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11.4 결사행자 회의, 콩 수확, 가메달 산책
“외출하는 것을 남편이 불편해합니다. 어떡하죠?”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곳곳에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오전 7시부터 결사행자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오늘 논의해야 할 안건은 정토회 1차 만일결사 목표 조정 및 달성 방안입니다.

2차 만일준비위원회에서 1차 만일결사 목표를 온라인정토회에 맞게 새롭게 설정하고, 2022년 3월에 만일결사 회향 기념 법문 진행 계획을 제안했습니다. 지난 일주일 동안 결사행자들은 분과별로 제안서를 검토하고 깊이 있게 토론을 한 후 그 결과를 오늘 발표했습니다.

스님은 결사행자들의 발표 내용을 경청한 후 마지막으로 스님의 의견을 이야기했습니다.

“정토회가 만일결사를 회향하면서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흐지부지 마무리하는 것보다는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서 사회적으로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한 번 해보면 어떨까요? 우리는 굶주리는 북한 주민들을 돕기 위해 북한동포 돕기 백만인 서명운동도 했었고, 또 쓰레기 제로 운동의 일환으로 빈그릇 운동을 전국적으로 확산했듯이, 만일결사를 회향하는 기념으로 국민 행복도를 높이기 위한 대국민 서비스를 한번 해보면 좋겠다 싶어요.

누구나 행복할 수 있다

많은 국민들에게 행복을 전하기 위해 직강으로 법문을 듣는 정토불교대학을 열어보자는 겁니다. 전 국민을 향해 ‘누구나 행복할 수 있다’ 하는 모토를 내걸고 만일결사 회향 법문을 함으로 해서 정토회가 국민의 행복도를 높이는 데에 기여해 보자는 거예요.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법문이니까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동포 돕기 백만인 서명 운동을 할 때도 ‘과연 가능할까’ 이런 반응이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모두가 마음을 내고 힘을 모아서 해냈던 겁니다. 빈그릇 운동 백만인 서약 캠페인도 그랬습니다. 이렇게 정토회가 마음을 탁 내서 몇 년에 한 번씩 사회에 필요한 대국민 캠페인을 진행해 왔는데, 최근 10년 정도는 그런 경험이 없었던 것 같아요. 이번에도 힘을 모아서 한 번 해보면 어떨까요?

만일결사를 회향하며 국민들을 위해

지난 10월부터 정토회는 온라인으로 전환을 했습니다. 온라인의 장점이 무엇인지 만일결사를 회향하기 전에 한 번 경험을 해봐야 대중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거든요.

‘법당도 없어지고 사람도 줄어서 정토회가 축소된 줄 알았는데, 온라인으로 체제가 정비되니까 오히려 활동력이 증가하는구나!’

이런 것을 체감해야 2차 만일결사를 시작할 때 활력이 붙고 세계 전법도 가능하겠다는 희망이 생깁니다. 그런데 지금은 대중이 아직 이런 경험이 없기 때문에 머뭇거리고 선뜻 안 나서게 됩니다. 결사행자 여러분들이야 앞으로 온라인 체제가 정비되면 온라인정토회가 폭발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비전을 갖고 있지만, 아직 대중이 그런 것을 경험한 건 아니잖아요. 그걸 내년 봄에 실험해서 경험하면 2차 만일결사에 대한 희망이 확 생길 수 있을 거예요.

그런 실험과 경험 없이 2차 만일결사가 시작되면 정토회가 오히려 축소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으로 75세 이상 고령자들이 활동에서 빠지고 명예회원이 되면 법사 숫자나 결사행자와 서원행자 숫자가 다 줄게 됩니다. 여기에 젊은 사람이나 새로운 활동가가 유입되지 않으면 활동가 숫자도 줄어들게 돼요. 우리의 인식은 아직 오프라인 상태에 묶여 있거든요. 이번에 온라인이 갖는 장점을 체험해봐야 2차 만일결사를 힘 있게 출발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직강 정토불교대학은 하나의 대국민 서비스도 되지만 전법활동가에게는 교육과 훈련의 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전법활동가들이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하는 방향을 잡아가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교육의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정토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법활동가 한 명 한 명이 작은 법륜 스님이 되어 수행과 정진이 깊어지는 것입니다. 내년 상반기는 전법활동가들이 그걸 훈련받을 수 있는 기회로 삼아보면 좋겠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지부장, 지회장, 모둠장 간담회와 전법활동가 전체 공청회를 열기로 하고, 결사행자들이 토론한 내용은 지부장 회의에 제출하기로 하고 9시가 넘어서 결사행자 회의를 마쳤습니다.

스님은 작업복을 갈아입고 곧바로 운동장으로 나갔습니다. 필리핀정토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규초 거사님 부부와 노재국 거사님 부부가 두북 수련원을 찾아와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잘 지냈어요?”

