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9.26. 땅콩 수확, 결사행자회의, 일요명상
“모든 것을 멈추면 저절로 알아차려지는 이것”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스님은 오늘도 밤나무 숲에 가서 밤을 한 바구니 가득 주웠습니다. 날이 밝기 전이라 아직 어두운 숲에서 한 시간 정도 알밤을 주었습니다.


스님이 밤송이를 주워주면 묘덕 법사님이 돌 위에 밤송이를 올려놓고 알밤을 꺼냈습니다. 스님은 일주일째 밤을 줍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밤을 주울 수 있는지 계속 방법을 달리 해서 해 보고 있습니다.

해가 뜨고 나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농사팀 행자님들이 벌써 땅콩 수확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무슨 일을 할까요?”

“땅콩 줄기를 땅 속에서 캐는 일을 해주세요.”

스님이 땅콩 줄기를 캐서 두둑 위에 나란히 놓고 가면, 행자님들이 뿌리에 주렁주렁 달린 땅콩을 뜯어서 바구니에 담았습니다.


스님은 땅콩 줄기를 빠른 속도로 뽑아나가는 반면 행자님들이 땅콩을 뜯는 속도는 더디기만 했습니다.

“머리를 뒀다 뭐해요? 연구를 해야죠.” (웃음)

땅콩을 두둑 위에 그냥 던져 놓은 후 마지막에 땅콩을 바구니에 담기로 했는데, 스님이 새로운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땅콩을 뜯어서 여기 포대 위에 막 담으세요. 포대 위에 모인 땅콩을 채반에 붓고 흔들면 흙이 걸러지잖아요. 그런 후 컨테이너에 모두 모으는 게 어떨까요?”

“스님 말씀대로 하니까 훨씬 더 속도가 나네요.” (웃음)

처음에는 속도가 느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각자 노하우가 쌓여서 속도가 점점 빨라졌습니다.


스님이 땅콩을 다 캔 후 외쳤습니다.

“다 캤어요.”

스님은 땅콩을 뽑은 두둑을 다시 한번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호미를 들고 두둑을 파헤쳐보니 땅콩을 뽑을 때 뿌리에 함께 딸려가지 않은 땅콩 몇 개가 땅속에 남아 있었습니다.

“이삭을 덜 주웠네요.”

마침 경주에서 땅콩 수확을 도와주러 온 봉사자들이 도착했습니다. 봉사자들이 스님에게 인사를 건네자 스님은 경상도식으로 반갑다는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빨리 오셨네요. 아예 일이 다 끝난 다음에 오시지 그랬어요?” (웃음)

봉사자들은 두둑에 비닐을 걷어낸 후 다 함께 땅속에 아직 묻혀 있는 땅콩을 찾아내는 이삭 줍기를 함께 했습니다. 샅샅이 땅을 뒤집으니 꽤 많은 양의 땅콩들이 나왔습니다.

봉사자들이 이삭 줍기를 하는 사이 스님은 두둑 위에 놓인 땅콩 줄기를 한 묶음씩 노끈으로 묶었습니다. 그리고 동네 어르신에게 전화를 걸어 소가 땅콩 줄기를 잘 먹는지 물어보았습니다.

“땅콩 줄기는 소가 아주 좋아해요.”

“그럼 땅콩 줄기를 소막에 가져다 드릴게요.”

트럭에 땅콩 줄기를 가득 싣는 동안 땅콩 수확이 모두 끝이 났습니다. 총 9개의 컨테이너에 가득 찰만큼 땅콩을 수확했습니다.

“작은 밭인데 땅콩이 많이 나왔네요.”

봉사자들에게 땅콩을 개울물에 씻어서 비닐하우스에 말리는 일을 부탁한 후 오전 울력을 마쳤습니다.

오후에는 동네 어르신의 소막에 가서 땅콩 줄기를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어르신이 경작하는 주변 밭에 예초기를 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산 아랫밭으로 가서 한 달 동안 질어서 갈지 못했던 땅을 트랙터로 갈았습니다. 행자님이 트랙터로 땅을 가는 동안 스님은 주변에 잡풀을 제거했습니다. 또 밭 한 켠에서는 묘덕 법사님과 봉사자들이 고구마 순을 따고 있었습니다. 봉사자들은 고구마순을 따기가 쉽지 않았는지 어려움을 이야기했습니다.

“저희들이 고구마 밭을 다 망쳐 놓았어요.”

“괜찮아요. 고구마 순만 많이 따주면 돼요.”

스님은 봉사자들을 격려한 후 오후 울력을 마쳤습니다.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5시부터 결사행자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주말 동안 온라인 정토회 정식 출범을 위한 임원진 선출 투표가 모두 끝이 났습니다. 먼저 스님이 결사행자들에게 인사말을 했습니다.

