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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어제에 이어서 하루 종일 두북특별위원회 회의를 했습니다.
새벽 기도를 마치고 밭으로 나갔습니다. 오늘은 산 윗밭에서 울력을 했습니다.
이제 막 떠오른 아침 햇살은 도라지 꽃에도 환하게 묻어 있었습니다.
“수박이 잘 익었나 볼까.”
꽤 자란 수박을 손으로 두드려보았습니다. 통통 맑은 소리가 나는 걸 보니 제법 익었나 봅니다. 2통을 수확했습니다.
서울 공동체에 보내줄 가지도 땄습니다.
아랫단에서 가지를 따고 도라지꽃이 핀 윗단에 가서 깻잎 순을 땄습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울력을 하니 금세 바구니가 가득가득 채워졌습니다.
“저는 아랫밭에 일이 있어서 그리로 갈게요.”
수확을 마치고 스님은 아랫밭으로 향했습니다.
아랫밭 옆에는 빗물을 받아쓰기 위해 스님이 파놓은 연못이 있습니다. 비가 많이 오다 보니 연못 물이 길로 넘치곤 했습니다. 스님은 연못에 가득 찬 물을 밭에 있는 통으로 옮기는 작업을 했습니다.
물동이를 이고지고 나르는 대신 압력 차이를 이용해 자동으로 물이 건너편 밭으로 갈 수 있게 장치를 했습니다. 호스의 한쪽 끝은 꽉 잡고 물을 흘려내려 보내다 멈추고, 반대편 입구를 물이 담긴 양동이에 넣는 동시에 반대편 호스 입구를 풀었습니다. 그러자 양동이에 담긴 물이 호스를 타고 밭으로 건너갔습니다.
다만 체에 물을 걸러서 양동이에 물을 계속 채워주어야했습니다.
양동이에 물을 채우는 틈틈이 스님은 연못 주변에 풀을 맸습니다.
얼마나 땀이 많이 흐르는지, 고개를 숙이고 낫질을 하는데 땀이 안경에 뚝뚝 떨어졌습니다.
농사일을 마치고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온 스님은 10시 30분부터 두북특별위원회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여는 말씀을 했습니다.
“오늘은 전국대의원회의에 제출할 두북특별위원회 보고서를 모두 점검하겠습니다. 문장을 하나씩 다 읽어보고 다듬겠습니다. 오늘 최대한 점검을 빨리 했는데도 다 못하면 내일모레 다시 점검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다만 너무 파격적인 제안이라 논란이 될 만한 안건은 원래 안을 1안으로 제안하고,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한다면 이런 방안도 있지 않겠느냐는 취지에서 새로운 안을 2안으로 제출해서, 조금 조심성 있게 제안을 해야 할 것 같아요.”
곧바로 문서 점검을 시작했습니다. 분과별 담당자가 문서의 전체 내용을 한 문장씩 읽고, 이의가 있는 사람은 즉시 수정 제안을 했습니다.
교육연수 계획안을 시작으로 불사 기획안, 불교의식 혁신안, 개원 기념행사 기획안, 온라인 수행법회와 정기법회 운영안, 온라인 정토회 의결구조 개편안 등에 대해 하루 종일 점검을 했습니다. 회의를 마칠 시간인 저녁 8시가 되었지만 점검을 다 하지 못해서 예불을 한 후 8시 15분부터 다시 회의를 이어갔습니다. 결국 문서를 다 점검하지 못해 스님이 다시 제안을 했습니다.
“오늘 하루 종일 점검을 했는데도 다 끝내지 못했네요. 내일 새벽에 저는 서울로 올라가서 조찬 모임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하루 종일 미팅이 있어서 저녁에 문서를 점검해 볼게요. 문서를 완성하는 대로 저한테 보내주세요. 그러면 시간이 날 때마다 분과별로 화상 회의를 합시다.”
못다 한 논의는 내일과 모레 시간이 날 때마다 분과별로 화상 회의를 열기로 하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스님은 눈을 잠시 붙였다가 새벽 3시에 두북 수련원을 출발해 서울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주 금요 정기법회에서 소개해 드리지 못한 즉문즉설 한 편을 소개해 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저는 지금 정토 경전반에서 공부하고 있으며, 2년 전 천일결사 기도에 입재하여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하고 있는 천일결사자입니다. 30여 년 동안 한 장소에서 고가의 의류를 판매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침마다 기도 시간에 정토행자의 서원을 읽는데 ‘적게 입고’라는 부분에서 마음이 늘 걸립니다. 저로서는 한 벌이라도 더 매출을 올려야 하는 처지에 있기 때문에 고객분들과 대화를 할 때 마음이 불편할 때가 많습니다. 이런 제가 수행자로서 어떤 마음 자세를 가지고 일을 해나가야 하는지 스님께 여쭙습니다.”
“이런 내용을 질문하는 거 보니 점점 정토행자가 되어가나 봐요. 그런데 부처님 당시에도 출가 수행자는 결혼을 하면 안 되지만, 재가 수행자는 결혼을 해도 좋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바람을 피운다거나 성추행은 해서는 안 되지만, 서로 좋아해서 같이 사는 결혼은 허용이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출가 수행자는 이익을 추구하는 장사나 사업을 하면 안 되지만, 재가 수행자는 이익을 추구하는 사업을 해도 좋다고 되어 있습니다. 다만 그 사업을 하는 내용이 바른 것이어야 합니다. 즉 바른 직업을 가져야 합니다.
