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11.6 천일결사 기도, 나비장터, 통일의병 임명장 수여식, 미소원 JTS후원금 전달식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통일의병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천일결사 기도를 생방송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날입니다.

새벽 4시 30분, 맑은 종소리가 랜선을 타고 전국으로 울려 퍼졌습니다. 예불, 삼귀의, 수행문, 참회, 108배, 명상, 경전 독송을 차례대로 했습니다.

사홍서원으로 천일결사 기도를 마친 후 스님의 법문이 이어졌습니다. 오늘 읽은 경전의 내용에 대해 법문을 한 후 오늘과 내일 이틀 동안 두북 수련원에서 열리는 나비장터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아침 기도 잘하셨습니까? 7차 백일기도를 입재하고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제가 있는 이곳 두북 수련원에서는 오늘과 내일 이틀 동안 나비장터를 엽니다.

내년부터 우리가 재배하는 농산품을 정토회 회원들에게 일부 공급하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시범으로 작은 규모로 바자회를 하려고 해요. 그리고 법당을 철거하면서 모인 물품들이 현재 창고에 보관되어 있는데, 이번 바자회에서는 이 물품 중 일부도 여러분 생활에 필요한 게 있으면 가져갈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그러니 경상도 지역에 사시는 분들은 오늘과 내일 두북 수련원에 오셔서 장터 구경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기도를 마치고 운동장으로 나오니 해가 뜨고 밖이 환하게 밝아 있었습니다.

운동장 곳곳에서 아침 일찍부터 나비장터를 준비하기 위해 봉사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코로나 이후 거의 2년 만에 처음 열리는 오프라인 행사이다 보니 봉사자들의 얼굴에 설렘이 가득했습니다.

아침 6시 30분부터는 전국 지회장들과 온라인 간담회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제 지부장들과의 간담회에 이어서 오늘은 지회장들과 내년에 1차 만일결사 마무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9시에 간담회를 마치고 스님은 운동장으로 나와 봉사자들과 함께 나비장터를 시작하는 입재식을 했습니다. 삼귀의와 반야심경 봉독을 한 후 봉사자들을 격려했습니다.

다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각자 맡은 구역으로 돌아가 정토회 회원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습니다.

스님은 운동장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어떤 물건들이 장터에 나와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녹색 재활용 창고 안에는 법당을 철거하면서 나온 온갖 물품들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며 정성껏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쓸만한 물건들이 많네요.”

창고의 한쪽 구석에는 옷을 수선해주는 곳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가사를 수선 좀 해야 하는데, 가능해요? 여기가 이렇게 찢어져 있어요.”

“네, 수선해 보겠습니다.”

곳곳에서 버려질 수 있는 물건들이 다시 되살아나고 있었습니다.

“이건 법당을 철거하면서 나온 문짝인데 테이블로 새로 만들었습니다.”

“거사님의 솜씨가 좋네요.”

거사님이 만든 테이블은 나비장터를 개장하자마자 판매가 완료되었습니다. 운동장 한가운데에는 스님이 농사짓는 모습과 주말마다 봉사자들이 울력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으로 전시되었습니다.

사진 속에는 지난 1년 동안 밭 만들고, 씨앗 뿌리고, 김을 매고, 수확하는 전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운동한 한 켠에는 작은 규모이지만 농산물 바자회도 열렸습니다. 지난주에 수확한 햅쌀이 가장 호응이 좋았습니다. 이 외에도 고춧가루, 풋고추, 꽈리고추, 고구마, 감자, 토란, 대파, 양파도 바자회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일회용 포장 없이 각자 가져온 용기에 원하는 무게만큼 담아간다는 취지로 ‘그램 마트’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특히 멥쌀, 찹쌀, 현미는 바가지로 퍼서 저울로 무게를 달아서 가져갔습니다.

“너무 욕심내지 마세요. 조금씩 더 담아줘도 괜찮아요.”

봉사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뒤로하고 스님은 방송을 하기 위해 다시 방송실로 들어왔습니다.

통일의병 임명장 수여식

오전 9시부터는 제5기 평화재단 통일의병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통일의병 임명장 수여식을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통일의병들이 첫발을 내딛는 날입니다. 임명장을 받게 되는 통일의병은 총 45명입니다.

임명장은 통일의병 번호 0번인 스님이 직접 온라인으로 수여했습니다.

“제가 임명장을 드립니다 하면, 여러분은 ‘잘 받았습니다’ 하시기 바랍니다. 임명장을 드립니다.”

“잘 받았습니다.”

임명장을 받은 통일의병들은 ‘통일의병의 다짐’을 낭독했습니다.

