었습니다.
“수고했어요. 다들 손이 빨라서 금방 끝나네요.”
스님은 수고한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파란색 풋고추를 한 봉지씩 선물했습니다.
“스님, 이게 오늘 저희 일당인 것 같네요.” (웃음)
스님이 건넨 풋고추를 아주 기쁜 마음으로 받았습니다. 필리핀에서 온 거사님 부부는 집으로 돌아가고, 공동체 법사님들과 스님은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오전 11시부터 전국 지부장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지부장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자 스님이 긴급하게 간담회를 열게 된 배경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내년이 정토회가 1차 만일결사를 회향하게 되는데, 만일결사를 회향하며 대한민국의 행복도를 높이기 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법문을 한 번 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지부장들은 이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다양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 1시부터는 정토대전 경전팀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각자 준비해 온 경전의 양이 많았습니다. 약사여래본원경, 금강정경, 대보적경을 각각 발표하고 어떤 내용을 정토대전에 넣으면 좋을지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경전을 읽고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경전을 읽고 스님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오후 5시가 되어서 준비해 온 경전의 내용에 대한 검토를 모두 마쳤습니다.
“수고했습니다.”
법사님들은 스님에게 삼배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다시 문경 수련원과 아도 모례원으로 돌아갔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시도별 밴드를 통해 1700여 명의 시청자들이 생방송에 접속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이제 벼 수확은 완전히 끝났습니다. 남은 작업은 콩 수확과 김장입니다. 김장까지 하면 올해 농사일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될 것 같아요. 또 한 가지 남은 일은 늦가을에 파종하여 겨울을 나야 할 채소들이 있습니다. 마늘과 양파는 파종을 마쳤고, 지금은 도라지를 파종하기 위해서 밭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저의 하루 일상을 함께 지내는 행자님이 영상으로 만들었는데요. 함께 보실까요?”
영상으로 만나는 스님의 하루는 훨씬 생동감이 넘쳤습니다.
“영상이 재밌죠? 소똥 거름을 왜 삽으로 뿌리는지 궁금하실 수 있는데, 밭이 산 위에 있어서 기계가 올라갈 수가 없어요. 농사를 지으면 좋은 점이 많습니다. 첫째, 운동이 됩니다. 여러분들이 여가 시간에 하는 운동은 소비적인 측면이 크잖아요. 그런데 농사를 하면서 저절로 하게 되는 운동은 아주 생산적입니다. 둘째, 놀이가 됩니다. 삽질도 재미있게 하는 모습을 보셨죠? (웃음)
셋째, 알아차림을 하면 수행도 됩니다. 여러분들도 방 청소를 하든, 설거지를 하든, 어떤 일을 하든, 너무 힘들게만 생각하지 말고, 신체를 움직이면서 하는 운동이자 놀이로 생각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그렇게 항상 마음을 가볍고 밝게 해서 생활하면 일상이 행복해집니다.”
이어서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네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질문자와 스님의 대화가 끝나면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방청객들도 이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는 20대 여성입니다. 오랫동안 연애한 남자 친구가 있는데, 결혼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는 도중 남자 친구의 부모님이 저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저는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남자 친구의 집은 비교적 경제력을 갖춘 부자인 반면 저희 집은 가난합니다. 저는 공부를 열심히 했고 직장생활에서 성공할 수 있는 비전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력이 부족하다는 게 제 인생의 걸림돌이 될 것 같습니다. 결혼을 할 때도 당당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가정불화 속에서 자란 저는 전적으로 저를 좋아하고 마음이 잘 맞는 사람과 꼭 결혼하고 싶었습니다. 만약 우리 집이 지금보다 더 유복했더라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저의 경제력에 대한 열등감을 버리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고 싶습니다.”
“이런 상황을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고 해요. 자기가 짓고 자기가 받는다는 의미입니다. 질문자가 경제력에 대해서 열등감이 있는 이유는 인생살이에서 경제력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질문자의 남자 친구 부모님도 경제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잖아요. 질문자가 결혼생활에서 경제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면, 남자 친구의 부모님이 아들의 결혼생활에서 경제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되는 것 아닐까요?
질문자도 지금의 남자 친구가 경제력이 어느 정도 되기 때문에 만나고 있는 것일 수 있어요. 질문자가 다른 사람을 만난다고 할 때도 그 사람이 다른 면은 다 좋은데 경제력이 부족하다고 하면 꺼려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 질문자가 그러는 것처럼 남자 친구의 부모도 그런 반응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제가 ‘자업자득’이라고 말한 거예요.
