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9.27 고구마 줄기 삶기, 전법활동가 법회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 지금 최선의 선택은”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감나무에 달린 감이 점점 익어가고 있습니다.

스님은 오늘도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동이 트기 전에 밤나무 밭에 가서 밤을 한 바구니 주워 왔습니다.

“오늘 서울에 올라가니까 공동체 대중들이 먹을 수 있게 밤을 삶아 갑시다.”

행자님들이 울력 시간에 맞춰 나와서 스님이 새벽에 주운 밤을 크기별로 분류했습니다. 크고 튼실한 밤은 선물용으로 쓰고, 벌레가 먹었거나 크기가 작은 밤은 삶아서 공동체가 먹기로 했습니다.

며칠 전에 텃밭에 뿌린 상추씨앗은 이제 막 새싹이 돋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해야 할 일은 고구마 줄기를 삶는 거예요. 법회 전까지 다 삶으려면 바빠요.”

어제 자원봉사자들이 와서 고구마 줄기를 잘 다듬어 준 덕분에 오늘은 삶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행자님 한 명이 옆에서 스님을 도왔습니다. 먼저 차곡차곡 쌓아둔 장작을 가져와서 화덕에 불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솥에 물을 부었습니다.



장작에 불이 활활 타오르자 금방 물이 펄펄 끓었습니다. 곧바로 솥뚜껑을 열고 고구마 줄기를 넣었습니다.

“삶아서 말렸다가 겨울에 나물무침해서 먹으면 정말 맛있어요.”

고구마 줄기를 솥에 넣고 기다리는 동안 스님은 왔다 갔다 분주하게 움직이며 장작을 더 가져오고 쉼 없이 불을 지폈습니다.

“몇 해 전에 수해복구 갔을 때 버려져 있던 걸 주워 온 화덕인데 아주 잘 쓰이네요.”


얼마 지나지 않아 솥뚜껑을 열자 김이 확 일어나면서 푹 삶아진 고구마 줄기가 보였습니다.

“자, 건집시다. 제가 건질 테니까 채반 위에 평평하게 펼쳐 주세요.”



4개의 포대에 담긴 고구마 줄기를 다 삶아야 하다 보니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해야 했습니다. 줄기를 다 삶은 후 고구마 잎도 삶았습니다.

삶은 고구마 잎의 일부는 찬물에 담갔다가 여러 번 행군 후 딱딱한 부분을 손질하고 곧바로 나물 무침을 했습니다.

재바르게 움직인 결과 고구마 줄기와 잎을 다 삶고 나서도 법회 전까지 시간이 좀 남았습니다.

“시간이 남으니까 밤도 삶읍시다.”

새벽에 주워 온 밤을 다 삶고 나서 울력을 마쳤습니다.

울력이 끝날 무렵 묘덕 법사님과 행자님 한 명도 산 밑밭에서 가지를 네 바구니 수확해 왔습니다. 수확한 가지와 삶은 고구마 줄기와 잎을 모두 트럭에 싣고 농막에 가져가서 저온 냉장고에 보관했습니다.

“수고했어요.”

법회 시작 시간에 맞춰 서둘러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비가 내리다가 멈추기를 반복하는 가운데 오전 10시 정각에 전법활동가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400여 명의 주간반 전법활동가들이 생방송에 접속했습니다.

어제부로 온라인 정토회 정식 출범을 위한 임원 선출을 모두 마쳤습니다. 스님은 선거를 위해 수고한 분들, 그리고 오늘 정토회가 있기까지 봉사해준 활동가들을 떠올리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전법활동가 여러분, 지난 3일 동안 온라인 정토회를 이끌어 갈 새로운 임원을 선출하는 선거를 하시느라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고 1년 9개월이 지났습니다. 처음에는 몇 달이면 끝나겠다고 생각했었는데, ‘6개월은 가겠다’, ‘1년은 가겠다’ 이러더니 2년이 되도록 끝이 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 지금 최선의 선택은...