“통일의병은 백의종군, 공공성, 자발성, 헌신성의 의병정신을 생활 속에서 구현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삶의 지표로 세우고 힘차게 나아갈 것을 다짐한다.” - 11월 6일, 새로운 100년을 여는 제5기 의병 일동.

이어서 스님이 통일의병들을 위해 격려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동포여, 일어나라. 때가 왔다

“제5기 통일의병이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우리가 이렇게 한번 생각해볼 때가 되었습니다.

‘동포여, 일어나라. 때가 왔다. 바로 그때가 왔다. 우리 선조들이 그렇게 꿈꾸던 독립, 자주, 문화대국을 실현할 수 있는 때가 지금 왔다.’

여러분은 이제 때가 온 게 실감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직 눈과 얼음이 남아 있는 겨울에도 봄이 오고 있는 줄 알아야 합니다. 입춘은 한 해 중 가장 추운 때입니다. 그러나 그때 이미 땅 밑에서는 봄의 기운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런 것처럼 지난 천 년은 우리 역사의 본류에서는 조금 예외적인 시기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난 천 년을 두고 자꾸 우리나라를 약소국이라고 생각하고, 우리 민족을 약소 민족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잘못된 민족관이자 국가관입니다.

우리는 환웅 천왕께서 개천을 한 지 6천 년에 달하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민족이고, 광활한 동북아 대륙의 중심 국가를 형성한 민족입니다. 다만 지난 천 년 동안 그 세력이 약화되어 한반도에 머물렀던 것이고, 그마저도 최근에는 두 나라로 분단된 어려움에 처해 있을 뿐입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민족성 안에는 배달민족의 DNA가 있기 때문에 현재 남한만 가지고도 세계에서 문화대국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평화적으로 통일을 이룬다면 곧 동북아 시대가 도래하게 되고 우리나라는 동북아의 중심국가가 될 것입니다. 동북아는 다시 세계 문명의 중심으로 자리매김을 할 것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미래 100년은 우리에게 큰 희망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천년의 꿈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옛날에는 기회가 와도 우리가 잡을 수 있는 힘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는 그 기회를 잡고 천 년의 꿈을 실현할 가능성이 충분히 열려 있습니다. 그걸 준비하는 사람들이 바로 통일의병입니다. 단순히 한반도의 통일을 이루자는 것이 목표가 아니에요. 통일은 첫 발걸음이고 나아가 인류 문명의 중심국가로 거듭나는 것이 통일의병의 꿈입니다.

청년들은 미숙하지만 꿈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나이와 관계없이 청년처럼 꿈을 지녀야 합니다. 우리가 가진 능력이나 기술이 아직 미숙하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꿈을 잘 다듬어 나가면 우리의 꿈은 언젠가는 실현될 것입니다. 그런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통일의병입니다. 그런 통일의병이 되신 것을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이어서 스님과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네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통일의병으로서 통일 추진 정부가 대한민국에 들어서게 하려면 내년 대통령 선거에 어떤 마음으로 참여해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통일이 되려면 누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나요?

“내년에 대통령 선거가 있습니다. 스님께서는 통일 추진 정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도 하셨고, 특정 정치 세력이나 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우리나라 정치사를 보면 어떤 정당은 남북 관계 개선을 통해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는 경향이 강하고, 어떤 정당은 남북 관계 개선의 의지가 전혀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남북 갈등을 격화시켜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것이 장기간 이루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치적 편향성을 가지게 됩니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통일의병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우리나라가 통일이 되려면 외부적으로는 남북 간 합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보면 미국과 중국 사이에 어느 정도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지 남북 간에만 합의가 이루어진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미국과 중국, 나아가 일본과 러시아라는 주변 4강의 협력을 얻는 외교적 노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런 바탕 위에 남북 간에 서로 존중하고 뜻을 맞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북한을 바라보는 남한 사람들의 입장은 크게 둘로 나뉘어 있습니다. 첫째, 북한을 일본, 중국, 러시아, 미국보다 더 적대적으로 보고, 우리의 가장 큰 위협세력이 북한이라고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둘째, 비록 북한과 남한이 현실적으로 대립하고는 있지만, 평화를 지키고 통일을 하려면 북한과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금 남한 내에는 이 두 가지 시선이 반반으로 나뉩니다. 북한을 포용하자는 세력이 집권을 하면 북한과 대화의 문은 열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남북 간 협력 관계를 마무리하지는 못합니다. 설령 대화의 문을 열어도 정권이 바뀌면 그 흐름이 끊어지기 때문입니다. 반면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 세력이 집권을 하면 남북 간 갈등이 생기니까 아예 대화의 문을 열지 못합니다. 즉, 한쪽은 대화의 문조차 열지 못하고, 다른 한쪽은 대화의 문은 열지만 마무리를 하지 못합니다.