그런 관점을 갖고 있는 한, 질문자는 평생 ‘갑’이 되지 못하고 ‘을’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인생이 불행하게 될 수밖에 없겠죠. 이런 상황은 남자 친구가 만든 것도 아니고, 그의 부모님이 만든 것도 아니고, 질문자 자신이 경제력에 우선순위를 둠으로써 자초한 일입니다. 그러니 질문자는 이렇게 생각해야 해요.
‘젊은 나도 경제력을 우선시하는데, 남자 친구의 부모가 경제력을 이유로 결혼을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만약 결혼에 대해 남자 친구의 부모님이 반대를 하면 이렇게 이야기하면 됩니다.
‘부모님 말씀이 맞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남자 친구의 부모님이 결혼을 반대한다고 해서 질문자 본인의 부모님을 미워하거나 부모님의 경제력을 한탄할 이유도 없습니다. 경제력이 부족한 걸 어떡합니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그걸 숨길 수도 없잖아요. 일본에서 살면서 한국 사람이라고 밝히면 불리하다고 해서 한국 사람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살면 늘 ‘을’로 살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에서 살면서 동양인이라는 점에 열등의식을 가지면 늘 인종적으로 열등의식을 가지고 살 수밖에 없어요.
질문자의 고민은 질문자 자신이 경제력에 대해 집착하고 있는 데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건 경제력 자체 때문도, 남자 친구 때문도, 그의 부모님 때문도 아니에요. 돈에 집착하는 심리를 가지고 있는 질문자는 돈이 많은 사람을 만나면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돈을 많이 가지지 못한 사람을 만나면 무시하게 되기 쉽습니다. 마찬가지로 외모에 집착하게 되면 자신보다 잘 생긴 사람을 만나면 비굴하게 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을 만나면 교만하게 굴게 됩니다. 권력에 집착하면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는 비굴하게 굴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교만하게 굴게 됩니다.
이처럼 질문자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어떻게 해도 인생이 불행해질 수밖에 없는 조건을 내부에 가지고 있어요. 질문자보다 돈이 많은 남자를 만나면 늘 위축되면서 ‘을’로 살아야 하고, 질문자보다 경제력이 부족한 사람을 만나면 자기도 모르게 상대를 무시하게 되어 갈등이 생기는 원인을 만들게 됩니다. 또 질문자보다 지위가 높은 사람 앞에서는 비굴하게 굴고, 아랫사람한테는 큰소리치면서 건방져 보이는 인상을 주게 될 수도 있고요. 그리고 질문자보다 재능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위축이 되고, 질문자보다 재능 없는 사람은 무시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요. 질문자는 재능을 가지고 있을지는 몰라도 앞으로 피곤한 인생을 살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결혼은 지금 중요한 고민거리가 아닙니다. 질문자가 조금 어렵게 자라서 돈에 대한 집착이 생긴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돈이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점을 깨달아야 합니다. 지위와 재능도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돈이 많고 적은 사람이 있을 뿐이고, 지위가 높고 낮은 사람이 있을 뿐이며, 재능이 조금 더 있고 없는 사람이 있을 뿐이에요. 많아서 좋고, 적어서 나쁜 게 아닙니다. 동양사람과 서양사람, 여성과 남성 등은 서로 다를 뿐이지 누가 더 좋고 나쁘다고 판단하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겁니다.
이를 불교 용어로 표현하면 ‘불구부정(不垢不淨)’이라고 합니다. 깨끗한 것도 없고, 더러운 것도 없다는 의미입니다. ‘비대비소(非大非小)’, 즉 크다고 할 수도 없고, 작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부증불감(不增不減)’, 즉 늘었다고 할 수도 없고, 줄었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이와 같이 존재의 본질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질문자에게는 필요합니다.
남자 친구가 돈이 많은 사람일 수도 있고 돈이 적은 사람일 수도 있는 것이지, 그의 부모가 질문자를 싫어하든 좋아하든 그게 무슨 상관이 있어요? 질문자가 그의 부모와 살 것도 아니잖아요. 질문자는 벌써 관점 자체가 ‘을’로 잡혀 있기 때문에 결혼하면 남편뿐만 아니라 그의 부모님에게도 ‘을’이 되어 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심리적 조건 속에서의 결혼 생활은 불행을 가져올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지금 질문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결혼 문제가 아니에요. 성장 환경에서 형성된 가치관을 바꾸지 않으면 인간관계나 직장생활에서 똑같은 어려움에 계속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질문자가 남들보다 높은 지위를 갖게 되고, 돈을 많이 벌어서 남들이 질문자를 부러워하게 된다고 해도 이 열등의식을 극복하지 못하면 늘 행복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모가 경제력을 이유로 질문자를 반대한다고 해서 남자 친구가 질문자를 떠난다면 그 남자는 마마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인이라면 본인들이 상의하고 결정해야지 부모와 상의하고 결정할 필요는 없잖아요.