이러한 상황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에 아쉽지만 정토회는 그동안 애써 만들어 놓은 법당을 모두 철수하고 온라인 정토회로 전환했습니다. 온라인 정토회로 전환하고 나니 불교대학, 경전대학, 행복학교에 일반인이 참여하는 것은 쉬워졌지만, 정토회 회원이 되어 참여하는 정기적인 봉사활동은 예전에 법당에서 활동하는 것만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회원의 활동도 많이 줄어들고, 보시도 줄어드는 등 전체적으로 정토회가 많이 축소된 상황입니다. 대신에 지출도 적어지고, 회원도 수행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남는 방향으로 정비가 되었어요. 양적으로는 축소되었지만 질적으로는 좀 더 정교해진 것 같습니다.

일반회원들은 양적으로 광범위하게 확대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전법활동가들은 조금 더 발심해서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람으로 구성했습니다. 온라인 시대에 보다 적합한 조직으로 정토회를 개편하기 위해 지난 30년 가까이 운영해오던 조직을 바꾼 겁니다.

그러나 그것이 아무리 좋은 길이라 해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보니까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어려움과 염려가 있었어요. 그래서 5개월 동안의 임시 기간을 설정하고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운영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부족한 점도 많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온라인 전환에 대해 잘했다고 평가하는 것 같아요.

그러나 일부 사람에게 업무가 집중돼서 법당 운영할 때보다 더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9월 27일에 정식으로 발족하는 온라인 정토회에서는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가능하면 겸임을 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물론 주간에 활동하는 분들은 조금 더 여유가 있으니까 겸임을 해도 괜찮습니다. 이렇게 해서 임원 선출과 임명, 승인까지 모두 마쳤습니다.

일반회원은 더욱 확대하고, 전법 활동가는 더욱 내실 있게

온라인 정토회로 전환하고 나서 첫 번째 변화는 회원의 범위를 넓힌 겁니다. 조직을 좀 가볍게 만들어서 회원들은 회비 내는 것만 빼고는 의무를 모두 없애고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종교인이거나 다른 절에 다니거나 종교가 없어도 정토회 회원이 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두 번째 변화는 전법활동가를 새로 구성한 것입니다. 전법활동가는 수행자로서 조금 더 발심한 사람들로 새로 구성했습니다. 전법 활동을 하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내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하고, 일정한 인격과 자격, 기술 등을 갖춰서 수업을 진행하고 모둠을 운영할 수 있어야 전법활동가가 될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전법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은 전법활동가에서 빠지게 된다는 원칙을 가지고 운영하게 되니까, 혹시 전법활동가를 하다가 빠지는 분들이 있다면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조건이 되면 바로 복귀하시면 됩니다. 전법활동가는 온라인 일선에서 전법을 실제로 하는 사람입니다. 전법 활동을 하지 않으면 전법활동가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는 관점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전법활동가에서 빠지게 되더라도 정토회 회원으로서는 얼마든지 활동할 수 있습니다. 많은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으므로 전법이 아닌 부분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온라인 정토회의 핵심이자 꽃은 불교대학, 경전대학, 행복학교를 진행하는 전법활동가 여러분입니다. 이것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지원 조직이 필요합니다. 지원 조직을 맡아 일하게 된 분들이 바로 임명직 소임자들입니다. 선출직 소임을 맡았든, 임명직 소임을 맡았든, 모든 분들이 1차 만일결사가 끝나는 1년 3개월 동안 수고해 주십사 하는 의미에서 격려의 박수 부탁드립니다. (박수)

예전 같으면 한 번 임원을 선출하면 3년은 갔는데, 이번에는 코로나19로 인한 특별 상황에 직면해서 정토회의 조직 체계와 운영방식을 세 차례나 바꾸면서 선거를 세 번이나 하게 됐습니다. 선거하시느라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웃음)