“오랜만에 스님 뵈러 왔습니다.”

“오늘 콩 수확하는 날인데 일손 좀 거들어 주세요.”

“새우배 탈 준비를 다 하고 왔습니다.” (웃음)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두북 수련원 재활용 창고를 함께 구경했습니다.

“주말에 나비 장터를 열어요. 준비하느라 다들 바쁩니다.”

“이번 주말이 정토 장날이네요.”

창고에서 봉사하고 있는 봉사자들을 격려한 후 다 함께 가메달에 있는 밭으로 올라갔습니다. 밭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콩잎이 누렇게 변해서 떨어지고, 꼬투리가 갈색으로 바뀌면 수확을 하면 돼요.”

막상 수확을 하려고 밭에 들어가니 아직 누렇게 변하지 않은 것들도 꽤 많이 보였습니다.

“아직도 새파란 것들이 많이 있네요. 너무 일찍 수확하러 왔어요.”

일단 잎이 누렇게 변한 것들만 골라서 수확하기로 하고 스님이 작업 방법을 설명했습니다.

“뿌리 채 뽑아서 두둑 위에 눕혀 놓읍시다. 햇빛에 30분만 말리면 흙이 다 떨어져요. 다 마르면 트럭에 싣고 가면 돼요.”

각자 고랑을 하나씩 맡아서 아직 색깔이 푸른 것은 남겨 두고, 누렇게 변한 것만 뿌리째 뽑아서 두둑 위에 눕혀 놓았습니다.

스님은 콩을 수확하면서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문장을 읊었습니다.

“뜰의 콩깍지, 깐 콩깍지인가 안 깐 콩깍지인가." (웃음)

다들 웃기만 하자 스님이 되물었습니다.

"학교 다닐 때 국어 시간에 배운 거 기억나요? 뜰의 콩깍지, 깐 콩깍지인가 안 깐 콩깍지인가." (웃음)

다들 손놀림이 빨라서 금방 일을 끝냈습니다.

두둑 위에 눕혀 놓고 30분이 지나니 뿌리 채 바짝 말라 있었습니다. 눕혀 놓은 콩을 모두 거두어서 마대에 담고 트럭에 실었습니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만 일하고, 계곡을 같이 산책합시다.”

아직 색깔이 푸른 것만 남겨 두고 수확한 콩을 트럭에 모두 실은 다음 가메달 계곡을 따라 산길을 내려갔습니다.

산속은 온통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었습니다.

“단풍이 물든 것 좀 보세요. 가을이 깊어 가네요.”

계곡 물이 졸졸졸 흐르는 산길을 따라 걸으며 바위를 밟고, 낙엽을 밟고, 물길을 건너고, 맑은 공기를 흠뻑 마셨습니다.

“스님, 감사합니다. 진짜 좋은 구경 했습니다.”

복안 저수지를 한 바퀴 돌아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손님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고 저녁에는 원고 교정과 여러 가지 업무들을 보았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달 29일 금요 즉문즉설에서 소개하지 못한 내용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외출하는 것을 남편이 불편해합니다

“저는 좀 잘 살아보고자 태어난 지 4개월 된 딸을 업고 제3국을 거쳐서 한국에 정착한 새터민입니다. 한국에 와서 자녀가 둘 있는 남자와 재혼을 했어요. 남편은 경제적 독립이 안 되어 있어서 시부모님이 운영하시는 가게에서 저희 부부가 같이 일을 합니다. 저의 고민은 제가 가게 일을 하거나 밭일을 하거나 집에 머물러 있을 때는 남편과의 관계가 순탄합니다. 그런데 제가 바깥에 개인적인 일을 보러 나갈 때면 남편이 인상을 쓰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도 답변을 안 하고 불편한 관계가 며칠간 지속되곤 합니다. 부부라면 어느 정도 맞춰주는 게 필요하다는 스님의 말씀을 되새기며 남편에게 맞추려고 노력을 하고 있는데요. 제가 공부를 하고 있어서 가끔 오프 모임을 해야 하는데 남편에게 맞추려다 보니 대부분 불참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맞추다 보니 가끔은 억울한 마음이 듭니다. 도대체 어디까지 맞춰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단점이 있으면 장점도 있으니 좋은 점만 보고 살자며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대상포진이라든지 각막염 등의 질환으로 제가 여기저기 많이 아픕니다. 제가 아프지 않고 지혜롭게 살 수 있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그래도 한국에 와서 적응해서 잘 살고 있으니까 보기 좋네요. 격려의 박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공부는 무슨 공부하세요?”

