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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서울에서 하루 종일 사회인사분들과 조찬 모임과 미팅을 가졌습니다.
스님은 서울에서 열리는 조찬 모임을 위하여 새벽 3시에 두북 수련원을 출발했습니다. 차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7시부터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목사님, 신부님, 교령님, 주교님, 모두 다 발열 체크를 한 후 손 소독제로 손을 씻고 회의장으로 입장했습니다.
한 분씩 도착할 때마다 스님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다들 잘 지내셨습니까? 저는 요즘 시골에서 농사짓고 살다 보니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서 도통 잊고 사는데, 지금 수도권에서는 또 비상이 걸렸네요.”
평화재단 실무자들이 새벽부터 정성껏 차린 밥상이 나오자 스님은 김명혁 목사님에게 식사 기도를 청했습니다.
“목사님, 기도해 주시죠.”
올해 연세 84세로 종교인 모임에서 가장 어른이신 목사님은 참석한 한 분 한 분을 호명하며 기도를 해주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죄와 허물 밖에 없는 우리들이 부족한 것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서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모든 일들을 할 수 있도록 신부름꾼으로 사용해주시는 하나님께 모든 찬사와 영광을 돌립니다. 굶주리는 북한 동포를 돕고, 통일을 위해서 귀한 일을 하는 우리들이 되게 하여 주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모두 다 함께 아멘을 크게 외치고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오늘 나온 반찬들은 전부 다 제가 직접 농사지은 것들입니다. 이것은 깻잎 순을 따서 만든 반찬이에요.”
“정말 귀한 음식들이네요.”
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윤이상 평화재단에서 신계륜 이사장님이 함께 참석했습니다. 종교인 모임은 지난 6월에 통영을 함께 방문하여 분단의 아픔을 겪고 돌아가신 윤이상 작곡가의 부인 이수자 여사님을 위문했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향후 남북 교류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더 모색해 보기 위해 윤이상 평화재단 관계자들과 더 논의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종교인분들은 어떻게 하면 남북 교류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이야기했습니다. 대화를 경청하고 있던 스님도 지금 하고 있는 고민을 이야기했습니다.
“당분간 남북 관계가 풀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보입니다. 남한 정부와 북한 정부가 서로 대화가 안 될 때는 민간 영역에서라도 창구가 열려서 어떤 노력을 하면 정부 간의 대화를 성사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집니다. 그리고 정부 간에도 관계를 풀어보려고 어떻게든 노력들을 해나가게 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부 간의 대화가 아니라 최고 지도자 간에 합의를 했을 뿐만 아니라 남한 대통령이 평양에 가서 연설까지 하는 일이 벌어졌는데도 아무것도 실행된 게 없거든요. 이에 대한 북한의 실망이 워낙 크기 때문에 다시 남북 관계가 회복되기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습니다.
‘남한의 최고 지도자도 자기가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데, 그 밑에 있는 사람들과 약속해봤자 무슨 성과가 나오겠냐?’
북한은 지금 이런 심리인 것 같아요. 그래서 당분간 정체기가 계속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북한은 지금 체제 안보가 최대의 과제이지 남북 교류는 부차적인 일입니다. 남한은 할 수 있는 것이 교류밖에 없으니까 계속 교류하자고 제안하는데 북한이 지금 원하는 건 교류가 아니거든요. 북한은 종전 선언이든 평화 협정이든 북미수교든 체제 안전을 요구하고 있는데, 남한이 그 요구를 들어주자니 미국이 그걸 막고 서 있기 때문에, 이 상황을 개선하기가 참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는 수밖에 없는데...”
스님의 말끝에서 어떻게든 지금의 남북 관계를 풀어보고자 하는 간절함이 느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윤이상 평화재단 신계륜 이사장님은 지난 6월 통영을 방문해 준 종교인분들에게 이수자 여사님이 전한 감사의 마음을 전달했습니다.