대화의 문을 아예 열지 못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열었다가 닫는 게 더 좋지 않느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역사를 돌이켜보면 대화의 문을 열었다가 닫는 것이나 아예 열지 않는 것이나 큰 차이가 없습니다. 대화의 문을 여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열었던 문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가는 것을 담보해야 교류와 협력이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대하는 세력의 협력을 반드시 얻어야 합니다.

반대하는 세력 안에도 북한과는 완전히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극보수 세력이 있는데, 이들은 보수 세력 안에서 3분의 1 정도에 불과합니다. 나머지는 북한에 대해 호의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반도 평화에 있어서 어느 정도 이해를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바로 중도 보수 세력입니다. 그런데 중도 보수 세력도 남한 안에서 일어나는 정치적인 갈등과 거대 양당 체제 때문에 주로 극 보수 세력과 한 편에 서게 됩니다.

만약 진보 세력이 중도 보수 세력의 존립 기반을 어느 정도 마련해 준다면 국내 정치 세력은 극 보수, 중도 보수, 진보, 이렇게 3등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극 보수와 중도 보수가 입장이 똑같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한 편이 되어 국민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중도 보수에 대한 공간을 많이 열어줘야 극 보수의 세력을 축소시킬 수 있는데, 그게 안 되기 때문에 결국 중도 보수와 극 보수가 손을 잡아서 그 세력이 국민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게 되는 결과를 계속 빚어내고 있습니다.

통일 추진 정부란?

통일을 하고자 하는 세력이라면 보수층을 배격하고서 통일을 이뤄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통일의병의 목표는 통일입니다. 단순히 북한에 우호적인 정부가 ‘통일 지향 정부’라면 이에 반해 ‘통일 추진 정부’는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라면 보수 세력도 과감하게 포용하고, 통일에 도움이 된다면 일본의 과거사 문제도 일부 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는 정부입니다. 이 정도는 되어야 ‘통일 추진 정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 정부의 입장은 ‘통일 추진 정부’까지는 되지 못하고 ‘통일 지향 정부’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 정부는 통일을 지향할 뿐이지 자신의 정치적 손실까지도 감수하면서까지 통일을 추진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통일에 있어 한 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정권을 상대편에게 넘겨주는 한이 있더라도, 상대방 세력이 평화와 통일 정책을 계승한다면 국내 정치적 경쟁에는 편들지 않겠다는 정도의 입장을 가져야 합니다.

‘통일 추진 정부’가 되기 위해서는 모든 정책을 입안할 때 통일을 가장 중요시하고, 미국과의 관계를 맺을 때도 통일에 도움이 될지 안 될지를 생각하고, 중국과의 외교 관계를 맺을 때도 통일에 협조를 할지 안 할지를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일본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우리가 옳은지 일본이 옳은지를 따지는 게 아니라 일본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야 일본이 통일을 방해하지 않을지를 고려해야 합니다. 이런 관점을 가지고 통일 정책을 추진하면 ‘통일 추진 정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통일이 되려면 이런 통일 추진 정부가 들어서야 합니다. 그저 통일을 좋게 생각하고 남북 관계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정도로는 통일을 이뤄내기 어렵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통일 추진 정부가 아직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통일의병은 통일 반대 정부보다는 통일 지향 정부를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각 후보의 정책과 입장을 비교해보고 누가 통일 추진 정부에 가까운 지 판단해서 선택하면 됩니다.

통일의병이 특정 정당의 지지 세력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특정 세력을 일상적으로 지지하게 되면 상대편까지 포용해서 통일을 추진하는 데에 장애가 될 수도 있습니다. 통일을 준비하는 의병으로서 이런 자세는 지양해야 합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어떤 정당을 지지하거나 어떤 정치인을 지지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입니다. 그러나 통일의병의 이름으로 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통일의병은 보수 정부가 들어서도 통일을 추진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데 편들기 식으로 정치에 개입하게 되면 집권한 세력이 누구냐에 따라 여러분들의 활동 공간이 달라지게 되고, 때론 활동 공간이 막혀버리게 됩니다. 비록 개인적으로 지지하는 세력, 정당, 정치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통일의병의 입장에서는 크게 관여하지 않고 양쪽 모두에게 이렇게 설득해야 합니다.

‘평화를 지키고 통일을 하는 것이 우리 민족의 미래에 아주 중요하다.’