“3일 동안 온라인 정토회를 정식으로 출범하기 위한 선거를 잘 마쳤습니다. 중앙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과 위원 여러분, 그리고 지역 선관위원장과 위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선출된 임원들, 임명된 임원들, 소임을 맡으신 분들께는 축하를 드립니다. 앞으로 남은 1년 3개월 동안 수고해 주십사 부탁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정토회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투표 결과와 이후 계획에 대해 발표한 후 결사행자 전원의 승인을 받았습니다. 준비된 안건에 대해 토론과 표결을 한 후 마지막으로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오늘부터 온라인 정토회로 완전히 개편이 되었으니까 앞으로는 조직이 너무 무겁지 않고 가벼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일반회원은 관리를 할 필요가 없어서 가벼운 조직이 되고, 전법활동가는 관리할 필요가 없을 만큼 각자 발심을 해서 또한 가벼운 조직이 되도록 했으면 합니다.

단출하고 가벼운 온라인 조직으로

온라인 정토회에서는 한 사람한테 너무 많은 업무를 주는 것은 지양하려고 합니다. 법사, 결사행자, 서원행자가 아닌 경우에는 가능하면 최소한의 시간을 내서 가볍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동시에 어떤 일이 주어지면 책임을 맡아서 할 수 있도록, 여러분들도 정토회를 가볍게 운영해 주셨으면 합니다.

군대 조직처럼 너무 원칙에 입각해서 운영할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자꾸 정에 휘둘려서 이거 봐주고 저거 봐주고 해서 원칙도 없이 운영해서도 안 됩니다. 어떤 질서를 하나 잡으려면 약간의 희생 또는 상처가 날 수밖에 없어요.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정회원이 줄어들었고 사실은 많은 손실을 입었습니다. 활동의 손실, 홍보의 손실, 보시의 손실, 많은 손실을 입었는데도 불구하고 앞으로는 단출하게 조직을 정비해서 나아가려고 합니다. 이러쿵저러쿵 할 거 없이 정말 자발적으로 마음을 내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정토회의 중심이 되어서 정토회를 확산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자발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

이제 온라인으로 전환했기 때문에 직접 만나서 얼굴도 안 보고 늘 이렇게 온라인으로 만나서 활동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변화된 상황에서는 발심이 안 되면 사실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나기가 굉장히 어려워요. 그렇다고 계속 달래고 다독거려 갈 수도 없잖아요. 반대로 사람들을 내치고 가서는 더더욱 안 되죠. 항상 한 사람이라도 더 품어 안고 갈 수 있게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나 너무 정에 휘둘려서 사람을 잡는데 너무 급급해하지 않는 쪽으로 관점을 가졌으면 해요. 그리고 누구든지 좋은 의견이 있으면 늘 수용해서 함께 만들어 갑시다.”

사홍서원으로 결사행자회의를 마쳤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8시 30분부터는 온라인 일요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77번째로 진행되는 온라인 명상 시간입니다.

먼저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날씨와 하루의 생활을 얘기하면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가을이 되면 한국은 청명한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라고 하죠. 여러 농작물을 수확하는 시기가 도래했는데, 지난주에는 고구마를 수확했고, 오늘은 땅콩을 캤습니다. 앞으로 들깨, 벼 등 수확할 것이 줄줄이 남아 있습니다. 아마 11월 말에 무와 배추를 뽑아서 김치를 담그는 것으로 수확은 끝날 것 같아요. 동시에 파, 양파, 마늘 등 겨울을 나는 채소들을 심어야 합니다. 그리고 벼 수확이 끝나면 일부 논에는 보리도 심어야 합니다. 저는 요즘 매일 아침에 먼동이 트자마자 밤나무 밭에 가서 밤 줍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웃음)

오늘은 질문을 받지 않고 ‘포행’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명상을 할 때 앉아서는 몸과 마음을 편안히 한 상태에서 호흡을 알아차립니다. 그러나 움직일 때는 동작을 알아차립니다. 죽비를 치고 자리에서 일어날 때도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일어납니다. 설 때는 선 줄 알고, 앉을 때는 앉는 줄 압니다. 걸을 때는 걷는 줄 알고, 멈출 때는 멈추는 줄 압니다. 왼발이 나갈 때는 왼발이 나가는 줄 알고, 오른발이 나갈 때는 오른발이 나가는 줄 압니다.

포행을 하는 방법

우리는 움직일 때 거의 알아차림이 없이 무의식적으로 행동하고 있습니다. 서두를수록 알아차림이 없어지고 무의식적으로 행동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천천히 움직여야 합니다. 그리고 움직일 때는 움직이는 동작을 알아차립니다. 부처님은 걷기 명상을 하셨는데 열아홉 발자국 정도를 천천히 왕복을 하면서 걷기 명상을 했다고 합니다. 부처님 당시 유적을 걸어보면 열아홉 발자국 정도 됩니다. 여러분들도 움직일 때는 자신의 동작을 한번 알아차려 봅니다.