‘그럼 네 부모님이 허락하는 사람과 결혼해. 아직도 부모님 품속에 있는 남자 애는 나도 싫어.’
남자 친구에게 이렇게 당당하게 이야기하면 어떨까요? 또 남자 친구의 부모가 질문자의 경제력을 문제 삼는다고 하면 ‘저희 부모님이 저를 낳아 키우느라 얼마나 고생하셨는데요’ 하고 말해야죠. 그런데 질문자는 ‘우리 부모님이 경제력만 좀 있었더라면’ 하고 바라고 있잖아요. 이 말은 나를 낳고 키워주신 부모님을 원망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것은 불효 막심한 태도라고 할 수 있어요.
얼마 전 뉴스에 이런 기사가 나왔습니다. 남미 어느 나라에 있는 대학 졸업식에서 어머니가 청소부인 한 학생이 졸업 가운 대신 엄마가 입는 청소부 옷을 입고 학사모를 쓴 채 졸업식장에 나타났어요. 엄마를 졸업식에 모셔서 함께 사진을 찍은 모습이 기사에 소개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했습니다.
또 미국에서는 얼마 전에 워싱턴 주에서 민주당 하원의원에 당선된 분이 아버지가 흑인이고 어머니가 한국계였습니다. 미국 사회에서 흑인으로 규정돼서 살아온 분인데, 어머니를 기쁘게 하려고 한복을 입고 의회 개원식에 참가했어요. 자신을 키우는데 엄청나게 많은 고생을 한 어머니가 나이가 많으시기 때문에 참석한 400명 국회의원 중에 자신을 알아보기 어려울까 봐 '우리 딸 저기 있네' 하고 알아볼 수 있게 하려고 한복을 입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한복을 입고 나가면 무시받기 쉬운 데도 당당하게 한복을 입었어요. 자신의 엄마를 사랑할 뿐만 아니라 그럼 엄마를 당당하게 여기니까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 겁니다.
질문자도 젊은이로서 가치관을 바꿔야 해요. 안 그러면 죽을 때까지 전전긍긍하고 살아야 됩니다. 남자 친구의 부모가 결혼을 반대하는 문제는 남자 친구가 결정해야 할 일이지 질문자가 관여할 일이 아니에요.
‘너희 부모가 반대하든 말든 네가 알아서 해라. 너희 부모가 반대해도 나와 결혼을 하겠다면 나도 결혼을 할 것이고, 부모가 반대해서 안 하겠다면 나도 안 하겠다.’
이렇게 말하고 끝내야지 왜 미련을 갖고 전전긍긍하고 있나요? 부모가 반대한다고 해서 결혼도 하지 못하는 남자랑 결혼해서 뭐해요? 돈이 많으면 뭐하고, 재능이 있으면 뭐하고, 인물이 잘났으면 뭐해요? 그런 남자와 결혼하면 결혼 생활 내내 남편은 마마보이가 돼서 엄마가 간섭하는 일이 벌어져요. 결혼했으면 자기가 책임지고 가정을 딱 꾸리고 부모에게는 ‘이건 저희 가정입니다. 노터치 하세요’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남자라야 같이 결혼해서 살맛이 날 거 아닙니까. 돈 많은 집이거나 지위가 높은 집안일수록 엄마의 간섭이 심하다는 걸 알아야 해요. 자신의 집안이 대단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며느리는 거의 종 취급을 합니다. 뭐 때문에 그런 결혼을 해요? 진주 목걸이 걸고 온 돼지가 되려고 하는 거예요?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부처님은 양반과 상놈이 절대적으로 구분된 시대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태어남에 의해서 귀하고 천함이 없다.'
내가 가난한 집에 태어난 게 그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그런 건가요? 태어나보니 그런 거잖아요. 만약 귀하고 천함이 있다면, 내가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마음을 쓰느냐에 달려 있다고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2600년 전 계급 제도가 있는 사회에서도 부처님은 이런 관점을 가졌습니다.