정토회가 꼭 기억해야 할 사람들

그동안 인력 구조도 바뀌었고, 조직 체계도 바뀌었고, 많은 혼란이 있었습니다. 특히 정토회가 출범해서 지금에 이르도록 열심히 활동하고 보시해 주신 연세 드신 보살님들이 변화의 시기에 적응하기가 매우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 온라인 정토회의 출범이 가능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명심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분들은 법당도 없어지고, 연세가 들어 활동의 폭도 좁아지고, 온라인 환경에 적응도 잘 되지 않아서 많은 어려움이 있는 상황입니다. 부모가 있어야 자식이 있고, 선조가 있어서 오늘날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있듯이, 정토회도 현재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기초를 닦아주신 많은 분들이 있었습니다. 이번에 온라인 정토회로 바뀌면서 전법활동가가 되지 못하신 분들, 그동안 법당에 보시해주시고 운영해 주신 분들, 그리고 법당을 철거하느라고 수고해주신 분들, 모두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전법활동가 여러분, 이분들을 위해서 다시 한번 감사의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스님도 감사의 마음을 담아 박수를 치고, 전법활동가 모두가 진심 어린 박수를 쳤습니다.

이어서 선거 과정과 온라인 정토회 정식 출범과 관련해서 궁금한 점이 있으면 스님에게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두 명이 질문을 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눈 후 법문을 마쳤습니다.

다음은 선거관리위원장으로부터 선출직 임원에 대한 선거 결과 발표를 듣고, 새로 정토회 대표로 선출된 김은숙 대표님으로부터 임명직 임원에 대한 결과 발표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온라인 정토회 정식 출범 후 사업방향에 대한 전국 사업 의결 회의 결과를 보고 받았습니다.

“이제 온라인 정토회는 임시 기간을 마무리하고, 지난 주말 동안 선거를 통해 오늘부터 정식으로 출범하게 되었습니다. 임시 기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길을 힘차게 나아갑시다.”

김은숙 대표님의 힘찬 목소리와 함께 온라인 정토회가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수많은 논의와 의결, 대안 수립 과정을 거쳐 드디어 항해를 시작한 것입니다.

생방송을 마치고 곧바로 농막으로 가서 서울로 가져갈 밤과 채소류를 정리하고, 아침에 주워 온 밤도 정리했습니다. 오후 1시 30분부터는 정토회 기획위원회 회의를 화상으로 진행했습니다.

기획위원회 산하 각 분과에서 그동안 정토회의 미래에 대해 토론하고 연구해 온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온라인 시대에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홍보’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부서 또는 회의구조를 마련하면 좋을지 열띤 토론을 한 후 스님의 조언을 듣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3시부터는 서울에 가져갈 농산물들을 포장하는 일을 했습니다. 먼저 밤을 포장하고, 그 다음에는 가지를 포장했습니다. 이 외에도 서울 공동체에 줄 채소, 사회 원로 분들에게 선물할 채소 등을 이것저것 챙기다 보니 차가 짐으로 가득 찼습니다. 몇 가지 더 싣고 가고 싶은 농산물이 있었지만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농산물을 포장하는 데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오후 4시 30분에야 두북 수련원을 출발했습니다. 고속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동안 해가 저물고 밤이 되었습니다. 이동하는 도중 휴게소에서 우동 한 그릇을 먹고, 저녁 9시에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해 짐을 내린 후 하루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을 한 후 하루 종일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들과 연이어 미팅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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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연기

[…온라인 정토회가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수많은 논의와 의결, 대안 수립 과정을 거쳐 드디어 항해를 시작한 것입니다.]수많은 논의끝에 탄생한 온라인정토회!출범을 축하드립니다~~온라인에 맞추기위해 지난30년간 해오시던 운영방식을 바꾸시느라 모두들 희생도 많으셨고 고생하셨습니다~스님께서,그간 애써주신분들의 공로를 잊지않으시고 감사해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네요^^

2021-10-04 21:55:11

이수정

감사합니다.

2021-10-04 16:40:49

장연숙

모든 자리에는 책임과 의무가 따르듯이 함께 운영회 주시는 모든분들 감사합니다.

2021-10-03 05:3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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