만약 여러분이 명상센터에 들어오게 되면 신발을 가지런하게 벗는 것을 가르칩니다. 신발을 가지런하게 놓아두는 것은 보기 좋으라고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신발이 흐트러진다는 것은 벗을 때 벗는 줄 모르고 마음이 앞서가기 때문입니다. 신발을 벗을 때 발의 동작에 깨어있으면 신발은 저절로 가지런하게 놓입니다. 그리고 명상센터에는 뛰지 못하게 합니다. 왜냐하면 천천히 움직여야 자신의 동작을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포행 시간이 주어지면 아무 할 일이 없는 사람이 되어 천천히 움직입니다. 마치 노인이 아무 할 일 없이 동네 어귀로 나와서 천천히 움직이는 것처럼 한가해야 합니다. 마음은 한가해야 되고, 동작은 천천히 움직여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동작을 분명히 알아차립니다.

30분 동안 명상을 하든, 40분 동안 명상을 하든, 앉아 있는 상태에서는 호흡을 알아차리고, 포행 시간이 되면 천천히 일어나서 자신의 동작을 알아차립니다. 그리고 다시 명상을 합니다. 명상과 명상 사이에 휴식을 하는 게 아니라 똑같이 알아차림을 유지하는 데 알아차림의 대상이 달라지는 겁니다. 오래 앉아 있어서 다리가 아픈 것을 해결하면서 동시에 깨어있음을 똑같이 유지합니다. 여러분도 앞으로는 명상을 할 때 30분 명상하고, 10분 포행을 하고, 다시 30분 명상하는 것을 반복해 보시길 바랍니다.”

포행에 대한 안내를 마친 후 스님이 명상하는 방법을 안내했습니다.

모든 것을 멈추면 저절로 알아차려지는 것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자리에 앉습니다. 아무런 할 일 없는 사람이 되어 한가한 마음을 냅니다. 아무런 할 일이 없기 때문에 어떤 것에도 의미부여를 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멈춥니다. 동작을 멈추고, 생각도 멈춥니다. 모든 것을 멈췄을 때 저절로 분명히 알아차려지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호흡입니다. 몸이 살아있는 한 우리는 호흡을 합니다. 모든 것이 멈추면 호흡의 작용을 크게 느낄 수 있는데 그 호흡을 편안하게 알아차려 봅니다. 호흡을 찾거나 느끼려고 애쓰지 말고, 동작을 멈추고 생각을 멈추게 되면 호흡이 저절로 느껴집니다. 그렇게 편안하고 한가하게, 그러나 코끝에 관심을 둬서 호흡을 분명히 알아차립니다. 놓치면 다시 합니다.”

탁! 탁! 탁!

죽비 소리가 울리고 40분 간 명상을 해보았습니다.

“해 보니 어땠는지 여러분이 경험한 것을 이야기 나누는 시간입니다.”

실시간 댓글창에는 수십 개의 소감이 올라왔습니다. 스님이 한 줄씩 읽자 동시에 영어 통역이 함께 제공되었습니다.

“숨을 간혹 가다 놓치고 제 집 앞에 있는 연어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I lost my breath on and off thinking about Salmon in the creek in front of my house.”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수행을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It took a little while to settle my mind but I was relaxed and happy to be in practice.”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 주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내일도 새벽 일찍 밤을 줍고, 오전에는 고구마순과 줄기를 삶은 후 전법활동가 법회를 생방송하고, 오후에는 정토회 기획위원회 회의를 하고 서울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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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연기

스님의 경상도식 인사가 인간적이네요ㅋ땅콩수확사진~정말 오랜만에 사진으로 보네요~땅콩까지~~농산물을 아주 골고루 하셨네요^^아‥모든것을 멈추면 느껴지는 그것은 바로 '호흡' 이었군요~~~^^죽는순간까지 과연 호흡을 놓치지 않으려는 자신을 알아차릴 수 있을까요?그래서 숨이 다한 순간~자신이 어디로 가고있는지 알아차릴 수 있다면‥가끔 드는 생각입니다~

2021-10-04 20:10:39

이수정

일주일 명상으로 마무리 합니다. 감사합니다.

2021-10-04 17:19:16

김은주

포용은 하되 정에 끌려가지 않도록,
자발성, 애쓰지 말고, 동작을 멈추고, 생각을 멈추고, 놓치면 다시 합니다.
지혜로운 말씀 감사합니다.

2021-10-02 18:5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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