그러니 질문자도 오늘 질문한 것을 계기로 해서 정신을 좀 차리세요. 내가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지위가 높다고 교만할 필요도 없고, 그렇지 않다고 비굴해질 필요도 없어요. 재능이 있다고 재능이 없는 사람을 무시해서도 안 돼요. 우주적인 관점에서 보면 털끝만큼의 차이도 안 되는 겁니다. 그러니 지금의 시대에 맞게 인간적인 자유와 행복을 누리는 당당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추가적인 질문이 있으면 해 보세요.”
“너무 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제가 너무 구시대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말씀해주신 대로 열심히 노력하고 그렇게 살겠습니다.”
“노력할 것도 없어요. 질문자는 지금도 훌륭해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회사에 취직한 것만 해도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남자 친구가 돈 많은 집이거나 지위가 높은 집이라고 위축될 이유가 없어요. 털끝만큼도 위축될 일이 아닙니다. 부모님이 가난한 게 뭐 어떻습니까? 부모님이 배우지 못하면 어떻습니까? 국회의원이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가지만, 청소부가 하루만 청소를 안 해도 세상은 난리가 납니다. 그런 관점을 갖고 젊은이답게 활달하게 자신이 가진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면서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울먹이며 이야기를 시작했던 질문자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번졌습니다. 스님은 마이크를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방청객들에게 넘겼습니다.
“자, 젊은이가 자신의 고민을 말했는데 이에 대해 조언을 해주세요. 여러분 신랑 중에 가난한 집이라고 친정 엄마가 무시한 경우도 있을 것이고, 남편이 잘 사는 집이라고 시어머니한테 구박받은 사람도 있을 겁니다. 별 것도 아닌 일에 기죽고 살거나 고개 쳐들고 살았던 고백을 한 번 해보세요.” (웃음)
한 분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도 열등의식이 많았었는데 지금은 없습니다. 가난한 사람들보다 부자들이 환경오염을 더 많이 시키잖아요. 가난한 게 자랑스러운 겁니다. 많이 가지고 많이 쓰는 게 잘 사는 게 아니에요. 그래서 집이 가난한 것에 대해 당당해지셨으면 좋겠어요. 부자들을 부러워할 거 없어요. 저도 가난하지만 스님 법문 듣고 지금은 당당하게 살아요. 대학 안 간 것 때문에 열등의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어요. 법륜스님과 함께하는 행복학교에 꼭 다녀볼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서 스님은 질문자들에게 한 줄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남자 친구의 부모님이 결혼을 반대해서 고민인 질문자도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스님이 말씀하시는 모든 것들이 다 너무 찔렸어요. 다 맞는 말씀이셨고, 저도 모르게 그런 기준을 갖고 있다 보니 다른 사람을 볼 때도 그렇게 바라봤던 것 같아요.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알았습니다. 저도 이제 인생의 주인이 되어 다르게 살아보고 싶습니다.”
스님은 다시 한번 질문자를 격려해 주었습니다.
“결혼에 너무 목매달지 마세요. 결혼을 안 하겠다고 정하지도 말고, 결혼을 해야겠다고 정하지도 말고, 좋은 남자가 있으면 결혼하고, 부모가 반대해서 본인이 싫다면 그만두고, 이렇게 좀 쿨 하게 사는 게 좋아요. 젊은 사람이 뭐 하러 남에게 매달리고 징징 짜요? 밥을 못 먹는 것도 아니고, 남한테 맞은 것도 아닌데, 무슨 고통이 있다고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고 그래요. (웃음)
사귀던 남자가 자꾸 떠나 주는 것은 오히려 좋은 일입니다. 더 많은 남자를 내가 합법적으로 만나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니까요. 반대로 한 명이 안 떨어지고 내 옆에 계속 붙어있어도 좋은 일이에요. 있으면 있어서 좋고, 떠나가면 떠나가서 좋고, 이렇게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내가 일부러 남자를 고르면 상대에게 상처를 주게 되지만, 자기가 알아서 왔다 갔다 하는 건 내가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이렇게 쿨 하게 생각하고 젊은이답게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생방송을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넘었습니다. 오늘도 긴 하루였습니다.
내일은 두북 수련원에서 나비장터가 열리는 날입니다. 스님은 오전 6시에 전국 지회장 간담회를 온라인으로 진행한 후 10시에 통일의병 임명장 수여식을 하고, 오후 2시에 미소원 관계자들과 JTS 후원금 전달식을 하고, 틈틈이 나비장터를 둘러보고 봉사자들을 격려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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