그럼 바른 직업이란 무엇일까요? 예를 들어, 약국을 운영한다고 합시다. 나는 돈을 벌기 위해서 약국을 운영하지만, 찾아오는 사람의 처지에서는 약이 필요해서 찾아옵니다. 약이 필요한 사람에게 약을 주니, 그는 나를 고맙게 생각합니다. 공짜로 줘서 고맙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돈을 지불하고 구매해도 그 약을 준비해 놓고 있다는 것이 고마운 것입니다. 이렇게 얻은 수입은 정당한 수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고 돈을 받습니다. 이때 환자는 돈을 냈지만 아픈 병이 나았기 때문에 의사에게 고마워합니다. 이렇게 해서 생긴 수입은 재가 수행자에게 있어서 정당한 수입입니다. 그러나 출가 수행자는 이렇게도 돈을 벌면 안 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어떠한 수입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부처님 당시의 계율이었습니다.
그러나 재가 수행자가 약국을 운영하면서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상대에게 가짜 약을 팔거나, 약을 과잉으로 팔거나, 약을 지나치게 비싸게 판다면, 이런 행위는 나에게는 이득이지만 상대에게는 손해를 줍니다. 이것은 직업윤리에 어긋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팔정도에서 정명, 즉 바른 삶의 자세가 아닙니다. 의사가 환자를 치료해 주고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은 괜찮지만, 수익을 올리기 위해 과잉 진료를 하거나, 필요하지 않은 수술을 하거나, 필요 없는 검사를 하는 것은 재가 수행자로서의 직업윤리에 어긋납니다.
재가 수행자는 다섯 가지 기본적인 계율을 꼭 지켜야 합니다.
첫째, 내가 살고자 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내가 살기 위해 다른 생명을 죽이는 것은 안 됩니다. 인위적인 힘으로 폭력을 써서 생명을 해치는 것도 안 됩니다.
둘째, 이익을 위해 어떤 일을 해도 좋습니다. 산에 가서 열매를 따거나 강에서 물고기를 잡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지만 남에게 손해를 입혀서는 안 됩니다. 다시 말해 남의 물건을 뺏거나 훔치면 안 됩니다.
셋째, 내가 즐거워지고자 하는 것은 내 자유이고 권리입니다. 그러나 내가 즐거워지고자 하는 행동이 타인을 괴롭히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상대가 원치 않는데 ‘나는 당신이 좋아요’ 하면서 껴안는 것은 상대를 괴롭히는 것입니다. 즉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절대 해서는 안 됩니다.
넷째, 말로써 남을 괴롭혀서는 안 됩니다. 대표적인 예가 거짓말하거나 욕설하거나 사기를 치는 것입니다.
다섯째, 내가 무엇을 먹든 그것은 내 자유입니다. 하지만 술에 취해서 남을 괴롭히면 안 됩니다. 술에 취해 정신없는 상태에서 성추행하거나 폭력을 행사하거나 남의 물건을 파손하거나 욕설을 하는 것은 술을 먹을 수 있다는 개인의 자유를 넘어서는 행위입니다.
이 다섯 가지 계율을 ‘오계’라고 합니다. 값비싼 물건을 사려고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질문자가 값비싼 물건을 진열해 놓고 그들에게 파는 것은 오계를 어기는 행위가 아닙니다. 재가 수행자가 되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매장에 온 손님에게 성실히 안내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살 수 있게 도와주는 행위는 계율에 어긋나는 행위가 아닙니다. 하지만 강매를 하거나, 비싸게 팔거나, 속여서 파는 것은 계율에 어긋나는 행위입니다.
그런데 질문자가 앞으로 남을 지도해야 하는 모범적인 위치(법사)에 선다면, 세 가지를 더 지켜야 합니다.
첫째, 사치하지 않고 검소하게 살아야 합니다.
둘째, 아무리 지위가 높고 인기가 있어도 교만하지 않아야 합니다.
셋째, 마음이 들뜨는 즐거움을 행복으로 삼는 것은 수행자의 자세가 아닙니다.
이렇게 세 가지를 더해 ‘팔계’라고 합니다. 질문자가 남의 모범이 되는 수행자가 되고자 한다면 이 팔계를 지켜야 합니다. 아무리 비싼 옷을 팔더라도 질문자는 입으면 안 됩니다. 비싼 화장품을 팔더라도 화장을 안 해야 합니다. 너무 사치해도 안 되고, 너무 교만해도 안 되고, 너무 들떠도 안 됩니다.
비싼 물건을 파는 직업을 갖고 있다는 것은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비난받을 일도 아닙니다. 만약 본인이 직업 때문에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수익 중의 일부분을 가난한 사람을 위해 베풀면 됩니다. 수익 중 몇 퍼센트는 먹을 것도 없고 신을 신발도 없는 아이들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마음을 내면 됩니다.”
“잘 알겠습니다.”
내일은 평화재단에서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을 시작으로 평화재단 기획위원회 회의를 비롯해 하루 종일 찾아온 손님들과 미팅을 연달아 가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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