“저의 남편이 공황장애 불안장애 회피 장애 등의 심리적 불안으로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는데요. 북한에는 이런 약이 없는데 왜 굳이 이런 약을 먹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돼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남한이 북한보다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사회보장제도가 훨씬 안정되어 있지만, 심리 불안 상태는 훨씬 심합니다. 우리나라 대학생의 20%가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의 심리 불안증세를 겪고 있어요. 남편이 정신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병원에 안 가는 게 문제지, 병원에 가서 공황장애든 우울증이든 조울증이든 정신적 어려움을 진단받고 약을 먹고 있다면 그것만 해도 굉장히 고맙게 생각해야 할 일입니다. 지금 약을 먹고 있는데도 질문자가 힘들어서 이혼할 생각까지 했다면, 만약 약을 안 먹는다면 부부생활이 불가능할 만큼 갈등이 심해질 것입니다. 그러니 남편이 약을 먹는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고 항상 병원에 가는 것만 해도 감사하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외출할 때 남편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남편이 질문자한테 약간의 콤플렉스가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남편이 말을 안 하지만 질문자가 바깥에 나갈 때 혹시 다른 짓을 할까 하는 염려를 하고 있는 거예요. 또한 남편은 심리 불안 상태이기 때문에 질문자가 밖에 나가는 것에 대해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어요. 이런 사람하고 살려면 감옥살이를 좀 해야 됩니다. 이것은 상대가 나빠서가 아니라 상대의 심리상태가 그렇기 때문입니다.

여자가 약간 얼굴이 더 예쁘다든지 돈이 더 많다든지 지식이 더 많다든지 하는 이유로 남자보다 우위에 있거나, 남자가 여자를 따라다녀서 조금 부족한 결혼을 하게 되면, 대부분 이런 현상이 생깁니다. 남편이 아주 잘해주는 대신에 동창회를 가거나 외출하거나 남편의 레이더망 밖에 있을 때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을 합니다.

이런 사실을 고려해서 남편의 심리상태를 우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질문자도 행복할 권리가 있는데 평생 남편 눈치만 보고 살 수는 없잖아요? 나도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다만 남편이 이런 심리상태라는 걸 질문자가 이해하고 외출할 때는 충분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아요. 다른 부부들처럼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외출하지 말고 미리 어떤 일이 있어서 어디 갔다가 온다는 걸 세세하게 알려줘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남편의 염려가 점점 심해져서 나중에 의처증으로 발전합니다. 그러면 결혼생활을 하기가 더욱더 어려워져요. 그러니 항상 남편을 안심시키는 게 필요합니다. 설령 남편이 ‘갈려면 오지 마라’ 이렇게 화를 내도 그 말은 오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라 빨리 오라는 얘기예요.

‘가지 마라’ 하고 남편이 만류해도 갈 일이 있으면 ‘빨리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가면 돼요. ‘내가 나쁜 짓 하러 가는 게 아니지 않냐?’ 이렇게 맞대응을 하면 안 됩니다. 항상 ‘알겠습니다. 빨리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공손하게 대해야 합니다. 공황장애와 심리 불안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항상 안심을 시켜줘야 합니다. 이것을 귀찮게 생각하면 안 돼요.

너무 힘들게 생각하지 말고, 일단 남편을 안심시키면서 살아보세요. 이 병이 내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어렵다고 생각되면 그때 이혼해도 됩니다. 질문자도 자기 행복을 찾아갈 권리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남편의 현재 상태는 병을 돌봐주고 보살피면서 같이 사는 게 필요한 단계이지 아직 이혼을 할 단계까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매일 절을 하면서 마음을 이렇게 내어 보세요.

‘이만하길 다행입니다. 이만한 사람 만나서 이렇게 사는 것만 해도 저에게는 큰 복입니다.’

이렇게 현재의 주어진 조건에 대해 자꾸 만족하는 마음을 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질문자의 관점만 고집하면 이 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워요. 항상 이만하기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남편은 불평을 좀 할 뿐이지 외출을 못 하게 하는 건 아니잖아요? 남편에게 문자메시지가 오지 않더라도 ‘곧 갈게요’ 이렇게 보내면 됩니다. 남편이 토라져 있더라도 항상 이렇게 해야 합니다. 대답을 기대하지 말고 늘 위로하고 안심시키는 작업을 질문자가 해야 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질문자가 애를 여러 명 키우게 되겠네요. 남편이라는 큰애를 하나 더 키워야 할지도 모른다는 관점을 가져야 해요.” (웃음)

“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양처가 되어 조금 부드럽게 대처해 보겠습니다. 북한에서는 남편한테 ‘자기야’라는 표현도 하지 않거든요. 저도 호칭부터 바꿔보면서 현모는 못되더라도 양처 같은 삶을 살도록 하겠습니다.”

“네, 잘 적응해보세요.”

내일은 아침에 농사일을 하고, 하루 종일 정토대전 회의를 한 후, 저녁에는 금요 즉문즉설 강연을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36

0/200

청정화

감사합니다

2021-11-10 15:53:25

현모양처

말씀 감사합니다.

2021-11-09 13:27:34

윤태훈

감사합니다

2021-11-09 11:33:20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