“이수자 여사님이 여러 어르신들께서 통영을 방문해주신 것에 대해 너무나 감사드린다고 전해 달라하셨습니다. 오신 분들의 얼굴이 너무나 좋으셨다고 하셨어요. 특히 법륜 스님의 밝은 인상을 보고 마음이 참 편안해졌다고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9월에는 언제 종교인 모임을 할지 날짜를 확정한 후 모임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종교인분들을 현관까지 배웅한 후 다시 평화재단으로 돌아와 기획위원회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연이어 찾아온 손님들과 미팅을 가지고 행정처와 하반기 강의 일정을 조정한 후 저녁에 오늘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주 금요 정기법회 때 있었던 즉문즉설 한 편을 소개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정토불교대학을 졸업하고, 경전반 입학을 앞두고 있습니다. 깨달음의 장을 다녀온 이후 새벽기도를 250일 정도 꾸준히 정진하며 내가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는 연습을 했습니다. 가슴이 저리는 아픔과 함께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일에는 조용하고 차분하게 바라보는 나를 보며 가끔은 삭막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제가 ‘수박껍질만 보고 다 안다고 하는 안다 병에 걸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요즘은 자꾸 수행에 꾀를 부리고 나태해지는 나를 봅니다. 어떤 마음을 가지면 변하지 않고 꾸준히 수행정진할 수 있을까요?”
“질문자는 지금 욕심으로 수행을 하고 있습니다. 원래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게 마음의 성질입니다. 마음이 변하지 않는 방법을 묻는 것은 불가능한 것을 추구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예를 들면, 두 연인이 죽을 때까지 변치 않는 사랑을 하자고 맹세했다고 칩시다. 이것은 불가능한 맹세입니다. 왜냐하면 약속하고 나서 돌아서자마자 바뀔 수 있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거짓말로 맹세를 한 건 아닙니다. 그때는 그런 마음이었는데 상황이 바뀌니까 마음도 변한 겁니다.
마음의 성질은 늘 변하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마음이란 이런 상황이 되면 이렇게 되고, 저런 상황이 되면 저렇게 되고, 금방 좋아졌다가 금방 미워졌다가 하는 것이 마음의 성질입니다.
그러니 사람의 마음이란 원래 바뀌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옛말에 ‘똥 누러 갈 때 마음과 똥 누고 올 때 마음이 다르다’ 이런 표현이 있잖아요. 마음이 변하지 않는 경우는 없습니다. 저녁에 잘 때는 ‘내일 아침에 꼭 기도해야지’ 하고 다짐하지만, 아침에 눈뜨면 기도가 하기 싫은 것이 마음입니다. 이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 마음이란 게 본래 그렇다는 겁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사념처관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마음을 있는 그대로 관해 보면 이랬다가 저랬다가 늘 변한다. 그러므로 마음이란 믿을 게 못 된다’
마음이 변하는 걸 자꾸 문제 삼을 게 아니라 그때 그때 일어나는 마음에 집착을 안 해야 됩니다. 상대가 좋다가도 금방 미워지는 것을 보면서 좋아하고 미워하는 게 별 의미가 없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마음이 변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게 잠시 후에 또 바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좋아한다고 너무 들뜨지도 말고, 싫어한다고 너무 배척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마음이 좋고 싫고 즐겁고 괴롭고 하는 것에 대해 좀 초연히 대처해야 합니다. 좀 기분이 좋으면 어쩔 줄을 몰라하고, 좀 기분이 나쁘면 짜증 내는 게 아니라, 기분이 좋으면 ‘좋은 마음이 일어나는구나’ 하고 알아차리고. 기분이 나쁘면 ‘싫은 마음이 일어나는구나’ 이렇게 알아차리면 됩니다. 그럴 때 마음이 변하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아침에 기도를 하기로 했으면.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일어나길 바라고만 있으면 안 됩니다. 그냥 기도하고 싶은 날도 기도하고, 기도하기 싫은 날도 기도하면, 결과적으로 꾸준히 하게 되어 초심을 잃지 않은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상대에 대한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그 사람이 좋아질 때도 있고, 싫어질 때도 있지만, 마음이란 건 믿을 게 못 되니까 싫어질 때도 배척하지 않는 겁니다. 상대가 나한테 나쁜 말을 해도 그 순간 기분 나쁜 마음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면, 그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든 그 사람에 대한 내 마음을 평소처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항상 기분 좋은 상태가 유지된다는 뜻이 아니에요. 좋고 싫음은 믿을 게 못 된다는 것을 알아서 관계를 꾸준히 유지한다는 관점을 고수하면, 결과적으로 옆에서 볼 때 ‘저 사람은 변치 않는구나’ 이렇게 평가가 되는 겁니다.”
내일은 오전에 생방송으로 수행법회를 하고, 오후에는 손님과 미팅을 한 후 두북 수련원으로 내려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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