통일 동조 세력은 더욱 적극적으로 통일을 추진하도록 해야 하고, 통일 반대 세력은 끊임없이 설득해서 통일을 지향하도록 해야 합니다. 통일의병이라면 보수 세력에게도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정치를 보수적으로 하는 것은 좋으나 한반도 평화에 대해서는 적어도 동조를 해야 하지 않느냐?’

이런 관점에서 설득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즉문즉설을 다 마치고 나니 11시가 넘었습니다. 스님은 다시 운동장으로 나가 나비장터에 참가한 정토회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코로나 이후 처음 열리는 오프라인 행사이다 보니 만나는 사람마다 반가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마스크를 쓴 채 곳곳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이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아이들이 스님 주위에 몰려들었습니다.

“우와, 유튜브에 나오는 스님이다!”

“반가워요.”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오징어 게임에 나왔던 달고나를 시식하는 코너도 성황을 이루었습니다.

“이게 뭐예요?”

“달고나입니다.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세상 사람들이 많이 한다고 해서 정토행자들도 그걸 따라 해야겠어요?” (웃음)


코로나 이후 2년 만에 두북 수련원은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추억의 딱지 치기도 성황을 이루었습니다.

한쪽에는 농산물을 맛보는 시식 코너도 마련되었습니다.

“감자 한 알 먹고 가세요!”

방금 구운 감자에 설탕과 소금을 뿌려 먹으니 맛이 일품입니다.

시끌벅적한 나비장터를 뒤로 하고 스님은 다시 방송실로 돌아와 사단법인 미소원 관계자들과 조촐하게 JTS 후원금 전달식을 했습니다.

미소원, JTS 후원금 전달식

(사)미소원에서는 해마다 JTS에 해외 결핵환자 의료비 지원과 우물 파기 사업에 후원금을 전달해 오고 있습니다. 벌써 10년이 되었습니다. 장유정 대표님은 청년 회원들과 함께 두북 수련원을 방문해 후원금을 전달했습니다.

“스님, 미소원이 창립한 지 벌써 10주년이 되었습니다. 저희 청년 회원들에게 한 말씀을 해주십사 이렇게 직접 찾아왔습니다.”

스님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미소원 청년 회원들을 위해 격려말씀을 해주었습니다.

“하루에 천 원만 절약해도 한 달이면 3만 원, 100일이면 10만 원이 됩니다. 우리에게는 큰돈이 아닐지라도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살고 죽는 문제가 되고, 아이들에게는 학교를 다닐 수 있는 돈이 됩니다.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는 비록 작은 돈일지라도 제3세계에서는 큰돈으로 쓰일 수 있습니다. 150원만 있으면 인도의 가난한 아이들에게 계란을 한 알 사서 먹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청년 여러분도 ‘우리는 청년이라 돈이 없습니다’ 이렇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설령 부모에게 용돈을 타서 쓰는 입장이라고 하더라도 하루에 천 원은 아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정토회 회원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일단 천 원부터 보시하고 나머지 돈으로 생활을 합니다.

젊은 시절부터 작은 돈이라도 아껴서 보시하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 필요해요. 자꾸 큰돈을 모아서 베풀겠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내 생활비의 일부를 조금씩 절약해서 나누겠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옷 한 벌 덜 사고, 군것질 하나 덜 해서 나누면 됩니다. 그렇게 하면 비록 형편이 넉넉지 않아도 그동안 도움을 받고 살았던 빚을 갚게 되고, 더 가난한 사람들에게 은혜도 베풀 수 있게 됩니다.

물론 국내에도 어려운 사람들과 소외 계층이 많지만 제3세계는 더욱 열악합니다. 그러니 청년들이 관심을 갖고 활동을 해주길 바라고, 또 지금까지 많은 활동을 해줘서 감사드립니다.”

스님은 후원금을 전달해 준 미소원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어서 그 자리에서 미소원 10주년 기념 축사를 녹화했습니다. 스님은 불교에서 말하는 ‘자비’의 뜻이 무엇인지 강조했습니다.

“JTS가 하는 활동은 모두 자원봉사로 이뤄지기 때문에 여러분이 보시하는 돈의 대부분이 실제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전달이 되고 있습니다. 사무실 운영비 등 조직을 유지하는 데는 7%가량만 쓰고 있습니다. 다른 단체들은 많게는 70%까지도 사무실 운영비와 인건비로 지출하는데, JTS는 월급 받는 사람이 한 명도 없고 100% 자원봉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고, 사무실도 정토회 안에서 최소 경비로 운영합니다. 그래서 후원금의 대부분을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데에 사용합니다.

대신 활동 규모가 큰 편은 아닙니다. 좋은 일을 한다고 대외적으로 광고를 하지 않고 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돕자는 취지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좋은 단체들도 많고, 그중 어려운 단체들도 많은데, 미소원에서는 늘 JTS에 정기적으로 후원을 해오신 것에 대해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가 배고파 보면 배고픈 사람의 심정을 알게 되고, 아파 보면 병든 사람의 심정을 알게 됩니다. 우리 주변에는 아직 어려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어려울 때를 생각해서 그분들을 후원해야 합니다. 그러면 미래에 내가 그런 고통을 받을 일이 없도록 재앙을 방지하는 공덕을 짓게 됩니다. 혹시라도 사고를 당했을 때 구호와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인연을 짓게 돼요.

‘자비’라는 말의 의미

불교에서 말하는 최고의 가치는 지혜와 자비입니다. 부처님의 상징도 역시 지혜와 자비입니다. 지혜란 우리의 무지를 깨우쳐서 괴로움이 없는 삶, 자유로운 삶을 사는 것이고, 자비는 고통받는 이웃을 보살피는 것입니다.

‘자비(慈悲)’란 내가 우월한 입장에 서서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것이 아닙니다. ‘자(慈)’는 평등한 입장에서 베푸는 것을 뜻합니다. 내 것을 너에게 준다는 의미가 아니라 원래 네 것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나에게 온 것을 다시 가져가라는 의미입니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이런 보시를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라고 합니다. 이렇게 내가 가진 것을 바라는 마음 없이 타인과 나누는 것이 ‘자(慈)’의 뜻입니다.

‘비(悲)’는 타인이 받는 고통을 내가 받아 나누어 가지는 것을 뜻합니다. ‘네가 짊어지고 있는 짐이 원래는 내 짐이었는데 네가 가지고 있었구나. 이제는 나에게 돌려달라’ 하는 마음으로 타인의 고통을 나누는 것이 ‘비(悲)’입니다.

그래서 ‘자비(慈悲)’란 내가 가진 기쁨을 타인에게 나누어 주는 ‘자(慈)’와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고통을 내가 나누어 가지는 ‘비(悲)’를 합한 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대자대비한 관세음보살’을 줄여서 ‘대비 관세음보살’이라고 표현합니다. 왜냐하면 ‘비(悲)’가 더 깊은 사랑의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가진 것을 조금 나누어 주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데, 타인이 가진 아픔에 같이 동참하는 것은 쉽게 마음을 내기가 어렵습니다.

인도에 파견되어 현지인들과 함께 생활하거나,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거나, 정신지체아들과 함께 생활하거나, 이런 일들은 실제로 해보면 아주 어렵습니다. 내가 가진 걸 나누어주는 건 그보다는 쉬운 편입니다. 물론 자(慈)와 비(悲) 모두 깊은 사랑이지만, 이 길을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둘 중 쉬운 것부터 먼저 해봐야죠. (웃음)

살다 보면 베푸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불자는 우선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베푸는 삶을 살 줄 알아야 합니다. 내가 조금이라도 베푸는 삶을 사는 것이 주인 된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게 가능해지면 다음에는 어려운 사람들을 직접 방문해서 그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활동도 한번 해나가 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녹화를 마치고 스님은 미소원 관계자들과 잠시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나비장터도 오후 4시에 마감을 하고 첫째 날 일정을 마쳤습니다. 봉사자들은 마음 나누기를 한 후 평가회의를 하고 내일을 준비했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에는 원고 교정과 여러 가지 업무들을 처리했습니다.

내일도 두북 수련원에서는 하루 종일 나비장터가 열릴 예정입니다. 오전에는 영어 통역으로 외국인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한 후, 오후에는 주말 온라인 명상수련을 마친 참가자들을 위해 회향 법문을 하고, 저녁에는 일요 명상을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63

0/200

김형원

스님 말씀처럼 진보 보수 결과가 같다 하더라도 곧 전쟁 일어날것처럼 불안을 조장시키는 세력보다는 평온한게 억만배 좋습니다

2021-11-14 17:09:51

자비

스님 말씀 감사합니다.

2021-11-11 06:29:37

휘릭

스님,통일에 대한 스님의 혜안를 통해 또한 배웁니다. 통일로 가기위한 접근법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가 뚝뚝 떨어져서 옷이 젖습니다. 배우겠습니다. 그리고 실천하겠습니다. 가르침에 감사하며, 무주상보시, 너의 것이 잠시 인연따라 나에게 왔음을 알아가겠습니다. 그럼 인연이 많았으면 좋겠네요. 베푸는 것을 목표로 살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건강하세요.

2021-11-10 20:59:04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